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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뉴스케일, SMR 6기 건립 프로젝트에서 손 뗐다
물가상승에 의한 사업비 급등 및 고객사 미확보가 주원인
30여 년간 자금 쏟아부었는데, 국내 SMR 업계도 적신호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자로(SMR) 원전 조감도/사진=뉴스케일파워
원자력 기술의 종주국이자, 세계 최대 원전 운용 국가인 미국의 주도하에 세계 원자력발전 열풍이 되살아났지만 정작 미국 내에서는 원전 르네상스의 불씨가 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1월 민주당이 소형모듈원자로(SMR) 예산을 대폭 삭감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사실상 실적이 전무한 현실을 자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美 최초의 SMR 사업 좌초 이후 원전 업계 난관 봉착
3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최초의 SMR 사업이 좌초된 이후 원전 업계가 처한 난관들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원전 스타트업 뉴스케일파워는 아이다호 국립연구소 부지에 SMR 6기를 짓기로 한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겠다고 발표했다. 2년 만에 해당 SMR의 전력 판매단가를 53%가량 인상한 뒤로 충분한 고객사(전력 구매자)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같은 달 엑스에너지도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을 통한 미국 증시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이에 대해 글로벌 투자은행인 TD코웬의 마크 비앙키 애널리스트 "(논란이 있는) 스팩 합병 방식에 대한 자본시장의 회의감은 차치하고 원전 설비 설치 자체에서 고금리, 물가상승에 의한 사업비 급등이 문제"라며 "뉴스케일 사업 취소, 엑스에너지 거래 무산 등 연이은 소식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년씩 누적된 사업 지연도 투자자들의 외면을 초래한 주범으로 꼽힌다. 지난해 조지아주에 30년 만에 새로 들어선 대형 원전 보글(Vogtle)이 대표적이다. 보글의 가동은 당초 계획보다 7년 이상 지연됐고, 그 사이 사업예산 초과 규모만 170억 달러에 달했다. 이와 관련해 컬럼비아대학교 연구진은 최근 '신(新)원자로의 비용 불확실성'이란 보고서에서 "보글 사례는 미국 땅에 원전 건설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 명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국내 SMR 사업도 성과 전무
사실 핵발전 시설의 규모를 줄여 일체화(모듈화)하는 시도는 지난 30여년 간 국내외에서 계속 실패해 왔다.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서다. 2017년 미국의 원자력기업 웨스팅하우스의 파산이 대표적이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1999년 중형모듈원전인 AP600(650MW)의 설계를 미국 핵규제위원회(NRC)로부터 인증 받았지만, 당시 가스복합발전 대비 가격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 1기의 발주도 받지 못했다. 이에 웨스팅하우스는 용량을 확대한 AP1000(약 1,100MW)을 재개발, 2008년에 설계인증을 받았으나, 인증보다 더 까다로운 건설·운영 인허가 과정에서 전기사업자들로부터 세 차례나 설계 수정을 요구받으면서 인증 지연과 건설 비용 급증으로 파산했다.
우리나라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스마트원전(100MW급 일체형모듈원전) 개발사업은 1997년부터 시작됐는데, 경제성을 이유로 한국전력이 반대 입장을 표한 데다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서 2008년 공식 폐기됐다. 이후 2011년부터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수출용으로 재추진을 꾀했으나 성과가 없었다. 문재인 정부 역시 2021년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개발사업’을 추진해 2022년 예타를 통과했으나 역시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소형화·모듈화가 어려운 데다 규모를 줄여도 안전비용은 대형 원전과 크게 차이가 없는 핵발전의 특성이 원인이다.
이를 두고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지난해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담긴 ‘한국원전 수출제약 문구’들은 핵발전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자국우선주의로 읽힐 수 있으나, 그만큼 판매할 곳이 얼마 남아있지 않은, 저물어가는 세계 원전시장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그중에서도 SMR은 단 1기의 실험로조차 건설해본 적 없는 설계도면에서만 존재하는 페이퍼 원전일 뿐이라는 평이다. 그간 국내외 개발사들이 SMR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음에도 실적이 전무한 현실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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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투자 지수 97.1, 채용 지수 93.3으로 전년보다 축소
기업들 “정부의 R&D 예산 삭감이 향후 연구활동에 부정적 영향 미쳐”
정부, 올해 국방기술 R&D 등 관련 지원은 늘리기로
올해 국내 주요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와 인력 채용이 전년 대비 모두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기계, 정보통신, 소재, 건설 등 전 산업 분야에서 대내외 경영환경이 이전보다 악화될 것을 우려한 조치다. 최근 정부의 R&D 예산 삭감이 기업들의 연구활동 전망에도 악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R&D 비효율 개선을 위해 예산을 삭감한다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 거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500개 기업 R&D 투자 전망 조사 결과 발표
3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산기협)가 연구소 보유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2024년도 R&D 투자와 연구인력 채용 지수(RSI·R&D Sentiment Index)'를 조사한 결과, R&D 투자 지수는 97.1, 채용 지수는 93.3으로 나타났다. RSI 지수는 투자 증액 여부와 연구원 채용 의사를 각각 작년 지수 100을 기준으로 비교 조사한 수치로, 100 이상이면 전년보다 증가, 100 미만이면 감소를 뜻한다.
그간 R&D 투자는 코로나19 팬데믹 확산으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감소했다가 2022년 반등 이후 지난해 재차 감소세로 돌아섰다. 기업들이 R&D 투자를 줄이는 이유로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56.5%)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자금 확보 어려움, 사업 규모 축소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R&D 투자 증가를 전망한 기업들은 기존 사업 추진 확대(35.8%)와 경영자의 강력한 R&D 투자 의지(33.2%), R&D 자금 확보 기회 확대(11.7%) 등을 핵심 사유로 꼽았다.
연구 인력 채용 전망치의 경우 모든 산업에서 전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기계(93.6), 정보통신(90.9), 소재(90.2) 등 지난해 증가했던 분야에서 축소 전망이 두드러졌으며, 건설(87.0) 분야에서 R&D 투자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또한 연구 인력 채용 전망과 관련해선 기업 규모에 따라 차이가 나타났다. 대·중견기업은 R&D 투자와 인력 채용 모두 줄일 계획인 반면, 중소기업은 인력 채용은 줄어들지만 R&D 투자는 전년 대비 확대될 전망이라고 답했다.
정부 R&D 예산 삭감이 산업계에 미친 영향
기업들은 최근 정부의 R&D 예산 삭감에 대해서도 ‘기업 연구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52.2%)이라고 답했다. 기술 발전에 가장 필요한 정부 정책으로 꼽혀 온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확대 등의 지원책을 늘리지는 못할망정 되려 축소했다는 것이다.
기업들과 과학기술계의 아우성은 지난해 8월 정부가 2024년 예산안에서 R&D 총예산안을 전년(31조1,000억원)보다 16.6% 낮춘 25조9,000억원으로 책정하면서 시작됐다. 정부는 예산 사용의 비효율을 개선하고 낡은 관행을 걷어내기 위해 R&D 예산을 삭감했다고 밝혔다.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5년간 R&D 예산이 급격하게 증가하며 R&D 관리 과정에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경쟁력 없는 사업에 관행적으로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의 비효율이 존재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제는 예산 삭감이 R&D 비효율 개선에 적절한 방안인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R&D 사업 평가에서 우수 평가를 받은 사업 23개 가운데 21개의 예산이 최대 507억원 삭감됐기 때문이다. 평가가 저조한 사업군의 예산만 삭감된 것이 아니기에 예산 편성 기준에 대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일괄 삭감이라는 대응이 당초 정부가 밝힌 R&D 예산 계획과는 모순된다는 점도 업계가 반발하는 이유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노조위원장은 “과기부가 당초 마련했던 2024년 국가 R&D 예산안은 약 5% 증액이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한 직후 불과 두 달 새 R&D 예산의 16.6%가 삭감됐다”며 “예산이 어떻게 깎였는지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뜬금없이 ‘이권 카르텔’이라는 모호한 말로 정책의 정당성을 부여하니 산업계가 분노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2일 대전시 유성구 한국표준과학 연구원에서 열린 대덕연구개발특구 50주년 미래 비전 선포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올해 기초연구 예산은 늘어, 모든 분야 예산 줄어든 것은 아니야
정부의 R&D 예산 삭감에 따라 국내총생산 대비 R&D 투자 비중은 약 3%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국가적 차원의 연구를 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경우 주요 연구과제를 위한 비용에서 3,000억원의 예산이 삭감될 예정이며, 대학에 지원되는 연구비 역시 대폭 삭감이 예고된 상태다.
다만 과학기술계의 우려처럼 모든 분야에서 예산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과기부는 2일 혁신적 연구 활성화를 위해 올해 기초연구 사업에 2조1,179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전년 대비 687억원 늘어난 규모로, 소규모의 순수 이론 및 개념연구를 지원하는 ‘창의연구 유형’과 특정 해외 기관과 상호 지원을 통해 사전 합의된 분야의 공동 연구를 수행하는 ‘글로벌 매칭형’ 사업을 통해 지원될 예정이다.
또 정부는 올해 국방기술 R&D에 대한 평가체계를 개정하며 관련 지원도 늘리기로 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국방과학기술혁신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됨에 따라 방산기업들이 특정 연구개발 사업에 실패하더라도 수행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다면 향후 사업참여 제한과 사업비 환수 등 제재 처분을 면할 수 있게 됐다. 개정안은 대통령 재가 등을 거쳐 다음 주 공포하면 3개월 이후 시행될 예정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은 과제 위주로만 연구를 추진하게 했던 기존 결과 중심의 평가체계로 인해 도전적 연구개발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면서 “보다 완화된 평가체계가 도입될 경우 국방 R&D 분야의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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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제품의 열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열 트랜지스터 개발
원자의 화학적 결합 방식 이용하여 열 흐름 정밀 제어
컴퓨터 과열 방지, 낭비 열 재활용 등 다양한 응용 기대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저희 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 (GIAI R&D Korea)에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사진=Scientific American
스마트폰에서 슈퍼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전자제품에는 열이 문제다. 최신 컴퓨터 칩은 로켓 노즐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를 능가하고 심지어 태양 표면에 근접하는 수준의 전력 밀도를 가진다. 이에 따라 미국 데이터 센터에서 소비되는 총 전력의 절반 이상이 컴퓨팅이 아닌 냉각에 사용되고 있다. 또한 3D 적층 칩과 재생 에너지 시스템과 같은 많은 유망한 신기술이 기기의 성능, 신뢰성, 수명을 저하하는 열로 인해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지 못한다.
"열은 관리하기가 매우 어렵다"라고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교의 물리학자이자 기계 엔지니어인 용지에 후(Yongjie Hu)는 말했다. "열의 흐름을 제어하는 것은 오랫동안 물리학자와 엔지니어들의 꿈이었다."
열 트랜지스터, 원자의 화학적 결합 방식 이용하여 열 흐름 제어해
하지만 후와 그의 동료들은 해결책을 찾았을지도 모른다. 지난해 11월 사이언스지에 보고된 바와 같이, 그의 연구팀은 단일 분자 수준에서 원자 결합의 기본 화학 구조를 활용하여 열 흐름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 이 '열 트랜지스터'는 미래 회로의 핵심 구성 요소가 될 것이며 전기 트랜지스터와 함께 작동할 것이다. 후는 이 새로운 장치가 이미 저렴하고 확장할 수 있으며 현재의 산업 제조 관행과 호환되며 곧 리튬 이온 배터리, 연소 엔진, 반도체 시스템(예: 컴퓨터 칩) 등의 생산에 통합될 수 있다고 전했다.
"광범위한 실용적 응용이 가능한 혁신적인 돌파구다"라고 후는 언급했다. "간단히 말해, 이전에는 열을 정밀하게 제어할 방법이 없었다."
1947년에 발명된 전기 트랜지스터는 엔지니어들이 전기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게 함으로써 세상을 변화시켰다. 이제 모든 전자제품의 핵심 구성 요소로 자리 잡은 전기 트랜지스터는 전기가 흐르는 두 개의 단자와 흐름을 제어하는 세 번째 단자로 구성되어 스위치와 같은 역할을 한다. 오늘날에는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하나의 칩에 집적할 수 있게 됐으며, 이러한 소형화로 인해 컴퓨팅 성능이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됐지만 과도한 열을 처리하는 것도 훨씬 더 어려워졌다.
하지만 적절한 기술을 활용하면 낭비되는 열을 포착하여 칩의 손상을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재사용할 수도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실험 물리학자 알렉스 제틀(Alex Zettl)은 "오늘날 전자 회로의 열은 대부분 성가신 것으로 간주되어 그냥 흘려보내려고만 하는데, 실제로는 열을 활용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미래에는 전자 회로와 열 회로가 함께 작동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10년이 걸린 연구, "원자의 전자 분포를 이용해 열 차단"
지난 20년 동안 후 연구팀과 같은 연구진은 전기 트랜지스터가 전류를 제어하는 것처럼 열 흐름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열 트랜지스터를 개발하여 이러한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몇 가지 근본적인 문제가 이들을 가로막고 있었다. 예를 들어 이전의 열 트랜지스터 설계는 처리 시간을 느리게 하는 다루기 힘든 움직임이 있는 부품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이러한 소자가 고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후는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은 많았지만, 과거의 어떤 시도도 성공하지 못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후와 그의 동료들은 10년의 연구 끝에 열 트랜지스터를 제작하는 완전히 새로운 접근 방식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새로운 원자 사이에 형성되는 결합을 활용한다. 결합한 원자는 전자를 공유함으로써 서로를 붙잡고 있는데, 전자가 원자 사이에 분포하는 방식은 결합의 강도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시 원자를 통과할 수 있는 열의 양에 영향을 미친다.
후와 그의 동료들은 열의 이동을 정밀하게 제어하기 위해 전기장을 가하는 나노 크기의 전극을 사용하여 이러한 변수를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전기 트랜지스터와 마찬가지로 이 새로운 소자는 열이 흐르는 두 개의 단자와 이 흐름을 제어하는 세 번째 단자, 즉 전기장을 통해 소자 내의 전자와 원자 간의 상호 작용을 조정하는 세 번째 단자로 구성된다. 그 결과 열전도율이 변화하고 열 이동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게 된다. 후는 이 장치의 발명으로 이제 "필요에 따라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열을 조작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컴퓨터의 과열을 방지하고 한때 낭비되었던 에너지를 다시 회수하여 재사용하는 것도 모두 포함된다.
이 새로운 장치는 원자 수준의 결합을 활용하지 않는 최근에 설계된 다른 열 트랜지스터와의 비교 실험에서 몇 배나 더 나은 성능을 보였다.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오하이오주립대학의 실험 물리학자 조셉 헤레만스(Joseph Heremans)는 "새롭고 우아한 설계가 특정 영역에 탁월한 속도로 냉각된 전력을 전달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이 새로운 장치가 열 스파이크를 1,300%까지 극적으로 완화하고 이 모든 제어를 높은 신뢰성으로 달성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라이스대학의 기계 공학자 제프 웨마이어(Geoff Wehmeyer)는 전기로 원자 간의 결합을 조작하여 열을 제어하는 새로운 기술이 "향후 많은 기초 연구에 동기를 부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기 트랜지스터와 결합해 시너지 효과 기대돼
한편 제틀은 열 트랜지스터에 관한 연구가 아직 더 많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결정적으로 완전한 하이브리드 전자-열 회로를 만들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열 제어 회로를 기존의 전기 회로와 통합해야 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제틀은 이 새로운 장치가 "전자 장치와 열에너지 흐름을 우아하게 결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후와 그의 동료들은 이미 장치의 성능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 장치의 구조와 소재를 실험하고 있다. 또한 3D 적층 칩을 비롯한 다양한 시스템에 통합하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3D 적층 칩은 2D 칩을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근본적인 확장 문제를 해결하지만, 냉각이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어서 이에 관해 연구를 더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초소형 열 제어 트랜지스터는 의료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다. 후의 연구팀은 종양학자와 협력하여 열 트랜지스터가 악성 세포에 치명적인 수준의 열을 전달하기 위해 자성 입자를 사용하는 온열요법이라는 암 치료법을 발전시킬 수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후는 열 트랜지스터를 프로브나 나노 입자에 통합하여 종양학자들이 열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게 되면 암세포는 소멸시키고 건강한 세포는 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기 트랜지스터의 발명이 현재의 기술 시대를 여는 혁신의 물결을 일으킨 것처럼, 열 트랜지스터 역시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후는 기대했다. "이 발명은 열 관리, 열처리 및 새로운 컴퓨팅 패러다임에서 엄청난 기회를 열어줄 것이다"라고 후는 말했다. "열 트랜지스터는 미래로 가는 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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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지원 나선 정부, 팁스(TIPS) 예산도 대폭 증액
비효율적 예산 책정 언제까지? R&D 예산 삭감 의미 퇴색 가능성
"중장기적 창업환경 조성 필요, 단순 증액으론 문제 해결 힘들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일 세종 중기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중소벤처기업부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올해 총 3조7,121억원 규모의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유망한 창업가들을 지원한다. 민·관이 공동으로 유망 창업기업을 발굴하는 팁스(TIPS) 프로그램은 4,715억원, 시스템반도체나 바이오·헬스 등 10대 신산업 기업을 지원하는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는 1,031억원을 각각 배정했다. 이외에 창업기업의 해외진출과 해외인재의 국내 창업 활성화 지원, 재도전 관련 예산도 대폭 확대했다.
벤처 예산 확대, 벤처 생태계 회복 나선다
중소벤처기업부는 3일 '2024년 중앙부처 및 지자체 창업지원사업 통합공고'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총액은 지난해 3조6,668억원 대비 453억원(1.2%) 늘어난 규모로 2년 연속 역대 최대 액수다. 지원 분야는 △융자·보증 △사업화 △R&D(연구개발) △글로벌 진출 등 8개 유형이며, 융자·보증 분야에 대한 지원이 총 2조546억원으로 전체의 55.3%다. 단일 사업으로는 팁스 예산이 가장 많이 늘었다. 팁스는 민간이 혁신 창업기업을 투자하면 정부가 R&D, 사업화 자금 등을 연계 지원하는 방식인데, 지난해 1,591개 기업 대상 3,782억원을 지원에서 올해 1,925개사 4,715억원까지 확대됐다. 총 지원 규모가 약 24.6% 증가한 셈이다.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 예산 1,031억원은 505개사에 나눠 투입되며, 창업기업의 글로벌 협업을 지원하는 사업은 290개사에 430억원을 투입한다. 창업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K-스타트업 센터 사업도 140개사 대상 154억4,000만원이 편성됐다. 이외 글로벌창업사관학교에서 60명을 키우는 데 138억원, 해외실증 등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 99억원(140개사)이 각각 배정됐다. 해외 성과 창출이 기대되는 ICT 혁신기술 기업을 돕는 K-Global 해외 진출 지원사업에 57억6,000만원(150개사), 관광 글로벌 선도기업 육성사업에 74억9,000만원(30개사)이 편성되기도 했다.
사진=Adobe Stock
규모 증액에 매몰된 정부, 예산 효율성은 어디로?
올해 예정된 창업지원사업은 총 397개에 달한다. 특히 중앙부처 중엔 중소벤처기업부가 2조원이 넘는 융자를 포함해 37개 사업에 3조4,038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지자체 중에선 서울시가 385억원을 투입해 전체 지자체 지원액 1,500억원의 25.5%를 담당했다. 대규모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벤처 업계의 숨통을 틔우고 벤처 생태계를 회복하겠단 취지지만, 일각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예산 효율화를 위해 R&D 사업 예산도 대폭 삭감한 상황에서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벤처 예산만 늘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적재적소에 배치되지 못한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낭비된 사태는 이미 이전에 가시화된 바 있다. 지난 2021년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실은 "정부 지원을 받아 설립된 지 5년 이상 지난 청년창업기업 3곳 중 2곳이 '매출 0원' 업체였다"고 밝혔다. 의원실에 따르면 5년 이상 된 사관학교 1기(2011년)부터 6기(2016년)까지 총 1,515곳의 업체 가운데 1,027곳(67.7%)의 매출이 0원이었다. 사업 실패로 폐업 상태이거나 명목상 법인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란 의미다. 고용 상황도 열악했다. 1~6기 중 5년이 지나도록 단 한 명도 고용하지 않은 업체가 873곳(57.6%)에 달했다. 고용인원 10명 미만도 496곳(32.7%)이었으며, 10명 이상의 두 자릿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곳은 146곳(9.6%)에 불과했다.
이에 당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창업 성공률이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중장기적 창업환경 조성보다는 당장의 성과로 홍보할 수 있는 현금 지원 정책 등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지만, 작금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창업환경에 대한 개선 없이 현금 지원 규모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 지원'에만 집중된 정책적 한계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한 전문가는 "초기 현금 지원은 청년 창업가들의 초기 문턱을 낮추는데 효과적이긴 하나, 더 중요한 건 7~10년 이상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전략적 접근과 창업환경"이라며 "중장기 생존율을 기하급수적으로 낮추는 '가시 못 규제' 완화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벤처 예산의 효율적 분배를 이루지 못하다면 R&D 예산 대폭 삭감이란 정부의 자구책에 당위성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예산의 절대 규모 증액에 매몰된 행태를 타파하고 적절한 사후관리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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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설계도면 통째로 유출, 국가핵심기술도 보안 '취약'
정보보안 인식 '저조', "돈 버는 직무 아니니 취급도 안 좋아"
퇴직자 기밀 유출 심각한 수준, "보안실태 점검 필요해"
대만 정부의 첫 자체 잠수함 '하이쿤'의 모습/사진=대만 총통부 플리커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개발한 잠수함의 설계 도면이 대만에 통째로 유출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해당 도면은 대만 정부의 첫 자체 잠수함 '하이쿤' 개발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기술 유출을 감행한 이들에 대한 도덕적 비판이 오감과 동시에 기술 유출을 막을 만한 보안 시스템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한 한화오션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한화오션 측은 "국가핵심기술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보안 논란을 거듭 해명했지만, 이미 실제 피해 사례가 확인된 이상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 기술 유출, '보안 공백' 가시화
3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한화오션 전 직원 A씨 등 두 명을 기술 유출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이들은 한화오션 근무 당시 도면을 빼돌린 뒤 잠수함 개발 컨설팅 회사인 S사로 이직했고, 이후 도면을 대만 측에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기술 유출을 막지 못한 S사도 입건했다. 대만으로 넘어간 2,000쪽 분량의 잠수함 설계 도면은 한화오션이 2019년 인도네시아에 1조1,600억원에 3척을 판매한 ‘DSME1400’ 모델이다. 이번 유출 사건에 대해 대만 정부의 잠수함 개발 사업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대만 국영 대만국제조선공사(CSBC)에서 한화오션의 잠수함 설계 도면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건 전문가들 사이에서 꽤 알려진 사실"이라며 "대만 정부 차원에서도 최소 6개월에서 수년 동안 대만에서 일하는 조건으로 한국 전문가들에게 거액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잠수함 컨설팅 업체 S사가 대만 정부와 함께 공정마다 한국인 전문가를 추천해 채용하고 있다”며 “수년 전부터 많은 한국 전문가가 일하고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도면 유출 사실은 대만 내 친중 성향의 국회의원이 제보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한화오션의 설계 도면이 CSBC 등 주요 관계자 사이에서 돌아다니자 이를 한국의 대만대표부에 알린 것이다. 중국은 대만과의 갈등과 남중국해 영토 분쟁 등을 이유로 대만의 잠수함 개발 사업을 적극 견제하고 있다. 제보는 한국 방위사업청과 국가정보원 등에 전달됐고 경찰도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S사 직원 상당수가 대만에 있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직접 수사가 쉽지 않은 데다 대만 정부의 협조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해군 간부 출신인 S사 대표 역시 대만에 머물며 수사당국의 수사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S사 관련자들은 대만에 한화오션의 잠수함 도면을 넘기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S사 측은 “인도네시아로 잠수함을 수출했을 당시 도면도 함께 넘어갔다”며 “이 과정에서 대만으로 불법 유통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기술 유출 예견된 일, 정보보안 인식 높여야"
기술 유출 피해를 입은 한화오션 측은 사건과 관련된 이들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강조하고 나섰다. 한화오션은 "기술유출 사건과 관련해서는 과거 대우조선해양 시절을 포함해 범죄 관련자들에 대해선 단호하고 엄중한 책임을 묻고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술 보안의 취약성이 기술 유출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국가핵심기술 보호에는 만전을 기하고 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 국가정보기관 등과 상시적인 공조와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실제 피해 사례가 발생한 이상 기업의 기술 보호 시스템 자체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보보안 직종에 몸을 담고 있는 이들은 이 같은 유출 사고가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는지 모른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국내 기업 임직원들의 정보보안 직무 이해도가 지나치게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한 정보보안 업무 관계자는 "정보보안 직무는 결국 현업에서 지원하는 부서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 을일 수밖에 없다"며 "직접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부서도 아니고, 오히려 보안을 위해 돈을 쏟아야 하는 부서인 만큼 그 정도가 더 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애초 정보보안을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용도로 보는 이들이 거의 없다"며 "대부분 정보 유출에 대한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정보보안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이 정보 유출을 할 시 처하는 벌금형에 비하면 국내에서의 정보 유출은 항상 일어나는 일인 데다 처벌도 솜방망이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정보보안의 중요도가 높지 않다"라고도 덧붙였다.
사진=Adobe Stock
밑 빠진 독에 물만 붓는 기업들, "'두꺼비'조차 없다"
정보보안에 대한 인식 자체가 결여돼 있는 경우도 많다. 애초 CEO나 임원이 관련 규정을 먼저 무시하거나 본인만큼은 보안에서 예외를 요구하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직책이 높을수록 기업의 핵심 정보를 더 많이 알고 있음에도 권력을 활용해 보안에서 프리패스를 자행하다 보니 기업 전반의 보안체계가 어그러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별도의 보안 솔루션이 마련돼 있지 않은 외부 인터넷망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보안 담당자가 제대로 지정돼 있지 않다는 점, 핵심 인력으로 분류돼 있던 임직원이 퇴직해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점 등도 문제로 꼽힌다. 특히 퇴직자의 기업비밀 침해는 가장 큰 구멍 중 하나다. 최근 고용 불안과 퇴직 연령이 하향 추세에 접어들면서 임직원이 장래 재취업의 불안에서 오는 대책으로 기업의 비밀을 사유화하려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보화 사회에 접어든 오늘, 이제는 국가 간 무력 전쟁보단 치열한 '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보활동엔 언제나 공격과 방어의 양면성이 내포돼 있겠지만, 아무리 경쟁사나 경쟁국의 주요 정보를 얻는다 한들 자사 또는 자국이 지니고 있던 핵심 정보를 지속적으로 유출한다면 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 국내 다수 기업들은 여전히 자사의 보안환경에 대한 자기반성 없이 기밀 유출을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 IT 인프라 발전에 따라 정보전의 역할은 더욱 높아졌지만, 이에 당연히 따라와야 할 '방어'의 기술이 전무한 상태란 의미다. 잠수함 설계 도면 유출은 밑 빠진 독을 막아줄 '두꺼비' 하나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여준다. 보안실태 점검 및 적절한 대책 강구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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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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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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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 속도와 개발 실력 간 상관 관계는 영화가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
실제 개발 실력은 코딩 속도, 코딩 언어와 무관, 차라리 코드 간결성이 좀 더 관련 있어
진짜 실력은 회사의 사정과 프로젝트 목적에 맞는 개발을 효과적으로 해 낼 수 있느냐로 판단해야
사업 초창기, 한국에서 Data Science와 개발을 동일시하는 황당한 사고방식을 마주 대하면서 적지 않게 충격을 먹고 있던 시절, 개발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들에게 메일을 꽤나 받았는데, 그 분들이 공통적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방식이
특정 언어를 몇 년간 써서 개발 했다
어떤 회사에서 언어를 뭘 쓰면서 무슨 개발을 했다
같은 내용들이었는데, Data Science를 계산과학이라고 생각하는 내 입장에서는 정말 아무런 관련이 없는 자기 소개라는 것을 이제는 일반인들도 어느 정도는 이해하는 시대가 됐을 것이다. '데이터 과학자'가 되고 싶다면 수학, 통계학을 학부 시절에 얼마나 공부했는지, 그래서 해석개론 이상의 고급 수학에 대한 지식이 얼마나 있는지를 나한테 보내주면서 자기 소개를 했어야 할텐데, 생선 가게에서 야채를 찾은 격이 된 것이다.
그 분들이 계속 강조하는 자신의 강점들을 돌이켜보면, '코드 정합성'을 따질 줄 알고, 내가 수학을 강조하니 자기 기준에 수학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었는지 '평소에도 수학적으로 사고한다'는 내용들을 언급하던데, 요즘 표현을 빌리면 나와는 1도 관계 없는 내용들이었다.
개발자-안-뽑음_202312
개발 잘한다 ≡ 코딩 잘한다?
더 이상 1달 짜리 압축 강의를 유지할 이유를 못 찾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어느 봄, 1달 강의가 끝나는 날 어느 똘망똘망한 눈망울의 학생 하나가 자기가 행정학과 출신의 문과지만 스타트업에서 개발 경력을 1년 남짓 쌓았으니 미국의 데이터 사이언스 석사 과정을 진학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질문을 받았었다.
DS석사 과정은 수학, 통계학 훈련을 얼마나 탄탄하게 받았는지, 그 지식들을 활용해 수학적 직관을 현실 데이터에 응용하면서 필요한 '계산과학적 코딩'을 얼마나 빠르게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지를 따지는 곳이지, 개발용 코딩을 한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이야기를 해 주는데, 모 대기업에서 기지국 통신망 장비들의 신호 중첩을 최소한으로 만들 수 있는 기지국 분배 질문을 하시던 분이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그 똘망똘망한 학생을 쳐다보고 있으시더라.
유사한 종류의 오해를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자주 봤는데, 그 중 하나가
개발을 잘 한다 = 코딩을 잘 한다 (= 데이터 사이언스를 잘한다)
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사고 방식이다.
데이터 과학과 코딩, 개발이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부분은 이미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반복했으니 제쳐두고, 개발을 잘하는 것과 코딩을 잘 하는 것이 왜 같은 역량이 아닌지에만 한번 초점을 맞춰보자.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고, 화면이 뭔가 번쩍번쩍 바뀌고 있으면 코딩을 잘 하는 것일까?
글 서두에 소개한대로, 개발자들이 데이터 과학을 공부하고 싶다며 자신들의 역량을 (최대한 건조하게) 자랑하던표현에는 '코드 정합성'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아마 개발 학원에 처음 가면 'Hello World!'가 뜨도록 하는 코드를 카피하는 것과 더불어, OOP(객체지향형 프로그래밍)이라는 표현을 배울텐데, 그렇게 OOP라는 개발 철학에 맞춰 개발하는 것이 개발을 '잘'하는 것이지,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인다고 개발을 잘 하는 것이 아니다. 그건 영화들이 만든 허상일 뿐이다.
실력 좋은 개발자는 논리적 구조에 맞춰 프로그램을 짜는 개발자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펜을 정신없이 놀리면 글을 잘 쓰는 사람일까?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이 쉴새없이 움직이면 글을 잘 쓰는 사람일까?
아마 글을 잘 쓰는 문인으로 사회적 존경을 받는 사람들 중에 생산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최악인 분들도 정말 많을 것이다. 하루에 1페이지도 못 쓰는데 전세계인이 감동적으로 본 드라마인 '왕좌의 게임'을 쓴 작가도 있다. 생산성, 혹은 속도라는 측면이 강조되는 글 쓰기 자리를 굳이 꼽으라면 언론사의 기자 업무가 좀 관련될 것 같고, 블로그 마케팅을 하는 외주 회사들에서 마케터라는 업무도 관련성이 높아 보인다.
개발자도 상황에 따라 실력을 평가하는 관점이 천차만별일 것 같기는 한데, 일단 글의 표현력이나 창의성, 담긴 지식 등의 문장력에 해당하는 부분을 제쳐놓고 '문법'에 맞고, '논리적'으로 글을 써야 하듯이, 개발자들도 기본기에 해당하는 개발 '문법'과 '논리'에 맞는 개발을 하는 사람들이 개발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속도전을 하는 회사에서 이미 정해진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개발을 하고 있다면 당연히 신문사 기자 같은 역량을 갖춘 개발자가 대접 받겠지만, 코드를 잘 치는 것과 개발을 잘 하는 것은 1:1의 관계는 아니라고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다.
수학 잘 하는 것 ≠ 실력 있는 데이터 과학자
난 수학을 잘 하는 것과 데이터 과학자가 되는 것은 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매번 수학, 통계학을 강조하니 얼핏 공감이 안 되겠지만, 내 기준에 필요한 수학은 학부 저학년에 배우는 선형대수학, 미분방정식에 불과하다. (단지 한국의 대학 수학 교육이 심각한 상태라 선대, 미방도 문제 풀이만 할 줄 알지, 글로벌 교육 방식으로 응용력이 제로인 부분 때문에 수학 교육을 강조할 뿐이다.)
난 한번도 해석개론 이상의 학부 고학년 수학을 수업 시간에 다룬 적이 없고, Data Science를 가르친다면 MBA/DBA 같은 학위는 물론이고, BSc, MSc 레벨에서도 다룰 생각이 없다. PhD에서도 가르쳐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오히려 내 입장에서 훨씬 더 중요한 부분은 주어진 데이터에 배운 지식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직관적 이해가 되는지, 다른 사람의 논리 속에 담긴 문제를 데이터 과학의 지식으로 풀어내는 사고가 빠르고 정확한지에 대한 부분이다.
같은 맥락에서 개발자도 GoLang, ErLang, LISP 같은 고급(?) 언어를 잘 하는 것이 실력 있는 개발자가 아니다. 고급 수학을 못 따라가면 학교에서 연구자로 못 살아남고 기업체로 쫓겨가는 것처럼, 그런 고급 언어는 쓰는 기관들이 따로 있을 것이다. 같은 논리에서 실력파 개발자들은 Java, Javascript 같은 기본 언어에 대한 탄탄한 지식을 갖추고, 뒤에 있는 Low level 언어인 C같은 언어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는 상태에서, 사업 목적과 회사 상황에 적절한 개발을 오류 없이, 빠른 속도로 해 내는 집단이다.
안타깝게도 난 한국에서 그런 개발자들과는 인연이 없었다.
거의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Data Science가 개발과는 무관한 지식이라는 걸 한국 개발자 사회가 이해 못하는 것에 비견될만큼 업무 이해 속도가 느렸고, 회사의 주어진 상황에 맞게 대응을 하는 역량, 새롭게 주어지는 지식에 대한 학습 속도도 내 입장에선 불편함을 감추기 어려울만큼 답답했다.
어쩌면 남들이 해 놓은 것들을 따라치는 반복 작업이 대부분인 한국의 개발 문화에 내가 원하는 것이 '생선 가게 - 야채 가게' 같은 상황이었을지 모른다.
근데, 그렇다면 굳이 개발자들을 뽑아서 6개월, 1년씩 개발해야하나? 워드프레스는 이미 수십년간 쌓인 생태계 속에 수 많은 플러그인들을 다 갖고 있는데? 그 플러그인을 갖다 써서 구글 페이지 스피드 모든 영역에서 100점을 만드는데 불과 2달 걸린 웹사이트와, 개발자들 10+명을 1년, 2년 고용해서 만든 웹페이지가 평균 70점을 못 넘기는 것을 비교해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어야 상식의 범위 안에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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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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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구독자 중 25%, 지난 2년간 ‘최소 3개’ 서비스 구독 해지
‘인상된 구독료’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해지 고객 늘어
토종 OTT도 사정 다르지 않아, ‘할인 정책’으로 기존 고객 붙잡기도
사진=넷플릭스
최근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 현상이 심화함에 따라 구독을 해지하는 미국인들이 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OTT 플랫폼들은 광고가 포함된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하거나 경쟁사와 협력해 번들 상품을 내놓는 등 다양한 시도를 벌이고 있다. 국내 토종 OTT들도 고금리와 경기 침체 영향으로 이탈하려는 구독자들을 붙잡기 위해 구독권 할인 정책을 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글로벌 OTT에 밀려 악화된 수익성 개선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구독료 인상에 스트리밍 서비스 해지하는 사용자 늘어
2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독 분석 제공업체 안테나(Antenna)의 조사를 인용해 메이저 스트리밍 서비스의 미국 구독자 중 25%가 지난 2년간 최소 3개의 서비스 구독을 해지했다고 보도했다. 애플TV와 디스커버리+, 디즈니+, 훌루, 맥스, 넷플릭스, 파라마운트+, 피콕, 스타즈 등이 구독 해지된 서비스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도 이들 서비스를 해지한 미국 구독자는 6.3%에 달했다. 이는 1년 전 5.1%보다 1.2%p 늘어난 수치로, 스트리밍 업체들의 고객 지배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내 스트리밍 서비스 해지율 증가의 원인으론 비용 부담이 꼽힌다. 스트리밍 업체들은 그간 치열해진 경쟁 속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구독료를 인상해 왔다. 최근 동시 시청 가능 기기 4대인 고화질의 프리미엄 구독료를 22.99달러로 인상한 넷플릭스가 대표적이다.
구독자들의 이탈이 잇따르자 OTT 플랫폼들은 위해 저렴한 광고형 요금제를 출시하거나 경쟁사와 협력해 번들 상품을 내놓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훌루는 광고가 포함된 구독료를 6개월간 1달 구독료(7.99달러)의 절반 가격도 안 되는 2.99달러에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으며, 버라이즌은 지난달 넷플릭스와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OTT ‘맥스’를 묵은 번들 상품을 출시, 별도 구독료를 월 10달러로 낮추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스트리밍 업계는 구독을 해지한 소비자를 다시 복귀시키기 위한 전략 마련에도 집중하고 있다. 안테나에 따르면 프리미엄 스트리밍 서비스를 해지한 고객 4명 중 1명은 4개월 안에 다시 해당 서비스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3명 중 1명은 7개월 안에, 절반은 2년 안에 재구독을 시작했다. 실제로 디즈니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디즈니+’의 유료 구독을 시작한 미국 소비자 중 60%는 광고가 포함된 요금제를 선택해 구독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안테나의 조너선 칼슨 공동 설립자는 “스트리밍 업체들에 구독자 유지는 더 이상 처음 그들을 확보했을 때 신규 구독자를 유지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이는 평생 고객 관계를 관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익성 악화에도 ‘구독권 할인’ 내세우는 토종 OTT
국내 토종 OTT들도 구독자 이탈을 막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먼저 웨이브는 지난해 12월 18일부터 연말까지 ‘2023 웨이브 연말 감사제’를 통해 베이직, 스탠다드, 프리미엄 멤버십 모두의 12개월 이용권을 기존 25% 할인에서 41%로 할인 폭을 늘려 판매한 바 있다. 웨이브의 할인 프로모션은 올해만 7번째며 이외에도 11번가, 티몬 등 이커머스 기업과 연계한 이용권 할인을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다. 왓챠도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오는 7일까지 프리미엄 1년 이용권(15만4,800원)을 40% 할인한 9만2,880원에 판매한다. 최근 월 구독료를 올린 티빙 역시 베이직, 스탠다드, 프리미엄 멤버십 모두의 연간 이용권 구독료를 기존 25%에서 31%로 할인 폭을 늘렸다.
토종 OTT들의 할인 프로모션 경쟁이 과열되자 수익성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이미 토종 OTT 대부분이 글로벌 대형 OTT의 공세에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티빙의 영업손실 규모는 2021년 762억3,457만원에서 지난해 1,191억5,097만원으로 56% 이상 늘었으며, 웨이브도 같은 기간 558억2,223만원에서 1,216억8,116만원으로 영업손실이 증가했다. 왓챠는 2019년부터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자본잠식 상태에 머물러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토종 OTT들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방편으로 구독료 인상 정책이 꾸준히 논의돼 왔지만, 글로벌 OTT와의 경쟁에서 밀리자 이용자 이탈을 막기 위해 오히려 구독권 할인을 내세우고 있다”며 “ 글로벌 OTT의 구독료 인상 정책에 따라 당분간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겠지만, 향후 영업손익을 전환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전략인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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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2일부터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 본격 시행
확률형 아이템 유형 및 확률정보 투명 공개가 주요 골자
법적규제보다는 자율규제가 더 실효성 높을 것이라는 지적 잇따라
오는 3월부터는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구체적인 확률 수치를 게임 이용자들이 알기 쉽게 공시해야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이번 규제가 확률형 아이템 과소비를 막을 수 없을뿐더러, 오히려 확률의 구체적인 수치를 알게 된 게임 이용자들이 해당 정보를 기반으로 구매 횟수를 기존보다 늘리는 등 과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보다는 게임 업계의 자율 규제에 맡겨 공공 부문보다 효율적인 규제를 해 나가는 편이 더 올바르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사진=문화체육관광부
3월부터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반드시 공시해야
2일 문체부는 제1회 국무회의에서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 내용 등을 담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돼 3월 22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라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을 제공하는 모든 게임물의 유형과 확률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별 공급 확률정보 등을 표시하기 위해 시행령 제19조의2 및 별표 3의 2등을 신설한 것이다.
개정안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확률형 아이템 유형 및 표시 정보를 빠짐없이 규정했다. 이를 통해 게임이용자들에게 친숙한 확률형 아이템 유형인 캡슐형, 강화형, 합성형, 컴플리트가챠, 천장 제도 등의 확률 정의가 더욱 뚜렷해졌다. 나아가 새로운 확률형 아이템 유형이 등장할 경우 문체부 장관이 고시로 확률정보를 추가로 표시할 수 있는 근거 규정도 마련됐다.
확률형 아이템을 제공하는 모든 게임물은 원칙적으로 확률 정보 등을 표시해야 한다는 규정도 시행령에 명시됐다. 다만 ▲청소년 게임제공업과 일반게임제공업에 제공되는 게임물 ▲교육과 학습, 종교 등 등급 분류 예외의 용도로 제작되는 게임물 ▲게임물을 제작, 배급 또는 제공하는 자 모두가 3년간 연평균 매출액 1억원 이하인 중소기업 등의 경우엔 표시 의무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어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종류별 공급 확률 정보 등은 게임이용자가 확인하기 쉬운 형태로 제공돼야 한다. 공급 확률은 백분율로 표시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소수점 이하 특정 자리에서 반올림해 표시하도록 규정됐다. 또한 ▲표시 대상 정보 변경 시 사전 공지 원칙 ▲게임물, 홈페이지, 광고·선전물 등 매체별 표시 방법 ▲검색 가능한 형태로 정보 제공 등을 규정하면서 게임 이용자들의 확률정보 접근성을 강화했다.
아울러 문체부는 24명 규모로 구성된 확률형 아이템 모니터링단을 설치하고, 확률정보 미표시와 거짓 확률 표시 등 법 위반 사례를 철저히 단속할 방침이다. 또한 자체 등급 분류사업자(삼성전자, 구글, 애플 등)와 협업해 표시 의무 위반 게임물이 자체 등급 분류사업자 플랫폼을 통해 유통될 수 없게끔 하고, 국내 대리인 제도를 추진하는 등 해외 게임사도 확률정보 공개 의무를 따를 수 있도록 관리할 계획이다.
전문가들 "오히려 과소비 유인 키울 수도"
다만 이번 개정안을 둘러싸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개정안의 핵심 취지는 확률형 아이템이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판단 아래 구체적인 확률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이용자들이 손익비를 깨닫게 하고 도박 심리를 낮추겠다는 건데, 확률형 아이템과 사행행위의 차이를 면밀히 살펴보면 확률형 아이템 구매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이용자들의 '도박 행위'가 아닌 과도한 '소비' 행동에 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사행성 잠재우기'에 초점을 맞춘 개정안의 제도적 실효성은 사실상 미비하며, 오히려 과소비 유인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확률형 아이템의 경우 일정 확률에 따라 아이템을 획득하는 방식으로 구성된 만큼 '사행적' 요소가 포함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사행행위와 확률형 아이템의 속성을 보면 명확히 구분되는 지점이 존재한다. 물론 확률형 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해선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획득 과정에 있어서도 우연성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로 이뤄져 있는 만큼 사행적 요소가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행행위에 해당하기 위해선 본질적으로 이용자에게 재산상의 이익이나 손실을 줘야 하는데, 확률형 아이템은 결과물로 현금이 나오는 게 아닌 게임 내 사용할 수 있는 재화가 나온다. 즉 현실 세계의 금전적 가치로 곧바로 전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행행위 요건 중 핵심 요소인 환가(재산상 이익 또는 손실) 가능성 자체가 확률적 아이템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옳다. 다시 말해 게임 이용자들의 확률형 아이템 구매는 소비 활동의 일환이지 사행행위로 규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개정안을 통해 공개된 게임 아이템의 확률이 극단적으로 낮지 않은 이상, 공개된 수치를 기반으로 실제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게임 이용자들이 구매를 반복할 유인이 커질 것이라는 비판도 잇따른다.
무조건적인 법적 강제성보다는 업계 자율이 우선돼야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처럼 무조건적인 법적 규제를 가할 경우 국내 게임산업 생태계 자체를 파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과거 '셧다운제'나 '4대 중독법' 등 계속적인 법적 규제로 인해 산업 성장에 지체를 보였던 사례를 감안하면, 이번 추가적인 법적 규제 또한 오히려 국내 게임산업 생태계를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규정안 적용에 있어 산업적 특성을 고려해서 효율적 규제가 가능하고, 규제 재·개정의 유연성, 규제 비용 절감, 높은 규제 준수 유인책, 규제 연착륙이 가능한 자율규제가 법적규제에 우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에서도 해당 문제에 대한 대안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2015년부터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강령을 시행함으로써 이용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며, 2017년과 2018년에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를 통해 자율규제를 한층 더 강화했다. 미국 등 주요국의 경우에도 업계 스스로 룰을 정해 이를 철저히 노력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업계만 살펴봐도 업체들은 자율적으로 고객들에게 제품의 대한 정확한 확률 정보를 제공해 최고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이를 어기는 업체가 있을 경우 업계 전반이 퇴출을 요구한다. 고객은 물론, 정부로부터의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는 이유에서다.
비슷한 맥락으로 게임 업계에선 관련 기술과 사업 모델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정부 등의 공공 영역에서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견해가 주를 이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몇 년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면서 자율규제에 대한 논의가 성숙해지고 있는 과정에서 새로운 법적 규제로 인해 그간 축적된 노력과 노하우가 사라지는 것도 아쉽다는 의견도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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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매출 16억 달러 달성한 오픈AI, 챗GPT 유료 서비스 효과
일부 경영진 올해 '3배 성장' 전망, 업계는 "그렇게 안 될걸"
'생성 AI' 시장 경쟁, 구글·메타 등 거대 빅테크 필두로 불붙었다
사진=오픈AI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지난해 매출이 2조원을 넘어섰다. 2일 (현지시간) 미국 정보통신(IT) 매체 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은 오픈AI의 지난해 매출이 16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챗GPT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가파른 실적 성장세가 입증된 가운데, 곳곳에서는 오픈AI의 미래 성장에 대한 상반된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 예상 넘어선 오픈AI, 챗GPT로 고성장
앞서 2022년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오픈AI가 내부적으로 2024년 연 매출 1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생성 AI(인공지능) 시장 지배력에 비해 실적 성장 기대치가 그다지 높지 않았던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오픈AI는 2022년 연간 매출(2,800만 달러)의 약 57배에 해당하는 16억 달러 매출을 기록, 기존 예상치를 보란 듯이 무너뜨렸다.
오픈AI의 기업 가치는 1년 새 눈에 띄게 급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오픈AI가 새로운 자금 조달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며, 기업 가치는 1,000억 달러(약 130조원)로 평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최근까지 알려진 오픈AI의 시장 가치(860억 달러) 크게 웃도는 수준이며, 지난해 1월 밝혀진 시장 가치(300억 달러)의 3배를 넘어서는 규모다.
오픈AI의 실적을 견인한 것은 다름 아닌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 챗GPT다. 오픈AI는 △유료 구독 서비스 '챗GPT 플러스' △기업용 인공지능(AI) 챗봇 '챗GPT 엔터프라이즈' 등 유료 서비스를 마련, 꾸준히 수익성 개선에 집중해 왔다. 오픈AI는 거대한 이용자 기반을 활용해 세계 각국의 고객층을 유료 서비스로 끌어들였다. 샘 알트만 CEO가 지난해 11월 밝힌 챗GPT 주간 이용자 수는 약 1억 명에 달한다.
쏟아지는 경쟁 상대, '3배 급성장' 가능한가
실적 성장세가 입증되자 곳곳에서는 낙관적인 미래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디 인포메이션은 "일부 (오픈AI) 경영진이 오픈AI의 올해 매출은 지난해 3배를 넘는 50억 달러(6조5,5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오픈AI가 '천장 없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초기 시장을 석권하며 시장 지배력을 갖춘 것은 사실이나, 경쟁에 불이 붙은 현시점에서 이전처럼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픈AI의 최우선 경쟁사는 쟁쟁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다. 대표 경쟁 주자로는 AI 챗봇 '바드'를 서비스하는 구글이 꼽힌다. 구글은 오픈AI의 서비스와 자사 서비스의 가격대를 맞추고, AI 소프트웨어를 바꿀 경우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권을 제공하는 등 명백히 오픈AI 이용 고객을 겨냥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오픈AI 'GPT-4'의 성능을 뛰어넘는 최신 대규모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Gemini)를 공개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 IBM 등 50개 이상 AI 관련 기업·기관도 'AI 동맹(Alliance)'을 결성하며 새로운 대항마로 떠올랐다. 이들 동맹은 '개방형 혁신과 개방형 과학'을 목표로 제시, 기업과 학계 등이 무료로 공유할 수 있는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오픈 소스로 제공하고 있다. 폐쇄적인 구글이나 오픈AI와는 정반대 행보다. 경쟁사의 기술력, 지향 방향 등의 격차가 본격적으로 벌어지는 가운데, 과연 오픈AI는 현재 시장 위치를 지켜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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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정 합의안 따르면 대부분의 오픈소스 AI 모델은 면제
위험도가 높은 범용·기반 모델은 규제 대상에 포함
깃허브 등 오픈소스 생태계 주체, 지속가능성 위한 노력 지속해야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저희 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 (GIAI R&D Korea)에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사진=AI Business
2023년 말, 유럽 의원들은 수년간의 교착 상태 끝에 마침내 AI 규제 방안에 대한 초기 합의에 도달했다. EU AI 법안은 시민의 권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따라 모든 AI 시스템을 분류하는 위험 기반 규율이다.
무료 오픈소스 AI 모델은 EU AI 법에서 대부분 면제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규정의 문안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으며 공개되지 않았다.
AI 비즈니스는 깃허브(GitHub)의 최고법률책임자 셸리 맥킨리(Shelley McKinley)와 이 EU AI 법이 오픈소스 개발에 미칠 영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Microsoft가 소유한 깃허브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오픈소스 저장소이자 커뮤니티다. 법안의 규정에 따라 깃허브의 향후 운영 방침이 AI 관련 산업과 기관 그리고 개인에게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EU AI 법이 생각하는 오픈소스 모델
"잠정 합의안이 최종 규정에 반영된다고 가정하면, EU AI 법은 대부분의 오픈소스 AI 개발자에게 혁신을 계속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줄 것이다"고 맥킨리는 말했다. 특히 전체 AI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세트, 학습 코드, 모델,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등 AI 구성 요소를 구축하고 공유하는 개발자들은 법의 영향권에 밖에 있다.
대부분의 오픈 소스는 예외를 인정받았으나, 금지된 시스템, 고위험 시스템, 투명성 의무가 있는 시스템, 규모가 가장 큰 기반 모델 등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오픈 소스를 제한한다. 따라서 오픈 소스이든 폐쇄형이든, AI 법은 시스템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범용 모델을 규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즉 영향력이 큰 범용 모델을 구축하는 개발자는 문서화, 평가, 통지, 에너지 사용 보고 및 사이버 보안 요건과 관련하여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 이는 개발자가 책임감 있게 혁신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위험에 초점을 맞춘 깃허브의 AI 규제 접근 방식과도 일치하는데 아직 규제 문서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여서 추가되는 규정이 있는지 주시해야 한다.
"오픈 소스와 개발자에게 미치는 영향 측면에서 정책 입안자들이 2021년 유럽 집행위원회의 제안 이후 우리가 주장해 온 대로 고위험 시나리오를 규제하는 것과 오픈 혁신을 활성화하는 것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았다고 생각한다"고 맥킨리는 설명했다. 아직 많은 작업이 남아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개발자 입장에서 보면 이번 정치적 합의는 합리적이며 고무적인 결과라는 반응이다.
'과도한' 규제의 부작용은?
맥캘리는 오픈소스에 대한 면제가 없었다면 개발자들이 유럽 시장에서 오픈소스 AI에 대한 업스트림 기여를 철회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단언했다. 이는 EU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전반적인 혁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어디에나 존재하며, 최신 시놉시스(Synopsys) 보고서에 따르면 오픈소스 구성 요소는 소프트웨어의 96%에 포함되어 있고 특정 소프트웨어의 76%를 차지한다. 따라서 개발자들의 활발한 지식 공유와 기여 문화가 주춤하면 오픈소스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현대의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에 심각한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잠정 합의안은 광범위한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고위험 AI 시스템을 규제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이며, 정책 입안자들이 커뮤니티의 요청에 귀를 기울여 최종 문안이 개발자들이 EU에서 책임감 있고 개방적으로 계속 협업하고 혁신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는 낙관이 전망된다.
오픈소스는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깃허브의 전략
"오픈소스 생태계를 지원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는 조직이 오픈소스에 어떻게 의존하는지에 대해 교육하고, 조직이 의존하는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다"고 맥캘리는 강조했다.
깃허브는 최근 깃허브 스폰서(GitHub Sponsor)를 만들었다. 오픈소스의 사용자 입장에 있는 조직은 사용하는 오픈소스의 유지관리를 위해 인재 채용을 따로 진행할 필요 없이, 해당 오픈소스의 관리자에게 재정 지원을 직접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사용자와 관리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전략 방안을 구축한 것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술 인재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고, 개발자들의 오픈소스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상생 전략이 고안된 것으로 사료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이 정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일례로 독일 소버린 테크 펀드(German Sovereign Tech Fund)는 주요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유사한 재정 지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깃허브는 인터넷 자유 인프라를 지원하기 위해 오픈 테크놀로지 펀드(Open Technology Fund)의 무료 및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지속 가능성 기금을 지원하고 있다.
모든 조직은 기술 인재 유치를 넘어서 개발자가 흐름을 파악하고 창의력을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되는 AI 도구에 투자하고, 경영진과 소통의 창구를 열어두고, 조직 내 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EU의 AI 법안뿐만 아니라 다른 AI 규제 속에서도 오픈소스 개발 문화가 존중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