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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DS] 자율주행 안전성, 기술 개발과 규제 강화의 균형 필요

[해외 DS] 자율주행 안전성, 기술 개발과 규제 강화의 균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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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인간 운전자보다 안전한 자율주행차 개발 위해 엄격한 안전 규제 필요
테슬라·크루즈 사고로 안전성 문제 부각, 실리콘밸리의 '빨리빨리' 문화 부작용
안전 전문가 및 규제 기관의 검증 거쳐 엄격한 안전 규제 프레임워크 도입 시급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저희 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 (GIAI R&D Korea)에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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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cientific American

인공지능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머신러닝 기술이 자율주행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문장을 생성하는 대규모언어모델(LLM)과 공공 도로에서 차량을 운전하는 AI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자율주행차의 소프트웨어는 문장을 생성형 AI 애플리케이션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갖춰야 하는데, 자율주행은 무인 차량의 탑승자뿐만 아니라 도로를 공유하는 모든 사람의 생명 안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성형 AI에서 자주 보는 '환각'과 '탈옥' 증상은 자율주행에서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인간 운전자의 실수로 인한 심각한 교통사고의 발생 빈도는 이미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교통 통계에 따르면 사망 사고는 360만 시간당 한 번, 부상을 유발하는 사고는 6만1천 시간당 한 번꼴로 발생한다고 한다. 이는 411년 동안 한 번의 치명적인 충돌 사고가 발생하고 7년 동안 24시간 연속으로 운전할 때 한 번의 부상을 유발하는 충돌 사고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복잡한 소프트웨어 기반 시스템, 특히 자율주행 시스템이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생산되기 시작하면, 인간 운전자와 같은 수준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테슬라 오토파일럿, 운전자 오용 방지 장치 미비로 리콜

특히 무인 자동차 회사 크루즈(Cruise)가 캘리포니아 안전 규제 당국과 부딪힌 문제와 테슬라(Tesla)가 NHTSA와 충돌한 문제를 들여다보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직면한 몇 가지 안전 문제가 두드러진다. 이 두 사건은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를 넘어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자율주행 애플리케이션에 실리콘밸리의 '빨리빨리' 문화를 도입하려는 두 회사의 시도가 얼마나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안전한 시스템을 개발하려면 속도와는 양립할 수 없으며 인내심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먼저 테슬라의 경우, NHTSA는 운전자의 지속적인 감독과 특정 제한된 도로 및 교통 상황에서 운전자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는 레벨 2 자동화 시스템의 안전 문제를 조사해 왔다. 특히 테슬라 운전자의 자율주행 시스템 사용 중 발생한 일련의 충돌 사고에 대한 2년간의 조사 후, 작년 12월 12일 테슬라가 운전자의 오용 예방에 대한 적절한 안전장치를 포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토파일럿 기능이 탑재된 차량의 리콜 합의안을 발표했다. 포드나 제너럴 모터스도 비슷한 자동화 기능이 있으나, 이들의 시스템과는 완전히 대조적으로,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은 운전자의 시선을 모니터링하여 운전자의 집중도를 평가하지 않았다. 또한 테슬라의 소프트웨어는 차량 통행이 제한된 고속도로인지 아닌지에 관계없이 어디서나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간단한 수정만으로도 운전자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안전 위험을 줄이기 위해 도로 조건이 적합한 장소로 시스템 사용을 제한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테슬라는 이를 거부하고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몇 가지 추가 경고 기능만 구현하는 것에 그쳤다. 시스템이 안전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입증된 곳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지오펜스'(geofence)하고,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고 있는 경우에만 사용하도록 강제하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규제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크루즈의 무인 택시 운행 중단, 자율주행 안전 문제 부각

크루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무인 택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으나, 캘리포니아주 차량관리국(DMV)에 의해 취소됐다. 작년 10월 2일에 발생한 차량 충돌 사고로 차량 아래에 갇힌 피해자가 중상을 입은 사건에 대해 크루즈는 납득 가능한 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해서다. DMV는 이번 운행 중단 명령은 해당 무인 차량의 안정성 및 기술 안전과 관련된 정보를 허위로 진술한 경우 등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내부적으로 크루즈 운영에 대한 종합적인 재검토가 이뤄졌고, 그 결과 조직의 안전 문화와 대중 및 공공기관 관계자들과의 상호 작용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크루즈는 안전보다 개발 및 확장 속도를 중시했고, 무인 차량 호출 서비스를 개발해 온 다른 주요 기업들과 달리 최고안전책임자나 효과적인 기업 안전 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크루즈는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을 내릴 때 안전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와 크루즈의 사태를 통해 이들의 우선순위가 자율주행 시스템의 발전에 있지, 시스템의 안전성에는 무관심하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미국은 안전 전문가와 안전 규제 기관의 적절한 검증을 거쳐 자율주행 기술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업계가 안전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엄격한 안전 규제 프레임워크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는 안전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전례 없이 높은 수준의 신뢰성으로 작동해야 하므로 일반 대중과 안전 규제 당국 모두 입증할 수 있고 설명할 수 있는 증거를 기업으로부터 제공받아야 하는 것이다. 즉 소프트웨어가 머신러닝에만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안 되며 명시적인 알고리즘 안전 가드레일과 통합돼야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다.

자율주행 기술이 아직 성숙 단계에 있고 정확한 성능 기반 규정을 정의하기에는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지만, 안전을 개선하고 안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주 또는 가급적 국가 차원에서 기본 안전 요건을 구현하는 데 먼저 집중해야 한다. 자율주행 시스템(ADS) 개발자와 차량 운영자는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곳에서는 ADS가 작동할 수 없도록 하고 △모든 충돌 사고와 아차 사고(고속 기동과 사람의 조종권 탈취 포함)를 보고하며 △감사 및 규제하에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현해야 하는 일련의 규제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소프트웨어 배포 전에 주 또는 연방 규제 기관의 검토와 승인을 받아야 하는 포괄적인 안전 사례를 개발해야 하는데, 안전 사례는 합리적으로 예측 가능한 위험을 식별하고, 실제 조건에서 사람의 감독하에 테스트한 정량적 증거를 바탕으로 공공 안전의 위험을 어떻게 완화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더 똑똑한 인공지능보다 더 시급한 것은 똑똑한 무인 자동차 규제다.

영어 원문 기사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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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 추진하는 尹 정부, '망 분리 제도' 본격 손질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 추진하는 尹 정부, '망 분리 제도' 본격 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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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6년 도입 이후 먼지 쌓인 '망 분리' 제도, 정부 손질 대상으로
관련 TF 구성 소식 전해져, '제로 트러스트+ 가이드라인' 준비까지
안전하지만 비용·관리 부담 큰 망 분리 제도, 정부의 선택은
해킹_보안_20240109

정부가 망 분리를 중점으로 한 사이버 보안 제도 개선에 힘을 싣고 있다. 망 분리 제도 개선을 위한 범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가 최근 본격 출범, 관련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TF는 '제로 트러스트' 가이드라인을 통해 보안성을 제고하는 한편, 등급제를 도입해 제도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망 분리 제도 개선, 왜 필요한가

망 분리는 지난 2006년 사이버 보안 강화를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로, 인터넷망을 통한 불법적인 접근 및 내부 정보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업무망'과 '외부 인터넷망'을 분리하는 조치를 일컫는다. 망 분리 방식은 크게 △1대의 PC로 업무망과 인터넷망을 나누는 논리적 망 분리 △내부망과 외부망에 각각 연결된 PC를 2대 활용하는 물리적 망 분리로 나뉜다. 망 분리 제도를 도입하면 사이버 보안을 확실하게 강화할 수 있으나, 과도한 규제로 업무 편의성이 떨어지고 예산 부담이 가중될 위험 역시 공존하게 된다.

관련 제도 개선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부각된 것은 '디지털 전환' 흐름이 본격화하면서부터다. 생성형 AI, 클라우드, 스마트 오피스,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반의 구독형 서비스 등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가 보편화했고, 각 기업 및 기관은 디지털 신기술을 본격적으로 업무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확산한 비대면·재택근무 역시 제도 개선 주장에 힘을 실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말 열린 국방혁신위원회 회의에서 '망 분리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학계 의견을 청취, 본격적으로 국가안보실에 관련 검토를 지시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부터 망 분리 제도 개선을 위한 '제로 트러스트 플러스(+) 가이드라인'을 준비해 왔다. 가이드라인은 △예방(공격 빈틈 제로) △모니터링(오·미탐 제로) △대응(내부 악성코드 전파 제로) △복구(공격당할 시 대응 타임 제로) 등 정보보호 분야 전반을 망라한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데이터는 △톱 시크릿 △개인정보 △대국민 서비스 등 3가지 등급으로 분류되며, 매겨진 등급은 현행 망 분리 정책을 유지하거나 완화하는 기준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까다롭고 부담 커" 망 분리 외면받는 이유

망 분리가 현시점 디지털 사회의 '족쇄'로 지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안 업체 일루미오(Illumio)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IT 전문가 및 업체들 중 “현재 망 분리를 적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9%에 불과했다. 반면 망 분리 도입이나 구축 의향이 없다고 밝힌 응답자는 55%에 달했다. 망 분리 구축은 상당히 까다로운 작업이며, 보안 담당자들이 가볍게 도입할 수 없는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도입 방식에 따른 한계 역시 명확하다. PC 2대를 활용하는 물리적 망 분리의 경우 보안성과 안전성이 우수하지만, 별도 네트워크 및 PC에 투입되는 장비 비용 부담이 크다. 보조 저장 매체를 통해 정보가 유출되거나 악성코드가 감염될 위험도 있다. 1대의 PC로 망을 분리하는 논리적 망 분리는 하드웨어 투자 부담이 적지만, 가상 PC를 구동하고 사용자가 클라이언트로 접속해 사용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네트워크 트래픽 부담이 발생한다. 방화벽 정책 설정 오류나 터미널 서버 스토리지를 통한 악성코드 감염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정부 입장에서도 망 분리 제도는 결국 언젠가는 손질해야 할 과제다. 현 정부가 정부·민간 간 자유로운 데이터 이동을 앞세운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망 분리가 디지털플랫폼정부 최상위 통합 플랫폼 'DPG 허브' 구축의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망 분리 제도 개선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관련 업계는 정부의 개선안이 흘러가는 방향에 촉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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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베이스, 가상화폐 시장 침체에 투자 확대 전략으로 대응

코인베이스, 가상화폐 시장 침체에 투자 확대 전략으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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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1년 기점으로 가상화폐 투자 둔화, 2022년 FTX 등 업계 줄도산까지
美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2021년 이례적인 딜 메이킹 기록
올해 EU 시장 진출 추진, 헤지펀드·고빈도매매 파생상품으로 영역 확장 

지난 2021년 11월을 기점으로 비트코인이 하락하면서 가상화폐 거래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1년 후인 2022년 11월에는 세계 3위 가상화폐 거래소인 FTX의 파산으로 가상화폐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한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손꼽히던 FTX의 몰락은 가상화폐 대출 플랫폼 블록파이(BlockFi)의 연쇄 파산으로 이어졌고 근래 가상화폐 업계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으로 기록됐다.

코인베이스, 벤처 부문 자본 유지하며 후속투자에 집중

2022년부터 가상화폐 시장의 거래가 둔화되고 가상화폐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기대 수준이 낮아지면서 전문투자자들의 거래 건수도 급격히 감소했다. 글로벌 투자 전문 연구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코인베이스벤처스(Coinbase Ventures)의 가상화폐 스타트업 투자 거래는 64건으로 2021년 대비 86%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 설립한 코인베이스벤처스는 미국 최대의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Coinbase)의 기업 벤처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코인베이스벤처스는 가상화폐 시장의 투자활동이 정점에 도달했던 2021년, 벤처캐피탈(VC)로는 이례적인 딜 메이킹을 기록하며 가상화폐 거래 열풍을 주도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코인베이스는 투자에 사용하지 않은 드라이파우더의 대부분을 기존 기업의 소유 지분을 늘리는 데 사용하고 있다. 코인베이스벤처스의 샨 아가르왈(Shan Aggarwal) 부사장은 "일반적으로 가상화폐 시장에서 거래 수요가 급증했던 2021년을 가장 성공적인 해로 평가하지만 우리는 지금이 가상화폐 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한다"며 "당시 가상화폐 시장의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자사는 벤처 부문의 자본을 재조정하지 않았고 최근에는 더 큰 규모의 투자와 후속투자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12년 전 설립된 코인베이스는 지난 몇 년간 헤지펀드, 고빈도매매(High-Frequency Trading, HFT)를 위한 파생상품으로 영역을 확장해 왔다. 이러한 기조 속에서 올해는 유럽연합(EU) 시장 진출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코인베이스는 EU에 가상화폐 관련 파생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현지 라이선스인 MiFID II를 가진 회사를 인수하기로 했다. 현재 피인수 기업에 대해서는 공개된 바가 없다. 'MiFID II'는 금융상품 감독을 목적으로 마련된 EU의 규정으로, 주식과 달리 고정수입, 가상화폐, 파생상품 등 다른 자산군에는 투자 상품에 관한 규제가 없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7년 도입됐다.

이번 인수·합병(M&A)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규제당국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코인베이스는 올해 하반기에 거래를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계약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코인베이스는 EU에서 처음으로 파생상품 거래를 선보일 수 있게 된다. CNBC는 코인베이스가 MiFID II 라이선스로 선물이나 옵션 등 규제 적용을 받은 파생상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생상품 시장은 코인베이스에게 중요한 요충지로 파생상품은 헤지펀드, 초단타매매 투자 기업 등을 고객으로 둘 수 있어 거래의 규모를 더 확대할 수 있다. 코인베이스는 이미 비트코인과 다른 가상화폐 현물 거래를 제공 중이다.

대부분 VC들, 신규 투자 중단하고 세컨더리 매매 확대

코인베이스가 드라이파우더를 투입하며 기존의 가상화폐 투자활동을 이어가는 있는 반면, 대부분의 소규모 가상화폐 기업들은 신규 투자를 완전히 중단한 상태다. 최근 비트코인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가상화폐 스타트업 대한 투자금은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올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금리 기조 속에서 많은 LP(출자자)들이 VC 시장에서 이탈하면서 좀비펀드가 확산할 것으로 전망한다. '좀비펀드'란 추가 수익 창출을 위해 신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펀드 만기를 넘긴 기존 투자 포트폴리오만 운용하는 펀드로, LP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스타트업 상장이나 인수 시 수익을 창출하는 VC의 투자 순환구조가 작동하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2021년 하반기, 초기 단계 VC인 시마캐피탈(Shima Capital)은 코인베이스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거래 건수를 기록하는가 하면 이듬해인 2022년에는 2억 달러(약 2,66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유치했지만, 지난해 하반기에는 가상화폐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하는 13개 펀딩 라운드 참여에 그쳤다. 이는 2021년 하반기 55개 라운드에 참여한 것과 비교하면 무려 76% 감소한 수치다.

주요-VC의-가상화폐-거래-현황_피치북_20240109
주요 VC의 가상화폐 거래 현황(2023.12.4. 기준), 주: 2021년 하반기 거래 건수(네이비), 2023년 하반기 거래건수(민트)/출처=PitchBook

글로벌 사모펀드 10T 홀딩스(10T Holdings) 설립자인 댄 타피에로(Dan Tapiero) 파트너는 "지금 가장 큰 기회는 세컨더리 시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주로 시리즈 C 단계 이상에 투자하는 10T홀딩스는 지난 2021년 디지털자산 투자 펀드를 조성해 세계 최대 가상자산 하드웨어 지갑 업체 렛저(Ledger), 가상화폐 거래소 제미니(Gemini)와 크라켄 등을 지원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세컨더리 거래의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10T홀딩스는 2021년 1월 이후 12억 달러(약 1조6,000억원)를 투자했는데 이 중 6억6,000만 달러(약 8,800억원) 이상을 세컨더리 거래에 투입했다.

지난해 세컨더리 시장에서 매수-매도 스프레드(Bid-Ask Spread)가 줄어들면서 유동성이 향상될 것이란 기대가 높아졌지만 여전히 매도 우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타이거글로벌(Tiger Global)과 D1캐피탈(D1 Capital)과 같은 헤지펀드는 물론 VC와 기관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지분을 처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타피에로 파트너는 "최근 전통적인 펀드 운용사들이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거나 매도를 통해 자산의 비중을 낮추려 하고 있다"며 "이 중에는 유동성을 확대하려는 투자사들도 있고 자금을 회수하고자 하는 시드 단계 투자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영어 원문 기사는 Coinbase leads crypto VC dealmaking retreat | PitchBook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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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 '숙원' 우주청 설립 눈 앞으로, "남은 건 韓 인재풀 확보"

과학계 '숙원' 우주청 설립 눈 앞으로, "남은 건 韓 인재풀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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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청 예산 7,000억원 책정, 과학계 숙원 이뤄지나
인력 부족 문제 등 가시화, 韓 우주 산업의 미래는
이제야 '출발점'에 선 韓, "성급해져선 안 돼" 

과학기술계의 최대 숙원이던 우주항공청(이하 우주청) 설립이 가시화되고 있으나 숙제는 여전히 산재해 있다. 일단 당장 우리나라 정부조직법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우주청이 상위 부처인 국방부·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정책을 기획·조정할 수 있을지부터가 미지수다. 우주청 개청에 필요한 연구 인력 200명, 행정 인력 100명 확보 문제도 국내에 한정된 인력풀을 감안하면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우주청 설립 가시화, 하지만

8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 산하 우주청 설립 예산은 올해 7,000억~7,200억원으로 책정됐다. 우주청이 올 상반기 내 예정대로 설립되면 과기정통부, 산업부,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등에 나뉘어 있는 우주항공 관련 업무를 모두 이관받아 총괄한다. 국방부와 국토교통부가 지닌 민군 겸용 R&D(연구·개발) 사업이나 항공 분야 업무도 조정·추진하게 된다.

앞으로 우주청이 국가 우주컨트롤타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범부처 정책을 기획·조정·관리할 수 있는 권한 부여가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할 숙제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군 로켓·위성 발사 수요가 많았던 국방부와는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를 이어온 바 있는 만큼 앞으로 우주청이 국방 분야 일부 R&D 사업을 수행하는 데 장애가 없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우주청이 지니는 거버넌스(정부조직 체계) 한계를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국무총리에서 대통령으로 격상함으로써 해결하겠단 구상이다.

다만 이를 해결한다 하더라도 인력 확보라는 가장 큰 관문이 남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방·방산 우주기업에 있는 인력 영입이 쉽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우주청 특별법 안건조정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교육, 의료, 교통체계 등 정주 여건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이 빠지면서 인재들을 영입할 인센티브가 줄었기 때문이다. 우주청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 경남 사천으로 명시돼 있다. 우주청이 NASA(미항공우주국)나 ESA(유럽우주국) 등과 협력할 때 '급'이 안 맞는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NASA는 기술개발부터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독립기관이지만 우주청은 과기정통부 장관 소속을 둔다고 명시돼 급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초대 우주청장은 여야 합의대로 외국인이나 복수국적자를 영입할 수 없어 국내 한정된 인력풀에서 뽑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청 전까진 과제가 첩첩산중이다.

우주청 준비에 분주한 지방들

일단 우주청 개청의 밑바탕은 마련된 만큼, 지방정부는 우선 우주청의 성공적인 정착을 돕기 위한 본격적인 지원 준비에 나섰다. 특히 경남 사천시는 지난 12월 '우주항공청 연계 도시발전 기본계획 수립 용역' 최종보고회를 개최하는 등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당시 사천시는 용역을 통해 도시발전 계획 기본구상 및 실행계획 수립, 우주항공청 중심 행정복합타운 개발 기본구상 및 실행계획 수립 등 우주항공청과 연계할 수 있는 도시 기본구상을 마련했다. 이를 토대로 향후 경남도와 함께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 추진단'을 구성·운영하겠다는 게 사천시의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박동식 사천시장은 "우주청 특별법 통과에 따른 준비는 사전부터 철저해야 한다"며 "이번 기본 구상을 토대로 추후 관계자 협의와 전문가 조언을 받아 정교하게 시행계획을 수립·추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경상남도청 차원에서도 연계 정책 추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남도는 이달 내로 건설 준비단을 출범할 방침이다. 준비단은 정부 주도 추진단 구성에 앞서 우주항공청 청사 건립, 도시개발 관련 인허가 사항 확인, 기업 유치 계획 등을 미리 세우고 검토하는 역할을 한다. 우주청을 중심으로 산업·교육·국제교류 등이 어우러지는 우주항공복합도시가 건설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하겠단 것이다. 사천시와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도시계획 수립에도 들어갔다. 경남도는 우주청 개청 때 바로 입주할 수 있도록 사전 실무준비를 마쳤으며, 직원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자 관련 용역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도는 "우주청 설치와 함께 우주항공복합도시를 체계적으로 조성해 국가 균형발전의 모범 사례로 만들겠다"며 "우주청이 경남 미래 성장동력이자, 세계 7대 우주강국 도약의 마중물이 될 수 있게 하겠다”고 역설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특별법 통과는 '출발점'일 뿐"

그러나 특별법 통과만으로 장밋빛 미래가 그려지리라 기대하는 건 다소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우주청 설립은 출발점일 뿐, 지나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여야가 9개월 만에 법안을 어렵게 합의해 자칫 우주청 설립 자체를 목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서 "우주청 설립은 결승선 통과가 아니고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체계를 이제 마련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주청은 그동안의 모든 우주정책을 원점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그 정도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을 가지지 않는다면 우주청 설립으로 모두가 원하는 변화를 만들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선진국 추격형'에 머물러 있는 R&D 수준을 한 차례 끌어올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선도형 우주 R&D로의 탈바꿈을 이뤄내야만 차후 우주경제와 산업화가 가능할 것이란 지적이다. 이 원장은 "기존 반도체·자동차·조선 산업이 약간의 기술적 우위를 활용하면 대량생산을 통해 시장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반면, 우주산업은 발사체나 인공위성 등을 대량생산하는 시장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이전에 없던 혁신 R&D 결과물만 시장에서 살아남고 평가받는다"고 힘줘 말했다. 우주 사업에 있어 그만큼 혁신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앞서 언급한 바 있듯 우리나라의 인재풀은 우주 산업에 있어 극도로 제한적이다. 전문가들이 거듭 강조하는 혁신, 선도형 R&D로의 탈바꿈을 이루기 위해선 인재 육성책 마련 등 정부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 수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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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개안뽑] ㉘한국(의 많은) 개발자들이 40대가 되면 치킨을 튀기게 되는 이유

[개안뽑] ㉘한국(의 많은) 개발자들이 40대가 되면 치킨을 튀기게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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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들의 수명이 짧은 이유는 직군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개발을 등한시하기 때문
유연한 사고 방식으로 새로운 지식들을 습득하는 역량이 부족한 경우 많아
한국식 암기형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다보니 새로운 업무가 주어질 때 업무 습득 속도도 매우 낮은 편

노동시장에서 일반적으로 기술직의 수명은 짧다. 20대 중·후반 무렵, 노동 시장에 처음 진입할 때는 실력으로 한번 걸려나가고, 이후 30대에 들어가면서 경력직을 찾는 수 많은 기업들의 러브 콜을 받는다. 기술직 경력직들이라면 자기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신입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고, 임금도 그렇게 비싼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 경력이 더 쌓이고, 연봉이 더 오르면 점점 주변에서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어린 직원이 계속 꾸준히 진입하는 직군일수록 떨어져 나가는 사람은 많아지는 반면, 그 직군에 요건을 충족시키는 인력이 없거나, 많더라도 상대적으로 실력이 뛰어난 분들은, 정년이라는 개념 없이 신체 건강이 유지되는 내내 매우 오랫동안 일을 하게 된다.

단지 그렇게 오래 일하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 눈에는 40대가 되면 직장 그만두고 나와서 제2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것이 일반적인 기술직군 커리어다.

개발자-안-뽑음_20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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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가 되면 치킨 튀기러 가야 한다?

원인이 뭘까는 의문이 오랫동안 있었는데, 한국 사회 직장인들 사이에 떠도는 2가지 속어들에서 답을 찾게 됐다.

  • 첫 직장이 제일 좋은 직장이다
  • 회사 밖은 지옥이다

이런 표현이 나오는 궁극적인 이유가 한 가지라는 걸 알게됐다.

  • 자기 개발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첫 직장이 제일 좋은 직장인 이유가 매우 많겠지만, 더 좋은 직장을 갈려고 하는데도 안 된다면 이유는 한 가지다. 자신의 생산성이 첫 직장보다 더 올라가질 않기 때문이다. 자기 개발을 하지 않는데 어떻게 생산성이 올라갈까?

회사 밖이 왜 지옥일까? 회사 다니면서 시키는 일만 했지, 다른 부서 업무도 따라가면서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볼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회사 업무라는게 엄청나게 많은 업무들이 결합되어서 하나의 생산품을 만들고, 판매하고, 운영하는 방식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회사 생활을 열심히 하다보면, 자동적으로 그 산업군의 전문가가 된다. 그런데, 기업 미팅을 가보면 부장급으로 승진한 분들 정도 되어야 대화가 되는 경우들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이 겪었고, 첫 직장을 들어갔던 그 무렵부터 아래의 표현들을 자주 들었었다.

  • 확실히 부장 승진한 사람들은 그래도 대화 되는 사람들이네
  • XX 대기업이 엉망인 줄 알았더니 그래도 임원들 현장 짬은 무시 못하겠네

속칭 '천재'들은 한 직장에서 1~2년만 다녀도 자기 팀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여러 부서에서 즉시 전력감이 되는 만능 인력이 된다. 야구로 치면 유격수가 3루수, 2루수 정도는 큰 어려움 없이 볼 수 있고, 급하면 1루수도 할 수 있는 것과 같다. 오오타니 쇼헤이 같은 엄청난 천재들은 투타겸업도 메이저 리그 최상위권으로 할 수 있는 수준이고, 아마 리그 수준이 조금만 낮아도 타자들이 배트에 공을 건드리지도 못하게 만들고 타석에서는 홈런을 펑펑 쳐대면서 다른 선수들이 불필요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인력들은 자기 업무 하나만해도 제대로 따라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 업무의 전문가로 올라서려는 능동적인 태도보다, 회사가 시키니까 마지못해 한다는 수동적인 태도인 탓에 업무 전문성이 생기는 속도가 더더욱 늦어진다. 회사 입장에서는 20대 중반에 뽑아서 3년 교육 시키고 나니 어지간한 업무를 할 수 있게 된 덕분에 '생산성 > 급여' 수준이 됐다가, 다시 '생산성 < 급여' 수준이 되는 순간이 굉장히 빨리 오는 직원이 되는 것이다. 부등호가 바뀌는 순간을 50대, 60대까지 미룰 수 있고, 생산성이 매우 높은 사람들이 부장급으로, 임원급으로 승진하게 되는 것이다.

GoogleSearchConsole_PabiiResearch_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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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들만 성장하지 않는걸까? 모두가 성장하지 않는걸까?

한국의 다른 기업들처럼 남들이 만든 걸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넣기에 가까웠던 사업을 제외하면 난 한 번도 개발자들에게서 결과물을 받은 적이 없다. 심지어 새로운 지식을 하나 더 공부해야하만 하는 순간이 와도 엄청난 시간을 써야 했는데, 대표적인 예시가 우리 회사 웹페이지다.

구글 서치 콘솔(Google Search Console)에 들어가보면 우리 회사 웹사이트가 얼마나 구글 검색이 잘 되도록 셋팅이 되어 있는지 각종 기술적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데, 그 중 웹페이지 로딩에 문제가 있다며 지적을 해 주는 부분이 있다. 이유가 뭔지에 대해서 기본적인 정보들을 함께 확인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LCP (Largest Contentful Paint)가 문제가 있는 웹페이지들을 지적해주면서 현재 그 페이지들에 대한 구글 검색이 잘 되질 않을 수 있다는 경고를 준다.

이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고, 우리 회사 웹페이지에 맞춰 수정작업을 진행해야할텐데, 일단 자기가 모르는 내용이라 당황하고, 자기 업무가 아니라 프론트 엔드 개발자 업무라고 회피하고, 프론트 엔드 개발자는 퍼블리셔가 해야되는 업무인 것 같다고 피하고, 결국 아무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었다.

위에 공유한 그래프에서 볼 수 있겠지만, 기존에 운영하던 한국어 웹사이트 콘텐츠를 파비리서치로 모두 모으고 난 다음에 1달 넘게 서비스 효율화 작업에 시간을 쓰지 않았으면 구글이 신규 웹사이트 콘텐츠를 구글 검색에 안 보여줬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GoogleSearchConsole_LCP_PabiiResearch_20240108
GoogleSearchConsole_LCP_PabiiResearch_20240108

LCP 문제로 웹사이트를 인덱싱(Indexing)만 해 갔지, 정작 검색에 노출시켜주질 않았기 때문이다. 예전 같았으면 계속 구글이 신규 사이트를 Indexing만 해 가고, 검색 순위는 악화되고 있는 걸 답답한 마음으로 지켜만 봐야 했을텐데, 지난 몇 달간 서버를 직접 만들면서 피상적이나마 개발 지식이 쌓인 덕분에 아래의 작업들을 진행했다.

  • 이미지 서버 분리 작업
    • 단순히 Amazon S3를 쓰는 것이 아니라, 회사 서버를 Scale out해서 이미지 파일은 내부에서 갖고 있는 방식으로 정리
    • Cloudflare에서 이미지를 Cache로 갖고 갈 때 WebP 버전을 갖고 가도록 정리
  • 이미지 크기 최대 값 설정
  • Nginx의 FastCGI Cache에 이미지 파일들 Cache되는 기간 설정 및 WebP 변환된 이미지 URL 변경 지정

그 외에도 몇 가지 작업들을 더 진행했는데, 덕분에 12월 중순부터 LCP 문제가 사라졌고, 구글의 Core Web Vital 에서 통과 점수를 받는 웹사이트로 성장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PHP 버전을 업데이트 했더니 서버에 문제가 생겼는데, 체감상의 성능 이상을 바로 알아내기는 했지만, 위의 구글 서치 콘솔에서도 하루 문제가 생겼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은 업데이트를 일부 되돌려 놓은 상태인데, 시간적인 여유가 좀 생기면 이것저것 문제점을 수정해서 남은 업데이트를 완료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간 개발팀에 같은 요청을 하면 그냥 1주일 전에 저장해놓은 사이트로 원상복구 시키자고들 그랬고, 그 전에 LCP를 어떻게 해결해야되는지에 대해서 효과적인 해결책을 갖고 온 경우는 단 1명도 없었다. 애당초 이런 업무를 시키면 짜증부터 냈다. 왜 자기가 모르는 일, 머리가 아픈 일 (즉, 공부해야되는 일)을 시키냐더라.

자기 개발을 하지 않는 개발자

비단 개발자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직군에서 사정은 비슷할 것이다. 자기 개발을 하지 않고, 그저 회사를 이용해먹으려고만 하는 사람들은 회사 이름에 얹혀가면서 자기가 엄청나게 대단한 사람이라고 과장하지만, 실제로는 빈 껍데기에 불과한 상태로 겉으로 보기에만 그럴 듯한 상품들을 내놓을 것이다.

왜 SKY, SKP 출신의 대한민국 최고 스펙 개발자들이 6개월 부트캠프 나온 외국 애들보다 더 나쁜 서비스를 만들 수밖에 없었을까?

그들 나름대로는 뭔가 열심히 했겠지만, 위의 LCP 문제 같은, 아주 사소한 문제들마저도 한국어도 된, 코드 1줄짜리 단순한 해결책이 없으면 해결을 못하는 것이 한국인 개발자들의 실상이기 때문이다. 외국 애들은 개발 실력은 모자랐어도, 이런저런 문서를 찾아서 읽고 이해하는 교육 만큼은 굉장히 탄탄하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자기가 만드는 서비스는 명령권자 책임이 아니라, 자기 책임이기 때문에, 혼자서 이것저것 찾아보던 중에 내가 위에서 했던 작업과 유사한 작업들을 찾아서 진행했을 것이다.

자기 개발에 실패할 수록 무능한 인재가 되는 시간은 빠르게 온다

위에서 길게 쓴 글을 한 줄 요약하라고 하면,

  • 게을러서 무능한 것이다

라고 할 수 있다.

급여를 많이 주면 더 열심히 일할까? 내가 지난 몇 년간 알게 된 것은, 개발자가 특히 더 심할 뿐, 직군을 가릴 것 없이 본인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서 한 발 더 나가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개발자들은 한 줄 해결책을 찾던 사람들이다보니 상대적으로 장문의 문서를 읽고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더딘 것이고, 평소에 긴 호흡의 전문 지식을 계속 읽고 생산해내야 하는 사람들일수록 상대적으로 그 시점을 늦출 수 있을 뿐이다.

  • 내년부터 맛있는 치킨을 공급테니까 올해부터 치킨 가격을 2배로 인상하겠다

는 표현만 믿고 2배 가격을 덜컥 내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회사에서 주는 급여도 마찬가지다. 지금 당장 치킨을 2마리 주던가, 2마리에 필적하는 수준의 고급 치킨을 상품으로 내놔야 2배 가격에 팔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실력이 2배가 되거나, 2배의 시간을 투입해야 급여가 2배로 올라간다.

단순히 회사를 길게 다녔으니까 월급을 올려달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으면 매년 맛이 떨어지는 동네 앞 치킨, 주변 경쟁자가 많이 생긴 동네 치킨 가게를 떠올려 보라고 하고 싶다.

세상 모든 기업 오너가 오오타니 쇼헤이 같은 천재에게 저가의 연봉을 주면서 일을 시키고 싶을 것이다. 반대로 모든 인력은 회사에서 더 많은 연봉을 받고 싶다. 둘의 힘겨루기가 타협점을 이루는 곳은 근속연수 같은 시간으로 표현된 경력이 아니라, 근로자의 실제 실력과 그 실력을 담아서 만든 상품의 수익성이다.

그간 경험상 한국의 어느 직군을 가건 위의 LCP처럼 자기가 모르는 사건, 그런데 회사 사업 모델에 큰 영향을 주는 사건이 터졌을 때 빠른 속도로 문제 해결책을 찾아 적용하는 유연한 인력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능력을 갖춘 인재 분들이 다른 무능한 인력들 대비 더 월등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무능한 인력들이 왜 시장에 계속 남아 있는지, 도대체 이 시장은 왜 이렇게 비효율적인지 모르겠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Akerlof의 Lemon market 이론은 시장에 어느 비율 이상의 Lemon(겉만 화려한 상품, ex. 침수 중고차)이 존재할 경우에 그 시장 자체가 아예 형성되지 않거나, Lemon 때문에 억울한 정상 상품이 생긴다는 추론을 해 낸다. 국내에도 분명히 누군가는 억울한 정상 상품이실 것 같은데, 나는 더 이상 찾아보는 것을 포기했다. 굳이 Lemon 선별에 돈과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되는 해외 개발자 노동력 시장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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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수익화' 카드 꺼내든 넷플릭스, 오판일까 신의 한 수일까

'게임 수익화' 카드 꺼내든 넷플릭스, 오판일까 신의 한 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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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서비스 '수익 창출' 노리는 넷플릭스, 투자금 회수 노리나
IP 확장·체류 시간 늘리기 수단에서 본격적인 '상품'으로
실제 게임 이용자는 1%에 그쳐, 섣부른 유료화 '독배'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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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가 게임 서비스에 추가 요금, 광고·과금 요소를 투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5일 해당 논의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넷플릭스 경영진이 최근 수개월간 게임 서비스에서의 수익 창출 방안을 논의해 왔다"고 전했다. 투자 비용에 비해 이용률이 현저히 낮은 게임 서비스를 유료화해 본격적인 수익성 개선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게임 개발사 다수 삼킨 넷플릭스, '무료 게임' 끝났나

넷플릭스는 2021년 11월 넷플릭스 구독 멤버십에 포함된 다섯 개의 모바일 게임을 출시, 본격적으로 게임 산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트리플 타운, 코지 그루브를 개발한 '스프레이 팍스' △워킹 데드 모바일 게임을 개발한 '넥스트 게임즈' △옥센프리를 개발한 '나이트 스쿨 스튜디오' 등 수많은 게임 개발사를 인수하며 기반을 다져왔다. 지난해 기준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게임 타이틀은 80개 이상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일본 게임 개발사 세가의 인기 축구 경영 게임 ‘풋볼 매니저 2024’의 모바일 버전을 독점 출시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유료 구독자는 해당 게임을 무료로 즐길 수 있으나, 넷플릭스 사용자가 아니라면 게임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방식이다. 2005년부터 서비스해 온 ‘전통 명작’을 독점 운영하며 게임 사업의 주목도를 높이고, 신규 멤버십 가입자를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넷플릭스에 있어 게임은 이용자를 붙잡아두기 위한 일종의 전략 콘텐츠다. 대부분의 게임은 반복 접속을 유도,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넷플릭스가 지금껏 추가 구독료 또는 광고 없이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며 접근 장벽을 낮춰온 근본적인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보도를 통해 넷플릭스의 게임 사업에 근본적인 '지각변동'이 발생했다. 게임이 단순 추가 콘텐츠가 아닌 하나의 상품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부족한 게임 인지도, 유료화 전략 리스크 우려

애초 넷플릭스는 자체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일종의 'IP 확장' 전략이다. 천문학적인 투자 비용을 투입해 게임사를 줄줄이 인수한 것 역시 자체 게임 개발 역량 강화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앱 분석회사 앱토피아(Apptopia)에 따르면, 2022년 8월 넷플릭스 전체 구독자 중 넷플릭스 게임을 이용하는 사람은 고작 1%에 지나지 않았다. 아예 게임 서비스의 존재를 모르거나, 알더라도 이용하지 않는 이가 대부분이었던 셈이다.

투자 비용 회수에 난항을 겪게 되자 넷플릭스는 결국 '무료 게임'이라는 기존의 콘셉을 내던지고 유료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WSJ는 넷플릭스가 차후 △게임 내 과금 요소 추가(부분유료화) △프리미엄 게임에 대한 추가 요금 요구 △광고 요금제 구독자에게 게임 내 광고 노출 등 본격적인 유료화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바일 게임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수익 창출 방법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의 판단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이용자 기반조차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현시점, 무작정 유료화 카드를 꺼내면 오히려 소비자 반감을 사며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넷플릭스가 아마존 산하 게임사인 '아마존 게임즈'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아마존 게임즈는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로스트아크’, ‘크루시블’ 등 자체 게임을 출시했지만, 부족한 게임성으로 흥행에 실패하며 소비자의 외면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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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DS] COVID mRNA 백신, "DNA 훼손이 웬 말인가"

[해외 DS] COVID mRNA 백신, "DNA 훼손이 웬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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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주 외과의사, 코로나19 백신의 암 유발 가능성 제기
FDA 및 전문가들은 "근거 없고, 백신 접종의 이점 훨씬 커"
백신 접종 부작용도 있지만 손실 회피 편향에 빠지면 안 돼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저희 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 (GIAI R&D Korea)에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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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cientific American

지난 3일 플로리다주 외과의사 조셉 라다포(Joseph Ladapo)는 확실한 증거 없이 백신의 DNA 조각이 인간 게놈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를 언급하며 전령 RNA 기반 코로나 백신의 사용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그의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이러한 경고는 사람들이 백신을 접종받지 못하게 함으로써 큰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라다포의 근거 없는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라다포는 FDA 국장과 질병통제예방센터 소장에게 서한을 보내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 mRNA 백신에 포함된 DNA 조각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서한에서도 그는 mRNA를 세포에 전달하는 데 사용되는 지질 나노 입자가 있는 상태에서 DNA 조각이 인간 세포핵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근거 없는 우려를 제시했었다. 또한 그는 시미안바이러스 40(SV40)이라는 바이러스로 인한 DNA 오염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는데, 라다포는 이러한 DNA가 세포에 통합되면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활성화하거나 염색체 불안정성을 유발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FDA는 공식 답변을 통해 "전체 제조 공정에 대한 철저한 평가를 바탕으로 FDA는 코로나19 백신의 품질, 안전성 및 효과에 대해 확신한다"고 밝혔다.

mRNA 백신, 잔여 DNA는 세포핵에 침투하지 못

많은 과학자들은 라다포가 주장한 백신의 위험성을 일축했다. 여기에는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의 백신 교육센터 소장이며 FDA의 코로나19 백신 자문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폴 오핏(Paul Offit)이 포함되는데, 오핏은 mRNA 백신이 만들어지는 방식은 최종 제품에 소량의 DNA를 포함하지만, 홍역 및 수두 백신을 포함하여 세포에서 배양되는 모든 백신에 해당하는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백신 1회 접종당 '미량의'(10억 혹은 1조분의 1그램) DNA가 존재하며, 이는 "여러 가지 이유로 완전히 무해하다"고 덧붙였다.

COVID에 대한 mRNA 백신 제조는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SARS-CoV-2의 스파이크 단백질 유전자가 들어 있는 플라스미드(plasmids)라고 하는 원형 DNA 조각에서 시작된다. 플라스미드를 박테리아 내부에서 세포 분열로 수십억 개의 사본으로 증폭한 다음, 화학 물질을 첨가하여 박테리아에서 방출한다. 효소는 플라스미드를 스파이크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선형 DNA 조각으로 자르는 데 사용되며, 다른 효소는 해당 DNA를 mRNA로 변환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그다음 또 다른 효소가 추가되어 남은 DNA를 무해한 작은 조각으로 자른다.

이러한 잔여 바이러스 DNA가 인간 세포핵에 들어가려면 먼저 세포의 주요 구조, 즉 세포질로 들어가야 하는데, 세포질은 일반적으로 외부 DNA를 차단한다. 우연히 세포질을 뚫더라도 그다음에는 핵막을 통과해야 하는데, 핵막에는 접근 신호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이 과정이 불가능하다고 오핏은 지적한다. 게다가 잔여 DNA는 핵 DNA에 통합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mRNA 백신에 없는 DNA 절단 효소가 필요하므로, 오핏은 mRNA 백신이 어떤 식으로든 DNA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제로'라고 말한다.

인간의 신체, 외부 DNA 침입에 준비돼있어

라다포는 2022년부터 코로나19 mRNA 백신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그는 17세 이하의 어린이에게 백신 접종을 권장하지 않았으며, 백신이 도움이 되지 않고 심지어 해를 끼칠 수도 있다고 거짓 주장을 했었다. 라다포뿐만 아니라 과학자이자 의사인 로버트 말론(Robert Malone)도 작년 11월 조지아주 공화당 하원의원 마조리 테일러 그린이 개최한 위원회 청문회에서 mRNA 백신의 DNA 조각이 인간 DNA를 변형시킨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오핏은 우리가 노출되는 박테리아와 우리가 먹는 동식물을 통해 훨씬 더 많은 양의 외부 DNA를 항상 접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 3일 성명에서 라다포는 사람들이 mRNA를 사용하지 않는 다른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미국에서 유일한 대안은 노바백스(Novavax)라는 회사가 만든 나방 세포에서 배양한 것으로, 이 역시 DNA를 포함하고 있다. "DNA라는 단어를 말하는 순간 사람들은 '맙소사, 여기에 DNA가 들어 있다고? 내 DNA에 영향을 미칠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코로나 백신의 DNA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보다 스파이더맨이 될 확률이 더 높다"라고 오핏은 강조했다.

한편 시미안바이러스 40에 대한 우려에 관해서는, 코로나 백신에는 SV40 단백질이나 이를 코딩하는 유전 물질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또한 SV40은 초기 소아마비 백신의 오염 물질이었지만, 인간에게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완벽한 백신은 없지만 접종하지 않으면 "득보다 실이 더 커"

물론 모든 백신이나 의약품에는 잠재적인 위험과 혜택이 공존한다. 존슨앤드존슨의 코로나19 백신은 일부 사람들에게서 드물지만 때로는 치명적인 혈전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져 시장에서 퇴출 당했다. mRNA 백신은 대체로 안전하지만, 주로 10대 소년과 젊은 남성의 경우 심근염 위험이 적지만 제로에 가깝지는 않았다. 그러나 COVID 자체로 인한 심근염의 위험은 더 높으며, COVID 관련 심근염은 더 심각한 경향이 있다. 아울러 mRNA 백신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을 위해 노바백스에서 만든 백신과 같은 다른 옵션도 존재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의 이점이 여전히 위험보다 훨씬 크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오핏은 생후 6개월 이상의 모든 사람에게 1차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장했다. 그는 입원 고위험군이 아닌 건강한 젊은이들에게는 추가 접종이 덜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65세 이상과 임산부를 포함하여 중증 질환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기저질환이 있는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은 반드시 백신을 최신 상태로 접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백신을 접종한 후 하나 이상의 부스터 백신을 접종하면 장기적으로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이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으로 위험을 완전히 피할 수 없지만, 백신을 맞지 않는 선택을 내릴 땐, 질병의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백신에 섞여 있는 DNA 조각을 두려워하기 전에, 인간의 DNA에 내재한 손실 회피 편향을 인지하고 백신의 득과 실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영어 원문 기사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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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자리 잃은 핸드페이, 롯데카드 '생체결제 확대'의 꿈 무너지나

설 자리 잃은 핸드페이, 롯데카드 '생체결제 확대'의 꿈 무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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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카드의 야심작 핸드페이, 소비자 외면으로 보편화 실패
인프라 부족으로 소비자 유입 적어, 서비스 가맹점까지 부족
아마존도 쩔쩔매는 '오프라인 생체 결제', 고객 마음 돌리기 어렵다
핸드페이_롯데카드_20240108
사진=롯데카드

롯데카드와 롯데정보통신이 공동 개발한 간편결제 시스템 '핸드페이'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인프라 확보 및 홍보에서 난항을 겪고 소비자 이목을 끄는 데 실패하면서다. 1,000개에 달하는 매장에 핸드페이를 도입하겠다는 롯데카드의 야망은 무너진 지 오래다. 현시점 핸드페이의 명맥을 지키고 있는 것은 단 한 곳의 편의점뿐이다.

겨우 숨만 붙어 있는 핸드페이, 끝이 다가온다

핸드페이는 손바닥 정맥을 활용한 생체 결제 시스템으로, 2017년 롯데카드가 일본 정보통신기업 후지쓰의 팜 시큐어(Palm Secure) 기술을 활용해 개발했다. 도용이나 복제가 어려운 혈관의 굵기나 선명도, 모양 등의 패턴을 이용해 이용자를 식별하는 것이 특징으로, 지문 인식과 달리 단말기와 고객 피부가 직접 접촉하지 않아 편의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롯데카드는 핸드페이 전용 단말기를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리아 등 주요 매장 1.000여 개에 설치, 그룹 차원의 첨단 결제 시스템으로 양성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품고 있었다. 산하 편의점 브랜드인 세븐일레븐에 핸드페이를 도입, 무인 편의점에서 신분증 검사 과정 없이도 담배·주류 판매를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실렸다. 하지만 도입 후 5년이 지난 시점 핸드페이 도입 매장은 전국 160여 곳에 그쳤다.

롯데카드에 따르면 현재 핸드페이 이용이 가능한 결제처는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세븐일레븐 시그니처타워점뿐이다. 더 이상 신규 핸드페이 이용자를 모집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용자가 정맥 정보를 등록할 수 있는 셀프 등록기, 카드 센터 등이 단 한 곳도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핸드페이가 얼마 가지 않아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불편하고, 쓸 데도 없다" 핸드페이의 한계

핸드페이 서비스가 외면받는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인프라 부족'이 지목된다. 소비자가 핸드페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롯데카드센터에 방문해 생체 정보를 직접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손바닥 정맥을 등록할 수 있는 롯데카드센터는 기껏해야 서울특별시 내 10곳이 전부였다. 서울 외 지역에 거주하는 소비자는 사실상 핸드페이 서비스에 접근할 기회조차 받지 못한 셈이다.

핸드페이 사용이 가능한 가맹점 역시 턱없이 부족했다. 업계는 핸드페이 전용 단말기를 신규 설치할 때 드는 비용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고 본다. 생체인증 단말기 가격은 수십만원 수준으로 비교적 저렴하지만, 추가적인 단말기 설치 비용까지 고려하면 점주의 부담이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상 핸드페이 개발사인 롯데 차원에서 대금을 지원해 주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핸드페이 가맹점 부족은 소비자 유입을 가로막는 근본적인 장벽으로 작용했다. 호기심으로 핸드페이를 등록한 이용자들이 실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서비스 이용에 성공한 일부 소비자들은 기존 결제 시스템과 비교했을 때 핸드페이에 별다른 '메리트'가 없다고 판단, 속속 등을 돌렸다. 이후 시간이 지나며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일시적인 호기심조차 식어버렸고, 핸드페이는 기억 속에서 잊혔다.

생체인증 결제 시스템 도입은 글로벌 기업 아마존조차 난항을 겪고 있는 고난도 사업이다. 아마존은 핸드페이와 유사하게 정맥 인증을 기반으로 한 인증 서비스인 ‘아마존 원’을 개발했다. 하지만 현재 아마존 원의 이용처는 무인 오프라인 매장인 아마존 고, 아마존이 인수한 유기농 식료품 소매 체인 홀푸드 등 산하 기업에 그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카드와 아마존이 이미 고착화한 소비자의 '행동 패턴(카드·현금 결제 등)'을 바꾸는 것에 사실상 실패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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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기업 40% “관련 법령 구체화할 때까지 생성형 AI 도입 미룬다”

콘텐츠 기업 40% “관련 법령 구체화할 때까지 생성형 AI 도입 미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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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효율성보다 안정성 추구하는 콘텐츠 기업들
정부 가이드라인에도 ‘기준 모호’ 지적 잇따라
“권리 인정 범위 명확해야 기술 발전 의미 있어”
AI도입망설_벤처_20240109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활용이 산업 전반으로 확대하는 가운데, 많은 콘텐츠 기업이 관련 법령의 미비를 이유로 도입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생성형 AI를 둘러싸고 꾸준히 거론된 저작권 관련 문제가 기술의 확산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생성형 AI 도입 ‘걸림돌’ 된 법의 허점

8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한콘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까지 생성형 AI를 도입하지 않은 1,838개 기업 중 40.8%(1순위+2순위 합산)가 도입에 장애가 되는 요인으로 ‘관련 법령의 미비’를 꼽았다. 많은 기업이 AI 도입으로 기대할 수 있는 업무 효율성보다 위험성을 더 크게 인식한 모양새다. 이어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의 불명확성(38.5%)’과 ‘데이터 유통 관련 엄격한 규제(38.3%)’, ‘양질의 데이터에 대한 접근 제한(20.9%) 등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데이터 활용을 비롯한 저작권 문제가 가장 민감한 요인으로 지목되는 이유로는 생성형 AI가 주로 활용되는 분야가 콘텐츠 제작 분야라는 점이 꼽힌다. 한콘진에 따르면 117개 콘텐츠 기업 중 59.8%(1순위+2순위)가 생성형 AI를 제작 과정에 활용했으며, 업무 환경(17.1%), 창작자 환경(12.8%), 플랫폼 환경(8.5%) 등에 활용하는 기업은 20% 미만에 그쳤다.

정부는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 등을 발표하며 산업 현장의 생성형 AI 활용을 장려하고 나섰다.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해당 안내서에는 ▲AI 사업자에 대한 안내 사항 ▲저작권자에 대한 안내 사항 ▲인공지능 이용자에 대한 안내사항 ▲생성형 AI 산출물의 저작권 등록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또한 생성형 AI 산출물의 저작권 등록과 관련해 “일련의 표현 행위에 인간의 창작적 개입이 없는 AI 산출물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등록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다만 “AI의 산출물에 수정, 증감 등 인간의 창의적 작업이 추가돼 해당 부분에 저작물성이 인정되는 경우는 저작권 등록이 가능하다”고 예외를 뒀다. 문체부는 “전 세계적 거대 흐름인 AI에 적극 대응하고, 산업 발전과 창작자 보호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AI-저작권 대응 기반을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갈수록 커지는 저작권의 가치, 명확한 기준 필요성↑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가이드라인 발표에도 업계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저작권의 유무 및 그 범위에 따라 콘텐츠의 수익성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저작권 인정을 위해 허용 가능한 생성형 AI의 활용빈도 및 비중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최근에는 특정 창작자의 기존 저작물을 생성형 AI가 학습한 후 만들어 낸 산출물에 대한 저작권을 해당 창작자에게 인정할지 여부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저작권 침해 양태가 점점 지능화, 조직화되고 있다는 점도 생성형 AI 산출물의 저작권 인정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동영상과 웹툰, 웹소설 등 여러 콘텐츠 산업을 위협하는 저작권 침해 규모가 많게는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면서다.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장은 “콘텐츠의 저작권 침해 범죄 행태가 날로 교묘해지며 창작자들의 창작 의욕을 꺾고 있다”며 저작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과거 콘텐츠의 ‘일부’로 여겨지던 저작권은 갈수록 그 존재감을 키우며 특정 상품의 가치를 좌우하는 중심축으로 거듭나고 있다. 실례로 지난해 10월에는 인도네시아에서 10만여 편의 국내외 방송 및 영화를 불법 송출한 일당이 체포된 사건도 있었다. 해당 사건에서 비롯된 피해는 업계 추산 약 160억원으로, 현재 부당이득 반환과 벌금 등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저작권의 인정 및 가치 산정은 여전히 그 기준이 모호하다. 많은 기업이 생성형 AI의 도입이나 개발을 무기한 연기하는 이유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최근 게임 일러스트레이션이나 웹툰 제작 과정에 생성형 AI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는데, 만약 AI 활용 작품의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기술의 발전도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생성형 AI 학습과 관련한 저작권은 물론 산출물에 대한 저작권 여부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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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소부장 기업 '흡수'하는 韓, 벤처투자 넘어 R&D센터 설립까지

글로벌 소부장 기업 '흡수'하는 韓, 벤처투자 넘어 R&D센터 설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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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장비사 韓으로 '집결', 영향력 제고 성공하나
삼성·SK 등 대형 고객사 포진, "한국은 투자 기회의 나라"
성장하는 반도체 생태계, 일자리 창출 효과 '기대'
어플라이드오스틴_GSC아키텍츠_20240116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오스틴 캠퍼스의 모습/사진=GSC 아키텍츠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회사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pplied Materials)가 경기도 오산에 R&D센터를 설립한다. 이미 부지 매입과 건설 허가 과정을 모두 거친 상황인 만큼 R&D센터 설립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TEL)에 이어 어플라이드, ASML 등 세계적 반도체 장비사들이 한국에 집결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반도체 생태계의 영향력이 점차 넓어지는 모양새다.

어플라이드, 韓 R&D센터 설립 '초읽기'

알려진 바에 따르면 어플라이드는 한국 R&D센터 설립을 위해 경기도 오산 가장동 157-1번지에 위치한 1만7,938㎡(5,426평) 부지를 매입했다. 주체는 어플라이드가 국내 R&D를 위해 신설한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코리아이노베이션앤테크놀로지다. 어플라이드는 센터에서 전자빔(e빔)·식각·증착 등 반도체 장비 최소 20대 이상을 가동하고 국내에서 100명 이상의 연구 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다. 어플라이드는 지난 2022년 7월 산업통상자원부, 경기도와 한국 R&D센터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회사는 이후 한국 본사가 위치한 성남을 비롯해 용인, 수원, 화성 등 경기 지역에서 폭넓게 부지를 물색하다 최종적으로 오산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R&D센터 부지는 행정 구역상으론 오산 시내지만 지리적으로는 화성과 경계에 위치한다. 고객사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과 접근성 등 지리적 이점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결과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주요 반도체 공장과의 거리는 삼성전자 기흥공장 12㎞·화성공장 9.8㎞·평택공장 19㎞, SK하이닉스 이천공장 56㎞ 등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신규 공장이 각각 들어설 용인 첨단 반도체 국가산업단지(19㎞)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49㎞)와도 가깝다. 부지는 정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신규 택지지구 세교3지구 내 위치해 주변 도로 등도 재정비될 예정이다. 사업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있다는 의미다.

어플라이드가 매입한 부지는 기존 건축물이 철거된 곳이라 기반 공사 등만 거치면 바로 공사를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미 건축 허가까지 받은 상태이니만큼 R&D센터 착공은 초읽기에 들어섰다. 어플라이드가 센터를 가동하게 되면 한국에서 연구개발을 수행하게 돼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최신 장비는 물론 아직 출시되지 않은 신장비까지 한국에서 테스트하고 반도체 개발에 활용할 수 있어 차세대 공정 기술과 제품 개발에 유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투자 및 R&D 인력 채용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어플라이드가 R&D를 세우면 이미 센터를 운영 중인 램리서치와 TEL에 이어 최근 삼성전자와 공동연구소 설립 계획을 밝힌 ASML까지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 톱4가 모두 국내 R&D 거점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 초격차를 지속 유지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어플라이드-MOU_경기도_20240116
2022년 7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마크 리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 대표이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어플라이드 최첨단 R&D센터 MOU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경기도

韓에 둥지 트는 글로벌 기업들, 왜?

이처럼 글로벌 소부장 기업이 우리나라에 둥지를 틀기 시작한 데엔 국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 고객사들이 다수 포진한 영향이 크다. 실제 지난 2022년 아난드 카마나바 어플라이드 해외투자 총괄 임원은 한국에 거금을 투자한 이유에 대해 "한국엔 그만큼 투자 매력도가 높은 기술과 인력을 갖춘 스타트업들이 많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 투자 기회의 나라"라고도 덧붙였다. 어플라이드 측에 따르면 어플라이드 매출의 약 22%가 한국 시장에서 나온다. 카마나바 대표는 "반도체 장비를 만들려면 부품이나 모듈 공급사가 필요한데 한국은 이런 공급 사슬도 잘 갖춰져 있다"며 "한국의 성장이 전체 생태계와 우리 회사 발전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를 검토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플라이드 외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특히 영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장비용 진공 펌프회사 에드워드가 국내 진출에 가장 적극적이다. 에드워드는 지난해 6월부터 충남 아산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용 진공펌프 생산 규모를 기존보다 2배 이상 늘린 신규 설비를 가동했다. 에드워드는 전체 생산량의 80%에 달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용 펌프를 한국에서 생산한다. 여기서 만들어진 제품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고객사뿐 아니라 미국 인텔과 마이크론, 대만 TSMC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업체로도 공급되니, 사실상 이 거점이 에드워드에 있어 글로벌 반도체 '허브'인 셈이다. 최근엔 충남 천안에 R&D 시설을 확장해 글로벌 연구 인력을 한국으로 집중시키기도 했다. 국내 반도체 생태계의 영향력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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