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협상 궤도 올랐는데" 원유 공급망 위기 현재진행형, OPEC 탈퇴한 UAE가 변수 만들까
"美·이란 협상 궤도 올랐는데" 원유 공급망 위기 현재진행형, OPEC 탈퇴한 UAE가 변수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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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종전 및 핵 협상 위한 MOU 체결 검토 위태로운 원유 공급망, 단기간 내 리스크 해소 어렵다 UAE의 OPEC 이탈, 산유국 증산 흐름 부추기며 변수 키워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마무리하기 위한 합의에 가까워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양국이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핵심 사안에 대한 실질적인 타협점을 모색 중이라는 전언이다. 다만 시장은 양측의 의견이 합치돼도 단기간 내 원유 공급망이 진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일각에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석유수출국기구와 비회원 산유국 협의체(OPEC+)를 탈퇴한 아랍에미리트(UAE)의 행보가 향후 시장 판도를 바꿀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美·이란 종전 합의 진전
6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전쟁을 끝내고, 보다 상세한 핵 협상의 틀을 마련하기 위한 1쪽 분량의 MOU를 통해 이란과 합의에 근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MOU에는 △이란의 핵농축 일시 중단(모라토리엄)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해제 및 동결 자금 일부 해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 제한 점진적 해제 △미국의 이란 해상 봉쇄 점진적 해제 등의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악시오스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선박들을 구출하는 '해방 프로젝트'를 전격 중단한 것이 MOU를 필두로 한 협상의 진전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양국은 이러한 방향의 MOU를 우선적으로 체결하고, 향후 30일에 걸쳐 종전에 관한 세부 조건을 확정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소식통은 이란이 종전 협상의 최대 쟁점인 고농축 우라늄을 해외로 반출하는 방안에 동의할 수 있으며, 이 물질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거론되는 중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에이는 이날 이란 반관영 통신 ISNA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정부가 미국의 제안을 검토 중이며, 검토가 완료되는 대로 파키스탄 측에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히며 보도 내용을 일부분 긍정했다. 다만 ISNA는 "악시오스 보도 내용 일부는 언론의 추측과 분위기 조성을 위한 것"이라며 유보적인 해석을 내놨다. 아울러 "이란 협상팀이 논의 중인 것은 '전쟁 종식' 문제이고, 핵 문제는 협상의 현 단계에서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믿을 만한 정보를 입수했다"며 농축 우라늄 관련 관측에도 선을 그었다. 또 다른 이란 반관영 매체 타스님통신도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은 일부 수용할 수 없는 조항이 포함된 미국 측 최종 합의안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지 매체들의 보도가 막판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하기 위한 여론전의 일환일 수 있다고 본다.
글로벌 원유 공급망의 부담
미국과 이란이 합의에 근접했다는 기대감에 국제유가는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6일 영국 ICE 선물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101.27달러(약 14만6,900원)에 거래됐다. 이는 전날에 비해 7.83%(8.20달러) 내린 수치다. 같은 날 6월 인도 미국 서부 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배럴당 95.08달러(약 13만7,900원)로 7.03%(7.19달러) 하락 마감했다. 이날 두 유종이 기록한 낙폭은 지난달 17일 이후 최대 수준이다.
다만 시장의 기대와 달리 이번 합의가 성사된다고 해도 단기간 내 원유 수급이 안정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해제된 후 중동산 원유가 전 세계 정유소에 도달하는 데는 수십 일이 걸리는 데다, 이미 한계에 직면한 각국의 전략비축유와 상업 재고만으로는 여름철 에너지 수요를 버텨내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에서도 유사한 전망이 속속 제기되는 중이다. 미국 석유 기업 쉐브론의 마이크 워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장 상황이 기존 공급 완충 능력을 넘어선 수준으로 악화했으며, 향후 1970년대 오일 쇼크에 버금가는 글로벌 연료 부족 사태가 도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노르웨이 국영 석유·천연가스 회사 에퀴노르의 안데르스 오페달 CEO도 6일 실적 발표에서 "중동에 평화가 찾아온다 해도 시장이 정상화하려면 최소 6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금융권에서도 비관적 전망이 쏟아져 나오는 추세다. 골드만삭스는 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 세계 원유 재고가 101일 치(현재 수요 기준)에서 이달 말 98일 치까지 내려앉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정제유 재고는 전쟁 발발 이전 50일 치에서 현재 45일 치로 급감했으며, 일부 지역과 특정 제품에서는 공급 부족 위험이 '심각한 수준'에 근접했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미국 가솔린 재고가 올여름 말에 1억9,800만 배럴까지 쪼그라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모건스탠리 집계 기준 사상 최저치이자, 2022년 기록한 저점인 2억1,560만 배럴을 대폭 밑도는 수준이다.

핵심 변수로 떠오른 UAE
다만 지난 1일을 기점으로 UAE가 OPEC·OPEC+에서 공식적으로 발을 뺐다는 점은 변수다. OPEC 탈퇴를 공언한 이후 UAE는 해당 결정이 어디까지나 국익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UAE 국영 석유 기업 ADNOC의 술탄 알자베르 CEO는 4일 "세계 에너지 지형에서 UAE의 입지를 재조정하고 OPEC을 탈퇴한 주권적 결정은 어떤 국가를 겨냥한 게 아니다"라며 "장기 전략 관점의 국익을 위한 결정이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외신 등은 UAE가 OPEC을 탈퇴한 것이 아랍 이슬람권의 지도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에너지·안보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석한 바 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OPEC 회원국들은 이 같은 UAE의 행보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이다. OPEC+ 7국은 지난 3일 공동성명을 통해 오는 6월부터 원유 생산량을 하루 18만8,000배럴 늘리기로 했다. 증산 규모는 나라별로 상이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각각 하루 6만2,000배럴을 증산할 예정이며, 이어 이라크 2만6,000배럴, 쿠웨이트 1만6,000배럴, 카자흐스탄 1만 배럴, 알제리 6,000배럴, 오만 5,000배럴 순이다. 이들 국가는 다음 달 7일 회의를 시작으로 매달 시장 상황과 감산 준수 여부를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증산 결정은 사실상 UAE가 OPEC·OPEC+를 탈퇴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읽힌다. OPEC+는 그동안 회원국별 할당량을 정해 생산을 제한하고 유가를 조절해 왔다. UAE의 탈퇴가 독자 증산에 대한 일종의 예고로 읽히는 이유다. 이에 OPEC+ 내부에서는 다른 나라들도 UAE의 뒤를 이어 줄줄이 기구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태다. 증산을 용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된 셈이다. 다만 이번 증산이 실질적인 유가 안정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루 수백만 배럴에 달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피해를 메우기에는 증산 규모가 충분치 않은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