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 팽창에서 질적 생존으로” 성장통 겪는 中 로봇 산업, 기술 과시 지나 실전 검증 단계 돌입
“양적 팽창에서 질적 생존으로” 성장통 겪는 中 로봇 산업, 기술 과시 지나 실전 검증 단계 돌입
입력
수정
기술력보다 속도 선택한 중국 보조금 기반 ‘차이나 스피드’로 기술 확보 ‘양산 경쟁’ 이후 시작된 수익성 검증 국면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막대한 자본 유입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확보라는 현실 점검에 직면했다. 자본이 몰리고 있지만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와 실질적인 이익 창출 역량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며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다만 이를 중국 로봇 산업의 위기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규모 보조금과 양산 경쟁으로 급팽창한 산업이 이제 실질적인 상용화 효율과 현장 생산성,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검증받는 성장통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투자금 6조원 몰린 中 로봇 시장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중국 기업정보 서비스 치차차 등에 따르면, 올해 중국 로봇 부문의 투자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겁다. 로보테라, X스퀘어 로봇, 갤봇, 엔진 AI, 갤럭시아, 스피릿 AI, 바운드리스 파워, 타르스 등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치차차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112개 브랜드에서 총 137건의 금융 거래가 성사됐으며, 공시된 투자 금액만 285억 위안(약 6조1,430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대표주자인 유니트리(Unitree)는 상하이 증권거래소(STAR Market) 상장을 통해 42억 위안(약 9,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생산량 증가세도 가파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6년 중국의 로봇 생산량이 전년 대비 9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업체들이 상용화 사례를 빠르게 확립하고 양산 체제를 구축하면서 생산 가속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렌드포스는 유니트리와 애지봇(AgiBo) 두 기업이 강력한 양산 진전을 바탕으로 올해 전체 출하량의 약 8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기준 유니트리는 연간 5,500대 이상을 출하해 글로벌 점유율 32.4%로 세계 1위를 기록했으며, 애지봇은 4,000대 이상 출하로 23.5%의 점유율을 나타낸 바 있다.
일부 로봇 기업들은 실질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기 위해서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애지봇은 로봇 훈련용 데이터를 수집해 시간당 수백위안에 판매하는 '데이터 파운드리(Data Foundry)' 공장을 운영하며 이곳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시간당 수백 위안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또한 애지봇의 임대 플랫폼인 '셰어봇(Sharebot)'은 분산된 임대 시장을 표준화해 전국적으로 월 1만 건 이상의 리스 주문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다른 주요 기업인 유비테크는 산업 현장으로의 침투를 가속화하고 있다. 유비테크는 전기차 및 배터리 공장, 물류 단지에 로봇을 배치해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는 공정 업그레이드를 추진 중이며, 2년 내에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아울러 엑스스퀘어로봇(X SQUARE ROBOT)은 주문형 서비스 플랫폼인 58닷컴(58.com, 58同城)과 협력해 가정 내 청소 업무를 돕는 로봇을 이르면 이달부터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히는 등 B2B(기업 간 거래)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

여전한 적자와 산적한 검증 과제
하지만 이 같은 공격적인 확장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기업의 수익성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모건스탠리의 종성 중국산업 연구책임자는 “2026년은 휴머노이드 업체들이 상용화에 도달하고 생태계를 구축해야 하는 결정적인 시기가 될 것”이라며 향후 임박할 산업 구조조정에 대해 경고했다. 현재 수익 창출 경로가 넓어지고 있는 데다 중국 내 휴머노이드 인도량이 올해 2만8,000대로 전년 대비 두 배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대부분의 사업은 여전히 ‘검증 및 시험’ 단계에 머물러 있는 탓이다.
실제로 업계에서 드물게 흑자를 기록 중인 유니트리 역시 속내를 들여다보면 과제가 적지 않다. 유니트리는 지난해 17억1,000만 위안(약 3,680억원)의 매출과 6억 위안(약 1,290억원)의 조정 순이익을 기록했다. 출하량도 전년 대비 13배 이상 늘어난 5,500대를 기록하며 매출총이익률 60%를 달성했지만, 매출의 73.6%가 여전히 연구 및 교육용 고객에게 집중돼 있다. 이에 유니트리는 지난달 말 베이징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등 소매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홍콩 상장사인 유비테크 역시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3.3% 증가한 20억 위안(약 4,300억원)을 기록했으나 7억9,000만 위안(약 1,70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매출총이익률은 37.7% 수준이다. 전기차 및 배터리 공장 등에 로봇을 투입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현재까지 대당 평균 76만 위안(약 1억6,000만원)인 로봇의 생산성은 인간 작업자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유비테크는 올해 로봇 1만 대 배치를 통해 2년 내 손익분기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과 실험적 주문 단계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상품 완성도 낮고 현장 적용도 미미
지난 수년간 중국 로봇 산업은 정부 보조금과 국가 전략산업 육성 기조를 기반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왔다. 중국 정부는 미국에 뒤처진 기술력을 따라잡기 위해 설익은 기술이라도 일단 상용화 단계로 밀어 넣는 전략을 썼다. 이에 협동 로봇과 휴머노이드 기업 수는 급격히 증가했고, 각 지역에서는 생산라인 증설과 산업단지 구축 경쟁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됐다. 국가가 규제 문턱을 낮춰주고,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며 기술 기업들의 실패를 허용하자 로봇의 상용화도 빠르게 이뤄졌다.
그러나 생산능력 확대 속도에 비해 실제 수익 창출 구조 설계는 지나치게 빈약했다. 시장은 대규모 제조 체계 구축 자체를 성장의 증거로 간주했지만, 정작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지속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후순위로 밀려 있었다. 또한 상용화는 빠르게 이뤄졌으나 현장에서의 적용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데이터 분석 업체 SAS 인스티튜트 조사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83%가 AI 모델을 업무에 사용하고 있다고 답해 미국(65%)을 앞질렀지만, 실제 효율적인 응용 체계를 갖춘 기업은 19%에 불과해 미국(24%)에 뒤처졌다.
전문가들이 꼽는 중국 로봇의 가장 큰 약점은 낮은 지능 수준이다. 원격 제어로 화려한 동작을 뽐내는 데는 세계 최고지만,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실제 유니트리의 G1 모델 등은 시연장에서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줬으나, 이는 대부분 사전에 치밀하게 계산된 프로그래밍의 결과물이다. 일각에서는 유니트리 로봇을 두고 “운동 신경은 국가대표급이지만, 머리는 아직 초등학교 수준”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최근 자본시장에서 중국 로봇 기업들의 적자 구조와 실효성을 둘러싼 질문이 제기되기 시작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투자시장은 이제 단순한 기술 시연에 반응하지 않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얼마나 반복적으로 활용 가능한지, 유지비용 대비 효율성이 확보되는지 여부를 핵심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 중국 정부 역시 이 같은 흐름을 의식하는 분위기다. 로봇 기업들의 난립이 심화되자 일정 수준 이하 기업을 정리하기 위한 퇴출 메커니즘 논의까지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과잉 공급 국면 이후 진행되는 구조 재편 과정으로 본다. 대규모 보조금으로 형성된 초기 시장이 이제 실질적인 사업 지속 가능성을 기준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중국 로봇의 판도가 올해 시행되는 대규모 상용화 프로젝트들의 성패에 따라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업계 전문가는 "단순한 하드웨어 성능 경쟁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으며, 소프트웨어적 최적화와 유지보수의 편의성이 제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며 "상용화 효율성과 유지관리 체계 구축에 성공한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는 반면, 기술 과시와 보조금 의존 구조에 머문 기업들은 급격한 재편 압력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