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군사동맹 초읽기” 인도-러시아 군사기지 상호 개방, ‘에너지·안보 복합체’로 중국 팽창 저지
“양국 군사동맹 초읽기” 인도-러시아 군사기지 상호 개방, ‘에너지·안보 복합체’로 중국 팽창 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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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기지 공동 활용 체계 구축한 양국 에너지·무기 공급망으로 결속된 관계 중국 팽창 견제 위한 전략적 공조 확대

전통적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인도와 러시아가 상대국 영토에 병력과 전함, 군용기를 상호 배치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는 사실상 군사동맹 수준의 협력 체계로, 소련 시절부터 이어져 온 양국의 군사 협력 구조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패권 경쟁 국면에서 다시 부각되는 흐름이다. 특히 이번 협정은 중국의 인도양 진출과 해양 영향력 확대가 가속화되는 상황 속, 양국이 서로를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하며 대(對)중국 견제 수위를 높이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최대 3,000명 병력·5척 군함 상호 주둔키로
5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관보에 게재된 양국 협정문에 따르면, 러시아와 인도는 상대국에 군함 5척, 군용기 10대, 군인 3,000명까지 보내 주둔할 수 있도록 했다. 협정은 또 상대국에 전함이나 군용기의 재급유와 수리 등을 포함한 폭넓은 군수지원 조항을 담고 있으며, 인도주의적 지원과 재난구호와 관련한 교차훈련 조항도 협정에 포함돼 있다.
해당 협정은 양국 군이 상대방 영토에 군을 배치하는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해 양국이 서명하고 올해 1월 발효된 5년간 연장 조항이 포함된 '상호물류지원교환협정(RELOS)'의 세부사항이 러시아 공식 법률 정보 포털에 공개된 것이다. 인도는 지난 2016년 미국과도 군수지원협정(LEMOA)을 맺었지만 이 협정에는 RELOS와 달리 상대국에 대한 병력 등의 배치 조항은 들어있지 않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RELOS는 군사 인력과 장비의 배치뿐 아니라 물류도 규제한다. 타스통신은 "확립된 절차는 합동 훈련, 자연재해 및 인위적 재해 대응 및 기타 합의에 의한 경우에 사용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타스통신은 또 "이 문서는 양국의 영공 상호 이용과 러시아 및 인도 군함의 항구 진입을 단순화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러시아는 이번 협정에 따라 인도양 방향 작전 지속성을 강화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인도의 경우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북단 북극해 해안 무르만스크 항구도시에 이르는 구간에 있는 항구들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북극해를 관통하는 이 새로운 경로는 기존 수에즈 운하 노선 대비 운송 거리를 획기적으로 단축하며, 인도의 에너지 안보 지형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대비한 중요한 안전장치로 평가된다.
협정의 세부사항은 러시아가 인도에 대한 석유 및 가스 수출을 늘리려는 가운데 공개됐다. 인도는 국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수입 석유 제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인도와 러시아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러시아는 오랜 기간 인도에 무기를 공급해 왔으며, 인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시작 이후 러시아로부터 상당한 양의 원유를 구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럽 지도자들의 반발에 직면한 상태다.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 자금을 대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이번 협정 발효에 따라 인도양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게 됐다.
전통적 우호관계 러시아-인도, 자율성 확대로 노선 조정
이번 협정의 핵심은 양국 군이 상대방의 군사 시설을 자국 기지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집약된다. 특히 러시아 입장에서 인도양에 대한 접근 권한을 공식적으로 확보한 것은 냉전 시기부터 염원해 온 동진(東進) 정책의 완성이라 평가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군수 물자 보급과 수리를 내세우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인도양 주요 거점에 러시아 함대와 병력이 상주함으로써 서방 중심의 해양 질서에 강력한 균형추를 형성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양국 관계의 기반에는 냉전기 소련 시절부터 이어진 장기 안보 협력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냉전시대 당시 미국이 파키스탄·중국 축에 접근하자 소련은 인도를 남아시아 핵심 전략 파트너로 육성했고, 1971년 인도-파키스탄 전쟁 당시에는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 외교 지원과 해군 전개까지 감행하며 인도를 후원했다. 이후 인도군은 전투기·잠수함·방공망 등 핵심 전력을 소련·러시아산 무기체계 중심으로 재편했고, 현재까지도 유지·보수·부품 공급망 상당수가 러시아와 긴밀하게 연결된 상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는 에너지 이해관계까지 결합되며 양국 협력이 더욱 긴밀해지는 흐름이 나타났다. 서방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 수출 경로가 위축되자 인도는 대규모 할인 원유를 적극 매입하며 러시아의 핵심 소비 시장으로 부상했다. 이를 통해 인도는 에너지 비용 부담을 낮추는 효과를 확보했고, 러시아는 서방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안정적 수출 통로를 확보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동시에 인도는 미국·중국·러시아 사이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외교 노선을 조정하고 있다. 미국과는 대중 견제를 위한 안보 협력을 유지하면서도, 러시아와 군사·에너지 협력을 병행하며 독자적 전략 공간 확보에 속도를 내는 식이다.

중국 견제 위한 전략적 공생
러시아와 인도가 서로 밀착하는 데는 미국과 중국의 양축으로 재편되고 있는 국제사회에서 어느 한쪽에 종속되지 않으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인도는 미국이 주도하는 4국 반중 연대 ‘쿼드(Quad)’에 속해 있지만 적극적이지는 않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모스크바센터는 “중국의 우방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과, 미국의 우방인 인도는 카슈미르 국경 분쟁으로 중국과 지정학적 대결을 하고 있다”면서 “러시아와 인도의 접근은 서로를 적과 친구에 대한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전략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인도는 러시아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면서 미국과의 관계에서 실리를 취하려 하고 있다. 인도는 중국과 국경 갈등을 지속하고 있으며, 인도양 패권 경쟁에서도 중국 해군 확장을 강하게 견제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가 인도와 군사협력을 강화할수록 중국과 인도 사이 전략적 긴장 역시 복합적으로 재편되는 구조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적 고립에 몰린 러시아에 중국의 중요성이 커졌는데, 러시아와 경제·외교적으로 밀접한 인도로서 이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인도를 대중 견제 핵심축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인도를 활용해 중국 의존 심화를 완화하려는 계산을 병행하고 있다. 이에 인도는 양측 이해관계를 동시에 활용하며 전략적 공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양새다. 국제질서가 진영 대결 구도로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도 인도가 독자 노선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이러한 다층적 이해관계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인도에 있어 러시아는 저렴한 에너지 자원의 공급처이자 중국과의 잠재적 분쟁에서 중재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다. 특히 양국이 군사 기지를 공유하기로 한 결정은 인도양 내 중국의 '진주 목걸이 전략(해상 루트 확보 전략)'을 무력화하는 실질적인 대응책이 된다. 러시아의 군사력이 인도양에 투사됨으로써 중국의 해양 확장세에 대한 자연스러운 억지력이 형성되는 구조가 확립된 것이다. 이는 인도·러시아·중국 3국이 미국에 대항하는 공동 전선을 형성하는 듯 보이게 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서로를 견제하는 다층적 역학 관계를 형성한다. 인도는 이미 이 같은 미묘한 긴장을 활용해 러시아로부터 첨단 군사 기술을 이전받고 극동 지역의 자원 개발권을 확보하며 국가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즉, 러시아와의 군사 밀착은 중국의 독주를 막기 위해 러시아라는 지렛대를 활용하는 인도의 균형 외교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