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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채용 감소에 구직자들 '난감', "일자리 어디서 구하나"
사회적 '비관론' 확산, '쉬었음' 인구 중 20대 32만 명 달해
대기업도 피하지 못한 침체기, 안정성 지표도 '악화
기업 인사 담당자가 뽑은 '2024년에 주목할 HR이슈' 설문조사 결과/출처=인크루트
인사 담당자들이 올해 HR(인사·노무) 분야에서 떠오를 가장 큰 이슈로 '신입 직원 채용 감소' 및 '이직 자제(리텐션)'를 꼽았다. 결국 경기 침체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구직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최근 들어 중소기업을 넘어 대기업들까지 수익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한 기업 내부적인 분위기 조정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현 구직 상황이 사회적으로 고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24년에도 신입 채용 줄어들 것"
HR테크 기업 인크루트는 인사 담당자(기업 회원) 768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4일부터 21일까지 '2024년에 주목할 HR이슈'를 설문조사한 결과를 3일 발표했다. 설문조사엔 대기업 45개, 중견기업 109개, 중소기업 614개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설문 조사는 인사담당자가 올해부터 적용될 인사제도, 임금, 복지, 그리고 최근 동향 등 여러 이슈 중 올해 관심 있게 보는 HR이슈를 1개 이상(복수응답)을 꼽는 형태로 진행됐다. 가장 많이 꼽힌 건 신입 채용 감소(28.9%)였다. 인크루트는 "2022년과 2023년 모두 채용 규모가 전년에 비해 줄었는데, 2024년에도 신입 채용 위축이 더 심화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정규직 대졸 신입 모집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경향이 발견됐다. 지난해 '신입 모집과 관련해 차질이나 변경 사항이 있나'는 질문에 기업의 60.4%가 '있다'고 답했으며, 그중 24.5%가 '계획한 신입 채용 축소나 취소(경력직 수시 충원 집중)'를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로는 '전체 채용 규모 감축'(21.3%), '신입 채용을 수시 채용으로 전환'(17.0%)이 이어졌다. 신입 채용 위축과 더불어 경력직 리텐션 현상(23%)도 올해 예상되는 특징 중 하나로 꼽혔다. 경력직 리텐션이란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경력직들이 퇴사 및 이직을 자제하고 재직 중인 회사에 오래 다니려는 현상이다.
이외에 구직 포기자 증가(20.5%)에 대한 언급도 많았다. 신입 채용이 축소되면서 구직자들이 구직을 포기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일할 능력은 있지만 특별한 사유 없이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 중 20대는 32만2,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 과정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16.3%)도 네 번째로 꼽혔다. 최근 채용 과정에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HR SaaS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자기소개서를 AI로 평가하는가 하면 인·적성검사를 온라인 게임화하는 경우도 있다. 이밖에 △주 52시간제 유연 적용(15.9%) △이직시장 활발(14%) △ 희망퇴직, 권고사직 등 사내 실업의 증대 (10.7%) 등이 올해 주목할 HR이슈로 꼽혔다.
사진=Adobe Stock
신입 채용 위축, 결국 수익성 악화가 원인
인크루트의 설문조사 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신입 채용 위축이다. 특히 대기업의 대졸 신입 채용이 점차 감소하면서 취업 문이 더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진다. 실제 인크루트에 따르면 전체 응답 기업 중 정규직 대졸 신입을 1명 이상 채용한 곳은 68.2%였다. 이는 작년의 68.3%와 비슷한 수준인데, 채용률을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 73.3%, 중견기업 83.5%, 중소기업 65.1%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은 최근 5년간 조사에서 가장 낮은 채용률을 기록했다. 대기업 채용률은 2019년 94.5%, 2020년 89.5%, 2021년 91.9%, 2022년 87.2%로 하락세다. 대기업의 경우 정규직 정기 공채가 지난해 17.4%에서 올해 43.9%까지 크게 올랐지만 이것이 전체적인 채용 규모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올해 대기업 채용 규모는 한 자릿수 33.3%, 두 자릿수 54.5%, 세 자릿수 12.1%로, 지난해의 한 자릿수 24.4%, 두 자릿수 58.5%, 세 자릿수 17.1%였던 것과 비교하면 한 자릿수 비중은 늘고 세 자릿수 비중은 줄었다.
사회 전반에서 신입 채용 위축 현상이 나타나는 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수익성 자체가 적절히 견인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외부감사를 받는 비금융 국내 기업 3만129곳의 지난해 수익성 지표는 전년 대비 대부분 악화했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은 평균 5.3%로 2021년보다 1.5%p 떨어졌고, 세전 기준 순이익률도 같은 기간 7.6%에서 5.2%로 하락했다. 특히 중소기업(영업이익률 기준 5.6%→5.5%)보다 대기업(7.2%→5.3%) 수익성 하락 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성한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반도체와 화학제품 등 주력 수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의 경우 판매가격 하락과 재고자산 평가손실 확대로 수익성이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결국 벌어들이는 돈이 없으니 인력 유지에도 힘을 못 쓰고 있다는 의미다.
안정성(재무건전성) 지표 악화도 눈에 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 총액을 자기자본 총액으로 나눈 비율인 부채비율은 102.4%로 전년 말(101%) 대비 1.4%p 상승했다. 이는 한은이 외감기업 경영 분석 조사 대상을 확대한 2013년 이후 2014년(106.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 이자보상비율은 전체 평균 455.4%였다. 2021년 654%보다 200%p 가까이 급락한 셈이다. 이자보상비율이 100%를 밑돌아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 못 하는 기업의 비중은 35.1%로, 전년(34.1%)보다 1%p 상승했다. 경기 침체로 대졸 신입 채용이 크게 줄어든 이후 대기업들마저 인력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그나마 신입 구직자들의 취업 등용문으로 작용하던 인턴 채용 비중도 크게 줄어 들었다. 현 상황이 사회적으로 고정되지 않도록 정부의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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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CA협의체’ 개편, 김범수-정신아 공동의장 맡아
자율 경영→책임 경영으로의 전환, 카카오 계열사 중앙 통제 강화
전장에 나선 카카오 창업주와 은둔 중인 네이버 창업주, 두 회사 운명 갈릴까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2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열린 4차 공동체 경영회의에 참석한 모습/사진=카카오
일명 ‘은둔의 경영자’라고 불렸던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이자 경영쇄신위원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 경영진 사법리스크, 내부 비리 의혹 폭로 등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닥뜨린 카카오가 그룹 쇄신을 위한 방안으로 '책임 경영 강화'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한동안 자율 경영 기조로 부재하던 카카오의 컨트롤타워가 부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영 일선에 복귀한 카카오 창업주, 중앙 통제 강화한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김 위원장과 13개 협약 계열사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새로운 CA(Corporate Alignment)협의체 구성을 발표했다. 개편된 CA협의체는 김 위원장과 정신아 대표이사 내정자가 공동 의장을 맡는다. 창업주가 전면에 나섬에 따라 카카오는 기존의 자율 경영 기조에서 책임 경영 기조로 전환됐다.
CA협의체는 그룹의 독립 기구로, 카카오그룹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내부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컨센서스를 형성하는 조직이다. 김 위원장이 맡은 경영쇄신위원회를 비롯해 각 협약사의 핵심성과지표(KPI)와 투자 등을 검토하는 전략위원회 등 다수의 위원회가 협의체 산하에 포함된다. 구체적인 위원회 구성이나 개별위원회의 위원장 인선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른 시일 내에 정리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그룹 차원 대표 및 임원 인사를 지원하고, 그룹협의회를 운영하는 사무국도 설치된다. CA협의체는 앞으로 한 달 동안 산하 실무 조직을 정비한 후, 2월부터는 매월 그룹협의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사회의 눈높이와 신뢰에 부합하는 성장 방향과 경영 체계가 필요하다”며 “인적 쇄신을 비롯해 거버넌스·브랜드·기업문화 등 영역에서의 쇄신을 끌어 나가겠다”고 전했다. 정 대표이사 내정자는 “계열사 대표들의 위원회 참여를 통해 그룹의 의사결정 맥락 이해를 높이고, 높아진 해상도를 바탕으로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목표”이라며 “그동안의 느슨한 자율 경영 기조를 벗어나 구심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뼈 아픈 자율 경영의 실패
카카오가 그간 지켜오던 자율 경영 기조를 버리고 중앙통제를 강화하는 책임 경영에 나선 이유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본래 김 위원장은 카카오 창립부터 자율 경영을 경영철학으로 내세우며 각 그룹사의 경영 권한을 존중했다. 이를 통해 영어 이름 사용, 수평적인 조직 문화, 정보 공유 활성화 등 카카오만의 직장 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카카오는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 공정거래법 위반,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인한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45개이던 카카오의 국내 계열사 수는 현재 146개로 3배가량 늘었다. 특히 은행·모빌리티·온라인 쇼핑 등 굵직한 분야는 물론 미용실·영어교육·퀵 배달 등 동네 상권까지 모두 카카오 속으로 들어온 탓에 '카카오 제국'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월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CIO)가 구속되고, 김 위원장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위기는 더욱 심화됐다. 11월에는 카카오가 약 4,200억원 규모의 데이터센터와 약 3,000억원 규모의 복합문화시설 서울아레나 공사를 진행하며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카카오가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했음에도 명확한 컨트롤타워 없이 지나치게 분산된 조직구조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 패착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국내 대기업집단은 수직적, 중앙집권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자회사의 실수로 인해 그룹 전체에 피해를 끼지지 않도록 그룹 차원의 방향성 설정과 통제가 필요해서다.
하지만 카카오는 이와 정반대다. 카카오는 신사업을 추진할 때 조직 내 별도 조직으로 ‘CIC(Company in Company)’를 두고, 대부분의 의사 결정 권한을 위임해 사업을 진행한다. 이에 대해 한 경영 전문가는 “권한 분산에 기반해 별도 조직 형태로 신사업을 추진하는 것 자체는 전략적으로 효율적인 방법”이라면서도 “카카오는 조직의 분권화 정도가 지나치게 높아 ▲통제력 상실에 따른 전사적인 자원 활용의 비효율 ▲분권화된 조직의 미흡한 경영 역량에 따른 효율성 상실 ▲부분 최적화와 부분 이기주의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고, 이것이 쌓여 현재의 위기 상황이 초래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달라진 노선
결국 카카오의 위기 극복을 위해 김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며 경영 쇄신 시험대에 섰다. 그는 “카카오와 계열사는 스타트업이 아니라 자산규모로 재계 서열 15위 대기업임을 인정한다”며 “이제 벤처기업 스타일의 사업 확장이나 경영 방식을 버리고, 계열사 간 입장 조율, 골목 상권을 무리하게 침해하지 않는 사업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등 내부 통제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업계 관계자들은 카카오 평생의 라이벌로 꼽히는 네이버와의 경영 노선이 달라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네이버의 창업주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여전히 '은둔형 경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조직 집권화를 강화하려는 카카오와 다르게 네이버는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GIO는 “지나친 권력과 강한 회사에는 자연스럽게 반감이 든다”며 “나는 네이버의 자회사인 라인, 스노우, 웹툰 등이 네이버보다 커져서 네이버가 잊혀지고, 손자회사인 크림, 제페토 등이 자회사보다 커지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기를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내수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대표 빅테크 기업인 카카오와 네이버의 상반된 경영 스타일이 두 회사의 운명을 가를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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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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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안뽑] ㉔개발 라이브러리 없으면 개발 못하는 개발자, 플러그인 없으면 기능 추가 못하는 워드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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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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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
Input
개발용 라이브러리 없으면 기능 개발 못하는 개발자들이 압도적인 대다수
일부 고급 전문 개발자를 제외하면, 사실상 워드프레스 플러그인 설치하는 것과 큰 차이 없는 상황
워드프레스 플러그인 쓰면 비용 절감, 개발 기간 단축 효과도 얻을 수 있어
개발자를 굳이 뽑지 않고, 워드프레스로만 거의 모든 서비스를 다 만들 수 있다고 하니 각종 지적들을 받는다. 그 중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개발자들은 직접 코드를 치니까 모든 기능을 다 만들 수 있는데, 워드프레스를 쓰면 해당 기능을 지원하는 플러그인이 있어야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 먼저 지적하고 가고 싶은 부분은 개발자들 중에 개발용으로 만들어진 라이브러리가 없을 때 직접 기능을 다 만들 수 있는 능력자가 과연 몇 명이냐, 기능 중에 복잡한 고급 기능일 경우에는 과연 몇 명이나 될 것인가는 반박 질문과, 워드프레스 플러그인을 직접 만들거나, 제작을 의뢰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점을 반박 포인트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워드프레스로 회사 웹사이트를 다 만들기로 결정하고 난 다음, 지난 몇 달간 코드를 칠 일이 거의 없기는 했지만, 때로는 일부 기능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기능을 켜고 끄는 단순한 코드 몇 줄 추가 작업부터, 없는 기능을 새로 만드는 기능 추가까지, 코드 작업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때로는 플러그인 제작자가 만들어 놓은 기능을 고치려다가 플러그인 제작자와 메일을 주고 받기도 했고, 네이버 로그인 기능이 없는 플러그인 제작자 같은 경우는 한국에서 네이버의 위치를 듣더니 자기가 직접 개발하겠다고 날더러 직접 만든 버전을 쓰거나, 아니면 좀 기다려 달라는 말을 한 적도 있다. SIAI 리뉴얼 중에 요청한 기능은 묶어서 $150라는 인보이스(Invoice)를 받기도 했다.
개발자-안-뽑음_202312
개발 라이브러리와 워드프레스 플러그인
대략 5년 전 쯤으로 기억한다. 모 대기업 내에서 계열사 직원들을 묶어 만든 태스크 포스(Task Force) 형태의 개발 프로젝트가 있는데, 날더러 조언을 좀 해달라고 해서 찾아간 적이 있다. 뭔가 간단한 앱을 만든다던데, 계열사 직원들 중 개발자라는 사람들을 모아놓은 프로젝트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 때 내가 3년차라는 개발자들과 나중에는 PM에게까지 받았던 질문이
무슨 라이브러리 쓰세요?
였는데, 솔직히 말하면 그 말의 의미를 그 자리에서는 이해를 못 했었다.
난 Matlab을 쓰다가 R로 넘어왔던 당시, R에서 패널 데이터(Panel data) 관련 함수가 너무 없길래 직접 만들어 쓴 적이 있고, 그 때 썼던 함수 묶음을 연구실 동료들한테 공유해주니까, 연구실 친구들이 아에 R에 패키지로 올리자고 그래서 패키지 파일을 만든 적은 있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나니 개발자들 사이에서 그렇게 특정 목적의 기능을 하는 함수 파일들을 묶은 패키지를 '개발용 라이브러리'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됐고, 거의 모든 R 사용자가 패키지 없으면 '망했다', '직접 할려니 괴롭다', '이번 수업 과제는 아예 패키지 없이 생으로 코드를 다 쳤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개발에 쓰는 '라이브러리'가 없으면 개발자들 상당수가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개발자들을 겪으면서 조금씩 알게 됐다.
난 연구실에서 시간이 좀 걸려도 직접 패키지를 만들어 쓴 경험도 많고, '그까짓 함수 만들지 뭐'라는 생각으로 불편함을 감수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개발자라는 분들도 그렇게 함수를 만들고 묶어서 '라이브러리'라는 걸 자기가 직접 만들고 주변이랑 공유하는 일이 잦을 줄 알았다.
그런데, 한국에서 개발자들을 만나면서 알게 된 건, 다들 '라이브러리를 어떻게 갖다 쓰면 된다', '어떤 라이브러리를 쓰면 더 좋다' 같은, 굉장히 피상적인 지식만 개발자들 커뮤니티에서 공유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떤 라이브러리는 무슨 계산을 어떻게 하고 있기 때문에 무슨 제약이 있다는 정도의 정보만 말할 수 있어도, 그래서 자기가 그 라이브러리를 뜯어고칠 수만 있어도 엄청난 실력자로 대접받는 것도 알게 됐다.
경제학에서 처음 Matlab, R을 쓸 때만 해도 계산 속도(Computational Performance), 혹은 계산 비용(Computational Cost)이라는 표현을 쓸 일이 없이, 수학으로 다 풀어놓은 계산에 데이터 입력하는 작업에만 쓰다가, 계산과학을 중심으로한 Math Finance로 넘어가면서 컴퓨터를 이용한 계산 작업에 '효율적인 구성'이라는 점을 굉장히 신경을 쓰게 됐다. 예를 들면, For-loop를 중첩해서 반복적으로 쓰면 속도가 엄청나게 느려지기 때문에 For-loop를 한번만 쓰면서 데이터 구성을 바꾸는 방식을 쓰거나, '과학적 프로그래밍(Scientific Programming)'이라는 수업에서 가르치는 것처럼 정확도를 약간 포기하면서 데이터의 형태를 변형하는 수학적인 도구들을 더 쓰게 됐다.
이런 식으로 개발자들 커뮤니티 사이에서도 주어진 라이브러리를 적극적으로 뜯어고쳐서 쓰는 것이 일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단순히 수정하는 정도에서 그치더라. 근데, 정확하게 똑같은 작업을 내가 워드프레스 플러그인을 쓰면서 하고 있다. 회사 사정에 맞지 않아서 조금씩 고쳐서 쓰는 작업이라는 관점에서 하나도 다를 게 없는 상황이다.
워드프레스 플러그인은 완벽하지 않다. 개발용 라이브러리도 완벽하지 않다.
Data Science를 가르치면서 패키지, 혹은 라이브러리가 만들어진 밑바닥에는 결국 누군가가 그 수학 문제를 풀어서 수식을 코드로 바꿔놓은 구성이 있기 때문에, 그 수식을 이해하고 나면 라이브러리가 정상 작동하지 않을 때 쉽게 고쳐 쓰거나, 정상 작동하고 있더라도 회사에서 필요한 목적에 맞춰 바꿔 쓸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정말 몇 년 동안 줄기차게 해 왔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어떤 라이브러리가 더 잘 맞는다'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개발자 출신, 혹은 코딩만 할 줄 알면서 자기가 Data Science 전문가, 혹은 '인공지능 전문가'라고 주장하는 수 많은 가짜 Data Scientist들을 만날 수 있다.
이 분들은 '안 맞으면 다른 걸로 바꿔 쓰면 된다'라고 생각하시는데, 내가 워드프레스 플러그인을 쓰는 방식이 완전히 일치한다. 어떻게 만들었는지 모르고, 기능만 구현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워드프레스로 이미 여러차례 서비스를 만들었다가 포기하기를 반복하면서, 자칫 이상한 플러그인을 몇 개 설치하게 되면 서비스 속도가 엄청나게 느려지는 것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이 겪었다. 요즘도 대부분의 플러그인은 아주 다급한 경우가 아니면 바로 실제 서비스 사이트에 적용하지 않고, 테스트 사이트에서 점검을 거친다. 그 점검 중 가장 큰 부분은 당연히 기능적인 구현이지만, 그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웹사이트 속도에 미치는 영향과 오류 횟수 같은 것들이다. 개발자들 표현을 빌리면 '코딩 수준이 낮은' 경우를 걸러내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라이브러리들도 그렇게 개발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사라진다. 특히 하나의 라이브러리가 수익성을 띤 사업의 일부면 당연히 누군가 철저하게 관리해서 돈을 더 벌려고 노력하겠지만, 무료 라이브러리는 관리가 안 될 것이다.
나 역시 당시에 만들었던 패널 데이터 전용 패키지가 구 버전과 호환되지 않으니 코드 고쳐라, 내가 사용한 다른 패키지가 버전 업데이트 되면서 안 돌아간다는 지적들을 몇 차례 듣다가, 귀찮으니까 그냥 내려버렸다. 그걸로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내 논문에 쓸 수만 있으면 됐지, 남들이 쓸 수 있도록 '추상화' 작업, 설명서 붙이기 작업을 하기가 너무 귀찮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운영된다는 관점에서 워드프레스 플러그인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무료 플러그인들이 당장은 무료니까 좋지만, 정작 내가 필요한 기능, 내 서비스에 맞춘 최적화를 하려면 유료 모델이 없는 경우에는 직접 코드를 뜯어고쳐야 하고, 그 제작자가 코드 관리를 안 하고 있을 것이다. 반면 유료 서비스가 있는 경우에는 한 카피라도 더 팔려고 적극적으로 서비스 개선 사항을 받아들이고, 끊임없이 수정을 하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개발 라이브러리가 Java, Javascript로만 나올까? PHP로도 나올까?
혹자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Java라는 개발 언어가 범용성이 크니까 가장 좋은 언어고, 몇몇 '기술' 기업들이 Node.js, React.js, Vue.js 등의 Javascript 기반 언어를 쓰니까 다른 직장을 찾아갈 때도 문제가 되고, 범용성도 낮다는 표현을 쓴다. 그 분들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개발 언어는 PHP니까, 가장 범용성이 큰 언어라고 할 수 있다.
한 때 PHP가 개발을 사실상 손 놨던 시절을 빼면, 워드프레스의 서버용 언어인 PHP가 그렇게 관리 상태가 부실한 언어도 아니고, 매년 굵직한 업데이트들을 내놓는다. 글로벌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개발 언어인만큼, 생태계도 안정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챗GPT를 REST API로 연동해서 쓰라고 서비스를 공개하던 당시를 돌이켜보자. Java, Javascript로 공개가 안 되면 우리나라 개발자들이 지금처럼 '인공지능 붙였다'라며 자기 회사 서비스에 붙였다며 '인공지능 개발자'라고 주장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REST API로 연동할 수 있도록 해 주니까 개발자들 커뮤니티에 너도나도 붙여봤다고 홍보? 자랑? 하는 글들이 올라오더라.
근데, PHP로 같은 API가 올라오면 그걸 라이브러리로 만들고, 플러그인으로 만들어내는 속도도 큰 차이가 나질 않는다. 글로벌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개발 언어가 PHP인만큼, 특별히 늦은 편도 아니고, 당연히 PHP용으로도 만들어줘야 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즉, 특별히 Javascript라는 언어를 쓸 줄 아는 '고급 개발자'를 뽑아야 무슨 기능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밑바닥에 있는 수학, 통계학을 다 이해해서 직접 만들 수 있는 연구 역량을 갖춘 개발자가 아니라면, 플러그인을 쓰는 것과 평범한 개발자들이 '라이브러리'를 '갖다 붙이는 것' 사이에 그렇게 큰 격차가 나진 않는다. 물론 플러그인의 완성도와 라이브러리의 완성도라는 측면에서 개발자들 사이에서 쓰이는 라이브러리의 완성도가 일반적으로 더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유료 서비스들의 세계로 넘어오면 큰 차이를 보기는 어렵다.
딱히 워드프레스 예찬론을 펼치려는 것이 아니라, 기능 추가라는 점에서 라이브러리 의존적인 개발자들과 플러그인 의존적인 일반 워드프레스 사용자 사이에 그렇게 큰 격차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워드프레스 플러그인을 나처럼 조금씩 뜯어고쳐서 쓸 수 있고, 제작자와 대화할 수 있는 수준으로 코드를 이해할 수 있으면 굳이 중급 이하 개발자 수십명을 뽑는 것보다 워드프레스 플러그인을 수십개 설치하는 편이 서비스 수준을 아주 조금 포기하면서 엄청난 인건비 절감, 개발 기간 단축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작년 9월 2일 발사된 아디티아-L1, 라그랑주 1지점에 곧 도착 예정
궤도 안정성 및 적은 연료 사용으로 태양 관측에 이상적인 L1
라그랑주점 간의 중력 시너지를 파악해 비행 효율성이 더 높아질 전망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저희 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 (GIAI R&D Korea)에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사진=인도우주연구기구(ISRO)
인도의 ‘아디티아-L1’(Aditya-L1) 탐사선은 며칠 안에 목적지인 라그랑주 1지점(L1)에 도착할 예정이다. 지구로부터 150만km 떨어진 지구와 태양 사이의 외딴 공간이지만 이미 4대의 다른 우주선이 L1에 주둔해 있다.
L1은 지구의 중력, 태양의 중력, 우주선 궤도의 원심력이 거의 정확히 상쇄되어 변화무쌍한 태양계의 중력장 속에서 비교적 안정된 '섬'을 형성하는 특별한 장소다. 그 결과 L1에 정박한 우주선은 적은 연료로 지구와 함께 태양을 공전할 수 있게 된다.
"궤도의 어느 지점에서도 지구가 태양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L1에서는 안정적인 태양 관측이 가능하다"고 미국 몬태나주립대학교의 천체 물리학자 닐 코니쉬(Neil Cornish)는 설명했다. 닐 코니쉬 교수는 라그랑주점을 설명하는 나사(NASA)의 공식 문서를 작성한 사람이다.
인도가 쏘아 올린 태양 정찰병
아디티아-L1(아디티아는 산스크리트어로 태양을 의미)은 올해 1월 첫째 주에야 최종 목적지에 도착할 예정이지만, 이미 자외선에 가까운 파장으로 태양 이미지를 전송하고 있다.
탐사선은 곧 L1 주변의 '헤일로 궤도'(Halo orbit)에 진입한다. 궤도를 유지하기 위해 몇 주마다 추진기를 가동해 태양 주위를 돌게 된다. 다행히도 L1의 영역은 광대해서 근처에 있는 많은 우주선이 가까이서 마주치는 것은 고사하고 서로를 볼 수도 없다고 코니쉬는 설명했다. "밖에서 무언가와 마주칠 위험은 전혀 없다"라고 덧붙였다.
L1에 가장 오래 머물고 있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와 유럽우주국(ESA)의 합작품인 소호 태양관측위성(SOHO)과 같이, 아디티아-L1도 가시광선, 자외선 및 X선 파장의 빛으로 태양을 이미지화하여 태양 대기의 역학에 대한 귀중한 자료를 전송할 예정이다.
인도 우주국에 따르면, 탐사선은 태양 폭풍에 영향받는 '우주 기상'을 연구하기 위해 지구를 가리키는 4개의 장비와 태양풍과 태양 자기장에 대한 폭발의 영향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다른 곳을 겨냥한 3개의 장비를 사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아디티아-L1의 주요 임무는 5년 동안만 지속될 예정이었지만, 앞서 언급한 L1 위치의 이점으로 인해 우주선의 작동 수명이 훨씬 더 길어질 전망이다. 소호도 2년만 사용할 계획이었지만 25년 이상 L1에서 비행한 전력이 있으며, 2025년 말까지 임무 기한이 연장됐다.
라그랑지안 군도, 각 라그랑주 지점의 특징과 쓰임새
라그랑주 지점은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마다 존재한다. 과학자들은 1760년대 스위스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가 아이작 뉴턴의 중력 법칙에서 비롯된 '3체 문제'(three-body problem)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이래로 라그랑주 지점에 대해 알고 있었다. 이탈리아계 프랑스 천체물리학자 조제프루이 라그랑주(Joseph-Louis Lagrange)는 오일러의 연구를 확장하여 1772년에 태양과 지구 사이의 중력에 의해 생성되는 5개의 지점을 발견했다. 이 점들은 라그랑주의 이름을 따서 라그랑주 지점이라고 불린다.
먼저 세 번째 라그랑주 지점(L3)은 태양으로부터 가장 먼 쪽에 있으며 지구 궤도보다 조금 더 멀리 떨어져 있다. 이에 따라 이 라그랑주 지점은 지구에서 바라볼 때 항상 태양에 가려져 있어, 지구와의 직접적인 통신이 불가능하다. 그곳에는 어떤 우주선도 주둔하지 않는다.
그다음으로 L4와 L5는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의 궤도를 공유하지만 각각 지구의 앞과 뒤에서 정확히 60도 떨어져 있다. 다른 라그랑주 지점들보다 안정성이 높은 구역이기 때문에 우주 먼지나 소행성들이 쉽게 몰려든다. 지구 중력에 편승하는 소행성들은 '트로이 소행성'(Trojan asteroids)이라고 부르며, 목성의 궤도 위를 목성과 함께 도는 목성 트로이군도 수십 개가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마지막으로 모든 지구-태양 라그랑주 점 중 최고의 명당은 L2다. L2는 지구를 사이에 두고 L1의 반대쪽에 자리 잡고 있는데, L2에서 태양을 바라보면 지구·달·태양이 모여 있어서 이 세 가지 행성에서 방출되는 빛을 쉽게 차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 결과 L2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비롯한 여러 탐사선이 선택한 궤도 목적지가 됐다. 이 지점에 가장 최근에 도착한 우주 망원경은 ESA의 유클리드다. 유클리드는 암흑 에너지와 암흑 물질의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 작년에 L2에 도착했다.
ESA의 우주과학 책임자인 천체물리학자 캐롤 문델(Carole Mundell)은 L2를 통해 지구의 지상 관측소에서 유클리드를 항상 볼 수 있고, 유클리드도 넓은 시야를 확보하면서 촬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지점은 방사선 환경, 열 안정성 및 시야 확보에 가장 적합한 곳이다"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이러한 장점들이 결합되어 유클리드 같은 고정밀 조사 임무에 이상적이다."
행성 간의 고속도로, 라그랑주의 궤도 시너지
NASA 제트추진연구소의 우주선 궤적 전문가인 마틴 로(Martin Lo)는 라그랑주점을 태양계 전체로 뻗어 있는 '행성 간 초고속도로'라고 부른다.
지구에서 약 193만km 이내에 7개의 주요 라그랑주 지점이 있는데, 지구-태양계의 L1과 L2, 그리고 지구-달계의 '작은' 라그랑주 지점 5곳이다. 이 근처의 7개 지역은 모두 비슷한 궤도 에너지를 공유하기 때문에 우주선이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데 약간의 추진력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이는 마치 정글짐에서 바에서 바 사이를 스윙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로는 설명했다.
이러한 라그랑주점의 고효율 궤도 이동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달에 유인 탐사와 우주정거장 건설 등을 목표로 하는 NASA의 아르테미스 임무에 대한 로의 궤도 간 이동 연구에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그는 현재 토성의 라그랑주점과 여러 위성 사이에 존재하는 복잡한 궤도를 연구하고 있는데, 이 위성 중 하나인 엔셀라두스는 태양계에서 외계 생명체를 찾기에 가장 좋은 장소일 수 있다고 한다.
"엔셀라두스는 남극 근처에서 얼음 기둥을 방출하는데, 우리는 이 궤도를 이용해 엔셀라두스 주변 궤도에 진입해 물질을 포착하는 방법을 결정하고 있다"라고 그는 말하며, 이는 적절한 장소, 속도, 시간을 맞추기 위해 가능한 가장 부드러운 스윙을 사용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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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국내 벤처투자 시장 전망 리포트 응답자 52.3% "투자재원 규모 확대 등 긍정적 전망" 글로벌 거시경제 불확실성 지속되며 신중론도
국내 VC(벤처캐피탈) 업계 종사자 중 절반 이상이 2024년 벤처투자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해 투자 규모가 작년보다 증대할 것이라는 예상도 50%에 가까웠다. 각종 정책자금 규모가 확대되고, 회수시장 규제가 완화되며 오랜 시간 얼어붙었던 벤처투자 시장이 활기를 띨 것이라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정책자금 비롯 투자재원 규모 확대 가능성 대두
2일 한국벤처투자(KVIC)에 따르면 올해 국내 벤처투자 시장 전망에 대한 질문에 국내 VC 종사자 654명 중 52.3%의 응답자가 긍정적(약간 긍정 49.7%·매우 긍정 2.6%)이라고 답했고, 25%는 부정적(약간 부정 21.3%·매우 부정 3.7%)이라고 답했다.
절반이 넘는 VC 종사자가 올해 벤처투자 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가장 큰 근거로는 정책자금 등 투자재원 규모 확대(39.6%, 최대 3개 복수응답 가능)가 꼽혔고, 이어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등 회수시장 활성화(38.7%), 경기활황에 따른 펀딩 및 투자 확대(32.3%), 기업들의 질적 성장(30.0%)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운용규모(AUM) 가 1조원 이상인 대형 VC의 경우 올해 회수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AUM 1조원 이상 VC로 범위를 좁히면, 응답자의 57.4%가 IPO 및 M&A 등 회수시장 활성화를 근거로 올해 벤처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부정적 전망을 내놓은 이들은 기관투자자(LP)를 비롯한 펀드 출자자 모집 난항(42.4%)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어 경기 침체로 인한 펀딩 및 투자 축소(35.2%), 투자재원 규모 감소(23.1%), 투자를 고려할 만한 기업 수 감소(19.7%)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시드 단계의 투자를 선호하는 응답자들은 펀드 투자자 모집의 어려움과 회수시장 악화를 더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시드 투자를 선호한다고 밝힌 이들 가운데 LP 등 투자자 모집이 어려워졌다고 답한 경우는 51.4%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7월 국내 VC 종사자 65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KVIC는 먼저 654명을 정량 조사한 후, 3년 이상 업계에 종사한 8명을 선정해 2차 정성 조사를 전개했다. 해당 정성 조사에 참여한 한 심사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공 부문의 대규모 자금이 준비되고 있으며, 이같은 예산이 반영되는 올해는 시장이 본격적으로 살아날 것”이라며 “모태펀드를 비롯한 정책자금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체 VC 출범 LP, 외부 출자 줄여 시장 경색 불러왔다는 지적도
하지만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고, 금리 이외에도 국내 자본시장 내 다양한 리스크 요인이 산적해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게 이어지고 있다. 2010년대 후반부터 우후죽순 생겨난 VC와 CVC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대기업 LP 및 은행권 LP들이 연이어 자체 VC를 출범하며 외부 출자를 줄인 탓에 펀딩 시장 회복에도 먹구름이 꼈다는 주장이다.
다수의 연구 기관이 내놓은 낮은 경제성장률 전망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보탠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한국 경제가 내수 증가세 둔화의 영향을 받아 2.2% 성장할 것으로 관측했으며, 한국은행과 금융연구원 또한 2.1%의 소폭 성장을 예측했다. 나아가 LG경영연구원을 비롯한 일부 기관에서는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2%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경제가 아직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한 만큼 한국의 주요 교역국인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의 경제 상황이 받쳐주지 않으면 우리 경제 역시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1.2%를 제시했다.
올해 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긍정적이라고 말한 VC 종사자 대부분이 ‘약간 긍정’을 꼽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KVIC의 벤처투자 시장 전망 조사에 참여한 경력 7년 차의 한 심사역은 “2022년까지 앞이 보이지 않던 벤처투자 시장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최악의 상태를 지나왔다”고 진단하면서도 “단기간에 시장 활황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으로선 시장에 심각한 악재는 보이지 않지만, 세계 경제에 크고 작은 위험 요소가 산적한 만큼 시장의 회복도 매우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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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살아있는 것 같다" 나날이 발전하는 가상인간, 마케팅 시장으로
SNS 휩쓰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 가상 인플루언서 등장 이후 격변
실존 인간보다 저렴하고 안정적이다? 차후 관련 시장 급성장 전망
가상 인플루언서 아이타나 로페즈/사진=로페즈 인스타그램
AI(인공지능) 기술 기반으로 제작된 가상인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중심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는 "AI 아바타들이 210억 달러(약 27조4,500억원) 규모의 콘텐츠 크리에이터 시장으로 진출했다"고 보도했다. 차후 인간 인플루언서 시장이 가상인간의 막강한 영향력에 밀려 잠식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영원히 유지되는 '이미지', 가상인간의 시장 활약
가상 인플루언서는 등장 이후 럭셔리 브랜드 등과 손을 잡으며 시장 인지도를 확보해 왔다.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의 메이크업 라인 KKW 뷰티와 누누리(Noonoouri) △루이뷔통(Louis Vuitton)과 아야이(Ayayi) 등이 대표적인 협력 사례다. 가상 인플루언서에 대한 대중 주목도가 높아지자, 마케팅 효율 역시 빠르게 개선되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에 따르면 H&M의 광고에 등장하는 가상 인플루언서 쿠키(Kuki)는 전통적인 방식의 광고 대비 11배 이상 많이 노출됐으며, 마케팅 비용을 91% 경감하는 데 기여했다.
이후 기업들은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소비자의 이목을 끌기 위해 속속 가상 인플루언서와 손을 잡기 시작했다. 그 결과 수많은 팔로워를 끌어모으며 '진짜 인플루언서'가 된 가상인간들이 탄생했다. 스페인 최초 AI 인플루언서 아이타나 로페즈(Aitana Lopez)는 SNS에서 2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실존하는 사람처럼 현실적인 일상을 공유하며 수많은 지지자를 확보한 것이다. 로페즈와 협업하기 위해서는 게시물당 1,000달러(약 130만원)의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로페즈 외에도 수많은 가상 인플루언서들이 각자의 '콘셉'을 내세우며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 이들은 한 번 구축한 이미지가 훼손되지도 않으며, 사생활 논란 등에 시달릴 이유도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마케팅 수단인 셈이다. 글로벌 인플루언서 마켓 플랫폼 마켓스앤마켓스는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시장이 2020년 2조4,000억원에서 2025년 14조원으로 6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는 실제 인간 인플루언서 시장보다 가파른 성장세다.
시장 휩쓴 '인플루언서 마케팅'
가상인간이 인플루언서를 자처하는 이유는 뭘까. 스마트폰 이용이 보편화한 뒤, SNS는 마케팅 분야의 중심 채널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다수의 기업은 수많은 SNS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을 채택했다. 인플루언서는 팔로워들에게 협력 기업의 제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구매를 독려한다. 상품을 소개하고 제휴 구매 링크를 안내하며 일종의 '이커머스' 역할을 수행, 제휴사(Affiliates)와 유사한 효과를 내기도 한다.
이들은 '라이브 커머스' 분야에서도 안정적인 마케팅 효과를 낼 수 있다. 인플루언서는 실시간 판매 방송을 진행하며 팔로워를 끌어모으고, 이들이 실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업계에서는 차후 라이브 커머스 마케팅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계속해서 발전하는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차후 SNS 마케팅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인스타그램, 틱톡 등 주요 SNS 서비스는 라이브 스트리밍 쇼핑 도구, 파트너십 등을 개발하며 커머스 고객 유치에 전념하고 있다. 관련 시장 선두 주자로 꼽히는 인스타그램은 사용자가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직접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라이브 쇼핑'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라이브 커머스 및 인플루언서의 시장 입지를 인정하고, 이를 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양상이다.
새롭게 등장한 '가상 인플루언서'는 기존 인간 인플루언서 대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가상 인간을 활용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보다 많은 이의 시선을 끌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의미다. 수많은 브랜드가 가상 인플루언서와 협업을 자처하는 가운데, 업계는 관련 시장의 성장세에 촉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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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불법 PG', 형사처벌 가능하지만 여전히 '횡행'
금감원 "연루된 가맹점도 불이익 있을 수 있다"
일각선 취약계층 보호 목소리도, "'투트랙 전략' 필요해"
불법 PG 영업/출처=국세청
영세·중소 판매업자와 음식점을 대상으로 불법 결제대행(PG) 영업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세금을 절세할 수 있다는 '절세단말기'에 이어 카드사 압류를 피할 수 있다는 '결제대행단말기'까지 출현한 상태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현행법상 형사 처벌까지 가능하다고 강조하며 이들 불법 PG 업체의 근절을 강조하고 나섰다. 다만 일각에선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시스템 마련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만큼 다각적인 정책 마련이 요구된다.
불법 PG 영업 횡행, 카드사도 '대략난감'
최근 온라인 블로그 등에서 '카드대금상계처리' 등을 명목으로 한 불법 PG 영업 사례가 늘고 있다. 자금 애로를 겪는 가맹점에 오프라인PG(이하 오프PG)로 매출을 카드사 압류 없이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는 식이다. 이들은 오프PG 단말기로 가맹점이 결제 요청을 할 때 카드사가 아닌 PG로 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PG사가 카드사에 결제 요청을 하게 돼 카드사는 매장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게 된다. 반 오프라인 매장은 밴(VAN·부가통신사업자)에 개인사업자 또는 법인사업자 정보를 입력하고 카드사에 가맹점 신청을 해야 하지만, 이들은 개인회생 등으로 사업하기 어려운 점주 대상으로 전자지급결제대행을 할 수 있는 PG결제로 매출을 받을 수 있다고 영업하고 있다. 온라인 결제의 경우 PG사가 일종의 가맹점이 돼 대신 결제를 요청하는 구조다.
이는 과거 절세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탈세를 유도하던 불법 PG 업체들과 영업 행태가 유사하다. 20만원 상당의 온라인결제가 가능한 캣 단말기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통상적으로 적용되는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 0.5∼1.5%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매출대금을 선정산할 경우 수수료는 계속 오른다. 이 같은 불법 PG 영업이 횡행하면서 카드사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카드사의 경우 매출이 빠지는 등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지만, 불법 PG가 소비자 피해나 민원으로 이어지면 카드사 입장에서도 마냥 방관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영업을 하던 업체들 상당수가 2차 PG 정산 업무를 하는 대리점인 경우가 많아 전자거래법 위반 소지도 있다. 대리점의 경우 PG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않은 무허가 업체기 때문이다.
절세단말기 불법 업체 광고/출처=금융감독원
소비자 피해 가능성 높아, 금감원 "엄정 지도할 것"
소비자 피해 가능성도 짙다. PG 하위 가맹점으로 등록되면 업체 확인이 어려워 환불 절차가 까다로워지는 데다 가맹 계약을 해지할 경우 환불까지 불가능해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가맹점들에 불법 PG 업체가 성행하고 있음을 알리며 주의를 당부했다. 국세청으로부터 미등록 혐의 업체들의 명단을 받아 수사기관에 통보하기도 했다. 현행법상 미등록 PG사는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금감원은 앞으로도 PG업 전반의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등록 PG사들이 전금법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엄정히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불법 업체들의 전금법 위반 및 탈세행위 등에 연루되면 가맹점 또한 가산세 납부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선 불법 PG 업체를 완전히 근절하기 위해선 영세업자가 불법의 마수에 뛰어들지 않을 수 있을 만한 여건을 먼저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불법 PG 업체를 이용하는 이유 중 가장 큰 파이가 '생계 문제'이니 만큼 무작정 PG사만 잡아서 해결되진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결국 생계를 이어가는 것조차 어려운 이들에게 있어 불법과 합법의 경계는 다소 흐릴 수밖에 없다. 물론 범죄 행위 자체를 옹호할 순 없겠지만 취약계층을 절벽으로 몰아넣는 미비한 사회 시스템에 대한 시민들의 공분이 높아지고 있음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불법 PG 업체 및 이를 이용하는 가맹점들을 철저히 조사함과 동시에 보다 탄탄한 사회 기반 시스템을 마련하는 투트랙 전략을 실행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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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줄어드는데 해외로 나가는 이공계 학생은 여전한 수준
2050년에는 국내 이공계 인력 현재의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도
연구환경·비자 문제 개선 등 정부 차원의 인재 유치 전략 마련해야
최근 10년간 해외로 난 국내 이공계 인재가 3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인구구조의 급변으로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이공계 학부생을 비롯해 석·박사급 고급 인력은 매년 3만 명에서 4만 명씩 지속적으로 떠나는 추세다. 이에 인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대로 가다간 50년 뒤 이공계 인재 부족 문제로 인해 국가경쟁력이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발 빠른 정책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 이공계 인력 유출, 심각 수준
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3~2022) 이공계 학생 유출 현황이 총 33만9,275명으로 추산됐다. 특히 10년간 해외로 떠난 석·박사 급 인력은 9만6,000여 명에 달한다. 최근 캐나다 AI 솔루션기업 엘리먼트AI가 국가별 AI 인재들의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한국의 AI 인력 유입 지수는 -0.297로 집계됐다. 이는 AI 인재를 해외에 공급하는 ‘생산국’, 즉 인재 유출국에 속한다는 의미다.
보다 심각한 것은 초중고·대학 학령인구가 2013년 약 940만 명에서 2022년 약 750만 명으로 20% 이상 감소했음에도 해외로 떠나는 이공계 학생 수는 줄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앞으로 2050년경에는 국내 이공계 인력이 현재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이공계 인력 유출은 국가기술력의 급락을 견인했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에서 발표한 ‘세계 경쟁력 연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전체 64개국 중 28위로 2022년보다 1단계 하락한 수준을 기록했다. 세부적으로는 ▲경제성과 14위 ▲정부효율 38위 ▲기업효율 33위 ▲인프라 16위로 집계됐다. 특히 인프라 중 기술부문은 64개국 중 23위로 전년 대비 4단계나 하락했다. 지난 2014년 우리나라 기술인프라 경쟁력이 8위를 차지한 것과 확연히 대비되는 수치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이공계 인재 유출은 국내 이공계 산업 환경의 질적 저하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 과학·공학자들은 “국내에 이공계 석·박사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해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며 “정부에서 이공계 인재들의 국내 정착을 위해 여러 제도를 시행한다는데 실효성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들이 꼽는 국내 이공계 정책의 문제점은 ▲과학기술 정책 일관성 부족 ▲관리·평가 중심의 연구 환경 ▲수직적인 연구문화 ▲해외 공동연구 전무 ▲우수한 동료 연구진 부족 ▲데이터·컴퓨팅 시스템 등 연구인프라 미비 등이다.
물론 정부도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994년에는 박사급 연구자를 유치하는 BP(Brain Pool) 사업을 실시했으며, 비교적 최근인 2020년부터는 신산업 분야의 정상급 연구자를 유치하는 BP플러스 사업도 시행했다. 하지만 성적은 처참하다. 18년간 약 1,830억원을 투입했으나 이공계 인재 2,619명을 유치하는 데 그친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도 보다 실효성 있는 이공계 육성책 및 해외 우수인재 유치와 관련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외부 인재 유입률이 높은 글로벌 주요국들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영국, 독일 등은 이공계 인재를 대상으로 비자 취득을 간소화하고 지원금을 지급하거나, 연구 환경의 질적 개선 등에 전념하고 있다. 영국은 학비·생활비 지원은 물론 영주·귀화 패스트트랙까지 지원하고 있으며, 독일은 연구자들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행정업무를 줄이고, 연구인프라를 전담 운영하는 테크니션들이 배치된 막스플랑크연구소 등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우수 인재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은 비단 돈 때문만은 아니라 주거·교육 문제 등 다양한 요인 때문”이라면서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면 인근에 우수 인재를 위한 주택 단지를 조성하고 좋은 학교를 설립하는 등 정주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도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전했다. 기술 패권 경쟁시대에서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 인재다. 인재가 될 학령인구의 감소가 피할 수 없는 미래로 다가오는 만큼 '소수정예 국내 이공계 인재 지원책'이나 해외로 떠난 인력을 한국으로 '리턴'시킬 정책 보완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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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기술 확보 시도한다? '한국판 DARPA' 띄운 정부
일각선 비판 의견도, "R&D 예산 삭감 반발 메꾸려는 심산 아니냐"
주사위는 던져졌다, 한계도전 R&D 프로젝트 진행 상황 지켜봐야 할 듯
한계도전 R&D 추진 체계/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가 실패 가능성은 높지만 성공하면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매우 큰 '고위험-고수익형' R&D(연구개발)를 본격 추진한다. 파괴적 혁신을 일으킬 만한 원천기술을 확보해 나가겠단 취지지만, 국내의 좁은 인재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임 정부와 비슷한 정책을 내놨단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일각에선 사실상 R&D 예산 삭감에 따른 반발을 줄이기 위해 시선 돌리기용 정책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온다.
과기정통부, '한계도전 R&D 프로젝트' 본격 시행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혁신·도전형 R&D 추진을 위해 올해 초부터 기획해 온 '한계도전 R&D 프로젝트'를 새해 본격 착수한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GPS·인터넷·자율주행차 등의 성과를 끌어낸 미국의 DARPA(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를 비롯해 이를 벤치마킹한 일본의 '임팩트(Impact) 프로젝트', 영국의 ARIA(BEIS 산하 고등연구발명국)와 독일의 SPRIN-D(파괴적혁신 목적 공공기관) 등 세계 주요국은 혁신·도전형 연구개발 지원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도 국내 R&D 시스템이 극복해야 할 문제인 위험 회피, 관료주의 및 느린 의사결정, 단기 성과 위주의 평가, 실패에 대한 관용 부족 등을 개편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한계도전 R&D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나섰다. 본격적으로 연구가 착수되더라도 연구개발의 목표나 내용이 고착화되지 않고 책임PM(프로젝트매니저)의 주도적 관리하에 연구방향 전환도 유연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단 계획이다.
정부는 우선 내년 바이오, 기후·에너지, 재난대응 등 3개 기술 분야의 책임PM이 선정한 연구테마 공고에 이어 과학기술적 해결을 모색하는 의견 수렴, 기술제안토론회를 순차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또 1분기 중에는 현장의 의견이 반영된 과제제안요청서 공고를 통해 사업을 본격 착수한다. 아울러 정부는 도전적 연구 목표를 가진 프로그램의 확대, 창출된 성과의 확산 등 한계도전 R&D의 장기적인 지원체계 마련을 위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한 사업 확대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노경원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한계도전 R&D는 우리나라 연구현장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유연하고 선진적으로 개편되도록 하는 R&D 혁신의 출발점"이라며 "책임PM, 참여 연구자가 변혁적 원천기술을 확보해 혁신의 핵심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한계도전 R&D, '특공대' 역할 해줄 것"
한계도전 R&D 1호 프로젝트는 물에 잠긴 상태에서도 엔진처럼 큰 힘을 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크레인이나 굴착기 같은 대형 기계장치는 침수 우려 때문에 침수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다. 공압이나 유압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지만, 무게가 무겁고 작동 전압도 낮아서 수중에서는 쓸 수가 없다. 소프트 액추에이터 기술이 수중에서 작동할 수 있지만 발생시키는 힘이 현저히 낮아서 재난 상황에서는 별 도움이 안 된다. 1호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침수된 건물 지하나 지하도에 크레인이나 굴착기 같은 장치를 바로 투입할 수 있어 침수 피해에 따른 인명 피해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호 프로젝트와 3호 프로젝트는 각각 ‘식물에서 배우는 그리너지’와 ‘기억의 미스터리를 푸는 열쇠’가 선정됐다. 2호 프로젝트를 통해선 화석에너지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로 수소를 이송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3호 프로젝트는 뇌 기억 분야의 국내 연구 수준을 끌어올리는 게 주요 목표다. 이 같은 한계도전 R&D 프로젝트에 대해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대형 예타사업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연구개발이 큰 항공모함이라고 한다면 국가적 난제를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기민하게 움직이는 특공대와 같은 연구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한계도전 R&D 프로젝트가 특공대와 같은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2021년 10월 7일 (왼쪽부터) 이경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안도걸 기획재정부 2차관, 서욱 국방부 장관이 한국판 DARPA 구성을 위한 첫발로서 '국방과힉기술위원회' 출범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국방부
'한국형 DARPA' 청사진 그리는 정부, 하지만
정부가 한국판 DARPA 청사진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함에 따라 한계도전 R&D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의 DARPA 구상에 의구심을 드러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애초 정부가 DARPA 청사진을 그리고 나선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 2021년부터 DARPA 구상을 시작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부처별로 추진해 오던 R&D 사업을 보다 큰 규모 사업군으로 묶어 투자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며 "기존 플랫폼과 협력을 이뤄냄으로써 조화로운 혁신을 만들어 내겠다"고 힘줘 말했다. 과기정통부 차원에서 AI, 양자, 합성생물학, 우주 등 글로벌 패권경쟁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한계돌파형 차세대 전략기술 투자를 늘리겠다는 계획이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가 그린 장밋빛 미래는 일개 종잇조각에 불과했다. 가장 먼저 발목을 잡은 건 우리나라 특유의 보수적 행정 체제였다. 애초 DARPA의 가장 큰 강점은 실패 우려가 있더라도 파괴적 혁신을 불러일으킬 만한 도전적 연구를 장려한다는 점인데, 우리나라는 행정적 특성상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가 짙다. 국내 R&D 사업 전반이 단기적 성과에 매몰돼 있는 상태에서 장기적이고도 파괴적인 성과를 지향하는 DARPA는 태동하기 쉽지가 않았다. 국내에 관련 기술력이나 안목을 갖춘 인재가 거의 전무하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애초 인재풀 자체가 작은 만큼 국내 기술 기반 자체가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DARPA 구상을 처음 내놓은 지 2~3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의 '2023년 기업 R&D 동향조사'에 따르면 기업부설연구소가 있는 기업 700개사 중 32.1%가 작년보다 올해에 오히려 R&D 인력 운용이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R&D 연구인력이 부족하다 응답한 기업들은 전체 연구개발비에서 다른 기업이나 연구기관과의 공동협력 개발에 투자하는 비중이 높았다. 국내 R&D 인력 부족을 공동협력 R&D로 겨우 메꿔놓고 있다는 방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갑작스레 DARPA 구상을 다시 꺼내든 데 회의적 의견이 쏟아진다. 사실상 R&D 예산 삭감에 따른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시선 돌리기식 정책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다만 일각에선 아직 지켜봐야 할 시점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비판은 이미 물망에 오른 R&D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를 확인한 뒤 해도 늦지 않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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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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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코딩 테스트는 적절한 평가법 아닌데도 대안 없이 시간만 흐르는 상태
결국 프로젝트 역량 없지만 코딩 테스트만 '넘기는' 인력 위주로 개발팀 구성한 기업들 많아
프로젝트 결과물 수준은 수십년 동안 제자리 걸음 수준
기업 법무를 주로 담당하는 법무 법인을 가면, 대형 프로젝트를 맡고 싶어하는 신입 변호사들이 그런 케이스를 갖고오는 시니어 변호사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여러 전략들을 짠다. 아무리 밤을 새도 끄떡 없는 체력의 소유자라는 걸 보여주기도 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다른 변호사들이 보지 못한 것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그 소문이 널리 퍼지도록 작전을 짜는 경우도 있다. 실력이 뛰어나다고 소문이 나면 그 법인에서 가장 잘 나가는 변호사들이 자기 밑에 데려가려고 노력하는 경우도 있다.
남들 눈에는 유명한 법무 법인에 다니고 있으니까 대단해 보이겠지만, 그 중 누군가는 기업 법무 중에서도 노른자 케이스들에만 투입되는 알짜 인력이고, 또 누군가는 이혼, 상해 치상 같은 '보잘 것 없는' 케이스만 맡아야 하는 변호사들도 있다. 차라리 법무 법인의 명성을 좀 낮추더라도 기업 법무를 주로 담당하고, 그것도 국내·외 기업 M&A, 해외 자원 인수, 매각 같은 케이스를 하고 싶어서 이직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단, 한국에는 그런 기업 활동이 별로 없어서 얼마나 그런 자리가 있을지 모르겠다. 적어도 15년 전 iBanker로 첫 직장을 들어가서 변호사, 컨설턴트, 회계사들과 엮이던 시절, 그들이나 나나, 모두 이름이 오래 남을 대형 프로젝트에 투입되고 싶은 욕심 가득한 인력들이라는 공통점을 느낀 적이 있었다.
개발자-안-뽑음_202312
대형 프로젝트의 잉여 사원 vs. 소형 프로젝트의 핵심 인력
위와 같은 사례는 초특급 상위권 인재들끼리 경쟁하는 분야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대형 언론사를 보면 정치부, 경제부 같은 주력 팀에 배정되는 인력이 있는 반면, 인터넷 뉴스 부서에 배정되고, 보도자료를 적당히 고쳐서 기사로 뿌리는 작업을 담당하는 '인터넷 편집 기자'도 존재한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각 인력 별로 회사 내에서의 기대치도 다르고, 할 수 있는 일도 다르다. 아예 정치부에서 문제를 일으켜서 회사에 큰 손실을 주면 사직서를 내거나, 인터넷 편집 팀으로 '좌천'되는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을 것이다.
같은 시스템이 개발자 사회에서는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적어도 지난 몇 년간 한국 개발자 사회를 어깨너머로 봤을 때는 그런 식으로 업무 수준에 따른 상하 관계가 정착되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아마 개발자를 뽑으려던 회사가 많았기 때문에 마음에 안 드는 일을 시키면 그 다음날 책상을 정리해버리는 태도들이 많았던 것이 원인이었을 수도 있고, 한국 사회가 IT프로젝트를 그렇게 세분화 할 수 있을만큼 다양한 프로젝트가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회사 내에서 핵심 업무를 맡을 수 있는 학벌, 경력, 그리고 그에 따른 실제 역량을 두루 갖추고 있는 인력에게만 독점적으로 주어지는 혜택일텐데, 이런 시스템이 안착되어야 개발자 노동 시장이 안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어느 회사를 다녔으니, 무슨 프로젝트를 해 봤다고 하니, 누구한테 소개를 받았으니 잘 할 것이라는 믿음만 갖고 인원을 채용해야 한다. 시장 참여자들이 판단하기 위한 적절한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개발자 역량 평가 시스템의 부재가 시장 비효율을 낳았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자난 10년 동안 해외 인사 관리 시스템을 겉으로는 열심히 베껴왔지만,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주먹구구식 평가로 매년 A, B, C 등의 등급을 산정한다. 등급이 낮은 직원들을 권고사직, 해고하기 위한 명분으로 많이 쓰이는데, 정작 A 등급을 꾸준히 받는 직원이 정말로 역량이 뛰어난 경우는 얼마나 될까? 윗 사람의 눈치를 잘 보고, 겉으로만 포장을 잘 하는 인력들이 A 등급을 받는 동안, 소리소문없이 조용히 자기 일만 열심히 하는 인력이 C 등급을 몇 차례 받아가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 왔다고 해 보자. 실제로 자주 듣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만나서 몇 마디 해 보면 왜 그런 불만이 공공연하게 돌아다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개발자 사회의 역량 평가도 내 눈에는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매우 뛰어난 개발자를 뽑는 기준이, 기획, 디자인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넘겨 짚어 이해하고, 거기에 따라 코드 작업을 미리미리 해 놓고, 최신 코드, 검증된 코드 갖다 붙였다고 자랑하지는 않지만 회사 사정과 프로젝트 사정에 맞는 코딩을 해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개발자 A가 있다고 해 보자. 그 옆에 있는 다른 개발자 B는 AI로 유명한 어느 기업에서 AI 프로젝트를 해 봤다고 주장하면서 이직을 했는데, 정작 그 코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하나도 모르고, "M기업에서 돌아가는 코드와 G기업에서 돌아가는 코드를 결합해 완성했습니다"라고 주장은 하는데, 회사 사정이랑 안 맞아서 뜯어고치는 작업을 길게 해야하고, 그 마저도 큰 도움이 안 됐다고 해 보자.
윗 사람이 개발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고, AI라고 불리는 자동화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A개발자가 월등히 뛰어난 인재고, B개발자는 사실상 채용 실패로 판단해야 된다는 것 정도는 파악할 것이다. 그런데, 국내 모 대기업처럼 매년 '코딩 테스트'로 개발자 등급을 산정하고 있고, B가 코딩 테스트만큼은 엄청나게 잘 보고 있으면 평가가 어떻게 될까? 아마 개발자B는 회사가 매우 잘 뽑은 인재, 고속 승진을 시켜야하는 인재로 분류되고, 개발자A는 40대가 되기 전에 이미 짐을 싸야 할 지도 모른다.
적절한 개발자 역량 평가 시스템은 어떻게 갖춰야 하나?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어디를 가도 개발자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적절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은 위의 개발자B 같은 사례들을 회사에서 솎아내지 못할 것이다. 아마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는 중에 그 기업만 위의 평가 시스템을 갖고 있다면 개발자A는 자기 마음에 드는 직장으로 바로 이직을 해버리겠지만, 시장 전체가 '책상 물림'들이 현장 모르고 엉뚱한 평가 시스템을 고집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한국에서 그렇게 엉망으로 돌아가는 대표적인 시스템이 교육부의 대학 역량 평가 시스템인데, 글로벌 시장에서 A급 저널에 논문을 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하는 교수의 논문 1개와, 국내에 500만원만 내면 아무 논문이나 실어주는 한국형 SCI 저널에 올라간 논문 1개를 사실상 같은 수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주요 사례다. 이렇게 엉뚱한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반 값 등록금을 강제해버리니 학생들 수업료로 생존이 불가능한 대학들이 정부 지원금에 끌려다니면서 황당한 시스템에 적응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상한 시스템에서 탈출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놓고, 그 이상한 시스템에 맞춰서 살아남아야하니 국내 대학들에서 글로벌 A급 저널에 논문을 올릴 수 있는 교수들조차도 한국형 SCI 저널에 논문을 내기 위해 그런 저널의 주요 관계자들에게 굽신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 저널 주요 관계자들의 압도적인 대다수는 글로벌 A급 저널에 논문을 내기는 커녕, 투고할 수 있는 영어 실력조차 안 갖추고 있더라도, 이미 교육부가 만들어놓은 공고한 시스템에서 핵심 부품으로 자리잡고 있어 내치기도 쉽지 않다.
개발자 평가 시스템이 절실한 상황이기는 한데, 위와 같이 엉망인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대표적인 사례가 '코딩 테스트'다. 그 취지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회사에서 필요한 개발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되는지 여부로 관점을 옮기면, 적절한 테스트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잘못된 시스템이 아니면 주먹구구식으로 돌아가는 시절이 몇 년간 더 이어지다가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어떤 시스템을 쓴다는 소문이 나면 그제서야 따라가는 방식으로 돌아갈텐데, 고급 평가 시스템이 안착되기 전까지는 결국 무능한 개발자를 뽑았을 때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급여를 줘야하는 기업만 그 손실을 오롯이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프로젝트에 투입된 인력들도 동료의 무능 탓에 업무량이 2배로 늘어나고, 서로 협력도 힘들어지는 복합적인 인사, 조직 문제가 된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그런 무능한 인력들에게 물적, 인적 자원이 분배된 탓에 멀쩡한 고급 인력들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문제, 그래서 그 조직, 그 나라 개발자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장할 기회를 잃는 것이다. 덧붙여 고객들도 낮은 수준의 서비스에 만족해야만 한다.
우리 회사에서 마지막 개발자를 내보내던 날, 만약 앞으로 다시 개발자를 뽑아야 하는 순간이 오면, 논리학 시험으로 1차 선발, 간단한 디버깅을 얼마나 빠른 속도로 찾아내서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보는 센스 테스트로 2차 선발, 프로젝트 구성을 어떻게 해서 이끌어 나갈지를 설명하는 능력으로 3차 선발을 진행하겠다고 다짐했었다. 이런 단계를 통과할 수 없는 인력은 뽑아봐야 시간만 낭비한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