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에 삼성·인텔·라피더스까지" 불붙은 1나노 경쟁, 테슬라는 자체 생산으로 리스크 대응
"TSMC에 삼성·인텔·라피더스까지" 불붙은 1나노 경쟁, 테슬라는 자체 생산으로 리스크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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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나노 양산 앞둔 TSMC, 1.4나노 공정 개발에도 본격 시동 라피더스·인텔·삼성전자 등도 1나노대 양산 계획 수립 일론 머스크, 자체 반도체 공장 건설·공급망 분산 나서

반도체 업계의 1나노미터(nm·10억 분의 1m) 공정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TSMC, 삼성전자, 라피더스, 인텔 등 주요 파운드리 기업들이 줄줄이 1나노 양산 로드맵을 제시하며 시장 선점에 힘을 쏟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테슬라 등 일부 기업들은 치열한 반도체 선단 경쟁 속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체 공급망 구축에도 속도를 내는 추세다.
TSMC의 1나노 로드맵
20일 중국시보 등 대만 언론은 소식통을 인용해 TSMC 2나노(N2P) 제품의 주문 예약이 2028년 생산분까지 완료됐으며, 올해 4분기 중 양산이 시작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이어 TSMC가 오는 2028년 최첨단 A14(1.4나노) 공정 반도체를 양산하고, 2029년에는 1나노 이하 미세 공정 반도체의 시험 생산에 나설 방침이라고 전했다. TSMC의 1.4나노 공정 제품은 동일 성능 기준 2나노 제품보다 전력 소모가 최대 30% 적다는 장점이 있다. 양산이 본격화하면 TSMC는 애플 등 주요 핵심 고객사에 해당 제품을 공급하게 된다.
올해 하반기에는 A16(1.6나노) 공정 양산도 계획돼 있다. 해당 공정은 기존 2나노 대비 성능을 8~10% 끌어올리고, 전력 소모를 15~20% 경감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나노시트(GAAFET) 트랜지스터와 후면 전력 공급 구조인 ‘슈퍼 파워 레일(SPR)’을 적용해 전력 효율과 집적도를 동시에 개선한 것이다. 이는 복잡한 전력 설계가 요구되는 인공지능(AI)·고성능컴퓨팅(HPC) 칩에 최적화된 기술로 평가된다. A16 공정의 첫 고객은 TSMC의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가 될 가능성이 높다.
TSMC는 1나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생산 능력도 공격적으로 확대 중이다. TSMC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생산 역량 강화를 위한 설비투자 자금으로 520억~560억 달러(약 77조~83조원)를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전년 대비 최소 25% 이상 확대된 수준이자,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금액(480억~500억 달러)을 웃도는 수치다.
파운드리 업계 선단 경쟁 본격화
여타 파운드리 기업들도 1나노 경쟁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 라피더스다. 라피더스는 일본 반도체 산업의 재부흥을 목표로 2022년 8월 도요타와 소니, NTT 등 8개 주요 기업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일본의 국책 파운드리 기업으로, 현재 1.4나노 공정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내부에서 거론되는 양산 목표 시점은 2029년이지만, TSMC와의 격차를 6개월까지 좁히겠다는 선언이 나온 만큼 2028년 말 양산이 진행될 수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인텔도 지난 1월 실적 발표에서 14A(1.4나노) 공정의 양산 계획을 공식화한 바 있다. 립부 탄 인텔 CEO는 2027년 하반기 시험 생산을 거쳐 2028년 대량 생산에 돌입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하고, 올해 하반기 중 고객사 물량 확정을 예고했다. 인텔의 14A 공정에는 2세대 리본펫(RibbonFET) 트랜지스터와 후면 전력 전달 기술 파워다이렉트(PowerDirect)가 적용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 애플 등이 인텔 14A 공정의 주요 고객 후보로 거론된다. 엔비디아는 파인만 생산 물량의 최대 25%를 인텔에 할당하는 ‘듀얼 벤더’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전해지며, 애플 역시 저가형 맥북용 M시리즈 프로세서 생산을 위해 인텔과 협상 중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경우 2030년 전후로 1나노 반도체 공정 연구개발(R&D)을 완료하고 양산 라인에 이관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알려져 있다. 향후 1나노 공정에 ‘포크 시트(fork sheet)’라는 새로운 구조를 도입해 2나노 공정 대비 칩 성능을 한층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2·3나노 공정까지 전류가 흐르는 길을 기존 3개 면에서 4개 면으로 늘려 전력 효율을 극대화하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해 왔다. 이 GAA 소자 사이의 거리를 최대한으로 좁혀 같은 칩 면적에 더 많은 소자를 배치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포크 시트다.

머스크, 반도체 공급망 내재화 도전
이처럼 주요 파운드리 기업들이 1나노 최선단 경쟁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반도체 제조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설비투자 및 생산 여력이 최첨단 라인에 묶이면 시장 불확실성이 가중될 가능성이 큰 만큼, 자체 생태계에 공급망을 내재화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에서다. 대표적인 예가 머스크 CEO의 테라팹 프로젝트다. 테라팹은 머스크 CEO가 텍사스주 오스틴에 건설 중인 종합 반도체 기지로, 설계부터 생산, 테스트 등이 한 곳에서 이뤄지는 수직 계열화 구조를 띤다. 해당 시설에서는 테슬라 자율주행차 및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 적용될 저전력 추론칩 및 우주 환경에서 구동되는 고성능 AI 칩이 생산될 예정이다.
시험 가동은 오는 2029년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초기 목표는 월 웨이퍼 3,000장 생산이다. 이후 공정 기술과 수율이 개선되는 속도에 맞춰 생산 규모를 점진적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머스크 CEO는 테라팹과 관련해 "스페이스X와 테슬라는 앞으로도 TSMC의 주요 고객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히며 테라팹의 목적이 파운드리 경쟁이 아닌 공급망 병목 현상 해결에 있음을 강조했다. 실제 최근 AI 수요가 폭증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은 사실상 한계에 봉착한 상태다. 올해 1분기에는 메모리 가격이 110%, SSD 가격이 147% 급등해 시장 전반이 막대한 혼란에 빠지기도 했으며, 업계에서는 이러한 상승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특정 품목의 공급 부족이 지속되면 기업들은 리스크 분산에 힘쓸 수밖에 없다. 실제 머스크 CEO는 테라팹 프로젝트를 추진함과 동시에 TSMC 외 파운드리와의 협력도 강화 중이다. 현재 테슬라의 차세대 AI 칩인 'AI5'는 삼성전자 팹에서 생산 중이며, '도조3(Dojo3)' 슈퍼컴퓨터는 삼성전자가 2나노 전공정을, 인텔이 패키징을 맡는다. 이 밖에도 애플은 TSMC 중심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미국 생산과 삼성전자 일부 물량 확보를 병행하고 있으며, 엔비디아와 AMD 역시 삼성전자, ASE, 글로벌파운드리 등과 협력해 점진적으로 생산 및 패키징을 분산해 나가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