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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2곳 중 1곳은 내년 ‘긴축 경영’, 내수 부진에 경제 성장 전망도 ‘암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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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전망 韓 경제성장률 1.9%
소비 줄며 40대 가구 사업소득도 감소
수출 증가세 주춤, 내수 진작 ‘먹구름’

우리나라 기업 절반가량이 내년 긴축 경영을 계획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심각한 내수 부진과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결과로, 약 60%의 기업이 2026년 이후에야 본격적인 경기 회복세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주춤한 수출 증가세 또한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 가운데, 중국의 경기 침체가 우리 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기업 경영 최대 걸림돌 ‘내수 부진’

2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따르면 경총과 글로벌리서치가 공동 실시한 ‘2025년 기업 경영전망 조사’ 결과 30인 이상 239개 기업 중 65.7%가 내년 경영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영계획을 수립한 기업 중 49.7%는 내년 경영 기조를 긴축경영으로 정했다고 답했으며, 현상 유지와 확대 경영을 택한 비율은 각각 28.0%, 22.3%로 집계됐다.

내년 투자와 관련해서는 39.5%의 기업이 금년 대비 투자 축소를 계획 중인 것으로 파악됐으며, 채용 계획은 올해 수준이라는 응답이 44.6%로 가장 높았다. 채용 축소를 앞둔 기업은 36.9%로 집계됐는데, 이는 300인 이상 기업(53.7%)에서 300인 미만 기업(31.1%)보다 22.6%p 높게 나타났다. 최근의 어려운 경제 환경에 대해 대기업일수록 매우 엄중하게 판단하고 있음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경총의 설명이다.

내년 기업 경영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애로 요인으로는 내수 부진(66.9%)과 인건비 부담 가중(64.0%)을 꼽은 기업이 많았다. 그다음으로는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 성장세 둔화(19.7%),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16.3%) 등 순으로 나타났다. 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으로는 응답 기업 82.0%가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대중(對中) 견제에 따른 반사이익 등으로 우리 경제에 긍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란 응답 비율은 7.5%에 불과했다.

기업들이 전망한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평균 1.9%로 집계됐으며, 국내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대해서는 2026년 이후라는 응답이 59.8%로 가장 많았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내수 부진에 대외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의 ‘긴축 경영’ 기조가 크게 늘었다”고 진단하며 “내년도 경기상황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업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유인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경제 불확실성에 꽉 닫힌 지갑

기업은 물론 ‘경제 허리’에 해당하는 40대 가구 또한 내수 불황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한 모습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올해 3분기 40대 가구의 사업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6만2,000원 줄어든 107만4,000원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절정이던 2021년과 비슷한 수준이자, 1인 이상 가구를 대상으로 가계 동향 통계를 집계한 2006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소득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는 도소매업의 장기 불황이 꼽힌다. 40대 자영업자 중 약 20.2%가 도소매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도소매업은 지난해 2분기 이후 6개 분기 연속 생산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재화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액 지수 또한 10개 분기 연속 감소하며 1995년 통계 작성 이래 최장기 하락 기록을 새로 썼다.

특히 의류와 신발 품목에서 소비 부진이 두드러졌다. 올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의류·신발 지출은 11만4,000원으로 전체 소비지출 대비 비중이 역대 최저인 3.9%를 기록했다. 고금리와 경제 불확실성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단단히 걸어 잠근 영향이다. 이와 관련해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팬데믹 당시에는 가전제품 등 내구재 교체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있었는데, 최근에는 경기 불확실성으로 재화 소비를 미루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40대 가구의 사업소득이 감소한다는 것은 내수 부진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갈 길 먼 내수 진작, 수출에 발목 잡혀

문제는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지금과 같은 내수 부진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통상 수출 감소에 따른 기업의 이윤 감소는 임금과 배당 등을 통해 가계로 분배돼야 할 소득이 줄어드는 효과로 이어지고, 이는 소비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내수 부진의 결과를 가져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1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63억5,000만 달러(약 79조1,700억원)로, 이는 전년 동월 대비 14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이지만 증가율은 1.4%에 그쳤다. 월별 수출 증가율은 올 7월 13.5%로 정점을 기록한 후 8월 10.9%, 9월 7.1%, 10월 4.6%로 감소하다가 지난달 1%대까지 쪼그라들었다.

이는 미국과 함께 양대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으로의 수출이 주춤한 데 따른 결과다. 11월 대중국 수출은 113억 달러(약 15조8,700억원)로 5개월 연속 110억 달러 이상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땐 0.6% 줄면서 9개월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중국 내 소비심리 위축에 따라 스마트폰 판매가 감소하면서 무선통신기기 등 수출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기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중국의 내수 진작부터 기대해야 하는 실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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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오픈AI 영리 법인 전환 막아달라" 가처분 신청, 'AI 전쟁' 본격화

머스크 "오픈AI 영리 법인 전환 막아달라" 가처분 신청, 'AI 전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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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올 들어 오픈AI 상대로 네 번째 소송 제기
"오픈AI 상업화는 2015년 설립 당시 계약에 위배"
오픈AI와 후발주자 xAI 간 AI 주도권 다툼 본격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챗GPT 운영사 오픈AI의 상업화를 막아달라며 소송을 냈다. 지난달에는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하는 등 오픈AI를 대상으로 올해만 네 번째 소송 제기다. 머스크 CEO가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정치적 후광을 얻으면서 그가 세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가 오픈AI의 강력한 대항마로 급부상한 가운데, 두 기업 간의 AI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머스크 "오픈AI, xAI 투자 막아 독점 유지하려 한다"

1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머스크 CEO와 xAI 측 대리인단은 지난달 29일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 법원에 오픈AI의 영리 법인 전환을 중단시켜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머스크 측은 신청서에서 "오픈AI가 모든 AI 연구 성과를 인류에 해롭지 않은 방향으로 사용하고 이를 공유하겠다는 비영리 사명을 어겼다"며 "오픈AI의 상업화가 초래할 위협을 막기 위해서는 오픈AI의 비영리적 성격을 보존하는 가처분 명령이 유일한 구제책"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픈AI의 최대 투자자인 MS와 오픈AI가 사실상 합병을 추진하면서 반독점법을 위반했으며 그 과정에서 부당한 방식으로 AI 시장의 경쟁자들을 제거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머스크 측은 신청서에 "오픈AI가 지난 10월 자금 조달 라운드에서 투자자들에게 머스크의 xAI를 포함한 경쟁사에 투자하지 않을 것을 약속받으며 시장 독점을 유지하려 했다"고 기재했다. 그러면서 "오픈AI가 부당한 방식으로 민감한 정보를 취득하거나 MS와 오픈AI 이사회 간 동조를 통해 이익을 얻는 행위도 금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머스크 측 변호사는 "이 사건의 최종 판결이 이뤄질 때까지 샘 올트먼 오픈AI CEO의 자기거래를 막아야 대중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다"며 '돌이킬 수 없는 피해'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는 "가처분 신청이 내려지지 않고 오픈AI가 계속해서 투자를 받게 놔둔다면 과거의 오픈AI는 사라지게 된다"며 "향후 광범위한 투자자 손실 없이 이 회사를 해체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오픈AI 측은 "근거 없는 불평"이라며 "완전히 설득력이 없는 주장에 불과하다"고 맞대응했다.

오픈AI, 주 당국과 영리 법인 전환 위한 논의 착수

오픈AI는 영리 법인 전환과 관련한 논란은 2020년 이후부터 지속돼 왔으나 올해 들어 그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초에는 오픈AI는 영리 법인 전환을 위해 캘리포니아주 당국과 초기 논의를 진행했다. 2015년 오픈AI는 비영리 법인으로 설립됐으며, 2019년 AI 모델 개발에 드는 높은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영리 법인을 자회사로 설립했다. 하지만 핵심 사업인 영리 법인이 비영리 법인의 지배를 받고 있는 점이 투자 유치 등의 걸림돌로 작용하자 비영리 법인으로의 전환을 추진해 왔다.

올트먼 CEO가 영리 법인 전환을 검토한 배경에는 막대한 자금의 투자 유치를 위한 투자자용 인센티브 제공이 있다. 영리 법인 전환 없이는 투자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올트먼이 생각하는 1,000억 달러(약 140조원) 유치도 불가능하다. 오픈AI는 지난 10월 1,570억 달러(약 220조2,000억원)의 기업 가치로 66억 달러(약 9조2,5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조달했다. 여기에는 오픈AI가 영리 법인으로 전환하는 조건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투자 조건에 따라 오픈AI가 2년 이내에 영리 법인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유치 자금이 부채로 전환될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오픈AI는 자회사인 영리 기업 오픈LPI의 모든 것이 비영리 법인의 이사회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투자사의 권한이 없는 구조다. 투자자의 수익도 원금의 100배로 제한돼 있다. 이에 오픈AI는 비영리 법인은 존치하면서 영리 법인이 더 이상 비영리 법인 이사회의 통제를 받지 않도록 구조조정을 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브렛 테일러 비영리 법인 이사회 의장은 "영리 법인 전환 작업은 계속 진행 중이지만, 잠재적인 구조조정은 비영리 법인이 계속 존재하면서 현재 오픈AI 영리 지분에 대한 완전한 가치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 "오픈AI 상업화, 사실상 MS 자회사 전략"

하지만 올트먼 CEO를 중심으로 한 이 같은 움직임은 기업 생존과 기업 목표간 충돌을 촉발하면서 오픈AI 안팎에서의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실제 오픈AI가 영리 기업이 되면 AI 기술 부작용 등을 방치할 것이란 이유로 회사 내부의 반대 의견이 적지 않고, 당초 설립 취지와 달리 상업적 확대를 추진하는 것을 두고 불만을 가진 핵심 임직원의 퇴사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들 중 일부 인원이 뜻을 모아 2020년 말 설립한 기업이 바로 앤트로픽(Anthropic)이다. 최근 앤트로픽은 구글의 투자를 유치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런 상황 속 오픈AI를 타깃으로 하는 머스크 CEO와 경쟁사 xAI의 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5년 머스크 CEO는 올트먼 CEO와 제프리 힌턴의 수제자 일리야 수츠케버 등을 규합해 먼저 AI 비영리 단체인 오픈AI의 설립을 주도했다. 그러나 이후 오픈AI의 운영 방향을 놓고 심각한 갈등을 빚어졌고 초대 공동의장이었던 머스크 CEO는 2018년 오픈AI가 구글에 비해 뒤처져 있다고 비판하며 직접 CEO로 나서겠다고 주장했지만, 다른 공동 창업자의 반대로 결국 오픈AI를 떠났다.

오픈AI를 떠난 이후에도 머스크 CEO는 오픈AI가 당초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영리사업을 한다며 신랄한 비판을 이어왔다. 지난 2월 '오픈AI가 영리사업을 중단하고 AI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소송을 샌프란시스코 고등법원에 제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장에서 머스크 측은 "오픈AI와 올트먼 CEO가 2015년 공동 설립 당시 체결한 계약에 따라 'AI가 전 인류에게 혜택을 주도록 보장한다'는 설립 목표를 지켜야 함에도 사실상 MS의 자회사로 귀속되며 이러한 책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머스크 측이 지난 6월 재판 시작을 하루 앞두고 갑자기 소를 취하하면서 두 기업의 다툼은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듯 보였지만, 지난 8월 머스크 CEO가 자신이 오픈AI 설립에 참여할 당시 올트먼과 그레그 브록먼 공동 설립자에게 기만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에 제기하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해당 소송에서는 오픈AI와 MS 간 계약이 유효한지 법원에서 결정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해당 소송에서 기존 소송 대상이었던 오픈AI에 더해 MS를 피고로 추가한 새로운 소장을 제출했다.

이후 한 달 만에 제기한 이번 가처분 신청은 머스크 측이 올해 들어 오픈AI를 상대로 제기한 네 번째 소송이다. 업계에서는 머스크 CEO가 오픈AI에 대한 공격을 재개한 것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생성형 AI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머스크 CEO가 정치 권력의 후광으로 경쟁업체를 공격하고 나선 것이란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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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중국-인도 국경 긴장 완화는 ‘전략적 미봉책’

[동아시아포럼] 중국-인도 국경 긴장 완화는 ‘전략적 미봉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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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도 국경 대치 완화하고 ‘순찰 정상화’
양국 ‘전략, 경제, 외교적 이익’에 부합한 조치로 평가
국경 분쟁 완전 종식과는 “거리 멀어”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수년에 걸친 분쟁과 군사적 대치 끝에 중국과 인도가 양국의 국경 순찰을 2020년 이전과 동일한 상태로 재개하는 데 합의했다. 본 합의는 분쟁 상황을 안정화하고 긴장을 해소해 양국의 전략적, 경제적, 외교적 이익에 기여할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양국이 대치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근본적인 국경 분쟁이 해소됐다고 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사진=동아시아포럼

중국-인도, 4년간 국경 대치 끝내고 병력 철수 완료

중국과 인도가 국경을 사이에 두고 4년간 지속된 사실상의 전쟁 상황 끝에 2020년 이전 상태로 돌아가 국경 순찰을 재개하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양국의 전략적, 경제적, 외교적 필요에 의해 체결된 본 합의는 분쟁 자체의 종결과 거리가 먼 ‘미봉책’에 불과하다. 중국과 인도 사이에는 높고 견고한 ‘구조적 장벽’(structural fault lines)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2020년 7월 중국-인도 국경에서 양국 군대가 충돌해 최소한 20명의 인도 병사와 4명의 중국 병사가 사망하는 갈완 계곡(Galwan Valley) 분쟁 발생 이후 중국-인도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걸어왔다. 사태 발생 이후 양국은 분쟁 지역에 수만 명의 병력을 배치했으며 외교적 노력에도 긴장은 가라앉지 않았고 경제 관계 역시 앞을 볼 수 없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로부터 4년 후인 지난 10월 21일은 갈완 사태 이후 지속적인 갈등을 빚어 온 중국-인도 관계의 분수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당일 인도 정부가 양국이 국경 순찰을 대치 이전으로 되돌리는 데 합의했다고 밝힌 이후 분쟁 지역인 뎁상(Depsang)과 뎀촉(Demchok)에서 병력 철수를 시작해 10월 말에 종료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양국 ‘전략, 경제, 외교적 이해관계’ 충족에 도움

양국의 합의는 4년간 지속된 군사적 대치를 종료하는 것으로 전략적, 외교적, 경제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먼저 인도 입장에서는 정부가 힘을 기울이고 있는 ‘동맹국 다변화’의 일환이다. 갈완 사태 이후 인도는 미국 중심 우방국들과의 전략적 협력 강화에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중국과의 관계 복원은 미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탈피해 ‘전략적 자주성’(strategic autonomy)을 회복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경제적으로 인도 정부는 갈완 사태 이후 악화한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할 필요성을 느껴 왔고 국경 분쟁 종식은 이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외교 측면에서 보면 인도와 서방 국가들의 관계는 인도 정부가 미국과 캐나다에서 시크교도(Sikhs)들을 암살하거나 시도했다는 혐의가 제기되면서 긴장 상태에 돌입한 바 있다. 인도 정부는 아시아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의 개발도상국 그룹)에서 외교적 위상을 강화해 서방 국가들의 압력에 대응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도 이번 합의는 전략적, 경제적, 외교적 목적에 부합한다. 무엇보다 인도가 미국 편으로 넘어가 양국이 주도하는 반 중국 연대(anti-Chinese coalition)가 만들어질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경제적으로도 중국은 14억 5천만 인구가 있는 인도 시장으로의 점진적 진입을 지속하거나 가속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유지했다. 중미, 중-EU 간 무역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으로서는 인도 시장의 중요성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외교적 입장에서도 국경 순찰 합의는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창설돼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아랍에미리트로 확장된 국가 연합) 내 연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중국은 브릭스를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기구로 성장시키고 나아가 ‘다극 체제’(multipolarity, 미국 독주의 글로벌 정치 체제에 대응하는 개념)와 ‘글로벌 경제 민주화’의 기수로 만들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인도와의 관계 개선은 반드시 필요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국경 분쟁 종식 차원에서는 ‘미봉책’

여기서 중요하게 지적돼야 하는 점은 이번 협약이 양국의 전략적, 경제적, 외교적 목적에 부합하는 점은 분명하나, 정작 국경 분쟁 종식이라는 본연의 목적에는 턱없이 부족한 조치라는 사실이다.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두 지점에서 군대를 철수한 것으로 국경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분쟁 가능성을 온전히 해소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번 협약은 분쟁 종식의 완결이 아닌 ‘선결 조치’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국경 상황이 안정화 단계에 돌입한다 해도 양국 사이에 존재하는 ‘구조적 장벽’ 때문에 영구적인 분쟁 해결은 더욱 어렵다. 두 강대국이 국경에 배치한 군사력과 군사 시설이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양국의 주도권이 충돌할 때마다 분쟁의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이번 협약이 당장의 효과보다는 수년간에 걸쳐 점진적인 개선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따라서 양국 지도자들이 연속된 고위급 회담을 통해 신뢰 회복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양국 평화 유지에는 별도의 조치들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협약은 양국의 전략적, 경제적, 외교적 이해관계를 위한 것으로 국경 분쟁 해결 차원에서는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원문의 저자는 다니엘 발라즈(Daniel Balazs) 난양 공과대학교(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연구원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China–India pact a borderline solution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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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자유 무역’이 ‘소득 불평등’을 심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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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무역, 경제 성장과 빈곤 퇴치에 ‘결정적 기여’
무역 효과의 국가 간, 국민 간 분배 문제는 ‘해결 과제’
자유 무역 기반 ‘소득 재분배’ 위한 보완책 마련이 최선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국제 무역은 전 세계의 경제 성장과 빈곤 퇴치에 결정적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효과가 국가와 국민에게 균등하게 분배되지는 않았다.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WTO)가 발간한 2024년 세계무역 보고서(World Trade Report)는 무역과 ‘소득 재분배’(inclusiveness) 사이의 관계를 재조명하면서 핵심적인 문제가 일부의 지적과 같이 자유 무역 자체에 있기보다 각국의 정책 부재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한다. WTO가 무역 규정의 개선과 보완에도 힘써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 무역의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각국의 보완책이라는 것이다.

사진=CEPR

국제 무역, 선진국과 개도국 간 소득 격차 축소에 ‘핵심 역할’

지난 30년간 국제 무역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소득 격차를 줄이는 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1995년부터 작년까지 전 세계 1인당 국민소득 평균이 7,050달러(약 985만원)에서 11,570달러(약 1,616만원)로 65% 성장하는 사이 중저소득 국가들의 1인당 국민소득은 1,835달러(약 256만원)에서 5,337달러(약 745만원)로 3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이러한 현저한 격차 축소는 수출, 수입, 해외 직접 투자 등에 의한 글로벌 시장 경제의 통합에 기인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글로벌 공급망 참여가 규모의 경제, 경쟁, 기술 이전, 혁신 등을 촉진해 생산성을 끌어올린 덕분이다.

중저소득 국가들의 소득 격차 축소 효과와 국제 무역 참여 수준 간 관계(1996~2021)
주: 연도(X축), 소득 격차 축소 속도(좌측 Y축), 국제 무역 참여 수준(1995년=100, 우측 Y축), 소득 격차 축소 속도(막대그래프), 무역 참여 수준(선 그래프)/출처=CEPR

WTO는 1995~2020년 국가 간 거래 비용(trade cost)의 축소가 세계 각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평균을 6.8% 끌어올렸다고 추산하는데 이중 저소득 국가들의 성장률은 33%에 이른다. 일방적 무역 정책을 시행한 개발도상국들이 연간 1~1.5% 정도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는 사이, 관세 무역 일반 협정(GATT) 및 WTO와 같은 다자간 무역 협정은 회원국 간 교역 규모를 평균 140% 끌어올렸다. 또한 WTO 가입 조건 달성을 위해 무역 제도 개혁에 착수한 국가들이 개혁을 요구받지 않은 기가입국들보다 가입 이전부터 이미 평균 1.5%P 더 높은 소득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물론 가입 이후에도 훨씬 가파른 성장률을 달성했다.

WTO 가입 조건으로 개혁을 시행한 국가들과 미시행 국가들 간 소득 성장률 차이
주: GATT/WTO 가입 전후 기간(가입 연도=0, X축), 평균 1인당 GDP 성장률 변화(가입 연도 대비, Y축), 개혁 시행 국가(청색), 개혁 미시행 국가(적색)/출처=CEPR

국제 무역 효과의 국가 간, 국민 간 재분배는 균등과 “거리 멀어”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무역으로 인한 소득 재분배는 고르게 이뤄지지 못했다. 아프리카, 카리브해, 라틴 아메리카, 중동 국가들은 낮은 무역 비중, 규제적 무역 정책, 부족한 인프라, 불리한 위치, 취약한 법 제도 등으로 인해 온전한 혜택을 누리지 못한 것이다. 최빈국(Least-developed countries, LDCs)의 경우는 고소득 국가에 비해 제조업은 47%, 서비스업은 50% 높은 거래 비용으로 인해 세계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원자재(commodity)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들 역시 높은 무역 비중에도 불구하고 느린 소득 성장과 낮은 경제 다각화(economic diversification)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국제 무역 혜택의 개인 간 분배 역시 균등과 거리가 멀었다. 교역이 자원을 보다 생산적인 분야에 재분배해 전반적인 경제적 효용과 삶의 질을 개선했지만 특정 노동 인구에는 그 효과가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저숙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수입 상품들과의 경쟁에 맞서 고생산성 일자리로 옮겨가기에는 보유한 기술과 이동성(mobility) 자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적절한 정책 대응이 없다면 이러한 노동 시장 붕괴는 장기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면 자유 무역은 저소득 가구를 포함한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가구들은 높은 운송 비용과 특정 기업들의 내수 시장 독과점으로 이러한 혜택에서마저 배제돼 왔다.

자유 무역 유지하되 소득 재분배 위한 보완 정책 필수

WTO 보고서는 국제 무역의 차별적 효과가 자유 무역 자체에서 기인하기보다는 각국의 정책 부재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소득 재분배 문제 해소를 위해 자유 무역 대신 보호 무역 조치를 채택할 경우 특정 산업 보호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물가 상승과 낮은 혁신 수준 및 수출 경쟁력으로 경제 전반에 더 높은 비용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교역 상대국의 보복 조치가 이어질 경우 수출 산업 고용은 더욱 위험에 처하게 된다. 한편 자국으로의 생산기지 복귀(reshoring) 역시 자동화와 디지털화의 영향으로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데는 뚜렷한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결국 자유 무역이 보다 높은 소득 재분배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의 보완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결론이다. 먼저 직업 및 직종 간 이동을 촉진할 수 있는 재교육 프로그램과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노동 시장 정책이 재수립돼야 한다. 변두리 지역과 주요 시장을 연결하는 운송망의 보완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재무 격차의 해소 역시 시급하다. 또한 글로벌 무역으로 오히려 벼랑 끝에 몰리는 개인과 지역 사회를 위한 복지 차원의 보상 프로그램도 절실하다.

한편 국제 무역이 소득 재분배에 미치는 역효과에 대한 우려로 많은 무역 협정에 소득 격차 축소를 위한 규정이 포함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규정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무역에 참여하는 업체들의 개별 성과는 물론 성별 격차, 고용, 가구별 소득 등 세부적인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재분배 효과를 높이기 위한 정책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무역 협정에 포함된 ‘소득 격차 축소 규정’ 증가 추이(1990~2021)
주: 연도(X축), ‘소득 격차 축소 규정’ 포함 정도(Y축), 선진국 간 무역 협정(청색), 선진국-개도국 간 무역 협정(적색), 개도국 간 무역 협정(연두)/출처=CEPR

국제 무역이 경제적 격차 축소와 사회적 평등에 지속적으로 기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 협력도 필수적이다. 규칙에 기반한 다자간 자유 무역 체제를 유지해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한 세계 경제의 파편화를 최소화하는 것은 기본이다. 글로벌 공급망 다양화와 디지털 거래의 확산,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중저소득 국가들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 역시 온전히 발휘되려면 높은 서비스 거래 비용, 디지털 격차, 규제 환경 및 준수, 초거대 디지털 기업들의 시장 지배 등의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 모든 문제는 WTO를 비롯한 국제기구들의 참여와 각국의 협력으로 만들어지는 보완책으로 해소되거나 최소화될 수 있다.

원문의 저자는 호세-안토니오 몬테이로(José-Antonio Monteiro) WTO 이코노미스트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rade and inclusivenes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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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외환보유고 통화구성으로 바라본 외화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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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환보유고 통화구성 다각화돼
통화구성에 급격한 변화 불러온 전쟁
미국 달러 의존도 낮아진 건 맞지만, 달러 패권 붕괴는 아직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이 외환보유고의 통화구성을 공개하는 추세다. 외환보유고는 미 달러화, 유로화, 일본 엔화 등 다양한 외화로 구성돼 있는데, 그 비율을 공개한 것이다. 연구진은 최근에 공개된 외환보유고 통화구성 데이터를 분석해, 미국 달러가 여전히 국제 주요 통화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나 의존도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미국 달러 패권은 쉽게 무너지지 않고 수년 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진=CEPR

투명성 강조의 일환 '외환보유고 통화구성 공개'

중앙은행이 외환보유고의 통화구성을 공개한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통화구성이 공개되면 환투기 세력이 들어올 것을 우려해, 각국 중앙은행은 외환보유고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기 꺼렸다. 그러나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책임감과 투명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로 변했고, 중앙은행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외환보유고에 대한 정보를 공개했다.

공개된 외환보유고 통화구성 데이터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 있었다. 포크 레이저(Falk Laser) 실증 경제학자를 비롯한 2명의 연구진은 최근에 발표된 외환보유고 통화구성을 활용해 전 세계 외화 흐름을 파악했다. 데이터는 1996년부터 2023년까지 총 64개국의 자료로, △미국 달러(USD) △유로(EUR) △일본 엔(JPY) △영국 파운드(GBP) △캐나다 달러(CAD) △호주 달러(AUD) △중국 위안화(CNY) 등 7가지 주요 국제 통화에 기타 통화를 포함해 8가지 통화의 국가별 외환보유고 통화구성 정보가 담겨 있었다.

첫 번째 인사이트: 통화구성 다각화

연구진은 데이터에서 두 가지 인사이트를 뽑아냈다. 첫 번째 인사이트는 세계적으로 통화구성이 다각화됐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시각화를 통해 전 세계 통화구성의 변화를 알기 쉽게 표현했다. 그림 1은 지역별로 외환보유고에서 미국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이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미국 달러 보유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은 남미와 유로 지역이었으며, 아시아와 아프리카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미국 달러 비중이 가장 낮은 지역은 호주와 오세아니아였다.

그림 1. 지역별 외환보유고의 미국 달러 비중 변화/출처=CEPR
주: 지역은 대상 통화(여기서는 미국)가 되는 나라는 제외했으며, 달러 비중은 나라별 가중치 없이 평균 낸 값이다. 따라서 북미는 캐나다만 포함돼 대표성을 띠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그림 2는 외환보유고에서 유로 점유율의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평균적으로 유로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은 북미와 비유로(유럽 대륙에 속하지만, 유로화를 채택하지 않은 국가) 지역이었으며, 그다음으로 호주와 오세아니아가 유로화 비중이 높았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은 중위권으로 유로화 비중이 비슷했으며, 남미 지역이 유로화 비중이 가장 낮았다.

그림 2. 지역별 외환보유고의 유로 비중 변화/출처=CEPR
주: 그림 1과 동일한 방식으로 계산됐으며, 이제 북미는 미국과 캐나다가 포함돼 있다.

그림 3은 외환보유고에서 위안화 비중의 변화를 보여준다. 위안화 비중은 호주와 오세아니아, 아시아를 비롯해 최근 몇 년 사이에 크게 증가했다. 이는 많은 국가가 중국의 입지를 인정하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림 3. 지역별 외환보유고의 위안화 비중 변화/출처=CEPR
주: 그림 1과 동일한 방식으로 계산됐으며, 이제 북미는 미국과 캐나다가 포함돼 있다.

연구진이 시각화한 그래프들은 지역별 외환보유고의 통화구성이 이질적으로 변했음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는 외환보유고의 미국 달러 비중을 가장 높은 반면, 비유로 지역은 유로가 외환보유고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처럼 지역마다 이질적으로 통화를 구성한 것은 나라마다 가진 고유한 역사와 지리적 위치에 의한 결과로 추측된다.

두 번째 인사이트: 전쟁에 따른 외환보유고 통화구성의 급격한 변화

두 번째 인사이트는 전쟁이 일어날 시 외환보유고의 통화구성이 급격히 변한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통화구성을 완전히 재편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림 4, 5의 왼쪽 그림은 외환보유고의 달러와 유로 비중을 나타내는 그림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상반된 행동을 보여준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이후, 우크라이나는 외환보유고에서 미국 달러 비중을 약 60%에서 2023년에는 80% 이상으로 늘렸다. 이와 대조적으로 러시아는 외환보유고에서 미국 달러 비중을 2014년 약 40%에서 2021년에는 15% 이하로 크게 줄였다.

또한 눈여겨볼 만한 점은 러시아는 같은 기간 동안 위안화 비중을 크게 늘렸다는 점이다. 2014년 0%에서 2022년에는 약 25%까지 비중을 늘렸다. 이러한 변화는 전쟁이 일어나면서 생긴 경제 및 무역 제재, 지리적 분열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그림 4. 우크라이나의 외환보유고 통화구성 변화/출처=CEPR
그림 5. 러시아의 외환보유고 통화구성 변화/출처=CEPR

미국 달러 패권, 아직까지는 건재해

두 가지 인사이트를 종합해 연구진은 미국 달러 의존도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여전히 미국 달러는 국제 주요 통화 역할을 하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은 환리스크를 줄이고자 외환보유고를 다각화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위안화 등 과거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던 통화를 외환보유고에 담기 시작했으며, 자연스레 미국 달러 의존도는 낮아졌다.

그럼에도 미국 달러의 위상은 향후 수년 동안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유로화와 위안화라는 두 가지 경쟁 통화가 있지만, 두 통화가 넘어야 할 벽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중국을 필요로 하는 나라가 많아지면서, 위안화의 위상은 더욱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위안화가 미국 달러와 비교할 만한 수준에 도달하는 데에는 중국의 '낙후된 자본 시장'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중국 자본 시장에 대한 투명성 부족으로 선뜻 위안화를 보유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유로화는 EU 국가들의 경제력과 민주주의, 자유 시장, 개방 경제를 내세워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최근에 들어서는 과한 규제로 기술력이 미국에 밀리고 있다. 연구진은 중국과 유럽이 가진 문제점을 극복한다면, 충분히 미국 달러와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원문의 저자는 포크 레이저(Falk Laser) 실증 경제학자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Currency denomination of foreign exchange reserves: From taboo in the past towards disclosure and exciting research nowaday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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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인플레이션 억제, 경제 성장, 친환경 산업 육성 ‘세 마리 토끼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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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 산업 규제가 인플레이션 유발하는 ‘친환경 딜레마’
긴축 정책 시 친환경 산업 위축
‘통화 정책’과 친환경 산업 육성 위한 ‘재정 보조’, ‘신용 정책’ 혼합해야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친환경 산업 육성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경제가 기존의 ‘오염 기술’(polluting technologies)을 버리고 친환경으로 나아갈수록 각국 중앙은행들은 새로운 고민거리에 직면하고 있다. 경제 성장을 지연시키거나 친환경 기술 투자를 보류하지 않으면서 오염 산업 규제에 따른 단기적 인플레이션 압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고민의 핵심이다. 이러한 ‘친환경 딜레마’(green dilemma)는 친환경 기술로의 이전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상당 기간 모든 중앙은행과 정책 당국이 해결해 가야 할 과제로 보인다.

사진=CEPR

오염 산업 규제, 친환경 전환기 인플레이션 촉발

친환경 경제(green economy)로의 이행은 그간 사용한 ‘오염 기술’을 버리고 친환경 대체 기술을 도입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탄소세, 배기가스 배출 상한제 등의 정책을 비롯한 환경 오염 규제는 기존 ‘오염 기술’ 가격을 높여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는데, 이것이 각국 통화 정책에 던지는 새로운 고민거리다.

친환경 전환기에는 전통적인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 고용률과 인플레이션의 선형적 비례 관계를 보여주는 곡선)의 모양이 변한다. 고용률이 낮은 상태에 있으면 인플레이션도 낮게 유지되지만 고용률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오염 기술 규제와 이에 따른 생산품 가격 상승이 더 가파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규제가 한층 강화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는 시점 또한 앞당겨지게 되며 수요가 줄어 인플레이션이 낮아진다 해도 이전 상태로 완전히 복귀하지는 못한다. 고용과 경제 성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해결해야 하는 중앙은행들의 과제 난이도가 친환경 전환기에는 더욱 높아지는 이유다.

친환경 전환기 필립스 곡선의 변화
주: 고용률(X축), 인플레이션(Y축), 오염 기술 규제 무(청색), 기술 규제 적용(적색), 강화된 기술 규제(연두)/출처=CEPR

인플레이션 통제 위한 긴축 정책, 친환경 산업 위축

친환경 기술의 혁신이 환경 목표와 생산성을 조화시켜 장기적인 경제 발전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은 사실이다. 발전한 친환경 기술 도입으로 ‘오염 기술’ 퇴출에 따른 생산성 감소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 전환은 각국의 통화 정책에 크게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을 감축하기 위한 긴축 통화 정책은 총수요를 낮추고 투자까지 위축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문제는 친환경 산업의 경우 기존 산업보다 필요한 투자 규모가 크고 기간도 길기 때문에 통화 정책에 영향을 더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친환경 업체들이 높은 금리와 수요 감소에 따른 어려움을 더 크게 겪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하는데 갑작스러운 긴축 통화 정책이 시행됐을 때 친환경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가 기존 산업보다 더 크게 위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화 정책이 친환경 산업에 대한 영향을 충분히 감안해 시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정확히 보여준다.

0.25% 금리(미 국채 3개월물) 인상에 따른 친환경 산업과 오염 산업 연구개발 투자 영향(미국 상장사 대상)
주: 오염 산업(좌측), 친환경산업(우측), 분기(X축), 연구개발 투자 영향(%, Y축)/출처=CEPR

긴축 정책과 함께 ‘친환경 산업 보조금’, ‘저리 대출’ 병행이 답

‘친환경 딜레마’에 대응해 중앙은행이 취할 수 있는 접근방식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단기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무시하고 높은 고용률을 유지한 채 친환경 전환 속도를 가속화하는 것인데, 여기에는 인플레이션 불안감을 고조시켜 전체적인 경제 안정성을 해칠 수 있는 우려가 상존한다. 다른 대안으로 긴축 통화 정책으로 인플레이션과 수요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는 높은 실업률과 친환경 산업 투자 축소는 물론 총생산성과 국내총생산(GDP)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 장기적으로도 친환경 전환을 늦추고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

친환경 딜레마 대응 방식에 따른 영향
주: 인플레이션 압력 무시(청색), 긴축 통화 정책(적색), 통화 정책과 재정 및 신용 정책 병행(녹색), 분기(X축), 정책 시행 이전 대비 변화율(%, Y축) / 오염 산업 규제, 인플레이션, GDP, 친환경산업 점유율, 친환경산업 생산성 향상, 오염 산업 생산성 향상(좌측 위부터 우측 순서)/출처=CEPR

두 가지 접근을 절충한 제3의 방안이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 신용 정책의 혼합이다. 친환경 산업에 초점을 맞춘 재정 보조금과 대출을 통해 긴축 통화 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것인데, 친환경 기업에 연구개발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대출 금리를 낮춰주면 전반적인 경제 위축에도 지속적인 기업 활동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는 시뮬레이션 결과로도 입증된다. 일정 수준의 긴축 통화 정책과 강력한 재정 및 신용 정책을 묶으면 경제 위축을 최소화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은 물론 친환경 전환까지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결과가 도출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친환경 분야에서의 생산성 향상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춰 통화 긴축의 필요성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결론적으로 ‘친환경 딜레마’는 중앙은행들이 전통적인 ‘인플레이션 목표제’(inflation targeting)에만 매달리지 말고 보다 섬세한 접근방식을 사용해야 함을 보여준다. 장기적인 경제 성장 및 환경 문제 해결과 단기적인 인플레이션 억제 목표를 함께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며 이에 대한 효율적인 해결 방안은 정책 당국 간 협력에 있다. 통화 정책과 재정 및 신용 정책을 조화시켜 친환경 전환을 촉진하면서 경제 성장률과 생산성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경제 안정과 환경 문제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유일한 길이다.

원문의 저자는 루카 포르나로(Luca Fornaro) 바르셀로나 경제대학원(Barcelona School Of Economics) 연구교수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A green dilemma for monetary policy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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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협력과 투쟁’ 통한 베트남의 중국 다루기

[동아시아포럼] ‘협력과 투쟁’ 통한 베트남의 중국 다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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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외교 정책 최대 현안은 대중국 ‘협력과 투쟁’ 균형
신임 총서기 부임에도 급격한 대외 정책 변화 움직임 없어
‘경제, 정치 협력’과 자주권 수호 위한 ‘군사적 견제’ 병행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베트남 외교 정책의 최대 현안은 중국과의 ‘협력과 투쟁’(cooperation and struggle) 사이 균형 맞추기라고 할 수 있다. 대중국 전략이 협력으로 급격히 기울 것이라는 우려 속에도 베트남 정부는 여전히 경제적, 정치적 관계 강화와 중국의 남중국해(South China Sea) 도발 견제에서 평형 유지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베트남의 중국 견제는 군사력 증강과 지역 열강들과의 군사적, 정치적 관계 강화가 중심을 이룬다. 현존하는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베트남은 강대국들과의 관계 조율을 통해 자주권과 안정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사진=동아시아포럼

베트남, 대중국 관계 ‘협력과 투쟁’으로 조율

베트남이 처한 외교적 입장과 능숙해진 균형 맞추기 속에서 주변국들은 2024년 8월 또 럼(To Lam) 베트남 공산당 총서기의 중국 방문이 급격한 균형추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신임 총서기의 공안 경력과 반부패 캠페인 이력에도 불구하고 친중국 노선으로의 급격한 변화는 아직 눈에 띄지 않고 있다.

그 어떤 정치 노선과 세계관을 보유했든 베트남 지도자의 최우선 과제는 중국과의 평화로운 공존 속에 자주권과 자치권을 수호하는 것이다. ‘협력과 투쟁’으로 정의되는 베트남의 대외 전략은 중국은 물론 다른 열강들과의 관계에서도 핵심인데, 협력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친선을 추구하지만 국가적 이익과 자주권에 대한 위협에는 단호히 맞서겠다는 의지를 내포한다.

그렇게 베트남은 중국과의 정치 경제적 협력을 도모하면서 중국의 남중국해 도발에는 저항하는 섬세한 균형 맞추기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는 대중국 경제, 정치, 자주권 수호를 포함한 주요 영역에 모두 적용되며, 전략적 우위와 열위 요소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신중한 고려가 녹아 있다. 중국과의 지리적 근접성과 역사 문화적 관계는 경제적 상호 의존성과 정치적 유대 강화에 십분 활용하되, 중국의 직접적 위협을 저지할 군사적 동맹이 부족하다는 약점은 군사력 현대화와 지역 열강들과의 협력 강화로 보완하는 것이다.

경제, 정치 영역에서 대중국 관계 강화에 최선

먼저 경제 측면에서 베트남은 주요 교역국이자 농산물, 섬유, 고무 등의 수출 대상국인 중국과의 무역, 투자 관계 유지에 주력한다. 미중 무역 전쟁 심화로 인한 중국의 베트남 직접 투자 열풍도 대중국 경제 관계 강화에 한몫을 하는 요소다. 이는 구체적으로 미국의 대중국 관세 인상, 중국의 인건비 인상, 시진핑 경제 정책의 불확실성, 지역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RCEP)으로 인한 회원국 간 교역 원활화 효과로 인해 촉발됐다. 중국의 직접 투자 영역은 BYD, 알리바바, 체리(Chery) 등 거대 기업들에 의한 첨단 제조업, 전기차, 전자 상거래 분야 투자로 확대되며 과거의 단순 제조업 위주에 비해 그 패턴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정치 영역에서도 베트남 정부는 잦은 고위 인사 방문을 통해 중국과의 관계 유지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또 럼 총서기의 중국 방문 이전인 작년 12월 시진핑 주석이 하노이를 방문했고 2022년 11월에는 고 응우옌 푸 쫑 총서기의 중국 방문이 있었다. 공산당의 존재 자체도 양국의 정치적 협력을 강화하는 요소인데, 체제 유지라는 최대 현안을 공유한 양국 공산당은 워크숍과 상호 방문, 세미나 등을 통해 각자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자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산주의 이념과 역사적 협력 경험이 정치적 유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셈이다. 공산당 간 교류는 2014년에 일어난 양국의 ‘석유 굴착장치 대치’(oil rig confrontation)를 비롯한 긴장 상황 해결에도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군사력 증강과 지역 협력 강화로 대중국 견제도 병행

하지만 이와 달리 안보와 군사 분야는 베트남이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관련 도발에 맞서기 위해 양보할 수 없는 영역이다. 베트남 정부는 현재 무기 도입이 지체되는 상황이지만 해군과 해안 경비 강화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며 미국 및 지역 우방국들과 해상 안보 강화를 위한 합동 훈련 및 역량 강화 활동에도 주력하고 있다. 올해 8월 필리핀과 해안 경비 합동 훈련을 진행하는가 하면 인도네시아와 배타적경제수역(Exclusive Economic Zone, EEZ) 획정에 합의하고 해군 훈련도 진행한 바 있다.

물론 경제 및 정치 분야에서도 베트남이 중국만을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바이든 행정부(Biden administration) 지원하에 미국 주요 기업들로부터 인공지능과 반도체 투자를 끌어냈고, 숙원이었던 미국과의 외교 관계 격상을 포함한 다수의 전략적 관계 개선에서도 성과를 냈다. 럼 총서기는 중국 방문 이후 바로 미국을 방문해 콜롬비아 대학에서 연설하는 등 대미 관계 유지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다. 베트남 당국이 뉴욕 타임스(New York Times) 호찌민 사무소 개설을 허용한 것도 관계 강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한편 최근 들어 베트남은 남중국해에서의 대중국 대치 역시 한층 부드럽게 풀어가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중국 해안 경비대의 영해 침범을 공식화하기보다는 ‘관찰 및 추적’(shadowing and tracking)에 주력하고, 오히려 통킹만(Gulf of Tonkin) 합동 순찰 및 양국 선박의 항구 방문, 고위급 교류 등을 통해 해군 및 해상 경비 협력을 밀도 있게 유지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의 대중국 전략은 우위 요소와 열위 요소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따라서 자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거나 변화가 불가피한 국제 정치 경제상의 구조적 변화를 제외하고는 현재 균형을 유지하고자 노력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러한 균형 유지에는 상대국의 오해를 방지하기 위한 높은 수준의 외교적 수완이 필요하기도 하다. 새로운 총서기 취임으로 베트남 외교 노선의 현격한 변화가 도입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지난 7월이었으니 아직 갈 길이 멀다.

원문의 저자는 한 응우옌(Hanh Nguyen) 호주 국립대학교(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박사과정생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Cooperation and struggle define Vietnam’s approach to China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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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설 진원지' 롯데케미칼, 일부 생산시설 철수 등 유동성 확보에 총력

'위기설 진원지' 롯데케미칼, 일부 생산시설 철수 등 유동성 확보에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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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공장 주력 생산라인 가동 중단 준비
회사채 신용 보강 위해 롯데타워 담보로
롯데쇼핑·롯데건설 등도 자산 매각 추진

실적 악화와 누적된 적자로 어려움에 직면한 롯데케미칼이 일부 생산시설에 대한 철수 절차에 착수했다. 수십 년간 효자 노릇을 해온 핵심 제품군 생산공장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유동성 확보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롯데그룹 차원에서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신용 보강 및 위기설을 잠재우기 위해 그룹 핵심 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내놓기도 했으며, 주요 계열사들도 자산을 매각하는 등 투자자 신뢰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케미칼, 핵심 제품 생산시설 '박스업' 착수

29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주요 생산공장 전반에 대한 운영 효율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기엔 과다 생산으로 재고가 쌓인 플라스틱 제품군에 대한 수요처를 확보하는 동시에 더 이상 수익화가 어려운 제품군에 대한 과감한 정리도 포함됐다. 해당 조치의 일환으로 여수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여수2공장에서는 주력 생산 제품인 에틸렌글리콜(EG)과 메틸메타크릴레이트(MMA) 생산시설의 생산량 감축과 '박스업(Box-Up)'을 위한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스업은 생산시설을 비우고 질소를 충전하는 절차로 업계에서는 통상 공장 운영 중단을 위한 전 단계로 불린다. 정기 보수를 하거나 점검을 위해서 박스업이 이뤄지기도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사실상 공장 폐쇄 이후 해체·매각으로 이어지는 수순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2월 공장 폐쇄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이에 대해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재고나 누적된 상황에서 인건비 절감 등을 위한 일상적인 효율화 조치"라며 "공장 폐쇄나 중단을 언급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차량용 냉각제의 주원료인 EG와 아크릴 유리 핵심 소재인 MMA는 1970년대 후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 시절부터 생산해 온 롯데케미칼의 핵심 플라스틱 제품으로, 종전에는 단위 공장 매출이 연간 3조~4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중국의 대량 저가 공세와 중동의 물량 확대,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수익성에 타격을 입었다. 이로 인해 한때 3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며 롯데그룹의 주축을 담당했던 롯데케미칼은 그룹 전체를 덮친 위기설의 진원지가 됐다. 롯데케미칼의 3분기 영업적자는 4,136억원으로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투자설명회 열어 주요 계열사 밸류업 계획 설명

이에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을 시발점으로 한 유동성 위기 우려를 잠재우고자 28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주요 계열사의 재무 현황과 밸류업(자산 가치 제고) 계획을 밝혔다. 이날 롯데케미칼은 '여수공장 원가절감 발굴 프로젝트'를 통해 연 810억원의 원가 절감을 골자로 하는 재무구조 개선 로드맵을 제시했다. 모노머(단량체) 부문에서는 에너지 비용 절감·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474억원을 감축하고 폴리머(중합체) 부문에서는 총 303억원, 지원 부문에서는 33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기초화학 비중을 현재 60%에서 오는 2030년까지 30% 이하로 낮추는 사업 포트폴리오 구조조정도 단행한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의 3분기 누적 매출은 15조5,343억원으로 이중 에틸렌(EL), 프로필렌(PL), BTX 등 기초화학 매출이 10조5,947억원에 달하는 반면 첨단소재·정밀화학·전지소재는 각각 4조949억원, 1조2,419억원, 7,159억원에 불과했다. 이번 구조조정은 수요 침체와 원가 비용 등 부담이 큰 석유화학 부문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전방 산업이나 PC, 의료, 배터리 소재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을 확대하는 등 시장 경쟁력 확보를 포석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롯데그룹은 지난 27일 롯데케미칼 회사채 신용 보강을 위해 은행권에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과거 롯데케미칼이 발행한 2조원어치 회사채에서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하면서 롯데케미칼은 사채권자들과 협의를 통해 해당 특약 사항을 조정하기로 한 바 있다. 이에 롯데그룹이 특약 사항 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그룹 핵심 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내놓게 된 것이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의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시장에 확실하게 전달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롯데월드타워(左)와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사진=롯데그룹

롯데쇼핑, 15년 만에 자산 재평가로 재무구조 개선

설명회에서는 롯데케미칼 외에도 롯데건설,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가 참여해 유동성 확보 전략을 설명했다. 먼저 롯데쇼핑은 오프라인 유통 업황의 부진 속에서도 유동성 위기는 전혀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점포 효율화를 위해 부산 센텀시티점 등 실적이 부진한 점포의 매각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으며 자산의 실질 가치 반영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자산재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재평가 대상은 7조6,000억원 규모의 토지자산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자산 재평가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해외사업, 리테일 테크 등 미래 신사업에 대한 효율적 투자비 집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투자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15년간 부동산 시장이 급팽창한 만큼 이번에 자산재평가를 하고 나면 롯데쇼핑은 상당한 재무개선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앞서 2009년 실시한 재평가에서도 3조6,000억원의 평가 차액이 발생하면서 부채비율을 102%에서 86%로 16%포인트 낮추는 효과를 거둔 바 있다.

롯데건설의 경우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현재 자체 보유 예금 등으로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는 만큼, 부실 사업장 정리작업에 고삐를 죄기로 했다. 롯데건설의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6조284억원으로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부채 총계가 5조9,000억원에 이른다. 롯데건설 측은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분양을 늘려 미분양 위험을 줄이고, 이자 비용 축소를 위해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호텔롯데도 부동산 자산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롯데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와 협업을 포함해 유동성 확보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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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중심 ‘저고도 경제’ 앞당기는 중국, 활용도 버거운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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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I 글로벌 시장 점유율 70%
중국 미래 전략산업 핵심 ‘드론’
한국은 점유율·인프라 모두 하위권
DJI의 농업용 드론 'T70'/사진=DJI

중국 정부가 자국 드론 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나선 가운데 세계 최대 드론 제조업체 DJI가 새로운 농업용 드론을 출시했다. 다양한 활용도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드론 기술력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연매출 6조원 목전에 둔 DJI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드론 제조업체 다좡이노베이션스(大疆创新·DJI)는 지난 26일 새로운 농업용 모델 T70을 정식 출시했다. 정해진 루트에 맞춰 비료 살포, 방제, 종자 파종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T70은 AI 기반 장애물 감지, AR 지원 비행 항법 등 다양한 첨단 시스템을 탑재해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직전 모델 T60 대비 연료를 최대 25% 절약할 수 있어 대규모 작업에 적합하다는 게 DJI의 설명이다.

션 샤오준 DJI 글로벌 시장 책임자는 “우리는 농업을 더 쉽게 만드는 것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삶을 더 편안하게 만드는 데 가치를 두고 있다”며 “산업의 확장과 사용자 수요의 증가에 따라 농업, 임업, 축산 등 다양한 시나리오에 활용할 수 있는 고급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홍콩과학기술대학교 출신의 왕타오 회장이 2006년 설립한 DJI는 2009년 첫 번째 에이스원(Ace One)을 시작으로 드론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A2, A3로 이어진 해당 시리즈는 압도적인 가격과 성능을 자랑하며 DJI가 내놓는 산업용 멀티콥터들의 기반이 됐다. 이후 2013년에는 첫 양산형 드론 팬텀1(Phantom1)을 출시하며 취미용 드론이 주를 이루던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나섰다. 그 결과 지난 2022년 매출 301억4,000만 위안(약 5조8,000억원)을 자랑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 전 세계 드론 시장 점유율은 70% 이상이며, 북미 시장 매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자국 기업의 비약적인 성장에 중국 정부도 드론을 비롯한 ‘저고도 경제’를 내세우며 그 활용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 9월 중국의 국경일을 기념해 광둥성 선전에서 펼쳐진 세계 최대 드론 쇼는 저고도 경제 육성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다. 중국은 드론 1만197대가 동원된 해당 쇼를 통해 두 가지 기네스 세계 기록을 경신했다. 하나의 컴퓨터를 활용해 최다 드론 동시 비행에 성공했고, 드론으로 만든 최대 항공 이미지 기록 또한 새로 쓴 것이다.

느슨한 규제에 개발도 판매도 일사천리

중국 내에서 드론은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 배경으로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드론 관련 규정을 꼽을 수 있다. 201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중국에서 드론은 스마트폰에 버금가는 유망 시장으로 주목받았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선전시에서는 1만 위안(약 190만원)만 투자하면 반년도 지나지 않아 드론 시제품을 만져볼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다. 이처럼 다양한 드론 기업들이 세워지고 제품도 우후죽순 쏟아졌지만, 이용자들을 관리할 별도의 규제는 마련되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공항 등 비행금지구역에 드론이 진입하는 사고가 급증하자, 2017년 뒤늦게 드론 실명제를 도입했다.

매년 5월 개최되는 선전 드론박람회는 중국인들의 드론 사랑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500개 이상 업체가 참여해 2,000여 개 부스를 자랑하는 해당 박람회에서는 업계 관계자뿐 아니라 일반인 입장객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들은 드론에 관심이 많은 청년층부터 데이트에 나선 연인, 심지어 가족 단위 입장객까지 다양하다. 이는 DJI 등 대형 드론 업체의 오프라인 매장 또한 마찬가지다. 드론이 일부 마니아층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문화임을 여실히 드러내는 모습이다.

韓, 드론 준비도 12개 선진국 중 최하위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드론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110억 달러(약 15조원)로 전년 대비 25.2% 성장했다. 2030년에는 548억 달러(약 74조원)로 5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이 중심에는 중국 DJI가 있다. 드론 인더스트리 인사이트에 의하면 2021년 기준 DJI는 미국 시장의 76.1%를 점유했다. 이는 인텔(4.1%), 3D로보틱스(0.6%) 등 미국 기업을 크게 앞지른 수준이다. 가격과 가용성, 사용 편의성, 품질 등 여러 면에서 DJI 제품을 대체할 만한 제품이 없다는 평가다.

DJI의 독주 속에 글로벌 드론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점유율은 2.6%에 불과하다. 이에 더해 드론 산업 인프라 또한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영국 BT그룹에 의뢰해 진행한 ‘드론 준비도 조사’에서 12개 선진국 중 최하위를 기록한 것이다. 산업을 주도하는 것은 물론 활용에서도 버거운 실정이다.

향후 전망도 글로벌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드로니가 최근 발표한 각국 드론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드론 산업의 낙관 수준(Industry Optimism Level)은 6.3점으로 글로벌 평균(6.6점)을 밑돌았다. 이는 북미(7.2), 영국(6.7) 등 선진국은 물론 인도(7.8), 남아프리카공화국(7.2), 콜롬비아(7.1) 등 개발도상국보다도 낮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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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 고민해 봐야" 이복현 금감원장, MBK 정조준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 고민해 봐야" 이복현 금감원장, MBK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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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회계 심사서 문제점 발견, 감리 전환
이복현 금감원장, MBK 경영권 인수 시도 '경계' 
10년 이상 장기 투자하겠다는 MBK, 진위는 불분명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금융감독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대한 의견을 드러냈다. 회계상 문제가 적발된 영풍에 대한 감리 조사 소식을 전하는 한편, 금융자본의 산업 지배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며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시도하고 있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를 '정조준'한 것이다.

영풍 감리 조사 본격화

28일 이 원장은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영풍이 환경오염 이슈와 관련해 손상차손을 미인식한 회계상의 문제점이 발견됐다”면서 “이번 주에 (회계 심사에서) 감리로 전환해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금감원이 회계상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부적정 회계 처리에 대해서 결론을 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0월 15일 고려아연과 영풍에 대한 회계심사에 착수한 바 있다. 통상 회계심사는 3~4개월이 소요되며, 심사 과정에서 회계 위반 혐의가 발견되면 강제성 있는 감리 조사로 전환된다. 영풍의 경우 심사가 시작된 지 약 한 달 반 만에 감리 조사 전환이 결정됐다.

고려아연 분쟁에도 '금산분리' 적용?

이에 더해 이 원장은 MBK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시도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이 원장은 "그동안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는 문제를 중심으로 고민했지만,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하는 것에 대한 부작용을 고민해 본 적이 있었나 생각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 산업은 20~30년 정도 길게 보고 (경영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5년이나 10년 안에 사업을 정리하는 구조를 가진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했을 때 중장기적 관점에서 주주 가치 훼손이 있을 수 있지 않나”고 말했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손에 쥔 MBK가 차후 단기 수익 실현을 위해 고려아연 주주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시장은 이 원장이 '금산분리 원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상호 소유를 금지하는 금산분리는 1995년 은행법에 은산분리(은행자본과 산업자본 분리)가 규정되며 도입된 개념으로, 지금까지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를 막는 방식으로 작동해 왔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이 원장은 금산분리 대원칙이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까지 적용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이라며 "금산분리라는 정책적인 주제를 기존과 정반대의 관점에서 상기시켰다"고 평가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사진=MBK파트너스

MBK "장기 보유할 것"

MBK는 단기간 내 고려아연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상태다. 지난 9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김광일 MBK 부회장은 "고려아연이 중국에 팔린다는 소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중국에 팔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부회장은 "10년 정도 보고 오래 투자할 것"이라며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시도가 단기 차익 실현을 위한 행보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다만 관련 업계에서는 이 같은 MBK의 발언에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과거 MBK가 국내 기업 인수를 추진하면서 보여온 행보 탓이다. 과거 ING생명(현 신한라이프) 인수 당시 MBK는 금융당국, ING생명 임직원 등에 회사를 약 10년 이상 보유하며 장기적으로 경영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한 바 있다.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이후 MBK는 인수 약 6개월 만에 대대적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임원 32명 가운데 18명을 내보냈고 평직원의 30%에 달하는 270명 감축을 목표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10년 이상의 장기경영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MBK는 법적 재매각 금지 기간(2년)이 끝나자마자 안방보험 등 중국계 금융회사를 포함한 매수 희망자들과 협상에 돌입했고, 4년도 안 돼 ING 생명 지분 40%를 매각했다. 지난 2018년에는 잔여 지분 일체를 신한금융지주에 넘겼다.

MBK는 지난 2015년 약 7조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에도 인위적인 인력 감축, 구조조정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으나 결과는 달랐다. 홈플러스 직원 수는 2015년 2만5,000명에서 지난해 말 기준 2만 명으로 5,000명가량 급감했고, 간접 고용 직원 역시 5,000명 줄었다. MBK 인수 이후 1만 명가량의 직원이 홈플러스를 떠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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