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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공매도와의 전쟁' 여정 마무리, 부당 취급액의 16배 과징금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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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B 불법 공매도 전수조사 종료
상위 14개사 중 13곳 위반 확인
13개 글로벌 IB에 부과된 과징금 836.5억

금융당국이 공매도 규제를 어긴 글로벌 투자은행(IB) 13곳에 부과한 과징금 규모가 이들 IB가 챙긴 부당이득의 16배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투자자들 사이에선 글로벌 IB 불법 공매도에 대한 정부 제재가 약하다는 비판이 나왔는데, 정부가 높은 수위의 징계를 내렸다는 평가다.

전수조사 후 과징금 부과 조치 의결

12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정례회의를 열고 공매도 규제를 위반한 글로벌 IB 1개사에 7억6,000만원의 과징금 부과 조치를 의결했다. 이로써 금융당국이 지난 1년 4개월 동안 글로벌 IB 13곳을 상대로 실시한 불법 공매도 제재는 모두 마무리됐다.

13개 IB에 부과된 과징금 총액은 836억5,000만원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크레디트스위스(현 UBS) 271억원, BNP파리바 190억원, 바클레이스 136억원, HSBC 74억원, 씨티 47억원 등이다. 이 중 바클레이스의 경우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이 최대 7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초안을 두고 논의했으나 대폭 낮아진 모습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2023년 11월 국내 공매도 거래 상위 14개 글로벌 IB를 대상으로 규제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이들 14개사는 외국인 전체 공매도 거래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금감원은 이 중 13개사가 무차입 공매도 등의 불법 행위를 일삼은 사실을 발견해 증선위로 넘겼다. 공매도는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파는 투자 기법으로,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주가가 내려갔을 때 주식을 사서 갚는 차입 공매도는 합법이다. 하지만 반대 개념인 무차입 공매도(선매도 후대여)는 불법이다.

수익 여부 무관, 위법 있으면 동일 기준 적용

증선위는 2023년 12월 BNP파리바와 HSBC에 대한 265억원을 시작으로 과징금 부과 절차를 밟아왔다. 금융당국은 13개 글로벌 IB가 무차입 공매도 등의 불법 행위로 거둔 실제 이득을 51억원으로 파악했다. 부당이득과 비교하면 과징금(836억5,000만원)은 16.4배 많은 셈이다. 일부 IB는 무차입 공매도로 오히려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수익 여부와 무관하게 위법을 저질렀다면 엄정하고 일관된 기준으로 심의했다”고 말했다.

과거 금융당국은 불법 공매도에 수천만원 수준의 과태료만 부과해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판을 받았다. 우리 자본시장을 외국인 놀이터로 만든다는 지적이 들끓자 금융당국은 2021년 4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공매도 규제 위반 제재를 과태료에서 과징금으로 강화했다. 증선위가 이번에 800억원 넘는 과징금 철퇴를 내릴 수 있었던 배경이다. 작년 7월에는 옛 크레디트스위스그룹 소속 2개 계열사(CSAG·CSSL)에 역대 최대 규모인 271억7,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증선위는 글로벌 IB 13곳의 공매도 규제 위반 주요 원인으로 독립거래단위 운영 미흡, 주식 차입계약 등에 대한 자의적 해석·적용 등을 꼽았다. 예컨대 주식의 차입 가능성만 확인된 상태에서 이를 매도 가능 잔고로 인식해 매도 주문을 제출(무차입 공매도)하고, 차입 계약은 매도 주문 제출 이후 결제에 필요한 수량만큼만 확정하는 식이었다. 일부 IB는 직원 실수로 잔고관리 시스템에 실제 차입 내용과 다른 수량·종목을 입력하기도 했다.

해외 기관투자자도 공매도 전산화 참여

국내 자본시장에서 공매도는 이달 31일부터 전면 재개된다. 관행화된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바로잡기 위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지 17개월 만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다수의 글로벌 IB가 우리 금융당국이 도입한 무차입 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공매도 거래에 참여했던 글로벌 IB 등 국내·외 기관투자자 90여개사 중 공매도 전산시스템을 구축했거나 도입 예정인 곳은 80여개사다. 메릴린치, 모간스탠리 등 주요 해외 기관투자자 대부분이 전산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공매도 전산화에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많게는 비용 20억원을 들여야 한다. 법적으로 국내에서 공매도 거래를 하려면 전산시스템 도입이 필수지만 동의하지 않고 한국 시장을 떠나는 선택지도 있다. 그런데도 국내법과 시스템 안에서 정상적으로 투자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공매도 전산시스템은 기관투자자가 도입해야 하는 자체 잔고관리 시스템과 한국거래소에서 마련한 중앙점검시스템(NSDS)으로 나뉜다. 기관투자자의 자체 잔고관리 시스템은 잔고를 초과하는 매도주문을 거부하는 등 1차로 무차입 공매도를 걸러낸다. 중앙점검시스템에서는 기관투자자의 잔고·변동 내역 정보를 보고받고 이를 모든 매매주문 내역과 대조해 2차로 무차입 공매도를 잡아낸다.

금융당국은 새로 구축한 전산시스템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무차입 공매도 전산시스템은 공매도 주체인 기관투자자 단계에서부터 실제 거래, 이후 검증까지 이중, 삼중으로 방어체계를 갖췄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달 중 시연회를 열어 전산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불법행위를 어떻게 적발하는지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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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인공지능 경쟁에서 승리하는 거시경제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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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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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투자 경쟁’ 본격화
최대 성과 위한 거시경제 정책 정리가 “시작점”
투자금과 우수 인력 확보가 ‘최우선’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인공지능(AI)이 투자와 생산성 향상의 기폭제가 되면서 각국 정책 당국은 경제 환경을 최적화해 돌아올 혜택을 극대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투자금을 축적하고 공공 서비스 효율을 개선하며 해외 투자를 끌어오는 한편, 노동 인력 이동성과 기술 개발에 힘쓰는 것이 AI 경제를 꽃피우는 최우선 순위 정책으로 보인다.

사진=동아시아포럼

AI 산업도 미중 경쟁 “본 게임 진입”

AI 경쟁은 지난 1월 21일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AI 칩 개발과 데이터 센터 조성을 위한 5천억 달러(약 726조원) 규모의 민간 투자를 발표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영국 역시 50가지 권고를 담은 AI 전략을 공개하며 경쟁에 참여했다. 때마침 중국 기업 딥시크(DeepSeek)가 현저하게 낮은 비용으로 서구 기업들에 필적할 만한 AI 성능을 선보이면서 경쟁은 불이 붙었다.

지금까지 AI를 둘러싼 담론은 대부분 기술로 인한 리스크 최소화에 관한 것이었다. 하지만 못지않게 중요한 질문이 어떻게 하면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는가일 것이다. 경제학자 올리비에 블랑차드(Olivier Blanchard)가 언급했듯 딥시크의 성과는 역사상 최대의 ‘총 요소 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 노동 및 자본을 제외한 효율성, 기술, 혁신 등에 의한 생산성) 쇼크’에 해당한다. 강력한 거시경제 정책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연구자들은 AI에 기반한 생산성 향상을 국내총생산(GDP) 성장으로 연결할 수 있는 정부 정책을 4가지로 요약한다.

AI 투자금 확보 위한 자본 조달이 먼저

먼저 AI는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하며 이를 위한 자금 수요도 증가할 것이다. 만약 축적한 자본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면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투자를 가로막고 AI로 인한 경제 성장 가능성까지 제약할 것이다. 충분한 자본 준비금을 보유한 국가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는 만큼 각국 정부는 부채를 줄이고 공공 서비스를 효율화하며 해외 투자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해외 자본 유입으로 통화 가치가 절상해 발생하는 무역 적자는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AI 투자금의 천문학적 규모를 생각할 때 해외 투자 유치는 필수 조건이다. 당연히 높은 자본수익률(return on capital)을 보유한 국가들이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해 경제적 혜택을 누릴 것이다. 이를 위한 정부 정책은 생산성 제고와 세제 개혁에 집중돼야 한다. 자본 소득세를 낮추고 절차를 간소화하면 투자 수익률을 높여 자본 유입도 늘어날 것이다. 에너지 시장을 효율화하고 자원 이용 및 개발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도 투자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들이다.

금융 시장 효율화는 기본

효율적인 자본 할당이 AI 기반 경제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원천인 만큼 경직된 금융 시장을 가진 나라들은 축적 자본이 불충분한 국가들과 똑같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따라서 정책 당국은 불필요한 금융 규제가 해외 자본 유입을 제한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은행 자산 위험 가중치(bank asset weightings, 은행 자본 준비금 결정을 위한 보유 자산 위험도 기준)와 연금 기금 규제, 핀테크(fintech) 관련 규제를 재검토하는 것도 금융 시장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애플리케이션, 인프라, 데이터 세트 등 AI 산업 내 가치사슬에서의 경쟁 우위 영역을 전략적으로 선점할 필요가 있다.

고숙련 기술 인력 육성과 이동성 강화도 필수

자본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지만 AI 산업의 호황은 이동이 자유로운 고숙련 노동력 역시 절실히 필요로 한다. 역량 있는 노동자들이 현재의 직업을 버리고 혁신 벤처 기업으로 이동하면서 수많은 AI 관련 사업이 등장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정책 당국은 직업 전환을 촉진하고 고숙련 노동자들을 육성하며 창업 관련 규제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경쟁 금지 조항을 철폐하고 이주를 제한하는 세제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며 면허 취득에 필요한 요구사항을 재검토하는 것도 노동자들의 이동성을 강화하는 방편이 될 수 있다. 관할 지역별로 차이 나는 규제 및 과세 제도를 손보는 것도 중요하다.

숙련 기술자 육성은 말할 것도 없다. AI 기반의 고임금 일자리가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며 관련 인력들이 몰리고 있지만, 기술 습득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STEM 교육·훈련에 대한 직접 보조금 등 선제적 지원을 시행할 필요도 있다. 한편 선진국들은 기술 인력들의 이민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검증된 인력의 부족으로 관련 산업 확장에 실패한다면 AI를 통한 경제 성장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AI 경쟁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으로 지속적인 정책 지원을 요구한다. 성공 여부는 금융 시장 효율화와 준비된 노동력, 규제 효율화를 포함한 포괄적 거시경제 정책에 달려 있다.

원문의 저자는 아밋 싱(Amit Singh) 만다라(Mandala, 호주 소재 경제 컨설팅 회사) 파트너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Getting macro-ready for the AI race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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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인공 지능 붐’ 타고 경제 성장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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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산성 향상’ 기회와 ‘경제 구조 와해’ 위험 동반
‘직업 안정성 유지’는 핵심 과제
‘투자 역량, 금융 시장, 기술 인력’ 키워야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인공지능(AI)의 부상은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가능성과 함께 현존하는 경제 구조를 뒤흔들 위험도 함께 키운다. AI가 야기할 거시경제적 변화는 특히 혁신과 직업 안정성을 조화시켜야 하는 중요한 과제를 제시한다. 국가적 투자 역량을 키우고, 금융 시장 기능을 개선하며,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 인력의 숙련도 및 이동성을 향상시키는 것은 정치·경제적 불안정을 최소화하며 AI의 장점을 경제 분야에 활용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사진=동아시아포럼

‘AI 혁신’과 ‘직업 안정성’ 사이 “균형 필요”

역사적으로 중요한 기술적 혁명은 경제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산업 혁명부터 디지털 혁명까지 ‘생산성 쇼크’(productivity shocks)에 신속하게 적응하기만 하면 경제는 한 단계 발전하곤 했다. 물론 성공적인 전환은 혁신을 촉진하는 가운데 일자리 감소를 완화해 장기 성장을 위한 거시경제적 환경을 보존하는 신중한 접근방식을 요한다. AI 혁명도 예외가 아니다.

신기술의 장기에 걸친 경제적 영향은 예측하기 어렵고 자주 과대평가와 과소평가 사이를 오간다. 전자레인지가 인류의 삶을 바꿀 것이라고 떠들어댄 반면 인터넷의 영향력은 팩스 정도로 폄하되기도 했다. 하지만 AI의 급격한 진화로 볼 때 비록 영향력이 일부 산업에 국한된다고 할지라도 노동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은 분명하다. 특히 전통적으로 제조업에 뒤처져 온 서비스업 생산성을 제고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는 인구 정체로 고민하는 일본 및 유로존 국가들을 포함한 다수 국가에 침제된 경제를 활성화할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다.

AI 잠재력 살리려면 ‘거시경제적’ 대응 필수

따라서 AI의 파괴적 잠재력은 기술 분야에 국한되지 않은 거시경제적 이슈라고 부르는 것이 타당하며 급격한 생산성 향상을 누리기 위해서는 명확한 정책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한다. 국가적 투자 역량을 키우고, 금융 시장 효율성을 개선하며, 高수요 영역으로 노동력 이동성을 높이는 것 등이 모두 포함된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은 당면한 격동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시급히 해당 조치들을 시행해야 한다.

고숙련 노동자의 육성도 빼놓을 수 없다. AI의 부상은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를 중심으로 고임금을 제공하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해당 분야로의 인력 이동을 촉진할 것이다. 하지만 기술 습득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정부의 선제적 개입도 중요하다. STEM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에 대한 직접 보조금 지원이 가장 좋은 예다.

한편 선진국들은 기술 인력 이민에 대해 개방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도 있다. 역량 있는 인력의 부족이 자칫하면 AI가 제공하는 사업 확장과 경제 성장의 기회를 제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국이 받아들인 위그노(Huguenot, 16~17세기 프랑스 신교도) 난민들이 산업혁명에 기여한 일은 이주민이 기술 발전에 공헌한 대표적인 역사적 사례다. 이민을 제한하는 보호주의 정책은 경제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국가 경제가 충분한 투자 자본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도 핵심이다. 그런 면에서 탄탄한 금융 시장과 건전한 재정 정책을 보유한 나라들은 AI로 인한 수확을 거둘 준비가 돼 있는 셈이지만 현재의 지정학적 국면이 문제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를 중심으로 한 보호주의의 부활이 국가 간 경제 협력을 갈수록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에 팽배한 고립주의는 글로벌 경제를 정치 노선에 따른 편 가르기로 내몰고 있다.

국경 넘는 AI 진화, 보호주의 정책 ‘안 통해’

하지만 중요한 점은 AI의 진화는 국경을 넘는다는 사실이다. 아시아 정책 당국은 북미와 유럽 선진국들의 보호무역주의를 과감히 거부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가 각 진영으로 나뉠수록 AI 기반 혁신과 기술 인력, 자본의 공유도 시장이 아닌 정치 동맹에 의존하게 된다. 하지만 그럴수록 개방과 협력이 우선하는 경제 환경을 유지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국내적으로는 노동 이동성을 높이는 것이 AI 기반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필수 요소다. 경쟁 금지 조항이나 직업 허가제를 포함한 이동 장벽을 제거하는 것이 노동자들의 빠른 적응을 돕는 데 이로울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AI가 불러올 노동 시장 와해로 인한 사회적, 정치적 혼란이다.

혼란을 효과적으로 수습하지 못할 경우 벌어질 일은 이미 목격한 바 있다. ‘중국 쇼크’(china shock, 중국 수출 증가로 미국과 유럽이 입은 과괴적 영향) 당시 미국은 해고된 제조업 근로자들을 위한 적절한 세제 및 복지 정책을 마련하지 못했고 이는 사회적·정치적 소요로 이어졌다. AI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대응한다면 부작용은 그때보다 더 크고 길 것이다.

AI 혁명에 대한 대처는 장기적 정책 과제다. 기술 발전에 대한 대응도 중요하지만 투자 촉진을 위한 정치·경제적 안정 유지도 못지않게 필요하다. 하지만 급증하는 경제 민족주의(economic nationalism)와 예측할 수 없는 미국 정부 정책으로 인해 안정 유지는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됐다. 그럼에도 현명하게만 대응한다면 AI의 부상은 불안정보다는 전례 없는 경제 성장의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원문의 저자는 동아시아포럼 편집위원회(EAF Editorial Board)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An intelligent approach to the artificial intelligence boom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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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전진기지’ 자처한 용인시, 8.2조원 투입 플랫폼시티 착공으로 사업에 박차

‘반도체 전진기지’ 자처한 용인시, 8.2조원 투입 플랫폼시티 착공으로 사업에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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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자형 반도체 벨트’ 구축 청사진
인구 유입·일자리 창출 자족도시 기대
시장 기대감에 지가 상승세 뚜렷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왼쪽 네 번째)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3월 11일 열린 ‘용인플랫폼시티 도시개발사업’ 착공식을 거행하고 있다/사진=용인특례시청

경기도 용인특례시에 조성되는 용인플랫폼시티가 본격적인 개발 사업을 위해 첫 삽을 떴다. 이번 착공으로 용인시는 산업과 주거가 함께 발전하는 ‘L자형 반도체 벨트’ 구축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역대급 개발 호재를 맞이한 처인구 등 일부 지역은 가파른 집값 상승세를 보이며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 심리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83만 평 규모 플랫폼시티 2030년 준공 목표

경기도와 용인시는 11일 오후 용인시 기흥구 옛 올리브스퀘어 용지에서 ‘경기 용인플랫폼시티 도시개발사업 착공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성중 경기도 행정1부지사, 이상일 용인시장, 이종선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직무대행, 신경철 용인도시공사 사장 등이 자리했다. 김 부지사는 “용인플랫폼시티 착공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시민들에게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새로운 미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용인플랫폼시티는 기흥구 보정동·마북동·신갈동 및 수지구 상현동·풍덕천동 일대에 주거용지 37만7,718㎡, 산업용지 44만9,705㎡ 등 총 272만㎡(약 83만 평) 규모로 조성되는 경제 자족형 복합 신도시다. 용인시와 경기도, 경기주택도시공사, 용인도시공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공영개발 방식으로 추진되며, 사업비는 8조2,680억원에 달한다.

이번 개발 사업은 애초 2029년 준공을 목표로 했지만, 교육환경영향평가와 환경영향평가 등에서 행정 절차가 지연됐다. 교육환경영향평가에서는 학생들의 학교 배치 문제가 제기되면서 심의가 늦어졌고 이에 따라 초등학교 2곳, 중학교 2곳, 고등학교 1곳을 신설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또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는 영동고속도로 소음이 주거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주거 및 산업시설 배치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용인시 등은 일부 지적 사항을 말끔히 해결한 만큼 향후 개발 작업은 순탄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용인도시공사가 담당하는 3공구 개발 작업이 시작된 데 이어 오는 4월에는 경기주택도시공사가 1·2공구를 착공할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2030년에는 준공이 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 시장은 “수도권 남부의 핵심 거점이 될 자족도시를 목표로 하는 만큼 많은 인구 유입과 일자리를 창출할 전망”이라며 “용인플랫폼시티가 대한민국의 명품 도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선정, 속도전 시작

용인시는 플랫폼시티 내 산업시설용지에 반도체 연구개발(R&D) 기업 등 첨단산업을 집중 유치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해당 공간은 인근 이동·남사읍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와 원삼면 반도체클러스터를 연결하는 ‘L자형 반도체 벨트’의 핵심 축으로, R&D와 생산 기능이 연계된 배후 거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정부로부터 ‘반도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선정되면서 이 같은 청사진에 한 발짝 다가섰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는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등 3대 산업에 대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제도로, 지정된 지역은 관련 법에 따라 예비타당성 조사 우선 선정, 각종 인·허가 처리 기간 단축 등 사업의 신속한 진행에 도움 되는 각종 행정 지원을 받게 된다.

용인시는 특화단지 선정으로 L자형 반도체 벨트를 3개의 중심 기지로 나눠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R&D, 소재·부품·장비기업(소부장) 등 반도체 전 분야를 아우르는 밸류체인 모델로 만들어 나간다는 구상이다. 먼저 이동·남사 국가산단을 ‘시스템 반도체 국가 선도기지’로 재구축할 전략이다. 여기에는 삼성전자가 300조원을 투자해 2042년까지 반도체 제조공장 5개를 세우고 국내·외 소부장 기업과 팹리스(설계) 기업 등 150여 곳이 입주할 예정이다.

첨단전략산업의 전진기지가 될 반도체클러스터는 SK하이닉스가 약 120조원을 투자해 4개의 반도체 제조공장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대상지 일대에는 50여 개의 협력업체가 들어설 예정이며, 이들 업체가 모두 입주하면 415만㎡(약 126만 평)의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된다. 첫 번째 반도체 제조공장은 오는 2027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건설에 한창이다.

기흥구에 들어서는 삼성전자 미래연구단지는 차세대 첨단 반도체 기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연구기지 기능에 중점을 뒀다. 삼성전자는 소재·반도체 공정 미세화에 따른 개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약 20조원을 투자, 오는 2028년까지 파운드리 및 차세대 비메모리 분야 연구개발 센터를 기흥 캠퍼스에 구축할 계획이다.

사업 대상지 일대에 거주하던 주민들과 이주기업의 주거·생계 안정을 위해 상생 보상 방안도 마련됐다. 토지 매입 등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해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에서다. 먼저 업종 제한 없이 입주할 수 있도록 산단 남서쪽에는 270호 규모의 이주자 택지(37만㎡)가, 북서쪽에는 이주기업 전용 산단(50만㎡)이 조성된다.

현금 보상을 원하지 않는 주민에게는 근린생활시설 용지를 우선 공급하는 대토보상을 통해 산단 내 재정착을 지원한다. 또 이주자 택지를 공급받지 못하는 임차 가구를 위해서는 산단 인근에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공공임대주택 발주사업에 대해 원주민 단체의 사업위탁을 활성화하고, 산단 내 입주기업에 주민고용을 추천해 주민들의 경제 활동을 돕는다는 구상이다.

아파트 신고가 거래 속속, 전체 시장 부양은 미지수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부동산 시장도 빠르게 반응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의 지가변동률 및 토지거래량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전국 시군구 중 가장 지가가 많이 오른 곳은 용인 처인구로 지난 한 해에만 5.87%의 상승 폭을 그렸다. 이는 수도권 부동산 핵심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5.23%), 성남 수정구(4.92%)보다 높은 수치다.

아파트 실거래가도 크게 뛰었다. 이동·남사 국가산단에 대한 시스템 반도체 국가 선도기지 계획이 발표되기 직전인 2023년 2월 3억5,000만원 선에 거래되던 e편한세상용인한숲시티6단지(84㎡)의 경우 같은 해 3월 4억8,000만원(25층)에 새 주인을 만났다. 불과 한 달 사이 1억원 넘게 급등한 금액이다.

처인구 대장아파트로 꼽히는 우미린센트럴파크(84㎡)도 올해 초 5억9,800만원(16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처인구에서는 우미린이 있는 역북동이 상권 같은 인프라가 좋은 편”이라며 “상대적으로 늦게 발전된 고림동 같은 곳에 비해서 평균 5,000만원 정도 비싸게 거래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입주를 앞둔 푸르지오원클러스터1단지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뜨겁다. 삼성전자 미래연구단지,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와 인접한 해당 아파트는 지하 4층~지상 28층, 14개동, 총 1,681세대 대단지로 조성되며, 오는 2027년 8월 입주 예정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많은 투자자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 호재를 주목하는 모양새”라면서도 “실제 계약은 직접적인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대규모 랜드마크 아파트를 위주로 이뤄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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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부 ‘정보 유출’ 논란 불거진 가상자산 시장, 트럼프 ‘코인 대통령’ 자리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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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관련 정책 사전 유출 의혹
추가 비축 없는 행정명령에 시장 실망
리플 등 전략자산 예고 목록도 삭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식 밈코인/사진=$TRUMP 홈페이지

가상자산 시장에서 미국 정부의 전략비축 자산 지정과 관련한 정보 유출 및 부당 이익 논란이 불거졌다. 일부 거래소에서 관련 정책 발표 전후 대규모 매각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배후로 지목된 것이다. 전략자산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10% 넘게 치솟았던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시세는 상승분을 거의 반납한 상태다.

50배 레버리지에 58억원 배팅한 ‘큰손’ 누구?

11일(이하 현지시각)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경제학자 피터 시프(Peter Schiff)는 최근 미국 의회에 트럼프 대통령의 암호화폐 관련 정책이 사전 유출됐을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다. 시프는 대표적인 금 옹호론자로, 암호화폐의 지속 가능성에 줄곧 의문을 제기해 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시장을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번 발표는 사상 최대 러그풀(rug pull)일 수 있다”고 말했다. 러그풀은 암호화폐 프로젝트를 주도한 팀이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돌연 멈추고 투자금을 챙겨 잠적하는 사기 행위를 의미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비트코인을 비롯해 이더리움, 리플, 솔라나, 에이다 등 5개 가상자산의 전략비축을 추진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2월 말 8만4,000달러(약 1억2,000만원) 선까지 떨어졌던 비트코인 가격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마디에 9만4,000달러(약 1억3,600만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6일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크립토 차르’ 데이비드 색스 인공지능(AI) 및 암호화폐 정책 책임자가 “트럼프 대통령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전략 비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발표하며 또 한 차례 시장이 들썩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끈 사건이 발생했다. 포브스와 코인데스크 등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2일 비트코인 등의 전략 비축 추진 계획을 공개하기 몇 시간 전, 한 익명의 트레이더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50배 레버리지에 400만 달러(약 58억원) 규모의 롱 포지션을 매수했다. 이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단 2%만 하락해도 60억원에 가까운 돈이 전부 증발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포지션이다.

하지만 해당 트레이더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직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가격이 각각 10%와 13% 급등하자 포지션을 모두 청산해 680만 달러(약 98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모습을 감췄다. 무모할 정도로 과감하고 정확한 매매 타이밍 때문에 시장에서는 사전 정보 유출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암호화폐 관련 정책 계획과 일정 등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강행할 수 없는 투자 규모와 방식이라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들이 암호화폐 업계와 긴밀히 엮여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의구심을 짙게 만든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 직전 자신의 이름을 딴 밈코인을 발행해 최소 8억200만 달러(약 1조1,500억원)의 수익을 올린 바 있으며, 그의 두 아들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은 암호화폐 플랫폼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I)에 적을 두고 있다. 미국 정부가 가상화폐 시장을 부양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자산도 늘어나게 된다는 이야기다. 문제의 ‘투자 귀재’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일 것이라는 시장의 추측에 무게가 실리는 배경이다.

비트코인·이더리움 상승분 모두 반납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전략비축 자산 지정 행정명령의 내용까지 공개되면서 시장에 실망감을 더했다. 해당 행정명령이 암호화폐를 추가로 사들이는 게 아니라 기존 형사, 민사 몰수 과정에서 압수한 연방 정부 소유의 비트코인 등을 비축하는 것이라는 세부 내용이 알려지면서 가격이 폭락한 것이다.

미국 동부 시각으로 6일 트럼프 대통령이 암호화폐를 연방 정부의 전략 자산으로 비축하기 위한 행정명령이 발표되며 코인마켓캡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약 5% 빠진 8만4,000달러 선까지 급락했다. 비슷한 시각 이더리움도 2,100달러 선까지 6% 이상 미끄러지며 급격한 내림세를 그렸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대규모 자금이 유출이 이어졌다. 파사이드인베스터(Farside Investors)에 의하면 지난 한 주에만 비트코인 ETF에서 총 7억4,00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특히 금요일인 7일에는 하루 사이 4억900만 달러가 빠지며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 전반적인 시장 불확실성에 관련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실망감까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알트코인 매수세, ‘과도한 해석’ 탓으로

현재 미국 연방정부가 보유한 암호화폐는 비트코인 기준 약 20만 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비트코인을 가리켜 ‘디지털 금’이라고 정의하며 “공급량이 고정돼 있어 전략적 비트코인 준비금을 최초로 만드는 국가가 되면 전략적 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비트코인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비트코인의 전략적 위치를 고유한 가치 저장 수단으로 극대화하는 정책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비트코인 대통령’을 자처한 트럼프를 두고 시장에서는 중국 중앙은행디지털화폐(CDBC)인 ‘디지털 위안화’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중국은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위안화를 26개 도시에서 결제에 사용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암호화폐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DBC와 달리 탈중앙화된 지급 수단으로 평가된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행정명령을 발표하며 시장 기대와 달리 ‘신규 비트코인 매입’은 없다고 강조했다. 공개된 행정명령에는 “미국 정부는 민형사상 자산 몰수 또는 벌금으로 수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추가적인 비축 자산을 취득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 행정부가 비트코인을 신규 매입함에 따라 가격이 치솟을 것이라는 시장의 관측이 보기 좋게 빗나간 셈이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자산으로 비축하겠다고 예고한 리플, 이더리움, 솔라나, 카르다노는 이번 행정명령에 등장조차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색스 책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단순히 시가총액 기준에 따른 것일 뿐”이라며 “사람들이 과도하게 해석하고 있는 것 같다”고 책임을 투자자들의 몫으로 넘겼다. 한편, 가상자산 데이터기관 얼터너티브가 집계하는 ‘공포·탐욕 지수’는 10일 기준 24점을 기록하며 극단적 공포(Extreme Fear) 수준을 나타냈다. 해당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극단적 공포를, 100에 가까울수록 극단적 낙관을 각각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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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강국의 쇠퇴, 에너지 위기에 무너지는 독일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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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바스프·콘티넨탈·보쉬, 구조조정 돌입
탈원전 정책·코로나·러-우 전쟁에 전기요금 폭등
산업 생산량 10년 전보다 ↓, 수출 경쟁력 약화

유럽 경제의 심장 독일이 또다시 '유럽의 병자'로 전락하고 있다. 최근 독일 경제는 유럽 주요국보다 더 급격히 흔들리고 있으며, 이미 경기침체에 접어들었을 가능성도 크다. 독일 경제가 부진한 이유는 명확하다. 오랜 기간 생산성 증가폭이 둔화했고 에너지 가격 급등이 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 같은 역풍을 더 거세게 했다. 러시아산 연료를 대체하기 위해 유럽이 더 비싼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면서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독일 경제는 특히 큰 타격을 입었다.

에너지 위기 직면 독일, 산업계 직격탄

12일 산업계에 따르면 독일 자동차기업 폭스바겐(Volkswagen)은 지난해부터 독일 내 공장 10곳 중 3곳을 폐쇄해 수만 명 규모의 일자리를 감축하고, 직원 급여를 10%씩 삭감하는 내용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섰다. 세계 최대 규모의 화학기업 바스프(BASF)도 지난해 독일 루트비히스하펜 본사 축소와 공장 폐쇄를 포함해 2,600개의 일자리를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독일의 자동차 부품업체 콘티넨탈(Continental) 역시 지난해 7,150명의 일자리를 감축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올해 초에는 2026년까지 자동차 연구개발(R&D) 부문에서 3,000명을 감원하겠다고 추가로 발표했다. 자동차 부품 및 전동 공구로 유명한 보쉬(Bosch)는 2032년까지 독일 내 사업장에서 3,800명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5,500명을 감축할 계획이며, 125년의 역사를 가진 브랜드이자 ‘고장 안 나는 세탁기’로 유명한 독일 가전기업 밀레(Miele)는 자국 내 일부 공장을 폴란드로 이전할 예정이다.

독일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공장 문을 닫거나 주변국으로 생산 거점을 옮기며 ‘탈(脫)독일’에 나서고 있는 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비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전기요금은 ㎾h(킬로와트시)당 평균 41.6센트로 EU 27개국 가운데 최고였고 EU 평균 28.5센트보다 46.0% 높았다. 특히 지난해 겨울에는 전기요금이 평소의 10배 수준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로 인해 독일 산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독일화학산업협회(VCI)에 따르면 에너지 비용 급등의 여파로 독일 내 화학 기업 10곳 중 1곳은 생산을 영구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평소 전력 소비량이 높은 철강, 플라스틱, 배터리, 자동차 등 독일의 핵심 산업계 역시 일제히 생산 감축에 나섰다. 동시에 비싼 전기료가 제조 비용에 고스란히 반영되면서 수출 경쟁력도 악화했다.

독일 전기요금 EU 회원국 중 최고

독일의 에너지 비용 폭등은 자초한 영향이 크다. 독일 경제를 지탱했던 저렴한 러시아 파이프라인 가스는 러-우 전쟁 이후 러시아 의존도 탈피를 선언하면서 사라졌다. 러-우 전쟁 직전 독일은 천연가스의 55.2%, 석탄의 56.6%, 석유의 33.2% 등 대부분의 에너지를 러시아에서 수입했다. 그러나 전쟁 이후 유럽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나섰고, 러시아는 그 반대급부로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와 원유 공급을 통제했다.

그럼에도 독일을 비롯한 유럽 전체 천연가스 수요의 20% 가까이는 여전히 러시아산으로 연명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부족분을 미국 셰일가스로 메꾸면서 위기를 넘겼다고 자평하지만 이는 목마른 사람이 마시는 바닷물과 같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독일의 에너지 수요는 에너지 위기를 기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는데, 이를 두고 독일 정치인들은 러시아 화석연료 상한제의 치밀한 구성과 국민들의 절약에 힘입어 러시아 의존도와 단절하게 됐다고 자화자찬했다. 따라서 넷제로와 그린딜을 더 강력하게 추진한다면 글로벌 친환경 시장에서 유럽이 주도권을 잡게 됨은 물론, 화석연료 의존도를 끊고 저렴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선순환 구조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하지만 천연가스 수요를 줄였던 결정적인 원인은 제도가 아니었다. 지난 2021년부터 2023년 중반까지 유럽 대륙에서 소비한 천연가스의 가치는 1조1,200억 달러(약 1,626조6,000억원)로,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무기화하면서 유럽은 2년 반 만에 지난 10년 치에 해당하는 가스를 태웠다. 즉 ‘엄청나게 비싼 가스’를 소비했던 것이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2022년 MMbtu(100만 열량 단위)당 60달러를 훌쩍 넘는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극적으로 하락했다. 이에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해소됐다고 판단했지만, 이는 오판이었다. 에너지 위기 이전 평균치에 비해 여전히 40% 이상 높은 천연가스 가격은 뉴노멀로 자리 잡았고, 2022년과 2023년 두 번의 온화한 겨울 이후, 라니냐(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은 현상)와 둥켈플라우테(Dunkelflaute·어두운 무풍 상태)를 맞이한 독일은 재생에너지가 전력을 생산하지 못하면서 전력 가격이 다시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저성장 시달린 독일의 親원전 급선회

이렇다 보니 독일 내부에서는 혁신 정보기술 투자 부족, 자동차 제조업 및 중국 수출의 과도한 의존 등과 함께 탈원전으로 인한 에너지 정책 실패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확대와 기후변화 대응을 목표로 했던 정책은 의도와는 다르게 독일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으며, 에너지 안보 및 산업 경쟁력 저하 등의 문제를 초래하고 있어서다. 또한 탄소 배출 저감을 목표로 했던 정책이 오히려 석탄 사용 증가로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무탄소 에너지인 원전이 중단되면서 전체 탄소 배출량이 오히려 증가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독일 차기 정부는 에너지 정책과 경제 회복의 균형이라는 과제에 직면했다. 독일 경제는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위축됐으며, 올해도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올해 예상 경제성장률은 유럽 최저 수준인 0.3%에 불과할 정도로 침체에 빠져있다. 여기에 각종 생활용품과 에너지 비용이 치솟고 있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1945년 히틀러 정권 붕괴 이후 가장 긴 기간 동안 지속된 경제 침체다.

지난달 치러진 독일 총선에서 승패를 결정지은 요인 중 하나도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경기 우려였다. 차기 총리가 유력한 중도 우파 성향의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 기독민주당(CDU) 대표는 우선 급한 대로 가스발전소 50기를 지어 에너지 가격을 낮춤으로써 산업 경쟁력 회복과 생활비 절감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규제 완화와 감세 같은 친(親)시장적 정책을 통해 3년간 마이너스와 제로 성장에 허덕이고 있는 독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공약도 잊지 않았다.

이에 따라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탈원전 정책을 추구했던 에너지 정책도 원전 가동으로 뒤집힐 가능성이 점쳐진다. 메르츠 대표는 에너지 비용 급등과 관련해 “처음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원인일 수 있었지만, 지금의 문제는 현 정부의 효과 없는 친환경 녹색 에너지 정책이 초래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내가 총리로 취임하면 아무런 구체적 대안 없이 원자력발전소가 폐쇄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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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지역·품목 오가며 관세 압박하는 트럼프, 국경 주민들 반미 감정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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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수출 전기 할증료 25% 부과
트럼프 보복 관세 발언에 잠정 중단
캐나다 공분 산 ‘광역 관세 압박’

관세에서 촉발된 북미 무역 갈등이 에너지 부문까지 확산하면서 미국 동북부 주민들이 경제적 타격을 입을 위기에 놓였다. 캐나다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으로 격화한 이번 갈등은 결정적 순간 양국이 한 발짝씩 물러나며 일단락됐지만, 국경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미 동북부 150만 가구·기업 ‘전기료 폭탄’ 우려

11일(이하 현지시각) 외신에 따르면 전날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전기에 25%의 할증료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해당 지역에서는 그간 수력 발전을 통해 생산한 잉여 전기를 미국으로 수출해 왔다. 미국 동북부 미네소타·미시간·뉴욕주 일대 150만 가구와 기업이 주요 소비자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캐나다 관세 부과에 대응한 보복 조치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주지사는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는 미국 경제에도 재앙”이라며 “관세로 인해 미국의 가계와 기업의 비용이 더 비싸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세 위협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갈등을 고조시킬 경우, 할증료를 더 높이거나 전력 공급을 아예 차단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인구조사 데이터에 의하면 캐나다에서 가장 많은 전기를 수입하는 미국 도시 중 버팔로와 오그덴스버그가 뉴욕주에 위치해 있으며, 로체스터 역시 상당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버팔로는 1,170만 메가와트시(MWh), 오그덴스버그는 602만 MWh의 전기를 캐나다로부터 수입했다. 전기료 할증에 따른 비용 상승은 하루 40만 캐나다 달러(약 4억원)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조셉 웹스터 선임연구원은 “일 년 중 비교적 추운 시기인 데다 뉴욕 북부에서 전기 사용량이 많은 시기이기 때문에 지역 차원에서 가격 영향이 잠재적으로 상당할 수 있다”며 “아무런 예고 없이 전기가 끊기면, 가격은 물론 주민들의 일상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1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캐나다 온타리오주가 미국행 전기에 25%의 할증료를 부과한 것을 근거로, 나는 상무장관에게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에 추가 25%의 관세를 부과하도록 지시했다”며 “이로써 (관세는) 총 50%가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결국 포드 주지사는 전날 발언을 거둬들였다. 그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면서 “미국에 대한 전기 할증료 부과를 잠정 중단하는 데 동의했으며, 이른 시일 내 워싱턴을 방문해 협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포드 주지사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화답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캐나다산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를 두 배로 인상한다는 계획을 다시 검토하겠다”는 말로 갈등의 씨앗을 남겨뒀다.

유제품 관세에 자동차 관세로 보복?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은 캐나다산 목재와 유제품으로 옮겨 갔다. 그는 “캐나다는 오랫동안 우리를 착취해 왔다”며 “특히 목재와 유제품에서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지속해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캐나다가 미국산 유제품에 최대 250%의 관세를 부과하며 목재에도 엄청난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상응하는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이란 발언도 덧붙였다.

미국과 캐나다의 유제품 분쟁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캐나다는 자국의 낙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특정 유제품, 특히 우유에 최대 241%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높은 관세는 일정량을 초과한 물량에만 적용되는 차등 관세로, 미국의 유제품 수출량이 정해진 물량을 초과한 적은 한 차례도 없다. 그럼에도 미국 낙농업계는 지속적으로 캐나다의 고율 관세 정책에 불만을 토로해 왔다.

계속된 이의 제기에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관련 무역 분쟁 패널은 캐나다의 유제품 관세가 협정을 위반한 것이 아닌지 검토에 들어갔고, 2023년 위반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당시 CNN 등 현지 매체들은 “유제품은 미국이나 캐나다의 주요 수출품이 아니다”라면서 “241%의 높은 관세가 양국 경제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후로도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 제기는 계속됐다. 그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와 전기 할증료를 두고 언쟁을 벌이는 동안 “캐나다가 농산물과 유제품 등 품목에 대한 관세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자동차 산업에 대한 관세도 인상할 것”이라며 “이는 사실상 캐나다 자동차 제조업을 영구적으로 폐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세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이 품목과 지역을 바꿔가며 캐나다를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캐나다 사회 각계 반미 목소리 이어져

이렇다 보니 캐나다 국민들의 반(反)미 감정도 갈수록 고조되는 양상이다. 이는 많은 관중이 모이는 스포츠 경기 현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양국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미국프로농구(NBA) 등 다수의 스포츠 리그를 공유한다. 지난달 초 열린 토론토 랩터스와 로스앤젤레스 클리퍼스의 NBA 경기에서 관중들은 개막에 앞서 미국 국가가 울려 퍼지는 내내 야유를 보냈다. 비슷한 시기 오타와와 캘거리에서 열린 NHL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캐나다 국적 선수들도 관중과 뜻을 함께했다. 랩터스 소속 크리스 부셰는 경기 직후 수훈 선수로 선정돼 가진 인터뷰에서 ‘관중들의 반응이 신경 쓰이지는 않았는가’라는 캐스터의 질문에 “이렇게 관세를 두들겨 맞은 적이 있었느냐”며 관객들에 동조한다는 뉘앙스를 표했다. 캐나다에서는 지난 2000년대 초반 미국의 이라크 전쟁 참전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경기 중에 관중의 야유가 나온 적이 있다. 하지만 국가가 울려 퍼지는 동안 야유가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게 현지인들의 일관된 증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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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부진에 위축되는 카드 소비, 카드업계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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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카드 소비, 대부분 업종에서 급감
개인 해외 카드 결제액은 증가세 가팔라
"수수료율 인하에 사용량 감소까지" 신음하는 카드업계

1월 주요 업종의 카드 매출이 전반적으로 급감했다. 내수가 얼어붙으며 소비 심리가 대폭 위축된 결과다. 특히 가계 소비의 '최후 방어선'으로 꼽히는 교육비마저도 4년 만에 감소 전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내리막길 걷는 카드 매출

12일 여신금융협회의 '2025년 1월 카드 승인실적'을 보면, 올해 1월 대부분 업종의 카드 매출이 감소(전년 동월 대비)했다. 숙박·음식점업의 카드 매출은 12조700억원으로 작년 동월 대비 2,200억원가량(1.8%) 줄었고, 운수업의 매출은 작년 1월 1조7,800억원에서 올해 1조6,500억원으로 7.6% 급감했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6조700억원→6조100억원·1.1% 감소),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1조원→9,800억원·1.7% 감소) 등의 매출도 줄줄이 감소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교육서비스업의 카드 매출이 1조7,4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5.5% 줄었다는 점이다. 교육서비스업의 카드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1월(12.5% 감소)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카드업계 관계자는 "통상 교육비는 가계 소비 최후의 보루로 여겨진다"며 "그만큼 현재 소비자들의 심리가 위축돼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해외 사용은 '활발'

국내 카드 매출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국내 거주자들의 해외 카드 사용액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9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BC‧NH농협)의 개인 해외 카드 결제액(일시불 기준)은 20조2,000억원으로, 전년도(16조3,700억원) 대비 23.4%(3조8,300억원) 증가했다. 지난 2022년까지만 해도 개인 해외 카드 결제액은 11조6,000억원에 불과했다. 불과 2년 사이에 결제 규모가 2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해외 사용액이 불어난 배경에는 해외여행 수요 확대가 있다. 한국관광통계 기준 지난해 해외로 출국한 내국인은 2,869만 명으로, 전년(2,272만 명)보다 26.2% 증가했다. 이는 출국자 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 2019년(2,871만 명)과 맞먹는 수준이다.

무료 환전, 해외 ATM 출금 수수료 면제, 해외 결제 수수료 혜택 등을 제공하는 ‘트래블 체크카드’의 보편화 역시 해외 사용을 활성화한 요인으로 꼽힌다. 소비자들이 해외 결제를 위해 현금을 환전하는 대신 카드를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해외 체크카드 결제 증가율은 75.1%로, 신용카드 결제액 증가율(10.4%)을 대폭 웃돌았다. 이에 더해 지난해 온라인 쇼핑 직구액(58억3,000만 달러, 약 8조4,000억원)이 전년 대비 14.0% 불어난 점도 카드 해외 사용액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 덮친 '겹악재'

카드 시장의 업황이 결제 환경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는 가운데, 카드업계는 좀처럼 한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카드 해외 사용이 증가한다고 해도 내수 부진으로 인한 타격을 완전히 상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카드 수수료율 인하 등 악재까지 더해지며 본격적으로 수익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영세·중소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했다. 연매출 10억원 이하 영세·중소가맹점의 수수료 인하폭은 0.1%p, 연매출 10억∼30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의 인하폭은 0.05%p다. 체크카드 수수료율은 연매출 30억원 이하 영세·중소가맹점에 한해 0.1%p씩 인하됐다. 당국은 수수료율 인하를 통해 연 매출 30억원 이하 영세‧가맹점 305만 곳이 평균 8.7% 수준의 카드 수수료 경감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간 수수료 부담 경감 가능액은 3,000억원 규모며, 이에 따라 국내 8개 전업카드사의 올해 순이익은 2,400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위태로운 현 상황을 타개할 만한 방안도 마땅치 않다. 한 시장 관계자는 "그동안은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돼도 카드 사용량 증가세에 기대 어느 정도의 수익 규모 유지가 가능했다"면서도 "하지만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카드 이용 실적 성장세가 꺾인 만큼,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짚었다. 이어 "카드사들은 혜택이 많은 카드들을 단종하고 무이자 할부를 축소하는 등 비용 절감에 힘쓰고 있지만, 이는 고객 기반이 훼손될 수 있어 부담스러운 전략”이라며 "보다 현명한 수익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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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우크라이나 30일 휴전안 합의, 러시아가 열쇠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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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단기 휴전' 물꼬 트여
전문가 "우크라이나, 전쟁 통한 영토 수복 사실상 포기"
단기 휴전 거부하던 러시아, 서방국 압박 이길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제안한 러시아와의 단기 휴전 방안에 전격 합의했다. 3년 넘게 이어진 전쟁의 종식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향후 러시아가 제안을 수용할 경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즉시 휴전 상태에 돌입하게 된다.

미국-우크라이나, 임시 휴전 방안 마련

11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고위급 회담을 가진 후 즉각적인 30일 동안의 임시 휴전 방안에 합의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문에는 “우크라이나는 즉각적인 30일간의 임시 휴전을 시행하자는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으며, 이는 양 측의 상호 합의에 따라 연장될 수 있고 러시아 연방의 수용과 동시 이행이 전제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미국은 정보 공유 중단을 즉시 해제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지원을 재개할 것”이라는 조항도 명기됐다.

양국은 “협상팀을 꾸려 우크라이나에 장기적 안보를 제공할 지속적 평화를 위한 협의를 즉각 시작하기로 했다"며 "미국은 러시아와 이런 구체적 제안에 논의하기로 약속했으며,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파트너들이 ‘평화 프로세스’에 참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고 말했다. 또 “양국 대표단 모두 우크라이나 국민이 조국을 지키기 위해 보여준 용기를 높이 평가했으며, 지금이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한 과정을 시작할 적기라는 데에 동의했다”고 언급했다.

우크라이나의 '양보'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영토 수복 없이 휴전 방안에 동의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외교 전문가는 "지금까지 우크라이나는 모든 평화 협상에서 러시아군이 2014년 이전 국경으로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고, 크림반도와 도네츠크, 루한스크 지역도 이에 포함된다고 주장해 왔다"며 "하지만 현재 전황상 전쟁을 통한 영토 수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짚었다. 이어 "현재 우크라이나는 당장 점령당한 영토를 되찾는 것은 비현실적이라 판단, 일단 휴전 협상을 통한 안보 보장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실제 우크라이나 측은 영토를 수복할 여력이 없다는 사실을 직접 인정한 상태다. 지난해 1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 군은 크림(반도) 등 일부 영토를 탈환할 힘이 부족하고, 이것이 진실”이라며 “외교 해결책을 찾아야만 한다”고 발언했다. 우크라이나 영토 회복 없이는 평화 협상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젤렌스키 대통령이 불리한 전황을 인정하며 태도를 바꾼 것이다. 이는 우크라이나 측이 일부 영토를 빼앗긴 채 휴전 협상 가능성을 시사한 최초 사례다.

러시아, 단기 휴전 반대?

우크라이나와 미국이 단기 휴전 방안에 힘을 싣고 있지만, 정작 결정권을 쥔 러시아는 단기 휴전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앞서 러시아 외무부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 달 휴전, 공중·해상 휴전 방안 등을 거론했을 당시 “최종 해결에 대한 확고한 합의가 필요하며 어떤 유예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완강한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다만 이 같은 러시아의 저항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러시아가 단기 휴전을 거부할 경우, 서방국들이 군사 지원 카드를 꺼내 들며 러시아에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중심으로 한 '서방식 휴전 카드'를 거부하겠다고 밝혔을 당시, 미국과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군사 지원을 실시하겠다며 맞불을 놓은 바 있다. 독일은 한화 1조 원 상당의 추가 군사 지원을 약속했으며, 미국은 대인 지뢰와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 다연장 로켓 하이마스용 탄약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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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산 철강 관세 50%→25%” 트럼프를 움직인 건 캐나다 아닌 시장?

“캐나다산 철강 관세 50%→25%” 트럼프를 움직인 건 캐나다 아닌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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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관세 vs. 25% 전기 할증료
한 발씩 물러나며 갈등 일단락
불확실성 기반한 협상 전술 계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으로 들어오는 캐나다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가 불과 반나절 만에 철회했다. 캐나다가 자국 일부 지역에 부과할 것이라던 전기료 할증을 전면 중단하기로 한 데 따른 결정으로, 시장에서는 관세 압박 카드를 손에 든 트럼프 대통령의 ‘혼란 전술’이 의도한 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보복엔 보복으로, 중요한 순간 “존중”

11일(이하 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게시물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전기에 대해 캐나다 온타리오주가 25%의 관세를 부과한 것을 근거로, 나는 상무장관에게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에 추가 25%의 관세를 부과하도록 지시했다”며 “이로써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총 50%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더그 포드 주지사가 미국 미네소타·미시간·뉴욕주 일대 150만 가구와 기업에 캐나다가 송전하는 전기 요금에 25% 할증료를 부과한다고 밝힌 직후 나왔다. 전날 포드 주지사는 “미국이 무역 전쟁을 확대한다면, 우리가 보내는 전력을 완전히 차단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간 온타리오와 퀘벡 등 캐나다 일부 주는 수력 발전을 통해 생산한 잉여 전기를 미국으로 수출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가 12일 오전부터 발효된다고 밝혔다. 애초 12일은 미국이 캐나다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예고한 날이다. 그러면서 “조만간 해당 지역의 전력 문제와 관련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가 농산물 등 특정 품목에 대한 관세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자동차 산업에 대한 관세도 인상할 것이라며 “사실상 캐나다 자동차 제조업을 영구적으로 폐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국의 갈등은 이날 포그 주지사가 대미 수출 전기에 25% 할증요금을 부과하려던 계획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말하며 일단락됐다. 그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생산적인 회담을 가졌다”면서 “미국 3개 주에 대한 전기 추가 요금을 잠정 중단하는 데 동의했으며, 앞으로 하루나 이틀 내에 워싱턴으로 가서 협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포드 주지사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미국 역시 캐나다산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를 두 배로 인상한다는 계획을 재고하겠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피터 나바로 백악관 수석 고문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캐나다에 50%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맞다”고 답하며 “러트닉 장관이 협상을 아주 훌륭하게 해냈다”고 언급했다.

관세압박 성과 자축 분위기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를 철회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자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이날 오후 워싱턴DC에서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 분기 회의에 참석해 “관세율은 언제든지 25%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면서 “세율이 높아질수록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건설할 가능성도 커진다”고 강조했다.

전날 백악관이 고강도 관세 정책으로 해외 기업의 미국 투자가 늘고 있다며 현대차와 LG전자, 삼성전자를 예로 든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백악관은 “여러 해외 기업이 잠재적 관세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자 미국 시장으로의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노동자를 우선하고 미국 경쟁력을 향상하겠다는 약속의 직접적 결과”라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현대차와 관련해 “한국의 자동차 제조업체는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1월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면서 “또 조지아주의 새로운 공장에서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LG전자에 대해서는 ‘한국의 거대 전자업체’라고 정의하며 멕시코의 냉장고 제조 공장을 세탁기·건조기를 생산하는 테네시주 공장으로 이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관련해서도 한 매체의 보도를 인용해 “멕시코에 있던 건조기 제조 공장을 사우스캐롤라이나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소개했다. 우리 기업들 외에도 이탈리아 주류 회사 캄파리(CAMPARI), 대만의 컴팔(COMPAL) 전자, 명품 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등이 미국의 관세 압박과 그에 따른 성과를 포장하는 데 동원됐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50일 동안 미국 국민을 위한 50가지 승리를 거뒀다”며 그 가운데 일곱 번째로 자국 제조업 활성화를 꼽았다. 첫 번째 승리로는 ‘전례 없는 방식의 국경 보호’를 지목했으며, 이어 △미국 노동자에게 공평한 경쟁의 기회를 제공하는 관세 정책 △글로벌 기업 신규 투자 확보 △해외 미국인 인질 구출 △이란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 △에너지 생산 확대 △연방 정부 관료제 개혁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폐기 등을 주요 성과로 제시했다.

오락가락 전술, 비즈니스 신뢰도 흠집

시장에서는 관세를 두고 주변국들과 갈등을 마다하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순간 한발 물러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전술’이라는 평이 우세하다. 예측 불가능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향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캐나다에 대한 관세를 면제하는 과정 중에도 여러 차례 입장을 바꿨다. 지난달 26일 각료회의 때는 “관세 부과를 4월 2일까지 한 달 더 면제할 수 있다”고 밝히고는 바로 이튿날 “3월 4일 발효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말하는 식이다.

다만 이처럼 불확실성에 기반한 전술은 미국의 비즈니스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한계가 명확하다.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 기업의 중요 결정을 미루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악영향을 낳을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이미 자본시장에서는 미국의 주가 하락과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는 양상이다. 최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4% 남짓 떨어졌다. 여기에는 고율 관세가 미국의 경제성장이나 물가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전망이 깔려 있다. 아트 호건 비(B.) 라일리 파이낸셜 시장전략가는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정책을 발표했다가 철회하면서 핑퐁 게임을 하는 것 같지만, 실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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