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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증권 인수로 갈 길 바쁜 KCGI, 국세청 특별 세무조사 표적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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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저승사자’ 불시 파견해 조사
한양證 대주주 적격성 심사 차질 예상
꼬리에 꼬리를 무는 구설, 평가 극과 극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국내 독립계 사모펀드 KCGI가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 대상이 됐다. 불시에 이뤄진 조사인 만큼 혐의점에 대해선 알려진 바 없으나, 탈루 등 불법이 적발될 경우 KCGI가 추진 중인 한양증권 인수에도 적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나아가 금융권에서는 이번 세무조사 결과에 따라 KCGI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진단 또한 제기돼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특별 세무조사 전담 부서 움직여

13일 법조계와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11일 영등포 국제금융센터에 위치한 KCGI 본사에 사전 예고 없이 조사관들을 파견, 세무조사에 필요한 회계자료와 각종 거래 내역을 확보했다. ‘재계 저승사자’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조사4국은 횡령이나 비자금 조성 등 혐의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부서다.

KCGI는 2018년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인 강성부 대표가 창업한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행동주의 펀드로 유명하다. 국세청은 그동안 KCGI 투자 과정에서 세금 탈루 혐의 등이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강 대표 개인의 개인 탈세 혐의를 조사할 수 있단 추측 또한 제기된다.

업계는 이번 세무조사가 KCGI가 추진 중인 한양증권 인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KCGI는 금융당국으로부터 한양증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세금 탈루 등 불법이 적발될 경우, KCGI의 한양증권 인수 작업에는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금융사 인수 시 대주주의 공정성과 도덕성은 금융당국의 중요 심사 대상으로 꼽힌다.

행동주의 정체성 흔들리나

금융권에서는 이번 세무조사 결과에 따라 KCGI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평이 우세하다. 설립 7년차를 맞은 KCGI는 그간 한진칼과 오스템임플란트, 현대엘리베이터, DB하이텍 등을 대상으로 경영에 적극 관여하는 주주행동주의를 펼쳐왔다. KCGI라는 사명도 ‘한국 기업 지배구조 향상(Korea Climate & Governance Improvement Fund)’이라는 의미다.

KCGI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긍정적 평가를 한 이들은 기업들의 경영 활동에 관한 감시 및 견제를 통한 재무·지배구조 개선을 주도했다는 점을 높이 샀다. 일례로 대한항공 운영사 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 투자를 꼽을 수 있다. 2018년 11월 한진칼 지분 9%를 확보하고 경영 참여를 선언한 KCGI는 이후 3년 반 동안 한진칼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KCGI는 한진칼 지분을 17.41%까지 늘렸다. 두 차례의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패하면서 경영권을 빼앗아 오는 덴 실패했지만, KCGI는 2022년 3월 펀드 만기 직전 지분 대부분을 호반건설에 매각하면서 투자 대비 2배가량의 차익을 거뒀다. 이 같은 행적은 KCGI는 물론 국내에서 활동하는 다른 행동주의 펀드들이 기관 등 LP(펀드출자자)들로부터 자금을 투자받을 수 있는 ‘마중물’이 됐다.

반대로 각종 구설이 끊이지 않는 점은 부정적 요인이다. 이는 KCGI가 2021년 쌍용차 인수전에 에디슨모터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데서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를 빌미로 주가조작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장에서는 KCGI도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퍼졌다. 해당 사안에 대해 KCGI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어떠한 조사 요청도 받은 바 없다”며 일축했지만, KCGI 컨소시엄 참여 소식에 투자를 감행한 피해자가 많은 만큼 도의적 책임에서라도 적극적인 해명이 필요하다는 게 시장의 평가였다.

소액주주들과 갈등에 신뢰도 흠집

또 행동주의를 표방하다 DB그룹 측과 합의, DB하이텍 지분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한 점을 두고는 소액주주 연대로부터 ‘그린메일’이라는 지탄을 받기도 했다. 그린메일은 경영권 위협을 가해 단기 차익을 노리는 행위를 의미한다. KCGI는 2023년 3월 DB하이텍 지분 약 313만 주(7.05%)를 취득하고 경영권 참여를 선언했다. 이후 소액주주들과 손잡고 이사회 회의록·회계장부 열람 신청 등 주주활동을 벌이다 9개월 만인 같은 해 12월 28일 경영구조 개선을 이뤄냈다며 돌연 지분 5.65%를 DB하이텍 모회사인 DB아이엔씨에 매각했다.

블록딜 방식으로 이뤄진 양사의 거래 대금은 당일 종가 5만8,600원보다 12.6% 높은 6만6,000원으로 이 과정에서 KCGI는 수백억 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이후 KCGI의 이탈 소식이 알려지며 주가는 하락세를 거듭했고, 손실은 고스란히 소액주주들의 몫이 됐다. DB하이텍 소액주주 연대는 이 같은 KCGI의 투자 방식이 미국에서도 엄격하게 제한되는 행위라고 지적하며 점을 들어 지난해 11월 KCGI를 검찰에 고소했다.

소액주주들이 기업의 창업주 일가 또는 경영진과 갈등을 빚는 경우는 왕왕 있지만, 주주가치 회복을 외치는 행동주의펀드와 충돌한 사례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처럼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특별 세무조사에서 불법 행위까지 드러날 경우, 행동주의 펀드의 핵심 자산인 ‘신뢰도’에 흠집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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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라피더스, 글로벌 고객사·투자 유치에 난항 겪어

日 라피더스, 글로벌 고객사·투자 유치에 난항 겪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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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고객사 브로드컴뿐" 암초 부딪힌 라피더스
2나노미터 공정 앞세워 활로 모색
TSMC·삼성전자 등 선두 주자 제칠 수 있을까
사진=라피더스

일본 반도체 산업의 부활을 위해 출범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라피더스가 고객사 확보 및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첨단 공정 경험의 부재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 물량 수주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라피더스, 시장 입지 '위태'

1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라피더스는 최근 글로벌 고객사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신문 등 일본 매체들은 “라피더스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데이터센터 서버용 반도체 등 주력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며 “빅테크 기업 수주에 어려움이 따르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는 인텔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라피더스가 현재까지 확보한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는 세계 5위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뿐이다. 이에 대해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첨단 파운드리 공정으로 시제품을 생산 및 양산하는 과정에는 최소 수백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하다"며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는데 원하는 수준의 반도체가 제조되지 않으면 사실상 돈을 땅바닥에 버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짚었다. 이어 “빅테크 입장에서는 파운드리 공정 경험이 없는 라피더스에 주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모험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민간 투자 유치 역시 지지부진하다. 라피더스와 일본 정부는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민간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으나, 아직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태다. 도요타, 키옥시아, 소니, NTT, 소프트뱅크, NEC, 덴소, 미쓰비시UFJ은행 등 주주사가 지금까지 라피더스에 투자한 자금은 73억 엔(약 716억원)에 그친다. 이는 일본 정부의 민간 투자 유치 목표치(1,000억 엔)를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2나노 공정이 '승부수'

라피더스는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2나노미터(nm) 공정 개발에 힘을 싣고 있다. 현재 140명 이상의 라피더스 기술자들이 미국 뉴욕주 알바니 나노텍 콤플렉스에서 미국의 다국적 기술 기업 IBM 연구진과 공동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에는 라피더스의 홋카이도 치토세 팹에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장비 10대가 투입되기도 했다.

시범 생산은 오는 4월로 예정돼 있으며, 이후 오는 6월에는 브로드컴에 2나노 공정 시제품이 본격적으로 공급된다. 브로드컴은 시제품 성능 평가 후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등 양산 위탁을 검토할 예정이다. 향후 브로드컴의 수주를 따낼 경우 라피더스는 구글, 메타 등 브로드컴 고객사에 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파운드리업계의 '2나노 경쟁'

다만 라피더스가 실제로 2나노 공정을 앞세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파운드리업계의 핵심 플레이어들이 2나노 공정 개발에 총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2나노 공정 경쟁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은 대만 TSMC다. TSMC의 2나노 공정 양산 수율(생산품 대비 정상품의 비율)은 현재 60%를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양산 수율이 50%를 넘어서면 상업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되며, 70%에 도달하면 고객사 주문에 따른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TSMC는 고객사 검증 단계를 거쳐 올해 하반기 2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도 연내 2나노 공정 가동을 목표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지난해 4분기부터 화성 사업장에 있는 파운드리 라인 'S3′에 2나노 생산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장비를 반입하기 시작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 역시 2나노 공정 중심으로 생산 전략을 바꿨다.

관건은 수율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 수율은 TSMC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차세대 기술로 평가받는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를 3나노 공정에 선제적으로 도입했지만, 여전히 수율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GAA는 반도체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 게이트(전류가 드나드는 문)와 채널(전류가 흐르는 길)이 닿는 면을 4개로 늘린 공정 기술로, 닿는 면이 3개였던 핀펫(FinFET) 공정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고 전력 효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TSMC는 올해 2나노 공정부터 GAA를 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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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EU·加 '맞불 관세'에 재보복 예고, 각국에 상호관세 협상안 압박

트럼프, EU·加 '맞불 관세'에 재보복 예고, 각국에 상호관세 협상안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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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4월 1일부터 41조원 규모 보복관세 맞대응
’대미 철강 수출 1위’ 캐나다도 곧장 보복 나서
트럼프, 재보복 시사 "4월 2일까지는 유연성"

유럽연합(EU)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한 ‘의약품 무기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EU에 의존하고 있는 항생제, 심박조율기 등에 대한 수출 제재를 통해서다. 캐나다도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발효에 맞서 31조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맞불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EU, 트럼프 관세 위협에 항생제 무기화로 대응

12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EU는 이날 두 단계에 걸쳐 총 260억 유로(약 41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우선 EU는 미국이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4월 2일보다 하루 앞선 4월 1일부터 미국산 위스키, 오토바이, 모터보트 수입에 50%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또한 4월 중순부터는 미국산 껌, 가금류, 소고기, 화이트초콜릿, 콩, 수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아울러 EU는 미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도 부과할 방침이다.

이 목록은 2021년 EU 집행위원회가 작성한 ‘전략적 의존도와 역량’ 문서에서 미국이 유럽에 의존하는 260개 제품에 근거한 것이다. 한 외교관은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방사선 치료 동위원소의 대부분은 독일에서 만든다. 전체 반도체 붐은 유럽 기계 없이는 지속될 수 없으며, 고급 철강은 (북아메리카의) 애팔래치아 공장이 아니라 독일 철강 벨트에서, 항생제는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다”며 “유럽 지도자들은 우리가 생각만큼 약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EU를 향해 보이는 적대감에 대응해, 미국이 EU를 적으로 돌려선 안 된다고 보여주기 위한 충격적 조치 차원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EU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돈을 충분히 내지 않는다면 동맹을 더 이상 방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압박해 왔다. 이에 지금까지 EU 국가들은 국방비 지출을 늘리고 미국산 제품을 더 구입하겠다고 약속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왔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과 정보 공유를 중단하기로 결정하는 등 압박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캐나다도 30조 관세로 보복

EU에 이어 캐나다도 대미 보복 조치를 내놨다. 12일 도미닉 르블랑 캐나다 재무무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산 철강·알루미늄과 컴퓨터, 스포츠 장비, 주철 제품 등에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날 자정부터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발효한 데 대한 맞불 관세다. 관세 부과 대상은 126억 캐나다달러(약 12조7,0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철강제품과 30억 달러(4조원) 규모의 미국산 알루미늄 제품을 비롯해 컴퓨터, 스포츠장비, 철강주조제품 등(142억 캐나다달러 규모, 약 18조원)이 포함됐다.

이번 관세 부과는 캐나다가 지난 4일 300억 달러(약 44조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것과는 별도로 시행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일 캐나다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뒤 다음 달 2일까지 유예했지만, 캐나다는 이 조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르블랑 장관은 "미국 행정부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성공적인 무역 파트너십에 혼란과 무질서를 또다시 초래하고 있다"며 "이는 캐나다와 미국 가계 모두에게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의 비용을 높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보복관세에 대응하겠다”

EU와 캐나다의 보복관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12일 대통령은 "대응하겠다"며 "우리는 돈의 전투(financial battle)에서 이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발효, 유예를 여러 차례 반복하며 '오락가락' 관세 정책을 편다는 지적에는 "난 조정할 권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일관성이 없는 게 아니라 유연성을 발휘한 것"이라며 "난 항상 유연성을 유지하겠지만 한번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유연성이 매우 적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4월 2일은 미국에 매우 중요한 날이 될 것"이라며 "미국은 다른 나라들이 우리에게서 훔쳐 가고, 미국의 무능한 지도자들이 (다른 나라가) 훔쳐 가도록 한 것들의 상당 부분을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예고한 4월 2일 상호관세 발표 시점 전까지 각국에 대미 무역흑자 해소 방안을 가져오라는 압박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의 회담에서도 "우리는 아일랜드와의 무역에서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다"며 무역적자에 불만을 표시했다. 마틴 총리는 이와 관련해 아일랜드가 이전보다 미국 투자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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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과 해군력과 격차 벌어져 "韓·日 등 우방과의 협력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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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군함 인도 1∼3년 늦고 건조 비용도 급증
中 보유 함정 370척, 美 295척 크게 앞질러
해군력 키우려면 韓·日 등과 동맹 강화해야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조선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한국 등 우방국과의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군 수뇌부가 2027년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경고하는 가운데, 뒤처진 함정 건조 역량을 보완해 신속히 해군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 조선업체들은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우수한 성능의 함정을 경제적으로 건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미 해군의 협력 확대 움직임이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美 조선업, 냉전 이후 투자 소홀히 하며 쇠퇴

11일(현지시각) 브렛 사이들 미 해군 연구·개발·인수 담당 차관보 대행은 미 하원 군사위원회 해상전력·투사력 소위원회의가 개최한 청문회에 참석해 "미국 조선업은 전투력을 항구적이고 지속적으로 증강하는 데 필요한 속도로 선박을 생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조선업체들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품질이 좋고 안전한 최첨단 군함을 생산하고 있다"면서도 "미 해군과 해병대가 세계 최강의 해양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조선업 공급망 강화와 인력 양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미 정부 회계감사원(GAO) 계약∙국가안보인수 부서의 셸비 오클리 국장도 "미국의 조선소는 해군이 필요로 하는 속도로 함정을 건조할 역량이 부족하다"며 "특히 조선소의 노후한 시설과 공간 제약이 함정 건조 성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용접공, 배관공, 전기공 등 숙련된 핵심 기술 인력의 부족 문제와 신규 노동자의 낮은 생산성 문제로 전체 건조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함정 인도가 1∼3년씩 지연되고 건조 비용도 전반적인 물가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70년대 미국 조선업은 정부의 보호와 예산 지원을 바탕으로 강세를 유지했지만, 냉전 이후 정부의 조선업 투자가 소홀해지면서 현재는 함정 건조·수리 역량이 크게 퇴보한 상태다. 이런 상황 속 중국과의 군사 안보 경쟁이 격화되고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해군력을 시급히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도 커지고 있다.

의회 조사국(CRS) 로널드 오로크 해군 업무 분석관은 같은 날 하원 군사위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미국 조선업은 한국처럼 노동 투입량을 최소화하는 선박 설계를 개발하는 등 생산성 향상 관행과 기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해군 함정이나 함정의 일부를 일본과 한국, 유럽 등 동맹국의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지만, 미국은 법으로 이를 금지하고 있다"며 "미국 기술 유출 우려를 해소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국가 안보와 관련한 미 연방 규정 제10장 제8679절(10 U.S.C. 8679)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해당 조항에 따르면 정부가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한 외국 조선소에서 군함을 건조하는 것은 금지되며 의회가 매년 처리하는 국방부 세출법안에도 외국 조선소에서 군함을 건조하는 데 예산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CSIS "선박 건조 부문 프렌드쇼어링 추진해야"

실제로 미 해군의 군함 규모는 목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FY2018 국방수권법(NDAA)에 서명하며 가능한 한 조속히(as soon as practicable) 355척을 보유한다는 조항을 포함했다. 2023년에는 미래 전장 수요에 대응하려면 381척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나 현재 295척만 운용하고 있다. 반면 미 국방부에 따르면 중국 해군은 370척이 넘는 함정과 잠수함을 보유해 세계 최대 규모의 해군력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그 규모는 2025년 395척, 2030년 435척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지난 10일 발간한 '선박 전쟁(Ship Wars)'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정부의 민·군 융합 전략에 맞서 중국 조선업을 견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미국 정부가 중국산 선박을 입항시키는 해운사에 수수료를 부과하고 미국의 주요 화물을 중국산 선박에 운송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며 "나아가 미국 자본이 중국의 해군력 강화에 기여하는 중국 조선소와 거래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도입하고 동맹국에도 비슷한 조치를 하도록 정부가 외교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SIS는 이어 미국 조선업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중국의 지배력을 견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미 정부가 자국의 조선업에 장기 투자를 단행하고 외국 자본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방국과의 프렌드쇼어링(우호국 중심 공급망 재편)을 강조했다. 연구진은 "한국, 일본과 같은 조선업 분야의 선진 국가들이 미국 조선소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정책적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며 "나아가 아시아와 유럽의 우방국들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해 각국의 선박 건조 역량을 동반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미국 조선업과 관련한 CSIS의 분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6월에도 같은 내용을 담은 '초국가적 위협 프로젝트' 보고서를 발간하며 한국, 일본 등 동맹국과의 협력 관계를 언급한 바 있다. 당시 보고서는 "중국이 빠르게 해군을 증강하는 데 반해 미국의 해군력은 약해지고 있다"며 "한국·일본과의 동맹이 중국의 수적 우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단기간에 미국이 선박 건조 역량을 확대하기는 힘들지만 한국, 일본과 협력해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진단이다.

2027년 中 대만 침공 대비 '프로젝트 33' 가동

미국이 단기간에 자국의 해군력을 증강시키기 위해 한국, 일본 등 우방과의 협업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해묵은 양안(兩岸) 갈등이 있다. 지난해 9월 미 해군은 중국의 대만 침공 및 미·중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에 대비하는 새로운 작전 지침으로 '2024년 항해 계획'을 공개했다. 2022년 7월 작전 지침을 발표한 지 2년 만이다. 이 계획에서는 2가지 전략 목표를 제시했는데, 첫 번째는 오는 2027년까지 중국과의 전쟁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미 해군의 장기적 군사적 우위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 계획은 '2027년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가 기반이 됐다. 특히 2024년 발표한 계획에서 미국은 해군력의 증강을 강조했다. 2027년은 중국 인민해방군 창군 100주년이 되는 해이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4기가 시작되는 해다. 미군 수뇌부는 그동안 "시진핑 주석이 2027년까지 대만 침공에 대한 준비를 완료하라고 지시했다는 정보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중국 당국이 2027년 대만 침공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미군은 이 시나리오를 수시로 언급하며 안보 위협에 대한 경각심을 부각하고 있다.

해당 계획을 발표한 미 해군 참모총장 리사 프란체티 제독은 "2027년을 대비해 미국은 더 잘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미 해군의 현대화와 해양 안보 역량 제고를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 33'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는 군함의 신속한 건조와 비용 절감을 위한 전략 계획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뛰어난 성능과 가성비를 입증한 한국 조선업계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이미 상업용 선박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군함 분야에서도 세종대왕·정조대왕급 구축함이 뛰어난 미사일 방어 능력과 스텔스 기능으로 미국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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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50억원 토해낼 순 없다" 케이뱅크, IPO 재추진

"7,250억원 토해낼 순 없다" 케이뱅크, IPO 재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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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 상장 철회 2개월 만에 'IPO 재도전장'
상장 '마지노선'은 내년 7월
공모가 낮춰서라도 투자자 확보할까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상장 철회를 발표한 지 2개월 만에 기업공개(IPO)를 재추진한다. 재무적 투자자(FI)들의 동반매도청구권 행사 가능 시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개선된 실적과 IPO 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발판 삼아 증시에 재차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케이뱅크의 IPO가 마냥 순항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에 힘이 실리는 추세다.

'또' 증시 입성 도전하는 케이뱅크

12일 케이뱅크는 이사회를 열고 IPO 추진 안건을 의결했다. 케이뱅크의 상장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23년 2월 투자 심리 위축 등을 고려해 한 차례 상장을 연기한 케이뱅크는 지난해 8월 다시 상장예비심사를 통과, 10월 말 상장을 목표로 IPO에 재도전했다. 하지만 수요 예측 결과는 부진했고, 결국 올해 1월 또다시 IPO 철회 소식이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케이뱅크의 세 번째 IPO 결정에 실적 개선 흐름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만큼,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내부적인 기대감이 커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1,28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128억원) 대비 10배에 달하는 수치이자, 2022년(836억원) 이후 최대 실적이다.

IPO 시장의 흐름 변화

IPO 시장의 '트렌드 변화' 역시 케이뱅크의 상장 재추진 결정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IPO 시장에서는 낮은 공모가로 상장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작년 11월 12일 상장한 노머스부터 최근까지 상장한 대다수 기업이 희망 밴드 내에서, 혹은 하단 미만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지난해 상장에 도전한 대다수 기업의 공모가가 희망 밴드 상단을 초과했던 것과는 상반되는 양상이다.

공모가가 비교적 낮은 수준에서 확정된 신규 상장 기업들의 주가는 줄줄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20일 상장한 모티브링크(194%), 24일 상장한 위너스(300%)부터 6일 상장한 대진첨단소재(35%) 등이 거래 첫날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상장에 도전하는 기업들 사이에서 욕심을 버리고 공모가를 낮춰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일종의 트렌드가 형성됐다"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많은 기업의 공모가가 상단을 20~30% 초과한 가격에 확정되며 상장 할인율 의미가 퇴색됐었는데, 공모가가 낮아지니 주가가 상승 동력을 되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보증보험 역시 오는 14일 낮은 공모가로 증시에 입성한다. 서울보증보험은 수요예측에서 희망 범위 하단인 2만6,0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고, 일반 청약에서는 경쟁률이 7대 1에 그치며 흥행에 실패했다. 하지만 상장일 기준 지분 83.85%를 가진 대주주 예금보험공사의 자금 회수 의지가 커 예정대로 상장 절차를 진행하게 됐다.

FI 자금 회수 위해 상장 서둘러야

케이뱅크도 서울보증보험과 마찬가지로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를 위해 상장을 서두를 가능성이 크다. 케이뱅크는 2021년 6월 베인캐피털·MBK파트너스·MG새마을금고·컴투스 등으로부터 7,250억원을 투자받았다. IPO 완료일에 연 8% 이상의 내부수익률(IRR)을 보장하겠다는 조건이었다. 문제는 내년 7월까지 이 같은 조건으로 상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FI들에 대주주 BC카드의 지분을 포함해 보유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권리(동반매도청구권)이 생긴다는 점이다. FI가 동반매도청구권 행사를 결정할 경우 BC카드는 이들의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사실상 7,250억원어치 채무를 갚아야 하는 셈이다.

다만 향후 케이뱅크가 IPO 과정에서 원활하게 투자자들을 모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각종 리스크가 케이뱅크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50%에 달하는 높은 구주매출 비중이 문제로 꼽힌다. 구주매출은 기업이 상장할 때 기존 주주가 보유 중이던 주식(구주)을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파는 것으로, 투자금이 회사로 유입되는 신주모집과는 달리 기존 주주에게 이익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인식이 크다.

케이뱅크의 업비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도 은행 독자 생존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케이뱅크 수신 잔액(22조원) 중 업비트 예치금(3조2,00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4.5%에 달했다. 다른 은행들의 거래소 예치금 비중이 1% 미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10월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업비트가 케이뱅크와 거래를 단절할 경우 케이뱅크 뱅크런(대량 자금 인출) 사태가 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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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무역 협정에 ‘환경, 인권’ 포함하면 해결이 될까?

[딥파이낸셜] 무역 협정에 ‘환경, 인권’ 포함하면 해결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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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협정 내 ‘환경, 노동, 인권’ 문제 포함 ‘대세’
개발도상국 상황 개선 목표
실효성 “사실상 없어”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최근 무역 협정은 경제 성장에서 한 발 나아가 환경 보호, 근로 기준, 인권 문제까지 해결하자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발상 자체는 무역 상대방인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들의 지속 가능 목표를 추가해 상황을 개선하겠다는 것이었으나 해당 조항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과연 이러한 ‘비무역 조항’(non-trade provisions, NTPs)이 소기의 목적에 근접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 결과가 나왔다.

사진=CEPR

무역 협정, ‘경제 문제’ 넘어 ‘사회·환경적 목표’까지 포괄

최근 수십 년간 무역 협정은 시장 개방이나 관세와 같은 기존 목적을 넘어 사회적, 환경적 목표를 포괄해 왔다. 그중에서도 유럽연합(EU)이 비무역 조항 포함에 적극적인데, 노동권, 환경 보호, 인권 등을 무역 협정에 포함시켜 개도국들의 상황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시행 중인 우선 무역 협정(Preferential Trade Agreement, PTA, 상대국 간 관세 및 무역 장벽 축소를 목표로 하는 협정)만 봐도 전체의 2/3가 비무역 조항들을 포함하고 있다.

우선 무역 협정상 비무역 조항 추이
주: 비강제 조항(좌측), 강제 조항(우측), 환경 보호(Environmental Protection), 노동권(Labor Rights), 인권(Civil and Human Rights)/출처=CEPR

하지만 기후 변화 및 인권 침해 등의 이슈가 갈수록 심각성을 더해가면서 무역 협정이 해당 문제들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강제’, ‘비강제’, ‘원조 포함’ 여부 등 실효성 논란 이어져

비무역 조항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법적 구속력의 포함 여부에 있다. 일부는 무역 제재로 이어지는 강제 조항만이 조항의 준수를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비준수에 대한 실질적인 조치가 가능해야 약속을 지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화와 협력을 권장하는 비강제 조항이 장기적인 성과에 유리하다는 주장도 있다. 대부분의 개도국이 해당 조항을 준수할 제도적 역량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또 하나의 토론 주제가 더해지는데 바로 개발 원조의 포함 여부다. 일부 전문가들은 무역 상대국들이 비무역 조항을 준수해 지속 가능 목표를 달성하려면 금전적, 기술적 원조가 반드시 주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비강제, 강제 포함 비무역 조항 “효과 거의 없어”

연구에 따르면 EU와 비강제 비무역 조항이 들어간 무역협정을 체결한 일부 국가들의 경우 미세먼지(PM2.5) 농도를 포함한 공기 질이 다소 개선된 사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는 했다. 하지만 훨씬 더 많은 국가에서 우선 무역 협정에 따른 경제 활동 증가로 환경 문제가 악화됐다. 근로 기준이나 인권 문제가 개선된 증거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강제 조항 역시 마찬가지다. 오히려 비무역 조항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workers’ representation)이 약화된 경우도 있었다. 조항이 강제적이어도 별다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가맹국들이 요구 사항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역효과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비강제 조항 포함의 효과
주: 비EU 협정(좌측), EU 협정(우측), 환경 보호(Environmental Protection), 인권(Civil Rights) / 이산화탄소 배출, 1백만 달러당 이산화탄소 배출, 미세먼지, 아황산가스, 질소산화물, 오존 노출, 삼림 파괴, 습지 손실, 질소 관리, 보호지역 관리, 서식지 보호, 종 보호, 대의 민주주의, 표현의 자유, 여성 정치 참여, 정치적 자유, 결사의 자유, 노동권, 근로자 보호, 표준 및 규정, 고용 형태, 근로 시간, 해고, 단체교섭, 집단행동(위부터) / 악화(적색), 개선(녹색), 통계적 무의미(회색)/출처=CEPR
강제 조항 포함의 효과
주: 비EU 협정(좌측), EU 협정(우측), 환경 보호(Environmental Protection), 인권(Civil Rights) / 이산화탄소 배출, 1백만 달러당 이산화탄소 배출, 미세먼지, 아황산가스, 질소산화물, 오존 노출, 삼림 파괴, 습지 손실, 질소 관리, 보호지역 관리, 서식지 보호, 종 보호, 노동권, 근로자 보호, 표준 및 규정, 고용 형태, 근로 시간, 해고, 단체교섭, 집단행동, 대의 민주주의, 표현의 자유, 여성 정치 참여, 정치적 자유, 결사의 자유(위부터) / 악화(적색), 개선(녹색), 통계적 무의미(회색)/출처=CEPR

‘EU 협정 내 비무역 조항’만 원조로 이어져

그렇다면 비무역 조항과 공적 개발 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 간 관계는 어떻게 될까? 연구는 비무역 조항이 포함되면 노동 및 인권 영역에 대한 개발 원조가 뒤따르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결과는 EU와의 무역 협정에서만 비무역 조항이 원조 규모를 늘리는 효과가 있었다는 것으로 그래도 EU는 무역 상대국의 지속 가능 목표 달성에 대한 재정적, 기술적 지원에 관심이 있음을 드러낸다. 한편 강제 조항의 경우 원조 증가와는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고 노동 및 인권 분야에서 원조 수요가 줄어들었다는 증거가 발견됐지만 이는 원조 없이 문제 해결이 가능한 비EU 선진국들에 해당하는 얘기다.

강제 조항 및 비강제 조항과 공적 개발 원조 간 관계
주: 비EU 협정(좌측), EU 협정(우측), 강제 조항(상단), 비강제 조항(하단) / 환경 보호, 노동권, 인권(위부터), 산업 부문별 원조(sectoral), 원조 총액(total) / 악화(적색), 개선(녹색), 통계적 무의미(회색)/출처=CEPR

여기까지 봤을 때 비무역 조항의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라는 결론이 가능하다. 비강제 조항의 경우 일부 환경 영역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냈지만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노동 및 인권 영역에서는 진전의 증거를 찾을 수 없고 오히려 강제 조항 준수 때문에 상황이 악화된 나라까지 존재한다.

그렇다면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는 비강제 조항이 추가적인 개발 원조와 결합했을 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결론 정도가 가능하다. 협정상의 목표를 스스로 달성하기 어려운 개도국들이 많음을 감안하면 이는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원문의 저자는 조셉 프랑수아(Joseph Francois) 베른 대학교(University Bern) 교수 외 3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Non-trade objectives in trade agreements and sustainability goal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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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알짜 단지도 예외 없다” 수익성 악화에 ‘돈 되는 곳’만 수주

“강남 알짜 단지도 예외 없다” 수익성 악화에 ‘돈 되는 곳’만 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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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선별 수주' 기조 뚜렷
치솟은 공사비에 원가율 93% 넘어
사업성 떨어지는 단지는 시공사 선정 난항
서울 개포주공 6·7단지 예상 조감도/사진=서울시 정비사업 정비몽땅

업황 악화와 공사비 부담 증가로 수익성 확보가 시급해진 건설사들이 선별 수주 기조를 강화하면서, 서울 강남권 '알짜' 정비사업 단지들도 단독입찰 혹은 무응찰로 유찰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당초 수주전을 예상했던 단지들도 규모나 수익성 문제로 건설사들이 소극적인 모습이다.

개포주공 6·7단지, 잠실 우성 1·2·3차, 단독입찰로 유찰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날 시공사 입찰을 마감한 강남 개포주공 6·7단지 재건축 사업에서 현대건설만 단독입찰하면서 유찰됐다. 개포주공 6·7단지는 총공사비 1조5,319억원의 대형 사업으로 당초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경쟁 벌일 가능성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적극적인 수주 의지를 보인 현대건설과 달리 삼성물산에서는 확실한 수주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양사는 올해 초 한남4구역 재건축을 놓고 출혈경쟁을 벌인 바 있다.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삼성물산 측은 오는 9월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 예정인 압구정 2구역 재건축 사업 수주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 4일 진행된 잠실 우성 1·2·3차 재건축 시공사 입찰에서도 GS건설과 삼성물산의 수주전이 예상됐지만 GS건설만 참여하면서 유찰됐다. 이곳은 잠실종합운동장 마이스(MICE) 개발사업과 인접해 있고, 총 공사비만 1조7,000억원에 달해 사업성이 높다고 평가받았지만, GS건설의 수의계약 가능성이 높아졌다. 방배15구역도 지난달 27일 첫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포스코이앤씨만 참여해 유찰됐다.

입찰 참여 건설사 없는 사업장도 속출

이처럼 서울 정비사업지에서는 반복되는 단독입찰에 수의계약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관악구 봉천동 봉천 제14구역 재개발 조합도 지난 8일 총회를 열어 수의계약 입찰에 단독 참여한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 같은 상황에 일부 단지 조합에서 입찰 조건을 변경하기도 했다. 서울 중구 신당10구역 조합은 지난 7일 네 번째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냈다. 조합은 공동도급(컨소시엄) 불가 조건을 완화해 네 번째 입찰에서는 공동도급을 허용했다.

한강변 단지도 예외는 아니다. 서초구 신반포2차는 두 차례 유찰 이후 지난해 말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지하철 3·7·9호선 고속터미널역과 가까운 알짜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데다 총공사비가 1조310억원에 달하는 신반포4차의 경우 삼성물산의 단독 참여에 따른 수의계약이 유력하다. 용산구 한강변에 위치한 산호아파트도 네 차례 유찰 끝에 작년 말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가 없어 유찰을 겪는 정비사업장도 속출하고 있다. 서초구 삼호가든5차는 지난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에 참여한 곳이 없어 유찰되자, 공사비를 올려 다시 시공사 찾기에 나섰다. 서울시 신통기획 1호 사업장인 중구 신당10구역 재개발 사업은 비교적 사업성이 높은 곳으로 꼽히는데도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들어 정비사업 수주를 시작하지 않은 건설사도 많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기준 10대 대형 건설사 중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아직 첫 수주를 기록하지 못했다.

재건축 시공사 선정도 '양극화'

건설사들이 수주전에 몸을 사리는 건 최근 몇 년간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급등으로 도시정비사업의 공사비 부담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공사비지수(잠정)는 130.99로, 코로나19 이전인 2020년 1월(99.86) 대비 30.13% 상승했다. 건설사들의 평균 매출원가율도 지난해 3분기 93%를 넘어서며 수익성이 악화했다. 현대건설은 100.6%까지 상승했으며, GS건설(91.3%)과 HDC현대산업개발(90.9%)도 90%를 초과했다. 일반적으로 업계에서 적정 원가율로 여겨지는 80%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도시정비사업의 높은 입찰 보증금과 경쟁 과정에서 발생하는 출혈 비용도 건설사들이 수주 경쟁을 기피하는 요인이다. 대규모 보증금을 선납해야 하는 정비사업 특성상 기업의 현금 흐름에 부담이 크며, 최근 금융시장 불안정성까지 겹쳐 건설사들은 유동성 확보에 더욱 신경 쓰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주택 사업 원가율이 90%를 넘어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건설사들은 수익성이 높은 사업지를 선별적으로 수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수주전은 추진 비용이 크고 경쟁에서 밀리면 모든 비용이 손실로 처리되는 구조기 때문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여러 사업지에 뛰어들어 다 수주하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나. 지금은 건설사들 상황이 좋지 않아 큰 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꺼리고 있어 기존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라며 “강남권에서도 유찰이 발생하다 보니 다른 지역에서 선별수주 기조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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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경·공매 플랫폼 매물 중 절반이 유찰, 최대 13회 유찰된 사례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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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에 공개된 사업장 369곳 분석
수도권·대도시도 10회 이상 유찰돼
매각 일정 잡지 못한 사업장도 155곳

금융당국의 경·공매 플랫폼에서 매각을 진행 중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중 절반이 1회 이상 유찰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매각 일정을 잡지 못한 사업장이 전체 물량의 40%를 넘어서는 등 PF 사업장의 경·공매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금융당국은 금융기관에 유찰된 사업장의 가격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도록 하고 매각 속도가 지연된 사업장에 대해서는 현장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도시에도 10회 이상 유찰된 악성 매물 나와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경·공매 플랫폼에 공개한 사업장은 총 369개, 익스포저 규모는 6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1월 공개된 195개 사업장(3조1,000억원)에 이어 지난달 28일 추가로 공개된 174개 사업장(3조2,000억원)을 합산한 수치다. 공개된 사업장을 분석한 결과, 1차례 이상 유찰된 곳은 178곳으로 전체 경·공매 사업장의 48%에 달했다. 3회차 이상 유찰된 사업장은 총 57곳으로 이 중 저축은행이 대주단의 대표 금융사(대리금융기관)인 사업장은 21곳(36.8%)이었다.

다회 유찰 사례를 보면 서울에서는 논현동 근린생활시설 사업장이 8회 유찰됐다. 10회 이상 유찰된 악성 매물은 5곳으로 집계됐다. 최다 유찰은 경기 용인시의 한 다세대주택 사업장으로 이제까지 13차례 유찰됐다. 해당 사업장은 공사가 일부 진행됐음에도 매각이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2차례 경매를 진행한 경남 김해시 물류센터 사업장은 아직 착공도 하지 못했다. 최저입찰가는 1,112억원에서 423억원까지 내려갔다. 이 외에 부산, 대전 등 대도시에서도 10차례 유찰된 사업장이 나왔다.

아직 입찰 일정을 잡지 못한 사업장은 155곳으로 전체 물량의 42%를 차지해다. 이 중 새마을금고가 대리금융기관인 사업장이 44개로 가장 많았고, 저축은행 40개, 상호금융(농협·신협·산림조합) 34개, 증권사 25개 순으로 나타났다. PF 사업장 매각 지연은 금융기관의 재무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의 연체 규모는 9조1,000억원으로, 3년 전인 2021년 말(2조5,000억원)에 비해 264%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저축은행의 연체율이 급증한 이유로 부실 PF 정리가 지연된 탓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 부실 사업장 구조조정 전방위 압박

부실 PF가 금융기관의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킨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자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5월 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개편하고 부실 등급 사업장을 경·공매 등을 통해 정리하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지난해 9월에는 전 금융권에 '유의' 또는 '부실 우려' 등급 사업장에 대한 재구조화·정리 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다. 당시 금감원은 부실 사업장 정리에 속도를 내기 위해 이행 완료 예정일을 제출일로부터 6개월 이내로 설정하도록 했으며 이에 따라 올해 2월까지 부실 PF 정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탄핵 정국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지난해 연말부터 정리 속도가 둔화했다. 경·공매로 정리된 물량을 월 단위로 보면 지난해 9월과 10월에는 각 1조2,000억원 규모가 처리됐지만 11월 5,000억원, 12월 6,000억원이 추가되는 데 그치며 증가폭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금융당국이 경·공매 대상이라고 판단한 사업장 익스포저는 12조5,000만원으로 당초 지난해 연말까지 이 중 4조5,000억원 규모를 정리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실제 정리된 규모는 3조5,000억원에 그치면서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 

매각 지연 사업장에 대해 현장검사 실시 예정

이에 금융당국은 올해 1월 PF 부실 사업장 경·공매를 지원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조성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캠코)의 공매 플랫폼 '온비드'와 유사한 형태로 건설사·시행사·투자자가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사업장별 권리관계와 연락처 등 상세 정보를 수록해 접근성을 높였다.

금융당국은 PF 경·공매 플랫폼 구축 이후 매각이 활발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1월 9개 업권별 금융협회를 통해 정보를 공개한 이후 2월 21일까지 한 달간 40여 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80건의 상담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지방소재 물류센터와 연립주택 등 2개 사업장은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서울 소재 빌딩과 지방소재 오피스텔 등 2개 사업장은 매수 의향서를 제공했고, 6~7개 사업장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가격 협상을 하고 있다.

금감원은 "공매가가 하락하면서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매수 의향자가 적극적으로 매수를 추진하고 있다"며 "대주단 대출금액 대비 72% 수준에서 매매계약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매각 추진 PF 사업장 12조5,000억원 중 지난해 말까지 정리된 4조5,000억원에 더해 3억원가량의 추가 매각이 진행되면서 이달 말까지 누적 기준 7조4,000억원이 정리될 것을 예상한다. 아울러 올해 상반기 중 부실 사업장을 모두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경·공매 유찰 시 가격을 실질적인 채권 회수 가능 금액과 담보 가치를 반영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하도록 했다. 이는 저축은행·캐피탈·상호금융 등 각 금융사의 부실채권 매각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다. 이와 함께 플랫폼 공개 이후에도 매각이 지연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이달 중 현장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금감원도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의 PF 여신 프로세스 적정성 등을 집중 점검하기 위한 공동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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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봐라" 컴퓨터공학과 외면하는 韓 인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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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국내 컴퓨터공학과의 위상
AI 발전, 채용 축소, 교육 질 저하 등이 원인
美·中에서는 여전히 '인기 만점'

최근 국내 대학 입시에서 컴퓨터공학과 경쟁률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인한 입지 축소 △IT업계 채용 감소 △교육의 질 악화 등 악재가 누적되며 인재들이 줄줄이 관련 분야에서 이탈하는 양상이다. 반면 중국, 미국 등 주요국에서는 여전히 관련 분야 인재 유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컴퓨터공학과 인기 식어

13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2025학년도 국내 대학 컴퓨터공학과 수시 지원자는 전년 대비 2,229명 감소한 2만7,266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경쟁률은 19.3 대 1로 전년 대비 1.3%P 하락했다.

불과 3년 전인 2022년까지만 해도 입시생들은 AI·SW(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막대한 기대를 품고 있었다. 서울 소재 의대를 포기하고 컴퓨터공학 전공을 선택하는 지원자가 나올 정도였다. 2022년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정시 경쟁률은 3.4 대 1로 전년(2.58 대 1)보다 대폭 상승했다. 같은 기간 연세대 컴퓨터과학과는 6.23 대 1, 신설된 연세대 AI학과는 8.1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자연계열 상위권 인재들을 대거 흡수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과열됐던 AI·SW 분야의 인기가 수년 만에 얼어붙은 셈이다.

인재들 왜 떠났나

인재들이 AI·SW 분야를 외면하는 원인으로는 급속도로 발전한 생성형 AI가 꼽힌다. AI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인간 개발자의 역할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IT업계 관계자는 "비숙련자들의 주요 업무였던 기본적인 코딩은 생성형 AI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며 "AI로 대체할 수 없는 고급 인력이 아니라면 채용 시장에서 살아남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IT업계 채용 판도가 급변하면서 직업적 안정성에도 의문이 커지는 분위기다. 최근 국내 최대 개발자 커뮤니티 오키(OKKY)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직원 수 100명 이상 IT 기업 18곳 중 50%가 신입 채용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IT업계 내에서 소위 ‘신의 직장’으로 일컬어지는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도 과거 대비 보수적인 채용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 공학 교육의 '한계'가 드러나며 컴퓨터공학 전공 선호가 급감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학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교육계는 중등·고등을 가리지 않고 컴퓨터공학의 기초가 되는 수학 역량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한국 대학 교육만으로는 경쟁이 치열한 IT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영국의 국제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발표한 2024 세계대학 순위에 따르면, 수학 분야 10위권은 MIT, 스탠퍼드 등 미국 대학과 케임브리지, 옥스퍼드 등 영국 대학이 휩쓸고 있다. 한국 대학은 서울대, KAIST를 제외하면 대부분 100위권 밖이다.

美·中 학계 상황은?

우리나라 학계에서 AI·SW 분야가 외면받는 것과 달리, 여타 주요국에서는 여전히 관련 분야를 둘러싼 열기가 꺾이지 않고 있다. 일례로 미국 스탠퍼드대의 경우 컴퓨터공학과 정원을 20년 전 100여 명에서 800명 수준까지 약 8배 확대했다. AI 기술의 발전으로 관련 인력 수요가 급증하자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정원을 늘린 것이다. 반면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학부생의 한 해 입학 정원은 80명에 그친다. 20년째 정원이 55명으로 묶여 있다가 2023년 겨우 25명 증원됐다.

중국에서도 AI·SW 관련 학과의 위상은 높아져만 가고 있다. 중국 저장성교육고시원이 지난해 상하이 소재 대학의 학과별 지원 점수 커트라인을 조사한 자료를 보면, 커트라인이 가장 높았던 학과는 상하이자오퉁대 컴퓨터과학기술학과였다. 같은 대학의 전자정보학과와 AI학과, 푸단대의 이과실험학과가 뒤를 이었고, 이어 의대인 상하이자오퉁대 임상의학과와 구강의학과(치대), 푸단대 임상의학과 순으로 커트라인이 높았다. 고득점을 받은 수험생들이 의대보다 공대를 더 선호한다는 뜻이다.

중국 인재들이 AI·SW 분야에서 눈을 돌리지 않는 것은 관련 분야 지원이 국가 차원에서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AI를 국가 전략으로 격상한 중국 정부는 지난해 국가 차원의 종합 AI 지원 강화책인 'AI+ 행동'을 발표하며 AI 산업 육성 의지를 분명히 했다. 중국 교육부 역시 작년 8월 15개 대학과 2개 연구기관, 2개 출판사로 구성된 AI 인재 육성 프로젝트 'AI 101 계획'을 마련하며 이 같은 정부의 행보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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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낳던 면세업계, 1월 매출 반토막 “불황 출구도 안 보인다”

황금알 낳던 면세업계, 1월 매출 반토막 “불황 출구도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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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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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이용객 역대 최다인데 면세점은 적자
중국인 보따리상과의 거래 중단·감소 영향
올리브영·다이소 '성장', 면세점은 '울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면세업계가 올해 들어서도 매출이 반토막 나며 부진을 지속하고 있다. 고환율과 중국 경기침체로 인해 면세점 소비가 줄어든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연간 3,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기록한 면세업계는 올해도 시작과 함께 매출까지 급락하며 험난한 한해를 예고하고 있다.

1월 면세점 매출, 1조원 아래로 추락

13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9,54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 감소했다. 직전 달과 비교하면 24%가 줄었다. 면세점의 월매출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이다. 주요 거래 수단인 달러 환산 시 지난해 면세 매출액도 104억4,500만 달러(약 15조원)로 전년도보다 0.7% 줄었다.

반면 지난 1월 면세점 방문객 수는 228만8,160명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 1.5%,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5.1% 증가했다. 특히 작년 인천공항 국제선 이용객은 2001년 인천공항 개항 이래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공항 면세점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인천공항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 것과 공항 면세점 매출이 정비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2019년 2조7,958억원에 달했던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은 작년 2조181억원으로 집계됐다. 인천공항 출국자 수는 정상을 회복했지만, 면세점 매출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한 것이다.

다이궁 막자 매출 '급감'

업계에서는 중국인 보따리상(다이궁)과의 거래 감소가 매출 급감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수익성 악화의 주요인이었던 다이궁과의 거래를 지난 1월부로 중단했고 다른 면세업체도 수수료를 내리는 방식으로 다이궁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줄여가는 상황이다.

면세점이 다이궁 거래를 줄일 수밖에 없는 것은 다이궁이 수익성 악화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시작된 후 하늘길이 막히면서 면세점들은 다이궁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면세점들은 다이궁을 유치하기 위해 여행사에 지급하는 송객수수료율을 인상하는 한편, 높은 할인율을 제시하고 현금 환급 등의 혜택도 제공해야 했다. 경쟁사보다 더 높은 수수료율과 할인율을 제시해야 하다 보니 면세점 간 경쟁이 극심해졌다.

이는 결국 면세점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면세업계의 송객수수료 비중이 가장 높았던 2022년 롯데면세점은 1,395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역시 같은 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98.3%, 83.8%나 감소했다. 그러나 다이궁이 빠진 매출 공백을 메울 방법은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면세업계는 전략적으로 내외국인 개별 관광객을 겨냥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으나 아직 매출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고객 1인당 구매액이 41만7,100원으로 지난해 1월(70만5,743원)에 비해 40.9% 감소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올해 영업손실에 매출과 구매자 감소까지 더해져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내 신라면세점/사진=호텔신라

지갑 얇아진 중국인들, 소비 트렌드 변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면세점을 둘러싼 환경이 변한 것도 매출 하락에 일조했다. 산업연구원 김숙경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인 보따리상이 감소했지만 면세점 매출 부진이 보따리상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외국인들의 쇼핑 관광에 대한 선호도는 낮아지고 체험형 관광에 대한 선호가 증가해 면세점보다 저가·실속형 쇼핑 장소를 찾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을 찾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소비 패턴은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 특히 큰손으로 불리던 중국 여행객들은 자국 경기침체로 지갑을 닫았다. 이들은 면세점 대신 다양한 현지 제품을 접할 수 있고 접근이 쉬운 올리브영‧다이소 같은 로드숍을 주로 찾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25 유통산업 백서’를 통해 “면세점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구매할 수 있는 글로벌 럭셔리 제품 중심의 상품 구성이라면 한국의 헬스&뷰티(H&B) 전문점은 한국적인 것들, 이른바 K-콘텐츠를 한군데서 모두 경험해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오프라인 채널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고환율 파고까지 덮치면서 면세업계의 어려움은 배가 됐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 행진하며 면세점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 엔화 약세까지 겹쳐 국내 면세점 대신 일본에서 쇼핑하는 사람이 많았다.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면세점에서 쇼핑하는 매력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인천공항에 입점한 면세점 기업들은 지금의 임차료 방식으로는 버티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은 지난 2023년 임차료 산출 방식을 바꿨다. 고정 임차료를 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여객 수에 객당 임차료를 곱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공항 이용객과 면세점 매출이 정비례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방식이지만, 쇼핑 트렌드가 확 바뀌면서 공항 면세점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특히 인천공항 면세점 구역의 69%를 차지하고 있는 신라와 신세계는 작년 매출의 39%에 달하는 5,051억원을 임차료로 내야만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손실을 감수하며 영업을 지속하기보다 계약기간을 남겨놓고 철수하는 극단적인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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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