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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통위, 예상 깨고 0.25%p 금리 인하 결정, 안정보다 성장 중시로 전환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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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0.25%p 인하 결정
환율 리스크에도 '내수 진작' 목소리에 반응한 것 해석
향후 한은 정책 기조도 금융 안정보다 성장 지원으로 바뀔 것 전망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융 시장의 예상을 깨고 전격적으로 기준금리 0.25%p 인하를 단행했다.

지난달 1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 0.25%p 인하를 결정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기준 금리를 인하하면서 기준금리는 3.0%까지 떨어졌다. 당초 시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로 강달러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 수출입 물가 관리 목적에서라도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으나, 물가 상승률이 1%대 초반으로까지 떨어진 데다 내수 진작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자 예상을 깨고 금리 인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성장 하방 압력 해소 위해 금리 인하 결정

28일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물가상승률의 안정세와 가계부채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성장의 하방압력이 증대됐다”면서 “이에 따라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경기의 하방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시장에서는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1월 말 이후 환율 리스크가 진정되고 나야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그간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았던 주요 요인들이 대부분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는 만큼, 가시화되지 않은 환율 리스크로 경기 부양을 미룰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이달 초 발표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3%를 기록하면서 9월의 1.6%에 이어 2개월 연속 1%대를 기록했다. 중앙은행들이 목표로 삼는 2%보다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같은 상황은 식료품, 에너지 항목을 제외한 근원물가지수 상승률이 1.8%에 불과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부터 고금리를 유지할 명분이 사라졌다는 정부 측의 압력이 강화되기도 했다.

지난달까지 금리 인하가 늦춰진 또 다른 요인인 가계부채 증가세도 큰 폭으로 둔화된 모습이다. 지난 8개월간 금융권 가계대출이 9조8,000억원이나 증가했었던 것이 9월 5조3,000억원, 10월 6조6,000억원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지난 9월부터 도입된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더불어 금융당국이 관치라는 비난을 들으면서까지 대출 규제를 강화한 영향이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은 대출 규제에 따라 신규 아파트 분양 및 입주가 늦춰지고 있는 만큼, 내년 1분기까지 단계적으로 가계대출 확대 규모가 더 줄어들 수도 있다고 내다본다.

잠재성장률 2%에 못 미치는 성장 전망이 금리 인하의 주원인

시장에서는 환율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를 전격 단행한 것은 내년 이후 경제 성장 전망이 매우 비관적으로 나왔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2.2%, 1.9%로 예상했다. 이번에 새로 낸 2026년 성장률은 1.8%로 제시했다. 지난 8월 낸 수정경제전망(올해 2.4%, 내년 2.1%)과 비교하면 대폭 하향조정된 수치이자 잠재성장률 2%도 밑도는 수준이다.

불황으로 내수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경영난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내년, 내후년에도 잠재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통화정책 기조를 물가 안정에서 성장 지원으로 바꿔야 된다는 목소리가 한은 내부에서도 강화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에 따른 관세 정책도 한국 경제 회복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진 상태다. 지난 27일(현지시간) 트럼프는 취임 후 첫 행정명령으로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중국에 1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선거 유세 기간 내내 중국에 최대 6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던 것을 감안하면, 미국과의 대외 무역에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주요 국가들에 추가 관세가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다.

미국의 관세정책이 구체화되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우리나라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트럼프의 공약인 관세정책이 시행되면 우리나라 수출액이 53억~448억 달러(7조4,000억~62조5,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금융 시장 안정보다 성장 지원으로 방향 선회했다는 해석도

다소 기습적인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대해 금융 시장 일각에서는 그간의 물가 안정에서 벗어나 내수 진작 및 수출 지원으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봐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간 금리 인하를 어렵게 만들었던 주요 변수들이 대부분 해소된 데다, 환율 리스크마저도 강달러가 수출 기업에 대한 지원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 압력을 최대한 막기 위해 금리 인하를 늦춰봐야 무역수지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되기도 했고, 강달러는 국내의 금리보다 트럼프의 정책에 좌우될 것이라는 해석도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다.

이어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에 접어들고 있는 것도 내년 이후 한은의 금리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내수 부진에 따라 주요 기업들이 대부분 해외에 생산설비를 옮기고 있는 것도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 사항이다. 환율 리스크를 이유로 금리 인하를 계속 늦출 경우 한국 기업들의 시장 이탈이 더더욱 가시화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12월에 추가로 0.25%p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고용 시장이 안정된 만큼 금리 인하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지만, 시장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인 중립 금리에 대한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일 뿐, 중립 금리로 판단되는 2~3%대 수준까지 떨어지기 전에는 금리 인하가 단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발표된 연준의 11월 의사록에는 "점진적 금리인하로 (중립 금리를) 찾아야 한다"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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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억원 통 큰 투자’ 티빙·웨이브 합병 초읽기, 넷플릭스 대항마 출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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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재무구조 개선, 투자재원 확보
IPTV 성장 둔화 KT는 합병 찬성 저울질
사용자 1,000만 명 ‘토종 OTT 공룡’ 목전

1년 가까이 지지부진하던 토종 OTT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양사의 모기업인 SK스퀘어와 CJ ENM이 웨이브에 2,500억원의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다. 티빙과 웨이브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통합 K-OTT를 출범해 국내 미디어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양사의 주력 콘텐츠가 다른 만큼 최대의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웨이브 신규 CB에 1,500억원·1,000억원 투자

28일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와 CJ ENM은 전날 각각 1,500억원, 1,000억원을 웨이브에 투자했다고 공시했다. 티빙의 대주주인 CJ ENM(지분 48.9%)이 웨이브 대주주 SK스퀘어(40.5%)와 함께 웨이브의 신규 발행 전환사채(CB)를 취득하는 방식이다. 향후 진행될 사업 결합을 위한 전략적 투자라는 게 양사의 설명이다.

웨이브는 CB 2,500억원을 신주로 발행해 양사에 배정한다. 기존 재무적투자자(FI)들의 CB를 상환하고, FI는 전략적투자자(SI)로 전환한다. 이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나머지 금액은 투자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웨이브는 이와 같은 적극적 투자 및 방송통신미디어간 협업 시너지를 통해 시장 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스퀘어와 CJ ENM은 향후 본계약을 마무리하는 대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를 거쳐 내년 상반기 내 합병법인을 출범할 예정이다. 합병 방식은 CJ ENM으로의 기업결합을 추진하는 형태다. 합병법인의 경영권을 CJ ENM 측에서 가져간다는 의미다. 양사는 향후 티빙과 웨이브 통합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K-OTT를 출범, 이용자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내 미디어 산업 생태계 발전에 기여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한명진 SK스퀘어 사장은 “이번 전략적 공동 투자를 시작으로 웨이브와 티빙의 시너지를 강화하겠다”며 “향후 양사 통합을 추진해 통합 OTT의 미래 성장을 달성하고, 대한민국 OTT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상현 CJ ENM 대표이사 또한 “이번 투자 협약을 통해 고객 편의성 제고와 콘텐츠 공급 등 다양한 사업적 협력의 물꼬를 텄다”고 자평하며 “향후 이용자들의 만족도와 토종 OTT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상파 3사는 찬성, KT만 ‘고심’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본격 추진된 건 지난해 말부터다. 티빙과 웨이브의 모회사인 CJ ENM과 SK스퀘어는 지난해 12월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불씨를 지폈다. 이에 시장에서는 글로벌 OTT 넷플릭스에 대항할 수 있는 토종 OTT가 탄생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이후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제자리를 맴돌았다. 두 회사의 복잡한 주주 관계가 합병 논의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먼저 웨이브 쪽에서는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가 티빙 합병에 대한 합의안을 도출했다. 웨이브는 SK스퀘어(40.5%)가 최대 주주로 있는 가운데 지상파 3사가 지분을 각각 19.8%씩 보유하고 있다. 다만 지상파 3사의 중계권과 관련한 협상은 아직 진행 중이다. 현재 지상파 3사의 중계권은 웨이브가 독점하고 있는데, 해당 중계권을 두고 넷플릭스가 웨이브보다 좋은 계약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웨이브가 티빙과의 합병으로 분주한 틈을 노린 넷플릭스가 국내 지상파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티빙은 아직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티빙 지분은 모회사 CJ ENM이 48.9%를 보유해 최대 주주다. 그리고 KT스튜디오지니(이하 KT, 13.5%), 젠파트너스앤컴퍼니(13.5%), SLL중앙(12.7%), 네이버(10.7%) 등이 대주주로 있다. 이 가운데 합병안에 찬성 의사를 밝히지 않은 곳은 KT가 유일하다. KT는 자사의 인터넷TV(IPTV) 사업이 받을 영향을 고려하는 모습이다. 김훈배 KT 미디어플랫폼본부장은 이달 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티빙과 웨이브 합병은 유료방송 시장 전체를 바라보는 방식으로 고민하고 있으며,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KT 설득을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국내 IPTV 시장의 성장 둔화가 뚜렷한 가운데 오랜 시간 업계 1위를 지켜온 KT에도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의하면 작년 하반기 KT의 IPTV 가입자는 886만5,968명으로 시장 점유율은 24.39%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가입자는 942만3,000명으로 직전 반기 대비 0.5% 증가에 그치며 성장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콘텐츠 라인업 강화, 다양한 시청자 유인 가능

시장에서도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과정을 눈여겨보는 모양새다. 오랜 시간 적자의 늪에 빠져 있던 티빙이 가입자 증가 및 프리미엄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 확대로 흑자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웨이브와의 합병을 통해 그 시너지가 폭발할 거란 기대에서다. 올해 3분기 티빙은 드라마 ‘엄마친구아들’과 예능 ‘서진이네2’ 등 프리미엄 콘텐츠의 교차 편성 전략과 ‘2024 KBO 리그’ 등 킬러 콘텐츠 및 광고 요금제(AVOD)로 유료 가입자를 대거 유인했고, 그 결과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성장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4% 오른 3,565억원, 영업이익은 471.5% 증가한 108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웨이브와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1,000만 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할 전망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통계분석기관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빙의 올해 3분기 월간활성사용자 수(MAU)는 780만 명가량이며 웨이브는 440만 명 정도다. 같은 기간 넷플릭스의 MAU는 약 1,100만 명으로 집계됐다. 중복 가입 등의 문제로 단순 합산할 순 없지만 티빙과 웨이브의 중심 콘텐츠가 각 스포츠, 지상파 콘텐츠임을 고려하면 핵심 시청층이 다르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한다면 티빙의 스포츠를 통해 젊은 세대와 남성층을 공략할 수 있고, 웨이브의 지상파 3사 콘텐츠를 통해 중장년층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어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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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2.0 시대' 함정 MRO 시장 개방, 날개 단 K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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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첫 MRO 사업 수주
HD현대重도 美 조선업 진출 추진
미국, 中에 전함 수 밀리며 위기감
동맹국 한국에 잇단 러브콜
함정 정비를 위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입항한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인 ‘월리 쉬라’호가 안벽에 접근하고 있다/사진=한화오션

미국이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분야의 문을 우리 기업에 개방하면서 세계 1위 경쟁력을 가진 국내 조선업계에 함정 MRO 사업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국내 대표 조선업체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 함정 시장을 뚫으면 다른 우방국의 군함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HD현대·한화오션 美 MRO 자격 획득

2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미 함정 MRO 사업을 주력 사업으로 낙점했다. 양사는 연간 20조원 규모의 해당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 7월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를 체결하며 미 함정 MRO 사업의 자격을 획득했다.

현재 미국 MRO 사업 수주에서 한발짝 앞선 곳은 한화오션이다. 한화오션은 지난 8월 미국의 4만 톤(t)급 군수지원함 월리쉬라함(Wally Schirra) 창정비 사업에 이어 이달 미 해군 급유함인 유콘함(USNS YUKON)의 정기수리 사업을 연달아 수주했다. 미 군함 MRO 사업을 수주한 것은 한화오션이 국내 최초다. 한화오션은 이에 더해 지난 6월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를 1억 달러(약 1,400억원)에 인수해 미 군함 건조 사업까지 넘보고 있다. ‘미국 군함은 현지에 있는 조선소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존스법(Jones Act) 규제를 맞추기 위해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한 것이다.

한화오션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과 가진 특별한 인연도 눈길을 끈다. 트럼프 당선인은 기업인 시절이던 1998년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함께 대우중공업(현 한화오션)의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를 방문했다. 그는 당시 건조 중인 선박을 직접 둘러보고 개인적으로 선박 발주까지 검토했을 만큼 한국 조선업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당선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며 "선박 수출뿐 아니라 MRO 분야에서도 긴밀한 양국 협력이 필요하다”고 콕 집어 말하기도 했다.

HD현대중공업은 아직 미국에서 MRO 사업을 수주하진 않았지만 능력은 이미 입증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HD현대중공업은 2022년 필리핀에 군수지원센터를 설립하고 국내 조선업체 최초로 해외 MRO 사업에 나선 바 있다. 향후 필리핀 해군 MRO 실적을 바탕으로 미 해군 발주 사업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오른쪽)과 미국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 스티븐 쾰러 제독(가운데)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정비 중인 ‘월리 쉬라’함 정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사진=한화오션

자체 조선업 역량 무너진 美

한때 세계 최고의 조선 기술력을 갖췄던 미국은 존스법 여파로 자국 조선산업이 크게 퇴보하자, 중국에 해양 패권을 내줘야 하는 위기감에 세계 1위 조선 경쟁력을 가진 한국에 계속해서 SOS를 치는 모습이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해군과 해운을 중시하는 국가다. 강력한 해군과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미 선박은 미국의 군사력·경제력과 직결되는 핵심 요소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 조선·해운 산업 보호주의 정책을 꾸준히 유지해 온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미국의 조선산업은 1980년대부터 쇠퇴기를 걸어왔다. 두 차례 오일쇼크 이후 설비투자에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조선업 지원을 중단하면서 1989년에는 한 척도 수주하지 못할 정도로 급격하게 무너졌다. 이에 따라 군함 보수도, 미 해군력 유지도 힘들어졌다. 지난해 미국의 선박 건조 점유율은 0.13%에 그쳤다. 군함을 수리할 수 있는 MRO 능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해군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미국 함정 정비와 수리 관련 시설은 조선소 4곳의 총 17개 건조시설(도크)뿐이다. 미국 군함이 290여 척 정도 되는데, 이들 함정의 MRO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 지속돼 온 것이다. 이렇다 보니 미 해군에 필요한 함정의 MRO는 40% 정도만 제때 완료될 정도로 지연이 심각하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의 해양 패권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안보 위기감까지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미국은 한국, 일본 등 우방국 조선사 인프라를 이용해 전투 역량을 유지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미국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중요 파트너로 선정한 배경이다.

방산 사업 확대 및 우방국 군함 수주 기대

업계는 이번 MSRA 체결을 계기로 미 해군의 MRO 사업은 물론 방산 사업까지 협력 범위를 넓힐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보고 있다. 실제 MRO 사업을 통해 신뢰가 쌓이면 군함 건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획득한 MSRA 자격은 현재 미 해군 특수선 중에서도 지원함 MRO에만 한정돼 있지만, 미 해군의 군함 수요와 국내 기술력이 맞물린다면 향후 법 개정을 통해 한국 조선소가 함정 건조 계약을 따낼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미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전투함은 300척 이하로, 중국 해군(340척)보다 적다. 중국이 수년 내 400척으로 확대하기로 한 만큼 미국도 격차를 줄이기 위해 꾸준히 군함 건조를 발주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 해군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1,468억 달러(약 200조원)를 들여 55척의 함정(급유함, 구조선, 유도미사일함 등 모두 포함)을 건조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우리 기업의 미 함정 MRO 수행은 향후 대규모 발주가 예고돼 있는 각국 해군의 함정 사업 수주전에서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60조원에 달하는 캐나다의 12척 잠수함 도입 사업, 3조원가량의 폴란드 차기 잠수함 사업 ‘오르카 프로젝트’, 9조원 대의 호주 호위함 도입 사업 등 세계 곳곳에서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예고돼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중국과의 해군력 경쟁에서 위기를 느끼고 있기 때문에 한미 협력은 비전투함 MRO에만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군함 건조 영역에서는 보안 문제가 덜한 지원함 등에서부터 협력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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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 육성에 15조원 수혈” 정부 대책에도 업계 반응 ‘미지근’

“반도체 산업 육성에 15조원 수혈” 정부 대책에도 업계 반응 ‘미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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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반도체 생태계 지원 강화 방안’ 제시
“보조금 외면, 무책임에 가까워” 비판도
미 상무부는 인텔에 15조원 보조금 약속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월 27일 경기 성남시 한국반도체협회에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정부가 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대폭 확대한다. 지난 6월 발표한 ‘반도체 생태계 지원 방안’에 이은 후속 대책이다. 다만 업계는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가 빠졌다는 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정책금융에 방점, 기업 부담 완화 효과 미미

27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경기 성남시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반도체 생태계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내년 반도체 전 분야에 대출, 보증, 보험 등 14조원 이상의 정책금융을 공급하는 내용이 골자다.

먼저 정부는 반도체 기업의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율을 높이기로 했다. 국가전략기술은 기본적으로 대·중견기업 15%, 중소기업 25% 등의 투자세액공제율이 적용되는데, 이를 더 확대한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와 국회는 대·중견기업 20%, 중소기업 30% 등으로 5%p씩 공제율을 상향하는 방안을 유력 검토 중이다.

또 산업은행의 반도체 저리 대출 프로그램(4조2,500억원)을 비롯해 설비 및 R&D 투자 대출, 보증료 감면 및 보증 비율 상향, 수출대금 미수령액 손실 보상 등으로 다각도 금융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이를 위해 1,200억원 규모의 신규 반도체 생태계 펀드를 조성하고, 연내 200억원 규모의 시스템 반도체 상생 펀드 투자도 추진한다.

아울러 정부는 1조8,000억원에 달하는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 송전선로 지중화 비용의 절반 이상을 분담하기로 했다. 최 부총리는 “해외 주요국이 첨단산업 주도권을 잡기 위해 유례없는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진단하며 “우리 정부도 가용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 분위기는 냉담하다. 주요 경쟁국이 시행하는 보조금 직접 지원이 빠지는 것은 물론, 앞서 발표된 지원책을 다시 읊는데 그쳤다는 평가다. 산은의 지원방안은 지난 6월 발표된 26조원 규모 반도체 산업 종합지원 방안에 이미 포함됐고, 나머지 금액 역시 내년에 계획된 여러 정책금융 프로그램 중 반도체 분야로 들어가는 부분을 합산해 발표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김현재 연세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으면 도태되는 것은 한순간인데, 직접 보조금 등을 망설이는 것은 심각한 무책임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세액공제로도 충분한 규모의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조금 형태의 직접 지원은 신중한 입장”이라며 “업계와 정치권, 연구기관의 의견을 잘 알고 있고, 단계적으로 판단해 지원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다면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알맹이 빠진 생태계 종합지원

정부는 앞서 6월 지원책 발표 이후 반도체 금융지원을 위한 발걸음을 서둘러 왔다. 먼저 7월에는 산업은행에 현금 1조원, 현물 1조원 등 총 2조원을 출자해 저리대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설비·R&D 등 국내에 신규 투자하는 기업을 지원하려는 취지로, 금리는 일반 대출에 비해 대기업은 0.8%~1.0%, 중소·중견기업은 1.2%~1.5%가량 낮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7월 초부터 10월 15일까지 17개 사에 설비투자 자금 8,248억원이 지원됐다.

반도체 생태계 펀드 조성에도 돌입했다. 오는 2027년까지 1조1,000억원 규모로 조성될 해당 펀드는 지난 8월 1호 투자를 승인했다. 투자기업은 코아시아세미코리아로, 총 200억원 투자를 통해 인력 충원과 해외영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10월에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을 관통하는 국도 45호선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를 완료했다.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설계·공사 등 후속 절차를 신속히 이행해 오는 2030년 개통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용인 국가산단과 일반산단의 통합 복선관로 역시 예타 면제를 의결했다. 당시 정부는 “앞으로도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방안의 신속한 추진을 지원하고, 투자 단계별 애로 요인을 발굴하는 등 보완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美 정부, ‘기술 개발·보조금 지급’ 기업과 적극 맞손

이같은 정부의 노력에도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줄곧 보조금 지급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술 패권 전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는 보조금 지급이 가장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미국은 반도체법(CHIPS Act) 제정으로 73조원 규모의 보조금과 대출 및 보증 재원을 마련했고, 일본은 반도체산업 기반 긴급강화 패키지를 통해 15조원 규모의 제조시설 보조금 재원을 조성했다. 주요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 방안이 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을 확대하는 데 방점을 뒀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가장 최근에는 미국 상무부와 인텔이 108억 달러(약 15조820억원) 규모 보조금 지급에 최종 합의하기도 했다. 26일(현지 시각) 인텔은 “일부 보조금이 반도체법 아래에서 이뤄져 의회 요구에 따라 감액됐다”고 설명하며 이같은 사실을 전했다. 줄어든 보조금 규모는 6억4,000만 달러(약 8,940억원) 수준이다.

앞서 미 상무부와 인텔은 올해 3월 반도체법에 따른 양해각서 초안에 서명한 바 있다. 해당 양해각서는 미국 내 신규 반도체 생산 시설과 신규 공정 개발을 위한 85억 달러(약 11조8,700억원)의 보조금 지급을 비롯해 향후 5년간 최대 250억 달러(약 34조9,100억원)의 세액공제 등 내용이 담겼다. 인텔은 이후 9월 미 국방부 요구에 따라 기밀 정보 저장을 위한 시큐어 인클레이브(Secure Enclave) 기술을 개발, 이를 반영한 반도체를 미국에서 생산 및 설계하기 위한 보조금인 30억 달러(약 4조1,900억원)를 추가 확보했다.

인텔은 미 상무부와 합의에 따라 향후 10년간 1,000억 달러(약 139조7,500억원)를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과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이는 지난 3월 양해각서에 명시된 ‘5년간 1,000억 달러’에서 다소 완화된 조건이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는 “미국 기술과 제조업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한 양당의 강력한 지지는 향후 미국의 장기적 경제 성장과 국가 안보에 중요한 역사적 투자를 끌어냈다”고 평가하며 “인텔은 향후 수년간 미국 내 사업을 확대해 이런 공공의 우선순위를 실천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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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낮으면 손실" 다가오는 롯데글로벌로지스 IPO, 롯데그룹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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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글로벌로지스 내년 상반기 상장, LLH 엑시트 예정
롯데지주·호텔롯데, 손실 피하려면 2조 몸값 인정받아야
비교기업 주가 약세, 높은 구주매출 비중 등 부담 커
사진=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기업공개(IPO)가 유동성 위기를 헤쳐나가고 있는 롯데그룹의 거대한 '변수'로 떠올랐다. 이번 IPO를 통해 재무적 투자자(FI)의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진행되는 가운데,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일정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경우 대주주인 롯데지주와 호텔롯데가 그 손실을 메꿔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시장 악재, 높은 구주매출 비중 등을 고려하면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목표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롯데글로벌로지스 IPO 본격화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달 24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상장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통상 청구서 제출 후 상장까지 6개월가량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상장 시기는 내년 4월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상장(예정) 주식 수는 4,164만4,166주며, 이 중 공모(예정) 주식 수는 1,494만4,322주다. 상장 대표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공동 주관사는 KB증권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IPO는 롯데그룹 차원에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슈다. 이번 IPO가 2017년부터 FI로 참여하고 있는 엘엘에이치(LLH)의 엑시트 기회이기 때문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LLH가 소유한 롯데글로벌로지스 주식 수는 747만2,161주(지분율 21.9%)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17년 총 2,789억원을 들여 취득한 물량이다.

LLH는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통해 최소한의 수익을 담보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둔 상태다. 풋옵션 행사 단가는 주당 평균취득단가(3만7,337원)에 연복리 3%를 얹어 계산한다. 2017년으로부터 8년이 지난 시점인 내년 상반기 기준 1주당 풋옵션 단가는 4만7,298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를 LLH 소유 주식(747만 주)에 다시 적용하면 전체 풋옵션 행사가는 3,534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1조 몸값' 인정받을 수 있을까

LLH의 엑시트가 걸려 있는 만큼 롯데글로벌로지스 IPO는 목표 밸류(기업가치)가 명확한 딜로 평가된다. 예심청구서에 기재된 상장 예정 주식 수(4,164만4,166주) 기준 LLH의 투자 밸류는 1조5,548억원이다. LLH 입장에서는 공모 밸류가 이보다 높아야 수익이 난다는 의미다. 풋옵션 행사가(4만7,298원)와 상장 예정 주식 수를 고려한 밸류는 1조9,697억원 수준으로, 공모 밸류가 이보다 낮을 경우 롯데지주와 호텔롯데 등이 LLH의 손실을 메꿔야 한다. 사실상 1조9,697억원 밸류가 손실 회피를 위한 마지노선인 셈이다.

문제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기업가치 제고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피어그룹(비교그룹)에 속하는 CJ대한통운과 한진이 나란히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피어그룹의 최근 한 달간 PER은 CJ대한통운이 8.1배, 한진이 10.3배 수준이다. 두 기업 PER의 평균치(9.2배)를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올해 연간 예상 순이익 504억원(상반기 순이익 252억원의 연간 환산액)에 곱하면 예상 기업가치는 4,637억원 안팎에 머물게 된다. 이를 상장(예정) 주식수로 나눈 공모가는 1만1,135원으로 풋옵션 행사 가격을 크게 밑돈다.

일각에서는 G마켓 '스마일배송' 물량 이탈이 롯데글로벌로지스 기업가치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지난 6월 신세계와 CJ대한통운은 G마켓 스마일배송 물량을 CJ대한통운이 단독으로 담당하는 내용의 협업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G마켓 스마일배송 물량은 월 200만~250만 건, 연간 2,400만~3,000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당 매출액을 2,000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기존에 스마일배송을 담당했던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분기당 120억~150억원가량의 매출 타격을 입게 되는 셈이다.

구주매출 비중이 절반?

롯데글로벌로지스 공모 물량의 절반이 구주매출이라는 점도 시장의 우려를 사고 있다. 구주매출이란 기업이 상장할 때 기존 주주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파는 것으로, 새로 주식을 발행해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파는 ‘신주 발행’과는 다른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전체 공모주 중 구주매출의 비중이 높으면 투자 매력이 반감되는 경향이 있다.

구주매출 비중이 높으면 기존 투자자들이 상장 후 보유 지분을 대량 매각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상장 후 잠재적 매도 물량(오버행) 이슈가 부각됨은 물론, 투자자들이 해당 기업의 미래 성장성이 낮다고 해석할 위험도 커지게 된다. 구주매출 공모 자금이 회사로 유입되지 않고 기존 주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 역시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IPO 이후 회사가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이 공모 금액보다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지나치게 높은 구주매출 비중 탓에 IPO에 실패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SM상선은 신주발행 50%, 구주매출 50%의 공모 구조로 IPO에 도전했으나,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기대보다 저조한 성적을 내면서 2021년 11월 IPO 계획을 철회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신주발행 25%, 구주매출 75%로 IPO를 추진했지만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 실패하면서 2022년 1월 상장을 자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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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과잉생산 악순환, 관리 비용만 연 3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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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소비 20년 새 30% 줄었는데
공공비축량은 2008년 수준
초과생산 구조 전면 개혁해야

더불어민주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농업 관련 4법을 국민의힘 반대 속 강행 처리했다. 넘치는 쌀 때문에 매년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지만 야당은 현실에 눈감은 채 더 강력히 정부 수매를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양곡관리법 강행, 쌀 생산 부추기는 촉매제

2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민주당 등 야당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 의결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고, 양곡시장 가격이 평년 가격 미만으로 하락하면 차액을 정부가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강행 처리는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음에도 민주당은 1년 만인 지난 4월 남는 쌀을 회수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문제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형적인 쌀 산업 구조를 바로잡을 수 없다는 데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내년에 쌀 재배면적 중 8만 ㏊(핵타르)를 줄이려고 추진 중인데 (남는 쌀 의무 매입 시) 어느 농가가 쌀 생산을 줄이려고 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쌀은 과잉생산되고 예산을 수천억 원씩 들여도 쌀값을 못 잡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개정안이 타 작물로의 재배 전환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봤다. 현재 농식품부는 쌀 대신 논콩과 같은 전략 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인에게 직불금을 지급하고 있다. 쌀이 아닌 다른 작물로의 전환이 쌀 과잉생산을 막으면서 장기적으로 농가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생산을 더 부추기는 촉매제인 셈이다.

쌀 매입·관리 예산 3년간 8조원

현재 정부가 쌀을 사들이고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올 한 해에만 최소 3조1,858억원이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농식품부는 당초 올해 양곡 매입·관리비로 2조7,460억원을 책정했다. 공공비축쌀뿐만 아니라 수입쌀을 구매하고 관리하는 데 사용하는 비용이다. 지난 3년간 정부가 쌀을 사들이고 관리한 비용은 8조원을 넘는다. 농식품부의 양곡 매입·관리비와 시장 격리 비용을 합하면 2021년 1조9,500억원에서 2022년 3조1,194억원, 2023년 3조569억원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시장에서 격리하는 쌀 비용은 별도다. 올해 정부는 구곡(지난해 생산된 쌀) 20만 톤을 시장 격리하는 데 4,398억원을 투입했다. 올해 생산된 신곡 20만 톤도 시장 격리 예정이어서 추가 비용이 투입된다. 통상 신곡은 구곡보다 1.2~1.5배 비싸기 때문에 최소 5,277억원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쌀 소비량에 맞춰 비축량을 조정하기 위해 2005년부터 도입된 공공비축제는 유명무실이다. 2016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공공비축제도 운영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는 "제도 도입 당시 비축 물량은 국제기구인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권고를 참고해 소비량과 연계되도록 설정했으나 매년 비축 물량은 쌀 소비량 감소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2008년 이후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4kg으로 제도 도입 당시인 2005년 80.7kg에 비해 30.1% 감소했지만 올해 공공비축량 45만 톤은 2008년 비축 물량인 40만 톤보다 많다.

이에 대해 서세욱 인천대 교수는 "소비량은 굉장히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데 쌀값을 어느 정도 유지해 주니 벼 재배 농가 같은 경우 계속 재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 논리에 의해 가격이 형성되지 않으면 유지가 불가능하다"며 "가격 격차를 결국 재정으로 다 메꿔야 한다는 소리가 되는데, 재정을 언제까지 투입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도 햅쌀 5만6,000톤 초과생산

정부는 올해도 햅쌀이 5만6,000톤가량 남을 것으로 예측하고, 이보다 14만4,000톤 많은 20만 톤을 수매해 시장에서 격리하는 방식으로 쌀값 하락을 방어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와 별개로 공공비축미 36만 톤도 매입한다는 방침이다. 또 정부와 농협은 올해 벼 매입 자금을 작년보다 9,000억원 늘려 4조3,000억원 지원한다. 이 가운데 정부 지원액이 1조3,000억원, 농협 지원액이 3조원이다.

아울러 정부는 벼 매입 자금을 받은 산지 유통업체가 의무 매입물량을 연내 사들이도록 지도를 강화할 예정이다. 이 밖에 산지 유통업체의 저가 판매에 따른 시장 교란 행위를 지속 점검하고, 부정 유통 단속 기간을 연말까지로 한 달 연장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쌀 공급 과잉으로 인한 산지 가격 하락 문제를 막기 위해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벼 재배 면적 감축을 위해 각 시도에 감축분을 배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박수진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이날 서울에서 열린 양곡수급안정위원회에서 "구조적 공급과잉 문제를 반복하지 않도록 벼 재배 면적을 조정하고 품질 위주의 생산 체계로 전환, 신규 수요 창출 등의 내용을 포함한 '쌀 산업 근본대책'을 이달 중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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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설' 휘말린 롯데그룹, 투자자 설명회 연기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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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 유통·화학 동시 부진
'심장' 롯데월드타워 담보로
구심점도 타개책도 안 보여
롯데월드타워 전경/사진=롯데물산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인 롯데그룹이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IR)를 연기했다. 그룹의 자금난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면서 기관투자자들이 롯데에 더 구체적인 자금조달 방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투자자 설명회 연기

2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당초 26일 예정됐던 기업설명회를 28일 오후로 연기했다. 기관투자자들이 그룹 전반의 유동성 우려에 대한 시장 불안감을 잠재우려면 자금조달 방안 등을 더욱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에 세부안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그룹은 기업설명회 연기일인 28일에 그룹 임원 인사도 단행할 예정이다. 신동빈 회장이 이번 인사에 대대적인 변화를 줄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롯데지주 관계자는 "기관투자자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기 위한 차원에서 일정을 미룬 것"이라며 "그룹 임원 인사 일정과 기업설명회는 별개의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곳간 비고 눈덩이 이자 부담

롯데그룹은 6조원 가치의 롯데월드타워까지 담보로 제공하며 유동성 위기설을 진화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증폭하는 모습이다. 이는 롯데그룹이 실제로 유동성 위기에 빠질 것인가의 차원을 넘어 △그룹이 위기설이 대두한 원인을 얼마나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가 △최악의 상황에서 그룹이 '당장' 현금화할 자산이 얼마나 있는가 △그리고 위기 관리의 주도권을 쥐고 이를 타개할 구심점이 있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롯데의 유동성 위기설은 최근 계열사 부진에 이어 롯데케미칼의 기한이익상실 문제까지 겹치면서 확대일로다. 사채관리계약에 따라 롯데케미칼은 원리금 상환 전까지 3개년 누적 이자보상비율(EBITDA/Interest Expense)을 5배 이상 유지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지만, 지난 9월 말 기준 이 수치는 4.3배로 하락했다.

한때 롯데케미칼은 연간 1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내던 효자 회사였으나 2020년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이 석유화학 공장을 대규모로 증설하자 시장은 공급 과잉 상태로 변질됐고, 주요 석유화학 제품 가격은 하루가 멀다 하고 추락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문제까지 덮쳐 원재료 원유 가격이 급등했다. 설상가상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수요마저 위축됐다. 석유화학업계 수익성 지표 에틸렌 스프레드가 손익분기점인 t당 300달러를 한참 밑도는 구조가 고착화했다.

시장 변화 적기 대응에 실패한 것이 결정적인 패착으로 작용했다. 롯데케미칼은 경쟁사 대비 기초석유화학 비중이 더 높다. 지난해 연결 기준 전체 매출의 60%에 달할 정도다. 이 때문에 이미 수년 전부터 중국발 공급 과잉 우려로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으로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시각이 확산했지만, 결과적으로 실기했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 7,626억원 영업 적자를 냈고 2023년 3,477억원의 손실을 봤다. 올해 실적 전망도 어둡다. 시장에서 전망하는 2024년 롯데케미칼 영업손실 규모는 4,730억원에 육박한다.

현금 곳간은 비어가지만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특히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 인수, 롯데건설 자금 지원으로 차입금이 급속도로 늘었다. 지난해 말 롯데케미칼 순차입금은 6조원 수준까지 급증했는데, 이 같은 부채 증가는 이자 부담으로 돌아왔다. 롯데케미칼은 2023년 연간 이자비용으로 3,788억원을 냈고 올 상반기에만 2,094억원을 썼다. 단기간 반전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주력 '유통'도 지속 부진

그룹의 또 다른 축인 유통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백화점 사업이 선전 중인 듯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편치 않다. 롯데백화점은 신세계 출신 정준호 사장이 이끌고 있다. 2019년 롯데그룹 계열사 롯데GFR로 자리를 옮긴 뒤 2021년 11월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장(롯데백화점 대표)에 올랐다.

다만 정 사장이 만 3년간 일군 성과에 관해서는 시각이 나뉜다. 내수 침체 속 선방했다는 평가가 있는 한편 거시변수를 걷어내더라도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경쟁사(신세계 13개·현대 16개) 대비 두 배 많은 32개 점포를 가졌음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유의미한 성장을 일구지는 못했단 평가다.

편의점(코리아세븐), 이커머스(롯데온) 등 다른 유통 채널 성적표는 더 심각하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미니스톱 인수 이후 적자의 늪에 허덕이고 있고, 이커머스 시장 제패를 노리고 야심 차게 출범한 롯데온은 천덕꾸러기 신세다. 호텔롯데는 올 상반기 또다시 영업 적자를 냈다. 지난 2분기 호텔롯데는 영업손실 526억원을 기록했는데, 1분기(-272억원)보다 적자 규모가 커졌다. 매출 약 70%를 차지하는 면세점 부진이 뼈아프다. 롯데면세점은 4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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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 속 쇄신 택한 삼성전자, '반도체 위기 극복'에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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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파격 쇄신은 어디에
‘부회장 3인방’ 자리 지켜
문책은 반도체 사업부장만 

삼성전자가 ‘새로운 도약을 위한 쇄신’을 키워드로 2025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지만 재계의 반응은 다소 미온적이다. 삼성전자의 최고 의사 결정 조직으로 불리는 사업지원TF를 비롯한 주요 보직에 여전히 이재용 회장의 측근 또는 ‘과거의 인물들’이 보직을 바꿔 앉았기 때문이다. 양대 사업부문과 핵심 사업부에 새로운 인물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뇌부 유임, 반도체 부문만 일부 경질

27일 삼성전자는 사장 승진 2명, 위촉 업무 변경 7명 등 총 9명의 2025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의 최대 관심사였던 반도체(DS)부문 사업부장 2명을 교체하면서 분위기 반전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틀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선 삼성전자의 컨트롤타워격인 사업지원TF의 정현호 부회장이 그대로 유임된 가운데 이 회장의 측근 중 1명으로 꼽히는 박학규 DX부문 경영지원실장(사장)이 사업지원TF 담당 사장으로 이동하며 이른바 ‘서초동’의 파워는 오히려 더 공고해졌다는 평가다. 최근 삼성의 위기를 언급하며 대대적인 쇄신을 시사했던 이 회장의 발언에 비하면 인사의 폭이 크지 않은 셈이다.

박 사장은 그야말로 삼성의 과거를 상징하는 구조조정본부 출신이다. 재무통으로 알려진 그는 이후 삼성 미래전략실에서 전략지원팀 담당 임원을 거쳐 경영진단팀장을 맡기도 했다. 미전실의 권한이 가장 막강했던 시기의 인물이 다시 ‘미니 미전실’로 불리는 사업지원TF로 돌아온 셈이다. 박 사장은 삼성전자의 2인자로 언급되는 정 부회장과 함께 사업지원TF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한종희(왼쪽) DX부문장 부회장과 전영현 DX부문장 부회장/사진=삼성전자

뉴페이스 대신 베테랑 경영자 역할 확대

신임 사업부장을 발탁하는 대신 기존 부문장의 역할이 확대한 것도 삼성전자에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하는 목소리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종희 부회장의 경우 이번 인사를 통해 DA사업부장 겸임을 종료하고 새로운 전문경영인에 자리를 내줄 것으로 예상됐으나 오히려 새롭게 신설된 품질혁신위원회까지 맡게 되면서 역할이 더욱 커졌다.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 역시 메모리사업부장을 겸임하면서 7년 만에 다시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이끌게 됐다.

삼성전자는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새로운 인물보다는 베테랑 경영자를 택했다. 고한승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사장)의 경우 지난 2007년 이미 삼성전략기획실 신사업팀 담당임원과 삼성전자의 신사업팀 담당 임원을 역임한 바 있다. 삼성 측은 고 사장에 대해 ‘이미 그룹 차원의 신수종 사업을 일궈낸 경험과 축적된 경영 노하우’를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서 새로운 인물과 젊은 피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파격보다는 안정을 선택한 인사로 보는 것이 맞다”며 “1960년생인 전영현 부회장과 1962년생인 한 부회장이 여전히 양대 부문장으로 유임됐을 뿐 아니라 역할이 더 확대됐으며, 미전실 출신 인사들이 여전히 중책에 기용돼 있다는 것은 큰 틀의 변화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음 주 부사장 이하 임원 인사 단행

이번 인사를 두고 일각에서는 그만큼 경영 전면에 내세울 인재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 아니냐는 비판의 시각도 제기된다. 인적 쇄신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 마감한 것도 이 같은 시장 분위기를 방증한다. 27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43% 하락한 5만6,3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런 가운데 시장의 눈은 다음 주로 예정된 부사장 이하 정기 임원인사에 쏠리고 있다. DS부문의 경우인재 풀이 풍부한 메모리사업부의 경우 인적 쇄신이 예상된다. 이 주 중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개발·상품기획 담당 실무 임원들이 퇴임 통보를 받고 사무실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달리 파운드리사업부는 예상외로 퇴임 예정 임원이 적다는 게 삼성전자 DS부문 내부의 전언이다. 특히 3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공정과 수율(양품 비율)을 담당하는 주요 임원들은 대부분 유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파운드리사업부 직원은 "메모리와 달리 파운드리는 업력도 짧고 임원 풀도 적다"며 "지금도 메모리에서 임원들을 데리고 오는 상황에 미세공정에 대한 이제야 조금 쌓인 노하우를 갖고 있는 임원들을 내치는 것은 회사로선 손해"라고 말했다.

이번 신설 조직에 대한 후속 인사에 대한 관심도 높다. 한 부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출범한 품질혁신위원회의 조직과 구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품질혁신위원회가 어떤 곳인지는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이 완료되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바이오통'인 고한승 사장이 단장으로 선임된 미래사업기획단도 전임 전자 계열사 출신 단장들과 조직면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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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MCA도 무력화한 트럼피즘, 한·미 FTA도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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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투자 이력 기업만 2,000여 곳
돌발변수 맞서 '플랜B·C' 대비책 고심
정부·산업계 '한미 FTA 재협상' 주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들어오는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 지역에 생산 기지를 둔 국내 기업들이 ‘트럼프 쇼크’에 직면하게 됐다. 역대 최대 수준의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만 믿고 안심할 수 없는 처지란 의미다.

韓 기업들, 대응책 마련 부심

27일 재계에 따르면 현재 멕시코에는 기아 공장을 비롯해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와 대기업과 부품 협력사들의 생산공장이 몰려 있다. 한국은 지난해 멕시코에 7억5,400만 달러(약 1조600억원)를 투자했다. 멕시코가 유치한 해외직접투자 국가들 중 10위 규모다. 특히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 옛 NAFTA )효과가 극대화된 2022년에는 한국 기업들의 투자액(6억8,600만 달러)은 전년(3억100만 달러)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멕시코는 값싼 인건비와 미국 무관세 수출 혜택으로 특히 자동차 제조사들이 많이 진출했다.

증권가에선 트럼프의 대선 공약인 10% 보편관세만 현실화해도 기아의 내년도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26% 이상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1기 정부를 전후로 대중 무역 제재를 피해 미국과 무관세 협정을 맺은 멕시코에 투자를 늘리고 미국 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맡겼다"며 "트럼프의 25%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멕시코 투자 전략도 전면 재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에 북미 수출기지를 두고 있는 가전업계도 미국에만 생산망을 구축한 월풀 등보다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멕시코에 텔레비전 공장을, LG전자는 텔레비전과 냉장고, 전장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과 LG는 멕시코 생산 기지와 미국 현지 공장 등을 바탕으로 북미 텔레비전 및 생활가전 시장에서 매출 점유율 1, 2위를 차지해 왔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멕시코뿐 아니라 미국을 포함해 다른 지역에도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향후 트럼프의 멕시코 협상 전략이 또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멕시코는 미국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 정책의 최대 수혜국으로 각광 받았다. 특히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의 USMCA 적용으로 관세가 붙지 않는다. 기아가 멕시코에서 생산한 차를 미국으로 수출할 경우 완성차를 미국으로 옮기는 물류비용은 발생하지만 멕시코의 인건비가 미국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에 원가 측면에서는 오히려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가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2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이 같은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사실상 'USMCA' 무효화

더 큰 문제는 한미 FTA의 향방이다. 트럼프는 이번에 고율 관세를 공식화하며 USMCA의 사실상 무효화를 선언했다.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본인이 직접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없애고 새로 서명한 USMCA를 다시 휴지조각으로 만든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국가 비상사태’ 선언을 염두에 뒀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제긴급경제권법(IEEPA)’은 비상사태 선언 시 대통령에게 경제와 무역거래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데, 이는 트럼프가 보편관세 공약을 실행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언급돼 왔다. 이를 활용하면 한미 FTA 또한 사정권에 들어간다.

‘FTA 재협상’ 만약의 수 대비해야

이에 우리 정부와 경제계는 차기 미국 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다만 현시점에서 통상 전문가들은 트럼프 취임 초기 한미 FTA가 도마에 오를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중국과 멕시코, 베트남 등 미국이 먼저 ‘손봐줄’ 나라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8위 수준이지만 한미 FTA는 이번 미국 대선 과정에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아 한미 FTA 재협상은 후순위라는 관측이 많다.

여기에 과거처럼 관세를 협상 도구로만 활용할 개연성도 있으나,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한미 FTA를 USMCA처럼 만들 수 있다고 보고 만반의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더욱이 외교가에선 미국의 만성적인 무역 적자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면 경제가 아닌 정치·외교·안보 등 이슈에도 관세 카드를 수시로 꺼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트럼프가 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국을 '머니 머신'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한 통상외교 전문가는 "한미 FTA 해체는 그 자체로 재앙이다.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서 적잖은 무역흑자를 올릴 수 있었던 배경엔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 비교 우위가 사라지거나 약해지면 한국의 대미 수출은 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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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사이언스 경영권 갈등 최고조, 결정권 쥔 국민연금은 ‘중립’ 선언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갈등 최고조, 결정권 쥔 국민연금은 ‘중립’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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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변경, 출석 의결권 3분의 2 찬성 필요
의결권 자문기관은 형제 측 손 들어줘
플래그십 스토어 두고 비난전 계속

국민연금이 오는 28일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중립 입장을 지키기로 했다. 그간 경영권 확보를 놓고 우군 확보에 열을 올리던 창업주 일가의 갈등은 이제 서로를 향한 비난으로 얼룩지는 양상이다.

여타 주주 찬반 비율 맞춰 의결권 행사

27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전날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에서 ‘중립’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보유한 의결권은 나머지 주주들의 찬반 비율에 맞춰 나눠 행사된다. 예컨대 여타 주주들이 주총 안건에 대해 찬성 60%, 반대 40%로 나뉘면 국민연금도 의결권 중 60%를 찬성에, 40%를 반대에 투표하는 식이다.

앞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3자 연합’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정원을 기존 10명에서 11명으로 확대하는 정관 변경안을 제안한 바 있다. 현재 3자 연합 측 4인과 형제(임종윤 사내이사·임종훈 대표) 측 5인으로 구성된 이사회 구성을 6대 5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반적 이사 선임안의 경우 주총 출석 의결권의 과반 찬성으로 의결되지만, 정관변경 안은 주총 특별결의 대상으로 출석 의결권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5.89%를 보유해 ‘캐스팅 보트’로 꼽혀 온 국민연금이 중립을 선언함에 따라 개인 최대 주주 신 회장을 비롯한 3자 연합과 형제 측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지난달 22일 주주명부 폐쇄 기준으로는 3자 연합이 우호 지분 33.78%로 이사회 개편에 반대하는 형제 측(25.62%)을 앞서고 있다. 여기에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3자 연합의 손을 들어준 가현문화재단(5.02%)과 임성기재단(3.07%)이 노선을 바꾸지 않는다면 3자 연합의 우호 지분은 41.87%에 이른다.

“특정 주주 위한 이사회 규모 변경은 반대 사유”

전문가들은 이사회 의석을 늘리자는 3자 연합의 제안이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기업의 중장기적 성장 또는 주주들의 이익과는 관련이 없다는 지적이다.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 서스틴베스트(서스틴)는 이달 25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당사 지침에 따르면 전체 주주가 아닌 특정 주주를 위한 이사회 규모 변경은 반대 사유에 해당한다”며 “한미사이언스의 정관변경 안건은 전체 주주 관점에서 주주가치 증대를 위한 것이 아닌, 특정 주주를 위한 것으로 판단되므로 반대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서스틴 외에도 ISS, 글래스루이스 등 지금까지 보고서를 공개한 모든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이 이번 정관변경 안에 반대를 권고했다. 이와 관련해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이사회 정원도 10명이다”고 짚으며 “신 회장 등의 정관변경 의도는 이사회를 통한 경영권 장악이 분명한데, 이같은 시도가 모든 주주를 위한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해 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고소·고발 난무, ‘역대급’ 집안싸움

이런 가운데 한미그룹 창업주 일가의 갈등은 한층 심화하는 모습이다. 이번엔 유통 계열사 온라인팜과 가로수길 예화랑 건물 임대차 계약이 문제가 됐다. 해당 계약은 지난해 수립된 한미그룹의 중장기 계획에 담긴 컨슈머헬스(건강기능식품·화장품 판매 등) 관련 플래그십 스토어 운영에 대한 계약으로, 임대차 보증금은 48억원, 월세는 4억원에 달한다. 임대차 기간은 20년이며, 보증금 48억원을 선입금한다는 내용도 계약서에 포함됐다.

한미사이언스는 임 부회장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박명희 한미약품 사내이사, 우기석 온라인팜 대표, 김남규 라데팡스파트너스 대표 등 5인이 법률 자문을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의 권고 사항을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태평양이 임대차 보증금의 약 10%(4억8,000만원)를 먼저 지급하고 나머지 잔금은 입주 공사 개시 직전 지급할 것과 중도해지 및 임대료·관리비 인상률 조정을 권고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에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18일 이들 5인을 배임·횡령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형제 측은 해당 사업 추진과 관련해 제대로 된 보고가 없었다는 점 또한 지적했다. 임종윤 이사 측근은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어떤 제품을 판매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미약품 측은 올해 5월 플래그십 스토어 운영 계획을 구체적으로 보고했다는 입장이다. 해당 보고 안에는 형제 측이 의혹을 제기한 예화랑 관련 임대차 계약 내용을 비롯해 한미약품 홍보관 및 제품별 스토어 디자인 등 구체적인 내용이 모두 포함됐다는 설명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예화랑 임대와 관련한 내용을 비롯해 플래그십 스토어 활용 방안 등이 구체화된 보고서를 지난 5월 제출했다”며 “사업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다는 주장은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한미약품은 지난 26일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소하고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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