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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트업·엔씨·위메이드 신작 中 출시 현지 게임사 급부상에 경쟁 심화 ‘소비처에서 경쟁자로’ 시장 변모
엔씨소프트의 MMORPG ‘블레이드&소울2’/사진=엔씨소프트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일제히 신작을 앞세워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 지난해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중국 시장에서 공전의 인기를 끈 데다, 최근 한한령(한류 콘텐츠 금지령) 완화 분위기까지 감지되면서 많은 게임사가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 진출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韓 메이저 게임사들, 신작 中 출시에 박차
1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중국 출시를 앞둔 시프트업의 서브컬처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는 전날 기준 현지 사전 예약자 수 430만 명을 돌파했다. 시프트업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해당 게임은 지난해 1,531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바 있으며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등 여러 국가에서 화제를 모았다. 시프트업은 현지 배급사 텐센트와 협력해 오는 4월 중국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도 다음 달 3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블레이드&소울2’를 중국 시장에 선보인다. 지난해 텐센트와 협업해 여러 차례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한 엔씨소프트는 조작 편리성을 개선하고, 유료 결제 측면에서 이용자 부담을 낮추는 등 현지 시장을 겨냥한 최적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들 게임사가 중국 진출에 총력을 기울이는 배경으로는 중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꼽을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타티스타에 의하면 올해 중국 게임 시장 규모는 1,378억 달러(약 2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게임 출시를 위해서는 반드시 당국의 허가(판호)를 획득해야 하고 현지 배급사를 거쳐야 한다는 장벽이 있지만, 시장 규모가 방대한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중국의 한한령 완화 기류 역시 국내 게임사들의 중국 진출에 힘을 싣는 요소다. 2016년 이전까지 한국 게임은 중국에서 해마다 10개 이상의 판호를 발급받았으나, 한한령 발동 이후로는 판호를 받는 곳이 거의 전무했다. 그러다 지난해 국내 게임 10개에 판호를 발급하면서 빗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이창용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중 갈등이 더욱 심해질 것에 대한 대응책으로 풀이된다”라며 “중국이 침체한 내수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한국 콘텐츠의 중국 내 유통을 본격 허용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판호를 획득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 위메이드의 ‘미르M’ 등도 연내 중국 출시를 앞두고 있다.
다만 국내 게임사들의 중국 진출이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호요버스 등 중국 게임사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부상하면서 시장 경쟁 또한 치열해진 탓이다. 일례로 펄어비스가 중국에 론칭한 ‘검은사막 모바일’은 현지화 전략에 실패하며 올해 1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중국 서브컬처 시장은 이미 포화한 레드 오션”이라면서 “이용자들의 눈높이도 올라가고 있어 높은 게임 완성도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불패 신화’ 막 내려
대기업이 주도하던 시장 경쟁이 개성 강한 중소 브랜드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도 중국 시장의 눈에 띄는 변화다. 이는 K-뷰티 열풍을 불러일으킨 바 있는 화장품 시장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때 ‘설화수’와 ‘라네즈’로 중국 시장을 장악했던 아모레퍼시픽의 입지가 약해지고, 중소 제조자설계생산(ODM) 기업이 빠르게 시장에 침투한 것이다.
대표 ODM 기업인 코스맥스는 최근 중국 상하이에 신사옥 건립을 시작하며 한발 빠르게 생산 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코스메카코리아는 신임 최고경영자(CEO)에 ‘중국 영업통’으로 불리는 김형열 코스메카차이나 전임 CEO를 임명했다. 김 신임 CEO는 중국 현지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중국 소비자 트렌드에 맞춘 신제품 기획 및 브랜드 협업을 확대하며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J올리브영 등 헬스앤뷰티(H&B) 매장 영향력 확대도 ODM 기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올리브영에서 판매되는 화장품 대부분이 중소 ODM 기업 제품인 만큼 올리브영이 성장할수록 ODM 기업도 함께 성장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 화장품 시장의 트렌드 변화 속에서 중저가 및 기능성 화장품 수요가 매우 견조하다”며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긍정적 효과는 대기업보다 신생 인디브랜드에 집중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콘텐츠 경쟁력 비약적 발전
다만 중국의 한한령 해제가 자국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만큼 단기간 내 환경이 급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동하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 대표는 “한한령이 10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중국 내 콘텐츠 환경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중국 역시 자국 콘텐츠 산업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기 때문에, 한국 콘텐츠가 예전처럼 빠르게 자리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과거 방식대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중국의 콘텐츠 경쟁력이 단기간 내 급등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당국의 전폭적 지원이 꼽힌다. 중국 정부는 매년 영화전용자금(电影专项资金), 영상상조기금(影视互济基金), 수입영화배급 수입공제, 중요소재영화 프로젝트 보조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고 있으며, 그 금액도 이미 억 위안 단위를 넘어섰다.
한 매니지먼트사 임원은 “최근 중국 드라마, 영화를 챙겨보기 시작했다”며 “과거엔 다소 촌스럽게 느껴지던 요소들이 대부분 사라지고, 질적으로 성장했다는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기생충’이나 ‘오징어게임’처럼 대박 작품이 나온다면, 중국에 한국 콘텐츠가 밀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달라진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오랜 시간 소비처로만 기능하던 중국이 한국의 최대 경쟁자로 돌변했다는 진단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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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상황 심각" 현대제철, 비상경영 체제 돌입
성과급 둘러싸고 노사 갈등도 격화
생산 기지 美로 이전할 가능성 커져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이 본격적인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국내 건설 경기 악화, 노사 갈등,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 등 대내외적 악재가 누적되는 가운데 생존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양상이다.
현대제철, '특단의 조치'
17일 철강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14일 “전 임원의 급여를 20% 삭감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방안도 검토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와 관련해 현대제철 관계자는 “최근 국내외 경영 환경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강도 높은 자구책 없이는 경영 개선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 나온 특단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이미 포항 2공장 등 일부 공장 가동을 축소하고, 기술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당진제철소·인천 공장 전환 배치 신청을 받은 바 있다. 중국·일본의 저가 철강재가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무역위원회에 후판과 열연 제품에 대한 반(反)덤핑 제소도 진행했다.
강력한 구조조정 움직임에도 불구, 현대제철의 경영 위기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부터 연간 263만 톤(t)의 한국산 철강재를 무관세로 수입하던 ‘철강 쿼터제’를 폐지하고, 한국산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쿼터제 혜택이 사라지면 현대제철을 비롯한 국내 철강 기업의 수출 경쟁력은 대폭 약화할 수밖에 없다.
노사 갈등 극단으로 치달아
장기간 지속된 노사 갈등 역시 현대제철 입장에서는 막대한 부담이다.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해 9월 이후 22차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지만, 성과급 부분에서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현대제철은 1인당 평균 2,650만원(기본급의 450%+1,000만원) 수준의 성과금 지급안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이에 불응하고 '현대차 수준'의 성과급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이 장기화하자 회사는 지난달 24일 1953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당진제철소 냉연 공장 핵심 설비 가동을 중단하는 초강수를 뒀고, 노조는 냉연을 생산하는 전남 순천 공장에서 부분 파업을 벌이며 맞대응했다. 이후 현대제철이 지난 12일 직장 폐쇄를 해제하고 13일 노조가 파업을 중단하면서 협상이 재개됐지만, 재협상은 10분 만에 결렬됐다. 노조는 재협상에서 성과급으로 ‘기본급 500%+1,800만원’ 안을 앞세워 상향된 수준의 성과금이 지급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반면, 회사는 추가 제시안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후 노조는 충남 당진제철소 냉연 공장에서 다시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현대제철 측은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산업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확산할 가능성이 큰 만큼, 조속히 노조가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노조 측은 현대차 그룹사보다 현저히 낮은 성과급 지급안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회사 측이 성의 있는 추가 제시안을 가지고 와야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美 공장 설립 속도 붙을까
시장에서는 이 같은 현대제철 노사의 '극한 대립'이 현대제철의 생산 기지 이전 움직임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대제철은 현재 현대차·기아 완성차 공장 인근 지역인 텍사스, 루이지애나, 조지아주 등에서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으며, 현지 주 정부와 인센티브와 관련해서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달 말 예정돼 있는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생산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서 모기업인 현대차그룹이 대대적인 현지 투자 계획을 발표, 제철소 설립과 관련한 '힌트'를 제공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현대제철이 미국 현지 공장 설립에 본격적으로 힘을 실을 경우, 국내 생산 기지의 영향력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심화하는 노사 갈등, 미국의 철강 관세 등을 고려하면 국내보다는 미국 현지 생산이 유리한 상황"이라며 "현대제철이 미국 공장을 짓는다고 해서 당장 국내 공장이 폐쇄되지는 않겠지만, 차츰 시설 보수를 줄이는 식으로 국내 생산 비중을 축소할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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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큰 방향성이 바뀐 것과 더불어, 회사의 인력 채용 및 관리 시스템도 큰 개혁을 겪었는데, 한 줄 요약하면, 더 이상 이런 글을 한국어로 굳이 써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될만큼 GIAI라는 조직은 탈한국, 탈아시아 작업을 진행 중이다. 딱히 한국을 비난하려는 목적에서 이런 글을 남긴다기보다는, 내 경험과 관점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어서 더 늦기 전에 탈아시아 하시는데 쓰이고, 20~30년 후에 한국이 혹시라도 'Rise again'한다면 무슨 문제를 고쳐야 하는지 깨닫는 자료로 삼았으면 한다.
추상화 (인코딩) 기반 현실 적용 (디코딩)이 불가능한 인력 시장
David이 지난주에 기고했던 3가지 타입의 수학 능력자 중 '사고력 훈련'이 된 경우를 제외하면 모두 AI에 의해 제거될 것이라는 논리를 담은 글
위의 링크는 우리 SIAI의 가장 쉬운 교육 과정인 PreMSc (또는 MBA AI)의 첫 과목인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Data-based Decision Making)'의 기말고사 문제인데, 학부 시절에 배울법한 'Cobb-Douglas' 모델을 살짝 응용한 1번 문제가 위의 추상화, 역추상화의 가장 단순한 예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통계학의 Factor analysis 관점을 담아 기업의 성장 동력을 단 2개의 변수로 압축했고, 식의 양변에 Log를 씌우면 매우 단순한 회귀분석 형태로 문제가 바뀌도록 만들어놨다. 이렇게 간단한 수식이 현실 사정이 조금씩 바뀌는 부분에 맞춰 모델 수정을 약간씩 가하면서 특정 IT기업이 저급 상품, 저급 노동력 시장에서 어떤 채용 선택을 해야하는지를 논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도록 만들어놨다.
윗 링크의 2번 문제는 정부가 특정 소득 이하인 인구에게 지원금을 줘야하느냐 아니냐, 지역별로, 도시별로 달라지는 상황을 어떻게 고려해야하느냐를 역시 매우 단순한 통계 모델을 조금씩 바꿔가면서 접근하도록 만들어놨다.
저 수업을 첫번째로 개설하는 이유는, 기초 통계학을 가르쳐야 뒤에서 배우는 계산과학(딥러닝, 머신러닝, 인공지능, LLM...)을 배울 때 써먹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사고 방식이 'A를 B에 대입'하는 형식의 단순한 '기계적 사고', '순차적 사고(Procedural fluency)'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SIAI 교육 과정을 아예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즉, 걸러낼 학생을 걸러낼려고 만들었다.
어지간하면 따라올 수 있도록 만들려고 기출문제와 거의 똑같은 문제를 6개, 8개씩 만들어서, 1문제당 1시간씩 들여서 상세하게 저런 문제를 어떻게 푸는지 알려줬는데, 가산점을 제외하고 30점을 넘기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10점 미만을 받은 대기업 직원들, SKY급 명문대 출신들도 많았는데, 이런 이야기를 유럽 팀 애들한테 공유했을 때 나온 질문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표현이,
Why waste time in Korea?
였다.
위의 예시로 이미 감을 잡았겠지만, 교과서에서 배운 지식을 한국인들이 현장에서 못 쓰는 이유는 저런 식의 인코딩-디코딩 훈련이 안 되어 있기 때문이고, 반대로 서구 시장은 저런 사고력을 잘 갖춘 인재들이 기업 내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국내에서 Y대 학부, 미국 서부의 모 대학 컴퓨터 공학 박사를 하고 실리콘 밸리에서 재직 중이셨던 한 박사님이 우리 SIAI의 교육 과정을 찾아왔다가 하셨던 말씀이, 재직하시는 회사에 컴공 출신은 자기 밖에 안 남았고, 내가 수업 중에 말하는 것처럼 지식을 적재적소에 응용해서 문제를 풀어내는 능력이 뛰어난 친구들은 빠르게 승진하고 있고,
저만 그걸 못해서 (짤리는 거 아닐까) 좀 겁납니다
라고 하신 적이 있다.
정리하면, 2022년 초에 'Why waste time in Korea'라고 들었던 그 말을 2025년이나 되어서야 실행하게 됐으니 동료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개발자 채용 → 오픈소스 플랫폼, 프리랜서, 챗GPT 결합으로 전환
SIAI 교육으로 아시아 인력 시장, 비즈니스 시장이 얼마나 큰 문제를 갖고 있는지를 알게 된 것과 더불어, GIAI 조직의 인력 운용 시스템도 크게 바뀌었다.
한 줄 요약하면, 개발자 의존도를 0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처음에는 한국이 기술력이 높은 시장일 거라고 착각했던 애들이 위의 SIAI 교육 사건들과 더불어, 내가 개발자들에게 온갖 상세한 지시를 다 해줘야 된다는 불평들을 들으면서, 도대체 한국에는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는 궁금증으로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특히, 우리 회사가 가는 큰 방향이 어떻고, 그래서 특정 웹페이지 구성 방식을 어떻게 가고, 데이터 구성은 어떻게 가야할 것 같고... 이런 이야기를 하면 화를 내고,
뭘 해야 되는지 딱 그것만 정리해서 알려달라
는 불평을 듣는다는 이야길 듣고 처음에는 내 인원 관리 무능력을 질타하던 애들도, 사건들을 계속 들으면서 'Why waste time in Korea?'와 유사한 표현들이 나오기 시작했었다.
위의 테이블은 방금 ChatGPT에서 뽑은 내용인데, 세부 정보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지만, 큰 틀에서 봤을 때 당시 우리가 찾았던 정보도 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가보다 우리 눈에 들어왔던 단어는 'Corporate-minded'라는 표현이다. 한국식으로 치면 '기획서'를 주고, 시키는대로 따라하는 문화라고 번역하면 될까?
당시 이런 자료를 보고 우리 조직이 인력을 쓰는 관점이 완전히 바뀌었다. 우리는 기획서를 잘 만들어서 웹사이트가 화려한 걸로, 기능이 알차게 잘 갖춰져 있는 걸로 승부하는 조직이 아니라, 연구 기반의 고급 콘텐츠를 만들어내는데 초점을 맞춘 조직인데, 굳이 우리 업무와 큰 관련이 업는 개발자들을 대규모로 써야 할 이유가 없었다.
결국 개발을 싹 다 내보내고, 테마, 플러그인 같은 지원이 탄탄하게 갖춰져 있는 오픈소스들로 방향을 옮겼다. 오픈소스들만 잘 쓰면 사실상 수십 명의 개발자들로 시스템을 관리하고 있는 것과 거의 같은 효과가 나고, 웹 디자이너 1명만 'Strong communication'을 갖춘 분이 있으면 서비스 운영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개발이 필요한 경우엔 대부분 플러그인이 있었고, 잘 안 돌아가면 챗GPT로 받은 Code snippet을 적용하면 되는 시스템이 오픈소스들 별로 잘 갖춰져 있다. 가끔 AI 튜닝 컨설팅을 해줘야 된다고 해도, 고작 API 연동하는 정도 업무로 개발자를 써야 될 필요도 없었다.
WordPress를 쓰면서 우리가 만났던 인력들은 거의 대부분 인도와 동유럽 인력들이었는데, 위의 테이블이 완전히 맞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큰 틀에서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인도에서 직접 자기네가 플러그인을 만들어서 팔려는 애들은 좀 더 동유럽에 가까웠고, 물론 그 중에는 잘 이해를 못 해줘서 그냥 돈을 버린 경우도 은근히 있기는 했지만, 적어도 한국에서 내가 동유럽 이상, 서유럽 수준의 급여를 주면서 돈을 버린 것에 비하면 비교도 안 되는 손실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오픈소스에 필요 기능이 있으면 플러그인을 개발하기로 하고, 인도에서 '생각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 팀, 아니면 동유럽에서 프리랜서 인력을 구하자는 쪽으로 회사의 인력 운용 방향이 확정됐다.
우리 GIAI에서 운영하는 2개의 Moodle 웹페이지들(GIAI LMS, SIAI LMS)은 그렇게 동유럽 담당자에게 넘어갔고, Drupal로 돌아가는 기본 웹사이트들은 동유럽과 인도의 여러 개발자들을 필요할 때마다 프리랜서로 불러와서 쓰는 방식이 됐다.
더 늦기 전에 인력, 시장, 기술에서 탈아시아해야 생존한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오픈소스 플랫폼을 평가절하하고 있다는 걸 알지만, 최근 몇 년간 오픈소스들의 발전을 보면서, 이제 한국에서 가장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들 중 하나인 네이버 카페, DC인사이드 등의 서비스들도 Drupal로 손쉽게 만들 수 있고, 방문자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도록 서버 관리만 잘 해주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구글, 인스타그램 수준의 웹사이트 정도 되면 오픈소스만으로 운영하는게 쉽지 않겠지만, 그 외 대부분의 서비스들을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오픈소스로 만들어서 돌릴 수 있다는 것, 심지어 값비싼 클라우드도 쓸 것 없이 우리 팀이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서버들을 글로벌로 묶는 것만으로 충분히 클라우드를 쓰는 것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우리는 IT시스템을 직접 관리하는 회사이면서 정작 개발자 1명도 없는, 클라우드 서비스도 안 쓰는 조직이 됐다.
나한테는 이런 상황들이 새로웠지만, 유럽 애들은 이미 보고 들은게 많은지 뭔가 하나씩 진행될 때마다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꺼냈고, 시스템을 거의 다 갖추고 나서야 나도 그 친구들과 같은 눈 높이를 갖추게 됐던 것 같다.
위의 시간 급여 단가 표를 보면 알겠지만, 'Highly independent', 'Strategic thinkers', 'Strong communication' 역량을 갖추고 있으면 시장에서 대접이 다르다. 왜? 회사가 필요한 인재들은 그들이지, '순차적 사고(Procedural fluency)'에서 벗어나지 못한 2류 인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2류 인재들은 챗GPT를 위시한 자동화 알고리즘들의 발전으로 5년 내에, 늦어도 10년 내에 대부분 교체될 것이다.
위의 지식과 더불어, 지난 4년간 80%의 학생들이 좌절하고 떠나는 것을 보면서 더더욱 확신을 갖게 된 부분인데, 그간 한국이 'Fast follower' 전략을 쓰면서 성장하는데는 한국식 '순차적 사고(Procedural fluency)'가 효과적이었을지 몰라도, 중국이 그 전략을 더 낮은 노동단가로 뺏들어간 마당에 과연 얼마나 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위의 표에서 보듯이, 개발자는 언어 문제만 없으면 한국보다 인도나 동남아 인력을 써도 기술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중에 단가는 훨씬 더 저렴하다. 그럼 나처럼 한국 개발자를 버리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의 대형 IT기업들도 현재 돌리는 서비스들을 오픈소스 플랫폼과 약간의 개발 인력으로 돌릴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춰지면 지금보다 더 개발자들을 덜 뽑을 것이다. 그나마 검색/뉴스, 채팅이라는 핵심 기능을 잡아서 살아남은 IT기업들이나 사정이 나은 편이고, 라스트 마일을 잡은 덕분에 버티는 쿠팡을 제외한 유통 기업들이 모두 무너지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인이 더 이상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 가능한 인재가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그간 노사 갈등으로 힘겨워하던 현대제철이 아예 한국 사업 전체를 단계적으로 닫고, 미국으로 모든 공장을 옮길지도 모른다는 기사가 났다. 국내 대기업들이 정치권과 노조의 괴롭힘, 복잡한 규제로 인한 불만 때문에 한국을 버리고 미국으로 가버리면 어쩌나는 우려의 목소리가 수십년간 계속됐는데,
인도 애들이 자기들의 문제를 깨닫고 돈 좀 있는 애들부터 자기들 문제를 해결하는데 먼저 나서는 걸 봤기 때문이다. 국가 교육 시스템과 문화가 만들어 준 굴레를 벗어나야 동유럽, 서유럽, 미국 수준의 단가를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자기들 나름의 역량 '혁신'에 돈과 시간을 쏟아붓는 것이다. 더 멀리보면 SIAI를 1년이라도 더 한국에서 운영할려고 했던 것도 한국에서 1명이라도 더 인재를 길러낼려던 도전이었는데, 조직의 글로벌 생존을 위해 이 도전을 접어야 한다니 아쉬움이 많다.
지난 몇 년간 중국에서 정부, 기업, 대학이 똘똘 뭉쳐 '탈 중국' 사고력을 갖춘 고급 수학 인재를 길러내고, 몇 년 만에 결과물로 딥시크 및 경쟁 제품을 만들어내는 걸 보면서 많이 부러웠고, 앞으로 몇 년 더 지나면 인도 애들이 저렇게 '탈 인도' 사고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낸 걸 부러운 눈으로 봐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도 '탈 한국' 사고력을 갖춘 인재를 많이 만들고 싶었는데, 내 능력 부족을 탓해야겠지.
우리 GIAI도 내 고집 때문에 비생산적인 시장에 몇 년의 시간을 더 버렸다. 다른 기업들은 좀 더 빠른 결정을 내려서 조금이라도 덜 손해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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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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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결제 대금 지급에 총력”
채권 상환 계획 없어 시장 우려
MBK 경영능력 시험대, 혹평 일색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사진=MBK파트너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법정관리)절차 신청으로 주주사 MBK파트너스의 경영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김병주 MBK 회장이 사재 출연으로 소상공인 거래처 결제대금을 신속히 지급할 것을 약속하고 나섰다. 다만 금액과 시기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약 1조7,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기업·브랜드 점주는 지급 후순위
16일 MBK는 입장문을 내고 “당사는 홈플러스의 대주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며 “이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소상공인 거래처에 신속히 결제 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김 회장이 재정 지원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기업과 브랜드 점주를 제외한 영세업자 채권부터 지급을 완료할 계획이며, 현재 정산 금액을 확인 중이라는 설명이다. MBK는 “협력사와 임대 점주에게 지불할 상거래 채권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두 지급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2015년 테스코로부터 약 7조원에 홈플러스를 인수, 운영해 온 MBK는 지난달 말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단기자금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이달 4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MBK는 홈플러스를 살리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MBK 책임론’이 부각되며 여론이 들끓었다. 회생 신청 직전까지 개인 투자자를 상대로 자금을 조달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며 김 회장의 사재 출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진 것이다.
MBK는 “홈플러스는 회생법원의 보호 아래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등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매입채무 유동화 관련 채권자들을 포함한 모든 채권자와 홈플러스 간 협의가 원만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김 회장 사재 출연의 지원 대상과 금액, 시기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상태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 홈플러스 채권을 사들인 투자자들의 피해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는 탓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달 3일 기준 홈플러스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인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기업어음(CP), 단기사채 등 단기채권 판매 잔액은 총 5,949억원이다. 채권 대부분이 대형 기관투자가가 아닌 개인 또는 일반법인에 판매된 만큼 불완전판매 의혹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자산 효율화에 본업은 뒷전?
금융권에서는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약 1조7,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채권 상환 등에 1조3,317억원이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비효율 구조 개선 및 성장 투자에 4,300억원이 투입돼야 한다는 진단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홈플러스 신용 등급이 떨어지면서 단기 금융 상품 차환(이미 발행된 채권을 새로 발행된 채권으로 상환)이 어렵다 보니 경영진의 사재 출연이나 유상증자 말고는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MBK의 인수 기업 경영능력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홈플러스 매출이 기업회생절차 돌입 전부터 이미 급감한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에 의하면 올해 1~2월 홈플러스 매장에서 발생한 신용카드 결제금액(보정치)은 1조1,30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2,354억원)과 비교해 8.5% 감소했다. 연초 부진한 매출 흐름이 지난달 28일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강등(A3→A3-)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유통업계의 주된 시각이다.
MBK와 홈플러스는 경영 악화의 배경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시행으로 인한 매출 감소 △영업시간 외 배송금지 조치로 인한 소비자 이탈 △유통시장 온라인 비율 54%(세계 2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매출 감소 △직원 정규직화 및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 급성장 등을 꼽았다. 그에 대한 예시로는 이커머스 대표 업체 쿠팡의 매출이 2019년 7조원에서 지난해 41조원까지 증가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업계의 시각은 달랐다. 이커머스 확대로 인한 매출 감소는 유통업계 전반이 떠안은 과제임에도 홈플러스 측이 MBK의 경영 전략 실패를 시장의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0년 전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부동산만 팔아도 원금은 회수한다’는 시각으로 접근한 것 같다”고 꼬집으며 “전통 유통 강호인 롯데·신세계도 팬데믹을 거치며 온라인 쇼핑 급성장에 뼈를 깎는 자구책을 추진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MBK는 홈플러스 인수 후 점포 매각 또는 매각 후 임차(S&LB) 전략으로 빚을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홈플러스 총차입금은 2023년 2월 말 5조2,000억원으로 3년 전과 비교해 2조원가량 감소했다. 부채비율 또한 작년 11월 말 기준 1,409%로 같은 해 2월 말(3,212%)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는 동안 본업인 유통에서는 영업손실을 거듭했다. 홈플러스는 2021년 1,335억원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한 이후 단 한 차례도 흑자를 경험하지 못했다. 지난해 1~3분기 영업손실 역시 1,571억원에 달해 전년 동기(1,303억원) 대비 20.5% 불어난 수준을 보였다.
홈플러스의 채무 상환 실패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홈플러스 신용등급은 2015년 MBK 품에 안긴 이후 지난달까지 무려 여섯 단계 떨어졌다. 제때 투자를 집행하지 못하면서 사업 경쟁력이 근본적으로 약화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이자 상환능력도 악화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총금융비용 대비 상각 전 이익(EBITDA)’은 지난해 1~3분기 누적 기준 0.5배를 나타냈다. 1억원의 이자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벌이가 5,000만원에 그쳤다는 의미다.
무리한 자금 조달 독 됐나
여기에 지난해 홈플러스가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 여러 악조건을 감수한 흔적까지 확인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커지는 양상이다. 홈플러스와 MBK가 상환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자금 조달에만 급급해 재무 건전성 악화에 불을 지폈다는 지적이다. 메리츠증권,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 등 메리츠금융지주 산하 3개 자회사는 지난해 5월 홈플러스에 총 1조3,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실행했다. 고정금리 연 8%, 3년 만기 조건이다.
이 과정에서 메리츠 측은 12개월 내 2,500억원, 24개월 내 누적 6,000억원을 상환하라는 특약 조건을 삽입했다. 또 홈플러스 채권 부도가 발생할 경우, 차주에 불리한 조건의 여러 특약을 추가했다. 이들 특약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엔 홈플러스가 보유한 부동산들을 강제 처분해 자금을 회수한다는 계획이다. 메리츠 측은 외부 기관에 의뢰해 홈플러스 보유 63개 매장의 부동산 가치를 총 4조9,900억원으로 평가했고, 담보인정비율(LTV) 25.95%를 적용해 담보로 잡았다.
국민연금의 신규 펀드 출자 또한 분주하게 이뤄졌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21일 MBK가 신규로 결성하는 6호 블라인드펀드(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고 모집하는 펀드) 정관에 서명했다. 출자 금액은 약 3,000억원이다. 하지만 불과 보름 만에 MBK가 홈플러스에 대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국민연금은 난감한 상황에 빠지게 됐다. 대규모 자금 손실 우려가 큰 펀드에 신규 자금을 집행한 모양새가 된 것이다.
국민연금은 2015년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상환전환우선주(RCPS) 형태로 6,000억원가량을 투자한 바 있다. 약속된 수익률을 고려하면 1조원 넘게 거둬들여야 하지만, 현재까지 회수액은 3,000억원 남짓에 그친다. 경영 실적 개선이 요원한 상황에서 홈플러스와 MBK가 무리한 자금 조달 끝에 기습적으로 회생 신청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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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SIAI failed 80% of Asian students: A Cognitive, Not Mathematical, Prob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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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due to math knowledge, but due to difficulty applying knowledge in real-world scenarios
accustomed to structured learning, struggle more with open-ended, problem-first approaches compared to those trained in Western-style
superficial engagement, reliance on structured guidance, avoidance of ambiguity, and resistance to open-ended problem-solving
Failed in abstraction (encoding) and application (decoding)
Since 2021, the Swiss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 (SIAI) has refined its approach to teaching AI and data science (DS), learning valuable lessons from our early cohorts of students. One of the most significant insights we have gained is that students do not struggle due to a lack of mathematical knowledge. Instead, they find it difficult to engage with knowledge in a way that allows them to apply it effectively in real-world scenarios.
Many of these difficulties arise from differences in learning styles. Students from highly structured educational backgrounds, particularly those accustomed to traditional Asian learning methods, often face challenges adapting to our problem-first, exploratory approach. Western-style education, which emphasizes independent problem-solving and conceptual reasoning, has proven to be a significant shift for many of our students. While this transition can be difficult, we believe it is essential for real-world success.
Beyond Math: The Real Challenge
SIAI’s experience over the past few years confirms that success in AI and DS is not just about understanding formulas or solving equations but about knowing how to use this knowledge in practice. Students from various backgrounds have joined our programs, and we have found that their struggles are not necessarily correlated with their university’s prestige. Instead, the greatest challenge for many students has been moving from structured, well-defined problem-solving toward the type of open-ended, real-world thinking required in AI and DS.
Key Observations:
Students struggle not with math, but with application. Many know the formulas but cannot use them in uncertain, real-world contexts.
Textbook knowledge is an abstraction. Students must learn to reverse the abstraction process when applying theories in practice.
Those accustomed to structured, test-based learning struggle the most. They are used to predefined solutions rather than exploratory problem-solving.
Our teaching philosophy is rooted in the belief that textbook knowledge alone is insufficient. Many students fail not because they do not understand theoretical concepts but because they cannot translate those concepts into real-world applications. This is where a significant cognitive gap exists. Textbooks present an abstracted version of reality, simplifying complex problems into models, theories, and equations. However, when students need to apply this knowledge in practice, they must learn how to reverse the abstraction process, translating theoretical models back into the messy, uncertain, and highly variable problems of the real world.
For many students, this transition is difficult because they have been trained to focus on structured problem sets with clear solutions rather than dealing with ambiguous, real-world challenges. Understanding AI and DS is not just about encoding knowledge—it requires decoding reality itself.
In short, a majority of Asian students failed to grasp the concept of encoding and decoding.
Asian vs. Western Learning Approaches
Asian educational systems are well-known for their strong emphasis on procedural mastery, structured problem-solving, and rigorous test-based evaluation. These methods produce students who are highly skilled at following established processes and excelling in standardized assessments. However, while this approach works well for structured learning, it does not always prepare students for fields like AI and DS, which require flexible, adaptive thinking.
Key Differences Between Asian and Western Approaches:
Asian education emphasizes structure and memorization. Students excel at following predefined formulas but struggle with ambiguity.
Western education emphasizes conceptual reasoning and exploration. Students are encouraged to justify their reasoning and navigate uncertainty.
AI and DS require the Western approach. Success in AI depends on solving ill-defined problems and working with incomplete data.
Western education, on the other hand, emphasizes conceptual reasoning, exploratory problem-solving, and open-ended discussions. Students are encouraged to test different approaches, justify their reasoning, and work through uncertainty. Studies, such as a 2019 paper in Cognition and Instruction, have shown that while Western students may not always outperform their Asian counterparts in computational efficiency, they tend to excel in applying knowledge in real-world settings.
At SIAI, we have deliberately adopted a Western-style, problem-first teaching approach because we believe it is the most effective way to prepare students for the realities of AI and DS. Success in this field requires more than technical knowledge—it requires the ability to navigate complexity, adapt to new challenges, and derive solutions without predefined steps.
Key Challenges Faced by Students
From our experience, students who struggle the most at SIAI tend to face the following challenges:
Superficial Engagement with Learning Materials – Some students read only the surface-level content and assume they have understood it. When asked to explain concepts in their own words or apply them in a different context, they realize they lack a deep understanding.
Difficulty in Independent Research – Many students expect direct answers rather than seeking out information themselves. This reliance on structured guidance prevents them from developing the self-learning skills necessary for AI and DS careers.
Avoidance of Struggle and Ambiguity – In AI and DS, many problems do not have clear-cut solutions. Some students become frustrated when they cannot immediately find the “right” answer, leading them to disengage rather than persist through trial and error.
Lack of Open-Ended Thinking – AI and DS require working with incomplete information and making educated decisions based on limited data. Some students resist this uncertainty, preferring problems where a single correct answer exists.
Why We Focus on Western-Style Education
Over the past four years, we have refined our approach at SIAI to focus on what truly matters: bridging the gap between theory and real-world problem-solving. While some students initially struggle with this transition, those who push through emerge as independent thinkers capable of tackling complex AI and DS challenges.
Our Core Teaching Principles:
Textbook knowledge is not enough. Students must learn how to apply theory to real-world, uncertain environments.
AI and DS require adaptive thinking. Rigid, structured learning does not translate well to real-world challenges.
Western-style education fosters independence. Our program forces students to solve problems autonomously, just as they will need to do in the workforce.
Our message to students is clear: success in AI and DS is not about memorizing more formulas or perfecting structured exercises. It is about developing the ability to think, adapt, and problem-solve in the face of uncertainty. Those who embrace this challenge will thrive. Those who remain dependent on structured, execution-based learning will find it difficult to transition into real-world applications.
At SIAI, we do not fail students. We provide the environment and challenges necessary for growth. It is up to students to make the transition from structured learners to adaptive problem-solvers. Those who succeed will find that this transformation is not only valuable for AI and DS but for any complex field where innovation and independent thinking are required.
What does SIAI take going forward
From this painful experience over the past four years, we have shifted our focus of admission from academic credentials to encoding/decoding flexibility. Our earlier assumption that outperformance in earlier schooling can be a persuasive indicator of academic and business success at and beyond SIAI has been disproven by 100+ students from Asia.
Although we do believe western schools run higher education with significantly different direction, it has come to our attention that siding with specific background may limit our potential to grow in network and more creative thinking.
From the understanding all together, going forward, the admission process will mainly focus on whether students can overcome hurdles each by each. More skillful,, versatile, and flexible students will have less trouble overcoming the hurdles, and those the key features we believe will be the very key of the academic success at SIAI as well as future success in the field. In the end, all students will be benefited by our alumni 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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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범위 하단 공모가로 상장한 서울보증보험
공모가 낮춰 상장하는 기업들, 곳곳에서는 '상장 포기'
'IPO 삼수생' 케이뱅크, 시장 악재 헤쳐나갈 수 있을까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보증보험이 상장 첫날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흥행 실패로 공모가가 희망 범위 하단에서 확정된 가운데, 할인 효과를 노린 일부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서울보증보험의 사례가 IPO 시장 전반의 '침체 흐름'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서울보증보험, '겨우' 증시 입성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서울보증보험은 상장 첫날이었던 지난 15일 공모가 대비 23.08% 오른 3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공모가 기준 1조8,000억원에서 2조2,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서울보증보험의 주가 상승 동력은 '낮은 공모가'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서울보증보험은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희망 범위 하단인 2만6,000원으로 확정하면서 시장의 기대를 저버린 바 있다.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의 통합 경쟁률도 7대 1에 그쳤다. 이는 최근 IPO 시장의 평균 경쟁률을 고려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수요예측·일반청약 흥행 실패의 배경에는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리스크'가 있다. 서울보증보험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서울보증보험 상장 과정에서 전체 발행 주식의 10%(698만2,160주)를 매각했으나, 여전히 83.85%의 지분을 쥐고 있는 상태다. 차후 예보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2027년 말까지 보유 지분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예정이다.
이에 더해 내수 부진과 높은 건설 관련 보증 상품 비중(9%) 역시 서울보증보험의 실적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서울보증보험은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고 보수적인 자산 운용 전략을 채택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IPO 시장 '냉각'
서울보증보험 외에도 수많은 기업이 IPO 시장에 불어닥친 한파로 인해 곤혹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서울보증보험과 같이 낮은 공모가로 상장하는 기업들도 속출하는 추세다. 작년 11월 12일 상장한 노머스부터 최근까지 상장한 대다수 기업이 희망 밴드 내에서, 혹은 하단 미만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지난해 상장에 도전한 대다수 기업의 공모가가 희망 밴드 상단을 초과했던 것과는 상반되는 양상이다.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기업 역시 대폭 줄었다. 지난해 1월부터 3월 초까지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기업은 22개였는데, 올해 같은 기간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따낸 기업은 11개에 불과하다. 무사히 증시 입성에 성공하는 기업 수도 줄어드는 상황이다. 올해 국내 증시에 상장한 기업 수는 18개(스팩 포함)로, 전년 동기(23개)보다 눈에 띄게 감소했다.
아예 상장을 포기하는 기업들도 급증하고 있다. 올해(1월 1일~3월 10일) 상장예비심사를 철회한 기업은 12곳에 달한다. 코스닥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을 계획한 에코프로비엠을 비롯해 영구크린, 비젼사이언스, 레메디, 레드엔비아, 아른, 영광와이케이엠씨, 엠틱스바이오, 에이모, 메를로랩 등의 상장예비심사가 무산됐다. 올해 5월 인적분할과 재상장을 계획했던 빙그레도 돌연 계획을 철회했다.
증시 재입성 노리는 케이뱅크
IPO 시장 전반이 얼어붙은 가운데, 서울보증보험의 뒤를 이어 증시에 '재도전장'을 던진 케이뱅크에 대한 시장 우려도 자연히 커지는 모습이다. 케이뱅크는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IPO 추진 안건을 의결했다. 이번으로 세 번째 상장 도전이다. 2023년 2월 투자 심리 위축 등을 고려해 한 차례 상장을 연기한 케이뱅크는 지난해 8월 다시 상장예비심사를 통과, 10월 말 상장을 목표로 IPO에 재도전했다. 하지만 수요 예측 결과는 부진했고, 결국 올해 1월 또다시 IPO 철회 소식이 전해졌다.
케이뱅크가 상장을 서두르는 것은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2021년 6월 베인캐피털·MBK파트너스·MG새마을금고·컴투스 등으로부터 7,250억원을 투자받았다. IPO 완료일에 연 8% 이상의 내부수익률(IRR)을 보장하겠다는 조건이었다. 내년 7월까지 이 같은 조건으로 상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FI들에 대주주 BC카드의 지분을 포함해 보유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권리(동반매도청구권)가 생긴다. FI가 동반매도청구권 행사를 결정할 경우 BC카드는 이들의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문제는 케이뱅크에 남아 있는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IPO 과정 전체를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케이뱅크는 빨라도 내년 초에나 상장이 가능하다"며 "상장 절차를 서두르지 않으면 상장 기한을 맞추지 못해 7,250억원어치 채무 상환 부담을 떠안게 된다"고 설명했다.
업비트와의 실명계좌 제휴 협약이 오는 10월 끝난다는 점도 케이뱅크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출범 이후 자본 확충에 실패하며 ‘개점휴업’까지 겪었던 케이뱅크는 업비트에 의존해 외형을 확대해 왔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케이뱅크 수신 잔액(22조원) 중 업비트 예치금(3조2,00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4.5%에 달했다. 이는 다른 은행들의 거래소 예치금 비중이 1% 미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업비트와의 계약이 연장된다면 가상자산 시장을 등에 업고 미래 성장을 도모할 수 있지만, 계약이 종료된다면 IPO를 앞두고 거대한 '악재'를 떠안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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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남아공 토지수용법 “반미, 반백인 정책” 비난
남아공 원조 중단 결정, 글로벌사우스 국가들과 관계 악화
일대일로 등 통해 남아공 끌어당기려는 중국과 대조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G20 외교장관회의 개회식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시릴 라마포사 대통령 인스타그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대한 원조 중단을 명령하면서 아프리카 대륙에서 미국과 중국 간 영향력 경쟁의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남아공이 더욱 중국으로 기울고, 글로벌사우스(남반구의 개발도상국가) 국가들도 더욱 미국에서 멀어지게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남아공 지원 중단 및 주미 남아공 대사 추방
16일(이하 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트럼프 대통령의 남아공에 대한 지원 중단 조치는 아프리카에서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을 펴며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하는 것과는 반대의 움직임인 만큼, 남아공을 더욱 중국으로 기울게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달 7일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남아공에 대한 원조와 지원 중단을 지시했다. 그는 남아공 지도부가 반미, 반백인 입장을 취하고 이란이나 하마스 같은 '세계 무대의 나쁜 행위자들'을 지원한다고 비난했다.
지난 14일에는 에브라힘 라술 주미 남아공 대사를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가 주미 대사를 기피 인물로 지정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라술 대사가 “미국을 증오하고 인종 혐오를 미끼 삼는 정치인”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라술 대사가 남아공의 한 싱크탱크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서 미국 지상주의 운동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한 극우 언론 브레이트바트 기사를 공유했다. CNN은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를 인용해 라술 대사가 21일까지 미국을 떠나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남아공은 트럼프의 명령을 "잘못된 정보와 선전 캠페인"으로 규정하고 "부당하고 부도덕한" 인종 차별 혐의를 부인했다. 남아공 정부에 따르면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지난 1월 말 공공 목적 또는 공익을 위해 토지를 수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게 정당하고 공정한 보상을 약속하는 토지수용법에 서명했다.
이 법은 1994년에야 종언을 고한 극도의 인종차별 아파르타이드 정책 아래서 수십 년 동안 백인 소수계 지배의 악폐를 시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남아공은 6,200만 명의 인구 중 약 7%를 차지하는 백인이 개인 농장의 약 70%를 소유하고 있으며 흑인보다 평균 3배 더 많은 소득을 올린다는 조사도 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맹세했으며, 남아공 정부는 "비생산적인 확성기 외교"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주미 대사 추방에 대해서는 “유감스러운 결정”이라는 성명을 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백악관
개도국들 중국으로 기울게 하는 효과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에 기반한 자기중심적인 외교 정책이 미국의 세계적 입지와 소프트파워를 어떻게 해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펜실베이니아주 버크넬대 국제관계학 교수인 주즈쿤(Zhu Zhiqun)은 “미국의 주요 관심사가 중국과의 경쟁이라면 트럼프 행정부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역효과가 있다”며 “미국의 동맹국과 우방국을 포함한 다수 국가를 중국에 더 가까이 끌어들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 지원 동결 행보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달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회의에 참석해 남아공 지원을 밝힌 것과 대비된다. 남아공은 비(非)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 회원국이자 중국의 일대일로 인프라 투자 계획의 주요 파트너다.
중국은 2008년 미국을 제치고 남아공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 됐으며, 남아공은 13년 연속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2023년 양국 무역 규모는 556억 달러(약 80조4,000억원)에 달했으며, 중국 기업들은 광업과 자동차에서 금융과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남아공 기업에 101억 달러를 투자했다. 또한 2023년 시진핑 국가주석의 요하네스버그 방문 중 서명한 공동성명에서 양측은 인프라, 무역, 제조업, 에너지 자원, 디지털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중국은 또 지난달 개최된 UN 안전보장이사회 연설에서 남아공을 포함한 글로벌 사우스 국가와 함께 더 많은 객관·공정·이성의 목소리를 내고 전쟁 중지를 위해 공동 인식을 모아 평화를 위한 다리를 놓을 것이라고 했다. 당시 왕 부장은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되며 정글의 법칙으로 돌아가서도 안 된다"면서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중국은 다자주의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직접 거론한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 외교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對 캐나다 관세·합병 위협에 G7 연대 움직임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가 촉발한 역효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캘거리에서 열린 G7 국가들의 외무장관 회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캐나다 합병 발언과 무역 관세 위협에 맞서 나머지 국가들과 캐나다와의 연대가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앞서 독일의 아날레나 배어복 외무장관과 EU(유럽연합)의 카야 칼라스 외무장관은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소셜미디어(SNS)에 게시했다. 배어복 장관은 또 기자들에게 "캐나다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애국적인 캐나다 텔레비전 광고를 봤다"며 "독일인으로서, 유럽인으로서 우리는 이 공통된 정신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안토니오 타자니 이탈리아 외무장관도 트럼프의 발언을 일축하며 "대답은 매우 명확하다. 캐나다는 미래의 캐나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미국 측에서는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긴장 완화에 나섰다. 그는 북미 영공을 방어하기 위한 미국과 캐나다의 합동 군사 협력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노력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함께 일하고 있는 다른 많은 일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캐나다를 어떻게 인수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가 아니다. 나는 그것이 상황을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루비오 장관은 또 관세 정책을 옹호하며 "단지 캐나다, 멕시코, G7 국가들에 대한 것이 아니다"라며 "현재 사실상 전 세계에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그 나라들을 처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내 역량 개발의 필요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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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자산가들, 미 채권 투자 관심
10년물 금리 하락세 4.8% 수준서 4.3%로
추세적 하락은 '회의적' 분석
미국 장·단기 채권 이자율/출처=파이낸셜타임스(FT)
최근 글로벌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미국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경제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 국채 장기물 가격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미 장기채에 투자금 몰려
16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 4.32%다. 올해 초 연 4.76%까지 올랐던 10년물 국채 금리는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시장에서 경기 침체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 전망하는 투자자들이 수익률은 낮더라도 안전한 장기 국채로 몰려 채권 가격이 급등(금리는 하락)하기 때문이다.
여기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 집권 직후에는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 때문에 시장 금리가 상승(채권 가격 하락)했다. 지난해 9월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50bp(1bp=0.01%포인트) 내리는 ‘빅컷’으로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됐지만, 물가 부담이 높아지면서 원활한 금리 인하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 같은 우려는 지난 1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중단하면서 더욱 커졌다. 하지만 이후 관세가 성장률 하락에 미칠 영향이 더 크게 부각되면서 시장 금리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연초 연 4.8%에 육박했던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하락한 것도 이런 흐름과 맞물려 있다.
정부 이자 비용 부담 줄이기 위해 10년물 금리 하락 집중
이는 증시를 경제 성과의 핵심지표로 삼았던 첫 임기 때와 달리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성과 지표로 삼은 것이 국채금리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4일 첫 의회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채금리 하락을 성과로 내세웠다. 트럼프는 "오늘 금리가 아름답게 떨어졌다"며 "아주 크고 아름다운 하락이다. 이제야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도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10년 만기 국채 금리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를 낮추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미국 경제에 급브레이크를 걸어 경기 둔화 상황을 조장한다고 보고 있다. 미국 경제가 둔화할 것이란 공포가 커지면 안전자산인 채권에 수요가 몰려 국채 가격은 뛰고 금리는 낮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연준의 기준 금리보다 10년물 국채 금리 하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10년물 금리를 낮추려는 이유는 해당 금리가 미국 내 장기 모기지대출, 학자금 대출 금리와 같은 대출 금리 등 다양한 금융상품 금리에 영향을 미쳐서다. 미국이 발행한 국채금리가 하락하면 정부가 갚아야 하는 이자 부담도 줄어든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2월 말 연방정부 부채는 36조2,000억 달러(약 5경2,400억원)로, 지난 15년간 두 배로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달러를 풀어 경기 방어하느라 부채가 급격히 늘어난 탓이다. 부양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가 오르면서 부채에 대한 이자 비용도 지난해 9월 기준 1조1,580억 달러(약 1,680조원)로 연간 미국 국방예산(8,860억 달러)을 훌쩍 넘어섰다.
다만 미국 장기채 금리의 추가 하락 가능성에는 다소 회의적 전망이 나오는 만큼 적극적 투자에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최근 하락 폭이 컸던 데다 향후 트럼프 관세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 우려에 지갑 닫는 美 소비자들
이런 가운데 미국 소비자들도 경기 둔화에 대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과 시장 변동성이 미국 경제의 주요 성장 동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커지자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는 양상이다. 미 컨설팅업체 리테일넥스트에 따르면 3월 초 미국 소매점 방문객 수는 전년 대비 4.3% 감소했다. 이는 연초부터 지속한 하락세에서 확대된 것이다.
소매 데이터 분석업체 플레이서닷에이아이(Placer.ai)도 최근 월마트와 타깃, 베스트바이 등 대형 유통업체 방문객이 줄었다고 보고했다. 지난 14일 발표된 미국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도 3개월 연속 하락하며 2022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해당 조사에서는 소비자들의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도 감지됐다.
미국 소비자들은 아침식사마저도 집에서 해결하거나 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매 및 외식 산업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레베뉴 매니지먼트 솔루션스(RMS)는 지난달 미국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방문객 수가 2.8% 감소했다고 밝혔다. 특히 아침 식사 시간 방문객 감소율은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RSM는 “아침 식사는 집에서 해결하거나 아예 건너뛰기 쉬운 식사”라고 설명했다.
미국 4대 항공사들도 최근 여행객 감소로 수요 둔화를 경고했다. 레저 여행객들의 소비가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미국 대표 유통업체 중 한 곳인 타깃은 2월 매출 감소를 보고하며 “관세 불확실성이 수익성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소비자들은 타깃이 기업의 다양성 정책을 철회한 것에 반발해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경제 불안이 소비 심리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경기 침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경기 침체 우려가 증폭됐다. 그 결과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고, 부유층 투자자들의 자산 가치를 감소시켜 소비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장 조사기관인 서카나의 마셜 코헨 수석 소매분석가는 “소비자는 여러 경제적 변수에 압도당하고 있다”며 “이럴 때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이며 ‘상황을 지켜보자’는 태도를 취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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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새로운 무역 협정 위한 협상 의지 내비쳐
한국과의 '불공정 무역' 비판하는 美 기업들
"무조건 재협상한다고 능사 아니다" 전문가 비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재정립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이 각국에 상호 관세를 부과한 이후 양자 간 협상을 진행, 새로운 무역 협정을 체결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면서다. 시장에서는 미국 산업계 곳곳에서 한국과의 '불공정 무역'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가 미국과의 재협상을 피해 가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한미 FTA '새 국면' 맞나
16일(현지시간)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미 CBS 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Face The Nation)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부터 전 세계 무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것과 관련, "우리는 기준선을 재설정하고 이후 개별 국가들과 양자 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두 가지"라며 "첫째는 알루미늄, 철강, 반도체, 자동차 제조 등 핵심 산업에서 이들 산업을 보호하고 역량을 구축하려면 미국에서 생산할 수 있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두 번째로 우리는 미국에 부과하는 것과 동일한 관세를 상대국에 부과할 것"이라며 "공정성과 상호성의 새로운 기준을 바탕으로 양측 모두에 이익이 되는 새로운 무역협정을 위해 전 세계 국가들과 양자 협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한국이 미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이자 이미 FTA를 맺고 있는 국가인 만큼, 차후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 한 차례 개정된 한미 FTA가 다시 대폭 개정되거나, 아예 한미 FTA를 대체할 새로운 협정이 체결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美 산업계의 불만
미국 산업계에서 한국과의 무역이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점 역시 FTA 개정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 온라인 포털에 제출된 미국 이익단체들의 의견서에 따르면, 전미소고기협회(NCBA)는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합의된 '30개월 연령 제한'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중국과 일본, 대만은 미국산 소고기의 안전성과 품질을 인정해 30개월 제한을 해제했다"며 "연령 제한 철폐를 위해 한국과 협의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육류수출협회(USMEF)도 비슷한 의견서를 냈다.
한국의 규제를 무역 장벽으로 지목한 업계도 있다. 미국대두협회(ASA·USSEC)는 잔류 농약 기준과 유전자변형생물체(LMO) 관련 규제를 문제 삼았다. 한국의 규제 방식과 심사 과정이 미국산 대두 수출에 장애가 된다는 주장이다. 생명공학업계 이익단체인 생명공학혁신기구(BIO)는 한국 정부의 가격 통제로 인해 미국 제약사의 혁신 제품이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다고 불평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소니픽처스 등이 회원사로 있는 미국영화협회(MPA) 역시 우리나라의 스크린쿼터제, 광고 규제, 망 사용료, 영화발전기금 등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재계는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 빅테크 규제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이 시장 점유율이 높은 미국 빅테크를 차별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인공지능(AI) 기업들 역시 우리나라의 각종 AI 규제가 한국 AI 시장을 개척하려는 미국 기업의 기회를 가로막을 것이라는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 "美, 멀리 봐야 한다"
다만 국내 전문가들은 무조건 '재협상'을 요구하는 미국의 태도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한 시장 전문가는 "한미 FTA 체결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약값과 병원비가 폭등해 건강보험 재정이 위험해지고, 농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었다"며 "미국과의 교역을 확대하면 오히려 무역 흑자가 감소하고 적자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고 짚었다. 이어 "이 같은 우려 중 현실화한 것은 사실상 극소수"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은 1998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대미 무역에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FTA 체결 이후에도 무역 적자가 발생하는 일은 없었다는 의미다. 작년 우리나라 대미 무역수지 흑자액은 556억6,508만 달러(약 80조원)에 달했다. 이는 10대 대미 수출국(수출액 기준) 중 가장 큰 규모이자, 트럼프 정부 1기 마지막 해였던 2020년(166억2,364만 달러, 약 24조원) 대비 3.3배 급증한 수준이다.
이 전문가는 "한국이 대미 무역에서 흑자를 본 것은 FTA가 한국에 유리한 협정이어서가 아니라, 한국 기업들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되도록 움직였기 때문"이라며 "조건을 정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정해진 조건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대응하느냐도 관건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도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무조건적인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자국 산업 정책을 멀리 보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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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 임영웅은 옛말?
불황에 가성비 추구하는 분위기
스캔들 없고 저렴한 가상인간 인기
사진=제주삼다수
유통가 광고모델 시장이 새롭게 열렸다. 계약기간 만료에 따라 모델을 재선정하려는 업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모델 선정 기준도 예전과 바뀌었다. 높은 모델료를 지불해야 하는 톱스타급 모델을 선정하기보다는 몸값이 좀 낮더라도 소비자의 호의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광고모델을 원하는 광고주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광고모델 선정 기준 변화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주삼다수는 트로트 가수 임영웅과의 광고모델 계약을 종료하고 새 모델을 찾고 있다. 제주삼다수는 이전까지 생수 시장 1위 기업의 이미지를 가져가기 위해 톱스타급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트로트 가수 임영웅 전에는 가수 아이유와 모델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번에 찾는 광고모델은 이전과 다르다. 지금까지는 모델 한 명을 선정하고 이를 통해 광고를 나서는 모델 중심 전략을 선보였지만, 이제는 소비자 참여를 끌어내는 공감형 광고로 방향을 바꿀 계획이다. 소셜미디어(SNS)상에서 인기가 좋고 호감도가 높은 인물들로, 여럿을 모델로 선정할 생각도 가지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임영웅의 몸값이 2020년에 이미 국민 MC 유재석을 제칠 만큼 치솟았기 때문에 제주삼다수가 임영웅을 대신해 여러 명의 모델을 내세운다고 해도 비용이 적게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임영웅을 모델로 쓰려면 이미 지난 2021년 기준 연간 5억원가량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수 시장 1위 브랜드 제주삼다수의 시장 점유율은 4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다만 후발주자와의 경쟁이 격해지면서 시장점유율이 40%를 밑도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임영웅을 모델로 쓰면 매출이 바로 오르는 효과가 있었지만, 지금은 당시 대비 몸값이 워낙 올라 계산기를 두드렸을 때 예전만큼 극적인 효과를 본다고 느끼기 어렵다”며 “최근 내수 부진이 깊어지면서 광고비도 긴축 대상이 되고 있다”고 했다.
여름맞이 비빔면 시장 경쟁을 앞두고 배홍동 출시부터 함께했던 국민 MC 유재석도 광고 계약 연장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3월 배홍동은 유재석과의 광고 계약을 1년 연장했다. 농심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고 했다.
사진=CJ푸드빌
유통가, '사생활 논란' 김수현 지우기
최근 배우 김수현이 스캔들에 휘말린 것도 광고 시장에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김수현이 맡고 있던 회사들이 광고 재계약에 나서지 않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수현은 지난달 고인이 된 김새론이 미성년자였을 때부터 교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게다가 김수현의 소속사 골드메달리스트가 생활고에 빠진 고인에게 7억원의 내용증명을 보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의 지탄을 받고 있다. 식품·유통업계의 경우 광고모델이 곧 브랜드의 얼굴이기 때문에 연예인의 사생활 논란은 브랜드 신뢰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가장 먼저 '김수현 지우기'에 나선 곳은 CJ푸드빌이다. 지난 2012~2015년 뚜레쥬르 모델로 활동했던 김수현은 9년 만인 지난해 모델로 재발탁된 상황이었지만, CJ푸드빌은 이달 중순 김수현과의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재계약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뚜레쥬르 입장에서는 최근 회자되는 일련의 소문들이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뚜레쥬르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김수현과 관련된 모든 게시물이 내려간 상태다.
지난달 김수현을 창립 28주년 광고모델로 재발탁하고 '홈플런' 행사에서 김수현을 내세워 마케팅을 전개한 홈플러스도 김수현과의 빠른 손절을 택했다. 홈플러스는 오는 19일까지 열리는 '앵콜! 홈플런 이즈 백' 행사에서는 광고에 김수현을 내세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기습적인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에 이어 브랜드 모델인 김수현 논란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초를 겪고 있다.
K2코리아그룹 스포츠 패션 브랜드 아이더도 김수현을 지웠으며, LG생활건강의 뷰티 브랜드 비욘드도 김수현의 광고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서 비공개로 전환했다. 김수현은 이 밖에도 신한은행, 조 말론 런던, 쿠쿠, 샤브올데이 등 10개 이상의 브랜드 모델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사진=로지 인스타그램
버추얼 휴먼으로 모델 대체
이렇다 보니 아예 스캔들 위험이 없는 버추얼 휴먼(가상인간)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247만 명에 달하는 미국 버추얼 휴먼 모델 릴 미켈라(Lil Miquela)는 2020년 한 해 광고 출연료로만 약 1,170만 달러(약 156억원)를 벌어들였다. 버추얼 휴먼 인플루언서 아이타나(Aitana)는 광고 수익으로 한 달에 많게는 1만 유로(약 1,450만원)를 받는다.
국내 가상 인플루언서인 '로지'도 17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하며 각종 광고 영상을 따냈다. 지난 2021년 1월 신한라이프와 8월 쉐보레 전기차 숏폼 모델 등 광고에 출연하며 얼굴을 비췄다. 로지는 언론, 연예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확장 중이다.
광고모델로서 버추얼 휴먼의 또 다른 강점은 실제 인간보다 월등히 저렴한 몸값이다. 이를테면 한 국내 AI 업체에서 서비스하는, 특정 공중파 출신 아나운서를 모델로 해 만든 버추얼 휴먼은 월 이용료가 500만원 안팎이다. 경력이 비슷한 프리랜서 아나운서를 초빙하면 보통 하루당 200만원 정도가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저렴한 수준이다. 실제 글로벌 패션업체 H&M은 광고에 버추얼 휴먼 ‘쿠키(Kuki)’를 활용해 비용을 90% 이상 줄일 수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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