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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EO, 올해만 1,800명 짐쌌다" 저조한 수익·주가 모두 CEO에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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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CEO 칼바람, 10개월간 1,824명 떠나
인텔·스텔란티스 CEO 사임 잇따라
스타벅스·나이키·보잉 수장들도 경질

실적 부진으로 비상경영에 들어간 글로벌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칼바람을 맞고 있다. 세계 4위 다국적 완성차 업체인 스텔란티스와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 CEO의 연이은 불명예 퇴임 소식이 전해지는 등 글로벌 기업들이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는 모습이다. 위기 돌파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리더십 교체를 택한 기업들의 전략이 주효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올해 美 기업 CEO 교체 '역대 최대'

3일(이하 현지시간) 글로벌 취업정보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CG&C)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미국 내에서만 1,824명의 CEO가 퇴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CG&C가 2002년부터 CEO 교체를 집계한 이래 사상 최대 규모이자,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작년 같은 기간의 1,530명보다 19% 증가한 수치다. CEO 교체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최근 기업들이 위기 돌파 방안으로 ‘리더 교체’ 카드를 자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의 카를로스 타바레스 CEO는 당초 임기가 2026년 초까지였지만, 전기차 수요 부진에 따른 경영악화로 거취 압박을 받으면서 임기 도중인 1일 전격 사임했다. ‘비용절감 전문가’인 타바레스 덕분에 스텔란티스는 지난해까지도 10%대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글로벌 완성차업체 중 수익성이 가장 높은 회사 중 한 곳으로 꼽혔지만 전동화에 뒤처지며 삐그덕거리기 시작했다. 재고가 쌓이는 가운데 극단적인 비용절감 조치로 경영 상황은 더 악화했다.

이에 스텔란티스의 올 3분기 글로벌 차량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0% 줄었고, 주가는 올 들어서만 38%가량 빠졌다. 현재 스텔란티스는 미국 미시간·오하이오 공장 등에서 3,500여 명의 구조조정을 예고한 상황이다. 타바레스 전 CEO는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후임 물색설을 부인했지만 결국 조기 퇴진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사진=인텔

반도체왕국 재건 맡은 겔싱어도 4년 만에 물러나

인텔의 팻 겔싱어 CEO도 2일 모바일 및 인공지능(AI) 등 시대 변화에 뒤처진 칩 전략에 서둘러 대응하지 못하면서 퇴임이 결정됐다. 겔싱어는 성명을 통해 “씁쓸하다(bittersweet)”고 속내를 밝혔다. 그는 “현재 시장에 인텔을 맞추기 위해 힘들지만, 필요한 결정을 내렸다”며 “올해는 우리 모두에게 도전적인 한 해였다”고 전했다. 반도체 왕국을 다시 일으키겠다는 목표로 인텔 수장에 올랐던 겔싱어의 노력은 4년 만에 끝났다.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데이비드 칼훈 CEO도 잇단 항공기 사고로 인해 지난 8월 사임했다. 2019년 10월부터 CEO 자리에 있었던 칼훈 CEO는 기업 이미지 쇄신을 약속했지만 결국 품질 및 생산 문제로 임기 전에 퇴장하게 됐다. 세계 1위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도 신제품의 부재와 트렌드 대응의 실패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지난 10월 말 존 도나호 CEO 교체를 5년 만에 단행했다. 지난해 3월부터 스타벅스를 이끌던 랙스먼 내러시먼 전 CEO 역시 실적 부진을 책임지며 17개월 만에 사임했고, 스타벅스 북미 CEO였던 마이클 콘웨이도 6개월 만에 물러났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 카스 메릴랜드대학교 재무학 교수는 “이사회가 점점 더 독립적으로 변하고 있고, 수익과 주가 모두 저조한 실적을 내자 CEO에 모든 책임을 묻고 있다”며 “이러한 성과 압박으로 평균적으로 CEO의 재임 기간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술 분야에서 CEO 퇴진 증가율이 두드러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미국 내 IT 회사에서 192명 CEO가 퇴임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41명) 대비 32% 증가한 수치다. CG&C 수석 부사장인 앤드류 챌린저는 “기업들이 정치, 경제, 기술, 규제 환경의 변화에 대비하면서 CEO들의 이탈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롯데 '고강도 인적 쇄신', CEO 36% 교체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달 말 롯데는 2025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최고경영자 36%(21명)를 교체하고 임원 22%가 퇴임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롯데는 이번 인사에 대해 그룹 전반의 고강도 쇄신을 통해 경영 체질을 본질적으로 혁신하고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라고 설명했다.

먼저 노준형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한다. 그룹 전반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강력한 혁신 드라이브를 추진하기 위함이다. 화학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위해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대표이사 이영준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롯데 화학군 총괄대표를 맡는다.

화학군의 경우 총 13명의 CEO 중 지난해 선임된 롯데알미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LC USA의 대표를 제외한 10명이 교체된다. 롯데 화학군HQ CTO(기술전략본부장) 황민재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대표이사로, 롯데이네오스화학 대표이사 정승원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롯데정밀화학 대표이사로 기용된다. 롯데지주 사업지원실장 정호석 부사장은 호텔롯데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호텔롯데는 법인내 3개 사업부(롯데호텔, 롯데면세점, 롯데월드) 대표이사가 전부 물러나는 초강수를 두며, 경영체질 개선에 나선다. 롯데면세점은 롯데지주 HR혁신실 기업문화팀장 김동하 상무가 전무로 승진해 신임 대표이사로, 롯데월드는 권오상 신규사업본부장 전무가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이 밖에도 신동빈 롯데 회장의 장남인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신유열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신사업과 글로벌사업을 진두지휘한다. 롯데 측은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사업의 속도감과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연말 정기적으로 단행해 온 정기 임원인사 체제에서 수시 임원인사 체제로 전환한다”며 “성과 기반 적시·수시 임원 영입과 교체를 통해 경영 환경을 극복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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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내외 리스크에 대기업 투자 위축, 경제 성장률 전망도 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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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대 기업 중 내년 투자 계획 없는 기업 68%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 1%대 후반으로 하향
한은 "美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불확실성 상존"

국내 대기업 10곳 중 7곳이 내년 투자 계획을 아직 세우지 못했거나 계획이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복귀 등 경영 불확실성을 가중하는 대내외 리스크 요인이 확대되면서 기업들이 좀처럼 투자 확대의 동력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 등은 내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1% 후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무역 갈등과 주력 품목의 경쟁 심화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내수 회복도 더디게 진행될 것이란 분석이다.

한경협, 매출 500대 기업 대상 내년 투자계획 조사

4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따르면 지난달 13∼25일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상대로 조사를 한 결과 응답 기업 122곳 중 56.6%는 '내년도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반면 '계획을 수립했다'는 응답은 32.0%로 지난해보다 13% 포인트 감소했고 '투자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기업은 11.4%였다. 투자계획이 미정인 이유로는 조직개편·인사이동(37.7%), 대내외 리스크 영향 파악 우선(27.5%), 내년 국내외 경제전망 불투명(20.3%) 등을 꼽았다.

내년 투자계획을 수립한 기업(39곳) 중 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축소한다는 응답은 28.2%로 투자 규모를 확대한 기업(12.8%)보다 많았다.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한 비율은 59.0%로 집계됐다. 지난해 조사까지만 해도 '투자 확대'(28.8%)가 '축소'(10.2%)보다 3배가량 많았는데 1년 만에 역전된 것이다.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계획이 없는 이유로는 내년 국내외 부정적인 경제전망(33.3%), 국내 투자 환경 악화(20.0%), 내수시장 위축 전망(16.0%)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내년도 설비투자의 주된 형태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 기업의 77.8%가 '기존 설비를 유지·개보수하는 수준'이라고 답했다. 이어 적극적인 설비 확장 18.9%, 구조조정 3.3%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리스크 요인으로는 글로벌 경기 둔화(42.9%)가 가장 많았고 고환율과 물가 상승 압력(23.0%),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공급망 교란 심화(13.7%) 등이 뒤를 이었다. 국내 투자 저해 요인으로는 설비·연구개발 투자 지원 부족(37.4%),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규제(21.3%), 설비투자 신·증축 관련 규제(15.0%) 등이 꼽혔다.

마지막으로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으로는 금융 지원 확대(21.0%)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이어 세제 지원 강화(16.9%), 지배구조 및 투자 관련 규제 완화(15.3%)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과거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기업 투자가 위기 극복의 열쇠가 돼왔는데 최근에는 기업들이 투자 확대의 동력을 좀처럼 얻지 못하고 있다"며 "경영 불확실성을 크게 가중하는 상법 개정 논의를 지양하고 금융‧세제 지원 등 과감한 인센티브로 적극적인 투자를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년 글로벌 통상 환경 악화 속 수출 증가세 둔화

내년 투자 우려되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도 더딘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같은 날 삼일PwC 경영연구원은 '2025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국내 경제가 올해보다 낮은 1%대 후반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와 설비 투자의 완만한 회복세에도 글로벌 통상 환경 악화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란 설명이다. 보고서는 "건설 투자가 역성장을 지속하며 경기 개선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약한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으로 물가와 성장에 초점을 맞춰 공격적인 통화 정책을 펼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분석했다.

한국 경제를 불리한 방향으로 이끄는 대외 환경으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 △미·중 갈등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중국과의 기술 격차 축소 등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둔화된 수출 증가세를 보완하기 위한 내수 회복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재정·통화정책의 조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한국 경제의 성장 경로가 지지부진하겠지만 새로운 글로벌 경제 개편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 대내외적인 전략이 필요한 시기인 만큼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글로벌 경제는 세계 인플레이션이 주요국 목표치에 근접하며 2%대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금리 인하 기조가 더해지면서 완만한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가별 성장률 편차가 확대되면서 견조한 성장을 유지하는 미국과 달리 중국·유럽연합(EU) 등은 저성장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보고서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 임금 상승 등을 고려할 때 팬데믹 이전의 저물가 시대로 완전히 회귀하기는 어렵지만 물가가 안정된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해 공급망 리스크가 재발하면 인플레이션 이슈가 다시 부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했다.

한은 "트럼프 2기 행정부 대응 따라 경제 성장률 조정"

한은도 내년 GDP 성장률을 1.9%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8월 발표한 성장률 전망 2.1%는 물론 잠재성장률 2%도 하회하는 수치다. 한은이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는 국내외 전망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2.0%를 제시한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보다는 각각 0.1% 포인트 낮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 2.2%보다는 0.3% 포인트 낮다. 한은 관계자는 "주력 업종에서 주요국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보호무역 기조기 강화하면서 수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둔화하는 상황을 반영해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망에서 한은은 내년도 수출 증가율을 기존 2.9%에서 1.5%로 낮췄고, 올해 증가율도 6.9%에서 6.3%로 하향했다. 이번에 처음 공개한 2026년 수출 증가율은 0.7%로 제시했다. 당초 1.4%로 제시했던 올해 민간소비 성장률도 1.2%로 낮췄다. 최근 민간소비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예상보다 속도가 더디게 나타나고 있어서다.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 역시 2.0%로 종전 전망치(2.2%)보다 0.2% 포인트 내렸다. 한은은 "민간소비는 가계 소비 여력 개선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그 속도는 예상보다 완만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 전망치도 하향 조정했다. 내년 건설투자 성장률은 종전 전망치 -0.7%에서 -1.3%로, 설비투자 성장률 전망치는 4.3%에서 3.0%로 내렸다. 건설투자는 수주·착공 지연 영향으로 내년에도 부진한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했으며, 설비투자의 경우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 견조한 투자수요 등으로 증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도 유가 하락세·민간소비 증가세가 예상에 못 미치면서 기존 전망보다 0.2% 포인트 내린 1.9%로 제시했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환율 움직임, 국내외 불확실성은 상존한다고 봤다.

한은은 향후 성장률과 물가가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와 이에 대한 주요국의 대응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글로벌 무역 갈등이 격화될 경우, 교역이 급격히 위축되고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한국의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은 각각 0.2% 포인트, 0.1% 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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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견제에 가로막힌 ‘대왕고래 프로젝트’, 산업 차관도 ‘쓴소리’

야당 견제에 가로막힌 ‘대왕고래 프로젝트’, 산업 차관도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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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시추에 국가 예산 506억원 투입 예정
관련 예산 98% 삭감, 민주당 단독 통과
프로젝트 불확실성에 투자 유치 난항 예상
11월 27일 서울 서초구 KOTRA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전략회의’ 참석자들이 탐사시추 승인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사진=산업통상자원부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고 있는 사태와 관련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관련 예산을 일방적으로 삭감한 데 대한 입장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여야는 오는 10일까지 다시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탐사시추 지원은 정부의 책무”

박 차관은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이 공격적으로 자원 개발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은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며 “예산 삭감은 에너지 안보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힘줘 말했다. 지금까지 한국의 국내 석유·가스 탐사시추 실적은 48공에 그치는데, 중국의 경우 4만8,779공으로 1,000배 넘게 앞서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 또한 813공으로 우리보다 17배 가까운 실적을 기록 중이다.

정부는 지난 6월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린 데 이어 이달 1차 시추를 목표로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1차 시추는 경북 포항 영일만 앞 심해에서 진행되며, 국가 예산 506억원과 석유공사 5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프로젝트 예산을 기존 505억5,700만원에서 497억2,000만원으로 98% 삭감한 수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통과시킨 예산은 8억3,700만원에 그쳤다.

박 차관은 “2000년부터 모든 정부에서 유전개발 출자를 지원해 왔음에도 예산 전액 삭감으로 지원을 갑작스럽게 중단하는 것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볼 수 없다”며 “"공기업인 석유공사의 1차공 탐사시추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며, 이는 정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여야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중재로 오는 10일까지 다시 협의에 나설 예정이지만, 뜻을 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도 사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박 차관은 “시추선이 10일이면 부산항에 도착하는 만큼 사실상 시추 작업은 시작된 거나 다름없다”면서 “예산 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지만, 만약 불발이 된다면 어떤 형태로든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금으로선 석유공사가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조광제도가 개편되지 않아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석유공사의 재무 상황 또한 녹록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석유공사의 재무 상태는 총부채 19조6,000억 원, 자본금은 –1조3,000억 원으로 2020년부터 줄곧 자본잠식 상태다.

동해 심해 가스전 1차 탐사 시추에 투입 예정인 시드릴의 시추선 ‘웨스트카펠라’/사진=시드릴

국가 지원 약한 프로젝트, 협상 조건 불리할 수밖에

이번에 1차 탐사시추 예산의 반이 날아갈 위기에 처하면서 전체 탐사시추 작업 역시 계획 수정도 불가피하게 됐다. 탐사시추란 실제 유전이 존재하는지 기계로 구멍을 파 확인하는 작업으로, 한 공을 뚫는 데 1,000억원 상당의 비용이 투입된다. 탐사시추 성공률이 20%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최소 5개 공을 뚫어야 한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두 번째 탐사시추부터는 해외 석유 기업들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계획이었다. 이를 통해 사업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고, 해외 선진 기술을 국내 기업으로 이식하는 등의 순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탐사시추를 통해 유전을 확인한 후에는 평가 시추를 통해 비교적 정확한 추정 매장량인 발견잠재자원량을 계산하게 된다.

그러나 예산 삭감이 확정될 경우 프로젝트 불확실성 우려가 커져 투자 유치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우주선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예산 삭감이 확정되면 해외 기업들과 협상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프로젝트가 국가적인 지원을 못 받는다는 인식을 심어 협상 조건을 불리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5개 유망구조 시추에 2.5조원 투입 예상

문제는 여야가 합의해 1차 시추에 500억원가량의 예산을 편성한다고 해도 이후 단계에서 추가 비용 투입이 필수라는 점이다. 유망구조 1개의 석유 개발을 위해선 탐사 시추, 평가 시추, 생산정 시추 등 총 3번의 시추공을 뚫어야 한다. 앞서 산업부가 책정한 시추 비용 1,000억원은 3단계 시추 중 1단계인 탐사 시추만을 의미한 것이다.

석유공사는 평가 시추에 약 2,000억원이 투입된다고 예상한 바 있다. 여기에 생산정 시추 비용 역시 이와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유망구조 1개에 대한 3단계 시추 작업에만 대략 5,000억원이 필요하다. 산업부는 7개 유망구조 중 최소 5개의 유망구조에 대한 시추를 계획 중이다. 최대 2조5,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셈이다.

정부가 예산 관련 국회 협조를 유도하기 위해 실제 필요한 비용보다 축소해 산출한 것 아니냐는 야당의 지적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정진욱 민주당 의원은 “그간 발표된 ‘1공당 시추 비용 1,000억원’은 전체 시추 비용을 감춘 거짓말이나 다름없다”며 “정부가 3단계 중 1단계 탐사 시추만을 중심으로 실제 비용을 축소하면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명백한 눈속임으로, 시추가 진행되면 처음 주장과는 다르게 천문학적 세금이 투입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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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 6년째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좀비기업' 오명

롯데쇼핑, 6년째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좀비기업' 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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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가치도 뚝
자산 매각·부동산 재평가는 잠깐 숨통 틔우는 수준
7조원대 쇼핑몰 사업 투자에도 회의론

롯데쇼핑이 금융비용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6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롯데쇼핑은 자산 매각과 부동산 재평가 카드를 통해 유동성을 확충한다는 계획이지만 일각에선 제값을 받고 자산을 매각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쇼핑, 번 돈으로 대출 이자도 못 내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이자보상배율은 6년째 1.0배를 밑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0배를 밑돈다는 뜻은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금융비용을 다 감당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롯데쇼핑의 이자보상배율은 2019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0.4~0.9배를 오갔다. 2019년엔 0.9배, 2020년엔 0.7배를 기록하다가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2021년엔 0.4배로 뚝 떨어졌다. 이후 2022년이나 2023년의 이자보상배율도 0.8배, 0.9배 수준을 기록했다. 벌써 6년째 이자보상배율이 1.0배 아래에 머문 것이다.

낮은 이자보상배율은 롯데쇼핑이 채권 발행에 나설 때 언급되곤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우려를 불식시켜 주는 든든한 구원투수가 있었다. 첫 번째는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지원이었고 두 번째는 롯데쇼핑이 보유한 알짜 부동산이었다. 그룹의 계열사 ‘형님’이 도와주거나 정 안 되면 부동산만 매각해도 채권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었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과거 롯데쇼핑의 회사채 발행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자산 매각 카드, '제값' 받기 어려울 것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예전과 달라졌다. 롯데케미칼은 중국 석유화학 회사들의 대규모 증설에 발목이 잡힌 탓에 더 이상 도움을 줄 수 있는 형편이 못 된다. 이에 롯데쇼핑은 쇼핑 자산 매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알짜가 아니고서는 제값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팽배하다. 특히 백화점 점포는 구조적인 특수성으로 인해 땅값만 받고 매각되는 경우가 많다.

한 부동산 매각 주관사 관계자는 “백화점 건물은 에스컬레이터가 중간에 뚫려있고 건물 외곽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구조에 변화를 주기 쉽지 않다. 쉽게 리모델링을 할 수 없으니 매수자 입장에서는 땅값만 주고 사려고 하고, 철거 비용 등을 매도자에게 얹는 경우가 많다”며 “한마디로 제값을 받고 팔기 어렵다는 뜻”이라고 했다.

롯데백화점의 미래형 쇼핑몰 타임빌라스 수원/사진=롯데쇼핑

7조원 쇼핑몰 투자에 재무 리스크 불안도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롯데백화점이 국내외 쇼핑몰 사업에 7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올 상반기 말 기준 롯데쇼핑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이 3조원을 밑도는 가운데 유통업황 악화가 이어지고 있어 대규모 투자로 인한 재무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다.

롯데백화점은 향후 2030년까지 국내 쇼핑몰 수를 13개로 늘리고, 이를 통해 매출 6조6,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롯데쇼핑 측은 롯데월드몰과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통해 복합 쇼핑몰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4년 오픈한 월드몰은 롯데백화점이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한 이후 K-패션, 글로벌 F&B, 팝업 등을 유치하며 매년 25%씩 성장을 이어왔으며 연간 방문객수만 5,500만 명에 이른다. 지난달 1,000만 누적 방문객을 동원한 베트남의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개점 약 4개월 만에 초단기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올 연말에는 3,000억원 달성도 점쳐지고 있다.

문제는 재무 건전성이다. 앞서 롯데쇼핑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지속적인 매출 감소와 재무구조 개선 방안 제시 부족 등을 저평가 원인으로 꼽았다. 경쟁사들이 신사업과 M&A를 통해 외형 확대에 집중해 온 것과 달리 롯데쇼핑은 최근 5년간 저효율 마트와 슈퍼 등의 점포를 구조조정하면서 매출이 감소 추세다. 지난 2018년 연결기준 17조8,208억원에 이르던 매출액은 2019년 17조6,220억원, 2020년 16조1,844억원, 2021년 15조5,736억원, 2022년 15조4,760억원, 2023년 14조5,559억원으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 매출액도 6조9,411억원으로 직전연도(7조1,838억원) 대비 3.38% 감소했다.

여기에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부채비율로 재무 건전성에 대한 의구심 등이 제기되면서, 롯데쇼핑의 시가총액은 10월 31일 기준 1조8,670억원에 머물렀다. 이마트(1조8,202억원)에 비해서는 높았지만 GS리테일(2조2,619억원)과 BGF리테일(1조9,997억원) 보다 낮은 수준이다. 특히 시총이 가장 높은 GS리테일의 지난해 매출액은 11조6,125억원으로 롯데쇼핑 보다 약 20.22%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 업황도 우호적이지 않다. 이에 롯데쇼핑은 2026년까지 영업이익을 1조원에서 8,000억원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2021년 2,076억원, 2022년 3,862억원, 2023년 5,084억원으로 지속 확대됐지만, 같은 기간 이자부담이 확대되면서 당기순손실이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세전계속사업이익 1,840억원이 유입되면서 1,692억원 순이익을 얻었으나, 올해 상반기 들어서는 68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다시 적자전환했다. 올 상반기 금융비용도 3,12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883억원) 대비 8.36%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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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미·중 반도체 갈등, 中 “갈륨·게르마늄 미국행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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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국가 이익 보호 위해 수출 통제 강화”
중국, 전 세계 갈륨 생산량 98% 차지
핵심 소재 공급망 다변화 성과 가시화

중국이 갈륨과 게르마늄 등 반도체 산업에 활용되는 핵심 소재에 대한 대미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나섰다.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강화하자, 단 하루 만에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다만 오랜 시간 중국에 집중됐던 반도체 핵심 소재 공급망이 최근 북미, 유럽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수출 금지가 기대만큼의 효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군사적 목적 활용 가능한 소재 수출 차단

3일(현지 시각) 중국 상무부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중화인민공화국수출통제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국가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고, 확산 방지 등 국제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이중용도 품목의 대(對)미국 수출 통제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중용도 품목이란 민수용으로 쓰이면서 미사일이나 전폭기 생산 등 군용으로도 활용 가능한 원자재나 기술, 데이터 등을 의미한다.

수출통제 강화에 따라 앞으로 중국 기업들은 이중용도 품목을 미국 군사 사용자에게 수출할 수 없다. 또 갈륨, 게르마늄, 안티모니 및 초경질 재료와 관련된 이중용도 품목의 미국 수출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흑연 관련 이중용도 품목은 더 엄격한 최종 사용자 및 용도 검증이 수반된다는 게 중국 상무부의 설명이다.

중국 상무부의 이번 발표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가 발표된 후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나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전날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중국의 군사용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 제한을 위한 수출통제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요한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의 군 현대화와 연관된 기업 140개를 수출규제 명단에 추가했다.

미 상무부의 제재 방안 발표 직후 중국은 강력 대응을 시사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은 국가 안보 개념을 지나치게 확대하고, 경제, 무역, 과학 기술 문제를 정치화하고 무기화했다”고 짚으며 “수출 통제 조치를 남용하고 관련 제품의 대중국 수출을 부당하게 제한, 많은 중국 기업을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이처럼 국가안보 개념을 과도하게 확대하는 잘못된 접근 방식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활용도 높고 대체 어려운 갈륨·게르마늄

중국은 이전부터 이중용도 품목의 수출을 제한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왔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 10월 ‘중화인민공화국 이중용도 물자 수출 통제 조례’에 서명하고 12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시행에 앞서 지난달 15일에는 다소 광범위한 이중용도 물자 목록을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중국 상무부는 “이중용도 물자 목록은 추후 필요에 따라 수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리고 이날 미국을 수출 금지 대상으로 직격하고, 핵심 소재들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중국이 이토록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배경에는 갈륨과 게르마늄 등 반도체 핵심 광물의 공급망이 자국에 집중돼 있다는 자신감이 짙게 작용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중국의 2022년 기준 갈륨 생산량은 54만kg으로 전 세계 생산의 98%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소비량은 1만8,000kg으로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 갈륨은 그 비화물만이 가진 독특한 특성 때문에 다수의 첨단기술 응용 분야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소재로 꼽힌다.

게르마늄은 광섬유, 적외선 광학 등에 주로 사용되는데 IR 방사용 렌즈, 야간 투시 장치, 위성 이미지 센서 등 군용으로도 얼마든지 활용이 가능하다. 이 또한 세계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전체 생산의 약 60%를 담당하고 있으며, 이어 러시아가 뒤를 잇고 있다. 2022년 기준 중국의 게르마늄 생산량은 2만3,100kg이다.

이들 소재는 특정 국가에 공급망이 한정돼 있어 가격 변동 폭이 크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렇다 보니 선물시장에서 투기 목적으로 거래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에 더해 최근 중국은 핵심 광물 채굴 및 정제 과정을 국가 기밀로 지정해 관련 정보 통제와 국유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한 대응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전문가들이 중국의 광범위한 광물 수출통제가 석유 파동에 버금가는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USGS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을 전면 금지할 경우 미국 경제가 34억 달러(약 4조7,600억원) 규모의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도체 장치 제조업이 전체 손실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등 가장 큰 피해를 당할 것이라는 게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다.

USGS는 갈륨과 게르마늄 공급망이 끊기면 갈륨 가격은 150% 이상, 게르마늄 가격은 26% 이상 급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네달 나사르 USGS 수석연구원은 “반도체와 LED 등 제품에서 핵심 광물 비중은 작지만, 접근성을 잃으면 수십억 달러 규모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 ‘못’ 한 게 아니라 ‘안’ 했다

이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은 핵심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해 왔다. 가장 먼저 호주, 유럽 등지에서 갈륨 및 게르마늄을 생산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중국이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핵심 광물 생산량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지만, 갈륨과 게르마늄은 자연 그대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알루미늄, 아연, 구리와 같은 더 일반적인 금속을 채굴할 때 부산물로 형성된다는 게 그 이유다.

실제로 카자흐스탄, 헝가리, 독일 등은 2010년대 이전부터 갈륨을 직접 생산했다. 하지만 생산에 투입되는 비용이 크고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2013년 1차 생산을 중단했다. 이후 가격이 폭등하자 2016년 생산을 재개했고, 그 생산량 또한 증가세에 있다.

게르마늄도 공급망 대체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먼저 북미 최대 게르마늄 생산 업체인 텍리소스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의 트레일 제련소에서 게르마늄을 추출 중이며, 벨기에 유미코어, 미국 인듐코퍼레이션 등이 일제히 게르마늄 생산량을 늘렸다. 나아가 미국은 지난해 국방부 직속 기구인 국방군수국(DLA)의 무기 시스템에 게르마늄 재활용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공급망 다변화를 모색한 결과 중국의 지난해 갈륨 수출은 전년 대비 3분의 2가량 줄어든 847만 달러(약 113억원)를 기록했으며, 게르마늄 수출도 전년보다 8% 줄어든 4,842만 달러(약 647억원)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컨설팅 업체 스트랜드컨설트의 존 스트랜드 최고경영자는 “중국의 수출 통제 효과로 가격은 소폭 오르겠지만, 다른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고통스럽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는 오히려 중국이 피하고 싶어 하는 ‘디커플링(decoupling·산업망과 공급망에서의 특정국 배제)’을 앞당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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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프로그래머에게 압승 거둔 LLM "텍스트 분석은 앞으로 내가 할게"

[딥테크] 프로그래머에게 압승 거둔 LLM "텍스트 분석은 앞으로 내가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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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M, 성능 높아지며 프로그래머 대체재로 떠올라
과제·난이도·텍스트길이 등 모든 면에서 우위
"텍스트 데이터 활용한 연구 크게 증가할 것" 기대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텍스트 분석에서 대형언어모델(LLM)이 프로그래머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따라 경제학자를 비롯한 자연어 처리를 전공하지 않은 연구자들도 LLM을 활용해 텍스트를 분석할 수 있게 됐다. 해당 연구 결과는 텍스트 분석의 진입 장벽이 한층 낮아졌음을 방증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사진=CEPR

텍스트 분석의 한 줄기 빛 'LLM'

그간 경제학자들은 가구소득, 소비지출 등 표 형식으로 정리된 데이터를 주로 분석해 왔지만, 최근에는 텍스트 데이터의 잠재력을 인정하고 정량적인 방법으로 다루기 어려운 현상을 설명하는 데 텍스트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을 활용한 통화정책 예측, 뉴스 감정분석을 통한 주가 예측 등의 연구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텍스트 데이터의 진입장벽이 높아, 이를 분석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자연어 처리를 전공하지 않은 연구자에게 텍스트 데이터는 높은 벽으로 작용했다. 이에 텍스트 데이터를 활용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은 주로 외주업체에 맡겨 분석을 진행했는데, 이 방법도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했다. 더군다나 외주를 맡기는 데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으며, 외주업체가 연구 분야에 대한 지식이 없는 경우 종종 이상한 방향으로 분석이 흘러가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떠오른 대안이 바로 LLM이다. LLM은 2022년 11월 챗GPT(ChatGPT)가 등장한 이후 빅테크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급속도로 성장했다. 현재는 코딩, 문서 작성 등 여러 업무에서 LLM에 도움받을 정도로 성능이 많이 향상된 상태다.

에사데대학 학생 vs LLM '대결'

이를 검증하기 위해 비센테 베르메호(Vicente Bermejo) 스페인 에사데(ESADE) 대학교 경제학과 조교수를 비롯한 2명의 연구진은 텍스트 분석에서 외주를 맡은 프로그래머와 LLM의 성과를 비교했다.

연구에 사용한 텍스트 데이터는 재정건전성을 다룬 210건의 스페인 뉴스로, 연구진은 해당 데이터가 텍스트 분석 모델이 글의 맥락을 이해했는지 평가하는 데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해당 뉴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금융 지식이 필요한 데다, 뉴스에는 재정 정책, 정치적 비판 등 복잡한 논의가 포함돼 있어 단순한 키워드 매칭만으로는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데이터를 정한 다음 분석할 과제를 정의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재정건전성에 관한 뉴스는 3,000개 이상의 지자체에 영향을 미쳤으며, 일부는 지자체에 대한 비판도 담겨 있었다. 이에 연구진은 ‘비판’에 중점을 두고 과제를 정의하면서 각 과제의 난이도가 점차 올라가도록 설정했다. 또한 연구진은 분석 주체로 LLM과 외주 프로그래머를 다음과 같이 설정했다. LLM은 △GPT-3.5 터보(GPT-3.5 turbo) △GPT-4 터보(GPT-4 turbo) △클로드 3 오푸스(Claude 3 Opus) △클로드 3.5 소네트(Claude 3.5 Sonnet) 등 최신 네 가지 LLM 모델을 분석 주체로 삼았다.

다음으로는 스페인 에사데대학교 내에서 프로그래머를 선별했다. 에사데대학교는 2024년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가 발표한 글로벌 MBA 순위에서 세계 17위를 달성한 대학으로, 스페인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명성 떨치고 있는 학교다. 총선발된 학생은 146명으로, 각자 3개의 기사를 분석해 결과를 내놨다.

압승 거둔 LLM

연구진은 분석 주체를 명확히 한 뒤 과제에 따른 성능을 비교했다. 그 결과 네 가지 LLM 모두 외주를 맡은 학생들보다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 연구에 사용된 LLM 중 가장 오래된 GPT-3.5 터보마저도 프로그래머의 성과를 가뿐히 뛰어넘었으며, 최신 모델이 될수록 그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과제에 따른 성과 비교
△T1: 기사에서 언급된 모든 지자체 나열 △T2: 언급된 지자체 수 표시 △T3: 기사에서 해당 지자체에 대한 비판이 있는지 명시 △T4: 비판이 있는 경우 비판한 단체 명시 △T5: 비판이 있는 경우 비판받은 지자체 명시/출처=CEPR

작업 난이도를 고려했을 때도 LLM은 여전히 프로그래머보다 뛰어났다.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데 이점이 있다고 알려진 LLM이지만, 어려운 작업에서도 인간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난이도별 성과 비교/출처=CEPR

심지어 텍스트 길이에 따라 작업을 나눴을 때도 LLM이 프로그래머보다 더 나은 성능을 보였다. 텍스트 분석은 일반적으로 텍스트 길이가 길어질수록 어려운 도전이 된다. 이에 따라 긴 텍스트 분석에서는 상대적으로 LLM과 프로그래머 모두 낮은 정확도를 보이지만 LLM은 긴 텍스트에서마저도 프로그래머를 뛰어넘은 것이다.

연구진은 모든 과제에서 LLM이 프로그래머보다 우수한 결과를 내자, 학생들이 성의 없이 작업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를 확인하고자 T1~T5 작업에 대해 학생들이 한 답변이 무작위로 답변한 것과 큰 차이를 보이는지 검증했다. 그 결과 학생들의 답변은 무작위로 답변한 것보다 훨씬 뛰어났으며, 대부분의 분석도 의미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진은 LLM이 성능뿐만 아니라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LLM이 연구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데 드는 비용은 △GPT-3.5 터보(0.20달러) △GPT-4 터보(3.46달러) △클로드 3 오푸스(8.53달러) △클로드 3.5 소네트(2.28달러)에 불과했으며, 결과는 몇 분 내에 받을 수 있었다. 반면 외주에서 드는 비용은 훨씬 컸다. 게다가 146명의 참가자 모집 및 관리, 데이터 수집 과정 조율 등 상당한 시간도 들여야만 했다.

원문의 저자는 비센테 베르메호(Vicente Bermejo) 스페인 에사데(ESADE)대학교 경제학과 조교수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은 Generative AI as a replacement for human coders in large-scale complex text analysis: New evidence from large language model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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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건자재 사업부 매각설 “사실무근”에도 유동성 위기 여전

롯데케미칼 건자재 사업부 매각설 “사실무근”에도 유동성 위기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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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자재 사업부, 첨단소재 매출의 8% 지탱
유통 네트워크 활용해 질적·양적 성장 노린다
전방위적 경영 효율화, 위기 극복은 ‘미지수’

롯데케미칼의 유동성 위기설이 갈수록 그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이번에는 건축자재 사업부 매각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회사는 즉각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화학 분야를 제외한 비핵심 사업을 분리 매각하는 방안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이 특정 사업부 매각과는 무관하게 지금까지처럼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일한 우수 실적 ‘첨단소재’ 분야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한 경제매체는 롯데케미칼이 국내 주요 투자은행(IB)을 통해 건축자재 사업부 매각을 타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와 전략적투자자(SI) 등이 해당 사업부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이 재무적 어려움을 덜어내기 위해 기존 화학업종과 연관성이 낮으면서도 시장에서 빨리 인수자를 찾을 수 있는 사업을 분리 매각하려는 것으로 풀이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케미칼은 이날 오전 공시를 내고 “회사의 건자재 사업 매각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회사채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해 그룹 차원의 유동성 위기설로 확대된 바 있다. 지난달 21일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에서 회사채 재무 특약을 위반했지만, 회사채 원리금 상환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발생한 회사채는 2조450원어치로, 롯데케미칼 전체 회사채(2조2,920억원어치)의 90%에 육박한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기초화학 ▲첨단소재 ▲정밀화학 ▲전지소재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들 사업별 매출 비중은 순서대로 68%, 26%, 7.9%, 4.9%다.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기초화학 분야지만, 해당 분야는 중국 공급 과잉과 시황 부진이 맞물리며 2분기에만 1,39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번 매각설의 주인공으로 건자재 사업부가 거론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건자재 사업부가 속한 첨단소재의 올해 2분기 매출은 1조1,344억원, 영업이익은 757억원을 달성하며 유일하게 안정적인 실적을 지속 중이다. 이 가운데 건자재 사업 매출은 첨단소재 매출의 8%(2023년 매출 기준)에 불과하지만, 판매 단가가 일정 수준 보장돼 있어 꾸준한 수익을 올리는 사업으로 꼽힌다. 시장 참여자들이 보기에 ‘가장 팔릴 만한’ 사업인 셈이다.

전남 여수에 위치한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공장에서 이스톤 제품이 이동하는 모습/사진=롯데케미칼

글로벌 유력 공급사 인수→B2C로 적극적 확장

1993년 설립된 롯데케미칼 건자재 사업부는 KCC글라스, LG하우시스, 현대L&C 등 ‘3강 체제’가 뚜렷한 국내 건자재 시장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키워 왔다. 화학사답게 원료를 자체 조달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한 덕분이다. 2019년에는 튀르키예 이스톤 제조사 벨렌코(Belenco)를 1,250억원에 인수하며 본격 사업 확장에 나서기도 했다. 튀르키예 서부에 위치한 마니사 OIZ 공업단지에 2동의 생산 시설을 둔 벨렌코는 자국 이스톤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자, 북미에도 제품을 수출하는 글로벌 유력 공급사다. 롯데케미칼 건자재 사업부는 벨렌코 인수 후 추가 투자로 기존 9만 매 수준이던 이스톤 연간 생산 능력을 44만 매까지 확대했다.

최근에는 건자재 사업을 기존 B2B(기업 간 거래) 중심에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로 확대한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유통계 전반에 뻗어 있는 롯데그룹만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시장 점유율 확대를 비롯한 질적, 양적 성장을 동시에 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경기도 이천에 새로운 쇼룸을 오픈하며 “신제품 출시 및 신규 쇼룸 운영을 통해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롯데케미칼 건자재의 훌륭한 품질과 디자인을 알릴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기초화학 부진에 실적 ‘깜깜’

하지만 이와 같은 청사진도 빛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롯데케미칼의 실적 하락 및 자금 압박이 심해지면서 모든 사업부가 경영 효율화 대상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로 5조2,002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적자는 4,136억원에 달했다. 올해 누적 적자 규모는 6,600억원에 달한다. 앞서 언급했듯 기초화학 부문의 부진이 적자 확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환율 하락으로 인한 스프레드 축소, 수요 회복 지연, 자회사 보수 및 운임비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롯데케미칼 기초화학 부문은 3분기에만 3,65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저수익 자산 매각과 원가 절감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여수와 대산 공장을 중심으로 운영 효율화를 진행하고, 기존 사업은 대대적인 구조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기초화학 생산 부문은 원가 절감과 수익성 확보를 위해 공장 단위의 운영 효율화를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라며 “크래커 가동률 조정에 따라 다운스트림 일부 라인의 가동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롯데케미칼은 여수 1~3공장 중 2공장의 일부 생산 공정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이 지금까지처럼 그룹의 캐시 카우 역할을 감당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전망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캐시카우 역할을 해 온 화학 부문이 구조적으로 흔들리면서 그룹 전체의 위기론으로 커진 양상”이라며 “당장 롯데그룹이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이른 시일 내 다른 캐시카우를 육성하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는 미래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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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금융권 건전성 개선 나선 금융당국, 자산 1조원 이상 대형 조합 먼저

상호금융권 건전성 개선 나선 금융당국, 자산 1조원 이상 대형 조합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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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상호금융 부동산 PF 익스포져 47% 달해
법정적립금 의무적립한도 확대
농협 단위조합 연체율 4배 넘게 뛰어

내년부터 자산 1조원 이상의 대형 상호금융 조합은 은행권 수준의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개별 조합의 대형화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들 대형 조합이 부실화할 경우 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금융당국은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상호금융권 건전성이 한층 개선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대형 조합 위주 잠재적 취약성 및 대응여력 점검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외원회와 관계 부처, 유관 기관 등은 전날 상호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여신심사능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회의 결과에 따라 내년부터 자산 1조 원 이상의 대형 상호금융 조합에는 ‘스트레스 테스트’ 제도가 도입된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금융권의 잠재적 취약성 및 대응여력을 점검·평가하기 위해 마련된 리스크 관리 기법이다. 현재 은행, 보험, 저축은행업권에 적용하고 있다.

금융위는 위기 상황 분석 역량과 업권간 형평성 등을 고려해 자산 1조원 이상의 대형 조합부터 해당 제도를 도입하고, 향후 표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전국에서 약 150개 상호금융 조합이 내년 우선 도입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은행과 저축은행에 적용되는 동일 차주 여신한도 규제도 도입한다. 이 또한 규제 실익과 업무 부담 등을 고려해 중·대형 조합에 우선 적용한다. 구체적인 대상과 일정은 유관 기관 검토를 통해 추후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또 부실화할 경우 파장이 큰 총자산 5,000억원 이상의 중·대형 조합에는 거액여신한도 규제를 적용해 자산건전성을 강화한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건전성 강화를 촉구하는 것은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기업 대출 부실 문제가 상호금융권에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상호금융의 부동산 PF 익스포져(위험노출액)는 9조9,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금융권 부동산 PF 익스포져 중 47.1%에 해당하는 규모다.

충당금 적립 규모 단계적 상향

이번 회의에서 상호금융권에 조합의 법정적립금·출자 한도 상향과 적기시정조치 정비 등 촘촘한 자본규제가 예고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당국은 조합의 분할·해산 등에 사용되는 법정적립금의 의무적립한도를 상향평준화해 평상시 더 많은 자본을 쌓게 하고, 출자를 통한 자본 확충을 위해 조합원당 출자한도도 상향하기로 했다. 기존 납입출자금의 2배였던 신협의 법정적립금 의무적립한도를 자기자본의 3배로 늘리고, 조합원당 출자한도 또한 현행 10%에서 15%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다만 상호금융권의 충당금 적립 부담이 일시에 집중되면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상향 시점은 일부 조정할 방침이다.

적기시정조치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그간 시장에서는 신협·수협·산림조합(최저자본비율 2%)과 새마을금고(4%)의 경영개선 권고 기준이 너무 낮다는 점이 빈번하게 지적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신협·수협·산림조합의 경영개선 권고 기준을 기존 2%에서 농협 수준인 5%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날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향후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검사·감독 및 제재 등에 대한 추가 제도개선 사항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회의에 참석한 유관기관에는 “상호금융권이 국내 금융시장과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진 만큼 그에 맞는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서민금융 확대 등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불확실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 대한 적극적 지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연체율 급증·규제 강화 ‘이중고’

이로써 급격히 치솟은 연체율과 부실 채권에 시름하는 상호금융권은 높아진 규제까지 숙제로 떠안게 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 상호금융 중앙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농협·수협·산림조합 단위조합의 대출 잔액은 모두 391조4,490억원으로 2021년 말 대비 42조7,221억원 증가했다. 기관별 대출 잔액에서는 농협 단위조합이 348조5,498억원(89.0%)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수협 단위조합은 34조1,603억원, 산림조합은 8조7,389억원을 기록했다.

연체율도 가파르게 치솟았다. 농협 단위조합 연체율은 지난 2021년 말 0.88%에서 올해 6월 3.81%로 2년 6개월 사이 4배 넘게 뛰었다. 같은 기간 수협 단위조합 연체율은 1.64%에서 6.08%로, 산림조합 단위조합은 1.50%에서 5.63%로 각각 뛰면서 전반적인 급등세를 나타냈다. 세 기관에서 연체율이 10% 이상인 단위조합 수는 모두 100곳에 달했다. 농협이 72곳으로 가장 많았고, 산림조합과 수협은 각각 19곳, 9곳이다.

다만 농협의 경우 상호금융 부실채권 가운데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이하여신 채권 중 조기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채권을 외부 부실채권 투자전문기관에 매각하고 있어 연체율은 단계적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임미애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농협 상호금융의 대출 고정이하여신(연체 기간 3개월 이상 채권) 규모는 6월 말 기준 14조7,078억원(채무자 기준 집계)이다. 이 가운데 5조2,709억원은 중소기업 대출, 4조2,158억원은 소상공인 대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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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쇄신 SK그룹, '구조조정' 마지막 퍼즐 맞추기 임박

고강도 쇄신 SK그룹, '구조조정' 마지막 퍼즐 맞추기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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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서든데스’ 탈출 로드맵 가속도
SK온·SKT 희망퇴직, SK이노-E&S 조직 통합
SK그룹 정기 인사, 쇄신 강도 높아질지 주목

SK그룹이 '재계 빅4' 중 마지막 임원 인사를 앞둔 가운데 그 규모와 폭에 관심이 쏠린다. 이미 연초부터 위기설에 휩싸여 리밸런싱(구조조정) 작업을 대대적으로 벌여온 만큼 대대적인 인사 칼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주요 그룹 인사에서도 어려운 경영 환경을 고려해 조직 슬림화와 신상필벌 원칙에 따른 인사가 이뤄진 만큼 SK그룹 역시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5일 임원인사·조직개편 단행

4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5일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리밸런싱 작업을 통해 계열사 축소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선 SK그룹 내부적으로는 임원 뿐 아니라 실무진 단계의 팀장 직책 수 역시 최소화하라는 방침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리밸런싱에 이어 ‘운영개선(OI·Operation Improvement)’에도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OI는 지속 가능성과 수익 마진 등 핵심 성과지표를 최적화해 사업 수익성을 높이는 경영 전략을 일컫는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CEO 세미나’에서 인공지능(AI) 사업 추진계획과 이를 위해 필요한 OI를 강조했다. 최 회장은 “2027년 전후 AI 시장 대확장이 도래했을 때 SK그룹이 사업 기회를 제대로 포착하기 위해서는 운영 개선을 통해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직 슬림화와 사업 운영 효율을 높이는 방향의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

SK에코플랜트, 임원 23% 감축

SK그룹이 고강도 쇄신에 나서는 배경에는 투자 비효율과 계열사 실적 부진 등이 있다. 한때 화공플랜트 영역 강자로 중동 시장을 주름잡던 SK에코플랜트는 최근 몇년간 환경·에너지 사업 진출로 대규모 인수합병(M&A)를 추진하며 재무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2020년 환경시설관리를 약 1조원에 인수한 데 이어 2021년에만 6개의 폐기물 전문 기업을 인수하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지만 대규모 투자로 인한 재무부담 가중으로 부채비율이 급증하면서 각종 문제점을 노출했다. 결국 지난해 SK에코플랜트는 8조9,251억원의 매출과 1,74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음에도, 33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재무 건전성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SK에코플랜트는 올해 5월 김형근 SK E&S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사장으로 내정하는 등 이례적인 연중 사장 교체 결단을 내리며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김 사장은 SK그룹 내에서 전략·포트폴리오매니지먼트 역량과 재무 전문성을 두루 갖춘 재무통으로, 그만큼 SK에코플랜트의 재무 건전성 회복이 최우선 과제였단 의미로 해석된다. 이어 지난 10월에는 전체 임원의 23%를 감축하며 조기 인사와 조직 재편에도 나섰다.

SKT 3억 위로금 퇴직, SK온 사상 첫 희망퇴직

이 같은 인력 감축 흐름은 SK그룹 계열사 전방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SK텔레콤과 SK온을 비롯한 계열사 일부에서는 일찌감치 정리해고를 진행 중이다. 먼저 SK텔레콤은 지난 9월 직원들에게 최대 3억원의 위로금을 내건 ‘넥스트 커리어’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이는 2019년 처음 도입된 제도로, 희망 직원은 2년간 유급 휴직을 할 수 있고, 휴직 후 퇴직하면 기본 퇴직금에 위로금 5,000만원을 추가로 받는 것이 기존 조건이었다. 그러나 직원 평균 연봉이 1억5,200만원인 고임금 구조라 희망자가 많지 않자, 이번에 파격적인 위로금을 내걸며 감원에 나선 것이다.

같은 달 SK온도 2023년 11월 이전 입사자를 대상으로 사상 첫 희망퇴직을 받는다고 사내에 공지했다. 퇴직자에게는 단기 인센티브와 연봉의 50%를 제공하며, 최대 2년간 학비 지원책이 포함된 자기 개발 무급 휴직 방안도 내놨다. SK온이 희망퇴직과 무급휴직을 실시하는 것은 2021년 출범 이후 처음이다. 배터리업계 후발주자인 SK온은 선두 기업과의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 적자 속에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해 왔는데, 최근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이 맞물리면서 결국 인력 감축을 감행하는 모습이다.

SK그룹 덮친 삭풍 어디까지

SK가 SiC(실리콘 카바이드) 전력반도체 사업 강화를 위해 인수한 SK파워텍도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영업·생산직을 위주로 인력을 줄여 고정비를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SK그룹은 'SK실트론(SiC웨이퍼)→SK파워텍(SiC전력반도체)→SK시그넷(전기차충전기)'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진행했으나,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함에 따라 SK파워텍 매출은 정체되고 적자 규모는 커졌다. 지난해 매출은 20억원, 영업손실은 203억원으로,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실적이 더 악화됐다. 이런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SK그룹이 사업재편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몸집을 줄인 SK파워텍이 SK키파운드리에 흡수 합병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SK키파운드리가 전력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진행,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 10월 조기에 계열사 사장단·임원 인사를 실시해 조직 개편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합병한 에너지 계열사 SK E&S의 일부 조직도 SK이노베이션과 통합한다. SK E&S의 재무·법무·대외 부문은 이번 정기 인사에서 SK이노베이션과 합쳐질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독립법인(CIC) 합병으로 양사 조직이 별도 운영될 예정이었지만, 인력 감축과 조직 슬림화 기조를 결국 피하지 못했다는 해석이다. SK 관계자는 “CIC 형태로 합병했지만 스태프 조직부터 결국 통합을 피하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실제 SK E&S에는 LNG와 전력 등 사업부만 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SK그룹이 위기를 순조롭게 돌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최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악재다. 향후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재판 변수는 심리불속행이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원심 판결에 상고 사유가 없다고 판단해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절차다. 혹여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려 1조원 넘는 재산을 노소영 관장에게 내줄 경우 SK그룹 경영권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심리불속행 기각 여부는 상고 기록 접수로부터 4개월이 지나는 11월 8일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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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 겨냥 고강도 반도체 수출 규제, 화웨이·CXMT 제동 역부족

美, 中 겨냥 고강도 반도체 수출 규제, 화웨이·CXMT 제동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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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등 첨단칩·반도체 장비 등, 대중국 수출 규제
바이든 행정부의 세 번째 수출 규제로 '가장 강력'
HBM 생산업체 CXMT에 장비 수출은 허용해 논란

미국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산업을 겨냥해 새로운 고강도 수출규제안을 발표했다. 중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인 SMIC와 화웨이의 공급망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하지만 화웨이의 일부 생산기지가 제제 대상에서 제외된 데다, CXMT에 대한 장비 공급이 허용되면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억누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AI 개발 핵심인 HBM의 대중국 수출 금지 조치

3일(현지 시각)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 개정안'을 발표하고 "오는 31일부터 인공지능(AI) 개발의 핵심 품목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번 통제는 메모리 대역폭 밀도가 1㎟당 초당 2기가바이트(GB) 이상인 제품을 대상으로 하며 이는 현재 생산되는 모든 HBM 스택을 포함한다. 이와 함께 미국산 소프트웨어·장비·기술 사용 여부에 따라 해외 생산품에도 수출 통제를 적용하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적용한다. FDPR은 미국의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국제 특허 체제를 활용한 강력한 제도다.

수출 제한 대상으로는 140여 개의 중국 기업이 추가됐다. 중국 반도체 기업 중에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 SMIC와 화웨이의 공급망에 해당하는 기업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 중 하나로 꼽히는 나우라테크놀로지그룹도 수출 제한 목록에 포함됐다.

이번 조치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한 세 번째 대중국 반도체 수출규제 조치로 2022년 10월과 2023년 5월에도 대중국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이번 조치는 중국이 첨단 기술 자립을 포기하도록 하기 위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조치를 집대성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中 화웨이 생산시설 일부는 제재 대상에서 제외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규제안에 허점이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관계자는 "최신 규제가 중국의 반도체 육성을 방해할 수 있지만,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이 악용할 수 있는 허점도 남겼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구형 버전 HBM은 중국 기업이 계속 사용할 수 있고 화웨이와 관련한 모든 반도체 제조 시설이 수출 규제 명단에 포함된 것은 아니다"라며 "중국 내 가장 유력한 HBM 생산업체인 CXMT에 대한 장비 판매도 허용됐다"고 짚었다.

실제로 화웨이의 경우 반도체 생산기지 일부는 이번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화웨이의 생산기지 중 수출 제한 대상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제조 공장이 몇 개 있느냐는 질문에 미국 정부 관계자는 '이번 규제는 첨단 칩 생산에 대한 통제에 집중돼 있다'고만 답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가 자체적으로 짓고 있는 반도체 생산기지가 아니라 화웨이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칩과 AI 가속기 시리즈를 제조하고 있는 SMIC를 규제하는 데 집중한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CXMT에 대한 장비 수출 규제가 포함되지 않은 점도 의문을 남겼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CXMT는 오는 2026년 미국 마이크론을 제치고 D램 출하량 기준 업계 3위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CXMT는 규제 대상에 오른 HBM 제품의 구형 모델(HBM2)을 이미 양산하고 있다. 마이크론 등 미국 기업의 HBM 대중국 수출이 금지된 반면 중국 내에서 차세대 HBM 개발에 가장 앞서 있는 기업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다소 모순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 美 규제에 HBM·D램 모두 ‘먹구름’

업계는 CMXT가 수출 제한 명단에서 빠진 것은 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의 입김 때문으로 보고 있다. 그간 세계 3대 반도체 장비사로 꼽히는 미국 램리서치와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는 CXMT 등 중국의 대형 고객사를 잃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일방적인 대중 제재를 반대해 왔다.

그러나 2016년 설립된 CXMT는 범용 D램인 DDR(더블데이터레이트)4를 시장 가격보다 30%가량 저렴한 가격에 쏟아내며 D램 공급 과잉을 주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에 범용 제품을 수출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의 새로운 대중국 수출 규제를 비껴간 CXMT는 내년에도 중국 상하이에 신규 D램 제조공장을 건설해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협력사들과 구체적인 장비 공급 논의를 진행 중이며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설비투자에 나설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은 "미국이 원론적으로 CXMT의 저가 D램 기술이 국가 안보를 위협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당장 내년에는 규제가 없을 가능성이 높아 국내 메모리 경쟁사에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FDPR의 적용으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이번 수출 통제를 받게 된 점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HBM은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의 마이크론이 생산하고 있다. 이들 중 삼성전자만이 HBM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어 이번 조치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전량을 미국에 수출 중이며, 생산량이 미국 시장의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이번 통제로 당장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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