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中 보조금이 키운 산업 패권, 공급망 독점 심화
[딥폴리시] 中 보조금이 키운 산업 패권, 공급망 독점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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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보조금 지원, 경쟁 약화·의존 심화 전 공급망 장악 기반 영향력 확대 공정무역 회복 위한 균형 질서 필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신규 전기차 배터리의 약 75%, 태양광 모듈의 80%, 정제된 핵심 광물의 70%가 중국에서 생산됐다. 이러한 압도적 점유율 뒤에는 중국 정부의 대규모 산업 보조금이 자리한다. 저리 대출과 세제 혜택, 국가 지분 투자 등 제조업 전반에 걸친 지원이 확대된 결과다. 특히 중국의 보조금은 고소득 국가 평균을 웃돌며 생산 비용을 구조적으로 낮추는 재정 이전으로 기능한다. 이 같은 지원 체계는 해외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중국 공급업체에 대한 상업적 의존을 심화시켰다. 수출 확대를 목표로 설계된 정책이 이제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 구조적 우위로 굳어졌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정책 논의의 초점은 보조금으로 형성된 경제 권력 구조를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연쇄 보조금이 구축한 산업 생태계의 명암
중국 정책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보조금이 일반적인 산업 정책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설계 방식과 파급 범위에서는 차이가 뚜렷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중국 보조금의 절반 이상은 폴리실리콘 등 상류 부문에 집중돼 있으며, 이후 가치사슬 전반으로 확산되는 구조를 보인다. 원자재 단계에서 투입된 보조금은 웨이퍼 절단과 모듈 조립 등 후속 공정을 거치며 최종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린다. 개별 지원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단계별 누적을 통해 경쟁력 격차가 확대되는 방식이다. 이처럼 보조금이 연쇄적으로 작동하는 구조는 시장 원리보다 정책 지원에 의존하는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교역 상대국의 공급망을 구조적으로 취약하게 만든다.
이 같은 집중 구조의 위험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은 청정에너지에 필수적인 19개 전략 광물 정제 분야에서 평균 70%의 점유율을 확보했다. 특히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망은 98% 이상이 중국에 집중돼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작은 충격도 곧바로 가격과 공급의 변동성으로 이어진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은 2023년 초 중국 내 생산 조절만으로 알루미나 가격이 크게 흔들린 사례를 제시했다. 특정 국가에 의존한 공급망은 몇 달간의 생산 차질만으로도 글로벌 시장 전반에 충격을 확산시켰다.

공급망 독점이 부른 저가 혜택의 한계
이처럼 공급망이 특정 국가에 집중되면서 가격 하락 효과도 지역별로 엇갈리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중국 내 배터리 가격이 30% 낮아지는 동안 역외 시장에서는 9% 하락에 그쳤다. IEA는 지난해 중국의 배터리 팩 가격이 미국 대비 30%, 유럽 대비 35%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가격 격차는 시장 구조 변화로 이어졌다. 가격 경쟁에서 밀린 비중국 업체들이 시장에서 이탈하면서, 2020년 12개였던 주요 배터리 셀 업체는 2025년 5개로 줄었다. 경쟁 기반이 약해진 시장에서는 가격 인하 압력이 약화되고, 소비자에게 전달되던 비용 절감 효과도 제한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보조금에 기반한 지배력은 시장 구조 자체를 재편하며, 생산 축소와 산업 위축을 통해 고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구조적 안전장치의 필요성
보조금 영향이 노동시장과 지역 경제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대응 방식 역시 사후 조치에서 구조 개편으로 전환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복 관세만으로는 문제의 핵심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본다. 관세는 국경에서 가격 격차를 조정하는 데 그칠 뿐, 약화된 생산 기반을 복원하거나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상호 보복이 이어질 경우 교역 구조가 나뉘고 비용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크다.
이에 따라 수입 제품에 포함된 비상업적 금융 지원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미공개 시에는 추정치를 기준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러한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협정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국가 간 공조와 집행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적극적인 접근으로는 공공 조달 기준을 공급망 다변화와 연계하는 방안이 있다. 공공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핵심 부품을 복수 지역에서 조달하는 기업에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특정 국가를 배제하기보다 의존도를 낮추는 데 초점을 둔 접근이다. 실제로 호주는 재생에너지 입찰에 지역 생산 요건을 반영해 국내 산업과 고용을 함께 뒷받침했다.
국가 간 보조금 경쟁에 대응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공동 생산 역량에 대한 투자가 제시된다. 인도네시아의 양극재 정제나 인도의 웨이퍼 생산 시설을 공동으로 구축해 투자 위험을 분산하고 중복 투자를 줄이는 전략이다. 이러한 협력 모델은 투명한 계약 구조와 명확한 책임 규정을 바탕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국가 주도 방식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개방성과 회복력이 공존하는 네트워크
일각에서는 타국 보조금 덕분에 저렴한 제품을 이용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유리하다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이는 장기적 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해석이다. 공급망이 특정 국가에 집중된 상황에서 교란이 발생할 경우, 그 비용은 현재의 가격 이익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다.
핵심은 중국의 배제가 아니라 과도한 영향력의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특정 국가에 집중된 공급망 구조는 글로벌 시장 전반에 상시적인 불안을 남긴다. 따라서 정책 대응은 단순 규제를 넘어 구조 자체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한다. 각국 정부와 공공 조달 체계가 투명한 비용 기준과 회복력 중심의 원칙을 도입할 경우, 현재의 비대칭적 공급망도 점진적으로 균형을 회복하는 흐름으로 전환될 수 있다. 반대로 이러한 조정이 지연될 경우, 향후 위기는 지금의 집중 구조가 안고 있는 취약성을 다시 드러내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China Supply Chain Subsidies: Breaking the Grip on Global Trad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