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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유럽 생산성 정체, 문제는 혁신 부족 아닌 높은 비용 구조

[딥테크] 유럽 생산성 정체, 문제는 혁신 부족 아닌 높은 비용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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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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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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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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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생산성 정체 원인은 고비용 구조
공정 혁신에도 생산 해외 이전 지속
노동비용·규제 부담 완화가 생산성 회복 핵심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럽의 성장 정체를 논할 때 흔히 기업가 정신 부족을 근본 원인으로 지목한다.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창업가나 극적인 성공 사례가 드물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그러나 지표는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2024년 유럽연합(EU)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0.4% 증가에 그쳤고, 2023년에는 0.6% 감소했다. 반면 연금과 보험 등 사회 안전망 유지 비용은 전체 노동비용의 25% 수준에 이른다. 이는 노조, 규제 준수 등으로 인해 역내에서 생산 규모를 늘릴수록 수익성이 낮아지는 구조를 보여준다. 결국 유럽 생산성을 제약하는 핵심은 혁신 자체가 아니라, 이를 대규모 생산으로 이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확장 비용에 있다.

유럽의 혁신이 저평가되는 이유

유럽 성장 논의의 출발점에는 ‘조용한 진전’을 혁신 부재로 보는 시각이 자리한다. 성숙 단계에 들어선 유럽 경제는 눈에 띄는 창업가나 화제성 있는 성공 사례 없이도 공학 역량과 공급망 관리, 기존 산업의 점진적 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축적해 왔다. 2024년 유럽특허청(EPO)에 접수된 특허는 20만 건에 달했고, 경기 둔화 국면에서도 출원은 소폭 증가했다. 기업 연구개발(R&D) 지출 역시 국내총생산(GDP) 대비 1.49% 수준을 유지하는 흐름을 보였다. 유럽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출하기보다 기존 기술을 정교하게 다듬고 현장에 적용하는 데 강점을 보인다. 다만 이러한 축적형 혁신은 미국식 스타트업 중심 서사에 가려지면서 정체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인식의 차이는 정책 판단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재 부족이 원인이라면 연구 기반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흐름은 다르다. 2016년부터 2023년 사이 EU 내 인공지능(AI) 인력 비중은 두 배 이상 확대돼 전체 노동력의 0.41% 수준에 도달했다. 기술 수용 속도 역시 뒤처지지 않는다. 문제는 기술을 개발하는 역량과 이를 통해 수익을 확보하는 구조가 분리돼 있다는 점이다. 2023년 유럽에서 출원된 특허의 57%가 역외 기업과 발명가에 의해 제출됐다는 사실은, 기술의 활용과 수익 창출의 중심이 유럽 밖에 형성되는 경우가 적지 않음을 방증한다.

주: 공정 혁신은 최근 들어 가파르게 증가하며, 효율 개선이 최근 본격화된 변화임을 보여준다.

생산 기반 유출과 비용 구조의 한계

이 같은 구조는 생산 단계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유럽 기업들은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운영 효율을 높이고 기술을 축적해 왔지만, 노동집약적 대량 생산 단계에서는 해외 이전을 선택해 왔다. 2024년 기준 중국은 EU 역외 수입의 21%를 차지했고, 대중국 상품 무역 적자는 3,045억 유로(약 535조2,100억원)에 달했다. 고부가가치 설계는 유럽에 남겨두고, 실제 부가가치가 크게 발생하는 생산 공정은 외부에 맡기는 구조가 고착된 결과다.

노동비용은 이러한 흐름을 설명하는 핵심 요인이다. 2024년 산업 부문 평균 시간당 노동비용은 33.9유로(약 5만9,600원)에 이르며, 일부 국가는 이를 크게 웃돈다. 이 가운데 연금과 보험 등 사회 안전망 유지 비용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구조다. 이러한 비용 구조는 투자 수익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생산성 향상은 대규모 반복 공정과 비용에 민감한 생산 현장에서 주로 나타난다. 그러나 공장이 해외로 이동하면 현장에서 축적되던 학습 효과와 공정 혁신 역량도 함께 빠져나간다. 결국 운영 역량이 축적되는 위치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데, 유럽은 그 기반이 점차 외부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인다.

주: 기초 공정 혁신은 시간이 지날수록 수익이 누적되며 꾸준히 늘어나는 반면, 단순 비용 절감 효과는 점차 제한되는 모습을 보인다.

사회적 타협 속 생산 비용 부담 완화

생산에 수반되는 비용을 낮추는 조치가 곧 사회 시스템의 약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신규 고용에 대한 세금 부담 완화, 자동화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현실적인 정책 수단은 이미 제시돼 있다. 핵심은 노동권을 유지하면서도 생산 시설이 역내에 남도록 기업의 실제 비용 부담을 낮추는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AI 도입 효과도 이러한 방향성을 뒷받침한다. 유럽 기업 1만2,000곳을 분석한 결과 AI 도입 시 노동생산성은 약 4% 상승했고, 고용 감소는 확인되지 않았다. 효율 개선이 노동당 산출 증가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 셈이다. 다만 기술 활용에 그치고 데이터와 인프라를 함께 확보하지 못할 경우, 플랫폼 주도권과 초과 이익은 다시 외부로 이전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유럽이 직면한 과제는 정책 선택의 문제로 수렴된다. 노동 보호라는 가치를 유지해야 하지만, 높은 비용과 복잡한 규제를 안은 채 미국식 성장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최근 5년 기준 생산성 증가율이 미국은 6.7%인 반면 유로존은 0.9%에 그친 점이 이를 보여준다. 해법은 노동권을 약화시키는 데 있지 않다. 생산에 수반되는 세금과 규제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 내재된 효율을 실제 생산 수익으로 연결하는 비용 구조를 갖추는 것이 유럽 생산성 회복의 선결 과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Europe’s Quiet Efficiency Model: Why Labour Costs, Not a Lack of Innovation, Hold Back Growth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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