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돈로주의] 윤곽 드러난 美 종전 플랜, 호르무즈 봉쇄된 채 일방적 ‘발 빼기’ 시작

[돈로주의] 윤곽 드러난 美 종전 플랜, 호르무즈 봉쇄된 채 일방적 ‘발 빼기’ 시작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협상에 구애받지 않고 손 떼는 ‘셀프 종전’ 
트럼프 “내 유일한 목표 이미 달성”
호르무즈 개방은 각국이, 전쟁 비용은 중동 국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 서명식을 진행한 뒤 취재진에 발언하고 있다/사진=백악관

이란 전쟁이 발발 32일 만에 종전을 향한 출구에 진입했다. 미국은 핵 시설 타격과 군사 인프라 무력화를 통해 핵심 목표를 이미 달성했다는 판단 아래 전쟁 지속의 명분을 축소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동시에 ‘합의 없는 종전’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협상 구조를 일방적으로 재편하는 등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이는 군사적 성과를 외교적 우위로 전환하려는 전형적인 트럼프식 협상 전략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2~3주 내 이란 전쟁 철수, 합의 필요 없다

31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곧 철수할 것(We‘ll be leaving very soon)”이라고 밝혔다. 철수 시점에 대해서는 “2~3주 이내로 예상한다”고 했다. 그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는 것이 내 유일한 목표였고, 그 목표는 달성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란이 가진 핵무기 관련 모든 것을 완전히 제거할 것”이라며 “임무 완수에는 2주 이내, 혹은 그보다 며칠 더 걸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종식하겠단 의도를 가장 명확하게 드러낸 발언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합의가 없더라도 미국이 일방적으로 ‘전쟁의 끝’을 선언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 나온다면 좋겠지만 합의가 있든 없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Whether we have a deal or not, it is irrelevant)”며 “우리는 떠날 것이고 상관 없는 문제”라고 했다. 미국과 이란이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합의가 전쟁 종식의 조건은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어 철수 명분에 대해선 “그들이 오랫동안 석기시대(the stone ages)에 머물러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될 때 우리는 철수할 것”이라며 “이란은 앞으로 수년 동안 핵무기를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지도부를 두 차례 제거했다고 거듭 주장하며, 현재 협상을 벌이는 지도부에 대해선 “이전과 매우 다르고 훨씬 더 합리적이며 급진적이지 않은 사람들이다. 우리가 그들을 크게 후퇴시켰기 때문에 그들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든 안 나오든 상관 없다”고 했다.

이란 군ㆍ미사일 전력 약화 등 전략적 목표 완수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 종전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발신하는 배경에는 미국이 확보한 군사적 성과가 자리한다. 이란 지도부 제거와 핵 시설 파괴, 주요 군사 인프라 타격 등을 연속적으로 달성하면서 미국은 전쟁 지속의 필요성을 스스로 축소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했다. 미군이 핵시설이 위치한 이스파한의 탄약 저장고에 907kg급 벙커버스터 폭탄을 투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스파한은 이란의 주요 핵시설이 밀집한 지역으로, 핵 인프라 인근을 직접 타격했다는 점에서 이란의 군사력 자체를 크게 무력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타격 다음날인 31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펜타곤 브리핑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더욱 강도 높은 군사행동이 이어질 것”이라며 “우리는 폭탄으로 협상한다”는 초강수 메시지까지 던졌다. 그는 이란의 미사일 공격 능력이 아직 유지되고 있으나 충분히 요격 가능하며, 최근 공격 횟수의 감소와 이란 군 내부의 사기 저하 징후가 포착됐다고 주장하며 심리전도 병행했다.

같은 자리에서 댄 케인 합참의장은 “30일간 1만1,000개 이상의 목표를 타격하고 B-52 전략폭격기 임무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미군이 이란의 미사일, 드론, 해군 전력의 물류 및 공급망 차단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은 협상 구도를 본질적으로 미국 우위 구조로 고착시키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미 육군 최정예 제82공수사단을 이란에 집결시킨 것도 최대한의 압박으로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낙하산을 이용해 적 후방에 침투하도록 훈련받는 82공수사단은 미국이 분쟁 지역에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는 정예 병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병력을 통해 이란의 핵심 인프라를 모두 파괴하겠다고 경고했다. 여기엔 모든 발전소와 유전, 하르그섬, 그리고 담수화 시설까지 포함돼 있다. 이란의 '돈줄'인 석유는 물론, 전기와 식수까지 끊겠다는 것으로, 국가 기능 자체를 무너뜨리겠다는 초강경 메시지다. 특히 수천 명의 정예 병력이 공중을 통해 내륙 핵심부로 직접 침투하는 시나리오는 이란 대공 방어망의 한계를 시험대에 올려놓을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 미국과는 상관 없는 일”

트럼프 대통령은 조기 철수를 위해 이란이 미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서도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애초 호르무즈 해협은 미국의 목표와 아무 상관이 없었다는 논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은 우리와 아무 관련이 없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2~3주 내로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의 군사 작전으로 호르무즈 해협은 이미 안전해졌다면서 “프랑스나 다른 나라가 석유나 가스를 얻고 싶다면 알아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신들은 스스로 싸우는 법을 배우기 시작해야 한다"면서 "당신들이 우리를 위해 그곳에 있지 않았듯이, 미국도 더 이상 당신들을 돕기 위해 그곳에 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사실상 초토화(decimated)됐고, 어려운 부분은 끝났다. 가서 당신들의 석유를 직접 확보하라"라고 덧붙였다. 헤그세스 장관도 “호르무즈 해협 수로를 확보하는 것은 미국만의 책임이 아니다”라며 “전 세계 여러 나라가 역할을 확대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강제로 개방하는 작전이 진행되면 군사작전 기간이 당초 설정한 4~6주를 넘길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국이 △이란 해군력과 미사일 전력을 약화하는 핵심목표를 달성한 뒤 △현재의 군사충돌을 정리하고 △외교적 압박을 통해 해상교역 정상화를 유도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란 설명이다. 또한 미국은 외교적 접근에 실패할 경우 유럽과 걸프지역 동맹국들이 해협의 재개방을 주도하도록 압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비용 청구서를 들여다 보고 있는 것도 종전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30일 오후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랍 국가들에 전쟁 비용을 부담하도록 요청하는 데 꽤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대통령이 가진 아이디어 중 하나”라며 향후 관련 발언이 나올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1991년 걸프전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전쟁 비용을 부담했던 전례를 염두에 둔 구상으로 해석된다. 다만 미군 기지가 있는 아랍국 상당수도 이란의 보복으로 상당한 피해를 봤기 때문에 비용 분담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미지수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