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中 전략적 오판, 日 다카이치의 정치적 반사이익만 키웠다
[딥폴리시] 中 전략적 오판, 日 다카이치의 정치적 반사이익만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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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경제 압박, 정치 지지 확대 계기 대일 제재가 안보 위협 인식으로 전환 공급망 다변화·군비 확장 등 정책 변화 가속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중국의 대만 공격 시 자위대를 동원해 대응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자, 중국 정부는 일본 여행 자제 권고와 수산물 수입 금지, 핵심 소재 수출 통제 등 제재 조치를 잇달아 발표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경제적 압박이 가시화되자 일본 지도부가 취약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뒤따랐지만, 흐름은 예상과 달랐다. 다카이치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흔들리기는커녕 오히려 더 강화됐다.
이 변화는 선거 결과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올해 2월 총선에서 여당은 중의원 465석 가운데 316석을 확보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중국의 경제적 압박은 외교적 수단으로서의 효과를 약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압박 대상이었던 지도자에게 정치적 동력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압박이 거세질수록 다카이치 총리는 중국을 ‘강압적 행위자’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의 근거를 축적하고 있다.
외부 압박이 촉발한 안보 인식 변화
중국의 판단 착오는 경제적 압박이 일본 정부만 겨냥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외부 충격이 유권자와 기업, 여론 전반으로 확산된다. 일본에서는 중국의 제재 조치가 단순한 무역 갈등을 넘어, 총리 발언을 겨냥한 공개적 압박이자 주권 문제로 받아들여졌다.
이 인식 변화는 사안을 해석하는 기준 자체를 바꿨다. 무역 마찰이 협상 대상이었다면, 공급망 차단과 이동 제한은 안보 위협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다카이치 총리는 갈등을 키운 인물이 아니라, 중국의 의도를 선제적으로 짚어낸 지도자로 재평가됐다.
여론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대만 유사시 무력 개입 발언 이후 내각 지지율은 69.9%까지 올랐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 지지는 48.8%, 방위비 확대 찬성은 60.4%로 집계됐다. 국내 논란 속에서도 이달 지지율이 59.3%를 유지한 점은, 이러한 흐름이 일시적 반응에 그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응답자의 68%가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자국의 최대 안보 위협으로 지목한 상황에서 중국의 반발은 오히려 다카이치 총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작용했다.

대중 의존 약화와 정책 방향 전환
일본의 대중 무역 의존도가 높다는 사실도 정치적 결집 앞에서는 영향력이 제한적이었다. 2024년 양국 교역 규모는 44조2,000억 엔(약 415조원)에 달했고, 3만1,000개 이상의 일본 기업이 중국에 진출해 있다. 기업들은 관계 악화에 따른 타격을 우려했지만, 이 같은 인식은 온건 노선으로 돌아가는 방향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대신 보호 조치 강화와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을 지지하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중국 의존이 구조적 위험 요인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정책의 중심도 이동했다. 협력 확대보다 회복력 확보를 우선하는 접근이 힘을 얻었다. 실제로 올해 1월 일본을 찾은 중국인 입국자는 전년 대비 61% 감소했지만, 이 충격은 정책 후퇴로 직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일정 수준의 경제적 타격은 위기의식을 자극하며 강경 노선에 힘을 보탰다. 여당의 316석 확보 역시 이런 흐름 속에서 만들어진 결과로 평가된다.

경제적 압박이 부른 정책 전환 가속
중국의 공세는 오히려 중국이 경계하던 방향으로 일본의 정책 변화를 자극했다.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를 2% 수준까지 확대하는 계획을 확정했고, 올해 국방 예산도 9조 엔(약 8조4,560억원)을 넘어섰다. 공급망 안정과 경제 안보 강화, 핵심 광물 확보를 축으로 한 전략적 자립은 이제 일본 정책의 기본 방향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중국이 희토류 공급 차단과 같은 강도 높은 조치를 단행할 경우 일본 경제에 부담이 커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다만 이 같은 압박이 정치적 성과로 직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일본 내부에서는 탈중국 전략을 더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가 안보 우려를 키우고 지도자 지지로 연결됐던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경제적 손실보다 위협 인식과 결집 심리가 더 빠르게 작동한 결과다. 민주주의 정치에서는 이러한 반응이 정책 방향을 좌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대일 제재는 다카이치 총리에게 정치적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무역 제재와 수출 통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긴장 완화를 위한 출구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일본의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완화)과 동맹 강화, 군비 확장 흐름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적 압박이 강경 노선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작동하는 구조가 고착될 경우, 양국 간 긴장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How China Economic Coercion Became Takaichi’s Strongest Campaign Asset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