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MEMO] AI발 고용 충격, 차이나 쇼크와는 다른 양상
[AI MEMO] AI발 고용 충격, 차이나 쇼크와는 다른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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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지표의 침묵, 폭풍 전야의 노동시장 국내 생산성 유지하며 인력만 대체 무너진 경력 사다리, 교육만으론 역부족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이 가져올 노동시장 변화는 예상보다 조용히 진행되는 양상이다. 글로벌 기업 고위 임원 5,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현재까지 AI가 고용과 생산성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문 것으로 파악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AI의 생산성 기여도가 아직까지 크지 않아 임금과 고용으로 이어지는 파급력도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다만 안정세를 낙관하기는 이르다. 고용과 생산성 지표의 변화가 제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기술 도입과 조직 재편 사이에서 발생하는 시차가 만들어낸 일시적 국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을 일종의 과도기로 보며, 기업이 초기 적용 단계를 넘어 인력 구조 재편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노동시장에 상당한 충격이 뒤따를 가능성을 제기한다.
차이나 쇼크와 AI 고용 변화의 차이
AI가 만들어내는 고용 변화는 과거 제조업 오프쇼어링(해외 생산기지 이전)과 전개 방식에서부터 차이를 보인다. 중국발 무역 충격과 AI 확산은 모두 생산성 개선과 맞물려 나타났지만,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서로 다르다.
차이나 쇼크는 생산 시설을 해외로 이전해 비용을 낮추는 방식으로 전개됐다. 그 결과 소비자는 낮은 가격 혜택을 얻었지만, 국내 제조업 부문에서는 일자리 감소와 지역 경제 위축이 동시에 나타났다. 1990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 제조업 일자리 감소분의 절반이 중국 수입 경쟁에 기인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공장 폐쇄와 함께 공급망이 해외로 이동하면서 지역 전반의 경제 활력이 떨어졌다. 생산 거점 이동이 고용 감소와 지역 경기 둔화로 연결되는 흐름이 형성된 셈이다.
그러나 AI 확산에 따른 고용 변화는 생산의 위치를 바꾸지 않는다. 기업 내부에서 업무 방식이 재편되며 인력 수요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나타난다. 물류 분야에서는 수요 예측과 운영 관리가 소프트웨어로 대체되며 인력이 축소되고, 법률·행정 영역에서도 반복적 문서 업무가 자동화되면서 인력 수요가 감소하는 추세가 확인된다. 같은 지역과 조직 안에서 생산성은 높아지는 반면, 고용은 줄어드는 구조라는 점에서 차이가 뚜렷하다.
생산성은 앞서고 고용은 뒤따르는 구조
AI 확산 과정에서는 기업과 노동시장에 나타나는 변화의 속도가 다르게 전개된다. 기업은 비교적 이른 시점부터 생산성 개선 효과를 확보하고, 고용 조정은 일정한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2023년 말 기준 미국 기업의 AI 활용률은 4%를 밑도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개인 단위에서는 확산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미 성인 인구 상당수가 업무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한 경험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변화는 조직 운영 방식이 재편되는 시점에서 명확해진다. AI를 1년 이상 도입한 기업에서는 생산성이 11.5% 증가한 반면 직원 수는 4%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숙련도가 낮은 초급 단계 일자리부터 감소하는 흐름이 확인된다. 생산성 개선의 성과는 기업에 빠르게 축적되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대응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구조적 실직 확대 교육만으로는 한계
이처럼 기업이 인력 효율화를 통해 성과를 내기 시작한 상황에서, AI로 인한 고용 변화를 단순한 교육 문제로 접근하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다. 인적 자본의 질을 높이겠다는 방향 자체는 필요하지만, 현재 변화는 기술 숙련도를 넘어 노동 수요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OECD 분석에 따르면 AI 영향을 받는 직무 상당수는 고도의 기술 역량을 요구하지 않는다. 핵심은 AI 결과를 이해하고 검증하며 기존 지식과 결합해 활용하는 능력이다. 그러나 교육 시스템은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에서 AI 관련 교육 과정 비중은 0.3%에서 5.5% 수준에 머문다. 기본적인 활용 역량조차 널리 확산되지 못한 상태다.
더 큰 문제는 교육만으로 대응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일자리 자체가 줄어드는 환경에서는 교육이 새로운 진입 기회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과거에는 단순 업무를 수행하며 경험을 쌓는 경로가 존재했지만, AI 확산으로 이 진입 단계가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법률·금융·행정 등 전문직에서도 반복적 초급 업무가 줄어들면서 신입 인력이 실무 경험을 축적할 기회가 점차 줄어든다.
선제적 정책 설계 필요
정책 당국은 이제 기술 혁신이 부를 창출하면 고용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차이나 쇼크 당시 실업률이 10년 이상 회복되지 못한 경험은 시장의 자율 조정만으로는 충격을 흡수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AI로 인한 변화는 범위와 속도 모두에서 과거보다 훨씬 넓고 빠르게 전개되는 모습이다.
그런 만큼 대응 역시 AI 전환에 대응한 직무 재교육에만 머물러서는 부족하다. 임금 보험과 전환기 소득 지원, 청년층 고용 보조금 등 직접적인 소득 안정 장치를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기업이 AI 도입 과정에서 인력 조정과 그 영향을 일정 수준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도 요구된다.
AI 고용 변화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분배와 협상력의 문제다. 국가 경제 지표가 개선되더라도 노동 기회가 축소되는 이중 구조를 막기 위해서는, 생산성의 성과가 노동자의 안정성과 함께 작동하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AI Job Shock Will Be Harder to Absorb Than the China Shock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