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에 미래 건다던 테슬라, 양산 일정부터 흔들리며 시장 신뢰에 균열
휴머노이드에 미래 건다던 테슬라, 양산 일정부터 흔들리며 시장 신뢰에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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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양산 기대와 현실 간 격차 확대
AI 칩 포함 핵심 부품 외부 의존 구조
정밀 작업 등 핵심 기술 아직 미완성

테슬라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자사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내세우며 대규모 양산 계획을 제시했지만, 최근 생산 일정에 차질이 예상되는 등 중장기 청사진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연간 100만 대 생산과 가격 인하 목표 등 공격적인 계획이 쏟아진 가운데, 실제 양산 속도와 시점 사이 간극이 선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여기에 핵심 반도체 공급 일정 변수와 설계 완성도 문제까지 겹치며 테슬라의 신사업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은 갈수록 확대되는 흐름이다.
‘기능적 절제술’ 가능성 제기
22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투자 전문 매체 바차트(Barchart)에 따르면 연내 옵티머스 대량 생산 계획에 적신호가 들어오면서 테슬라의 차세대 성장 동력도 약화할 위기에 처했다. 매체는 “많은 투자자가 ‘AI 로봇 기업’으로서 테슬라의 미래 가치에 베팅했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아짐에 따라 주가 향방마저 불확실한 실정”이라고 짚었다. 그에 대한 근거로는 실적 악화를 꼽았다. 테슬라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8% 감소한 948억 달러(약 142조원)에 그쳤고, 영업이익 역시 1년 사이 38.1% 급락했다.
앞서 테슬라는 지난 1월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 자리에서 1분기 내 3세대 옵티머스를 공개할 계획을 밝히며 해당 모델이 자사 휴머노이드 로봇의 첫 양산형 제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옵티머스는 최초 원리(First Principle·퍼스트 프린서플)에 따라 처음부터 재설계됐으며, 인간의 행동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기술을 학습할 수 있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연간 생산량을 100만 대로 예상하며 대량 양산 체제를 전제로 한 사업 확장 구상을 알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역시 시장의 기대를 자극하기 위한 발언을 연이어 내놨다. 그는 비슷한 시기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 “2027년께에는 옵티머스가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현재 대당 10만 달러(약 1억5,000만원)에 육박하는 로봇 제조 원가를 대량 양산을 통해 장기적으로 2만 달러(약 3,000만원) 수준까지 낮추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이어진 주주총회에서도 머스크 CEO는 “옵티머스가 빈곤을 종식시킬 수 있다”는 발언으로 활용 가능성의 무한 확장을 예고했다.
그러나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바차트는 “테슬라는 3세대 옵티머스 양산 시점에 로봇의 지능을 강제로 낮추는, 이른바 ‘기능적 절제술’을 단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배터리 소모와 발열 등 휴머노이드 로봇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정교한 작업 기능을 삭제하고, 평평한 공장 바닥에서 물건을 옮기는 수준의 단순 반복용 로봇으로 출시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어 “(테슬라가) 혁신적인 안드로이드를 예고했지만, 실제로는 성능이 제한된 ‘고가의 기계’를 내놓을 공산이 크다”고 결론냈다.
부품 공급 지연, 사업 일정에 영향
핵심 반도체 등 공급망 리스크도 테슬라의 야심 찬 계획에 불확실성을 더한다. 특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협력사인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 양산 일정이 변수로 떠오르면서 차세대 인공지능(AI) 및 자율주행 반도체 ‘AI6’ 생산 계획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 13일 전기차 전문지 일렉트렉은 삼성전자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서 2나노 반도체 양산이 지연될 수 있다는 일부 매체 보도를 근거로 “AI6 생산 시점이 기존 전망보다 약 6개월 늦춰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3세대 옵티머스 양산 개시도 2027년 말 전후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반도체 일정 지연은 곧바로 테슬라 신사업 전개 속도와 연결된다. AI6은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 로봇에 공통 적용되는 핵심 부품으로, 양산 시점이 늦어질 경우 두 사업의 상용화 일정 역시 동시에 조정될 수밖에 없다. 특히 테슬라는 기존 전기차 사업을 축소하며 로봇과 자율주행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 있어 핵심 반도체 확보 시점이 전체 전략 실행의 선결 조건으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부품 공급 지연이 곧 사업 일정 지연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과거 사례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테슬라는 이전 세대 반도체인 AI5 양산 계획에서도 차질을 겪은 경험이 있다. 지난해 AI5 설계를 마무리했다고 발표했지만 곧바로 이를 번복했고, 이후로도 차세대 칩 전환 일정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일렉트렉은 “테슬라가 새 반도체 상용화 목표 시점을 공격적으로 제시한 뒤 이를 미루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이는 일종의 패턴처럼 반복되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일정 제시와 실제 생산 간 간극이 반복되면서 테슬라가 제시하는 신사업 일정의 신뢰도에도 의문부호가 붙는 상황이다.

설계 난이도 및 물리적 제약 부각
최근에는 설계를 비롯한 기술 완성도에서도 허점이 확인되며 테슬라 내부의 한계 또한 노출됐다. 가장 직접적으로 확인되는 병목은 휴머노이드의 핵심 동작을 구현하는 하드웨어 설계 난도다. 머스크 CEO도 “로봇 손과 팔뚝(전완) 구현이 가장 큰 엔지니어링 난제”라고 이를 인정했다. 인간의 손은 27개 이상의 자유도를 가진 복잡한 구조로 이뤄져 있는데, 이를 로봇에 옮기려면 1만 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전체 몸체 안에서 정밀도와 내구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전기차처럼 이미 규격화된 부품과 공정이 축적된 산업과 달리 휴머노이드는 손과 팔, 관절 구동계를 포함한 핵심 기구 자체가 아직 안정적인 표준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설계 문제는 부품 체계의 미성숙과도 맞물린다. 현재 시장에는 옵티머스에 적합한 기성 액추에이터(구동 장치)나 전력 제어 장치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테슬라가 모터와 기어박스를 처음부터 새로 설계하는 방향으로 접근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대량 양산과 품질 검증 체계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핵심 부품이 규격품으로 정착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설계 변경이 곧 생산 조건 변경으로 이어지고, 생산 조건 변경은 다시 검증 일정 전체를 흔들 수밖에 없다.
물리 법칙이 부과하는 제약도 분명하다. 소파에 앉기처럼 인간에게는 쉬운 동작이 로봇에게는 수학적 재앙이 되는 ‘모라베크의 역설’은 범용 휴머노이드가 왜 여전히 높은 장벽에 가로막혀 있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로봇이 인간 수준의 실시간 물리 연산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수 킬로와트(kW)에 달하는 열이 발생하고, 이를 제어하지 못하면 내부 온도 상승으로 프레임 변형과 오작동 위험이 커진다. 배터리 문제도 마찬가지다. 인간과 비슷한 체구에 탑재 가능한 배터리 용량은 최대 3kWh에 불과한데, 고성능 연산과 모터 구동 환경에서는 실제 작동 시간이 1시간 미만으로 짧아질 공산이 크다.
이 같은 한계는 이미 생산 목표와 조직 운영에도 흔적을 남겼다. 내부 관계자에 의하면 테슬라는 지난 한 해 동안 당초 목표였던 옵티머스 1만 대 생산량에 크게 못 미치는 수백 대 생산에 그치며 제조 병목을 드러냈다. 이렇게 완성돼 공장에 투입된 시제품의 업무 효율 역시 인간 노동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됐으며, 무리한 양산이 리콜 비용과 가동 중단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 또한 줄을 잇는 상황이다. 여기에 관련 프로젝트를 총괄하던 밀란 코바치 부사장이 지난해 6월 전격 퇴사한 사건까지 겹치면서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양산 계획의 연속성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커지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