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확장 vs 환경 보존 가치 충돌” 우주 데이터센터의 빛과 그림자, 기업 독점 탈피가 열쇠
“AI 인프라 확장 vs 환경 보존 가치 충돌” 우주 데이터센터의 빛과 그림자, 기업 독점 탈피가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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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데이터센터 구상 속 밤하늘 훼손 논쟁 부상 에너지 활용 가능성에도 발열·충돌·대기오염 리스크 병존 글로벌 공조 기반 인프라 거버넌스 구축 필요성 대두

지구 저궤도를 연산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이 구체화되면서 밤하늘을 둘러싼 논란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빅테크는 전력·냉각 한계를 돌파할 해법으로 우주 데이터센터를 제시하고 있지만, 천문학계는 관측 환경 훼손과 공동 유산 침식을 근거로 강한 제동을 걸고 있다. 논쟁의 축이 기술 실현 가능성에서 공공성 확보와 이익 배분 구조로 이동하는 가운데, 글로벌 공조 체계 구축이 향후 사회적 수용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천문학계 “인류 유산 위협” 반발
23일(현지시각) 우주 전문 매체 스페이스닷컴(Space.com)에 따르면, 영국 왕립천문학회(RAS)와 유럽남방천문대(ESO)를 포함한 글로벌 주요 연구 기관들은 스페이스X의 '우주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와 스타트업 리플렉트 오비탈(Reflect Orbital)의 '궤도 거울 설치안'에 대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공식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지난 1월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는 "AI의 잠재력을 완전히 끌어내려면 전력 소비가 극심한 컴퓨팅 인프라를 우주로 옮겨야 한다"며 100만 기 규모의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을 공식화했고, 전직 스페이스X 인턴 출신인 벤 노왁이 설립한 리플렉트 오비탈은 폭 55m 크기의 대형 거울 5만 기를 저궤도에 배치해 지상 태양광 발전소로 빛을 쏘아 올리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천문학계는 수백만 개의 인공 구조물이 저궤도를 점령할 경우, 인류가 수백만 년간 유지해 온 밤하늘의 가시성이 근본적으로 훼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학계가 정조준한 지점은 밤하늘의 인위적인 밝기 변화다. 로버트 매시 영국 왕립천문학회 부국장은 "거울들이 직접 빛을 반사하면 보름달보다 여러 배 더 밝게 보일 것"이라며 "이는 인류 문화유산의 핵심을 파괴하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학계는 거울 5만 기가 궤도를 메울 경우 지구 전체 하늘의 밝기가 현재보다 최대 3배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빛 공해가 없는 오지의 '다크 스카이(Dark Sky)' 보호구역조차 사라지게 해, 사실상 지구상에서 완벽한 어둠을 찾기 어렵게 만든다는 게 학계 지적이다.

청정 에너지와 냉각 비용 절감 장점
빅테크 기업들이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을 마련해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은 우주 공간이 주는 잠재적 가능성 때문이다. 구글은 2027년 초 프로토타입 2기를 발사할 예정이고, 스타클라우드는 엔비디아 H100 GPU(그래픽 처리장치)를 탑재한 위성을 발사해 구글의 AI 모델을 우주에서 구동하는 실증에 나설 계획이다. 스타클라우드는 궁극적으로 가로, 세로 4킬로미터 규모의 초대형 태양광 패널을 장착한 5기가와트(GW)급 데이터센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의 움직임도 발 빠르다. 중국은 지난해 5월 이미 AI 연산 기능을 갖춘 위성 12기를 발사했고, 최종적으로 2,800기의 위성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의 어센드(ASCEND) 프로젝트는 연구 끝에 우주 데이터센터가 실행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2036년까지 10메가와트(MW)급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고, 2050년까지 1기가와트 서비스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일본에서도 통신사 NTT와 위성기업 스카바JSAT가 합작사 ‘스페이스 컴파스’를 설립해 우주 통합 컴퓨팅 사업을 추진 중이다.
우주 데이터센터의 가장 큰 장점은 무한에 가까운 청정 에너지다. 지상의 태양광 발전은 밤과 구름, 계절에 따라 효율이 크게 달라지지만 대기권 밖 우주 궤도에서는 24시간 내내 강렬한 태양광을 받을 수 있다. 구글의 분석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은 지상 대비 최대 8배 효율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AI 시대의 데이터센터가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상황에서, 이는 매력적인 해결책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연간 1,000테라와트시(TWh)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일본의 연간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규모다.
우주에선 데이터센터를 식히기 위해 수천 톤의 물을 쓸 필요도 없다. 우주는 영하 270도에 가까운 극저온의 공간이다. 이를 잘만 활용하면 공간 자체를 거대한 냉각장치로 쓸 수 있다. 복사 냉각 방식을 통해 막대한 냉각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는 의미다. 냉각수 배출로 인한 환경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유럽이 어센드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이유도 1,000개 이상의 데이터센터 블록을 우주에 배치해 기후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필요한 부지확보와 건축허가, 환경평가, 주민동의 등 복잡한 절차를 무시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지속 가능성 위한 글로벌 공조 체계 필요
다만 현실적으로 우주 데이터센터가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먼저 데이터센터 발열 제어가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된다. 진공 상태인 우주 공간은 마치 보온병처럼 열을 내부에 가둬버릴 수 있다. 적외선으로 열을 방출해 냉각하는 방식이 거론되지만 아직까진 국제우주정거장(ISS) 등 소규모 시설 외에는 적용된 적이 없다.
지구 저궤도가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는 점도 논란을 야기한다. 스페이스X가 지구 저궤도에 올린 위성만 9,000기가 넘고, 중국도 자체 규격 위성을 수천 기 쏘아 올린 상태다. 아무리 우주 공간이 넓다고 하지만 어렵게 쏘아올린 우주 데이터센터가 다른 위성과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충돌로 인한 우주 잔해물도 문제로 지적된다.
환경 영향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성 교체 주기를 고려하면 약 3분마다 노후 위성 하나가 대기권에서 소멸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 과정에서 산화알루미늄이나 리튬과 같은 물질이 상층 대기에 축적될 수 있으며 오존층 손상이나 기후 영향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는 하루 평균 약 3개의 위성 또는 로켓 잔해가 대기권에서 소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대규모 위성군이 구축되면 발사 횟수 증가와 함께 대기 오염도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된 밤하늘 파괴 우려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
그럼에도 글로벌 동향을 보면 우주 데이터센터 상용화는 이미 예고된 미래로 받아들여진다. 전문가들은 인류 공동 자산인 우주와 지구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공조 모델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가와 기업이 공동으로 투자해 궤도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공공 통신망 형태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한 경제학자는 “우주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각종 우려는 특정 사기업 주도의 사업 구조에서 비롯된 측면이 큰 만큼, 개별 기업이 독점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국가와 주요 기업들이 공동으로 재원을 출자해 글로벌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향이 보다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며 “국제적 공조 체계가 정립될 경우 수익 배분 구조의 정당성이 확보되면서 공공성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 역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