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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시장 한파, 삼성전자·SK하이닉스 설비투자 ‘재정비’에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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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설비→공정 전환’ 투자 전략 변경
대만 TSMC, 시설 등에 53조원 투입 전망
대중국 수출 규제 여파, 반도체 시장 ‘혹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년 설비투자 전략을 신규 장비 반입에서 기존 장비 업그레이드로 변경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수요가 급증한 데 따른 결정으로, 내년 반도체 시장 수급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만 TSMC만이 내년 대규모 설비투자를 앞둔 가운데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실적 악화와 이에 따른 비용 감축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D램 공정 전환 및 HBM 생산능력 증설에 집중

21일 업계에 따르면 2025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설비투자(메모리) 규모는 각각 약 35조원, 약 19조원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대부분의 투자가 D램 공정 전환 투자 및 HBM 생산능력 증설에 집중된다. 이들 기업은 앞서 올 3분기 실적 발표 및 컨퍼런스콜 자리에서 레거시(구형) D램 비중을 낮추고 선단 공정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강조한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내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선단 공정 D램(10나노 5세대·1b) 비중은 20~30%, 10나노 4세대(1a)는 약 30% 수준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내년 양산을 앞둔 10나노 6세대(1c) D램 비중을 감안하면 고성능 D램의 비중은 약 7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첨단 D램의 경우 구형 공정과 비교해 수율과 공정 스텝수가 많아 짧은 시일 내 생산량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b D램 웨이퍼 투입량 대비 출하량이 기존 구형 공정과 비교해 30%가량 낮은 수준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또 내년 양산이 시작되는 1c D램 역시 공정 복잡성 증가를 이유로 70% 이상의 수율을 달성하는 데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핵심 장비들에 대한 재정비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HBM 생산에 사용되는 1a, 1b D램의 경우 시장 내 경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설계 보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D램 경쟁력이 위협받기 시작한 건 1b D램부터였는데, 이에 대해 삼성 내부적으로 프로세스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노광장비를 비롯해 화학물질, 테스트 등 많은 부분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변화가 삼성전자의 D램 출하량은 물론 글로벌 D램 공급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해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6세대 이상 HBM 제품 생산을 위한 10나노급 1b D램 전환과 HBM 핵심 공정인 실리콘관통전극(TSV) 생산능력 확대 등에 투자를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내년 설비투자는 아직 구체적인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HBM의 안정적인 공급에 방점을 뒀다”며 “1b나노 전환과 TSV 생산능력 확보, 후공정 등 이미 고객사와 공급계약 체결을 완료해 수요가 확보된 제품을 비롯해 DDR5, LPDDR5 양산 확대를 위한 전환 투자, M15X, 용인 인프라 투자 지속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TSMC

“웨이퍼 10만 장 생산” TSMC의 자신감

국내 기업들이 기존 설비를 재정비하기 위해 힘쓰는 동안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는 역대 최고 수준의 설비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돼 눈길을 끈다. 대만 경제일보에 따르면 TSMC는 내년 전 세계에 10개의 신규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며, 시설 투자액은 최대 380억 달러(약 5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기존 예상치인 320억∼360억 달러 대비 최대 18.75% 늘어난 수준이자,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 2022년 설비투자(362억9,000만 달러·약 50조원)를 뛰어넘는 수치다.

이처럼 막대한 규모의 TSMC 설비투자는 2㎚ 공정과 첨단 공정을 통해 생산되는 반도체를 완제품 형태로 제조하는 첨단 패키징 생산능력 확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일보는 “내년 신규 건립되는 TSMC 공장 10개 중 7개는 2㎚ 공정으로 발전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그 결과 TSMC의 내년 첨단 패키징 생산능력은 웨이퍼 기준 월 9만~10만 장으로 올해보다 최대 3배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TSMC는 생산능력 확대로 경쟁사와의 시장 점유율 격차를 벌리겠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패키징 업계 한 관계자는 “TSMC는 고객사와 사전 협의 없이 기술을 개발하지도, 시설 투자를 단행하지도 않는다”며 “2㎚ 공정과 첨단 패키징 설비 확충에 대한 고객사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에 해당 제품에 최적화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고, 수요에 맞춰 설비도 확충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속도·강도 높이는 대중 반도체 제재

전 세계 반도체 시장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이같은 TSMC의 장밋빛 전망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과거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던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대부분이 실적 악화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먼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ASML을 꼽을 수 있다. ASML은 지난달 발표한 실적 보고서에서 2025년 매출 전망치를 300억~350억 유로(약 44조~51조원)로 제시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의 하위 범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로저 다센 ASML CFO는 “우리 모두 신문을 통해 수출 통제에 대한 내용을 알고 있지 않나”며 “이 때문에 중국 매출에 대해 더 신중한 입장을 취하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로 인해 내년 중국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고, 이는 전체 매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미다. 이에 앞서 지난 9월에는 스위스 투자은행 UBS가 ASML의 2025년 중국 매출이 최대 30% 줄어들 것이란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업체로 꼽히는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도 대중국 수출 규제의 영향권을 피하지 못했다. AMAT는 최근 실적 발표 자리에서 내년 1분기 매출 전망치로 71억5,000만 달러(약 10조원)를 제시했다. 앞서 전문가들이 제시한 72억2,000만 달러를 밑도는 수치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장비 주문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게 AMAT의 설명이다.

세계 4위 반도체 장비 업체 도쿄일렉트론 역시 중국 시장 매출 비중이 눈에 띄게 줄었다. 올 3분기 도쿄일렉트론의 중국 매출 비중은 41%였는데, 향후 30%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기간 중국 시장 매출액도 2,339억 엔(약 2조1,000억원)으로 직전 분기(2,770억 엔) 대비 15%가량 감소했다. 가와모토 히로시 도쿄일렉트론 수석 부사장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수출 규제 강화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리스크를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가 예상보다 빠르고 강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공화당 의원들은 최근 ASML, AMAT, 도쿄일렉트론 등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중국 사업과 관련한 정보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며 “중국은 미국과 한국, 대만을 합친 것보다 많은 반도체 장비를 구매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의 대중 제재 효과를 떨어뜨려 이웃 국가에 위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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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수렁' 코레일 노조, 무기한 총파업 예고 "성과급 정상화·안전인력 충원" 요구

'적자 수렁' 코레일 노조, 무기한 총파업 예고 "성과급 정상화·안전인력 충원"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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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서울역 광장서 기자회견
인력 충원·기본급 인상·노사합의 이행 요구
코레일 부채 20조원, 하루 이자만 10억원
철도노조가 21일 서울역 앞에서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공공운수노조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자회사 직원들이 가입해 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했다. 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으나 연말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피해가 불가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철도노조, 내달 5일 총파업

21일 철도노조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철도공사가 지난해 성과급을 7개월간 체불하고 올해 다시 231억원을 체불했다”며 “정부와 사측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 12월 5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철도노조는 총파업에 앞서 18일부터 나흘째 준법투쟁(태업)을 진행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4조 2교대 전환 △개통 노선에 필요한 부족 인력 충원 △정부가 정한 기본급 2.5% 정액 인상 △성과급 정상 지급(임금체불 해결) △공정한 승진제도 도입 △외주화 인력감축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7월부터 사측과 수차례 실무교섭과 본교섭을 진행했지만 매번 결렬됐다.

노조 측은 “올해 서해선을 비롯해 중부내륙선, 동해선 등 9개 노선과 51개 역이 개통한다. 새로 교통을 확대하면 당연히 일자리도 늘어나야 하지만 안전인력은 늘지 않았다”며 “2005년 이후 매년 2명의 노동자가 작업 중 사망하는 현실을 바로잡고 다른 공공부문 노동자와 동등한 대우를 요구한다”고 했다. 철도노조는 이날 회견을 시작으로 25~28일 각 지구별로 야간 총회를 진행하고 26일에는 공공운수노조 공동파업-공동투쟁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쌓여가는 적자 속 해마다 반복되는 태업·파업

철도노조의 파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철도노조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회 이상 총 170일간 태업했다. 태업으로 인해 도착이 지연된 열차 시간만 760시간에 달한다. 철도노조가 태업과 파업을 반복하는 이유는 부족 인력 충원 및 임금 인상 등을 놓고 코레일 사측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레일 측은 지속된 누적 적자로 인해 노조 측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알리오)에 따르면 코레일은 2005년 '철도청'에서 '철도공사'로 전환된 2015년(부채 약 13조5,000억원)부터 매년 적자 폭이 크게 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부채는 총 20조4,000억원, 영업손실 4,415억원에 달한다.

코레일은 지난 2009년 자산과 부채가 각각 18조6,000억원, 8조8,000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자산이 29조1,000억원으로 15년간 56.5% 늘었고 부채는 20조5,000억원으로 133.0% 급증했다. 부채로 인한 연간 이자만 3,619억원으로 하루 10억원꼴로 나가는 상황이다. 15년간 부채 증가율은 연평균 7.7%, 부채 증가액은 연평균 8,511억원에 이른다. 부채비율은 2009년 88.8%에서 2010년 149.9%, 2012년 244.2%, 2014년 410.9% 등으로 뛰었다. 지난해까지 앞서 9년간 평균 부채비율은 262.2%로, 2017년 이후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진=코레일

정부 "인원 감축 불가피"

코레일의 부채와 적자 폭이 불어난 데는 원가보다 낮게 책정된 운임과 만성 적자 노선의 유지 비용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분석된다. 2022년 코레일 노선별 영업계수 자료에 따르면 연간 화물·승객 수송에 드는 비용이 수익보다 많아 영업손실을 본 코레일 노선은 24개 가운데 22개에 달했다. 영업계수는 노선 운용에 드는 비용을 수익으로 나눈 뒤 100을 곱해 도출한 지표로, 100 이상이면 영업손실을 본 것이고 100 이하면 영업이익이 발생한 것이다.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노선은 정선선으로, 영업계수가 무려 1,260에 육박했다. 100원을 벌기 위해 1,260원을 썼다는 얘기다. 그다음은 중부내륙선(875.9)이었고 충북선(529.2), 장항선(255.3) 등이 뒤를 이었다. 수익을 본 노선은 서해선(89.7)과 경부선(96.9) 2개뿐이었다. 지난해 영업계수 하위 10개 노선은 연간 기준 지난 10년 동안 단 한 번도 영업이익을 얻지 못했다.

특히 1조2,000억원을 들여 지난해 개통한 중부내륙선(이천~충주)은 이른바 '개통 특수'도 누리지 못한 채 처참한 실패를 맛봤다. 1년간 중부내륙선 철도 운용에 들어간 비용이 61억원이었지만 수익은 7억원에 불과해 54억원의 영업손실을 본 것이다. 실제 중부내륙선은 지난해 개통된 후 100일 동안 하루 평균 450명만 열차를 이용했다. 하루 수송편이 8번인 점을 감안하면 열차당 55명만 태웠다는 의미다.

문제는 앞으로도 적자 행보가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코레일 내부 자료에 따르면 코레일은 오는 2025년까지 1조2,089억원의 추가 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강도 높은 구조 개혁을 하지 않는 이상 매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에 정부도 코레일의 만성 적자 구조 탈피를 위해서는 인력 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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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육·해·공 방산 협력 본격화" K방산, 중남미 시장 교두보 마련

"페루 육·해·공 방산 협력 본격화" K방산, 중남미 시장 교두보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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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방산업체, 정상회담 계기로 속속 페루 진출
급격히 성장하는 페루 방산 시장, 수출 지도 확대 기회
중국과 중남미 시장의 견고한 협력, '빈틈' 뚫을 수 있을까

현대로템, HD현대중공업 등 한국 방산 업체들이 페루에서 중남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다. 최근 페루에서 개최된 한국·페루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육·해·공 방산 협력이 강화되면서다. 시장은 K방산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중남미 방산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거머쥘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페루 공략하는 K방산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방산업체들은 16일(현지 시간) 이뤄진 한국-페루 정상회담을 계기로 속속 페루에 중남미 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다. 우선 현대로템은 지난 16일 페루 육군과 지상무기 수출 총괄협약을 맺으면서 K2 전차와 차륜형 장갑차 수출을 사실상 확정 지었다. 양측은 이미 공급 물량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은 앞서 올해 5월에도 페루로부터 차륜형 장갑차 공급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해양 방산 분야에서는 양국의 잠수함 공동 개발이 진행된다. HD현대중공업은 페루 국영 시마(SIMA)조선소와 잠수함 공동 개발 양해각서(MOU)를 체결, 페루 해군 맞춤형 잠수함 개발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HD현대중공업은 앞서 4월 시마조선소로부터 6,406억원 규모의 함정 4척 현지 건조 계약을 따낸 바 있다.

항공 방산에선 전투기 부품 공동 생산을 추진하기로 했다. 페루가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도입을 확정하면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페루 국영 항공 기업 세만(SEMAN)이 KF-21 부품을 페루 현지에서 공동 생산 방식이다. 한국항공우주는 페루 공군에 KF-21과 다목적 전투기 FA-50을 패키지로 묶어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회의 땅' 중남미

국내 방산 업체는 페루 외에도 콜롬비아, 브라질, 에콰도르, 칠레 등 중남미 방산 시장 전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LIG넥스원은 국내 방산업체 최초로 2011년 콜롬비아에 중남미 사무소를 열고 이듬해 대함 미사일 해성을 수출했으며, 최근에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유도 폭탄 'KGGB'의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오션과 HD현대는 콜롬비아, 에콰도르의 잠수함 도입 사업 수주를 위해 국내에 해당국 관계자를 초청해 생산 시설 공개, 함정 승선 등 방산 세일즈에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방산업계가 중남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중남미 지역이 K방산 수출 지도를 확대하기 위한 '주요 공략지'기 때문이다. 영국 민간 군사정보 컨설팅 업체 제인스인포메이션그룹에 따르면 올해 중남미 지상 무기 시장 규모(해상·공중 무기 제외)는 563억 달러(약 78조5,200억원)로 10년 전인 2014년(45조3,300억원) 대비 2배 가까이 급성장했다.

중남미 시장 성장의 배경에는 지역 특유의 갈등이 있다. 중남미 역내 국가들은 국토방위 목적 외에 △테러 △마약 범죄 △난민으로 인한 국경 지역 갈등 대응 △불법조업 어선에 대한 해안선 보호 등을 위해 무기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멕시코에서는 마약 카르텔과 수백 개에 달하는 소규모 갱단에 의한 범죄와 폭력이 지속되고 있으며, 중미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에서도 갱단들의 폭력 범죄가 빈발하고 있다. 남미 콜롬비아에서는 정부와 민족해방군(ELN), 무장혁명군(FARC) 간 분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브라질과 베네수엘라에서는 정부군과 갱단, 무장 단체 간의 폭력이 이어지고 있다.

중남미 시장 선점한 中

문제는 중국이 중남미 시장에서 이미 막대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중남미의 주요 교역국으로 자리 잡았고, 원자재를 수입하고 공산품을 수출하면서 미국과 더불어 중남미 역내 국가들의 주요 파트너로 급부상했다. 중국은 현재 브라질·칠레·페루·우루과이·아르헨티나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며, 칠레·코스타리카·에콰도르·페루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다.

중남미와 중국은 방산 시장에서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1990년대 말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중남미 주요국에 좌파 정권이 속속 들어서며 러시아·중국과의 정치·경제적 협력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KIEP 보고서에 따르면 2007~2016년 중남미 방산 시장에서 러시아의 점유율은 27.7%, 중국의 점유율은 4.6%에 달했다. 페루·베네수엘라·니카라과 등이 러시아 무기의 주 고객이었고, 아르헨티나·볼리비아·에콰도르 등은 중국산 무기를 수입했다.

다만 K방산에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22년 이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 기술 패권 경쟁 등으로 인해 서방의 제재가 강화되며 중남미 국가와 러시아·중국과의 관계가 전보다 소원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중남미 방산 시장의 '빈틈'을 파고들기 위해서라도 한국수출입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를 중심으로 한 정부 차원의 금융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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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英 '스톰섀도'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 공습

우크라이나, 英 '스톰섀도'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 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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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장거리 미사일 공격 이어가는 우크라이나
美 에이태큼스 이어 英 스톰섀도도 발사
러시아, 핵 교리 개정하며 확전 가능성 시사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서남부 쿠르스크주의 군사 목표물에 영국 공대지 순항 미사일 스톰섀도를 발사했다.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미사일 공격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 문턱을 낮추며 보복을 시사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재차 미사일 공격

20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공군은 쿠르스크 점령지 주변 러시아군 목표물을 겨냥해 스톰섀도 미사일 공격을 단행했다. 스톰섀도 미사일이 러시아 영토를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러시아 군사 블로거를 인용해 이날 북한군이 파병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의 마리노 마을에서 스톰섀도 미사일의 파편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최근 우크라이나가 스톰섀도 미사일로 러시아 영토 내 목표물을 공격하는 것을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존 힐리 영국 국방부 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다른 언급은 삼간 채 "전장에서 우크라이나의 행동이 그 자체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으로 개발한 스톰섀도(프랑스명 스칼프)는 공대지 순항 미사일로 우크라이나에 지원된 수출형 다운그레이드 버전도 사정거리가 250㎞에 달한다.

미국도 '미사일 제한 해제'

앞서 미국 역시 지난 17일 우크라이나의 에이태큼스(ATACMS) 전술 탄도미사일의 사용 제한을 해제했다. 이에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19일 미국에서 지원받은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영토 공격을 감행했다.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을 내고 "오전 3시 25분 적군(우크라이나군)이 ATACMS 6발로 러시아 서부 국경 지대인 브랸스크의 군사 시설을 공격했다"며 "6발 중 5발은 요격하고 나머지 1발은 손상을 입혔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미사일 잔해가 군사 시설에 떨어졌지만, 작은 화재가 있었을 뿐 인명 및 물적 피해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RBC-우크라이나도 군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ATACMS 미사일로 러시아 브랸스크 카라체프에 있는 군사 시설을 공격했다고 확인했다. 카라체프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130㎞ 떨어진 곳이다. 이 소식통은 "우리는 처음으로 ATACMS를 사용해 러시아 영토를 공격했고, 브랸스크 군 시설을 성공적으로 타격했다"고 전했다.

ATACMS 발사한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는 자체 생산한 장거리 무인기(드론) 등은 물론 ATACMS도 보유 중이고, 이 모든 것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우크라이나가 현재 보유 중인 ATACMS를 50기 정도로 추정했다.

핵 공격 문턱 낮춘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미사일 공격이 본격화하자, 러시아는 '핵무기' 카드를 꺼내 들며 확전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19일 러시아 타스 통신 등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핵 억제력 분야의 국가정책 기초’라는 이름의 핵 교리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새 핵 교리는 비핵보유국이 핵보유국의 도움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할 시 이를 ‘연합 공격’으로 간주해 대응할 수 있으며, 여타 국가가 러시아 영토와 동맹인 벨라루스를 항공기와 미사일 등으로 대규모 공격할 경우 핵무기로 대응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문턱이 낮아진 셈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핵 교리 개정과 관련해 “최근 국제 정세, 국경 주변의 긴장 고조, 우크라이나 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핵 강대국, 나토 군사 인프라가 우리 국경에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을 고려할 때 우리의 핵 교리와 핵 억제 정책을 모두 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공격과 핵 교리 개정이 무관치 않음을 시사한 셈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향한 미사일 공격도 지속하고 있다. 18일 우크라이나 응급당국은 텔레그램을 통한 성명에서 러시아 군의 미사일 1발이 지난 17일 수미시의 주거용 건물을 타격, 최소 11명이 숨지고 89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수미 지방검찰은 사상자 외에 아파트 90채와 자동차 28대, 교육기관 2곳, 건물 13채가 손상됐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해당 공습에 ‘이스칸데르-M’ 탄도미사일 2발과 kh-59 유도미사일 1발을 사용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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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감사인 선임→주가 폭등, 슈퍼마이크로 상장 유지 문제없나

새 감사인 선임→주가 폭등, 슈퍼마이크로 상장 유지 문제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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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마이크로 주가 31.24% 폭등
규정 준수 계획서 승인 불투명
회계부정 의혹에 시장 우려 지속

미국의 컴퓨터 서버 제조업체 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의 주가가 폭등했다. 새로운 감사인 선임을 통해 항간에 떠도는 회계 부정 의혹을 떨쳐낼 것으로 기대되면서다. 다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상장 폐지에 대한 우려가 식지 않는 모습이다.

새 감사인에 BDO USA 선임

20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에 따르면 전날 SMCI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1.24% 폭등한 28.27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18일에도 15.93% 상승 마감했던 SMCI는 이로써 불과 이틀 만에 약 50%의 급등을 이뤘다. SMCI가 새로운 감사인 선정에 이어 나스닥 규정 준수를 위한 계획서를 제출했다고 밝히면서 증시 퇴출 위기에서 벗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일 장 마감 후 SMCI는 성명을 통해 미국 회계·컨설팅 업체인 BDO USA(BDO)를 독립 감사인으로 선정하고, 나스닥 규정 준수 계획서를 거래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SMCI는 “연례 보고서와 분기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나스닥에 통보했다”면서 “나스닥이 규정 준수 계획서를 검토하는 동안 상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찰스 리앙 SMCI 최고경영자(CEO) 또한 “BDO를 SMCI의 독립 감사인으로 맞이하게 돼 기쁘다”며 “이는 재무제표를 최신 상태로 만들기 위해 매우 중요한 단계로, 성실하고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감사인 선임 및 나스닥 규정 준수 계획서 제출로 SMCI의 위기가 모두 진화된 것은 아니란 반응이 주를 이룬다. 나스닥이 SMCI의 계획을 승인할지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계획서가 승인될 경우 연말 보고서의 제출은 내년 2월로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승인 거절로 이어질 경우 SMCI는 거래소 퇴출까지 고려해야 한다.

찰스 리앙 슈퍼마이크로컴퓨터 창립자 겸 CEO/사진=슈퍼마이크로컴퓨터

손 털고 나간 E&Y “SMCI 경영진 신뢰 불가”

대만계 미국인 찰스 리앙과 그의 아내가 설립한 SMCI는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서버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인공지능(AI)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인해 SMCI 서버와 스토리지 수요 또한 급증했다. 매출 폭등 결과 2023년 한 해 동안 SMCI 주가는 236% 뛰었다. 이 같은 상승세는 올해 3월 초까지 이어졌으나, 이후 불거진 회계조작 의혹으로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상태다.

전 직원의 고발에서 시작된 회계조작 의혹은 회계감사를 맡았던 법인이 SMCI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 뒤 사임하면서 일파만파로 커졌다. 다국적 회계법인 언스트앤영(Ernst&Young LLP·E&Y)은 지난달 30일 “더 이상 SMCI 경영진과 감사위원회의 진술을 신뢰할 수 없어 사임한다”고 밝혔다. E&Y는 “회사 경영진이 작성한 재무제표와 관련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SMCI 이사회가 리앙 CEO 등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이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SMCI는 회사가 작성한 재무제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당시 SMCI는 “E&Y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E&Y가 제기한 문제 등을 이유로 이미 종료된 과거 회계연도의 분기별 재무 결과를 재작성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상장 폐지 경험한 SMCI, 과거 실수 되풀이하나

SMCI의 위기는 지난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SMCI에 상장 폐지를 경고했다. SEC의 규정에 따르면 회사의 이사회 및 감사 위원회는 3명의 독립된 이사로 구성돼야 한다. 하지만 SMCI의 이사 한 명이 사임하면서 그 수가 2명으로 줄었다는 게 SEC의 지적이다. SEC는 SMCI 측에 6개월 내 규정 준수를 위한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이어 8월에는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힌덴버그리서치가 SMCI에 대한 매도 보고서를 발간했다. 힌덴버그는 3개월에 걸쳐 SMCI를 다각도로 조사한 결과, 회계 조작을 비롯한 여러 문제가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해당 보고서는 회계상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물론, 관계 당사자의 미공개 거래 정황과 제재 및 수출 통제 실패, 미 당국의 제재 우회, 소비자 이탈 이슈 등을 열거하며 SMCI에 대한 숏(매도) 포지션을 구축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SMCI가 상장 폐지를 겪는다면 이번이 두 번째가 된다. 당시 SMCI는 SEC에 제출해야 하는 10-K 보고서와 분기 보고서를 마감일 전까지 내지 못해 상장 폐지됐다. 이후 2020년 재상장 승인을 받았고, 회계 조사와 관련해서는 1,750만 달러(약 245억원)의 벌금을 납부하는 것으로 문제를 마무리 지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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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법원, '월가 13조원 손실' 빌 황에 징역 18년형 선고

美 법원, '월가 13조원 손실' 빌 황에 징역 18년형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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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원 "빌 황, 주가 조작에 사기"
마진콜 이어지자 디폴트 선언
크레디트스위스 등 은행 10조원대 손실 
빌 황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 설립자/사진=풀러재단

미국 은행에 13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힌 한국계 헤지펀드 매니저인 빌 황(62·한국명 황성국)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Archegos Capital Management) 설립자가 미국 법원으로부터 징역 18년형을 선고받았다. 피해자들에게 대한 배상금 지급 판결은 법원 측의 추가 정보 요청으로 연기됐다.

美 법원, 재산 몰수 및 징역형 선고

20일(현지시간) CNBC·파이낸셜타임스(FT)·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 뉴욕 남부연방법원의 앨빈 헬러스타인 판사는 이날 황씨의 사기 혐의 사건 형사재판 선고공판에서 징역 18년형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이 구형한 형량보다는 3년 줄었다. 지난 7월 배심원들은 사기, 공갈, 시장 조작 등 10개 혐의에 대해 황 씨에게 유죄 평결을 내렸고, 검찰은 징역 21년형을 구형했다.

헬레스타인 판사는 이날 선고에 앞서 황씨에게 "당신의 행동으로 인해 발생한 손실액은 내가 재판한 사례의 다른 어떤 손실보다 크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헬레스타인 판사는 이날 심리 내내 황씨에게 가혹한 형을 선고할 의도가 있음을 시사하며, 황씨의 사기 혐의를 앞서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은 샘 뱅크먼-프리드 FTX 설립자 사건과 비교했다.

앤드루 토마스 검사는 이날 선고 공판에서 "이번 사건은 진정 국가적 재난으로 묘사될 수 있는 드문 사건 중 하나"라며 법원 측에 당초 구형한 징역 21년형과 123억5,000만 달러(약 17조2,800억원) 몰수,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 지급에 대한 판결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날 헬레스타인 판사는 황 씨에 대한 징역형에 대한 판결만 내리고, 그의 자금 몰수 및 피해자 배상금 관련해서는 추가 정보가 필요하다고 보고 판결을 연기했다.

이날 황씨의 변호사인 다니 제임스는 앞서 무죄 판결을 요구했지만 공판 당일에는 징역 4~5년형을 제안했다. 제임스 변호인은 황씨가 여전히 뉴저지의 평범한 집에 거주하고 있다며 그의 자선 활동과 겸손한 생활 방식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19세 때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황씨가 아버지를 잃고 어려운 가정환 경에서 자랐고, 그럼에도 자선 활동을 이어온 점을 판결에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헬레스타인 판사는 황씨가 뉴욕 맨해튼 허드슨강 인근에 있는 새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레디트스위스 몰락시켜

황씨는 고등학교 3학년이던 1982년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간 1.5세대다. 미 UCLA와 카네기멜런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하고 1990년 현대증권 뉴욕 법인에서 업무를 시작하다 헤지펀드 억만장자 줄리언 로버트슨의 눈에 들면서 월가의 중심인물로 떠올랐다. 사실상 한국계 최초의 월가 ‘인사이더’ 그룹에 든 셈이다.

2001년 '타이거 아시아 매니지먼트'를 출범해 월가의 최대 아시아 전문 헤지펀드 중 하나로 키우며 승승장구하다 2012년 내부자거래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고발을 당한 뒤 조용히 지내던 황씨는 개인 투자펀드나 다름없는 가족운용회사(패밀리오피스) 아케고스로 돌아왔다 더 큰 사고를 치게 된다. 은행돈을 끌어 매수한 특정 종목 주가가 오르면 황씨가 돈을 벌고,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은행이 마진콜(추가 담보 요구)을 통해 차액 충당을 요구하는 ‘스왑’ 계약을 여러 은행에 문어발식으로 벌인 것이다. 결국 주가 하락기에 몰려오는 마진콜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아케고스는 파산하고 은행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해당 거래는 은행이 주식을 소유하는 형태인 데다, 아케고스는 고객돈이 아닌 자기 돈으로 투자하는 패밀리오피스라 규제가 느슨해 각 은행은 물론, 규제당국도 무슨일이 벌어지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문제를 감지한 골드만삭스가 가장 먼저 마진콜 후 매물을 던지며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졌다. 특히 주가가 폭락한 뒤에 보유 매물을 던진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는 이 손실로 계속해서 휘청거리다 글로벌 긴축 파고와 시장의 불신을 넘지 못해 UBS에 매각되고 말았다.

검찰, 'SG사태' 라덕연에게 징역 40년 구형

황씨가 징역 18년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국내 시장의 눈은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 폭락을 야기한 '라덕연 사태' 재판으로 쏠리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정도성)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라 대표에게 징역 40년을 구형했다. 또 벌금 2조3,590억원과 추징금 127억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사건의 가장 큰 원인 제공자가 라덕연임에도 재판 과정에서 공범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투자자들과 조직원들의 욕심을 이용해서 자신의 시세조종 조직을 키웠다"며 "사건 부당 이득이 공소장 기준으로 7,000억원을 넘는 등 규모가 막대해 중형 선고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라 대표 측은 시세조종 의혹을 일관되게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라 대표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매도와 매수 타이밍을 맞추지 않고 거래했으며, 실시간 매매가격을 관리하거나 통제하는 시스템도 존재하지 않았다"며 "시세조종의 고의뿐 아니라 시세조종할 능력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피고인의 초기 동업자가 제보하며 사건이 알려졌고, 수사기관은 제보자 말만 듣고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기소해 혐의 내용이나 범죄 수익 등이 정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라 대표는 2019년부터 올해 4월까지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는 투자자문회사를 운영하며 수천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뒤, 상장기업 8개 주식을 '통정거래(매수∙매도가를 미리 정해 놓고 주식을 사고파는 행위)'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해 7,377억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라 대표에 대한 1심 선고는 내년 1월 23일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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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약정 위반 해소하겠다" 급한 불 끈 롯데케미칼, 유동성 위기설 가라앉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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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기한이익상실 위험 직면한 롯데케미칼, 리스크 제한적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 힘 잃을 가능성 커져
간판 계열사 경영난에 위기설 빠르게 확산

롯데케미칼이 재무 상황 악화로 인한 회사채 기한이익상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사채권자 집회 소집에 나섰다. 롯데케미칼이 채권자, 정부 당국과의 조율을 통해 일시적 적용 유예(Waiver·웨이버)를 적용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로 인해 최근 확산한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이 힘을 잃을 것이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롯데케미칼 '웨이버' 적용 가능성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이날 재무 약정 위반 사유를 해소하기 위해 회사채권자 집회 소집 공고를 냈다. 롯데케미칼의 공모 회사채에는 원리금을 갚기 전까지 일정 재무 비율을 유지하는 약정이 포함돼 있다. 기준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 200% 이하, 3개년 평균 이자 비용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5배 이상 등 총 두 가지다.

이 중 이자보상배율이 현재 5배 아래로 떨어져 기한이익상실 위험이 생겼다. 올해 3분기 분기 보고서 기준 롯데케미칼의 3개년 평균 이자보상배율 추정치는 4.3배에 그친다. 게다가 롯데케미칼 회사채 관리 계약서에는 교차 부도 조항이 존재한다. 한 회사채에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할 경우 나머지 회사채까지 연쇄적으로 기한이익상실 상태가 된다는 의미다. 현재 롯데케미칼의 회사채는 총 2조3,000억원 규모다.

다만 롯데케미칼이 일시적 적용 유예를 적용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당장 기한이익상실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일시적 적용 유예는 채무자의 약정 위반에 대해 채권자가 처분(제재)을 유예하거나 면제해 주는 조치를 말한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주요 채권자, 정부 당국 간 소통을 통해 일시적 적용 유예에 대한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 당국과 채권단이 롯데케미칼 채권의 이자보상배율 유지 조항을 삭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귀띔했다.

시장 달군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

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에 일시적 적용 유예 조치가 적용될 경우, 최근 확산한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 역시 힘을 잃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은 지난 16일 한 유튜브 채널에서 ‘롯데그룹 공중분해 위기’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게시한 이후 관련 내용의 지라시(증권가 정보지)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시작됐다. 지라시에는 롯데가 유동성 문제로 다음 달 채무불이행(모라토리엄)을 선언할 수 있으며, 유통 계열사를 중심으로 임직원 절반 이상을 감원할 것이란 내용이 담겼다.

이후 증권가에서는 유동성 위기는 과도한 우려라는 분석이 속속 제기됐다. KB증권은 ‘롯데케미칼 유동성 위기는 아닐 것’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유동성 위기 걱정은 시기상조”라며 “자체 펀더멘털(기초 체력)을 감안하면 현금 흐름은 우려보다 양호하다”고 진단했다. IBK투자증권도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3조6,000억원의 현금 예금을 보유하고 있고, 올해 추정 부채비율은 78.6%로 높지 않다”면서 “코스피200 에너지·화학 업종의 순차입금 비율이 62.0%, 105.2%인 점을 고려하면 유동성 우려는 과도하다”고 짚었다.

롯데그룹 역시 루머에 대한 공식적 입장을 표명하며 적극적 진화에 나섰다. 롯데그룹은 21일 설명자료를 통해 10월 기준 총자산은 139조 원, 보유 주식 가치는 37조5,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룹 전체의 부동산 가치는 56조원이며, 즉시 활용 가능한 가용예금도 15조4,000억원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의 우려와는 달리 그룹 차원에서 안정적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롯데그룹 계열사의 경영난

이처럼 근거가 불명확한 '위기설'이 일파만파 확산한 배경에는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경영난이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 8월 '비상경영체제'를 공식 선포하며 계열사들의 위기관리에 집중해 왔다. 그간 고집해 온 공격적인 M&A(인수합병) 전략이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그룹의 주요 핵심 사업군으로 꼽히는 화학과 유통이 줄줄이 '불황의 늪'에 빠지면서다.

롯데그룹 화학 부문은 중국의 저가 공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등의 영향으로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통 사업은 쇼핑 부문의 부진이 다소 큰 상황이다. 올해 3분기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해외 사업 호조세 덕에 전년 동기 대비 개선됐다. 다만 롯데마트와 슈퍼의 실적은 눈에 띄게 악화했으며, 롯데온도 치열한 이커머스 업계 경쟁 속에서 아직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호텔롯데 역시 면세점 사업의 불황으로 인해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4%나 줄어드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적이 줄줄이 악화하면서 계열사들의 차입금 부담까지 커지는 모습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롯데지주, 호텔롯데, 롯데케미칼 등 롯데그룹 간판 계열사 3곳의 연결기준 총차입금(리스 부채 포함)은 29조9,509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 대비 2조168억원(7.2%) 증가했다. 이들 간판 계열사의 차입금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가 한창이던 2021년 말(18조3,997억원)부터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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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다 가즈오 총재 "점진적 금리 인상, 물가 안정에 도움"

우에다 가즈오 총재 "점진적 금리 인상, 물가 안정에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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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J 총재, 마지막 금정위 앞두고 금리 인상 의지 재확인
엔화 약세에 베팅하는 투자자들, 금리 인상 가능성 주목
엔화 약세 지속 가능성에 엔 캐리 트레이드 다시 고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물가 안정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된다는 발언을 내놨다. 올해 마지막 금융정책결정회의(금정위)를 앞두고 금리 인상 의지를 거듭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행 총재 "경제 정세 보며 적절히 금리 인상"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외신에 따르면 우에다 총재는 18일 나고야에서 열린 경제단체 간담회 강연에서 단계적 금리인상이 "장기간에 걸친 성장을 지탱하고 물가안정 목표를 지속적, 안정적으로 실현해 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추가 금리 인상과 관련해서는 "경제, 물가, 금융 정세에 달렸다"며 "매번 금정위에서 경제와 물가의 평가와 전망을 업데이트하면서 정책 판단을 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실질 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2010년대와 비교해도 마이너스 폭이 확대돼 금융완화의 정도가 오히려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우에다 총재는 강연에 이어 나고야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일본 경제 정세에 대해 "진전은 보인다고 생각한다"며 "어느 정도 국내 경제에 좋은 방향의 데이터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현재 정책금리 수준이 지극히 낮다는 인식을 나타낸 뒤 "적절하게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해 가고자 한다"며 금리 인상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다만 우에다 총재는 경제와 물가가 예상대로 움직인다고 해도 매번 금리 인상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는 그가 지난달 31일 금정위 이후 기자회견에서 했던 발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그는 "경제·물가 전망이 실현돼 간다고 하면 정책금리를 인상해 금융 완화 정도를 조정하게 될 것"이라며 "매번 회의 때 이용할 수 있는 각종 데이터와 정보 등으로 경제·물가 상황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업데이트하면서 판단을 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닛케이도 "12월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결정할 가능성에 대해 부정은 하지 않았지만, 10월 회의 후 기자회견과 비슷한 발언"이라고 짚었다.

엔화 약세도 12월 금리 인상론에 힘 실어

우에다 총재 발언 이후 금융시장에선 일본은행이 12월에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이 같은 전망에 무게를 실은 것은 엔화 가치의 하락이다. 20일 오전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1달러=154.56까지 하락하며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후지시로 고이치 다이이치생명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강세·엔화 약세가 진행돼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개인 소비도 상향 조정돼 임금도 내년 춘계 노사협상에서 순조롭게 오를 것으로 보여 금리를 올릴 수 있는 환경에 있다”고 말했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수입 물가 역시 들썩이고 있다. 일본은행이 발표한 10월 수입물가지수는 엔화 기준으로 전년 대비 3.0% 올라 3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계약통화 기준으로는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엔화 가치가 물가상승에 영향을 미친다는 기조가 뚜렷하다.

엔화 약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투자은행(IB) 12곳이 제시한 6개월 후 엔·달러 환율 평균 전망치는 지난 8일 기준 1달러당 143엔에서 15일 기준 148엔으로 일주일 새 5엔이 높아졌다. 1년 후 환율 평균 전망치도 140엔에서 144엔으로 올랐다.

엔화 휘청이자 고개 드는 엔 캐리

엔화가 약세를 보이자 자본시장에선 엔 캐리 트레이드 부활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엔 캐리 트레이드의 규모를 보여주는 비상업적(투기적) 목적의 엔화 순포지션(매수약정-매도약정)도 순매도로 돌아섰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엔화 순포지션은 지난 8월 13일 순매수(2만3,000계약)로 돌아선 지 두 달여 만인 지난달 29일 순매도(2만4,000계약)로 전환됐다. 순포지션이 순매도로 돌아섰다는 것은 엔화를 팔아 다른 통화를 매수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가 되살아났다는 해석이 가능한 지점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엔화 약세가 심해지더라도 엔 캐리 트레이드가 예전처럼 늘어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지난 8월 5일 불거진 ‘블랙먼데이 사태’ 이후 엔 캐리 트레이드가 이미 상당폭 청산돼 단기간에 대폭 확대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BOJ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엔화를 매수해 엔 캐리 트레이드를 청산하려는 움직임도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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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검찰 쌍방 압박, 우리금융 경영 '시계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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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銀, 잇단 금융사고에 고강도 수사
검찰 압수수색 영장 '피의자 조병규' 명시
수뇌부 정면 겨냥, 임종룡 회장 거취도 불투명
사진=우리금융지주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현직 경영진으로 수사 대상을 확대했다. 우리은행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우리금융지주 최고위 경영진 사무실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고강도 조사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넘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檢, 우리銀 이틀 연속 압수수색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1부(김수홍 부장검사)는 18일에 이어 19일에도 서울 중구 우리금융 본사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임 회장과 조 행장 집무실을 포함한 CEO(최고경영자) 결재 라인과 은행 본점 대출부서 등이 주요 수색 대상으로, 파견된 복수의 조사관은 각종 결재기록과 전산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손태승 사태'가 세간에 알려진 직후인 올해 8월 서울남부지검은 우리은행 여신 담당 등 실행부서만 압수수색 대상에 올려 수시로 조사를 벌여왔지만, 이번에 임 회장 등 지주에 초점을 맞춰 수사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각종 의혹이 불거진 대출 비리가 이미 벌어졌거나 실행되던 순간에도 조 행장 등 경영진에게 제때 보고가 됐는지 여부, 보고가 됐음에도 은폐하려던 정황이 있었는지 등이 이번 수사의 초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피의자 전환' 조병규 은행장

당초 손 전 회장 처남 등은 우리은행에서만 35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승인 서류를 누락한 채 돈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2금융권 계열사인 우리저축은행, 우리카드, 우리캐피탈 등에서도 많게는 수십억원의 추가 대출이 이뤄진 사실이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또 검찰 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추가 부정대출건이 잇따라 밝혀지면서 현재까지 400억원 이상의 비위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조 행장은 참고인 신분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압수수색 영장에는 조 행장이 피의자로 명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에 따른 수사기관 등에 보고의무를 위반한 혐의에 따른 것이다. 임 회장은 현재 피의자 신분은 아니지만, 검찰은 금융당국 미보고 의혹과의 연관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 칼끝 임 회장 향하나

검찰 수사의 대상이 손 전 회장 재임 당시 경영진을 넘어 현 경영진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우리금융 내부도 술렁이고 있다. 무엇보다 검찰이 조 행장을 피의자로 적시하면서 우리은행장 선임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조 행장의 임기는 올 연말까지다.

현재 우리금융그룹 이사회는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조 행장은 1년 4개월여 간의 짧은 임기 기간 특별한 과오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연임 의지를 강하게 피력해 온 것으로 전해졌지만, 검찰이 피의자로 전환함에 따라 연임 가능성은 사실상 빨간 불이 켜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간 조 행장 연임 여부를 놓고 고심해 왔던 이사회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새로운 은행장을 선임하는데 확실하게 무게추를 옮길 것으로 전망된다.

미보고 의혹과 관련해 임 회장에 대한 직접적인 검찰 수사가 이뤄질지 여부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검찰이 부당대출 의혹 사건과 관련해 우리금융지주를 압수수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만약 임 회장까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경우 임 회장의 거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울러 임 회장이 피의자로 전환되면 보험사 인수합병(M&A), 제4인터넷은행 인가 등 대형 이벤트 추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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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 때린 우크라이나, 러시아는 ‘핵 보복’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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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에이태큼스 6발 러시아 브랸스크 공격
사정거리 내 격전지 쿠르스크 내 1만여 북한군
확전 우려 커지며 동북아 긴장감 팽팽
육군전술미사일시스템인 장거리 지대지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사진=록히드마틴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에서 지원받은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러시아 본토를 가격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해당 미사일로 타격을 허용한 이후 우크라이나가 감행한 첫 러시아 본토 공격으로, 전쟁 발발 1,000일 만의 일이다. 국제사회 내 확전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는 가운데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역시 전쟁의 사정거리 안에 놓이게 됐다.

러시아, 핵 교리 수정으로 보복 시사

19일(현지 시각) 타스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오전 3시 25분 적군(우크라이나군)이 6발의 탄도미사일로 브랸스크 지역 내 한 시설을 공격했다”며 “지금까지 확인된 정보에 의하면 미국산 에이태큼스 전술 미사일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이어 “판치르 대공 방어 시스템으로 미사일 5발을 격추했고, 1발은 손상시켰다”며 “파편이 인근 군사 시설에 떨어지면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이에 따른 사상자나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RBC 또한 우크라이나군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기 위해 에이태큼스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공격은 브랸스크 지역의 한 시설에 대해 수행됐고, 성공적으로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다만 군 공식 성명에서는 에이태큼스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카라체프 근처 시설에 대한 공습만 보고된 상태”며 “사용된 무기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러시아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날 자국의 새로운 핵 교리인 ‘핵 억제 분야 국가 정책 기초’ 승인 법령에 최종 서명하면서다. 새로운 법령에 따르면 비(非)핵보유국이라도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할 경우, 러시아는 이를 공동 공격으로 간주해 두 나라 모두 핵무기로 보복 공격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에 대한 공격을 계속 감행하면 우크라이나는 물론 미국에도 핵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7일 사거리가 300㎞에 이르는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는 데 사용하도록 허가한 바 있다. 그간 미국은 러시아를 지나치게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사거리가 짧은 구형 에이태큼스 미사일만 우크라이나에 공급해 왔다. 올해 4월부터는 신형 에이태큼스를 우크라이나에 보급했지만, 이를 이용한 러시아 본토 공격만은 줄곧 금지해 왔다.

미국 “예상했던 일, 핵 태세 조정 계획 없다”

국제사회는 확전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푸틴 대통령의 핵 교리 수정으로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문턱이 더 낮아졌기 때문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이번 핵 교리 개정과 관련해 “최근 국제 정세와 국경 주변의 긴장 고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핵 강대국 및 나토 군사 인프라가 우리 국경에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을 고려할 때 핵 교리와 핵억제 정책을 모두 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의 에이태큼스 러시아 영토 공격과 핵 교리 개정이 관련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국은 이같은 러시아의 핵 교리 개정을 비난하면서도 자국의 핵 태세를 조정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사브리나 싱 미국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핵 교리 개정에 놀라지 않는다”며 “러시아는 지난 몇 주 동안 핵 교리를 개정한다는 신호를 보내왔고, 이는 우리가 이전에 보았던 것과 똑같이 무책임한 수사(rhetoric)”라고 일갈했다. 같은 날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 역시 러시아의 개정된 핵 교리 승인 발표에 대해 놀라지 않았다며 이에 대응해 핵 태세를 조정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공식적인 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그의 측근들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공격을 승인했다는 보도에 대해 “제3차 대전을 시작하려는 것이냐”라며 바이든 행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초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마이크 왈츠 하원 의원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확전 사다리’의 또 다른 단계며,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도 1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내 아버지가 평화를 이루고 생명을 구할 기회가 오기도 전에 군산복합체(바이든 행정부)가 제3차 세계대전을 앞당기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에이태큼스 사정권에 든 북한군 전투 지역

동북아시아에도 팽팽한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자칫 한국까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릴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북한군의 파병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던 우리 정부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등을 검토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현재 한미 정보당국은 1만여 북한군 병력이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돼 전투에 참여 중인 것으로 파악한 상태다.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는 현재 우크라이나 군에 점령된 상태로,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에이태큼스를 발사할 경우 사정거리 내에 위치한다.

우리 정부는 전황의 변화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이 가능하다는 방침은 세웠지만, 실제로 실행될 경우 확전을 부추긴다는 우려를 외면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북한 파병을 기회로 한반도의 전쟁을 획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3차 세계대전 불씨를 한반도에 가져오려는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북한군 전장 투입이 공식화한 후에도 정부의 정책 결정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식 취임으로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강조하며 “취임 후 24시간 이내에 종전을 끌어낼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이와 관련해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이 말한 24시간 내 종전은 비현실적인 얘기지만, 어쨌든 조속한 시일 내 종전을 추구할 가능성은 매우 높은 상태”라며 “트럼프 당선인은 이를 외교 유산으로 삼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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