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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금 흡수하는 美, 주요국 주춤할 때도 '나 홀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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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 올해 2.8% 성장 전망
신흥국 시장 이탈한 자금 줄줄이 미국으로
급감하는 투자에 비상 걸린 中, 시장 빗장 열었다

주요국들의 경제 성장 전망이 줄줄이 하향 조정되는 가운데, 미국이 내년까지 '나 홀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이 제기됐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신흥국에서 자금이 줄줄이 이탈하고, 미국 시장에 글로벌 자금이 집중되며 국가별 성장 격차가 눈에 띄게 확대되는 양상이다.

IMF "美, 평균 웃도는 성장 기록할 것"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IMF는 지난달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제시했다. 이는 같은 기간 선진국 평균 성장 전망치(1.8%)를 큰 폭으로 상회하는 수치다. 내년 미국 성장률 전망치(2.2%) 역시 선진국 평균 전망(1.8%)을 웃돈다.

반면 다른 주요국 경제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IMF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내년엔 4.5%, 2029년엔 3.3%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은 부동산 침체 장기화로 인한 내수 부진과 청년 실업률 증가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유럽 경제를 이끌던 독일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천연가스 수급난, 중국 전기차의 저가 공세 등의 영향으로 부진에 빠졌다. 독일 정부는 지난달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로 낮췄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독일은 지난해(-0.1%)에 이어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하게 된다.

엔화 약세로 수입 물가가 상승하며 홍역을 치르고 있는 일본 역시 올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 것으로 전망된다. IMF는 일본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0.3%에 그칠 것이라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최근 ‘일본 민간소비 부진 배경 및 전망’ 보고서에서 “고물가로 실질임금이 하락하고 소비심리가 악화한 가운데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국민부담률 상승 등 구조적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美로 몰리는 글로벌 자금

이런 상황 속 미국이'나 홀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미 대선을 전후해 미국으로 글로벌 자금이 급격히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미국으로 오는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 관세를 매기고, 중국산 수입품에는 60%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이에 따라 2025년 만료되는 '감세와 일자리법(TCJA)' 역시 연장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은 이 같은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들이 차후 금리 인상을 부추길 것이라고 기대하며 미국 내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반면 신흥국에서는 꾸준히 자금이 이탈하는 추세다. 로이터통신이 국제금융연구소의(IFF) 데이터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 10월 신흥국의 주식 시장에서 255억 달러(약 35조6,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2020년 3월 이후 최대 규모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아시아 신흥국에서 68억 달러(약 9조4,950억원)가 순유출됐고, 유럽 신흥시장에선 52억 달러(약 7조2,600억원), 라틴아메리카에선 36억 달러(약 5조245억원)가 각각 빠져나갔다.

특히 중국 시장이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 중국 증시에서는 자그마치 90억 달러(약 12조5,600억원) 규모 자금이 이탈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9월 말과 11월에 발표한 경기 부양책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투자자들이 등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조나단 포툰 IFF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의 목표 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신뢰는 여전히 낮다"며 "성장 우려와 규제 불확실성이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계속 억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 유치에 힘 쏟는 中

침체 위기가 본격화하자 중국은 투자 유치를 위해 '대외 개방'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국은 이달부터 '외국인 투자 진입 특별 관련 조치(外商投资准入特别管理措施, 네거티브 리스트)'를 갱신해 시행하고 있다. 네거티브 리스트는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기 위해 2018년부터 도입한 제도로, 일부 특정 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18년 발표된 최초의 네거티브 리스트에는 당초 48개에 달하는 관리 업종이 포함돼 있었다. 이후 중국 정부는 2021년 31개로 관리 업종 수를 조정했으며, 이번 네거티브 리스트 갱신을 통해 관리 업종을 재차 29개까지 축소했다. 특히 새로운 네거티브 리스트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중국 제조업 부문에 대한 외국인 투자 접근 제한이 완전히 해제됐다. 중국 제조업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와 내국인 투자자가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된다는 의미다.

이렇듯 중국이 투자 유치를 확대하기 위해 애쓰는 이유는 최근 들어 중국 내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상무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대중국 FDI는 6,406억 위안(약 125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4% 감소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전문가는 "중국에서 이탈한 투자 자금이 '트럼프 랠리'의 영향을 받아 미국으로 속속 흘러 들어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중국을 중심으로 몇 년간 시장 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며, 조정기 최대 수혜국은 미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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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준공 토지신탁 부실 여파에 부동산신탁업계 ‘빨간 불’, 내수 진작 멀었나

책임준공 토지신탁 부실 여파에 부동산신탁업계 ‘빨간 불’, 내수 진작 멀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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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6위 무궁화신탁 ‘적기시정조치’ 위기
적극적 자금 조달에도 부채비율 증가세
“금리 인하로 유동성 확대해야”, 변수는 환율

국내 6위 부동산신탁회사인 무궁화신탁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기시정조치’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손실 누적이 그 원인으로, 여타 부동산신탁사 가운데 상당수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장에서는 부동산시장 침체가 금융권 전반의 부실 문제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금리 인하 및 내수 진작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궁화신탁 순이익 64억원→순손실 165억원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무궁화신탁은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기시정조치를 사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적기시정조치는 자산 건전성이나 자본 적정성 지표가 기준치에 못 미치는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당국이 내리는 경영개선 처방책이다. 재무 상태에 따라 권고·요구·명령의 3단계 처분을 하며, 이후에도 요구 수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영업이 정지되거나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도 있다.

무궁화신탁의 재무상태 악화는 장기화한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라 손실과 부실이 누적된 탓이다. 특히 과거 부동산 시장이 활황일 때 벌인 ‘책임준공부 관리형(책준형)’ 토지신탁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 책준형 토지신탁은 건설사나 시행사가 자금난 등으로 약속한 기간 안에 공사를 끝내지 못하면 신탁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 구조다. 2010년대 건설된 대다수 물류센터와 지식산업센터,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등이 책준형 토지신탁 방식으로 지어졌다.

그러나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장이 급격히 침체하며 수익형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고, 부동산신탁사들 또한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이에 무궁화신탁은 책준형 토지신탁 관련 채권 회수를 위해 채권관리팀을 별도로 설치하는 등 조처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무궁화신탁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순손실은 165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순이익이 64억원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3분기 영업용순자본비율(NCR)도 125%로 내려왔다.

NCR(영업용순자본/총위험액X100)은 신탁사의 재무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로 낮을수록 위험이 크다는 걸 의미한다. 현행 금융투자업 규정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금융사 NCR이 150% 미만으로 떨어지면 경영개선권고를 내려야 한다. 2021년 3분기에 695%를 기록했던 무궁화신탁의 NCR은 2022년 398%, 2023년 253%로 꾸준히 하락했으며, 올 3분기에는 125%로 내려앉으며 위기를 공식화했다. 무궁화신탁 측은 “연말까지 NCR을 300% 이상으로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채비율 100% 넘는 신탁사 4곳

책준형 토지신탁과 관련한 부실을 떠안은 것은 여타 부동산 신탁사들도 마찬가지다. 한 신탁사 임원은 “아무래도 동종업계에서 부실이 터지면 그 뒤로 줄줄이 비슷한 문제들이 나오지 않냐”며 “신탁업계 전반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은행권에서 신탁업계에 대한 여신 심사를 까다롭게 할 경우 자금난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의하면 국내 신탁사 14곳의 올해 상반기(1~6월) 영업손실은 총 2,52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 3,326억원을 낸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이들 신탁사 14곳은 작년 상반기에 당기순이익 2,574억원을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2,472억원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에 더해 자금난에 시달리던 시행사와 건설사들이 잇따라 도산하면서 신탁사가 자체계정으로 투입하는 자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형세다. 이같은 신탁계정대여금은 지난해 12월 4조9,000억원에서 올 9월 말 기준 6조7,000억원으로 꾸준한 증가세에 있다. 분기 기준 증가 금액은 5개 분기 연속 5,000억원을 웃돈다.

이렇다 보니 부동산신탁회사들의 외부 자금 조달도 증가하는 추세다. 교보자산신탁은 한양증권을 주관사로 200억원 규모의 1년 만기 사모 대출을 받았으며, 신한자산신탁은 고금리 영구채를 발행하는 방법으로 부채비율을 낮추고 있다. 또 KB부동산신탁, 한국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 등이 회사채 및 공모채 발행 또는 대출 등의 방법으로 자금 조달에 한창이다. 문제는 이런 노력에도 부채비율은 여전히 증가세라는 점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14개 부동산신탁사의 자기자본은 5조8,072억원으로 지난해 말(5조5,033억원)과 비교해 5% 이상 늘었다. 반면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52% 수준에서 올 3·4분기에는 69%까지 높아졌다.

이와 관련해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분기 기준으로 올 3·4분기에는 소폭의 흑자전환이 이뤄졌다”면서도 “다만 업황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고, 대손비용 감소에 따라 흑자로 돌아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올 9월 말 기준 부채비율이 100%를 넘는 신탁사도 4곳에 이른다”고 짚으며 “부동산 경기 등을 감안해 볼 때 실적 회복에는 다소 시일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보수적 통화정책, 역효과 낳을 것”

이처럼 부동산시장 장기 침체가 금융권 부실 문제로 확대되면서 내수 진작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커지는 모습이다. 적극적인 자금 조달로 당장의 급한 불은 진화할 수 있지만, 경기 침체 국면에서는 부실의 불씨가 언제든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신규 영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면 과거 사업에서 발생한 부실을 희석하고 갈 수 있는데, 내수경기가 이 모양인 탓에 부실은 부실대로 커지고 신규 영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금리 인하와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11일 기준금리를 3.25%로 0.25%p 하향 조정하며 3년 2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섰다. 하지만 때늦은 금리 인하에 내수는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현재 정부 재정이 긴축적인 데다가 부동산 대출 규제까지 강화돼 시중 유동성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내수와 수출을 둘러싼 환경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보수적인 통화정책은 역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금리 인하 필요성을 역설했다.

문제는 환율이라는 변수다. 원·달러 환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당선을 기점으로 미국 물가 및 금리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오르기 시작해 지난 13일 장중 1,410원을 넘어서는 등 2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렇듯 환율이 불안한 상황에서 기준금리까지 추가로 낮아지면, 달러화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더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1,400원대 환율이 굳어질 가능성이 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환율 상승으로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물가 불확실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금으로선 지난달 금리 인하 이후 금융 안정 상황 점검이 우선이기 때문에 이달 금통위에서는 금리 동결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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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규제 강화에 서울 고가 아파트도 '뚝뚝', 매매시장 혹한기 장기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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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선도아파트 50지수 상승률 ‘반토막’
아파트 매수심리도 21주만에 100아래로 떨어져
“내년 하반기 금리인하·입주급감 체감 전망”

정부의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부동산 매매시장의 냉기가 서울 주요 지역까지 번지고 있다. 강남, 용산, 성수 등의 지역에서는 전고가 대비 10억원 이상 낮은 가격에 거래가 체결됐다. 시장은 금리 인하를 체감할 수 있는 시기까지는 매매시장의 침체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강남·용산·성수 하락 거래

25일 빅데이터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최근 한 달간 거래된 서울 아파트 중 가장 하락폭이 컸던 곳은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첼리투스’였다. 전용 124㎡가 지난달 24일 40억5,000만원(13층)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6월에 거래가인 53억5,000만원(43층)에 비해 13억원(24%) 떨어진 것이다. 층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하락폭이 상당히 큰 수준이다.

강남구에서도 큰 폭 하락한 거래가 있었다. 청담동 동양파라곤 전용 전용 171㎡은 지난 7월 59억5,000만원(8층)에 팔렸지만, 지난달 28일에는 50억원(6층)에 거래됐다. 집값이 석 달 만에 9억5,000만원(15%) 내려간 것이다.

젊은 층들에게 인기 있는 성수동 트리마제도 마찬가지다. 전용 152㎡가 지난달 28일 57억원(4층)에 거래됐는데, 이는 2022년 5월 거래가인 65억원(25층) 대비 8억원(12%) 떨어진 수준이다. 얼마 전 입주한 강동구 둔촌동 올림파크포레온 전용 96㎡ 중에서도 석 달 만에 7억1,000만원(26%) 하락한 거래가 있었다.

매매가격 전망지수도 하락 전환

서울 아파트의 거래가격 흐름을 볼 수 있는 지수도 하락 전환했다. KB부동산의 11월 월간 주택통계(이달 11일 기준)에 따르면 서울의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94로 집계됐다. KB부동산 가격 전망지수는 전국 6,000여 공인중개사를 대상으로 해당 지역 가격이 상승할 것인지 하락할 것인지를 설문조사해 0∼200 범위 지수로 나타낸 것으로, 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상승을 예상하는 비중이 높다는 의미고 100 이하면 그 반대 상황이다.

서울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지난 5월 102를 기록하며 100선을 넘은 이후 6월 114, 7월 127, 8월 124, 9월 110, 10월 101등 줄곧 100을 웃돌았으나 7개월만에 1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울산(107)과 전북(100)은 100을 웃돌았지만 경기(92), 인천(93), 광주(85), 전남(87), 대구(88), 경북(89) 등 나머지 지역은 모두 100을 밑돌았다. 앞서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도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0.01% 하락하며 9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다.

KB부동산의 이번 조사에선 전국 대장 아파트의 가격 오름세가 둔화하는 모습도 감지됐다. 전국 아파트단지 중 시가총액(가구 수×가격) 상위 50개 단지의 시가총액 지수와 변동률을 보여주는 'KB부동산 선도아파트 50지수'는 전달 대비 0.63% 오르며 지난 3월 이후 9개월 연속 상승했으나 상승폭은 줄었다. 지난 3월 0.01%였던 선도아파트 50지수 상승률은 4월 0.12%, 5월 0.40%, 6월 0.63%에서 7월(2.25%), 8월(2.46%), 9월(2.16%)에는 2%대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달 1.09%에 이어 이달 0.63%로 오름폭이 둔화했다. 선도아파트 50지수는 전체 단지보다 가격 변동에 영향을 더 민감하게 나타내 전체 시장을 선험적으로 살펴보는 데 유용하다. 이 지수에는 서초구 반포동의 아크로리버파크, 래미안퍼스티지, 송파구 가락동의 헬리오시티, 잠실동의 잠실엘스, 강남구 대치동의 은마아파트 등이 포함된다.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 '99.9' 찬바람

매수 심리도 5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이달 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9.9로 전주(100.3) 대비 0.4포인트(p) 하락했다. 해당 지수는 10월 셋째 주를 시작으로 5주 연속 하락세다. 매매수급지수가 100 아래를 기록한 것은 지난 6월 4주 이래로 21주 만이다. 매매수급지수는 아파트 매매시장의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선(100)보다 수치가 높을수록 시장에 집을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지난주 강남 지역 매매수급지수는 101.2로 지난주(101.2)와 동일했고, 강북 지역은 98.6으로 전주(99.3) 대비 0.7p 하락했다. 권역별로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가 속한 '동남권'이 100.9로 전주(100.9)와 동일했다. 영등포·양천·강서구가 속한 '서남권'도 전주와 같은 101.4를 기록했다.

강북에서는 종로·용산·중구 등이 속한 '도심권'이 102.4로 전주(102.6) 대비 0.2p 하락했다. 마포·은평·서대문구 등이 포함된 서북권은 101.5로 전주(101.2)보다 0.3p 올랐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 속한 동북권은 96.8로 전주(98.1)보다 1.3p 낮아졌다. 전국 매매수급지수는 93.5로 전주(93.8)보다 0.3p 하락했다. 수도권(97.5→97.0)도 지난주보다 0.5p, 지방(90.4→90.3)은 지난주보다 0.1p 내렸다.

올 여름까지만 해도 고공행진 하던 서울 집값과 매수심리가 주춤하는 이유는 지난 9월부터 시작된 정부의 대출규제 때문이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와 더불어 유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전세자금대출 제한 등 대출의 문턱이 대폭 높아져서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11일 기준금리를 기존 3.50%에서 3.25%로 인하했지만, 아직까지 시장에서는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기도 하다.

시장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서울 부동산도 침체된 분위기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전망이 팽배하다. 서울 강남권과 한강변 일대를 제외하고는 하반기는 돼야 개선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빅데이터랩장은 “내년은 금리인하를 체감할 수 있고, 입주량이 줄어드는 하반기에 거래량, 가격 등에서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년 스트레스DSR 3단계 도입이나 금융권의 가계대출 규제가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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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韓, 우크라에 살상 무기 공급 시 모든 방법으로 대응하겠다"

러시아 "韓, 우크라에 살상 무기 공급 시 모든 방법으로 대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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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한국 살상 무기 지원 경계 본격화
尹 대통령 "북한군 러시아 파병 좌시하지 않겠다"
직접적으로 '살상 무기' 언급한 尹, 긴장감 고조

러시아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공급할 경우 필요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최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소식이 전해진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측의 경계 역시 고조되는 양상이다.

러 "한국, 무모한 조치 자제하라"

24일(현지시간) 타스통신 보도에 따르면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한국산 무기가 러시아 시민을 살상하는 데 사용되면 양국 관계가 완전히 파괴될 수 있다는 점을 한국이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필요한 모든 방법으로 이에 대응할 것이고, 이것(무기 공급)이 한국 자체의 안보를 강화하는 데 도움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이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이 같은 ‘무모한 조치’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압박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단기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외부의 유혹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국익을 우선으로 고려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무기 지원 가능성 시사한 尹 대통령

러시아가 경고에 나선 것은 최근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한국을 국빈 방문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군 파병에 대응해 우크라이나에 한국이 보유한 무기와 병력을 지원할 의향이 있느냐’는 폴란드 기자의 질문에 “러-북 협력을 계기로 북한이 특수군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견한다면 우리가 단계별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또 한반도 안보에 필요한 조치들을 검토해 놓고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대한민국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살상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갖고 있었는데, 이 원칙을 더 유연하게 북한군 활동 여하에 따라 검토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안보 당국 관계자들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용 무기’ 지원을 고려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 적은 있지만, 윤 대통령이 직접 ‘살상 무기 지원’ 문제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도 윤 대통령은 유사한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지금까지는 인도주의적·경제적 지원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했지만, 북한군 파병이라는 변수가 생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군이) 현대전 경험을 쌓게 되면 우리 안보에 치명적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종전과 같은 인도주의 관점의 지원에서 이제는 북한군의 관여 정도에 따라서 단계별로 지원 방식을 바꿔 나간다”며 “무기 지원이라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북한군 사상자 발생 첩보 접수

북한군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참전은 이미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2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북한군 1만1,000여 명이 러시아 동북부에서 현지 적응 훈련을 마친 뒤 10월 하순경 쿠르스크로 배치됐고, 현재 러시아 공수여단이나 해병대에 배속돼 전술과 드론 대응 훈련을 받고 있으며, 일부는 전투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북한군의 피해 소식도 속속 전달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서방 당국자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공습으로 북한군 고위 장성 한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RBC 우크라이나는 23일(현지시간) 쿠르스크 지역에 대한 스톰섀도 미사일 공격으로 북한군 500명이 사망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만 해당 매체는 정보의 출처나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며, 보도의 사실 여부 역시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우리 정보당국도 북한군의 피해 사실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국정원은 24일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구체적인 첩보가 있어 면밀히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참전 북한군 사상자 관련 첩보를 공식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사상자 규모 등 구체적인 첩보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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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동아시아의 생존법

[동아시아포럼]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동아시아의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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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국과 멕시코 겨냥 보호무역 강화 예상
동아시아, 미중 갈등 속 유일한 생존 방안은 ‘강화된 협력’
제도적 절차와 자유 무역 보장된 ‘대안 시장’으로 거듭나야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이 중국 및 멕시코를 겨냥해 일련의 보호무역 조치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동아시아 지역은 반대급부로 단기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장기적인 번영은 동아시아가 미중의 경제 패권 전쟁에서 ‘장기판의 말’이 되기보다 독립적인 존재로 살아갈 것임을 단호히 선언해야 얻어질 수 있다. 동아시아 국가 간 협력 강화만이 미중 양 진영에 속하지 않은 국가들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글로벌 자유 시장 체제를 강화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이다.

사진=동아시아포럼

트럼프 관세 인상이 주는 ‘단기 이익 유혹’ 경계해야

트럼프는 집권 초기 협상 전략으로 교역 물품과 대상국 전반에 걸친 관세 인상을 내세울 것이다. 중국과 멕시코에 대한 관세 인상은 이미 예견되어 있고, 미 의회는 더 나아가 중국을 ‘영구적 정상 무역 관계’(Permanent Normal Trading Relations, 최혜국 대우를 의미)에서 끌어내려 미중 관계에 더 큰 파국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트럼프의 관세 인상은 동아시아 국가들에 단기적인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미국 수출품들은 더욱 가격 경쟁력을 잃고, 많은 중국, 유럽, 미국 기업들이 생산 기지를 아시아 지역으로 이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트럼프의 정책은 자유 무역을 파괴하고 미국과 중국 사이 양자택일을 강요함으로써 단기 이익을 빠르게 상쇄하는 것은 물론 아시아와 전 세계 기업, 정부에 불확실성을 더할 것이 분명하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미중 무역 갈등의 한 편에서 단기 이익을 취하려는 유혹을 이겨내고 함께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는 세계와 연결된 단일 시장을 창출해 낼 수 있는 데다, 나아가 고유한 장점을 살려 중국과 미국의 매력적인 대안 시장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특정 산업 영역에 국한된 성과를 고집스럽게 추구하거나 미중 한쪽에 붙어 돈 되는 계약을 따내려는 시도보다 제도적 절차와 자유 무역 원칙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자국 산업 발전 프레임’에 갇힌 중국, 미국의 접근 방식을 넘어 전 세계 국가들의 독립성과 시장 기회를 살려 주는 동시에 동아시아 자체의 이익도 도모할 수 있다.

동아시아, 미국, 중국 ‘대안 시장’ 부상 가능성

동아시아가 두 강대국과 대비되는 차별화 전략을 통해 거둘 수 있는 장단기적 가시적인 열매는 있다. 단기적으로 기술 규제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춰 해외 직접 투자를 유치할 가능성이 열리고 전 세계 개발도상국들과 상호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기술 이전을 철저히 제한하는 미국, 중국에 비해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동아시아의 공급망은 효율성과 신뢰성 면에서 강대국들을 압도할 수 있다. 또한 동아시아가 강대국의 관세 장벽 구축에 동참하지 않고 직접 투자 유치와 생산 역량 통합을 빠르게 진행한다면, 지역 내 가구 및 기업들의 구매력도 키울 수 있다. 그 사이 미국과 중국은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산업들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도 동아시아는 미중 양쪽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자유 시장을 창출해 더 많은 수확을 거둘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특정 영역에만 자원을 집중함으로써 규모의 경제와 경쟁 우위를 상실하고 있다. 결과론에만 집착하는 관료들이 선정한 ‘핵심 산업’에 지원을 집중하고 생산 영역에만 어마어마한 보조금을 쏟아부어 정작 연구개발과 공공재 부문에 대한 투자 여력을 스스로 묶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자유 무역과 투자 기회의 마지막 보루

이 시점에서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 CPTPP)과 협력과 통합을 도모하는 가운데 전략적 개방성(strategic openness)을 유지함으로써 대세가 되고 있는 기술 기반 무역 및 소비의 기준과 네트워크 구축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부분의 국가가 미중 양국 체제에 강제로 편입되기보다 스스로의 선택으로 해당 기준을 설정할 기회를 선호할 것이다. 여기에 유럽, 인도가 참여하고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다자간 기구를 활용한다면 더 넓은 범위의 협력이 가능한 상호 연결 네트워크를 장착할 수 있다.

물론 외교와 산업 정책상의 협력과 통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수출과 제조업 고용 증대에 그치지는 않는다. 여기에 친환경 기술 완제품과 부품 공급을 오픈소싱(open sourcing)화한다면 친환경 전환을 가속화해 전 세계의 수요를 포괄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 어느 모로 보나 중국과 미국의 접근보다 경쟁 우위에 있는 방식이다. 미국과 중국이 자멸적인 경제 전쟁에 몰두해 아직 한 편에 서지 않은 국가들을 도외시하는 것도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으며 이는 외교적 측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적극적으로 협력 대상을 찾아 미중이 외면하고 있는 ‘탄소 중립 경제 전환’(transition to a carbon neutral economy)과 같은 공공재 영역에서의 기회를 탐색할 수도 있다.

시장 지배자의 방식을 답습해서는 결코 시장 지배자가 될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및 산업 정책을 따라 해서는 그들 수준의 산업 경쟁력을 갖추기도 쉽지 않고 나아가 신규 기술 도입에 그들만큼의 영향력을 확보할 수도 없다는 얘기다. 적을 굴복시킬 만한 돈도, 군사력도 없는 동아시아의 핵심 경쟁력은 전 세계 자유 무역과 투자 기회의 마지막 남은 대안이라는 물리적, 경제적 위치에 있다. 절대 강자에 도전하는 길은 오직 차별화뿐이다.

원문의 저자는 아담 포센(Adam Posen)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소장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rump-proofing the East Asia economy through elusion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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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트럼프 당선과 ‘팍스 아메리카나’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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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승리로 미국 대외 전략 ‘근본적인 변화’ 예상
국제기구 위상에 치명적 손상 불가피
아시아 국가들, 국방 예산 증액 압박과 미중 관계 악화 대비해야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 당선자의 두 번째 대선 승리로 미국 대외 관계 전략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간 보여 준 국제기구에 대한 불신과 국제 문제 개입에 대한 회의적인 태도는 UN을 비롯한 다자간 기구들(multilateral organisations)의 위상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가와 손익에 치중하고 모든 것을 관세로 해결하려는 성향도 아시아 국가들에 적지 않은 해악을 끼칠 것이다. 다수의 국가가 미국과의 안보 협력 유지를 위한 국방 예산 증액과 늘어나는 관세, 미중 관계 악화 속에서 신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동아시아포럼

트럼프 당선, 미국 대외 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 의미

미국 밖에서도 미국 대선에 투표하고 싶었을 것이다. 미국 대선 결과가 미국인들에게만큼이나 미국 밖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전 세계인들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투표한다. 대선 결과를 결정한 것은 대외 정책 이슈나 미래 세대에 영향을 미칠 안건들에 대한 고려도 아닌 감정과 충동에 이끌린 선택이었다. 세계 질서 유지에 있어 미국의 역할과 책임이 의심 없이 받아들여지던 시절에는 미국 내 리더십의 교체가 크나큰 대외 관계의 변화로 이어지는 일도 없었다. 그러나 세계 각국의 의존도가 높아진만큼, 미국의 정치적 지형 변화는 전세계적인 파급 효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당선은 미국의 대외 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전환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이전에 존재했던 수많은 제국이 역할과 힘을 잃어가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했지만 미국인들은 단 한 번의 투표로 세계 패권국으로서의 부담과 의무를 놓아버렸다. 그들은 더 이상 정치 및 법 제도의 역할과 효과성을 신뢰하지 않고 ‘세계 경찰’로서의 의무에도 반대한다.

글로벌 안보 유지를 위한 비용 지출에도 회의적이며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기부금에 기생한다고 눈을 치켜뜬다. 미국 유권자들이 그 어느 정치인보다 먼저 ‘세계 경찰’ 역할에 반대해 왔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바이든 행정부(Biden administration)가 미국이 지출하는 비용으로 우방국들을 같은 편으로 유지하고 미국 본토에서의 전쟁 위험을 방지한다고 설득했지만 의심과 불만은 줄어들지 않았다.

정치인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분쟁을 정파적 이익에만 이용한 것도 미국의 개입을 선택적인 사안 내지 엘리트 정치인들의 사익을 위한 ‘사기’(scams)로 보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이 사안을 다른 관점에서 보는 수많은 세계 시민들과 미국 시민들이 존재했지만 그들은 투표권이 없거나 투표수가 충분하지 않았다.

아시아 국가들, 방위비 예산 증액해야 안보 지원 유지

트럼프나 그의 국가 안보팀도 미국의 세계 패권을 해체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트럼프의 자국 우선주의와 국가 간 협력에 대한 혐오, 관세 만능주의, 미국이 다른 국가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이 가져올 결과는 자명하다. 미국이 참여하고 있는 UN과 국제 경제 기구, 다자간 기구 및 이들의 수행하는 초국가적 문제 해결 노력에도 복구 불가능한 피해가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균열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이미 시작됐고 앞으로 4년 동안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이를 것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국제기구의 종말을 보며 환호할 것이다.

그보다 더 걱정스러운 일은 트럼프의 국가 안보 담당 지명자들이 트럼프 지지자들이 보낸 메시지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여전히 ‘전쟁 억지’(deterrence)의 기치 아래 전 세계에 군사적 개입을 확대하며 미국 패권주의를 고수하기 위해 애쓸 것이다.

아시아 우방국들은 트럼프의 ‘자국 우선주의’와 국가 안보팀이 견지하는 ‘군사적 강경 노선’의 충돌 사이에서 위태로운 균형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특히 태평양 연안국들에는 ‘공짜’가 아님을 입증해야 미국의 안보 지원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결국 일본의 국방 예산 증액, 대만의 국방 개혁을 비롯한 우방국들의 국방비 부담 증가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는 AUKUS(호주, 영국, 미국 간 3국 안보 동맹)와 같은 협약을 통한 더 많은 미국 무기 체계 구매까지 포함된다.

미국이 포기한 리더십, 안보 협력과 지역 통합으로 채워야

트럼프는 ‘무력이 아닌 평화적 방법에 의한 전쟁 방지’를 원칙으로 내세우지만 그의 임기 동안 세계는 더 큰 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트럼프의 탄탄한 정치적 입지는 대담한 외교 전략의 실행을 가능하게 할 수 있고 이는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나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과의 개인 외교는 물론 이스라엘의 외교적 입지를 확장해 주는 조치까지를 포함한다. 하지만 트럼프의 상대방을 도발하는 성향과 두려움을 심어줌으로써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확신은 오판으로 이어져 대가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이 이룬 미지근한 미중 관계 정상화 역시 유지되기 어렵고 대만은 트럼프 정권하에서 ‘뜨거운 감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집권이 국제 무역 체제에서 가장 글로벌화된 아시아 경제에 미칠 파장도 무시할 수 없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예상은 관세와 양자 간 협상을 통해 미국 수출을 늘리려는 트럼프 정권의 시도와 씨름하는 것인데, 이러한 전략이 트럼프 2기 정권에서 얼마나 유효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다만 확실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해외 자본의 국내 투자를 열렬히 환영해 왔기 때문에, 일부 국가 및 산업의 경우 미국 내 투자를 통해 무역 압박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미중 관계에는 더욱 깊은 골이 생길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와 공화당 주도의 국회가 남발하는 관세와 수출 규제 및 제재 속에서 전 세계는 더욱 파편화되고 고비용과 저성장에 허덕일 것이다. 글로벌 비즈니스의 복잡성도 한층 증가해 전 세계는 적응과 생존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아시아의 다수 국가는 악화하는 미중 관계 속에서 중도 노선을 통한 위험 최소화에 나서겠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러한 접근에 어떤 대가를 물릴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트럼프는 이미 저물고 있던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시대의 종말을 더욱 앞당기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지만 이것이 미국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국가로 남을 것이지만 스스로의 선택으로 글로벌 리더의 자리를 내려놨고, 이제 우방국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 공공의 선(public goods)을 위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파편화되고 무질서한 세계에서 아시아 국가들은 더욱 긴밀한 안보 협력과 지역 통합을 통해 평화를 지키고 반세계화(deglobalisation)로 인한 경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는 누가 백악관의 주인이든 갈수록 어려움과 위험이 가중되는 세계에서 생존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다.

원문의 저자는 수잔 손튼(Susan Thornton) 예일대학교(Yale University) 로스쿨 선임 연구원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rump Act II spells the end of the American empire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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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보조금 정책이 글로벌 무역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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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정책, 글로벌 경쟁 주요 수단으로 복귀
보조금, 개도국 수출 경쟁력 확보에 ‘심대한 역할’
무역 분쟁 방지 위해 파급 효과 고려해야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한동안 뒷전으로 밀려 있던 ‘산업 정책’(industrial policy)은 각국 정부가 핵심 산업 경쟁력을 확보해 글로벌 경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재등장했다. 산업 정책의 중심을 이루는 보조금(subsidies)은 특히 G20 내 개발도상국들(중국, 인도, 러시아 포함)의 국내 산업 육성과 수출 경쟁력 확보에 지대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하지만 보조금 사용 빈도와 규모가 증가하며 국제 교역에 있어 보복과 갈등의 가능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보조금의 대외적 파급 효과를 고려하고 국제 무역 규칙을 준수하며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CEPR

보조금, 국제 무역 질서 깨뜨리고 경제적 비효율 야기

산업 정책이 글로벌 경제 전략의 핵심으로 재부상했다. 주요 논의 선상에서 멀어졌던 해당 정책은 각국이 핵심 경쟁력을 확보하고 혁신을 촉진하며 심지어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수단으로까지 활용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과 ‘칩스법’(CHIPS and Science Act), 유럽의 ‘그린 딜’(Green Deal)과 ‘디지털 유럽 프로그램’(Digital Europe programme), 중국의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 등이 모두 산업 정책에 해당한다.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들도 산업 기반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재생 에너지, 반도체, 디지털 기술 등의 핵심 영역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산업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러한 산업 정책의 중심에는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지만 논란의 여지도 큰 보조금이 자리하고 있는데 생산 보조금(production subsidies), 직접 보조금(grants), 세제 혜택(tax breaks), 국가 지원(state aid) 등의 형태로 특정 산업과 기업을 육성, 지원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 문제는 보조금의 자국 경제 부양 효과는 의심할 바 없지만 대외적 파급 효과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때로 국제 교역에서 국가 간 비교 우위 양상을 바꿔 교역 상대국의 무역 보복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더구나 보조금 사용 빈도와 규모가 크게 증가하면서 전면적인 보조금 전쟁이 국가 간 상호 협력을 깨뜨리고 경제적 비효율을 초래할 위험도 커지고 있다.

G20 개발도상국, G20 전체 보조금 건수의 67% 차지

산업 정책에서 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0년간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글로벌 무역 경보(Global Trade Alert, 이하 GTA, 해외 상거래에 영향을 미칠 국가 개입에 대한 정보 제공) 자료에 따르면 동 기간 각국의 보조금 사용 빈도가 3배 이상 증가해 2021년에는 GTA 통계에 기록된 ‘왜곡된 개입’ 사례의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주로 선진국들이 보조금을 사용하는 주체들이었다면 최근 들어서는 G20 내 개발도상국들이 주역으로 떠올라 2021년 6,000건이 넘는 보조금으로 G20 국가 전체 보조금 정책의 67%를 점유하기도 했다.

G20 국가 국내 산업 보조금(수출 보조금 제외) 건수 증가 추이(2009~2021)
주: 연도(X축), 건수(Y축), G20 개발도상국(청색), G20 선진국(적색)/출처=CEPR

이는 개발도상국들이 더 이상 선진국들의 무역 정책에 단순 대응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무역 질서에 능동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그들이 느끼는 무역 경쟁의 강도와 전략 산업에서 발판을 마련하려는 열망으로도 비친다.

보조금 지원, 개도국 수출 성장에 15% 이상 기여

이러한 보조금이 국제 무역에 미치는 영향은 심대하다. G20 개도국들을 대상으로 했을 때 적용 이후 8년간 보조금 지원을 받은 제품의 수출 성장률은 그렇지 않은 경쟁재와 비교해 15%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조금 지원이 신규 상품 수출을 가능하게 할 확률도 3%p 더 높았다. 보조금이 전체 수출 증가는 물론 수출 다양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개발도상국들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 확보에 크게 기여했다는 이야기다.

G20 개발도상국 보조금이 수출 실적에 미친 영향 (수출 총량)
주: 기간(0=보조금 도입 연도, X축), 수출 증가율(보조금 비대상 대비, Y축), 90% 신뢰구간/출처=CEPR
G20 개발도상국 보조금이 수출 실적에 미친 영향 (신규 제품 수출 가능성)
주: 기간(0=보조금 도입 연도, X축), 수출 가능성(1=가능성 100%, Y축), 90% 신뢰구간/출처=CEPR

하지만 선진국들의 경우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이미 높은 수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던 제품들에 보조금 지원이 더해지는 경우가 다수 확인됐고, 때문에 보조금 할당에 있어 정치적 영향력이 개입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수출 실적을 빠르게 성장하는 업체가 로비를 통해 보조금을 확보하고 성장세를 유지하려는 ‘승자 독식 정책 편향성’(winners picking government policy), 수입 제품들로 고통받는 기업이 정부에 호소해 보조금을 확보하는 ‘패자 동정 정책 편향성’(losers picking government policy)등이 대표적인 예시다.

상대국 보복 조치 시 무역 전쟁 비화 가능성

경로에 관계없이 보조금이 국내 산업을 넘어 교역 상대국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글로벌 무역에 적지 않은 리스크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교역 흐름의 패턴을 바꿔 상대방이 보복 조치를 강구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무역 보복은 관세(tariffs), 상계 관세(countervailing duties), 심지어 자국 경쟁 제품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포함하기 때문에 전면적인 보조금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교역 국가 간 신뢰가 깨지고 공급망 붕괴와 자유 무역 원칙이 훼손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예를 들어 수입국이 상대국 보조금 지원을 받는 특정 제품 유입이 크게 증가하는 것을 보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대응 조치를 발동할 수밖에 없고 경쟁이 격화할수록 국내 해당 산업 지원 규모를 늘릴 수밖에 없다. 이는 글로벌 시장 왜곡에 그치지 않고 더 생산적인 분야에 투입돼야 할 자원이 엉뚱한 곳에 집중되는 비효율을 낳기도 한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각국 정부는 보다 넓은 관점의 산업 정책을 도입할 필요성이 제기되는데 우선 보조금 도입 시 대외적인 파급 효과까지 고려한 ‘비용-편익 분석’(cost-benefit analysis)이 필수적이다. 또한 교역상의 왜곡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의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규정을 준수하는 것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국가 간 협력을 통해 해당 규정 준수를 강화하는 것도 각국 산업 정책이 비생산적인 보조금 전쟁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첨단 및 환경 기술을 포함한 보다 넓은 범위의 보조금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국가 간 대화와 협력도 유익한 효과를 보탤 수 있다. 교역 정책이 야기하는 긍정적 파급 효과를 이해하는 것은 국가적 이익과 글로벌 복지가 균형을 이루는 산업 정책 입안을 가능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문의 저자는 로렌조 로툰노(Lorenzo Rotunno)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수석 이코노미스트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rade spillovers of industrial policy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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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9번째 높은 임대료 기록한 명동, 서울 주요 상권 희비 교차

세계 9번째 높은 임대료 기록한 명동, 서울 주요 상권 희비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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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임대료 1㎡당 1천만원 ‘훌쩍’
50% 넘던 공실률도 6.8%로 감소
상권 양극화에 홍대·이대 ‘찬바람’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아 시름하던 명동 상권이 되살아난 모습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며 상가 공실 대부분이 해소됐고, 그 결과 전 세계 주요 도시 상권 중 9번째 비싼 임대료를 기록하게 됐다. 반면 서울에서 명동을 제외한 여타 주요 상권은 여전히 더딘 회복세를 나타냈다. 이에 시장에선 상권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명동 상가 임대료 세계 9위

22일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C&W)에 따르면 명동의 연평균 임대료(이하 1㎡당 기준)는 1,031만9,652원으로 전 세계 138개 주요 도시 상권 중 9번째로 높았다. 이는 지난해와 같은 순위로, 임대료는 3% 상승했다.

1위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비아 몬테나폴레오네 상권이다. 해당 지역의 임대료는 지난해보다 11% 상승한 3,070만3,966원으로, 조사가 시작된 이래 유럽이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테일러(소매상)들의 수요 지속에 유로화 가치 상승이 맞물리며 임대료를 밀어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임대료 1위를 기록했던 미국 뉴욕의 어퍼 5번가 상권은 지난해와 동일한 2,999만8,989원의 임대료를 기록하면서 2위로 내려앉았다. 3위는 영국 런던의 뉴 본드 스트리트( 2,642만9,110원)로 지난해보다 13% 올랐다. 이어 홍콩 침사추이(2,410만4,188원),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1,922만9,352원), 일본 도쿄 긴자(1,778만9,401원) 등 순을 보였다. 도쿄의 경우 지난해보다 임대료가 25% 뛰면서 전 세계 상권 중 가장 큰 임대료 상승폭을 그렸다.

조사 대상 138개 상권 중 1년 전보다 임대료가 오른 곳은 79곳으로, 약 57% 지역이 임대료를 올렸다. 특히 북미(8.5%)의 상승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이어 유럽(3.5%), 아시아·태평양(3.1%) 순이었다. 로버트 트래버스 C&W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리테일 부문 책임자는 이같은 임대료 상승의 원인으로 오프라인 매장 확대를 꼽았다. 그는 “상당수 브랜드가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최상위 상권에 오프라인 매장을 두 배가량 확대했다”면서 “고객과의 연결을 중요시하는 리테일러가 늘면서 기꺼이 높은 임대료를 지불하는 사례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서울 명동거리의 모습/사진=서울시(Visit Seoul)

지난해 방한 외국인 1,103만 명

명동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서울 주요 상권 중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지역이다. 2019년 4.5%에 불과했던 명동 공실률은 2020년 23.2%로 늘었고, 2022년에는 52.5%까지 치솟았다. 명동 상가 중 절반 이상이 비어 있었다는 의미다. 명동의 분위기가 달라진 건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지난해부터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103만 명으로 전년 대비 245% 증가했다. 특히 명동을 방문한 외국인은 홍대의 2배, 이 외 상권과 비교하면 무려 10배가량 차이를 보였다. 그 결과 올해 2분기 명동 공실률은 6.8%까지 떨어졌다.

서울 6대 상권(명동·강남·홍대·가로수길·한남 및 이태원·청담) 가운데 신규 매장이 가장 많이 들어선 곳도 명동이다. C&W는 “명동은 지난해 글로벌 대형 브랜드들이 잇따라 문을 연 데 이어 최근까지 비어 있던 소형 공실도 화장품, 잡화점 등으로 채워졌다”고 말했다. 무려 7년간 공실로 골머리를 앓던 대형 쇼핑센터 밀리오레도 패션, 뷰티, 식음 브랜드가 대거 입점하며 활기를 띠고 있다는 게 C&W의 설명이다.

반면 여타 상권은 여전히 더딘 회복세를 나타냈다. 특히 가로수길 상권의 공실률은 39.4%를 기록하며 지난해 36.5%에서 2.9%p 뛰었다. 같은 기간 청담 상권 공실률 또한 17.4%에서 16.3%로 1.1%p 늘었다. 이밖에 강남 상권은 20.0%, 한남 및 이태원은 11.5%의 공실률을 보이며 각각 전년 동기 대비 0.8%p, 1.7%p 증가했다. C&W는 “여행객들의 트렌드가 단체 관광에서 개별 관광으로 변하고 있어 해당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5곳 중 1곳 공실, 젊음의 거리가 어쩌다

전국으로 범위를 확대해 보면 이같은 상권 양극화는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 소규모 상가(2층 이하·연면적 330㎡ 이하) 공실률은 8.01%로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0년 1분기(5.6%)와 2022년 1분기(6.4%)보다 높게 나타났다. 임대료도 하락세다. 같은 기간 전국 소규모 상가 임대가격지수는 98.69로 1년 전인 2023년 2분기(99.11)와 비교해 0.42p 떨어졌다.

이는 소비 회복세가 무점포 소매업과 대형마트 등을 중심으로 나타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전년 대비 소매판매액지수 증가율은 무점포 소매(7.7%)와 대형마트(5.2%) 등에서 높게 나타났지만, 전문소매점(-3.1%)과 슈퍼마켓 및 잡화점(-1.9%)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높은 공실률로 시름하는 소규모 상가를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곳은 대학가다. 한때 ‘핫플(핫 플레이스)의 대명사’로 불리던 홍대 상권이 대표적이다. 올해 2분기 홍대·합정 지역 상가 공실률은 12.2%로 전년 동기(5.7%) 대비 2배 넘게 상승했다. 홍대 인근 상가 공실률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 1~4분기 각각 10%대를 웃돌다 지난해 잠시 주춤하더니, 올해 1분기 11.1%를 기록하며 다시 오름세를 시작했다.

이대·신촌은 사태가 훨씬 심각하다. 해당 지역의 올해 초 공실률은 18.3%를 기록하며 지난해 2분기(9.0%)와 비교해 2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상가 다섯 곳 중 한 곳은 비어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이화여대 인근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보증금을 엄청 내려도 공실은 계속 늘고 있다”며 “팬데믹 끝나고 점포가 좀 차긴 했는데, 장사가 안 돼서 그냥 버티고들 있는 모습”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폐업을 하고 싶어도 계약 기간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문을 여는 점포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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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더리움 34만 개 증발, 北 해커 소행 확인 “현시세 1.5조 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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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FBI와 공조한 경찰, 북한 정찰총국 소행 결론
라자루스-안다리엘, 34만 개 빼돌려 분산·세탁
가상자산거래소 대상 北 소행 범죄 국내 첫 사례

5년 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가 보관하던 580억원 규모의 가상화폐 탈취 사건이 북한 소행으로 확인됐다. 현 시세로 따지면 무려 1조4,700억원 상당이다. 그간 북한의 가상자산 해킹에 대한 UN(국제연합) 보고서나 주요국 정부의 발표는 있었지만, 국내 수사 기관이 북한의 가상화폐 해킹을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킹으로 외화벌이를 하고도 발뺌해 온 북한의 민낯이 드러난 가운데, 북한이 해킹한 가상화폐를 다시 무기 개발 비용으로 전용하고 있어 방어책 마련이 시급하단 지적이 나온다.

경찰, FBI와 공조 北 IP주소 확인

21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2019년 11월 가산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보관 중이던 이더리움 34만2,000개가 탈취된 사건과 관련해 북한 해킹 조직 ‘라자루스(Lazarus)’와 ‘안다리엘(Andariel)’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피해 규모는 당시 시세로는 580억원, 현재 기준으로는 1조4,700억원에 달한다. 그동안 라자루스는 정부기관 및 금융기관을, 안다리엘은 군 및 국방산업을 주로 공격해 왔다.

경찰은 유사 범죄를 우려해 구체적인 공격 방법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북한의 인터넷주소(IP)와 가상자산의 흐름, 북한 단어 사용 기록, 미국 연방수사국(FBI)과의 공조로 확보한 자료 등을 통해 북한 소행으로 결론지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해킹에 사용된 컴퓨터에서 북한 말인 ‘헐한 일(중요하지 않은 일)’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경찰은 해킹조직이 이더리움 34만 개를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빼돌렸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57%는 자신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가상자산 교환 사이트 3곳에 보낸 뒤 시세보다 2.5% 싼 가격에 비트코인으로 바꿔치기했다. 이후 비트코인을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이더리움 43%는 중국, 미국, 홍콩, 스위스 등 13개국 51개 거래소로 분산 전송한 뒤 세탁했다.

북한은 이 과정에서 ‘코인 믹싱(mixing)’을 통해 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밝혀졌다. 믹싱은 입금자의 가상자산과 다른 사용자들의 가상자산을 섞어 추적을 어렵게 만들거나 끊기게 하는 기술이다. 당초 믹싱은 사용자의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고안됐지만 북한은 이를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한 것이다.

경찰은 스위스 검찰로부터 2020년 10월 비트코인으로 바꿔치기된 일부 가상자산이 스위스의 한 가상자산 거래소에 보관됐다는 사실을 입수했다. 이후 4년에 걸쳐 스위스 정부에 해당 비트코인이 국내에서 탈취한 자산이라는 점을 증명한 뒤 피해 자산 중 일부인 4.8비트코인(한화 약 6억원)을 환수해 업비트 측에 돌려줬다.

北 핵무기 개발 '돈줄', 기승하는 해킹부대

북한의 해킹조직이 우리나라 가상자산 거래소를 탈취한 사실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미 해외에선 악명을 떨치고 있다. 북한의 해킹조직들은 주로 군사정보기관인 정찰총국과 연계돼 있으며, 라자루스와 안다리엘을 비롯해 김수키(Kimsuky), 블루노로프(BlueNoroff), 스카크루프트(ScarCruft), APT38 등 여러 조직이 활동하고 있다.

북한이 해킹으로 탈취한 가상자산을 세탁하기 위해 사용하는 토네이도 캐시(Tornado Cash)가 2022년 8월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제재명단에 이름을 올렸음에도 가상자산 해킹을 활용한 북한의 외화벌이 사업은 그 기세가 여전히 꺾이지 않는 형세다. 지난 7월 인도의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도 약 2억 달러(약 2,805억원)의 피해를 본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 역시 라자루스가 배후로 지목됐다. 일본에서도 3,500만 달러 규모의 가상자산 탈취 배후로 라자루스가 의심받고 있다.

북한 해커들이 탈취한 가상자산 규모는 북한 GDP(국내총생산)의 4분의 1 수준에 이른다. UN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해커들은 사이버 절도를 통해 2022년에만 17억 달러(약 2조2,000억원)의 가상자산을 조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기존 기록을 넘어선 최대 규모다. 지난해는 10억 달러, 2021년은 4억2,900만 달러로 3년간 총 31억2,900만 달러(약 4조1,700억원)를 탈취했다. 북한은 약탈적 사이버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IT 인력을 해외에 파견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북한이 훔친 가상자산을 핵무기와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위한 자금원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 무기 개발 자금의 최소 30% 이상은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 자금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무부는 최근 러시아의 북한 무기 주문이 늘어나면서 무기 생산비용 조달을 위해 가상화폐 해킹의 빈도와 규모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해커들은 자금세탁과 현금화를 위해 각종 앱 결제 서비스는 물론 오프라인상에서 암거래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BC에 따르면 북한 라자루스는 캄보디아의 환전, 결제 앱 서비스인 '후이원 페이(Huione Pay)'에서 탈취한 비트코인 중 일부 자금을 현금화했다. 또한 카타르, 바레인 등에 주재한 외교관들을 동원해 가상화폐 판매에도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안 조치 의무화 시급

이에 우리나라에도 유럽의 가상자산법(Markets in Crypto-Assets Regulation, MiCA)과 같은 규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상자산 사업자뿐만 아니라 코인 발행 기업도 정보보호 및 개인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ISMS) 등 보안 조치를 취하도록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고 있으나 금융당국이 코인 발행기업을 규제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가상자산 이용자를 보호하고 가상자산시장의 건전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제정된 법으로 가상자산 1단계 입법으로 불린다. 관련 법에 따르면 가상자산의 정의와 가상자산에서 제외되는 대상을 규정하고,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해 이용자의 예치금과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보관·관리하도록 의무를 부과한다. 그런데 코인 발행기업은 규제 대상인 가상자산 사업자에 해당되지 않아 해당 의무가 없다. 이렇다 보니 당국은 코인 발행기업에 보안 조치를 요구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1단계 법안으로는 코인 발행기업을 규제할 방법은 없다"며 "이들 대부분은 해외에 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금융감독원이 규제하는 경계를 벗어난다"고 밝혔다.

반면 MiCA는 가상자산공개(ICO)에 대한 규정을 마련해 가상자산 보유, 저장, 이전에 관한 기반기술 및 표준에 대한 설명 등 가상자산 발행과 관련된 지침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한 암호화폐 전문가는 "현행 가상자산 관련법으로는 코인 발행기업과 사채업자가 사실상 차이가 없는 실정"이라며 "해외 사례를 참고해 가상자산 사업자뿐만 아니라 코인 발행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보안 규정을 마련해 건전한 시장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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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의 애매한 우라늄 제재, 원전 핵심원료의 '공급망 불확실성' 가능

미·러의 애매한 우라늄 제재, 원전 핵심원료의 '공급망 불확실성'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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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푸틴, 우라늄 등 전략 원자재 수출 제한 언급
러 원전기업 로사톰, 대미 우라늄 수출 재개 시사
미·러 간 이익 맞물려 전면 수입·수출금지 어려워

미국이 러시아산 우라늄의 수입을 금지한 데 이어 러시아 정부도 대미 수출 금지로 맞불을 놓으면서 원자력 발전의 핵심 에너지원인 농축 우라늄에 대한 '공급망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다만 주요국의 러시아산 우라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미국은 전면적인 수입 금지 조치 대신 유예나 예외 조항을 둬 물량 확보의 길을 열어두고 있다. 러시아 역시 우라늄을 정부 재정 확보를 위한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면서도 국영기업의 수출 경로를 확보하는 등 애매한 제재를 이어가고 있다.

푸틴, 바이든 '보복 조치'로 우라늄 對美 수출 차단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의 농축 우라늄 대미 수출 금지 조치를 두고 미국과 러시아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15일(이하 현지 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농축 우라늄의 대미 수출을 일시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한 것에 대한 맞대응 조치로, 지난 9월 푸틴 대통령은 정부 회의에서 "서방은 우리에게 많은 상품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며 "우라늄, 티타늄, 니켈 등 전략 원자재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러시아 정부는 "이번 수출 금지 조치는 2024년부터 2027년까지 러시아 우라늄 제품 수입을 부분적으로 제한한 미 행정부의 결정에 대한 보복"이라며 "2028년부터 전면 금지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해당 조치의 적용에 있어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부연하며 예외적으로 2027년까지 선적을 허용하는 면제 조항을 뒀다. 이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의 이익에 부합하는 경우 연방 기술·수출 통제국은 미국을 금지 목록에서 제외할 수 있다"며 "우리의 이익을 해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세계 최대 농축 우라늄 공급업체인 러시아의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은 미국에 대한 우라늄 수출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며 진화에 나섰다. 로사톰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 정부의 대미 수출 제한은 미 당국의 조치에 대해 예상 가능한 상호 대응"이라며 "우리는 대미 공급을 허용하는 특별한 라이선스 제도를 운용하고 있으며 우라늄 제품의 공급은 고객과 합의한 조건과 해당 법률 및 규정을 준수해 변함없이 계속된다"고 말했다. 당장 미국에 대한 우라늄 수출을 끊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러시아 자금줄 차단 위해 우라늄 수입 금지

우라늄을 두고 촉발된 양국의 갈등은 지난 5월 13일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산 우라늄의 미국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H.R.1042)에 공식 서명하면서 시작됐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러시아나 러시아 기업이 생산하는 저농축 우라늄의 미국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은 지난해 12월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서 수개월간 발목이 잡혀있다가 법안 처리를 가로막아온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이 지난 4월 반대 의견을 철회하면서 만장일치로 상원 문턱을 넘었다. 러시아산 우라늄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는 90일의 유예기간을 두고 지난 8월부터 발효됐다. 다만 러시아산 우라늄 공급 중단으로 원자로 운행을 불가능한 경우에는 2028년까지 법 적용을 유예한다.

이를 두고 당시 러시아는 '자승자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미국의 우라늄 수입 금지 조치는 러시아보다 미국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미국의 자체 농축 능력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조치는 자국 경제에 해를 끼칠 뿐 결국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실제로 앞서 미 행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2022년 3월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등의 수입을 금지하는 제재를 가했지만, 당시 우라늄은 제재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러시아가 미국 내 93개 상업용 원자로에 사용하는 농축 우라늄의 20%를 공급하는 상황에서 원전 운영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미국 핵연료 수입의 35%를 러시아에서 들여오고 있으며 우라늄 수입을 위해 미국이 러시아에 지급하는 돈은 연간 10억 달러(약 1조3,700억원) 내외로 추산된다.

미국은 미·소 냉전 종식 직후인 1993년 '메가톤을 메가와트로(Megatons to Megawatts)'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러시아 핵탄두에 장전돼 있던 고농축 우라늄을 민간 발전용 저농축 핵연료로 전환해 수입한 것을 계기로 러시아산 우라늄에 상당 부분 의존해 왔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저렴한 러시아산 우라늄과 경쟁하면서 미국과 유럽 기업이 경쟁력을 잃었고, 미국 내 자체 우라늄 농축 능력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수입 제한 규정이 발효된 8월 이후 미국이 러시아에서 우라늄을 수입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미 에너지부는 자국의 원자력 발전기업 컨스틸레이션과 우라늄 농축기업 센트러스 등에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 허가를 내 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우라늄 의존도 높은 美·EU, 원전 독립 선언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최근 러시아산 우라늄을 두고 이어진 미국과 러시아 간 갈등이 수입·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완전한 절연'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양국 모두 특별허가 등의 예외 조항을 둬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는 것이다. 미국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원자력 의존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당장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에서 손을 떼면 자국 원전 업계의 연료가 부족해지는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러시아로서는 농축 우라늄 수출이 정부 재정의 주요 재원으로 해외 판매량을 유지해야 푸틴 대통령의 통치력이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국제 사회에선 미 정부의 '이중 플레이'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국제 사회에 강력한 제재 동참을 강조해 온 미국이 오히려 러시아에 자금을 대주는 꼴이라는 지적이었다. 특히 미국에 값싼 농축 우라늄을 수출하는 로사톰이 러시아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 논란을 키웠다. 로사톰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빼앗은 유럽 최대 규모의 자포리자 원전을 운영하는 업체다.

이러한 딜레마는 유럽 국가들도 겪고 있다. 미국이 핵연료 공급망에서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려 해도 러시아와 거래를 지속하는 유럽 국가들로 인해 러시아에 타격을 입히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례로 왕립연합군사연구소(RUSI)에 따르면 전체 전력의 70%를 원전으로 생산하는 프랑스는 원자로 총 56기를 가동하기 위해서 연평균 약 8,000톤의 천연 우라늄이 필요한데 이를 전적으로 해외 공급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올해 초부터 서방 주요국들은 러시아로부터 '우라늄 독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캐나다·프랑스·일본·영국이 우라늄 농축∙변환 능력 확대에 총 42억 달러(약 5조9,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올해 3월 원자력 정상회의에서 우르졸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원전 르네상스'를 언급하며 원전 가동을 위한 청정 에너지원의 자체 운용 역량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5월 "27억2,000만 달러(약 3조8,000억원)의 전례 없는 연방정부 자금 지원을 바탕으로 미국 내 새로운 우라늄 농축 능력을 가동케 할 것"이라고 천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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