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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최고조 속 개막 앞둔 중국 양회, 첨단 산업 선택과 집중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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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정협→전인대 연이어 개막
기술력 토대로 장기전 돌입 전망
미 관세 관련 대화 가능성 열어둬

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가 개막을 앞두고 있다. 시진핑 3기 체제에서 세 번째로 열리는 이번 양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에 따른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 경제 성장 둔화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개최되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고 있다. 중국은 이번 양회에서 주요 경제 목표와 정책 우선순위를 밝힐 전망이다.

“GDP 숫자 연연 안 해, 산업 현장 생기 넘쳐”

4일 중국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류제이 제14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제3차 회의 부비서장 겸 대변인은 전날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협 기자회견을 열고 “정협 3차 회의가 내일 오후 3시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해 오는 10일 오전 폐막한다”고 밝혔다. 양회는 매년 정협 개막식에 이어 이튿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을 연이어 개최하면서 시작해 약 일주일에 걸쳐 진행된다.

이날 류 대변인은 지난해 중국이 목표한 경제 성과를 이뤄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작년 중국 경제는 안정적으로 진전하면서 고품질 발전이 착실히 추진됐다”며 “연간 국내총생산(GDP)은 134조 위안(약 2경7,000조원)으로 세계 주요 경제국 가운데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중국 정부의 자신감에도 미국과의 GDP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해 중국의 명목 GDP 성장률은 4.2%로 미국의 5.3%와 비교해 0.9%p 뒤처졌다.

학계에서는 중국이 GDP 숫자보다 기술력과 제조업 혁신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주톈 중국유럽국제경영대학원 경제학 교수는 “자신감 넘치는 공산당은 일시적인 GDP 격차에 신경 쓰기보다는 장기전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제조 및 혁신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기술 및 제조업에서 중국과 미국의 격차는 전체적으로 좁혀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정협 측도 이 같은 학계의 분석에 무게를 실었다. 류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중국 경제는 신산업과 스마트 제조 활성화 등에 힘입어 고품질 발전의 길을 걷고 있다”며 “AI와 휴머노이드 로봇, 드론 등 각종 첨단 산업의 현장에 생기가 넘친다”고 자신했다. 아울러 류 대변인은 “중국 경제 운영이 몇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소비 수요가 부족한 것 사실”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지지 조건과 기본적인 추세는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 추가 관세 부과에는 ‘평등한 대화’ 강조

국제사회는 중국이 이번 양회 기간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과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촉각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10%의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시점이 양회 개막일인 4일인 탓이다. 앞서 중국은 미국의 추가 관세에 맞대응해 일부 미국 제품에 최대 15%의 보복관세 부과를 선언했지만, 이는 절제된 수준인 만큼 협상 여지가 남았다는 게 외교계의 중론이다.

지난달 초 부과된 10% 관세에도 나름의 평정심을 유지해 온 중국 내 산업 현장에서는 비용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의하면 중국 샤먼의 한 전기 변압기 제조업체는 이미 말레이시아로 공장 이전을 추진 중이며, 다른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는 태국으로 공장을 옮기는 것을 검토 중이다. WSJ는 현지 관계자를 인용해 “많은 중국 기업이 공황 상태에 빠져 해결책 찾기에 분주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산업 현장의 목소리에 중국 정부도 미국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나섰다. 중국 상무부는 “우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가 양국의 경제무역 협력과 정상적인 국제 무역 질서를 훼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며 “미국은 다른 국가의 권익을 존중하고, 부당하고 근거 없는 일방적인 관세 조치를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펜타닐 등 마약 공급망 문제와 연결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다른 나라에 전가하려는 시도”라고 반박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미국에 대한 대화의 손짓은 계속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 측이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평등한 대화를 통해 이견을 좁혀나가는 올바른 궤도로 조속히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기술력 향상에 부동산 시장 활성화 기대

이 같은 중국 정부의 자신감에는 자국 기술 혁신의 본거지로 불리는 항저우 등 일부 도시가 부동산 훈풍을 타고 회복의 조짐을 보인다는 판단이 짙게 작용했다. 중국 부동산 중개업체 베이커(Beike)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 이후 저장성 동부 지역의 신규 주택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81% 급증했다. 같은 기간 중고 주택 거래량은 약 8% 늘었으며, 중개 사무소를 방문한 사람 수도 77% 증가했다.

현지 부동산 업계는 AI 스타트업 딥시크와 로봇 개발업체 유니트리 등이 적극적으로 사세를 확장하면서 채용을 늘리고 있는 만큼 항저우 일대의 부동산 상승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얀 유에진 이하우스 중국부동산연구소 부소장은 “기술 산업의 번창이 구매 심리를 끌어올리고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최근 부동산 시장은 혁신과 기업가 정신에 유리한 환경을 갖춘 지역으로 인구가 밀집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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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1천억 달러’ 과감한 대미 투자, 트럼프는 “관세 카드 성과” 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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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조원 추가 투자, 5개 공장 증설
“TSMC는 도둑”이라던 트럼프도 만족
고비용 감수, 친(親)미국 전략 선택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가 미국에 146조원 상당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약속했던 대미 투자 규모 94조원을 훌쩍 웃도는 수준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를 앞세워 첨단 생산 공장을 자국에 옮겨 오도록 외국 기업들을 압박한 전략이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업계에서는 비용 등을 문제로 미국 투자를 망설이던 TSMC의 태세 전환과 그 배경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혁신과 성장 비전 공유” 맞손

3일(이하 현지시각)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웨이저자(魏哲家) TSCM 회장과 백악관에서 면담한 뒤 “TSMC는 이른 시일 내 미국에 최첨단 반도체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최소 1,000억 달러(약 146조원)를 새로 투자할 것”이라며 “신규 투자는 애리조나주에 5개의 생산 시설을 구축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표로 TSMC의 대미 투자는 1,650억 달러(약 240조원) 규모가 됐다. TSMC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0년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후 2022년에는 투자 규모를 650억 달러(약 94조원)로 확대했다. 투자 확대에 따라 애리조나 공장 건설 계획도 애초 1개에서 3개로 늘었으며, 이 가운데 1곳은 지난해 말 양산에 돌입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대미 투자 확대가 TSMC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TSMC로서는 (대만이 아닌) 매우 안전한 곳으로 생산 시설을 다각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웨이 회장을 “이 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TSMC가 미국에 반도체 공장 5곳을 추가로 건설함에 따라 최소 수천 개의 고임금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웨이 회장 또한 “1,000억 달러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이미 짓기로 한 3개의 팹(반도체 제조공장)에 더해 3개의 새로운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며, 이 외에도 2개의 패키징 공장 등 총 5개 공장이 미국에 추가로 세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TSMC는 성명을 통해 “(미국과) 반도체 산업의 혁신과 성장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고, 함께 기술 부문을 강화할 방안을 모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보조금’ 유화책보단 ‘관세’ 강경책 꺼내 든 트럼프

무역업계에서는 TSMC의 깜짝 투자 발표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에서 비롯된 결단이라는 평이 우세하다. 반도체는 1997년 미국 주도로 체결된 정부기술협정(ITA)에 따라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반도체를 비롯한 모든 수입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취임 직전 출연한 방송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반도체지원법(CHIPS)을 비판하면서 TSMC를 겨냥하기도 했다. 팟캐스트 진행자 조 로건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기업은 매우 부유한 기업들”이라며 “그들은 우리 사업의 95%를 훔쳤고, 지금 대만에 있다”고 말했다. TSMC가 미국 정부로부터 수십억 달러를 받으면서 생산한 칩을 대만으로 가져간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은 보조금 지급이 아니라 관세 부과를 통해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 TSMC 대미 투자 확대와 관련한 발표에서도 그는 “만약 대만에서 만들고 미국으로 보낸다면 25%나 30%, 50% 등 어떤 수치가 됐든지 간에 관세를 부과받게 될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웨이 회장은 게임에서 훨씬 앞서가게 됐다”고 말했다. 여타 반도체 기업들에 대미 투자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중국 색 지우기 분주한 TSMC

재료 조달, 인건비 등 높은 비용 문제도 오랜 시간 TSMC의 미국 투자를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웨이 회장은 올해 초 실적 발표 자리에서 2㎚(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미국 진출 계획에 대한 질문에 “인력 부족, 높은 비용, 규정 미비 등 세 가지 이유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먼저 비용의 경우 기존 건설 중인 공장의 사례를 들었다.

지난해 말 양산에 들어간 애리조나 1공장 건설에 TSMC는 기 계획보다 3배 이상 늘어난 400억 달러(약 58조4,000억원)를 지출했다. 미국 내 인플레이션으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한 데다, 건설 기간 단축으로 비용 상승 폭이 더 가팔랐던 탓이다. 해당 공장 양산 준비를 위한 재료 공급 비용도 대만 공장과 비교해 최대 5배에 달했다. 이 때문에 TSMC는 공급망 다각화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올해 1분기 매출 총이익이 직전 분기(59%)보다 1%p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력 확보도 난제다. 애리조나 1공장은 제조 장비를 설치 후 공장 가동 직전까지 미국 현지에서 전문 인력을 구하지 못해 대만에서 엔지니어 수백 명을 파견받아야 했다. 가동 후에도 수율 제고를 위한 연구진과 기술 인력 파견은 계속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현지 인력 위주로 공장을 운영하라는 미국 정부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에 의하면 TSMC 애리조나 1공장 전체 인력 2,200명 중 절반가량이 대만 출신 직원이다.

이처럼 미국 투자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온 TSMC인 만큼 이번 대미 투자 확대의 배경에는 단순 관세 위협을 넘어 정치적 의도 또한 숨어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갈수록 수위를 높이면서 중국과의 관계 단절이 시급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TSMC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중국 고객사에 7㎚ 이하 첨단 반도체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반도체 시장은 이제는 수율의 시대에서 전략의 시대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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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회생절차 신청한 홈플러스, 재무 리스크 해소돼도 '산 넘어 산'

기업회생절차 신청한 홈플러스, 재무 리스크 해소돼도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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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하자 '기업회생' 카드 꺼내
이커머스에 밀려 힘 잃은 대형마트, 근본적 경쟁력 약화
구조조정 압박 가중되며 노사 갈등도 격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해 단기적인 자금 상환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선제적으로 회생 절차를 신청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재무 상황 개선 이후에도 수많은 '암초'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형마트를 비롯한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경쟁력 약화, 격화하는 노사 갈등 등 각종 악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홈플러스의 '위기 극복' 시도

4일 홈플러스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지난 2월 28일 공시된 신용평가에 온오프라인 매출 증가와 부채비율 개선 등 여러 권고사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신용등급이 하락했다"며 "신용등급이 낮아져 향후 단기 자금 측면에서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단기 자금 상환 부담을 경감하고자 금일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신용평가사들은 지난달 28일 홈플러스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신용등급 하향 조정의 이유로 이익 창출력의 약화, 현금 창출력 대비 과중한 재무 부담, 중장기 사업 경쟁력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 등을 꼽았다. 한국기업평가 역시 "영업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는 점, 과중한 재무 부담이 지속되고 있는 점, 중단기 내 영업 실적 및 재무 구조 개선 여력이 크지 않을 전망인 점 등을 (신용등급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실제 홈플러스의 재무 상황은 최근 수년간 눈에 띄게 악화했다. 홈플러스는 2022년 2월로 끝나는 회계연도부터 지난해 2월까지 3년 연속 1,000억~2,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말(3분기) 가결산 기준 적자는 1,571억원 수준이다. 지난 1월 말 기준 리스 부채를 제외하고 운영자금 차입을 포함한 홈플러스의 실제 금융 부채는 2조원대며, 부채비율은 462%다.

대형마트 업황 '빨간불'

홈플러스가 본격적인 '활로 모색'에 나선 가운데, 시장에서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만으로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제기된다. 이커머스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며 홈플러스를 비롯한 대형마트의 근본적인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2024년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산업부의 유통업체 매출 동향은 소비 동향 파악을 위해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월간 매출액을 조사·분석한 자료다. 지난해 조사 대상이 된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각 3개사와 SSM 4개이며, 온라인 유통업체는 G마켓글로벌(G마켓·옥션), 11번가, 인터파크, 쿠팡, SSG(이마트·신세계), AK몰, 홈플러스, 갤러리아몰, 롯데마트, 롯데온 등 10개다.

해당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온라인 유통업체의 매출은 전년 대비 15.0% 증가했다. 식품(22.1%), 음식 배달·공연·여행 티켓 등 서비스(58.3%) 분야를 중심으로 매출이 급성장한 결과다.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0.6%로, 종전 최대치였던 2023년(50.5%)을 소폭 웃돌았다.

반면 같은 기간 오프라인 업체 매출은 2.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온라인으로 소비 채널 이동이 가속화하며 성장세가 비교적 둔화한 것이다. 특히 대형마트 매출은 0.8% 감소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계 내에서 유일하게 역성장을 기록했다. 오프라인 업체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9.4%로 온라인을 밑돌았으며, 세부 업종별 매출 비중은 백화점(17.4%), 편의점(17.3%), 대형마트(11.9%), SSM(2.8%) 등 순으로 높았다.

노사 갈등도 '뇌관'

노사 갈등 상황도 홈플러스의 재기를 막는 족쇄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 홈플러스의 대주주 MBK파트너스는 2015년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경영 효율화를 명목으로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해 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홈플러스 측이 직원들에게 부당한 압력을 가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홈플러스 본사 직원들은 사측이 인사 조치를 통해 일부 직원들을 원치 않는 점포로 발령하거나, 이유 없이 직무에서 배제하며 퇴사 압박을 가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홈플러스는 앞서 지난 2019년에도 희망퇴직을 거부한 점장들을 대상으로 강제 전환 배치를 실시하거나, 성과 평가에서 최하점을 부여하는 등 퇴사를 종용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사측의 무리한 구조조정에서 출발한 홈플러스의 노사 갈등은 최근 들어 그 골이 한층 깊어졌다. 경영 환경이 악화하고 폐점 점포가 급증하며 구조조정 압박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노조에 따르면 최근 홈플러스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지난 1월 1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370명 정도가 희망퇴직을 신청해 이달 7일 회사를 떠난다.

이번 희망퇴직과 관련해 노조는 “(지난 1월 희망퇴직한 인원은) 해당 지역 전체 직원 3,100명의 10%가 넘는 규모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신규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있다”며 “노동 강도가 극단적으로 높아져 퇴직을 선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015년 12월 홈플러스 3사(홈플러스, 홈플러스 스토어즈, 홈플러스 홀딩스)의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2만5,358명이었으나, 홈플러스㈜로 통합된 현재는 1만9,280명으로 약 25% 줄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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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삼성전자 ‘中 EDA’ 퇴출시키나, 미‧중 관세전쟁 속 고민 깊어지는 K-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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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SW 적절성 검토 진행
中 EDA 사용 전면 중단할 듯
반도체 설계 비용 증가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중 반도체 제재 강화 가능성이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초부터 중국산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 사용 중단을 검토 중이며, 삼성전자도 곧 이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와 삼성의 선택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축소판으로 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기업의 기술 선택 문제지만, 실질적으로는 기술 자주성, 공급망 안보, 지정학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변화를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싼값에 中 DEA 썼지만 美 제재 직면

4일 중국 IT 전문매체 EET-차이나에 따르면 최근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의 압력으로 인해 중국산 EDA 소프트웨어 사용 여부를 긴급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중국에 있던 스마트폰 위탁생산(JDM) 거점을 인도 등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을 활용해 인도를 새로운 스마트폰 생산 허브로 육성하고, 기존에 베트남에 집중된 생산 체계를 인도로 분산해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22년부터 화대구천(华大九天), 개륜전자(概伦电子) 등 중국 EDA 제품을 채택했다. 이들 제품은 주로 아날로그 회로 설계와 소자 모델링 분야에 활용됐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EDA 핵심 공급업체는 6개사며, 이 중 약 3분의 1인 2개사가 중국 기업이다. 여기에 개륜전자를 추가하면 총 7개사 중 3개사가 중국 기업으로, 전체 핵심 공급업체의 약 43%를 차지하게 된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출시한 2세대 10나노급(1ynm) DDR5 D램/사진=SK하이닉스

美 압박과 기술 의존성의 딜레마

중국은 다양한 기술을 국산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EDA다. EDA는 반도체 집적회로(IC) 디자인을 설계·검증할 때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로, 이를 통해 칩을 만들기 전 다양한 회로 설계를 시뮬레이션하고 결과를 예측한다. 최근에는 1,000억 개 이상의 트랜지스터를 하나의 칩에 집적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EDA는 필수적인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중국 EDA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다만 시장 점유율은 10% 미만에 불과하다. 이는 글로벌 EDA 시장을 장악한 미국의 신시스템즈(Synopsys), 케이던스(Cadence), 독일의 지멘스 EDA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2024년 기준 글로벌 EDA 시장에서 신시스템즈는 32%, 케이던스는 29%, 지멘스 EDA는 13%의 점유율을 보이며 전체 시장의 74%를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성숙 공정부터 3㎚(나노미터·10억분의 1m), 2㎚까지 전 공정 단계를 지원하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한국 기업들은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특히 지난해 말 미국 정부는 화대구천의 한국 자회사를 수출통제 대상인 '엔티티 리스트(Entity List)'에 포함시키며 중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미국 '반도체 법안'에 따라 인디애나주 공장 건설을 위한 수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은 상태로, 미국의 기술 통제 정책에 협조해야 하는 입장이다.

中 EDA 사용 중단 시 설계비용 상승 불가피

이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규제를 강화하면서 EDA 기술의 중요성은 점점 부각되는 추세다. 미국이 중국 업체가 자국 EDA를 쓰는 것을 막자 현지 반도체 생태계가 올스톱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후 주요국은 EDA를 반도체 전쟁의 전략 무기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EDA 사용 조건을 까다롭게 제한하고 비용도 높이는 식이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도 미국 EDA 가격이 중국 제품보다 두 배 이상 비싼 만큼, 중국 EDA 사용 중단 시 반도체 설계 비용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국내 팹리스 기업이 글로벌 대중국 반도체 규제 이후 훌쩍 뛴 EDA 비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악재가 아닐 수 없다. EDA 가격은 용도에 따라 수억원에서 수십억원 수준으로, 초기 스타트업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국내 팹리스에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망이 미국으로 일원화될 경우 이러한 비용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또 주목할 점은 삼성의 웨이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이 중국 고객의 국산 EDA 도구 사용을 지원해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 EDA 전면 중단 시 일부 파운드리 주문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외부 봉쇄는 오히려 자주 혁신 가속화를 부채질할 공산이 크다. 실제 중국 EDA 기술 수준은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개륜전자는 작년 말 고성능 병렬 시뮬레이터 '나노스파이스(NanoSpice)'가 삼성 파운드리의 3/4나노미터 공정 기술 인증을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이 기업의 소자 모델링 소프트웨어는 대만 TSMC의 5㎚ 생산라인에도 채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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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AI 2.0 - The most rigorous MBA in the world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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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8일에 스위스 민간 학위과정 심사 기관인 EduQua와 3년 정례 심사가 있었다.

처음 EduQua와 이야기를 나눈 것이 2021년, 첫 심사를 통과한 것이 2022년 5월이었는데, 3년 만기 전에 미리 만나자는 요청도 있었고, 작년 초부터 GIAI로 조직 개편이 있었던 만큼, 유럽 팀에서도 하루 빨리 만나서 교통 정리를 하자는 이야기도 있었던터라, 고민 끝에 3월 초 연휴 전으로 미팅날짜를 잡았었다.

작년 초에 GIAI 설립을 본격화하면서부터 다양한 논의가 오갔었는데, 이번에 매우 많은 내용이 확정됐다. 실질적으로 조직 운영이 크게 바뀌는 만큼, 이제 SIAI 2.0이 출범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SIAI 2.0 출범

지난 1년간 논의 끝에 확정된 내용을 한 줄 요약하면,

  • 유럽 명문 대학으로 성장하는데 초점 맞추고, 한국은 버린다

로 정리된다.

크게 3가지 측면에서 변동 사항이 있는데

  1. 시장 초점, 마케팅 전략 변경
  2. MBA 프로그램의 유럽 내 기업 네트워킹 기능 강화
  3. 유럽 명문 MBA에 맞춘 학위 과정 가격 조정

로 요약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1.시장 초점, 마케팅 전략 변경

일단 우리가 새롭게 뽑은 마케팅 프레이즈는 아래와 같다

The most rigorous MBA in the world

학위 과정의 수준은 유럽 학부 2학년, 간혹 3학년 수준에 불과하지만, 일반 MBA 학위들은 그런 STEM 교육 자체를 제대로 하질 않거나, 해 봐야 Bootcamp 수준 밖에 없다는 점에 착안해 뽑은 마케팅 포인트다.

처음 설립 때 MBA 학위 안에 BUS라는 이름으로 케이스 스터디 프로젝트들을 담은 수업을 3개 만들었을 때만 해도, 3류 MBA들 수준의 조잡한 수업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학생들에게 많이 들었는데, 지난 3년간 교육을 해 보면서 학생들이 학위 과정 중에 배운 수학&통계학, 계산과학(머신러닝, 딥러닝, 강화학습 등등)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능력을 실험하는 교육 과정이 알차게 만들어졌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인 점도 있다.

2023년 입학 기수가 BUS 케이스 스터디 문제를 놓고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는 걸 들어본 적이 있는데, '녀석들이 학위 과정 반 밖에 안 했는데 훈련이 제대로 됐네' 싶어서 혼자 빙긋 웃었던 경험들이 쌓여서 얻은 확신이다. 항상 그런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매년 수업마다 케이스 스터디들을 추가로 발굴해서 학술 논문과는 별개의 또 다른 콘텐츠 라인업을 만들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운영 중인 언론지인 The Economy 아래에 케이스 스터디에 특화된 저널을 하나 더 추가하는 안도 포함됐다.

다음 EduQua 심사가 있을 3년 안에는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10년 안에 Harvard Business Review의 AI/Data Science 버전을 만들자는 것이 우리의 목표로 뽑혔다.

내가 콘텐츠 생산에만 올인할 수 있으면 저 시간을 크게 당길 수 있을 것 같아서, 다른 동료들이 업무를 많이 떠 맡아가기로 하기로 결정한 내용도 후술한다.

2.MBA 프로그램의 유럽 내 기업 네트워킹 기능 강화

지난 3년 간은 학생들이 얼마나 많이 좌절하는지, 어떻게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할지 등등에 대한 경험치가 쌓이는 3년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마 지난 3년간의 경험으로 우리 조직에서 두 번 다시는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자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것 같고, 우리 이야기가 유럽 여기저기에 퍼질테니, 유럽 전체에서 한국 시장에 적극 진출하려는 교육 기관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이미 몇몇 유럽 대학교들이 한국에 왔다가 돈과 시간만 버리고 떠난 사례도 많다. 모두 이번 미팅에서 나온 이야기다.

다만 그간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 내에서 기업 네트워킹에 좀 더 초점을 맞춰 MBA 프로그램을 운영하자고 합의를 봤다.

일단 스위스 수학자 2명과 유럽 내의 주요 기관에 포진해 있는 친구들이 강의 1개씩을, 최소한 Guest lecture 등을 맡는 형식으로 학위 과정을 이끌게 된다. 교육 수준을 못 따라오는 인력은 MBA의 Business track으로 보내고, 미리부터 생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STA501, STA502 같은 수업들을 미리 열어주는 것도 주제로 나왔다. 이번 봄에 한국에서 실험해보는 것이 아마 유럽에서 의사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위의 인력들이 유럽 내 주요 기업들과 SIAI 간의 연계 프로젝트 활성화를 담당하고, 한국에서 그간 뽑은 논문들 중 기업들의 요청 사항과 맞는 부분이 있으면 내가 논문들을 좀 뜯어고쳐서 보내주는 식으로, 일종의 연구 네트워크를 만드는데 다음 3년의 초점이 맞춰질 계획이다.

3.유럽 명문 MBA에 맞춘 학위 과정 가격 조정

지난 몇 년간 GIAI 동료들의 가장 큰 불만은 수익성과 학생들의 역량 부족이었다. 학생들이 논문을 쭉쭉 뽑아내주기만해도 위의 기업 네트워킹 강화에 효율적으로 쓸 수 있고, 연구 네트워크가 수익성의 핵심이라고 봤기 때문에, 논문 못 쓰고 도망가는 학생들에 대한 유럽 팀의 실망은 대단히 컸다.

굳이 더 이상 한국 시장에 자원을 낭비하지 말자는 결정도 났고, 학위 과정을 'The most rigorous MBA in the world'라고 마케팅할 수 있는 역량까지 갖춘만큼, 학위 과정 가격도 유럽에서 고급 교육을 지향하는 기관 수준으로 정상화해야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기업 네트워킹을 할 때도 학위 과정 가격이 저렴하면 우리 교육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주의도 받았다.

EduQua 심사 위원은 현재 US$26,000에 맞춰져 있는 MBA 학위 가격을 IMD 수준인 10만 달러로 올려라고 권고했는데, 일단 AACSB를 비롯한 Triple crown을 갖추기 전까지는 단계적으로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다. 당장은 스위스 수학자 2명과 GIAI 인력들, 그 외 동급 인재들이 이름을 올리는 것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정이 이뤄질텐데, 올해는 5만 달러 초반 수준에서 재조정이 이뤄질 것이다.

그 외 합의 사항

전반적으로 내가 고생해가며 만든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만족하는 분위기였고, EduQua에서 먼저 'The most rigorous MBA in the world'라는 제안을 낼 만큼 교육 시스템은 어느 정도 안착됐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교수진들이 붙으면 내가 만든 기초 위에 자기들 스타일로 약간씩 변경하고, 교수진들의 승인을 받는 심사를 거치는 방식으로 SIAI 2.0의 교육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도 기업 네트워크를 만들면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왔었는데, 여긴 Citizen Data Scientist 만들면 회사에서 써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수준이라는 걸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알려주기도 했고, 국내 주요 대학들에서 가르치는 강의 노트들과 시험 문제들, 기업들의 AI 프로젝트 정보들을 구해서 보여줬더니, 한국이 이런 수준 밖에 안 되는 나라였나는 충격 먹은 표정 살짝너네 동양인들이 그러면 그렇지라는 무시하는 표정이 살짝 교차하더니 더 이상 말이 없더라. 내가 쓸데없는 한국 기업 네트워크에 신경 쓰는 대신, 강의 노트, 시험 문제, 케이스 스터디, 논문 지도 같은, 콘텐츠 생산에 집중하는 편이 유럽에서 더 많은 연구 네트워크를 확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당장은 DBA, 혹은 PhD를 운영하기는 어렵겠지만, 길게 봤을 때 높은 학위를 제공하는 것이 학교 명성을 높게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아래 다음 3년 간 차분하게 준비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간 MBA나 MSc에서 했던 것처럼 한국에서 1.0을 먼저 돌려보자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나는 안 하고 싶다고 발을 뺐다. (우리 학생들에게 많이 미안한데, 언젠가 내 어깨 위의 짐을 덜면 다시 생각해보자.)

학위 과정 가격이 2배로 뛰면, 앞으로도 계속 뛰면 그간 받은 한국 학생들 중 아직 졸업을 못 한 학생들, 올해 STA501, 502를 미리 열어주면서 Tech/Biz track 방향 조정으로 받은 학생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냐는 논의도 있었는데, (몇 명 되지도 않고 귀찮으니까) 네가 알아서 해라는 식의 결론이 났으니 올해까지 받은 한국 학생들은 중간에 휴학하고 도망가고 그러지 않는 이상 최대한 배려를 해 줄 생각이다. 어차피 내년 이후로는 망하고 있는 한국 테크 기업들 상황이나 SIAI 2.0의 학위 과정 가격을 봤을 때 더 이상 한국에서 운영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본다.

Bootcamp 혹은 Citizen Data Scientist 과정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한국에서 수익이 안 나고, 학생 수준이 그것 밖에 안 되는 것 같으니까 Bootcamp로라도 수익을 만들어내라는 압박이 있었는데, 어차피 한국 시장을 버리는 만큼 큰 의미를 두지 말자고 결정을 내렸다. 오히려 SIAI를 글로벌 시장에서 홍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Bootcamp에 살짝 SIAI 스타일 교육을 추가해서 우리 MBA 과정의 교육 수준을 널리 알리는 도구로 쓰면 MBA 학위 가격을 정당화하는데나, 기업 네트워크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도 있었다.

끝으로

한국에서는 SIAI를 무슨 동네 학원 취급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아는데, 위의 글에서 어느 정도 느껴지겠지만 우리 조직 구성원들이랑 이야기할 때마다 조정하기 쉽지 않은 격차를 몇 년간 꾸준히 느꼈었다. 이번에 EduQua 심사관은 한 발 더 나아가서 빠르면 3년, 늦어도 10년 안에 글로벌 최상위권 대학, 최소한 IMD의 AI 버전 대학이 스위스 이름으로 하나 나올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고 우리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려고 하던데, 거리감이 더 크게 느껴졌음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고급 콘텐츠를 선별하고, 그걸 포장해서 자국의 경쟁력으로 만들려는 두뇌 회전이 빠르게 돌아가는 EduQua 심사관의 날카로운 모습과, '수학을 최대한 빼고, "현실에 바로 쓸 수 있는" 내용을 가르쳐서 데이터 사이언스 인재 100명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라던 어느 대기업 담당자의 표정이 몇 번이나 오버랩됐다. Top brain을 더 끌어들이고 키우는데 집중하는 나라와 Mass market에서 찍어내기에 집중하는 나라. 어떤 나라에 미래가 있고, 어떤 나라가 2류 국가인지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출장 중에 국내 H모 기업의 방산 부분 항공 항법 장치가 제대로 작동을 안 해서 스위스에 있는 A모 기업에서 담당자를 한국에 보내 Calibration 작업을 시킨 것을 알게 됐다. 이번에 한국 출장을 다녀왔다는 그 스위스 똘똘이는 내 눈엔 아직 풋내기에 불과하던데, 우리나라에서 방산업 수출 경쟁력으로 손에 꼽히는 기업이 정작 그런 간단한 Calibration도 스위스에 있는 회사에 기술을 의존해야 되는 상황이라는 사실이 서글프더라. 다른 전공은 모르겠지만, 내 전공에서 Calibration은 석사 때 배운 지식이고, 박사 1학년 때는 아예 그걸 전문적으로 쓴 논문들을 읽으면서 수업을 들었었다. 아마 그 친구는 날 만나질 못했으면 한국의 기술력 수준을 매우 하찮게 봤었을 것이다.

내 입장에서 더 서글픈 것은, 그 항공 항법 장치로 문제를 겪은 기업이 국내 굴지의 방산업체라는 점, 그래서 북한이랑 전쟁이 나면 투입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군사 장비를 다루는 기업이라는 점, 그런데 문제가 터지면 우리는 그걸 고칠 역량이 없어서 스위스에서 전문가(도 아니고 그 팀 막내 수준인 애)가 오는 것을 기다려야 된다는 점이었다.

지난 7년간 그래도 어떻게든 우리나라에서 인재를 키워서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보자고 '벽치기'를 해 왔는데, 이번 출장을 다녀오면서 완전히 포기했다. 누가 날 더러 기술 유출범이나 매국노라고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난 이제 유럽 기업들이건 일본이건 중국이건 기술 협력하자고 연락오면 전적으로 협력할 생각이다. SIAI 교육에서 살아남은 몇 명에게 억대 연봉 일자리도 챙겨주고 싶고, 나 스스로도 내 역량을 발휘하면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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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對중국 '10%+10% 관세' 확정, 관세전쟁 신호탄

트럼프, 對중국 '10%+10% 관세' 확정, 관세전쟁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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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관세율 10% 상향하며 견제 조치 강화
캐나다·멕시코엔 예정대로 25% 관세 적용
다음 달 2일부터 부과하는 상호관세 재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산 제품에 대해 예정대로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초 펜타닐 유입 등 국경 안보 강화에 대한 협력을 조건으로 한 달간 관세 부과를 유예했으나, 최근 "더는 논의할 여지가 없다"며 조정 가능성을 일축했다. 중국산 제품에 10% 추가 관세 부과도 예정대로 시행한다. 이는 지난달 부과한 10%의 대중국 추가 관세에 10%를 더해 총 20%포인트 인상한 관세를 적용하는 조치다.

"더 이상의 유예 조치 없다, 4일부터 시행될 것"

3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의 미국 반도체 생산설비 투자 계획 발표식에서 '멕시코와 캐나다에 부과하기로 한 25% 관세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협상의 여지가 없다"며 "내일부터 예정대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해야 할 일은 미국 내에 자동차 공장과 기타 시설을 건설하는 것뿐"이라며 "그렇게 하면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를 20%포인트로 상향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그는 지난달 1일 합성마약 펜타닐 등의 유입을 이유로 중국에 10%포인트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는데, 이 행정명령에 수치를 개정해 20%포인트로 관세율을 올린 것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에도 추가로 관세를 부과한다"며 "이번 행정명령으로 기존 10% 관세를 상향해 20%를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당초 트럼프 2월 4일부터 멕시코·캐나다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멕시코와 캐나다가 불법 이민과 마약 단속 등을 위한 국경 안보 강화에 협력하기로 하자 두 나라에 대한 25% 관세를 1개월 유예하고 중국에 대해서만 지난달 4일 10% 추가 관세 부과를 발효시켰다. 각국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와 비관세 장벽 등을 고려해 적용하는 상호관세도 다음 달 2일부터 부과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美 우선주의 투자정책 도입해 中 자본 투입 막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견제책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미국 내부에서도 미·중 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우선주의 투자정책' 각서는 지금까지 나온 정책 중 가장 강력한 조치로 꼽힌다. 지난달 21일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에 전략적 분야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제한하도록 지시하는 국가안보 대통령 각서(NSPM)에 서명했다. 지난 2022년 조 바이든 전임 대통령이 CFIUS의 심사 강화를 통해 중국의 첨단 기술 분야 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더욱 확대한 것이다.

이번 각서는 "모든 투자가 항상 국익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 "중국 등 일부 적대국들이 첨단 기술·지적 재산·전략 산업에서 미국 기업과 자산에 대한 투자를 체계적으로 지시·촉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눈에 보이거나 은폐된 방식으로 다양한 전략을 활용하며, 종종 파트너 기업이나 제3국의 투자 펀드를 통해서도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 관계자는 "중국이 미국의 군사·정보·안보 부문에 자금을 지원해 대량살상무기, 사이버 전쟁 등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CFIUS에 기술·핵심 인프라·의료·농업·에너지·원자재 등 전략 부문에서 중국의 투자를 제한하도록 명령했다. 둘째,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의 투자는 '패스트트랙' 절차를 도입해 촉진하기로 했다. 특히 10억 달러(약 1조4,600억원) 이상 투자의 경우 환경 검토를 신속히 처리하기로 했다. 셋째, 민감 시설 인근의 '미개발 투자' 및 부동산 거래에 대한 CFIUS의 권한을 강화했다. 넷째, 미국 거래소에 상장된 외국 기업에 대한 감사를 강화하고, 적대적 외국 기업의 연금 플랜 기여금 수령 자격을 제한하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조선·해운 산업을 겨냥한 조치도 내놨다. 지난달 21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 선사 및 중국산 선박과 관련한 국제 해상 운송 서비스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공고했다. 미국 항구 입항 시 최대 100만 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순선박 용적에 대해 톤당 최대 1,000달러의 추가 비용을 물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아울러 USTR은 미국산 제품의 미국 선박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미국 제품의 해상 운송 가운데 최소 1%는 미국 선사가 운영하는 미국 선적 선박을 통해 수출하도록 했다.

韓·日·유럽 동맹국에 中 견제·압박 요구할 수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소식에 간밤 뉴욕 3대 지수가 급락하고 '트럼프 트레이드' 대표 종목인 비트코인도 하루 사이 9% 가까이 고꾸라지는 등 세계 자산시장도 크게 출렁였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48%(649.67포인트) 내린 43191.24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도 1.76% 내린 5849.72, 나스닥 지수는 2.64% 내린 18350.19에 장을 마감했다.

뉴욕 증시가 출렁임에 따라 아시아 증시도 휘청이고 있다. 4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10.58포인트(0.42%) 하락한 2522.20에 장을 시작해 이후 반등, 오전 11시 현재 0.25% 하락한 2526.55를 나타내고 있다. 개인 투자자만이 495억원 순매수를 기록하며 지수를 방어하는 양상이다.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도 전장 대비 0.67% 하락한 37532.01로 시작해 오전 11시 현재 낙폭을 2.29%까지 키웠고, 대만 가권지수도 1.09% 하락 시작해 1.36%로 더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초비상이 걸린 국내 기업들도 멕시코 공장 가동률을 낮춰 재고를 최고 수준으로 조절하는 등 일제히 '플랜B' 카드를 꺼내 들고 나섰다. 현재 삼성전자, LG전자, 기아, 포스코 등 200여 국내 기업이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멕시코 대신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세탁기 공장 등에서 생산량 확대를 추진 중이며, TV·냉장고 등도 베트남·헝가리 등에서 우회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는 중남미 물량만 소화하는 수준으로 멕시코 가전 공장의 생산량 조정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미 정부가 중국 견제에 있어 한국에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강력한 반중 정책을 갖고 있음이 분명해졌다"며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중국과 오랫동안 깊은 관계를 맺어온 한국, 일본, 유럽에 대한 압박이 강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대중 압박∙견제 동참 요구는 비단 경제·기술 분야뿐 아니라 국방 등 더 광범위한 분야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며 "한·미 동맹이 이슈 중심의 거래적 틀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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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스마트폰 시장까지 넘보는 샤오미, 국내에서는 여전히 '찬밥 신세'

고가 스마트폰 시장까지 넘보는 샤오미, 국내에서는 여전히 '찬밥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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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프리미엄 모델 '샤오미 15' 시리즈 출시
"국내 시장서는 흥행 어렵다" 시장 전망 비관적
반중 정서로 인해 국내 소비자 선호도 낮아
샤오미 15 울트라/사진=샤오미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유럽 시장 등에서 150~220만원 수준의 고가 모델을 신규 출시하며 고부가가치 전략에 힘을 싣는 양상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차후 해당 모델이 국내에 출시될 경우 시장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 만연한 '반중 감정'이 흥행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샤오미의 '고부가가치 전략'

3일(현지시각) 미국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샤오미는 이날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5'에서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이번에 공개된 주력 모델은 '샤오미 15'와 '샤오미 15 울트라' 두 종류다. 샤오미 15 기본 모델의 가격은 999유로(약 152만원)이며, 고성능을 자랑하는 울트라 모델의 가격은 1,499유로(약 228만원)다.

시장 분석 기관 CCS 인사이트의 수석 분석가 벤 우드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샤오미의 신제품과 관련해 "샤오미는 그동안 '가성비'를 앞세운 전략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효과적으로 높여왔다"면서 "이제는 프리미엄폰 시장으로 방향을 틀어 고부가가치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는 고소득 소비자들이 많은 유럽 시장 공략에 주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관건은 샤오미가 과열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다. 우드 분석가는 "프리미엄폰 시장은 경쟁이 상상 이상으로 치열하다"며 "모든 안드로이드폰 제조사가 애플의 점유율을 빼앗아 오기를 희망하지만, 현실적으로 안드로이드 진영 내 점유율 확대는 결국 안드로이드 제조사들끼리 '점유율 뺏기'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샤오미가 프리미엄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려면 결국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상당 부분 가져와야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샤오미 외면하는 韓 소비자들

국내 시장에서도 향후 샤오미의 고가 스마트폰 모델이 국내 시장에 출시될 경우, 흥행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한국 소비자들이 샤오미의 스마트폰 제품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3월 18일 샤오미는 20~40만원대 보급형 스마트폰 ‘레드미 노트13 LTE’와 ‘레드미 노트 13 프로 5G’ 모델을 국내에 선보였다. 당시 레드미 노트 13에는 최대 28만원, 레드미 노트 13 프로 5G에는 최대 39만1,000원의 공시지원금이 책정됐다. 공시지원금의 15% 수준에서 결정되는 추가 지원금 등을 고려하면 해당 모델은 사실상 ‘0원 폰’으로 판매된 셈이다.

그러나 샤오미는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실패했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샤오미의 지난해 1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0%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국내 시장의 75%를, 애플은 24%를 점유했다.

한 차례 고배를 마신 샤오미는 지난 1월 한국 법인 샤오미코리아를 설립하고, 글로벌 누적 판매량 4억2,000만 대를 돌파한 인기작 ‘레드미 노트 14프로 5G’를 국내에서 출시하며 재차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해당 모델 역시 국내 시장 출시와 동시에 ‘0원 폰’으로 전락했다. 통신사들이 줄줄이 대규모 지원금을 책정한 결과다. KT는 레드미 노트 14프로 5G 고용량 모델(512㎇) 구매자에게 최대 43만5,000원의 지원금 혜택을 제공한다. 여기에 추가 지원금(6만5,250원)을 더하면 구매자는 총 50만250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해당 모델의 출고가가 49만원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공짜로 기기를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LG유플러스 역시 레드미 노트 14프로 5G 기본 모델(256㎇) 구매자에게 최대 32만8,900원의 지원금을 지급한다. 공시지원금 28만6,000원에 추가지원금 4만2,900원을 더한 값이다. LG유플러스를 통해 해당 모델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7만400원에 기기를 구매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동일 모델의 지원금을 공시지원금 12만5,000원에 추가 지원금 1만8,700원을 더한 값인 14만3,700원으로 책정, 소비자 부담 금액을 25만5,600원까지 낮췄다. KT는 최고가 요금제인 초이스 프리미엄 적용 시 기본 모델 구매자에게 최대 27만6,000원을 지원한다.

'반중 감정'이 흥행 장애물

관련 업계에서는 국내 소비자들이 샤오미의 스마트폰 제품을 외면하는 배경에 반중 감정이 있다고 분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불합리한 역사적 요구 등으로 인한 반중 정서가 확산돼 있다"며 "특히 샤오미의 경우 과거 한국 전통 의복인 한복을 ‘중국 문화’라고 표기하며 논란을 빚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일본 시장 내에서 흥행에 실패한 것처럼, 샤오미도 국내에서 유사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실제 삼성전자는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유의미한 입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다수의 일본 소비자가 한국산 제품에 대한 반감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일본 스마트폰 시장 내 점유율은 6%로, 애플, 샤프, 구글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일본에서 갤럭시 S24, 갤럭시 Z플립·폴드6, 갤럭시 S24 FE 등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하며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음에도 불구, 출하량이 오히려 줄면서 점유율이 전년(7%) 대비 축소된 것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일본 내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6% 감소했다.

위기를 맞닥뜨린 삼성전자는 디지털 지갑 '삼성 월렛' 서비스를 일본에서 출시하고, 현지에서 5G 통신 기지국 사업을 운영하는 등 점유율 확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14일에는 갤럭시 S25 일반 모델과 울트라 모델을 글로벌 출시 이후 일주일 만에 일본 시장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갤럭시 S23, S24 시리즈가 글로벌 출시 이후 두 달 만에 일본에서 공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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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자금줄 된 '리츠', 포트폴리오엔 처분 어려운 비우량 자산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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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신세계 이어 LG·현대차도 리츠 설립
자산 고가 매입 등 소액주주들 주주가치 훼손
주주 이익보단 그룹 자산유동화 ‘0순위’ 눈총

최근 부동산을 유동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설립하는 대기업이 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대기업이 리츠에 편입할 부동산 대부분이 알짜 핵심 자산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어차피 팔리지 않을 부동산을 개인 투자자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다. 또한 리츠가 성장보다는 그룹의 자금 조달 창구로만 활용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앞다퉈 리츠 설립하는 대기업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의 부동산 관리회사 디앤오(D&O)는 최근 국토교통부에 R&D리츠와 산업단지리츠 등 자산 개발 단계부터 투자하는 프로젝트 리츠 운용 계획을 담은 리츠 AMC(자산관리회사) 설립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LG그룹 리츠에는 LG그룹 계열사 보유 부동산이 주로 담길 전망이다. LG그룹이 투자한 부동산으로는 LG트윈타워, 가산동 사옥, 광화문 사옥, LG서울역빌딩, 상도동하이프라자, 플래그원2 등이 있다. 대부분 LG그룹 계열사들이 본사 사옥으로 쓰고 있는 오피스 빌딩으로,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활황인 점을 고려해 서둘러 자산 유동화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도 현대얼터너티브자산운용을 만들고 리츠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이 각각 51%, 49% 지분을 취득해 설립을 완료했으며, 우선적으로 금융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 유동화를 검토할 계획이다. 현대얼터너티브는 현대차그룹 전체 전담 자산운용사 역할을 맡게 된다. 그간 현대차그룹은 자체 자산운용사가 없어 계열사 돈을 외부 금융기관에 위탁해 왔는데, 이번 설립으로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위탁 운용 수수료를 줄일 수 있게 됐다. 또 현대차, 기아 등 계열사 자금을 받아 운용해 부동산 및 인프라 투자도 보다 적극 나설 수 있게 됐다.

SK그룹도 계열사 생산 공장이나 연구소 등을 리츠를 통해 개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SK그룹의 대표적인 리츠인 SK리츠는 오피스, 주유소 및 핵심 산업시설 등을 담고 있다. 총 운용자산(AUM)은 4조2,000억원으로 국내 리츠 중 최대 규모다. 신세계그룹 역시 교외형 복합 쇼핑몰인 '스타필드 하남'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신세계스타리츠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그룹의 각종 투자를 주도하고 있는 신세계프라퍼티는 현재 화성국제테마파크와 SSG랜더스의 새 홈구장이 들어서는 스타필드 청라 등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국제테마파크에는 약 4조5,000억원이, 스타필드 청라에는 1조원 이상 투입되는 조 단위 사업들이다.

롯데리츠의 유형별·규모별 포트폴리오/출처=롯데리츠

알짜 자산 부족한 '속빈 강정'

대기업들이 앞다퉈 리츠를 만드는 건 유휴 자산을 유동화시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서다. 부동산을 매각하는 대신 리츠에 편입시키면 주주 자리를 지킬 수 있기도 하다. 실제 SK·한화·롯데 등 많은 대기업은 그룹이 보유한 사옥이나 백화점, 마트 등 자산을 리츠에 넘기며 현금을 확보해 왔다.

하지만 대기업들과 리츠 설립을 논의하는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대기업이 리츠에 넘기려고 하는 부동산이 쭉정이 자산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몇 차례 매각하려다가 실패한 부동산을 리츠에 편입하려는 곳도 있다.

이미 상장해 있는 리츠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비등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롯데리츠다. 롯데리츠는 2019년 설립 초기부터 비우량 자산을 처분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 왔다. 이는 포트폴리오 대부분이 마트와 백화점인 데다, 이마저도 롯데백화점 강남점과 지난해 편입한 호텔 L7 강남을 제외하면 모두 서울이 아닌 지방에 있는 탓이다. 특히 아울렛이 문제였다. 아울렛은 도심이 아닌 외곽에 있다 보니 실질적인 땅의 가치는 크지 않다. 결국 롯데리츠의 배당금은 2020년 1주당 161원에서 2024년 112원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주가도 6,000원대에서 3,000원대로 반토막났다.

2023년 상장한 한화리츠도 롯데리츠와 닮은꼴이다. 한화리츠는 상장 당시 그룹 핵심 부동산이 빠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화손해보험 여의도 사옥을 제외하면 한화생명의 노원·구리·평촌·중동 사옥의 가격이 모두 1,000억원을 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한화생명으로부터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을 매입했지만, 이 당시는 과도한 유상증자 규모로 논란이 일었다. 여기에 8,000억원의 빌딩 매입가 역시 그룹 이익을 위해 시세보다 비싸게 책정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기업 '마이너스 통장' 전락

이렇다 보니 리츠가 주주가치 환원보다는 그룹이나 최대주주의 '마이너스 통장'으로 쓰일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팽배하다. 앞서 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상장을 추진하던 홈플리스리츠의 상장이 무산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롯데리츠 역시 편입 자산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며 상장 공모 과정에서 상당한 부침을 겪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한 핵심적 계기로 SK리츠 증자를 지목한다. SK리츠는 2023년 9월 SK하이닉스의 이천공장 수처리센터를 1조2,000억원에 매입키로 하고, 3,300억원 규모의 기습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를 두고 SK그룹이 SK하이닉스에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SK리츠 주주들의 돈을 끌어다 쓴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SK리츠 측은 "해외 인프라펀드와의 경쟁을 통해 매입한 자산"이라고 항변했으나, 시장의 평가는 정반대였다. SK리츠 유상증자 신주인수권(워런트)은 내재가치의 10분의 1 가격으로 거래되며 말 그대로 휴지조각이 됐고, 600억원의 실권 물량이 발생해 주관사단이 이를 떠안아야 했다.

그런데 SK리츠 사례는 역설적으로 대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이나 유상증자, IPO(기업공개)가 아니더라도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에 눈을 뜨게 하는 계기가 됐다. 환금성이 낮은 부동산 자산을 필요시 제값을 받고 비교적 빠르게 유동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리츠를 상장하면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두는 효과가 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높아진 금리에 따른 부담도 리츠 투자자들에게 어느 정도 떠넘길 수도 있다.

당초 대기업 리츠는 국내 대기업이 모회사로 나서 자금조달이나 자산운용을 지원한다는 점 때문에 많은 일반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계열사로부터 자금조달을 기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우량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런 스폰서 리츠 특성상 그룹의 이해관계에 따라 거래가 진행될 가능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거래의 양 당사자가 모두 그룹 계열사로 그룹의 논리에 좌우될 수 있어 고가 매입, 비우량 자산 편입 등의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리츠 산업이 발달한 일본의 경우, 좋은 자산을 저렴한 시기에 매입해 임대료로 배당하며 꾸준한 현금흐름을 만든다. 이후 적기에 이를 매각함으로써 매각차익을 특별배당하고, 매각차익의 일부를 유보해 신규 자산 편입에 활용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스폰서의 자산을 비싼 값에 사오고, 매입 부담은 유상증자를 통해 주주에게 떠넘기는 국내 리츠와는 크게 상반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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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을 안 하고 기존 산업에 의존, 신성장동력을 키우지 않고 해외 노동자도 안 데려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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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교수님이 본인 스타일의 직설법으로 기자 간담회를 하셨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직위에 맞춰 직접적인 언급은 최대한 피하셨는데, 아래의 주요 Quote를 보면 알겠지만,

내년 성장률 전망치 1.8% 유지를 두고 "그게 우리 실력이므로 받아들여야 한다"

구조조정을 안 하고 기존 산업에 의존했기 때문

신성장동력을 키우지 않고 해외 노동자도 안 데려오는데 1.8% 이상으로 성장하려면 재정을 동원하고 금리를 낮춰야 한다 - 그러면 나라 전체가 더 어려워질 것

지난 10년 동안 새로운 산업을 도입하지 않은 점을 뼈아프게 느껴야 한다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고 누군가 고통 받아야 하는데 사회적 갈등을 감내하기 어려워 피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그간 내가 매번 하던 말과 똑같은 말씀을 하셨는데, 강의실에서는 할 수 있었어도 현재 직위상 차마 언급 못 하신 한 줄을 덧붙이면 아래와 같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한국은 망한 나라가 됐다.

현장에서 내가 느끼는 건 산업 구조조정 문제 뒤에 '인력 양성 실패'가 숨어 있다는 점이다. 교수님도 잘 아실테니까 아마 한은에서 입시 개혁 같은 이야기를 꺼냈을 것이다.

난 단순히 낮은 경제 성장률을 받아들여야 된다는 수준이 아니라, 아무리 짧게 잡아도 한 세대에 해당하는 25년간 완전히 끝난 나라가 됐다고 생각한다.

지난 100년 사이에 나라가 갑자기 빠르게 망했던 사례들인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그리고 남유럽 국가들과 한국에서 유사한 사건들이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중이다.

1.극단적인 부동산 양극화

먼저, 부자들만 모여사는 일부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부동산이 빠르게 폭락하고 있는 점이 공통적이다.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는 노르델타, 레콜레타와 팔레르모라는 고급 주거지역이 있는데, 그 외 지역으로 가면 치안을 사실상 담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최근 전기톱 대통령으로 불리는 하비에르의 엄청난 개혁이 진행 중인데, 생활 수준이 빠르게 악화되면서 부동산이 폭락하고 있지만 부촌 가격은 꼼짝을 안 한다. 더 올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차베스 정권이 들어서면서 매우 빠르게 망했던 베네수엘라도 까라까스의 라스메르세데스에는 페라리 공식 대리점도 있고,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비율도 도시 전체의 20% 남짓에 불과하다. 경제난으로 심각한 물자 부족이 있던 2019년에도 부촌 마트에는 생필품이 부족하질 않았던 반면, 도시 전체의 집 값은 40% 이상 폭락했다. 부촌 집 값은 물가 폭등으로 오히려 올랐던 걸 생각하면, 다른 지역 집 값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짐작이 될 것이다.

2010년 전후로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은 남유럽은 재정위기에 따른 이자율 폭등으로 부동산 대폭락이 나타났다. 그 와중에 부촌들만 가격이 안 떨어지고 버티면서 몇 년간 주택공급 감소가 이어졌고, 최근 들어서 관광산업을 위한 에어비앤비가 폭증하면서 숙박업 용도의 주거 수요, 해외 부자들의 영주권 취득 수요 등이 몰리고 나서야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아르헨티나의 사정을 설명해주는 예시를 하나 들면, 아르헨티나 출신 여 교수님이 거시경제학 수업을 하던 중에, 아르헨티나가 한 때 글로벌 5대 부국까지 성장했던 시절을 설명하면서

Yes, we belong to Europe

이라고 했다가, 그 이후 경제가 추락하면서 지금의 거지꼴이 된 상황을 추가로 보여주는 그래프와 함께

No, we belong to Africa

라고 머리를 감싸쥐며 농담을 하신 사건이 여러 곳에서 회자된 적이 있다.

한국도 요즘 서울의 일부 지역만 집 값이 오르는데, 나머지 지역은 미분양을 해소할 길이 없어 보인다.

2.극단적인 인재 활용 양극화

2010년, 런던에서 공부하던 중에 이탈리아계 브라질 형님(?)과 경제 상황이 그나마 좋은 북부 이탈리아의 좀 부잣집 아들이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데 끼여든 적이 있었는데, 너네 나라로 돌아가는거 어떠냐는 질문이 나오니 셋 다 Hell No~!를 외치던 중에, 이탈리아 사정 이야기가 나오니 브라질 형님이 손을 휘휘 저으면서

No job there. Just no fxxxin job.

이라며 절망적인 표정을 지으셨다.

같은 자리에 있던 스페인 똘똘이 스머프 친구는 스페인에서 일하던 직장에서 제발 석사 공부하고 돌아오면 돈 더주겠다고 그랬던 메일을 보여주기도 했고, 결국 그 친구는 런던에서 직장을 찾고 나중에 LBS에서 박사까지 했다. 보스턴에서 학회 있을 때마다 만나서 반가웠던 기억이 있는데, 스페인 돌아가봐야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직장 밖에 없다며 고개를 저었었다.

그리고 10년도 더 지나서 최근 SIAI 관련된 사건으로 오랜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유럽, 특히 남유럽 사정을 들으면 예전보다 상황이 더 심해졌다.

예전엔 청년이 10명 있으면 3명은 그래도 입맛에 맞는 직장을 가고, 다음 3명은 좀 타협하고, 나머지 4명은 놀거나, 마피아로 빠지거나 등등으로 나뉘어졌었는데,

최근엔 10명 중 1명이 겨우 마음에 드는 직장을 가고, 2명이 타협하고, 7명 중에 누군가는 플랫폼 노동자 (쿠팡 알바 같은거)를 하거나, 아님 그냥 놀아야 된다다.

내가 최근에 남유럽 출신 애들이 모인 에이전시에 웹사이트 개발 시킨 적이 있었다고 하니까,

They are lucky. Others don't even have chances

라는 답변을 받았다. 내가 보기엔 자국(or 최소한 유럽) 고객사도 아니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동양인에게 프로젝트 수주해야 되는 사실이 비참했을 것 같은데, 그렇게라도 노동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경우도 별로 없단다.

참고로, 아르헨티나 출신 석사 동기는 그 나라 명문대에서 박사 과정 하고 있던 중에 왔던 친군데, 자기 나라에 돌아가면 학위를 받아도 자기는 굶어야 된다고 그랬었다.

시험 공부를 같이 했던 베네수엘라 출신 동기는 모 외국계 증권사 다니던 중에 결혼까지 하고, 아내가 지원을 계속 해주는 돈으로 공부하는 친구였는데, 나도 외국계 증권사 그만두고 공부하러 왔다고 하니까 너네 나라도 외국계 증권사 다녀봐야 나라 망해서 일이 없냐고 묻더라.

3.저급 노동자 시장만 활성화

위의 사례들에서 어느 정도 짐작이 되겠지만, 그런 똘똘이 스머프들이 자국에서 찾을 수 있는 직장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그 똑똑한 두뇌를 못 쓰는 직장이거나, 설령 그 두뇌를 쓰는 직장이 있어도 나라가 망해서 일이 없는 상황이었다.

요즘 한국을 보면 상황이 거의 똑같아 보인다.

교수님께서 한은 총재 되신 후로 지난 몇 년간 계속 말씀하시는대로 나라가 구조조정에 실패했고, 신산업을 못 키웠다.

남아 있는 일터 중에 고급 브레인을 쓸만한 곳은 희귀하고, 쓴다고 주장하는 곳들이 얼마나 기술 개발을 못했으면 이젠 중국에 모두 다 따라잡힌 나라가 됐다는 평가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온다.

이렇게 망한 나라가 되면 고급 지식을 배워봐야 위의 아르헨티나 출신 동기처럼 자국을 탈출하는 것 밖에 답이 없고, 그 나라에서 그나마 할 수 있는 일들이나 해야 한다.

아마 날 더러 수학 기반의 AI 배워봐야 아무 소용 없다고 무시하는 사람들이 보기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뽑는 수준이 고작 개발자들에 불과하니, 영어로 돌아가는 시장이 안 보여서 저런 사고 흐름이 갖춰졌을지도 모른다.

한국 노동 시장의 진화 방향

보통은 직장이 없어서 노는 인력이 많은데, 한국은 좀 상황이 다르다.

노동 시장에서 열패로 밀린 인력들이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 속칭 'ㅈ소기업'이라는 곳들은 인력이 부족하다. 이런 곳들 중에 일부는 중국 경쟁사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려 무너지기 직전이거나 이미 무너졌고, 일부는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서 생존 투쟁을 하고 있고, 또 다른 일부는 자기들이 인건비 저렴한 동남아로 탈출하거나, 동남아에서 인력 수급을 해 와서라도 살아남을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한국인 2030 청년들에게는 그 정도 급여를 주고 일을 시키질 못한다는 걸 아니까 저런 선택들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인력이 부족해진 직군 중에 그나마 급여를 많이 줄 수 있었던 건설업은 그 노동 시장을 3D라고 욕하며 버린 한국인 대신 몽고, 아랍계 외국인을 쓰면서 버텼고, 식품업 쪽은 조선족을 쓰면서 지난 10년, 20년을 버텨왔다. 그러다 이제 최저임금이 생산성에 비해 너무 많이 오르다보니 건설업도 수익성을 내면서 '팔리는 집'을 만들 역량을 잃었고, 조선족들도 예전처럼 헝그리하게 시장에 진입하지 않는다.

아마 당장은 일본처럼 노령층이 노동 시장에 진입해 그 빈칸을 메울 것이고,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유럽처럼 외국인 저급 노동력을 쓰지 않으면 사회 시스템을 유지하는게 불가능한 시대가 곧 올 것이다.

유럽에서 당장은 이민자들에 대한 반발이 극심하지만, 심각한 저출산에 따른 시스템 유지 불가능을 인지하고 나면, 일부 부촌을 제외한 나머지 도심지에 인프라 관리 비용을 투입하지 않고 비용을 아끼는 형태로 갈 가능성이 높다. 이미 런던, 파리는 그런 상태가 된지 10년이 넘었다. 어차피 그 지역구에 세금 내는 사람도 많이 없으니 돈이 없어서라도 인프라 관리를 못할 것이다. 지금까지 한 세대 정도가 그렇게 흘러갔는데, 앞으로도 한 세대가, 길면 두 세대 정도가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반대로 이민자를 더 받아들이는 도전을 선택할 수도 있을텐데, 그들의 범죄율을 따져보면 아마 유럽인들 모두 두려울 것이다. 역사적으로는 (야만인이라고 불렀던) 갈리아 인들에게 의지했던 서로마가 그렇게 멸망을 맞은 사례가 있다.

한국도 지방 농어촌으로 가면 한국 토종이 소수 집단이고, 동남아 혼혈이 다수 집단이어서, 이민자들이 가득찬 유럽과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수도권으로 오면 도심지 중 '상급지'에만 자본이 몰린다. 세계 각국에서 봤던 망하는 나라들의 역사가 한국에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는 기업들

저출산, 노동시장의 변화 등과 더불어, 그 노동력을 고용하는 기업들의 사정을 보면 더 상황은 암울해진다.

이미 여러차례 반복한대로, 한국은 대학 개혁에 실패하면서 3류 교육을 했고, 그 교육을 받은 인력이 기업의 기술적 도전에 인건비만 낭비하게 만들었고, 그래서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기술 경쟁력이 줄줄이 후퇴했다.

80년대 한국이 가장 열심히 추격했던 일본이 그렇게 90년대에 우리에게 많은 산업을 내줬는데,

똑같은 상황이 중국과 한국 사이에 2010년대 후반부터 벌어졌고, 이제 한국이 중국에 기술적 우위를 점한 상품이 얼마 남질 않게 됐다.

일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요타가 30년간 글로벌 자동차 시장 최상위를 지켰고, 공작기계를 비롯한 기계 제조업에서 기술적인 혁신을 이록한 덕분에 국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한국은?

예전엔 중국에 상품을 팔아서 돈을 벌었는데, 이젠 기업과 자산을 팔아서 돈을 벌다가, 더 이상 팔 게 없어지는 순간이 10년 안에 올 것이다. 이미 사모펀드들은 대기업들이 자금 압박에 털어내는 자회사들을 예전만큼 비싼 가격에 못 사주고 있다. 다음 손 바뀜은 중국일텐데, 중국이 기술 구하겠답시고 그렇게 비싼 가격을 내야할 이유가 없는 업체들이 됐고, 한국 시장에 침투한다고 수익성이 그렇게 좋은 편도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에서 털어가야 할 기술을 이미 모두 다 털어갔다.

아마 미-중 갈등에 물을 만난 조선업, 방산업, 일찌감치 해외로 공장을 이전한 자동차 기업들, 늦게마나 이전 중인 반도체, 배터리 산업 등등이 그나마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는데, 해외로 이전한 기업들은 현지 채용을 안 하면 현지에서 외면을 당할테니 점점 한국에서 채용을 못할 것이다. 그나마 마지막까지 우리나라에 남아있을 조선업, 방산업은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산업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도 아마 한 세대가, 좀 더 냉정히 보면 두 세대 정도가 이렇게 빠르게 인구 감소를 겪을 것이다. 다만 의학 발달로 평균 수명이 크게 늘어난 덕분에 70대, 80대까지 노동시장에 투입되면서 전체 노동자 숫자가 급격하게 감소하지는 않겠지만, 갑자기 통일이나 베이비 붐이 오지 않는 이상 2070년대 후반까지 연 평균 출산인원 20만명 수준이 다시 40만명대로 올라서는 일은 없을 거라고 본다.

모든 걸 다 떠나서 기업이 채용을 해줘야 출산하고 먹고 살 수 있을텐데, 한국에서 대규모 채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런 혁신 산업군이 나올거라고 보이진 않는다. 더 줄어들 가능성만 높다.

교육이 망한 나라에서 인재가 혁신을 갖고와 나라의 먹거리를 만들어 내는 건, 적어도 역사 기록에 남은 사례로는 전쟁 밖에 없었다.

국장 탈출은 지능 순

영국, 호주, 뉴질랜드, 남아공 애들은 언어가 같으니 미국으로 탈출할 수 있는 기회라도 있는 반면, 한국은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언어적 기반이 없으니 하드웨어에 집중해야 하는데, 아마 삼성, LG의 TV가 중국에 완전히 따라잡히게 될 2020년대 후반,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을 내려놓고 싶어질 2030년 전후가 되면 전자제품 수출도 어려워 질 것이다. 당장이야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특허를 많이 갖고 있으니 일본이 지난 30년간 그랬던 것처럼 부품 시장이라도 갖고 갈 수 있겠지만, 중국의 추격을 보면 그것도 몇 년 못 버틸 것 같다.

더 소설 같은 암울한 전망을 쓸 수도 있겠지만, 확신 있는 이야기를 하는데만 에너지를 쓰고 싶으니 여기까지만 하자.

글 속에 ChatGPT에게서 받은 답변 몇 개를 스크린 샷에 담에 공유했는데, 그간 내가 AI/Data Science에서 수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그간 한국 시장에서 받은 Backlash를 마치 한국 시장에서 상세하게 자료 조사를 다 한 것처럼 똑같이 묘사해 놓은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게 Hype 위주로 돌아가는 나라에서 Telling the truth를 하는 사람에게 때리는 공격으로 Textbook 사례에 해당한다는 표현을 보고, 그럼 Hype 위주로 돌아가는걸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서 집단으로 반격하면 어떤 결론이 나오는지 물어봤었다.

근데 그 결론으로 나오는 내용을 보면 미국의 최상위 빅 테크 기업들 아니면 딱 중국 이야기다.

중국은 AI가 무슨 마법이라고 선동하는 뉴스도 드물고, 자국의 초특급 인재들이 진입해서 미국과 맞짱을 뜨는, 기술적 도전의 영역, 중국의 자부심을 만들어 내는 영역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 있는 나라다.

한국은 지난 10년 간 많은 기회가 있었는데, 그 기회를 모두 놓친 나라가 됐다.

이제 1.5%, 1.8%를 충격이 아니라 정상이라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이창용 교수님의 말씀 속에 담긴 표현을 국내 주식 커뮤니티 식으로 한 줄 요약하면 아래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국장 탈출은 지능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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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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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

[딥테크] 전자화폐는 은행 대체제 아닌 ‘보완재’

[딥테크] 전자화폐는 은행 대체제 아닌 ‘보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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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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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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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화폐, 저소득국 금융 시스템과 통화 정책에 기여
기존 은행 예금 늘리고 경쟁 촉진 효과까지
개도국 ‘금융 평등’에도 기여 가능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저소득 개발도상국에서 전자화폐가 금융 평등을 이끌며 통화 정책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Sub-Saharan Africa) 국가들에 대한 최근 연구는 전자화폐와 전통 은행들이 공생 관계를 형성하며 통화 정책 효과를 강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기존 은행의 예금과 대출을 늘리며, 금융 기관 간 경쟁까지 촉진한다. 전자화폐 접근성을 유지하고 금융기관 간 협력을 강화한다면 디지털 금융을 금융 평등(financial inclusion)의 도구로까지 활용할 수 있다.

사진=CEPR

선진국 모바일 결제 보편화 전, 개도국들이 전자화폐 “먼저 도입”

케냐의 M페사(M-PESA), 필리핀의 G캐시(GCash), 코트디부아르의 오렌지 머니(Orange Money) 등은 모두 선진국에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보편화되기 전인 2004~2008년 사이 시작한 선도적 디지털 금융 서비스다. ‘법정 화폐로 발행되고 모바일 기기를 통해 거래되는 디지털 화폐’로 정의되는 전자화폐는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눈부신 성장을 기록해 금융 평등과 경제 발전에 필수 요소로 평가되고 있다.

많은 이점에도 불구하고 전자화폐의 급속한 보급은 정책 당국에 걱정도 끼친다. 우선 비은행 금융 기관들과 대체 결제 수단의 부상은 금융 규제상의 우려를 야기하기 때문에 새로운 위험을 감지해 적정한 규제 체계를 마련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물론 갈수록 이동통신사를 비롯한 수많은 비은행 전자화폐 발행 기관들이 소비자 보호법과 지불 규정, 건전성 규제의 영향하에 편입되고 있기는 하다.

남는 질문은 전자화폐의 발전이 통화정책 효과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것인데 이론만으로는 명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비은행 전자화폐 발행업체들이 은행을 대체한다면 기존 금융기관들의 금융 중계(financial intermediation) 기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겠지만 금융 서비스 확대를 통한 보완재 역할을 한다면 통화정책 효과성에 이바지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 전자화폐, ‘통화 정책 효과성’ 강화

이에 대해 가나, 케냐, 나이지리아, 탄자니아, 우간다 등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연구 결과가 있다. 이들 국가는 공통적인 규제 체계를 공유하는데 전자화폐 발행 기관들은 고객 예금을 은행에 예치할 것이 요구되며 은행과 협력해 대출 영업이 가능하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예금 잔고에 대한 이자 지급도 허용된다.

해당 연구는 또한 20년을 넘는 기간 전 세계 47개국의 데이터를 분석해 전자화폐 도입과 통화정책 효과성을 더 자세히 분석했다. 각 국가의 전자화폐 집약도(e-money intensity)는 전체 은행 등록 계좌 수 대비 전자화폐 계좌 수 비율로 정의했다.

연구 결과는 전자화폐의 발전이 통화정책 효과를 강화한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전자화폐 도입 이후 정책 당국의 기준 금리 변동은 대출 금리에 더 확연히 적용됐고, 은행 예금과 대출이 늘어나는 한편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차이는 줄어들었다. 이러한 효과는 전자화폐 도입률이 높고 금융 포용성이 낮은 국가들에서 더욱 눈에 띄었다.

정책 금리 변동에 따른 대출 금리 변동률(%)(2001~2019년)
주: 전자화폐 도입 전, 기준 금리 변경 전후 기간(X축, 기준 금리 변동 시기=0), 대출 금리 변동률(%)(Y축), 높은 금융 평등 국가(청색 점 및 선), 낮은 금융 평등 국가(적색 점 및 선)/출처=CEPR

정책 금리 변동에 따른 대출 금리 변동률(%)(2001~2019년)
주: 전자화폐 도입 후, 기준 금리 변경 전후 기간(X축, 기준 금리 변동 시기=0), 대출 금리 변동률(%)(Y축), 높은 금융 평등 국가(청색 점 및 선), 낮은 금융 평등 국가(적색 점 및 선)/출처=CEPR

은행 ‘보완재’로 개도국 금융 시스템 강화에 ‘기여할 것’

중요한 점은 전자화폐와 은행 부문이 경쟁하기 보다는 협력하여 발전한다는 것이다. 전자화폐의 확장은 은행 예금 및 대출 증가와 비례 관계를 보여 대체제보다는 보완재로 기능함을 확실히 했다. 또한 예금-대출 금리 차이의 감소가 보여주듯 은행 부문의 경쟁 강화로 금융 중개 기능의 효율성까지 높였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는 금융 안정성을 유지하며 전자화폐의 장점을 활용하고 싶은 정책 당국에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먼저 이용자들이 추가적인 은행 계좌 없이도 전자화폐를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은행 계좌 개설이 어려운 인구의 공식적 경제활동 참여를 유도한다면 금융 평등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전자화폐 발행 기관과 기존 은행 간 협력을 촉진하는 규제 틀을 제공해야 한다. 은행들이 전자화폐 잔고를 유동성 관리에 활용할 수 있게 하면 금융 시스템 안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전자화폐 업체와 은행이 협력해 대출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용 정보 수집과 데이터 공유는 대출 업무의 효율성을 증진하고 금융 시장을 더욱 탄탄하게 해 전반적인 경제 성장에도 이바지할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지쉬안 황(Zixuan Huang)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이코노미스트 외 3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E-money and monetary policy transmission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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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