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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고물가 대응 위해 ‘금리 조정’으로 되돌아온 유럽중앙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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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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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 인플레이션 대처 위해 ‘강력한 긴축 정책’
경제 상황 맞물려 “높은 효과성 발휘”
고물가 시대, ‘과감한 금리 조정’으로 경제 안정화해야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 이하 ECB)은 2021년 이후 전례 없는 물가 상승에 대응해 유럽연합 역사상 가장 신속한 긴축 정책을 시행했다. 인플레이션이 치솟자 거의 한 세기를 지속한 비전통적 통화 정책에서 벗어나 보다 공격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를 놓고 평가한다면 ECB의 통화정책은 유럽 경제 상황과 맞물려 효과적이면서 시의적절했다. 이전 시기와의 차이점을 잘 분석한다면 향후 경제 안정에도 훌륭히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CEPR

유럽중앙은행, 최근 인플레이션에 강력한 통화 정책으로 대응

유로존(Eurozone)의 고물가 환경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 가격 상승 때문에 만들어졌다. 수년간 목표 수준 이하의 인플레이션에 허덕여 온 유럽이 솟구치는 물가로 완전히 다른 경제 환경에 접어든 것이다. ECB 역시 금리가 유효 하한선(effective lower bound, 중앙은행이 설정할 수 있는 최저 이자율, ELB)에 머물며 주로 사용하던 비전통적 통화정책(unconventional monetary measures, 양적 완화, 미래 지침 등 금리 조정을 동반하지 않는 통화정책)을 이제는 내려놔야 했다.

금리 조정에 의한 전통적 통화정책으로 복귀한 것이다. 하지만 공격적인 금리 인상 조치의 시점과 강도에 대한 적정성 논란도 컸다.

통화정책 효과, 빠르게 시작해 점진적 영향

역사적으로 보면 통화 정책이 경제 활동과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변동이 심한 긴 시차’(long and variable lags)를 거쳐 일어나는 것으로 돼 있다. 1962년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에 의해 유명해진 표현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는 통화 정책 효과가 기존 연구가 밝힌 것보다 훨씬 짧은 시간 안에 나타난다는 결과를 통해 프리드먼의 이론을 반박한다. 가격 변동까지 이르는 시간은 길지만 효과 자체는 수개월 만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ECB의 지난 20년간 통화 정책을 분석한 연구도 국내총생산(GDP)과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12~18개월 사이 최고조에 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에도 점진적인 영향은 지속돼 혹 모양의 곡선을 이룸으로써 ‘변동이 심한 긴 시차’와 부합하는 면도 있다.

통화정책이 생산 및 ‘소비자물가지수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기간
주: 실질 GDP, ‘소비자 물가 조화 지수’(Harmonised Index of Consumer Prices, HICP, 유럽 연합의 인플레이션 측정 수치), 유로 은행 간 제공 금리(Euro Interbank Offered Rate, EURIBOR)(좌측부터), 68% 신뢰구간/출처=CEPR

통화 정책 ‘서비스 산업 영향’, 일반 물가지수 영향보다 오래 지속

통화 정책이 각기 다른 형태의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도 최근 연구 주제다. 예를 들어 최근 유럽에서 일어난 인플레이션은 서비스 분야에서 두드려져 해당 산업의 가격 압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화정책이 코어 및 서비스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기간
주: 코어 HICP 인플레이션(좌측), HICP 서비스 인플레이션, 68% 신뢰구간/출처=CEPR

그런데 해당 연구에 따르면 통화 정책이 코어 인플레이션(core Inflation, 소비자물가지수 인플레이션에서 변동성이 심한 식품 및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것)과 서비스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정점에 이르는 기간은 최소 2년 이상으로 소비자물가지수 인플레이션(headline inflation)보다 훨씬 오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최근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한 ECB의 긴축 정책은 향후 수년간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기업들 가격 조정 ‘유연성’ 증가도 인플레이션 완화에 도움

최근 유럽 통화 정책이 두드러지는 데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첫 번째는 유로존이 지난 20년간 서비스 분야 통합을 포함한 산업 구조 변화를 거쳤다는 점이다. 여기에 대침체(Great Recession)와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대규모 충격으로 인플레이션과 통화 정책의 양상도 변했다.

통화 정책의 양상 변화(2002년 3분기~2023년 3분기)
주: 실질 GDP, HICP 인플레이션, 3개월 유로 은행 간 제공 금리(위부터), 통화 금리 후 기간(분기)(X축), 연도(Y축), 통화 정책 영향(%)(Z축), *비교적 큰 폭의 인플레이션 하락에도 생산량이 유지됐음을 나타냄/출처=CEPR

특히 지적할 점은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의 반비례 관계를 보여주는 곡선)의 기울기가 급해졌다는 것이다. 이는 통화정책 효과성에 중요한 의미가 있는데 가파른 필립스 곡선은 기업들의 가격 조정이 자유로워 큰 희생 없이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음을 의미한다. ECB는 이점을 이용해 경제 활동에 큰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에 공격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ECB의 공격적 통화 정책은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고정하는 데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즉각적이면서 지속적인 개입이 없었다면 고삐 풀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고임금과 고물가로 연결됐을 수 있다.

ECB의 통화 정책 통한 인플레이션 대처 능력 ‘입증’

한편 지난 수년간은 유럽 역사에서 통화 정책의 한계를 시험할 수 있었던 시기로도 기록될 것이다. 저물가에서 고물가 시대로의 전환은 ECB가 장기간의 비전통적 통화 정책을 버리고 전통적인 금리 조정으로 정책 수단을 되돌리도록 했다. 이는 ECB가 2008년 이후 주로 의존해 온 대규모 자산 구매(asset purchase, 유동성 확대를 위한 양적 완화 정책)를 포함한 비전통적 조치 없이도 인플레이션 압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음을 보여준 면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효과와 기간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ECB의 통화정책은 향후 인플레이션 대응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특히 가격 조정의 유연성이 높아진 경제 환경과 강력하고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대응은 앞으로 ECB가 인플레이션과 생산량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경제를 안정화할 수 있음을 확신시킨다.

즉 ECB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고물가 시기에도 낮은 희생 비율(sacrifice ratio, 인플레이션 하락을 위해 감수해야 하는 생산량 감소) 덕에 경제 성장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에 강력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팬데믹과 지정학적 사건이 야기하는 대규모 공급 측면 쇼크는 아직도 위협적이기 때문에 방심은 금물이다.

원문의 저자는 안드레스 즐로빈스(Andrejs Zlobins) 라트비아 은행(Bank Of Latvia) 수석 이코노미스트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Monetary policy transmission in the euro area: Why this time it’s different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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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담보 대출 규제와 임대료 상승으로 고통받는 유럽 청년들

[딥파이낸셜] 담보 대출 규제와 임대료 상승으로 고통받는 유럽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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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임대료 상승으로 가계 부담 커져
금융 안정을 위한 담보 대출 조건 강화가 주원인
저소득층 및 청년층 ‘가장 큰 피해자’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다수 유로존(Eurozone) 국가에서 치솟는 임대료로 인한 가계의 재정적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담보대출 조건을 강화한 것이 주택 시장 불평등을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대출 자격 제한과 높은 금리가 저소득층 및 청년층에 불균형적 영향을 미쳐 내 집 마련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CEPR

유럽, 주택 담보 대출 규제로 임대료 치솟아

최근 유로존에서는 많은 가구들의 주거비 부담이 늘며 주택 문제가 긴급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책 당국이 금융 위기를 맞아 강화한 담보 대출 조건 때문이다. 금융 리스크를 경감하기 위한 조치가 의도치 않은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대출 조건 강화는 가구들의 담보 대출을 어렵게 해 주택 구입 희망자들이 주택 구매를 포기하고 임대 주택에 머물게 하고 있다. 이렇게 늘어난 임대 주택 수요는 임대료를 끌어올린다. 주택 구입 여력이 있는 부유층 가구들은 조금 덜 비싼 집을 구매하는 선택이 가능하지만 자금이 제한된 이들의 내 집 마련은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결과는 뻔하다. 주택 시장의 대세가 구매에서 임대로 바뀌고 주택 소유는 부유층의 전유물이 돼 버렸다. 치솟는 임대료는 저소득 가구에 더욱 큰 부담을 주지만 임대인들의 수익은 늘어나 소득 불평등을 확대하고 있기도 하다.

청년층과 저소득층에 ‘불균형적 영향’

2015년 아일랜드 정부가 도입한 담보 대출 조건 강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주택 구입 시 20% 이상의 계약금 지불과 소득 대비 대출 비율(loan-to-income ratio)을 3.5 이하로 제한한 해당 조치는 4년 내 4%의 임대료 인상과 2%P의 주택 소유율(homeownership rate) 하락을 가져왔다.

담보 대출 조건 강화 이후 임대료 및 주택 소유율 변화 추이(아일랜드)
주: 연간 임대료(단위: 유로, 좌측), 주택 소유율(%, 우측), 대출 조건 강화 후 기간(연)(X축)/출처=CEPR

주택 가격은 그대로지만 주택 구입 여력이 낮아진 가구들이 임대 시장으로 몰리며 임대료가 급상승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청년층과 저소득층이 가장 큰 고통을 받은 것은 당연하다.

담보 대출 제한으로 인한 복지 효과
주: 주거 형태별 구분(좌측), 임차인, 주택 소유자, 임대인(좌측부터) / 청년층 소득 수준별 구분(우측), 저소득층, 중위 소득층, 고소득층(좌측부터) / 직접적 영향(청색), 임대료(노랑), 주택 가격(주황) / *복지 효과=규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포기할 수 있는 소비량(규제로 인한 피해자들) 또는 규제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면 필요한 소비량(규제로 인해 이익을 얻은 계층), 청년층=26~30세, 저소득층=하위 15% 소득 계층, 고소득층=상위 15% 소득 계층/출처=CEPR

고금리도 임차인에게 불리한 상황 만들어

통화 정책의 일환으로 진행된 실질 금리 인상도 여기에 한몫했다. 대출 조건 강화와 비슷한 메커니즘으로 금리 인상 역시 임대료를 올리는 동시에 주택 소유율을 떨어뜨린다. 또한 고금리는 부동산보다는 금융 자산 투자를 유도해 주택 구매를 더욱 감소시킨다.

아울러 높은 금리는 소규모 임대업자들이 생존을 위해 임대료를 인상하도록 만든다. 이론적으로는 고금리가 주택 구입 희망자들의 계약금 지불을 위한 저축을 돕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효과는 미미했고 전반적으로 임차인들에게 불리한 상황이 전개됐다.

더욱이 유럽중앙은행(ECB)과 각국 정부는 아직도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한 거시 건전성 조치(macroprudential tools)에 의존하고 있다. 다수의 국가가 대출 조건을 강화해 금융 시장 위험을 통제하는 가운데 저소득층과 청년층의 주택 구입 희망은 더욱 멀어지는 양상이다.

방치하면 ‘빈부 격차 영속화’로 이어질 것

정책 당국은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주택 보조금 및 세금 혜택 등 재정 정책을 동원해 담보 대출 제한으로 인한 부작용을 경감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신규 주택 개발 규제 완화 등 공급 측면 문제들을 살펴 장기적 주택 시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임대 수익 증가가 주택 건설을 부추겨 장기적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많은 유로존 도시에서 규제를 포함한 실행상의 문제들이 주택 공급 확대를 막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가 지속되면 대출 규제가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쳐 청년층과 저소득층의 고통을 가중시킬 것이 뻔하다.

유럽 내 주택난이 심화하면서 금융 안정과 주택 구입 문제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가져올 수 있는 정책 시행은 긴급한 현안으로 변했다. 적극적인 정책 조정이 있지 않으면 대출 제한으로 많은 가구들의 주택 구입 여력은 더욱 낮아지고 임대료는 계속 치솟는 빈부 격차 심화 현상이 확대될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후안 카스텔라노스(Juan Castellanos) 영국 중앙은행(Bank of England) 이코노미스트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How tightening mortgage credit raises rents and increases inequality in the housing market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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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후폭풍' 온다" 美 휩쓰는 경기 침체 공포

"트럼프 당선 '후폭풍' 온다" 美 휩쓰는 경기 침체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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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강화 등 거침없는 정치 행보 지속
"불확실성 너무 커" 다수 전문가 우려 표명
소비자신뢰지수·PMI 나란히 악화, 장단기 금리 역전까지 

미국 경제가 동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경제 정책의 '후폭풍'이 시장 전반을 뒤흔든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발(發) 불확실성으로 인해 미국의 경기 침체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發 불확실성 확대

27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연방 정부의 지출 삭감과 공무원 해고, 그리고 주요 교역국에 대한 관세 부과가 기업과 소비자 신뢰를 흔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내놓은 경제 정책들이 시장에 혼란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이 초기에는 일부 고통을 초래할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존 계획을 강행하고 있다. 27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국에는)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여전히 대량의 마약이 유입되고 있고,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그것이 중단되거나 크게 제한될 때까지 3월 4일 발효 예정으로 제안된 관세(멕시코·캐나다 대상)는 예정대로 발효될 것이며, 중국에는 같은 날(3월 4일) 10%의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중국산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이후 멕시코와 캐나다 정부는 국경 경비 강화를 약속하며 관세 부과를 한 달간 유예받았다.

경제 전문가들 "경기 침체 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침없는 정치 행보를 이어 나가는 가운데, 경제 전문가들의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경제학자 마이클 스트레인은 “현재 시장이 생각하는 것보다 불확실성이 훨씬 크다”면서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과 정부효율부(DOGE)가 추진하는 여러 조치가 투자와 사업 확장 계획을 계속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규모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의 경제학자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개인 소비 지출이 최대 2%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이 0.6%p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미국의 실질 경제 성장률이 최대 1.1%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실상 1970년대 미국 경제를 휩쓸었던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와 고물가가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이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은 것이다.

미국 경제학자 해리 덴트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이 경기 침체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27일 폭스뉴스 디지털과 인터뷰에서 "불법 이민자를 줄여야 한다고 말하는 건 괜찮지만, 이미 노동시장에서 경제에 기여하는 사람들을 돌려보내면서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경제는 과잉 부양된 상태인데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내보낸다면 아마 국내총생산(GDP)을 1~1.5% 감소시킬 것"이라며 "GDP가 2%, 3%, 4%만 하락해도 말 그대로 물리적으로 경기 침체에 빠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경제 지표도 줄줄이 악화

전문가들의 이 같은 우려를 입증하듯 미국의 각종 경제 지표는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미국 경제 조사 단체 컨퍼런스보드에 따르면, 2월 기준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는 98.3으로 전월 대비 7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102.3)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자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소비자신뢰지수는 소비자의 경제 상황과 구매 의사 등에 대한 낙관 정도를 측정하는 경기 선행 지표다. 지수가 100 이상일 경우 긍정적 답변을 한 소비자가 부정적 답변을 한 소비자보다 많다는 의미이며, 100 이하일 경우는 그 반대로 풀이한다.

이달 미국의 신용평가회사 S&P가 집계하는 글로벌 종합 구매 관리자 지수(PMI) 역시 50.4로 1월(52.7) 대비 하락했다. 이는 2023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PMI는 기업의 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신규 주문, 생산, 재고 등을 조사한 후 가중치를 부여해 0~100 사이의 수치로 나타낸 값으로, 경기 활성화 정도를 보여주기 때문에 경기 전망 자료로 활용된다. PMI가 50 이상이면 경기의 확장을, 50 미만일 경우에는 경기의 위축을 점친 구매 담당자가 많다고 해석한다.

경기 침체의 조짐은 채권 시장에서도 관측됐다. 미국 경제 매체 CNBC에 따르면, 지난 26일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3개월물 국채 수익률을 5bp(1bp=0.01%포인트)가량 밑돌았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Inverted Yield Curve)이 발생한 것이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장기 투자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해 3개월 만기 국채 수익률보다 높은 것이 일반적이지만, 단기적인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질 경우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를 추월하기도 한다. 시장이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을 경기 침체의 '전조'로 여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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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보안 고삐 죄는 당국 “책임 범위 확대, 위반 시 과징금 최대 200억원”

금융보안 고삐 죄는 당국 “책임 범위 확대, 위반 시 과징금 최대 2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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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보안 체계 구축, 사고는 엄중 대처
법률 위반 시 매출액 3% 과징금
연이은 사고에 금융소비자 불안 가중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스스로 보안체계를 구축하도록 하는 ‘디지털금융보안법’을 추진한다. 일정 수준의 자율성을 보장하되, 보안 시스템 미비로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는 그에 대한 책임도 더 크게 지운다는 방침이다. 개인정보 유출 등 최근 연이은 금융사고에서 금융사들의 관리·감독 소홀이 피해를 키웠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보다 감독·제재 강화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금융보안원으로부터 디지털금융보안법 관련 연구용역 결과를 전달받았다. 금융위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법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전날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미래 변화와 금융의 성장 전략’ 세미나에 참석해 “올해 디지털금융보안법제를 검토해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안의 핵심은 자율보안 체계다. 금융사들이 회사에 맞는 자율보안 체계를 스스로 구축하도록 일정 권한을 부여하고, 규제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엄격한 책임을 묻는 식이다. 먼저 금융보안 위반에 대해서는 금융회사 전체 매출액의 3%에 해당하는 금액을 최대 과징금으로 제시했다. 다만 200억원의 상한선을 뒀다.

과징금 부과 사유도 추가했다. 보안이 미흡해 발생한 사고나 해킹 등을 즉각 알리지 않아 타 금융사로 위험이 전이되거나 소비자에게 일정 금액 이상 피해가 발생한 경우 등이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에서는 금융사가 거래 정보를 누설한 경우에만 과징금이 부과된다. 또 전금법에서 최대 5,000만원의 과태료 부과 대상인 안전성 확보 의무 위반은 그 사유를 세분하고, 감독규정은 법률로 상향한다.

아울러 규제 범위를 금융사에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삼자로까지 확대한다. 금융회사가 제삼자와 체결한 계약과 관련해 정부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5,000만원씩 연간 최대 2회 부과하는 식이다. 금융사가 보안 시스템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외부 인력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진 데 따른 결정이다.

당국은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전문가 등 의견을 수렴해 법안 내용을 최종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종오 금융감독원 디지털·IT 부문 부원장보는 전날 업무설명회에서 “금융보안체계의 자율성과 유연성은 제고하되 대규모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정보 유출, IT 장애 등 금융사고에는 엄중하게 대응·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보안 시스템 미작동 적발 잇따라

금융당국이 이처럼 금융 보안 강화에 고삐를 죄는 것은 최근 급증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서 금융사들의 관리·감독 소홀이 피해를 키웠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례로 신협은 지역본부 소속 순회감독 A씨가 퇴직 후 단위신협 감사로 이동하면서 개인신용정보 1만8,465건이 담긴 업무 관련 파일을 해당 조합 직원에게 이메일로 전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신협중앙회의 보안 미비를 지적하며 과징금 28억7,200만원, 과태료 1억1,360만원을 부과했다.

카카오페이도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제재를 받았다. 카카오페이는 중국 알리페이에 지난 6년여간 누적 4,000만 명의 개인 신용정보 542억 건을 이용자 동의 없이 제공했다가 적발됐다. 금융당국은 카카오페이의 행위를 ‘적법 처리 근거 없는 국외이전’으로 판단하고, 이에 대해 과징금 59억6,800만원을 부과했다. 또 국외 이전에 대한 적법성을 갖추도록 시정명령했다.

가상자산 투자자가 급증함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들도 금융당국의 점검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를 대상으로 자금세탁방지 현장검사를 한 결과, 두나무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른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해외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 19개 사와의 가상자산 이전 거래 총 4만4,948건을 지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특금법상 고객확인의무와 거래제한의무 위반 사실도 드러났다. 두나무는 업비트 최초 거래 시 주민등록증과 같은 실명확인증표를 징구한다. 하지만 이때 초점이 맞지 않거나 빛 번짐 등으로 신원 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원본이 아닌 인쇄·복사본이나 사진 파일 등을 인정한 사례가 3만4,477건 확인됐다. 또 상세 주소를 공란으로 두거나 주소와 무관한 내용을 입력한 경우에도 고객 확인을 완료 처리한 사례가 5,785건이나 됐다.

이에 FIU는 두나무와 소속 직원의 특금법 위반을 들어 일부 영업정지 3개월과 이석우 대표이사 문책경고, 준법감시인 면직 등 직원 9명의 신분 제재 조치를 통보했다. FIU 관계자는 “신규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부터 조속히 확정 짓기 위해 일부 영업정지 등 제재를 먼저 발표했다”며 “향후 제재심 논의를 거쳐 과태료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탈취당한 2조원, 가상자산 거래소도 ‘취약’

이에 더해 최근에는 세계 10위권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대규모 해킹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금융 서비스 이용자들의 불안을 가중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바이비트(Bybit)는 이달 21일(현지시각) 15억 달러(약 2조1,577억원) 상당의 이더리움과 이더리움 파생상품 등을 탈취당했다고 알렸다. 해당 사건은 통상 핫월렛(온라인 가상자산 지갑)보다 해킹으로부터 안전한 장치로 여겨지는 콜드월렛(오프라인 가상자산 지갑)이 도난당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우려를 키웠다.

이례적인 피해 규모에 가상자산 업계는 물론 미국 연방수사국(FBI)도 조사에 나섰다. 26일 FBI는 이번 해킹 사건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하며 범죄 수법에서 북한의 특정 해킹 수법인 ‘트레이더트레이터’가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 해커들이 바이비트로부터 탈취한 자산 일부를 비트코인 및 기타 가상 자산으로 신속히 전환했으며, 이후 여러 블록체인에 걸쳐 수천 개의 주소로 분산시켰다고도 덧붙였다. 이렇게 분산된 자산들은 추가 자금 세탁을 거쳐 결국에는 법정 화폐로 현금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FBI의 경고다.

이번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사이버공격은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이다. 2016년 이전에는 사회 혼란을 일으키거나 정보를 탈취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2016년 이후로는 금융권과 암호화폐 거래소를 해킹하며 자금을 모은 것이다. 2016년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국제연합(UN)의 강도 높은 금융 제재를 받은 해로, 북한이 해킹을 통해 탈취한 자산 대부분을 핵 개발에 투입하고 있다는 게 국제사회의 중론이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각국이 북한의 사이버 공격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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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 1.7조 적자 ‘역대 최고’, “혈세 지원에도 방만 경영 여전”

새마을금고 1.7조 적자 ‘역대 최고’, “혈세 지원에도 방만 경영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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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 침체·대손충당금 적립 영향
중앙회, 경영활동수당으로 7,000만원 지급
노조 측 "사실상 성과급 성격의 수당"

전국 1,200여개 새마을금고가 지난해 1조7,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새마을금고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손실로,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와 그로 인한 대손충당금 적립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새마을금고 적자 쇼크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 1,276개 지역 금고는 지난해 1조7,000억원에 이르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1조2,000억원 손실을 낸 뒤 하반기에 5,000억원가량 추가 손실이 발생했다. 작년 적자는 새마을금고 역사상 최대 규모 손실로 전해진다. 2022년에는 1조5,000억원, 2023년 들어선 860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지난해부터 전국 금고의 수익성이 빠르게 나빠졌다.

지역 금고들의 대규모 적자는 대손충당금 적립에서 비롯됐다. 금융사는 대출 부실 등으로 채권 회수를 못 할 경우를 대비해 돈을 미리 쌓는다. 이 돈이 대손충당금인데 대손충당금은 재무제표상 비용으로 인식된다. 금융사의 대손충당금 적립이 늘어날수록 이익 규모는 작아진다는 얘기다. 금융권에 따르면 새마을금고는 지난에 상반기에만 1조4,000억원 규모의 신규 충당금을 적립했다.

부동산 PF 위기에 적자 감수하며 충당금

전국 금고들의 대손충당금이 늘어난 이유는 부동산 PF 부실과 맞닿아 있다. 금융사는 부동산 PF 사업장 사업성을 평가해 유의(C) 및 부실우려(D) 등급을 받은 경우, 채권 규모에 달하는 대손충당금을 쌓거나 사업장 매각을 실시해야 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새마을금고가 포함된 상호금융권의 C·D등급 익스포져(위험노출액)는 10조9,000억원으로, 이는 전 금융권의 C·D등급 익스포져(22조9,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통상 지역 금고들은 비수도권 지역 소규모 사업장에 대출금을 빌려주는 경우가 많은데, 지난해 지방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금고들이 돈을 빌려준 사업장들도 타격을 입었다.

PF 관련 리스크는 새마을금고 자산건전성의 발목도 잡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새마을 금고의 건설업 대출 연체율은 10%대를 기록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건설업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한계기업’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국내 건설사 절반은 벌어들이는 돈으로 대출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2023년 건설 외감기업 경영실적 및 한계기업 분석’ 보고서를 보면 외부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는 건설사 2,292개사 가운데 47.5%(1,089개사)가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면 기업이 번 돈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뱅크런' 터진 뒤 성과급 안 받겠다더니, 임원들 꼼수 적발

더 큰 문제는 새마을금고의 방만 경영이다. 새마을금고 부실 문제는 지난 2023년 뱅크런이 발생하면서 불거졌다. 2023년 7월 경기 남양주에 소재한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가 600억원의 부실대출로 인근 화도새마을금고와 합병을 결정하자 양쪽 금고에 예금을 맡긴 이용자들이 몰려들었다. 위기설이 확산되면서 뱅크런 행렬이 전국적으로 심해졌고, 당시 새마을금고 수신잔액(241조9,000억원)은 전월보다 18조원 가까이 감소하는 등 부정적 여파가 컸다. 여기에 박차훈 전 중앙회장이 부당이득 편취 혐의로 구속되면서 침체에 빠져들었다.

이에 상위기관인 행정안전부와 금융사업체를 관리하는 금융당국은 새마을금고의 정상화에 주력했다. 지난해 3월 행안부와 금융당국이 새마을금고 감독권한을 동시 행사하는 검사협의체를 구성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새마을금고 내에서도 뱅크런 발생 후 자체적인 경영혁신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혁신에 나섰다. 이후 정부는 지난해 새마을금고의 뱅크런 이후 건전성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다양한 지표에서 안정성을 회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정부 지원으로 위기를 넘긴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최근 상근 임원들에게 거액 성과급을 '꼼수 지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 노동조합은 내부 성명서를 통해 중앙회가 상근 임원 4명(대표·전무·지도 이사, 감사위원장)에게 불법적인 방식으로 성과급을 줬다고 주장했다. 앞서 중앙회 측은 지난해 상근 임원들에게 성과급을 주지 않는 대신 경영활동수당 명목으로 월 기본급 등의 200%를 2024년과 2025년에 걸쳐 주기로 했다. 액수로는 약 7,0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급은 임원이 목표 성과를 달성했을 때 이듬해 주는 급여인 반면 경영활동수당은 기본급처럼 매달 계좌로 입금된다. 즉, 겉으로는 성과급을 없애는 척하면서 다른 명목으로 이를 보전해 줬다는 게 노조 측 입장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져 중앙회 직원들의 익명 게시판에 비판글이 올라오자 김인 중앙회장은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해명했다. △경영활동수당은 이사회 의결 등을 거쳐 합법적으로 인상했고 △2024년에 목표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수당을 전액 반납한다는 조건을 달아 준 돈이라는 취지다. 하지만 김 회장의 해명은 오히려 논란을 더 키웠다. 경영활동수당이 성과에 연동해 주는 사실상 성과급이라고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임원에게는 성과급이 없다"던 공식 발표와는 크게 차이 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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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미지 회복 노리나" 카카오 김범수, 누적 기부금 1,000억원 돌파

"기업 이미지 회복 노리나" 카카오 김범수, 누적 기부금 1,000억원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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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개인 기부액만 1,010억원 달해
경영진 먹튀, 시세 조종, 쪼개기 상장 등 카카오 둘러싼 논란 누적
기업 이미지 훼손된 카카오, 사회 환원이 '전환점' 될까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사진=카카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개인 누적 기부액이 1,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수년간 불거진 각종 논란으로 카카오에 대한 시장 신뢰가 눈에 띄게 훼손된 가운데, 핵심 인사가 앞장서서 기업 이미지 쇄신에 힘을 쏟는 양상이다.

김범수 위원장의 기부 행보

28일 업계에 따르면, 공익법인 브라이언임팩트 홈페이지상 김 위원장의 총기부액은 현재 1,01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14일 카카오 주식 20만 주를 브라이언임팩트에 기부하면서 기부액이 1,000억원을 돌파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낸 기부금 중 약 480억원은 과학기술, 교육, 문화예술 등 사회 기반 강화를 위한 사업에 쓰였다. 인재 양성·생태계 조성 관련 사업엔 290억원, 취약계층·재난재해 구호·의료 분야 지원엔 240억원이 집행됐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2021년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자신이 보유한 5,000억원 규모의 카카오 주식을 매각해 브라이언임팩트를 설립한 바 있다. 같은 해 3월엔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등이 시작한 자발적 기부 운동 '더기빙플레지'에 220번째 서약자로 이름을 올리며 재산 환원 의지를 분명히 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당시 재산 평가액은 13조5,000억원을 웃돌았다.

'논란, 또 논란' 카카오 이미지 실추

시장에서는 김 위원장의 거액 기부가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카카오의 기업 이미지는 누적된 각종 논란으로 인해 상당 부분 훼손된 상태다. 우선 카카오는 지난 수년간 과도한 사업 확장으로 인해 시장 질서를 교란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21년 국정감사에 소환돼 골목상권 침해와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대한 직접적인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후 카카오 측은 계열사 수를 점진적으로 축소했다. 2024년 12월 기준 카카오 계열사의 수는 120개로, 2021년 말(153개) 대비 33개가 줄었다.

지난 2022년 불거진 카카오 경영진들의 '먹튀' 논란 역시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 2022년 12월, 류영준 당시 카카오 공동대표는 임원 7명과 함께 카카오페이 주식 23만주(약 900억원 규모)를 블록딜(대량매매) 방식으로 매도해 469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문제는 이들이 카카오페이가 상장한 지 한 달 여 지난 시점에, 그것도 한창 주가가 상승하던 때 지분을 대거 매각했다는 점이다. 이 같은 행보는 카카오페이에 대한 시장 신뢰를 훼손하고 투자 심리를 악화시킬 위험이 크다. 카카오페이 주주들에게는 거대한 '악재'인 셈이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주가 조작을 감행했다가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지난 2023년, 카카오와 SM엔터 인수 경쟁을 벌이던 하이브는 SM엔터의 주식을 1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2023년 2월10일~3월1일)하겠다고 공표했다. 이에 카카오는 하이브의 공개매수 초반(2023년 2월 16~17일)과 종료 시점(2023년 2월 27~28일)에 △주식 고가 매수 주문 △주식 물량 소진 주문 △종가 관여 주문 등 전형적인 주가 조작 방법을 동원해 SM엔터의 시세를 조종, 하이브의 공개매수에 훼방을 놨다.

카카오의 '쪼개기 상장'

'쪼개기 상장' 역시 카카오가 피해 갈 수 없는 논란거리다. 카카오는 수년 전부터 '쪼개기 상장을 반복한다'는 시장의 비판을 받아 왔다. 알짜 사업을 본사에서 떼어낸 후 주식 시장에 상장하길 반복하며 카카오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기존 주주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지적이었다. 실제 카카오는 지난 2020년 9월 카카오게임즈를 시작으로 카카오뱅크(2021년 8월), 카카오페이(2021년 9월) 등 핵심 계열사들을 줄줄이 증시에 입성시켰다. 지난 2022년에는 카카오게임즈 산하 라이온하트도 상장을 추진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IPO가 보류됐다.

이후 카카오와 계열사들의 주가가 나란히 하향곡선을 그리며 시장 여론은 한층 악화했고, 카카오는 부랴부랴 사태 수습에 나섰다. 지난해 6월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는 자회사 상장으로 인한 모회사 주주가치 하락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 무분별한 신규 IPO를 지양한다는 원칙을 확립했다고 밝혔다. 향후 기업공개를 추진할 경우 그룹 차원에서 면밀한 사전 검증 절차를 진행하고, 기업공개가 결정된 이후에는 주주가치 보호 방안을 마련해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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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과 합병 분주한 웨이브에 날아든 악재, 음저협 “밀린 저작권료 400억원” 소 제기

티빙과 합병 분주한 웨이브에 날아든 악재, 음저협 “밀린 저작권료 400억원” 소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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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저협 저작권 침해 손배소 제기
웨이브 “협상으로 대안 찾아야”
기업결합심사 등 티빙과 합병 초입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를 상대로 400억원 규모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웨이브가 10년이 넘는 기간 저작물을 사용하면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티빙과의 합병을 목전에 둔 웨이브가 이번 갈등을 무사히 봉합할 수 있을지 주목하는 모양새다.

음저협 “창작자 손해 구제 위해 소송 결정”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은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웨이브를 상대로 협회 관리저작물 무단 사용(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음저협은 2011∼2022년 공시된 웨이브의 매출액과 가입자 수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납 사용료를 추산했으며, 여기에 침해 가산금 15%를 더해 400억원가량을 납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음저협은 “창작자들의 손해를 구제할 방법이 소송 외에는 없는 상황”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나아가 음저협은 국내 주요 OTT 사업자들이 미납 사용료 총액 1,000억원을 넘긴 상황에서도 저작권료 납부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이들 사업자가 지난 2022년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제기한 음악 저작권료 징수규정 승인 취소 행정소송에서 패소했음에도 저작권료 납부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음저협은 “창작자들의 권익이 보호되지 않는 환경에서 콘텐츠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웨이브는 음저협의 주장이 일방적이라며 반발했다. 웨이브는 “OTT 업계는 창작자 피해 최소화를 위해 2020년 음저협에 진지한 협상을 촉구하면서 저작권료를 지불한 바 있다”며 “그럼에도 음저협은 OTT들에만 유독 높은 저작권료를 요구하고, 문체부에 저작권료 징수규정 개정을 신청해 결국 2배 이상을 부담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음저협이) 무리한 소송과 터무니없는 언론플레이를 중단하고 성실히 협상에 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힘줘 말했다.

영상 콘텐츠는 유료-오디오 콘텐츠는 무료?

그간 음악업계에서는 OTT 사업자 저작권료 미지급을 둘러싼 비판 여론이 주를 이뤘다. 음악 창작자와 제작자는 고사하고 있는데 OTT가 흑자를 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의 이윤정 감독은 지난해 9월 음저협이 주관한 토론회에 참석해 “창작, 제작, 유통이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국민의 문화 향유권을 보장하고 K콘텐츠를 통한 국가 브랜드 가치 향상 효과를 확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OTT 플랫폼의 저작권료 지급 중요성을 피력했다.

김병인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대표도 이 감독의 주장에 동의했다. 그는 “창작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대가, 창작물이 시장에 공개된 후 거둔 상업적 성과에 비례하는 후속적인 대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 당시 한꺼번에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이후 발생하는 금전적 대가(저작권료)는 지불하지 ‘매절계약’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매절계약을 가리켜 “매우 폭력적인 논리”라고 정의하며 “사람을 전체적으로 죽이는 일이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창작자들도 목소리를 보탰다. 이도연 작사가는 “창작자들은 개개인이 음악이라는 지적 재산을 만들고 파는 자영업자와 같다”며 “거대한 방송 유통 구조에서는 OTT 기업의 말단 하청업체라 할 수 있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창작자마다 전성기가 있고, 이 기간 원활하게 수입을 얻지 못하면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대부분 OTT가 자사의 콘텐츠를 다양한 유료 구독 모델로 판매하면서도 음악이라는 상품에 대해서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게 음악업계의 주된 견해다.

2,500억원 투자 유치, 저작권료 지급 여력 有

한편, 미디어 콘텐츠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이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을 앞둔 시점에 제기됐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티빙과의 합병으로 미디어 공룡 넷플릭스를 견제해야 하는 웨이브로서는 이번 소송을 서둘러 마무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말 두 OTT의 모회사가 웨이브에 2,500억원을 투자한 만큼 저작권료를 지불할 여력 또한 충분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양사는 티빙의 재무 담당 임원이 웨이브에 파견되는 등 본격적으로 합병에 속도를 내고 있다. 티빙의 모회사 CJ ENM은 이양기 전 티빙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올해 초 웨이브 CFO로 파견됐다고 밝혔다. 이양기 CFO는 당초 티빙의 CFO로 재직하다가 지난해 12월 CJ ENM으로 복귀한 바 있다. CJ ENM 관계자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과정에서 웨이브의 재무 상황을 상세히 파악하고, 티빙과 웨이브의 시너지 효과를 모색하기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CJ ENM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임원 겸임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하기도 했다. 해당 심사를 통과하면, 향후 동일 인물이 CFO는 물론 대표이사 등 양사의 주요 임원을 겸임할 수 있게 된다. 심사는 통상 6개월 정도가 소요되는데, 결과가 나오기 전에 CFO를 먼저 웨이브에 파견해 재무 상태를 관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양사 통합이 마무리되면 월간 활성이용자수(MAU)가 최대 930만 명(중복 가입자 포함, 2024년 11월 기준)에 달해 국내 OTT로는 최대 규모로 올라서게 된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인 넷플릭스의 MAU는 1,137만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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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손' 국민연금, 순매수 행보 마무리하고 국내 증시 비중 축소

'큰 손' 국민연금, 순매수 행보 마무리하고 국내 증시 비중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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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 경제 활력에 작은 보탬이 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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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국내 주식 38거래일 연속 순매수 이어가
국내 주식 목표 비중과의 차이 줄이려 저가 매수
추가 매수 여력이 있지만 적극적 매입은 않을 듯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이 올해 들어 38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하는 등 국내 증시에서 적극적인 매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연기금은 국내 증시가 저평가 구간에 접어든 지난해 11월부터 매수세를 본격화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8조원 이상을 사들였다. 주가 하락으로 인해 국내 주식의 목표 비중과 실제 보유분의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저가 매수 행보한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의 설정한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고려할 때 추가 매수 여력은 있으나 국내 증시의 변동성과 수익률을 감안해 목표치를 채우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11월 이후 국내 주식 8조원 이상 순매수

27일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연기금이 지난해 말부터 순매수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배 이하로 떨어진 지난해 11월 이후 매수세가 본격화됐다. 연기금은 지난해 11월부터 연말까지 2개월간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7,38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26일 기준으로 38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하며 총 3조8,940억원을 사들였다. 코스닥시장까지 포함하면 연기금은 지난해 11월 이후 국내 증시에서 8조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상승장을 주도하고 있다.

연기금 중에서도 국민연금은 '바이 코리아(Buy Korea)' 기조를 주도하는 핵심 기관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기금 적립금은 1,185조5,211억원으로 이 가운데 국내 주식 투자 규모는 140조6,510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내 증시 부진이 지속되면서 전체 적립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월 말 13.6% △8월 말 13.2% △9월 말 12.7% △10월 말 12.3% △11월 말 11.9%로 점차 감소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2024년 제시한 국내 주식 비중 목표치(15.4%)와 비교해 3%포인트 이상 낮은 수치다.

역추세 추종 전략으로 국내 주식 목표 비중 맞춰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매수 기조는 실제 보유 비중과 목표 비중 사이 차이를 조정하기 위한 작업으로 해석된다. 국민연금은 시장 환경에 따른 자산 배분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5% 범위에서 목표 비중의 초과·미달을 허용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전략적 자산배분(SAA) ±3%, 전술적 자산배분(TAA) ±2%로 구분해 적용한다. 'SAA'는 비중이 목표치를 밑돌거나 넘어설 때 기계적으로 매수·매도를 실행해 조정하는 개념이고 'TAA'는 기금운용본부가 초과 수익을 노리고 재량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범위를 말한다.

국민연금은 자산별 비중 목표치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시장 상황과 개별 종목의 시황에 따라 역추세 추종 전략을 취한다. 즉, 목표 비중을 맞추기 위해 주가가 하락할 때 매수하고 주가가 상승할 때는 매도하는 방식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4분기 주식 하락 국면에서 저평가 종목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를 단행했다. 국민연금이 공개한 지난해 4분기 대량 보유내역 공시를 보면 87개 종목 중 53개의 지분율이 늘었다. 이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7.5%, 11.2% 하락하는 등 국내 주식 상황이 악화하면서 국민연금이 저평가 종목을 적극 매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기금이 40거래일 가까이 국내 주식을 연속 매수했지만, 목표 비중을 고려하면 3% 정도의 추가 매수 여력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목표치까지 채우기보다는 시장의 상황을 관망하며 신중히 접근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투자 수익률 극대화만큼이나 국민 노후자금의 안정적 관리 또한 투자 시 고려해야 할 중요 요소이기 때문이다. 현대차증권은 "올해 들어 국내 주식이 다른 자산보다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어 TAA 허용 범위 내에서 조정 국면이 곧 마무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민연금, 국내 주식 비중 연 0.5%P씩 줄이기로

지난해 말 국내 증시의 '구원투수'로 불리며 하락장을 방어하고 상승세를 이끌었던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에 소극적인 이유로는 국내 증시의 낮은 수익률이 지목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은 9.18%로 자산별 수익률은 △해외주식 21.35% △해외채권 6.97% △대체투자 5.05% △국내채권 4.09% △국내주식 0.46%의 순으로 집계됐다. 투자 부문별 평가액은 국내주식 146조원(기금 자산의 12.7%), 해외주식 399조원(34.8%), 국내채권 336조원(29.3%), 해외채권 81조원(7.1%), 대체투자 180조원(15.7%) 순이다.

연초 대비 상승·하락 폭에서도 국내 주식시장의 부진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월부터 9월 말까지 국내 주식시장 상승률은 -2.34%로 글로벌 주식시장(달러 기준) 19.40%, 국고채(3년)는 –34.0bp(1bp=0.01%p), 미 국채(10년)는 -12.9bp, 원·달러 환율은 2.34% 등과 비교해 저조한 성과를 거뒀다. 같은 기간 부동산·사모벤처·인프라 등 대체투자 자산의 수익률은 5.05%로, 국내 주식시장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다만, 해당 수치는 이자·배당수익과 외화환산 이익 등을 반영한 것으로 투자자산의 공정가치 평가 변동분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처럼 국내 주식이 해외 주식이나 채권 등에 비해 수익률이 낮고 변동성이 크다 보니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의 목표 비중을 △2013년 20.0% △2018년 18.7% △2023년 15.9% △2024년 15.4%로 꾸준히 축소해 왔다. 지난해에는 국내 주식 비중을 매년 0.5%포인트씩 줄여 오는 2029년 말까지 13%까지 축소하기로 했다. 실제로 2025년 말 목표 비중은 전년 대비 0.5%포인트 줄인 14.9%로 설정했다. 국민연금 측은 투자정책전문위원회, 기금운용위원회 등의 심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수익성과 독립성의 운용원칙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기획재정부 측은 당시 논의 과정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동력 확보를 위해 2025년까지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15.4%로 유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공적기금인 만큼 '공공성' 원칙에 따라 정부의 밸류업 정책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155조9,000억원으로 코스피 시장에서의 실질적인 영향력은 7% 수준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그저 국내 주식을 많이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국내 증시 활성화와 기업 가치 제고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수익률을 견인하는데 현재 국민연금은 적극적 활동을 위한 내부 절차가 복잡해 적극적 활동이 어렵기때문이다. 이에 따라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는 행동주의 펀드에게 의결권을 위탁하자는 다소 파격적인 제안도 나온다. 나아가 국민연금이 행동주의 펀드에 유한책임사원(LP)으로 참여해 책임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국민연금은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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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캘리포니아 전기차 의무화 정책 공화당에 브레이크, 완성차 업계 “전략 수정”

미 캘리포니아 전기차 의무화 정책 공화당에 브레이크, 완성차 업계 “전략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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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산업정책 종식 가시화
영국도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
내연기관·하이브리드차 다시 주목

미국 50개 주 가운데 전기차 전환에 가장 적극적이던 캘리포니아주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공화당이 연방 의회에서 캘리포니아주의 2035년 무공해 승용차 판매 의무화 정책을 폐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서면서다. 민주당이 주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캘리포니아는 2035년까지 내연기관 자동차의 신차 판매를 중단하도록 했으며, 조 바이든 전임 대통령 정부가 이를 승인한 바 있다.

미국 자동차 시장 절반 타격 예상

27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공화당은 ‘의회검토법(Congressional Review Act, CRA)’을 토대로 캘리포니아주의 친환경 자동차 정책을 폐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1996년 제정된 CRA는 재석 인원 과반의 찬성이 있을 경우, 기존 규제를 변경 또는 폐지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캘리포니아주의 내연기관 자동차 금지 조치는 연방 규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의회 CRA 적용 시 법적 논란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NYT는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내에서 공기 오염 문제가 가장 심각하기 때문에 1970년 제정된 ‘청정대기법(Clean Air Act, CAA)’에 따라 다른 주보다 더 강도 높은 규제를 할 수 있도록 관련 법 적용을 면제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공화당이 캘리포니아주의 전기차 정책을 겨냥하는 데는 캘리포니아주의 경제 규모가 크고 다른 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이 짙게 작용했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외에도 11개 주가 2035년까지 가솔린 차량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는데, 이는 미국 자동차 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인 탓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대선 후보 시절부터 화석 연료로의 귀환을 공언해 왔다. 석유·가스 시추를 통해 고용을 확대하고 유가를 낮추고, 종국에는 물가를 안정시킨다는 구상이다. 지난 1월 취임 직후에는 “‘그린 뉴딜(친환경 산업정책)’을 종식하고 전기차 의무화를 전면 철회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영국 전기차 전환 2030년→2035년

친환경 정책을 손질하는 것은 비단 미국만이 아니다. 영국 정부는 전기차 전환 시기를 2030년에서 2035년으로 연기하면서 속도 조절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리시 수낵 전임 영국 총리는 “어려운 가계에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을 부과하는 접근 방식을 택한 것 같다”며 “현 기후 정책을 고집하면 국민적 동의를 얻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35년까지는 새로운 내연기관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다”며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등과 보조를 맞추기 위함”이라고 부연했다.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에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반발했다. 리사 브랜킨 포드 영국 대표는 “(전기차) 사업을 위해 정부의 야망, 약속, 일관성 세 가지가 필요하다”며 “목표 연기로 이 세 가지 모두 약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현재는 완전하지 못한 인프라, 관세 부과, 높은 생활비 등으로 역풍이 거센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 전기차 지원을 강화하고 소비자를 지원하는 데 정책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드 외에도 BMW, 스텔란티스 등 다수의 전기차 제조 업체들이 영국 정부를 성토했다. 마이크 호즈 영국 자동차공업협회(SMMT) 회장은 “배기가스 유발 차량을 단계적으로 퇴출하려면 소비자들이 전기차로 전환을 원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가 명확하고 일관된 메시지, 매력적인 인센티브, 충전 시설 등을 제공해 불안감보다 확신을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익성 좋은 내연기관 자동차 집중

주요국들이 일제히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먼저 스텔란티스그룹은 최근 캐나다 온타리오주 브램턴 공장을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중단했다. 닷지 차저, 챌린저, 크라이슬러300 등 내연차를 생산하는 해당 공장은 전기차 중심 생산 시설로 내부 개조 작업을 진행해 왔다. 스텔란티스 관계자는 “지금의 역동적인 환경에서 우리는 글로벌 제품 전략을 계속 재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BMW그룹도 영국 옥스퍼드의 미니(MINI) 생산 공장을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지난해 BMW는 6억 파운드(약 1조905억원)를 투자해 옥스퍼드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고, 2030년까지 모든 제품 라인업을 전동화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었다. BMW그룹은 이번 결정과 관련해 “업계가 직면한 여러 불확실성을 고려한 데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대부분 업체는 전기차보다 수익성이 좋은 내연기관으로의 회귀를 택했다. 포르쉐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신차 개발에 8억 유로(약 1조242억원)를 투입하기로 했으며, 메르세데스-벤츠는 ‘최첨단 내연기관 밴’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최고경영자(CEO) 또한 “유럽에서 전기차 기술이 주류로 자리 잡는 데 20년은 걸릴 것”이라며 “내연차 개발 속도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연기관 연료와 전기를 동시에 쓸 수 있어 연비가 뛰어난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모빌리티에 의하면 올해 하이브리드 신모델 출시는 전년 대비 43% 늘어난 116종이 달할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과 주요국의 자동차 정책 변화 등 영향이 하이브리드차 인기로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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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실업 급여 오르면 직장 그만두는 사람도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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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 급여, 구직자는 물론 노동자에도 영향
실업 급여 오르면 고용 노동자 ‘실업 전환’도 늘어
‘모럴 해저드’ 최소화 방안 고민 필요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많은 정부가 노동 인구 감소와 예산 부족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실업 급여가 노동 참여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까지 증가하고 있다. 구직자에게만 초점을 맞춰 온 기존 실업 보험이 고용 노동자의 의사 결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제 및 복지 정책에 반드시 반영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CEPR

실업 급여 수준 및 기간, 고용 노동자 실업 전환에도 영향

고용 보험이 구직 활동과 실업 기간에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기존 연구는 혜택 수준이 높을수록 실업 기간도 길어진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 하지만 실업 급여가 실직자에게 미치는 영향만 분석했을 뿐 노동자들의 행동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는 간과해 왔다.

최근 연구는 후한 실업 보험 혜택이 현재 고용되어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실업률까지 높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폴란드 실업 보험제도를 분석한 해당 연구는 실업 급여의 수준과 지급 기간이 전반적인 고용 지표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온다고 결론 내렸다.

실업 급여·지급 기간 늘어나면 ‘실업 기간’도 따라 증가

폴란드 실업 보험제도가 연구 대상이 된 이유는 독특한 구조로 인해 보험 혜택이 실직자와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명확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해당 보험제도는 먼저 지역 실업률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당초 6개월의 실업 급여 지급 기간을 1년으로 연장해 준다. 또한 고용 보험에 가입된 직장에서 5년 이상 일하면 실업 급여가 25% 늘어난다.

기간 연장 기준 도달 전후 실업 급여 수령 기간 및 실업 기간 변화(폴란드)
주: 실업 급여 수령 기간(좌), 실업 기간(우), 지역 실업률(기간 연장 기준 실업률=0, X축), 기간(월)(Y축), *개별 녹색 원은 비슷한 수치를 가진 지역의 묶음/출처=CEPR

이렇게 일정 기준을 두고 극명하게 갈리는 보험 혜택으로 인해 연구자들은 각기 다른 조건에서 구직자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실업 급여 및 지급 기간이 10% 늘어나면 실업 기간도 3%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납세자의 세금 부담이 급증하는 것은 당연하다.

실업 급여와 지급 기간 ‘상승작용’

또한 급여와 기간은 함께 작용한다. 실업 급여가 오르면서 동시에 지급 기간이 연장되면 실업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폴란드 사례를 보면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를 받으며 6개월의 구직 급여 기간이 끝나가는 실직자들이 적극적으로 구직에 나서는 반면, 기간이 연장되고 급여마저 오른 구직자들은 상대적으로 느슨한 자세를 보인다. 실업 급여의 유무와 혜택 수준에 따라 구직 의사 결정이 영향을 받는 현상은 ‘모럴 해저드’(moral hazard)라고 부를 만하다.

실업 급여 인상과 지급 기간 연장의 상승효과(폴란드)
주: 실업 급여 수령 기간(좌), 실업 기간(우), 실직 후 기간(월)(X축), 상승효과 지수(Y축), 85% 신뢰구간/출처=CEPR

실업 급여 10% 오르면 노동자 ‘실업 전환’ 17%까지 늘어

게다가 관대한 실업 보험제도가 구직자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과 달리 폴란드 사례에서는 장기 고용 안정은 물론 실업률 감소 효과도 발견되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또 하나의 문제는 후한 실업 급여 혜택의 영향이 고용 노동자에게도 미친다는 것이다.

급여 지급 기간이 10% 연장되면 노동자들의 실업 전환율도 1.2% 따라 올랐다. 급여 수준의 인상은 효과가 훨씬 더 컸는데 10%의 실업 급여 인상은 무려 13~17%의 실업 전환 증가로 연결됐다. 고용 노동자들에게는 실업 보험 기간보다 급여 수준이 월등히 높은 영향을 줬다.

실업 급여 10% 인상 및 지급 기간 10% 연장이 미치는 영향(폴란드)
주: 지급 기간(PBD), 급여 수준(Benefit level), 지급 기간 6개월 지역(6 month PBD counties), 지급 기간 12개월 지역(12 month PBD counties), 실업 급여 수령 기간(Benefit duration), 실업 기간(Unemployment duration), 실업 전환(Unemployment inflows)/출처=CEPR

이러한 사실은 고용 보험 설계에도 중요하게 반영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실업 급여 제도는 실직자에 대한 생활비 지원과 구직 활동 장려 사이의 균형에 초점을 맞춰 왔다. 하지만 고용 노동자들의 반응을 간과함으로써 비용-편익 분석상 심각한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

예를 들어 표준 모델에서는 1달러(약 1,460원)의 실업 급여 인상이 2.3달러(약 3,360원) 상당의 경제 왜곡 효과로 이어진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 노동자들의 실업 전환 효과까지 감안하면 10달러(약 14,600원)까지 치솟게 된다. 기간 연장 효과 역시 2.5 달러(약 3,600원)에서 3.6 달러(약 5,260원)로 증가한다.

물론 이러한 역효과가 있다고 실업 보험을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제도를 손 볼 필요는 분명해 보인다. 예를 들면 지급 기간은 연장하되 급여 수준을 내려 필요한 구직자를 지원하면서 모럴 해저드는 최소화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또는 실업 급여의 일시불 지급이나 실업 보험 저축(unemployment insurance savings accounts, 실직 후 사용하도록 임금의 일부를 저축하는 제도) 등도 경제적 왜곡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원문의 저자는 조나스 제센(Jonas Jessen) 독일 고용 연구소(German Institute for Employment Research, IAB) 박사 후 연구원 외 3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Rethinking unemployment insurance: New evidence on hidden cost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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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