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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전환 시대, 연이은 배터리 폭발·화재에 안전성 확보 ‘비상’

재생에너지 전환 시대, 연이은 배터리 폭발·화재에 안전성 확보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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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ESS 화재 집단 소송으로 번져
원인 미상 사고 다수, 과충전만 원인?
사전 사고 감지 시스템 필요성 대두

최근 재생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발전 구조는 머지않아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데 따른 변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ESS 폭발 및 화재 또한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안전성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대부분 사고가 원인을 찾을 수 없는 탓에 업계 종사자들의 우려는 물론 시설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도 갈수록 높아지는 모습이다.

“ESS 지속 가능성에 의문”

27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모스랜딩의 ESS 시설에서 지난 1월 16일 발생한 화재로 주민 약 1,200명이 대피하고, 인근 1번 고속도로가 봉쇄됐다. 시설 운영사인 비스트라(Vistra)는 이번 화재가 1단계 구역(300MW)에서 발생했으며, 시설에 저장돼 있던 약 10만 개의 리튬이온 배터리 모듈 중 대부분이 소실됐다고 밝혔다. 화재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아 정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화재 진압 후 돌아온 인근 주민들은 두통과 호흡곤란 등 건강 이상을 호소하며 비스트라와 배터리 공급사, 인접 ESS 운영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기업이 ESS 화재 예방 및 대응 시스템을 갖추지 않아 피해를 키운 만큼 주민들의 건강 피해 및 환경 오염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화재 시설 인근에 거주하는 한 40대 여성은 “우리는 배터리 화재로부터 안전할 것이라는 말을 믿었지만, 이제는 독성 물질을 마시고 있는 게 아닌지 두렵다”며 불안감을 토로했다. 이어 “비스트라는 2020년 미국에서 가장 많은 CO2를 배출한 기업”이라고 꼬집으며 “ESS가 정말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인지 의문”이라고 일갈했다.

이달 24일에는 독일 쇤베르크에서 가정용 배터리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독일 PV매거진에 의하면 사고 주택은 현지 건설업체 비브록(Viebrock)이 시공한 표준형 모델로, 태양광 발전 시스템과 가정용 배터리가 장착된 구조였다. 사고 건물은 한쪽 벽면이 완전히 무너진 데다 구조적으로 심각한 손상을 입어 철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비브록 측은 “폭발을 일으킨 배터리는 2019년 생산된 제품으로, 2020년 해당 주택에 설치된 이후 정기적으로 유지·보수가 이뤄져 왔다”면서도 “배터리 제조사와 협의해 동일 생산라인을 대기 모드로 전환하고, 고전압 배터리의 출력을 제한하는 안전 조치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현재 독일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경찰과 검찰의 합동 조사에 나선 상태다.

연이은 배터리 폭발 및 화재 사고로 재생에너지 산업의 안전성에 대한 각계의 의구심도 거세지는 양상이다. 제니퍼 킴 스탠퍼드대학교 에너지 정책 연구소 교수는 “잇따른 사고는 재생 에너지 부문이 성장함에 따라 우리가 직면하게 될 안전 과제를 보여준다”고 진단하며 “기술적 해결책과 규제 체계 모두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대부분 사고는 원인 미상, 사전 방지가 유일한 답

문제는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화재 사고의 원인조차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국내로 범위를 좁혀 보면, 2017년 초부터 2022년 말까지 발생한 ESS 화재 사고 44건 가운데 약 70%에 이르는 30건이 ‘원인 미상’으로 처리됐다. 2022년만 보더라도 ESS 화재 9건 중 7건(77.8%)의 원인을 찾지 못했다. 원인을 찾지 못했다는 것은 앞으로도 화재가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정부는 2019년 1월 민관 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를 출범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에는 ‘ESS 화재사고 조사단’을 꾸려 원인 파악에 나섰다. 이들 조사단은 ESS 화재의 주된 원인으로 배터리의 지나치게 높은 충전율을 꼽았다. 95% 이상의 높은 배터리 충전 상태가 급격한 전압 변동과 온도 상승을 야기해 화재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ESS 충전율 조정 권고 이후로도 화재 발생은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FM글로벌과 같은 다국적 대형 화재보험사들이 제공하는 엔지니어링 전문 솔루션이 ESS 화재 대응 수단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FM글로벌은 대형 화재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한 안전성 테스트와 함께 적절한 스프링클러 사용 여부에 따른 화재 진압 정도 확인, 산업별 화재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안전 테스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루이스 그리초 FM글로벌 최고과학책임자(CSO)는 “전 세계적으로 급증세인 ESS 화재 사고를 면밀히 분석해 기술적으로 개선 가능하면서도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며 “체계적인 안전 플랫폼 구축을 위해 엔지니어링 전문성을 갖춘 집단과의 협력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현장/사진=경기 화성소방서

물과의 반응성 커 화재 진압 어려워

일선 현장의 소방관들은 ESS 화재의 경우 물로 진압하는 데 어려움이 커 피해 규모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화학물질에 고용량의 에너지가 담겨있는 ESS는 리튬이온배터리 특성상 물과의 반응성이 커 매우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지난해 6월 30여 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화성 리튬전지 공장 화재의 사례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당시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은 물을 이용해 최초 진압을 시도했지만 불길이 최성기(가장 커졌을 때)여서 물 투입이 분진 폭발을 일으켰다고 증언했다. 이후 소화 약제를 분사했으나, 리튬이온배터리 모듈 사이의 간격이 너무 좁아 약제의 침투가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한 소방관은 “배터리는 한 번 불이 나면 계속 재발화 돼서 물로 냉각시키기가 불가능하고, 잔불을 정리하는 단계에 가서야 물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배터리 자체의 상태를 확인하고 사전에 사고를 감지할 수 있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ESS 도입 초기 발생한 사고들은 대부분 운영방법의 문제로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주변 환경이나 설치 환경 등 배터리 자체 문제로 발생하는 사고가 주를 이루는 만큼 배터리 상태를 면밀히 점검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는 지적이다.

김홍준 충남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는 “최근 언론 보도에서는 ESS 사고 원인으로 과충전을 지목하곤 하는데, 실상 이런 어뷰즈(오남용)는 기초적인 소프트웨어 수준에서 방지되고 있어 주된 원인으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BMS와 관련한 연구들은 에너지 셀 간 균형 유지, 배터리 잔여 수명 파악, 온도 관리, 배터리 안전 상태 점검 등을 구현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수준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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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의 고향' 中 항저우시, 테크업계 급성장에 부동산 시장 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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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시 신규 주택 거래, 전년 동기 대비 81% 급증
딥시크, 유니트리 등 '항저우 소육룡' 급성장한 결과
'딥시크 쇼크' 이후 활력 되찾은 中 테크업계, 봄날 이어지나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 부동산 시장이 전국적인 부동산 침체 흐름 속에서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딥시크(DeepSeek), 유니트리(Unitree Robotics) 등 항저우시에 자리를 잡은 유망 기술 기업들이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기업의 인력 수요가 증가하며 도시 전반에 활기가 감도는 양상이다.

되살아나는 항저우 부동산 시장

27일(이하 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항저우시의 주택 및 사무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KE홀딩스가 소유한 부동산 중개회사 베이커(Beike)에 따르면, 춘제(음력 설) 연휴 이후 2주 동안 항저우시의 신규 주택 거래는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택 영업사무소 방문객 수도 77% 급증했다. 최근 항저우시 부동산 시장 상황과 관련해 현지 부동산 중개인 황시야오는 "우리의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며 "1월 이후 50건의 거래를 성사시켰고, 지난 두 달 동안 시장 상승세와 함께 업무량도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항저우시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침체 상태였다. 부동산 매매와 관련해 엄격한 규제를 시행해 오던 항저우시가 규제 고삐를 풀며 적극적으로 주택 구입을 독려할 정도였다. 항저우시는 지난해 3월 구축 주택에 한해 구매 제한을 해제했으며, 이후 같은 해 5월 모든 주택 구매 제한 조치를 철폐했다. 이에 따라 현재 항저우시는 관할 범위에서 주택을 구매한 이의 자격을 별도로 심사하지 않고 있으며, 항저우시 부동산을 합법적으로 소유한 타지역 호적 인원의 호적 정정 신청을 받아들이고 있다.

테크업계가 시장 회복 견인해

가라앉아 있던 항저우시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급변한 배경에는 현지 기술 기업들이 있다. 항저우시는 소위 '항저우 소육룡(류샤오룽·六小龍)'로 불리는 6개 유망 기술 스타트업들이 자리한 지역이다. 항저우 육룡에는 △3D 프린팅 업체 매니코어 △로봇업체 유니트리, 딥로보틱스 △‘검은신화: 오공’ 개발사 게임사이언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개발 기업 브레인코 △인공지능(AI) 개발 기업 딥시크 등이 포함된다.

이들 기업은 최근 줄줄이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며 항저우시 고용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서구 빅테크 기업들과 비견할 만한 성능의 AI 모델을 저비용으로 구현해 시장에 충격을 안긴 딥시크는 항저우시와 베이징시에 수십 개의 AI 연구·개발 관련 일자리를 창출했다. 휴머노이드 개발 기술력을 앞세워 중국 로봇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유니트리 역시 적극적으로 로봇 공학 기술자를 채용 중이다.

유망 스타트업의 구인 소식은 중국의 청년 구직자들을 항저우시로 끌어모았다. 중국중앙TV(CCTV)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최근 춘제 연휴가 지나고 본격적인 취업 시즌이 시작하면서 항저우시에서 청년 구직자들의 단기 임대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항저우시의 한 공동주택은 춘제 연휴 이후 임대율이 90%까지 급상승하기도 했다. 항저우시에서 임대 사업을 하는 왕셴핑은 "항저우로 구직 면접을 보러 오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단기 임대 고객의 비율이 많이 증가했다"면서 "하루 평균 5건을 계약하면 대략 2건은 단기 임대"라고 밝혔다.

항저우시는 외지에서 온 창업자나 구직자를 대상으로 무료 숙소를 제공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전문대 이상의 학력을 가진(졸업 후 2년 이내) 구직자, 창업자는 누구나 항저우시에서 일주일간 무료로 머무를 수 있는 숙소를 제공받을 수 있다. 항저우시의 한 간부는 "이 사업을 시작한 뒤 청년 630명에게 무료 숙소를 제공했고, 이 중 약 200명이 취업에 성공해 이어서 같은 집에서 지내고 싶어 한다"며 "이 경우 임대료를 10% 할인하는 혜택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中 기술 기업 성장세 지속 전망

항저우시의 '봄날'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딥시크 쇼크' 이후 중국 기술 기업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급증하며 관련 시장 성장세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현지 기술 기업들은 막대한 규모의 투자금을 끌어모으며 순식간에 덩치를 불리고 있다. 중국 AI 칩 제조사 블랙세서미와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 UB테크, AI 기반 신약 개발사 엑스탈파이는 지난주 잇달아 주식 매각 계획을 발표했는데, 그 규모는 42억 홍콩달러(약 7,730억원)에 이른다. 이달 초 AI 스타트업 베이징 포스 패러다임도 주식 매각을 통해 1억8,000만 달러(약 2,580억원)를 조달했다.

최근 들어서는 홍콩 상장을 통해 해외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술 기업도 증가하는 추세다. 일례로 중국 AI 칩 스타트업인 상하이 비렌 인텔리전트 테크놀로지(비렌)의 경우, 최근 중국 AI 기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홍콩에서의 기업공개(IPO)를 검토하고 있다. 비렌은 2019년 중국 AI 대표 기업인 센스타임의 장원 총재가 설립한 회사로, 중국 내에서는 엔비디아의 유력한 경쟁사로 꼽혀왔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AI 솔루션 제공업체 AICT 역시 약 2억 달러(약 2,680억원) 규모 자금 조달을 목표로 홍콩 IPO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ICT의 상장 신청서 제출 시점은 올해 2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매니코어도 이달 14일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 신청서를 정식으로 제출하며 항저우 육룡 중 최초로 증시에 도전장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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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러 전선에 추가 파병 “러에 청구서 내밀려는 의도”

北, 러 전선에 추가 파병 “러에 청구서 내밀려는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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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2월 북한군 러시아로 이동
러, 종전 전 쿠르스크 탈환 목표
北, 경제·군사원조 최대 확보 노려

쿠르스크 전선에 대규모 병력을 파견한 북한이 올해 초 1,000명 이상을 추가 파병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미국과 러시아 간 종전 대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러시아로서는 종전에 앞서 쿠르스크 영토 수복을 위한 병력 증원이 절실하고, 북한은 종전 시점에 최대한 많은 병력을 전선에 남겨야 러시아에 더 큰 액수의 청구서를 내밀 수 있기 때문이다.

러 쿠르스크 전선에 북한군 추가 투입 정황 확인

27일 국가정보원은 “북한군이 한 달간의 소강 국면을 지나고 2월 첫 주부터 쿠르스크 전선에 다시 투입됐다”며 “일부 추가 파병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정확한 규모는 계속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복수의 군·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추가 파병된 북한군 규모는 1,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앞서 우크라이나 측은 북한군이 지난 1월 중순부터 3주 정도 전선에서 빠졌다가 지난 7일쯤부터 다시 전선에 투입됐다고 밝힌 바 있는데, 우리 정보당국의 판단도 이와 비슷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추가 파병된 북한군은 대(對)드론 작전을 위한 정찰·전자전 관련 병력이거나 포병 혹은 공병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교전 내내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작전에 말려 큰 피해를 본 북한군은 드론 대응을 위한 병력을 확충했을 공산이 크다. 또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방사포(다연장로켓)와 자주곡사포 관련 운용 인원도 추가 파병됐을 개연성도 있다.

다만 같은 날 미 국방부 당국자의 발언을 보면, 북한군 추가 파병 여부를 두고 한·미 당국 간의 입장차가 감지된다. 미 국방 당국자는 한국 국정원의 추가 파병 발표에 대해 묻자 “외국 정보기관의 평가에 관해 언급하지 않는다”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 장소에서 촬영된 북한군의 모습/사진=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 X

사상자만 4,000명, 북한군 사기 바닥

국정원은 북한이 지난 1차 파병 이후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병력 보충 없이 전투를 이어가는 게 불가능하다고 보고, 2차 파병을 결정한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에 따르면 지난해 쿠르스크 전장에 배치된 북한군 1차 파병 병력 약 1만1,000명 가운데, 약 1,000명이 숨지는 등 4,0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상태다.

쿠르스크 전선에 파병된 폭풍군단(11군단)은 우리나라 특전사에 해당하는 북한 최정예 특수부대로, 북한에서는 휴전선과 비교적 멀리 떨어진 평안남도 덕천에 주둔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 전쟁 시 산맥을 타고 남한 깊숙이 침투하는 것이 폭풍군단 부대의 목표다. 병사 대부분 출신 성분은 낮지만, 충성심과 사기는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전선 투입 넉 달을 맞은 현재 북한군의 30% 정도가 죽거나 다쳐 사실상 전투불능 상황이다. 폭풍군단은 산악 침투가 주특기지만 북한군이 집중 배치된 쿠르스크 지역은 몸을 숨길 데가 없는 평원인 데다, 대규모 기갑전과 포격전, 드론 폭격이 빈번하다. 정보당국은 이처럼 익숙하지 않은 전투 환경에서 북한군이 초기부터 큰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서 만약 지휘관이나 통신병, 보급 인원 같은 핵심 인력이 손실됐다면 더 치명적이다. 나머지 70%만으로 온전한 작전 수행이 불가능하단 얘기다. 무엇보다 파병군은 엄연히 러시아 군 편제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움직이기도 어렵다. 게다가 사기도 바닥에 떨어졌다.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DIU)에 따르면 새해 전날 밤 전투에 참여하는 군인들을 포함해 북한 군인들이 술에 잔뜩 취하는(alcohol abuse)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파병 북한군의 목숨값, 북한의 새로운 돈줄

아울러 북한군의 추가 파병은 미국과 러시아의 종전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러시아 영토에서 우크라이나 군을 몰아내는 데 도움을 주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전쟁 3년차에 접어든 지금 심각한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러시아에 북한군을 추가로 파병함으로써 경제·군사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명분을 더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군은 파병에 대한 대가로 1인당 월 2,000달러(약 277만원)가량을 받는다. 이는 북한의 소득 수준을 고려하면 엄청난 돈이다. 한국은행의 '2023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 보고서를 보면, 북한 경제가 4년 만에 성장했다고는 하나 국민총소득(GNI)은 40조9,000억원으로 한국(2,443조3,000억원)의 약 60분의 1인 1.7% 수준에 불과하다. 1인당 국민총소득도 158만9,000원으로 4,724만8,000원인 우리나라의 30분의 1(3.4%) 정도다. 2023년 북한의 1인당 GNI를 한 달 치로 환산하면 13만2,400원 수준인데 이것의 20배가 넘는 돈을 파병 북한군이 월급으로 받는 셈이다.

파병 병사들의 월급은 곧장 북한 정부로 송금되는 만큼, 1만 명을 기준으로 하면 북한은 매월 277억원을 러시아 측으로부터 받는다. 북한군의 주둔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투입 병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북한 정부의 곳간이 두둑해진다는 의미다. UN(국제연합)의 오랜 대북 제재 속에 자력갱생을 외쳐왔지만, 최근 몇 년 새 최악의 경제난을 겪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으로선 러시아 파병이 당장 거액의 외화벌이가 가능한 좋은 방편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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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부지 매각 나선 롯데건설, 업황 침체 상황 고려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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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 본사 부지 매각 등으로 1조원 확보 계획 
건설업계 침체 상황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돼
줄줄이 무너지는 중견 건설사들, 대형 건설사 '경계 태세'

롯데건설이 서울 서초구 잠원동 본사 부지 매각을 포함한 1조원 규모 자산 유동화 방안을 추진한다. 유동성 위기를 직면한 롯데그룹이 계열사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롯데건설 역시 현금 확보 움직임에 동참하는 양상이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롯데건설의 자산 매각이 단순 그룹 차원의 위기 극복을 넘어 악화하는 건설업계 업황을 고려한 결단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건설, 자산 유동화 착수

28일 롯데건설에 따르면, 회사 측은 최근 부동산 컨설팅 업체 등에 본사 부지 매각을 포함한 자산 유동화 방안에 대한 의뢰를 맡겼다. 롯데건설이 보유 중인 수도권 창고 자산, 임대주택 리츠 지분 매각 등도 유동성 확보 방안에 포함됐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총 1조원 정도 규모의 자산을 유동화하기로 하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건설은 분석 결과를 받아본 후 구체적인 자산 유동화 방법을 결정할 계획이다.

매각 가능성이 거론된 롯데건설 본사 사옥의 자산 가치는 5,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롯데건설 측은 매각이 성사되면 부채비율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10%에서 150%로 낮아지고, 경상이익이 1,000억원가량 확대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이번 매각은 롯데그룹 유동성 개선 움직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은 최근 현금 확보를 위해 계열사의 비핵심 사업 및 비효율 자산을 속도감 있게 정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롯데렌탈 사업 매각을 시작으로 롯데웰푸드 증평공장과 롯데케미칼 파키스탄 법인을 잇달아 매각했고, 지난 26일에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사업을 팔았다. 최근 3개월 동안 롯데그룹이 사업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은 약 1조9,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건설업계에 드리운 먹구름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롯데건설의 이번 본사 부지 매각이 그룹의 유동성 문제를 넘어 현 건설업계 상황을 고려한 결정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롯데건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는 이전 대비 축소되기는 했으나, 안심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건설 업황 침체로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활로 모색이 절실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롯데건설의 PF 우발채무는 지난해 11월 기준 3조1,000억원 수준이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9월 기준 2.7%로, 전년 동기 대비 2.3%p 감소했다.

업황 악화로 신음하는 건설사는 비단 롯데건설뿐만이 아니다. 지난 1월 시공능력평가(시평) 58위 중견건설사인 신동아건설은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같은 달 16일에는 경남 2위 대저건설이 부산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요청했고, 지난 24일에는 시평 71위 삼부토건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시평 138위인 안강건설도 지난 24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요청했다. 수개월 만에 수많은 중견 건설사가 벼랑 끝에 내몰린 것이다.

이들 건설사는 고금리 장기화와 공사비 인상, 경기 침체 등 시장 악재가 누적되며 유동성 위기를 이겨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들은 대부분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 사업을 진행한다. 고금리 상황에는 사실상 사업 초반부터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는 의미다. 아울러 요즘처럼 경기 전반이 침체한 상황에는 부동산 매매 수요가 감소하며 분양, 계약 등을 통한 자금 회수에도 제동이 걸릴 위험이 크다.

대형 건설사도 '살길' 모색

위기에 빠진 것은 대형 건설사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대형 건설사들은 주요 자회사 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며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DL이앤씨의 지주회사인 DL은 지난해 11월 본사로 사용 중인 서울 서대문구 '디타워 돈의문'을 매각해 전체 대금 8,953억원 중 1,3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으며, 현재 호텔 부문 글래드호텔앤리조트를 매물로 내놓은 상태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소재 '서초 스포렉스' 복합 스포츠시설 토지 및 건물을 그룹 계열사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약 4,301억원에 양도했다. GS건설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GS엘리베이터의 지분을 66억원에 매각했고, 현재 수처리 자회사 GS이니마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SK에코플랜트는 처리·폐기물 자회사 리뉴어스 지분 75%와 폐기물 매립·소각을 담당하는 리뉴원 지분 100%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재무 상황이 악화하며 현금 마련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의 총차입금은 2019년 말 1조원에서 지난해 3분기 말 6조4,745억원까지 불어난 상태다. 실적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SK에코플랜트는 110억원의 영업손실, 48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재건축·재개발 시장을 중심으로 대형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 기조 역시 뚜렷해지는 추세다. 이와 관련해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강남권, 용산 등에 위치한 대형 재건축 사업장에서는 치열한 수주 경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1개 건설사만 입찰에 참여해 유찰되거나 아예 나서는 건설사가 없는 사업장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시정비 수주 경쟁에서 탈락한 회사는 그간 투입한 금액을 모두 날리게 된다”며 “지금처럼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는 건설사들이 수익성이 부족한 사업장에서 굳이 경쟁을 벌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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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우크라와 '광물협정' 타결 임박, 평화유지군 두고는 유럽·러시아와 이견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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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8일 美·우크라 간 '광물협정' 서명 가능성
佛·英 정상과는 유럽 평화유지군 배치 협의
러 "유럽군 우크라 주둔은 자국에 대한 위협"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우크라이나 핵심 광물에 대한 공동 투자·개발 협정(이하 광물협정)' 체결에 합의해 조만간 양국 정상이 공식 서명할 것이란 외신 보도가 나왔다. 협정은 우크라이나 광물 자원 수익 50%로 미국·우크라이나 공동 기금을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유럽 및 러시아와의 협상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평화유지군 배치를 두고 미국과 유럽, 러시아의 입장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유럽은 미국의 강력한 개입을 요구하는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에 유럽 군사를 배치하는 것을 자국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어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기금 조성해 우크라 자원 개발·재건에 적극 개입

26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지 관계자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미국과 석유·가스·광물 자원을 공동 개발하는 협정에 서명할 준비가 됐다고 보도했다. AFP 통신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르면 28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협정에 서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28일 미국을 찾아 광물협정에 서명하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이는 매우 큰 거래로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FT가 입수한 24일자 최종 합의안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국유 광물자원 및 물류로 발생하는 수익의 50%를 미국과 공동 소유·관리하는 기금에 적립하고 이를 우크라이나 재건과 경제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에 투자할 예정이다. 다만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미 정부가 광물의 개발·판매와 기금 운용 방식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음을 명시했다. 이에 따라 종전 혹은 휴전 후 본격화할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서 미국 기업, 특히 부동산 개발 업자 출신인 트럼프 관련 기업에 몰아줄 가능성이 커졌다.

관심을 모았던 '기금 기여 목표액 5,000억 달러(약 730조원)' 조항은 최종 합의안에서 제외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해 온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군사 지원에 대해 보상해야 한다'는 내용도 빠졌다. 앞서 21일자 수정안에서 미국 측은 자원 개발에 따른 잠재 수익 5,000억 달러에 대한 권리를 달라고 요구했는데, 금액이 터무니없이 크다 보니 미국에서조차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우크라이나 측이 요구했던 직접적인 안전 보장 조항도 합의안에서 빠졌다. 대신 '우크라이나의 평화 구축과 안보 노력을 지원한다'는 애매한 문구만 포함됐다.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미국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백악관 유튜브

佛·英, 우크라 안전 보장 등 각론에서 美와 입장차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는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과의 협상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4일 트럼프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날 회담에서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을 위한 유럽 평화유지군 구상에 일단 뜻을 같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수주일 내에 종결될 것"이라며 "마크롱 대통령은 평화유지군 파병 준비가 돼 있고 우크라이나의 유럽 평화유지군 배치를 러시아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의 공동 목표는 우크라이나에 견고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평화에 대한 존중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로 군대를 파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유럽 평화유지군 파견과 관련한 원론적 합의가 이뤄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만 전쟁의 원인, 각국의 역할 등 각론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평화가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며 "우크라이나의 주권이 보장되는 평화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를 향한 시각차도 뚜렷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그런 표현을 가볍게 쓰지 않는다"며 답변을 피했다. 반면 마크롱 대통령은 "침략자는 러시아"라며 러시아의 책임을 명확히 했다. 평화유지군과 관련해서는 "파견된 병력은 최전선에 배치되지 않을 것"이라며 "안전 보장이 제공되는 평화 협정을 위해 강력한 미국의 개입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순히 분쟁의 종식이 아니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휴전, 지속적인 평화가 담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과 억지력 확보를 위해 미국의 후방 지원이 필요하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요구에는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대신 그는 "유럽이 우크라이나의 장기적인 평화와 안보를 보장하는 데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13일 이뤄진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를 언급하며 "푸틴 대통령도 유럽의 평화유지군 배치를 수용할 것"이라며 "지난 통화에서 그에게 평화유지군과 관련한 의향을 구체적으로 질문했고 그는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7일에는 프랑스와 함께 유럽 평화유지군을 주도한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와의 회담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에 이어 영국과도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 문제 등을 놓고 입장 차이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의 광물협정이 안보를 보장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스타머 총리는 협정이 체결된다고 해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 확실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對)우크라이나 원조의 성격에 대해서도 "돌려받는 돈"이라고 주장한 트럼프 대령과 달리 스타머 총리는 "상당 부분 기부 형태로 "제공한 것이라고 정정했다.

우크라 평화유지군 배치 문제로 미·러 간 균열 조짐

러시아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했다. 유럽의 평화유지군 배치에 푸틴 대통령이 긍정적인 입장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있었던 다음 날 러시아 측은 부정적인 반응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유럽 평화유지군 배치와 관련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밝힌 입장에서 변화된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18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등과 우크라이나 종전에 관한 첫 회담을 마친 뒤 "유럽 평화유지군 배치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신속한 종전을 약속하며 미국과 러시아 주도로 협상을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논의 과정에서 양국의 이견이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가디언은 25일 러시아가 평화유지군 배치에 대해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을 두고 "푸틴 대통령과의 거래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제한적임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24일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분쟁 문제를 자세히 논의한 적이 없으며 이 사안을 폭넓게 협의했을 뿐"이라고 말해 빠른 협상 타결을 예고했던 미 정부의 기대감을 낮췄다.

그동안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이 자국 안보에 실존적 위협이 된다고 주장해 왔다. 모스크바에서 불과 500km 떨어진 우크라이나에 NATO 군사력이 주둔하면 자국의 안보가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또한 러시아는 냉전 종식 이후부터 NATO의 동유럽 확장 역시 위협 요인으로 간주해 왔다. 전문가들은 유럽이 평화유지군 배치를 통해 미국과 러시아 간 잠재적인 협상을 파기하고 유럽이 주도하는 협상안으로 선회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미·러 양국 정상 간 모종의 협상이 있었다 하더라도 종전 협상이 그들의 의도대로 종전 협상이 흘러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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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 - 문과, 인문·사회계열 출신이 글로벌 시장 업무에 더 적합한 이유

[글로벌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 - 문과, 인문·사회계열 출신이 글로벌 시장 업무에 더 적합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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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학부 4학년 때의 일이다.

외국에서 오래 살다와서 한국식 교육을 매우 싫어하던 과 친구 하나가 인문대 쪽에서 내려오고 있더라.

영미 문학과 관련된 영어영문학과 고학년 전공 수업을 교양 삼아 하나 듣는데, 셰익스피어의 어느 구절을 이상하게 해석하는 교수를 보면서 짜증이 나서 좀 빨리 나왔단다. 문장 하나와 앞 뒤 맥락을 설명하면서 특정 단어를 영어 사전을 보고 해석한 탓에 내용 전체를 왜곡하게 됐다면서, 중세 영국인들이 그 단어를 그렇게 썼을리가 없을텐데 역사나 문화적 맥락을 하나도 고려 안 하는 수업을 들으니 재미가 없다는 불평을 잠깐 늘어놨다.

나중에 영어영문학과 친구를 만나서 그 날 들은 이야기를 해 줬더니, 교수님의 해석을 무시하는 발언과 생각지도 못했던 관점에 당황했다면서 눈을 동그랗게 떴었다. 결국 영어영문학으로 박사 유학을 갔던 친구인데, 덕분에 역사, 문화적 맥락을 항상 한번 더 생각하게 됐던 대화였다면서 그 이후로 2-3번 만날 때마다 그 날 대화를 꺼내곤 했었다. 난 기억도 흐릿해졌구만.

위의 대화가 다른 영어영문학과 학생들에게 얼마나 적용될지 모르겠지만, 만약 비슷한 학생이 있다면 이번에 만들어보는 [글로벌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에 가장 적합한 인력이 아닐까 싶다.

이과 출신 + 개발자 경력직들 대상인 프로그램 아니냐고?

아니, 개발자 분들은 계속 개발하시고, 나는 위와 비슷한 경험사고 프로세스를 갖춘 분을 찾는다.

  1. 영어 실력
  2. 문장의 앞 뒤 맥락을 따져서 해석하는 논리적 사고력

같은 단어가 내게 키워드들이다.

영어 잘하고, 많이 읽고, 논리적 사고가 발달한 문과 출신이 더 잘 할 가능성이 높은 교육

왜 그런지 예시를 하나 들어보자

위의 글은 Moodle이라고 하는 온라인 교육용 오픈소스를 설치하는 설명서다.

처음 읽을 때는 기초 지식이 없으니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지만, 배경 상황을 다 이해하고 나면, 그냥 적혀 있는 코드들을 복사해서 Ubuntu 콘솔에 붙여넣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중되면 설명은 읽지도 않고 긁어 붙일 부분만 읽는다.

이걸 평생 가정주부만 하신 어머니께 한번 보여드린 일이 있었는데,

뭐 어려운 거 하는 줄 알았더만.... 남들보고 '복붙'한다고 무시하더니, 똑같은 짓 하네

라고 날 힐난하는 눈으로 화면을 쳐다보시더라.

국내에서 문과/이과 구분만 봤으면 이런 내용이 믿기질 않을텐데, 아래의 YouTube 영상을 보시라. 저 위의 설치 설명서를 영상으로 만든 것이다.

Moodle 설치 영상 예시

배경을 여전히 잘 모르니까 무서울 수도 있지만, 최소한 엄청나게 많은 코드를 계속 쳐 내려가는게 아니라, 몇 줄 명령어 쳐 놓고 화면 움직이는 것만 보고 있고, 옆에 구글 검색창 뛰워 놓은 것만 보일 것이다.

이걸 보고 '진짜 쉽구나'라고 생각하면 일단 다행이긴 한데, 물론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저렇게 설치할려고 하는데 내 컴퓨터에 설치된 뭔가 이상한 프로그램 때문에 설치가 안 되거나 실행이 안 되어서 괴로운 일도 많이 생기고, 그거 때문에 계속 구글 검색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위의 Vultr Docs 설명서에는 Nginx를 설치해라고 되어 있는데, 정작 Ubuntu가 Apache를 자동으로 설치해놨으면 Port 80번이 충돌이 일어나서 제대로 설치가 안 된다. 근데 Apache보다 Nginx가 더 빠르다는 글들이 많으니까, 지원해주는 기능 중에 꼭 필요한 내용까지 있으면 Apache 대신 Nginx 로 바꾸려고 구글링을 며칠 하다가 외주를 찾는 경우도 봤다.

영미권으로 가면 다들 DIY로 돈 안 쓰고 만들어보고 싶은데, 정작 모르니까 검색하다가 포기하거나, 아니면 외주를 찾는다.

딱 그런 외주 자리를 인도 애들 대신에 한국 애들이 뺏어서 돈 좀 벌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만드는 교육 과정이다.

개발자들 입장에서는 뭐 이런 걸... 싶겠지만,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교육 프로그램을 DIY로 만들어서 돌리고 싶은데, 자꾸 어려운 일들이 생기니 너무 괴롭다.

[글로벌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은 그런 상황들에 대응하는 역량을 기르는 교육이다.

왜 이런거 가르치냐? 이거 개발자 교육 맞나? 싶을텐데,

이 쪽 업무가

  1. 시장에서 수요가 제일 많은데,
  2. 진입을 위한 기술적 장벽은 매우 낮고,
  3. 세부 사정을 하나하나 따지는 생각하는 힘이 중요한 업무

라서 골랐다.

제일 수요가 많고, 기술 장벽은 낮고, 논리적인 사고력이 중요한 업무

우리나라는 DIY가 별로 없으니 공감이 안 될 수도 있겠지만, Moodle이 제공해주는 무료 앱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서비스하는 기관이 알려진 곳만 글로벌 시장에 20만개가 넘는다. 근데 Moodle에서 성적표 시스템을 제공해주질 않으니 그걸 또 DIY로 만들어 볼려고 오픈소스를 뿌린 커뮤니티 몇 군데를 뒤져봤는데, 거기도 몇 천명 단위의 방문자가 매 주 있더라.

그런 프로그램 만드시는 분들이 프로젝트를 모두 수주해서 큰 돈을 벌어야겠지만, 지역적으로 한계도 있고, 많은 요청이 복잡한 개발 프로젝트가 아니라, 위에서 봤던 것 같은 단순 작업에 불과한 경우가 너무 많다.

위와 비슷한 제목으로 검색을 해 보면, 수 많은 기관들이 저런 기본 설명서 글들과 함께 커뮤니티를 붙여서 '업무 대행'이라는 명목의 수익화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개발 시장이 정부 프로젝트 위주로 돌아가는 탓에 기형적으로 Java 기반 개발자만 많은 시장일 뿐, 해외에서 '개발자'라고 불리는 분들 중에는 위의 작업들을 많이 하면서 각각의 플랫폼들 속사정을 매우 잘 아는 것에 불과한 분들도 많다.

UpWork가 공개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위의 설명 글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UpWork 매출액을 기준으로 삼은 온라인 프리랜서 시장 규모가 2016년부터 2023년까지 4배 가까이 증가했고, 요즘은 UpWork 경쟁사도 부쩍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10배 이상 커졌을 것이다.

웹사이트 자체가 엄청나게 기술적으로 고급 서비스도 아닌데, 글로벌 시장에서 매칭 서비스만 잘 해줘서 저렇게 커진 걸 보면 한국 시장에서 돈 안 되는 스타트업 할 필요 없겠다는 생각에도 공감이 좀 될 것이고, '대기업', '대기업', '대기업'이라며 노래를 부르고 다니는 한국 인력들에게 내가 왜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지 어느 정도 공감이 될 것이다.

학생들이 무사히 훈련이 잘 되면, 1기 졸업생들 모아놓고 UpWork 복사한 사이트 하나 만들어 보자고 할 생각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Drupal에 각종 모듈 설치하면 개발 거의 안 하고, CSS 디자인만 좀 고생하면 아마 3개월 안에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근데 왜 굳이 문과가 더 잘 할까?

그간 한국에서 만나본 이과 출신들만 문제인건지, 아니면 한국의 이과 전체가 문제인건지, 이과 전체가 아니라 공대만 문제인건지, 공대의 일부만 문제인 건지 잘 모르겠지만,

그 분들이 공부하는 방식이나 일을 하는 방식을 보면 뭔가 딱 선을 긋고 달달달 암기식으로 세상의 지식을 접근하는 것 같아서 답답할 때가 많다.

로스쿨 간다고 준비하던 외교학과 후배가 공대 출신들과 스터디 그룹을 하던 중에 겪은 일화인데,

좀 쉽게 고등학교 수업 예를 들면 벤담과 밀의 공리주의가 공리주의로 묶여도 좀 차이가 있잖아요, 근데 그 분들은 그냥 묶어 버리고 차이 같은건 아예 관심도 없이 줄을 딱 긋더니 '벤담 = 밀 = 공리주의' 이렇게 외워버리더라구요. 효율적이긴 한데....

SIAI에 입학한 공대 출신들 중 학점 나쁘고 논문 못 써서 졸업 포기하게 되는 분들도 항상 같은 성향을 갖고 있다. 뭐 하나 가르쳐주면

어디 쓸 수 있냐? 얼마나 큰 차이가 나오냐?

같은 질문만 하고, 외우려고만 하고, 데이터가 일부 바뀌거나, 수식이 일부 바뀌면 상황이 확확 달라지는 걸 따라오질 못하더라.

한국 대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봐도 매번 저런 태도인데, 아니 너네 회사 사정에 맞게 최적화(라고 쓰고 수학 모델 다 뜯어고치기 + 데이터 구조 다 뜯어고치기)를 해 봐야 알지, 너네 회사 속사정을 하나도 모르는데 내가 어떻게 당장 하늘에서 뚝 떨어진 값을 던질 수 있냐며 일반론이나 던질 수밖에 없는데, 속사정은 하나도 공개 안 하면서 정확하게 얼마나 좋아지는지 분명하게 밝혀라고 따지는데만 집중한다. 그럴 때마다 SIAI 왔다가 논문 못 쓰고 도망간 어느 명문대 공대 박사의 뜬금없던 수업 시간 질문과 일언지하에 짤라버렸던 조잡한 논문 주제가 오버랩 될 뿐이다.

어느 청와대 출신 정치권 관계자는 자기가 여론의 긍정/부정만 10년 넘게 봤다면서, 인터넷 여론에 언급된 단어들을 쓰인 맥락에 따라 묶은 네트워크를 보더니만, 다 필요없고 단어 전체 목록에서 긍정/부정 몇 프로인지만 뽑아오라고 그런 적이 있었는데, 그런 말도 안 되는 요청은 사기치라는 거라고 몇 번 말을 해주다가, 다른 회사는 다 하는데 너는 왜 못하냐며 결국 그 분께 과거에 다른 외주회사에서 받은 보고서를 예시로 전달 받은 적이 있다. 근데 어디서 이상한 프로그램을 돌렸는지, 단어를 다 까보니 그 후보에 대해서 긍정적인 비속어를 부정에 넣어놨고, 상대방 후보를 욕하는 단어도 부정에 넣어놨더라. 그간 공돌이들이 대충 만든 이딴 가짜 자료 믿고 청와대에서 정치했냐고 말로 칼을 날리고 싶었지만, 오류가 엄청나게 많았던 부분에 지적만 해 주고 꾹 참고 나왔었다.

국내에서는 나 같은 인간을 발암 성격, 말이 안 통하는 성격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인정한다.

근데, 해외 시장에서는 저렇게 긍/부정 시스템 만들어주면 상세 데이터가 어떻게 배정됐는지 자기들 눈으로 확인하고, 이상하면 그간 줬던 돈 배상해달라고 나온다. 그래서 당시에 난 자기들이 직접 단어를 분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추가해 줬는데, 그 청와대 출신 관계자는 자기들이 배정한 긍/부정을 어떻게 믿냐면서 이상한 걸 만들었다고 나한테 불같이 화를 냈었다. (아니 '문죄인', 쥐명박', '닭근혜' 같은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비속어는 그 시스템을 쓰는 정당과 누가 대통령이냐는 시점에 따라 긍/부정이 달라지는거 아닌가? '돼지'라는 단어의 지칭 명사가 누구냐에 따라 좌/우 지지층이 구분되지 않나? 앞 뒤 단어를 안 따지고 어떻게 긍/부정이 뽑히지?)

영어권에 가면, 학회 발표건 컨설팅 회사 발표건 상관없이, 자료들 중에 공감이 안 되는 숫자가 있으면 계속 질문을 하고, 자기들이 이해를 해야 넘어간다. 콘텐츠 작성자의 학벌과 학위는 둘째 문제다. 회사에서 쓸 때도 누구한테 받아온거다는 표현으로 설득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어떻게 쓰는지를 설명해줄 수 있어야 그 컨설팅 결과물이 자기의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해외 유명 대학에서 박사하신 전문가가 만들었다고 하면 더 이상 질문을 안(?) 못(?) 하고, 기껏해야 뒤에서 '누가 그러는데 저 논문 별로라매?' 따위의 질투, 음해나 한다. 정작 그 논문을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런 글로벌 시장 상황이 있는데, 딱 선을 긋고 달달달 암기식으로 세상의 지식을 접근하는 '경력 10년 전문 개발자'들이 고객이 납득할 수 있도록 A to Z를 잘 설명할까, 아니면 벤담과 밀이 제시한 공리주의의 미묘한 차이를 인지하는 '문과 출신'이 설명을 더 잘할 수 있을까?

그런데 전문 개발 지식을 요하는 업무가 아니라, 프로그램을 어떻게 회사 사정에 맞게 잘 고쳐서 쓰는게 주력 업무라면, 누가 더 적합한 인재일까?

진짜로 문과도 고급 웹사이트 만들 수 있나?

위의 스크린 샷은 우리 SIAI 홈페이지 하단에 배정해놓은 입학 게시판이다. 게시판이 다른 사이트에 있는 걸 긁어오는 걸로 여러 고민을 했는데,

아래 2개의 Module을 설치하고, CSS 디자인만 조금 수정한 다음, 파라미터 값을 보정해서 만들었다. 특히, 외부 사이트에서 Feed를 갖고 올 때 템플릿이 다 깨져 있으니, 그걸 어떻게 예쁘게 만들 수 있을까, 혹은 처음 단어 100, 200개만 눈에 보이도록 하는건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고민을 했는데, 아래 Module들에 기능이 다 있더라.

처음엔 우리 회사 사정에 맞춰 새로 Module을 만들어야 될 것 같아서 프로그래밍 외주를 줬는데, 우리 회사 업무를 그간 많이 맡았던 Drupal 개발자가 이건 개발이 아니라 기능 활용에 불과하다면서 TeamViewer로 내 화면에 들어오더니 관리자 설정 화면 몇 개를 열더니만 정말 순식간에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줬었다.

회사의 웹디자이너가 1주일 넘게 붙잡고 있길래 기다리다 답답해서 연락해본 거였는데, 결국 웹디자이너가 퇴사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자기는 사무실에 나와도 내 요청 사항을 이해 못하니 내가 매번 자리에 찾아가서 설명하는 일이 많은데,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 그간 나와 채팅한 걸 바탕으로 뭘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아서 순식간에 문제를 해결해줬기 때문이다. 내가 그간 왜 한국 인력들을 안 쓸려고 하는지를 '네가 잘났으니까~'는 태도로 빈정 상한 투로 대하셨는데, 그 사건 이후로 내 문제가 아니라, 당신들의 소통 능력, 이해력, 역량 차이가 주 원인이라는 것을 체감하셨을 것이다.

저런 사건을 몇 번 겪으면서 이제 저 개발자와는 오픈 계약을 맺고 있다. 언제든지 필요하면 연락하고, 딱 자기가 일한 시간만큼만 급여가 나간다. 말하는 걸 들어보면 나같은 고객이 한 10명 쯤 되는 것 같더라.

저 분의 핵심 능력은 Drupal이라는 CMS에 대한 경험치, Module들을 조금씩 고쳐가며 쌓은 시스템 이해도, 그리고 내가 원하는 걸 찰떡같이 알아들을 수 있는 센스다. 말을 해보면 컴퓨터 공학 지식은 그리 많지 않다.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거기다 나한테 메세지 보내다 말고 기도 하러 간다는 무슬림인데, 난 별로 신경도 안 쓴다. 다른 사람 시키면 1주일 동안 이것저것 더 작업을 해도 해결을 못하는데, 이 분은 10분 만에 기존 시스템을 활용해서 내 문제를 해결해주잖아?

내가 [글로벌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으로 기르고 싶은 인재도 딱 저런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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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

[딥테크] AI 기반 산업 경쟁력 갖추려면?

[딥테크] AI 기반 산업 경쟁력 갖추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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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수정

AI 기반 산업 경쟁 우위가 “국가 경쟁력”
“과학 기술 인력, 디지털 인프라, 시장 규모, 규제 완화”
AI 기술 개발 ‘파괴적 경쟁’은 지양해야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인공지능(AI)이 세계 산업 지형을 바꾸는 가운데 AI 집약적 산업에서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일은 각국 정부와 산업계의 현안이 되고 있다. 1999~2019년 기간 대미 수출 자료를 분석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높은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졸업생 수, 탄탄한 디지털 인프라, 대규모 시장, 디지털 거래 관련 최소한의 규제를 갖춘 국가들이 경쟁 우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AI 혜택의 공정한 배분과 파괴적 경쟁의 방지도 중대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CEPR

‘AI 집약적 산업’ 경쟁 우위, 국가 경쟁력과 직결

AI와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은 글로벌 경제의 핵심 구성 요소로 ‘예측 유지보수’(predictive maintenance), 품질 관리, 주문 생산, 공급망 관리, 재고 물량 최적화, 가격 전략, 고객 서비스 등의 영역에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기업들은 이러한 기술을 빅데이터와 결합해 제품·서비스 확장과 효율성 개선에 활용한다. 결과적으로 AI를 기반으로 한 산업들은 글로벌 무역에서 초고속 성장 분야로 떠올랐고 이러한 AI의 무역 촉진 효과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AI 집약적 산업에서 국가적 차이를 만들어 내는 요소에 대한 관심은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다. 산업 및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AI 도입에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실행 가능한 경쟁 전략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도 말이다. 물론 AI의 중요성을 인식한 각국 정부의 투자는 급증하고 있다.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최근 파리에서 열린 AI 행동 정상회의(AI Action Summit)에서 2천억 유로(약 303조원)에 이르는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20년간 68개 국가와 79개 산업으로부터의 미국 수입 현황을 분석한 최근 연구는 국가적, 산업적 수준에서 AI 도입을 촉진하는 요소들이 무엇인지 분석했다. 하지만 아직은 산업별 AI 집약도를 나타내는 공식 통계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 때문에 이를 산업 내 고용된 AI 관련 인력 비중으로 대체했다. 즉 머신러닝과 데이터 분석 기술을 가진 전문 인력 비율로 AI 집약도를 평가한 것이다.

AI 기반 산업 성장률, 타 산업 대비 평균 27% 높아

해당 기준으로 보면 서비스 분야에서 가장 높은 AI 집약도를 가진 산업에는 데이터 처리와 금융 서비스가 포함되고 제조업 분야에는 통신 장비, 전자제품, 컴퓨터 하드웨어 등이 포함된다. 연구는 이렇게 산업별 AI 집약도를 파악한 후 해당 산업들의 글로벌 무역 양상을 분석했다.

첫 번째 연구 결과는 시장 성장에 관한 것이다. 대미 수출 결과로 볼 때 AI 집약적 산업들의 성장률은 다른 산업들보다 평균 27% 높았다. 또한 높은 AI 역량을 보유한 국가들이 해당 산업들에서 비교 우위를 나타내며 글로벌 시장을 선도했다.

AI 집약적 산업 비교 우위 현황
주: *짙은 색일수록 높은 경쟁력을 의미/출처=CEPR

“과학 기술 인력, 디지털 인프라, 시장 규모, 규제 완화”

그렇다면 AI 기반 산업에서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바로 과학, 기술, 공학, 수학(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STEM) 분야의 고급 인력들이다. AI 개발에 있어 알고리즘을 개선하고 프로세스를 최적화할 수 있는 고숙련 데이터 분석가와 엔지니어는 필수 요소이자 핵심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또한 산업 분야에 AI 기술을 적용하도록 도와주는 인터넷 보급률과 첨단 기술 네트워크도 중요했다. 당연히 강력한 디지털 인프라를 보유한 국가일수록 AI의 산업 내 통합과 생산성 개선에 유리했다.

한편 시장 규모가 클수록 대량의 데이터를 생성함으로써 AI 모델의 효과성 개선에 유리했다. 수출 규모가 큰 국가일수록 AI에 기반한 프로세스를 확장할 여지가 커 기술 개선 역시 효율적으로 이뤄졌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거래를 촉진하고 데이터 이동 규제를 최소화하는 정책도 AI 경쟁력 강화에 한 축을 담당했다. 디지털 서비스 무역 제한 지수(Digital Services Trade Restrictiveness Index, DSTRI)에 대한 분석 결과는 디지털 거래 제한이 적은 국가일수록 AI 집약적 제품과 서비스의 대미 수출이 많았음을 입증한다.

AI 경쟁력과 대미 수출 간 관계
주: STEM 졸업생 수(좌상단), 인터넷 접근 인구 비율(우상단), 수출 규모(좌하단), 디지털 서비스 무역 제한 지수(우하단), AI 비집약적 산업(Non AI Intensive), AI 집약적 산업(AI Intensive)/출처=CEPR

결국 AI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싶은 국가라면 STEM 교육 및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무역 친화적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한 AI 집약적 산업이 강력한 규모의 경제를 발휘하기 때문에 과감한 초기 투자가 장기에 걸친 경제적 혜택으로 돌아온다는 사실도 인식해야 한다. 나아가 AI가 각 사업 기능에 급속히 통합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규제와 혁신 사이에서 최적 균형을 유지해야 장기적인 산업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국가가 아닌 글로벌 경제의 측면에서 보면 AI 개발이 불안정을 야기하는 소모적 경쟁으로 빠져들지 않도록 하는 일도 중요하다. AI로 인한 경제 발전의 혜택이 공정한 방식으로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어야 안정적인 장기 성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문의 저자는 알레산드라 봉피글리올리(Alessandra Bonfiglioli) 런던 퀸 메리 대학교(Queen Mary University Of London) 교수 외 3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Geopolitical risk to oil production is not a major driver of the economy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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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가 전략 한계 봉착” 쉬인, 시장 영향력 ‘뒷걸음’

“초저가 전략 한계 봉착” 쉬인, 시장 영향력 ‘뒷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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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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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쉬인 순이익 전년 절반 수준
미국 관세 정책에 초저가 전략 차질
현지화 서두르는 알리·테무와 대비

1만원 안팎의 초저가 의류를 앞세워 전 세계를 공략하던 중국계 패스트패션 기업 쉬인(SHEIN)이 위기를 맞았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유럽 증시 상장 등 다수의 사업 확장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여기에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여타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과 달리 한국 시장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위기가 가속하는 모습이다.

미국 관세 장벽 앞 수익성 악화 뚜렷

26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쉬인의 순이익은 10억 달러(약 1조4,300억원)로 전년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FT는 쉬인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쉬인의 2024년 매출은 전년보다 19% 증가한 380억 달러(약 54조2,400억원)로 집계됐지만, 이는 내부 목표인 매출 450억 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은 향후 쉬인의 수익성이 추가 악화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 그 이유로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을 꼽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일 중국산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여기에 최소 기준 면제(de minimis) 혜택까지 폐지하며 800달러 미만의 소액 수입품에도 세금을 납부하도록 했다. 이후 적절한 관세 징수 시스템이 마련될 때까지 면세 혜택 철회는 보류하겠다고 했지만, 언제든 다시 발동할 수 있다는 게 무역 업계 중론이다.

그간 쉬인은 소셜미디어(SNS)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한 뒤 중국 광저우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3~7일 내 신상품을 출시하는 ‘슈퍼 패스트패션’ 전략을 펼쳐왔다. 경쟁사인 자라, H&M 등이 기획에서 생산, 판매까지 최소 한 달이 걸리는 것과 비교해 매우 빠른 속도다. 여기에 스커트 5달러, 청바지 9달러 등 저렴한 가격도 소비자들의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미국의 소액 관세 면제 혜택이 없어지면 이 같은 전략도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돌파구로 지목한 한국 시장 공략에서도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쉬인은 지난해 4월 한국 홈페이지를 개설한 데 이어 같은 해 6월 한국 진출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출시 초기 반짝 몰렸던 소비자들의 관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의하면 지난달 쉬인 앱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45만 명으로 6개월 전(68만 명)보다 34% 줄었다. 이는 알리익스프레스(708만 명), 테무(630만 명) 등과 비교해도 현저히 적은 수치다.

조악한 모조품, 가격 이점으로도 상쇄 불가

업계에선 쉬인의 부진을 두고 차별성 없이 초저가만을 앞세운 전략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라는 평이 주를 이룬다. 한국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높은 품질을 가진 상품을 선호하지만, 쉬인이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신뢰도를 잃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패션업체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를 누구보다 정확하면서도 발 빠르게 캐치하고 있는 반면, 쉬인은 가격 경쟁력 외엔 내세울 게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색 있는 디자인 없이 유명 브랜드를 모방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실제 쉬인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행한 성수동 팝업스토어 ‘스타일 인 쉬인’에서 위조 상품을 버젓이 판매해 빈축을 샀다. 당시 쉬인은 K-패션 브랜드 ‘키르시’와 미국 패션 브랜드 ‘폴로 랄프로렌’ 등을 연상시키는 상품들을 진열했다가 지식재산권(IP) 침해로 논란이 되자, 매장에서 급하게 철수시켰다.

중국산 저가 제품에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유해성 논란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없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서울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쉬인이 판매한 여성 속옷, 어린이용 장화, 액세서리, 보디페인팅 등 일부 제품에선 국내 기준치를 초과한 아릴아민, 납, 니켈 등 각종 유해 물질이 검출됐다. 하지만 쉬인은 이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다. 향후 국내 시장에서 쉬인의 입지가 더욱 줄어들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알리는 ‘패션 강화’, 테무는 ‘현지화’ 총력

쉬인이 부진을 거듭하는 동안 알리, 테무 등 여타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꾸준히 한국 시장 내 입지를 넓혀 가고 있다. 먼저 알리는 지난해 신세계그룹과 손을 맞잡았다.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계열사 G마켓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국내 사업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지난 17일에는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대표가 국내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 이사회에 합류한 사실이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알리가 에이블리를 통해 국내 패션 시장 내 영향력을 키우려는 의도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테무도 비슷한 시기 한국 판매자를 통해 한국 상품을 직접 유통하는 ‘로컬 투 로컬(L2L)’ 사업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7개월 만의 일이다. 현재 테무는 국내 L2L 사업을 위해 인력 채용과 물류 시스템 구축 등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이 미국 등에서의 규제 강화로 시장 다변화 정책에 나서면서 일찌감치 성장 잠재력을 확인한 한국 시장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테무 역시 알리를 따라 단기간 파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점유율을 확보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내 인프라가 일정 수준 구축된 이후에는 초저가 전략 등 테무의 강점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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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 中 경기 부진·실험실 다이아 공습에 위상 추락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 中 경기 부진·실험실 다이아 공습에 위상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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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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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다이아 가격, 2022년 거래가보다 40% 하락
드비어스 다이아몬드 재고 20억 달러 규모
중국발 수요 감소·실험실 다이아 강세 영향

연간 100조원 규모로 반짝이던 산업이 빛을 잃어가고 있다. 한때 모든 보석 중 최고가를 자랑하던 천연 다이아몬드 얘기다. 가격이 급락하면서 업계 최강자 드비어스(De Beers)가 매물로 나오는 등 업계 전반이 추락하는 양상이다. 세계 2위 다이아몬드 시장인 중국의 경기 침체로 수요가 감소한 데 이어, 실험실에서 만든 랩 그로운(LAB Grown) 다이아몬드의 품질이 높아지며 고객의 소비 패턴이 변화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천연 다이아 재고, 2008년 이후 ‘최고’

26일(현지시간) 국제다이아몬드거래소(IDEX) 통계에 따르면 이날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은 빠르게 내려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2년 3월 7일보다 무려 40% 하락했다. 블룸버그 표준가격 기준으로도 1캐럿 다이아몬드 가격은 3,420달러(약 493만원)로, 직전 고점인 2022년 5월(6,720달러·970만원)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 수준이다. 반등할 기세 없이 꾸준히 하락 중으로, 좀처럼 바닥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다이아몬드 산업의 추락은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업체인 드비어스의 실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드비어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다이아몬드 재고량은 20억 달러(약 2조8,800억원)에 달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부진한 해를 기록했다. 또 매출은 2023년 상반기 28억 달러에서 2024년 상반기 22억 달러로 감소했다. 드비어스는 막대한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이례적으로 원석 가격을 최대 15%나 깎았으나, 성과는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드비어스의 모기업인 다국적 광산기업 앵글로 아메리칸(Anglo American)은 드비어스 사업부 매각을 검토 중이다. 최근의 손실을 반영해 드비어스 장부가치도 지난해 76억 달러(약 10조9,600억원)에서 40억 달러(약 5조7,700억원)로 대폭 낮췄다. 하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너무 비싸다는 반응이다. 잠재적 인수자로 글로벌 럭셔리기업과 중동의 국부펀드가 거론되고 있으나, 천연 다이아몬드 산업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드비어스의 매각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실험실에서 만든 다이아몬드를 다듬는 모습/사진=드비어스의 랩 그로운 다이아 브랜드 '라이트박스'

게임체인저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의 등장

천연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끌어내린 건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다.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는 광산에서 캐낸 것이 아니라 탄소에 고온과 고압을 가해 만든 인공 보석이다. 탄소화합물을 투명하게 가공한 인조 다이아몬드와는 달리, 물리적·화학적·광학적으로 천연 다이아몬드와 100% 일치한다. 전문 장비를 쓰지 않고는 세공사들조차 천연 다이아몬드와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간 천연 다이아몬드는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과 노동력 착취 논란에 휩싸여 왔다. 특히 시에라리온 등 아프리카의 일부 분쟁 지역에서는 다이아몬드 암거래가 군사적 자금줄로 쓰이면서 어린아이들을 포함한 시민들이 탄광 작업에 동원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런 다이아몬드에는 착취당한 노동자의 피가 묻어 있다는 비유적 표현으로 '블러드 다이아몬드'라고도 불린다. 반면 실험실에서 만든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이런 윤리적 문제에서 자유롭다.

하지만 가격은 천연 다이아몬드의 최대 5분의 1 수준(도매가 기준)이다. 2015년 처음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가 시장에 등장했을 땐 천연 제품 가격의 90% 수준이었지만, 지난 몇 년간 기술 발전과 공급 급증으로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이에 판매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판매량은 1년 전보다 무려 47% 급증했다. 또한 2018년까지만 해도 전체 시장에서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1%대로 미미했지만 현재는 10%가 넘는 점유율을 가지게 됐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의 확산을 주도한 것 역시 드비어스다. 2018년 드비어스는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의 80%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약혼반지 판매업체 클리어컷은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인기에 기름을 부었다. 1만 달러(약 1,430만원) 이상의 반지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대체 다이아몬드를 무료로 제공한 것이다. 당초 드비어스는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의 공급이 가속화하면 천연 다이아몬드와의 가격 차이가 계속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의 뒤를 따라 빠르게 하락하는 모습이다.

중국인 지갑 얇아지며 수요 급감

천연 다이아몬드 가치 하락의 또 다른 요인은 중국의 수요 붕괴다. 2021년부터 2022년 초까지 천연 다이아몬드 시장은 그야말로 대활황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보복소비 열풍이 일어난 데다, 미뤘던 결혼식이 한꺼번에 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 성장을 떠받쳐온 중국의 다이아몬드 수요는 현재 반토막이 났다. 지난 10년간 유지했던 세계 2위 다이아몬드 구매국 지위(1위는 미국)도 지난해 인도에 내줬다.

중국 수요 하락에는 결혼 감소가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혼인이 가파르게 감소하자 결혼 반지용으로 많이 쓰이는 다이아몬드 수요도 덩달아 급감한 것이다. 중국의 연간 혼인신고 건수는 2013년 1,346만 건에 달했으나, 2014년부터 9년 연속 감소해 2022년 683만 건을 기록하며 '700만 쌍' 선이 무너졌다. 이후 2023년 코로나19 기간 미뤘던 결혼이 몰리면서 768만 건으로 증가했으나 지난해 660만 건 이하로 다시 떨어졌다.

중국의 경기 부진도 수요 감소를 견인했다. 중국인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실속을 챙기게 됐다는 의미다. 여기에 중국 공산당의 ‘돈자랑 콘텐츠’ 단속도 한몫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소셜미디어(SNS) 기업들은 중국 당국의 지시에 따라 ‘부를 과시하고 돈을 숭배하는’ 콘텐츠를 내리고 계정을 폐쇄했는데, 이는 가뜩이나 식어버린 소비 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게다가 중국 소비자들은 지난 몇 년 동안 다이아몬드값이 떨어지는 걸 목도했다. 가격이 급락한 중국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불 듯, 다이아몬드 구매도 피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버블이 꺼지는 전형적인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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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주범’ 부동산 시장 향한 중국 정부의 복잡한 속내 “일단 개입”

경기 침체 ‘주범’ 부동산 시장 향한 중국 정부의 복잡한 속내 “일단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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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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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주택 경매 60% 국영기업에 낙찰
대출금리 하한선 철폐에도 시장 요지부동
전략 산업 집중 육성 의지, 부동산 외면?

중국 정부가 국영기업을 동원해 부동산 시장 안정을 꾀하고 있다. 각종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4년 전 ‘헝다 사태’로 촉발된 시장 침체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보장성 주택 판매 등에 직접 나서는 모양새다. 여기엔 부동산 위기가 전체 시장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짙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중국 정부의 민간 부문 성장의 핵심 무게 추는 첨단 산업으로 옮겨가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부동산 개발 새로운 모델 구축 가속

26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정부가 부동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국영 개발업자를 통한 시장 개입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기 침체 이전까지 베이징의 주거용 경매 대부분을 민간 또는 민관 혼합 그룹이 낙찰받던 것과 달리, 2022년부터 이러한 추세가 역전돼 국영 개발업자들이 입찰의 60%가량을 차지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FT에 따르면 중국 주하이시 국영기업 화파그룹은 지난해 초 자회사와 함께 주택 거래 및 주차 공간 지원 사업에 나섰다. 사업 규모는 최대 120억위안(약 2조3,000억원)이며, 해당 자금은 주로 보상 판매용 주택 인수에 투입된다. 화파그룹은 회사는 지난해 1월~8월 75개에 달하는 자회사를 설립해 79개의 주거용 부동산을 인수했다.

중국 1선도시인 선전의 국영기업 안쥐그룹도 화파그룹에 앞서 ‘주택 건설 대신 구매’ 정책을 도입하고 주택 투자를 확대했다. 안쥐그룹은 총 28만2,000호의 보장성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 아래 2023년 한 해에만 12만2,000호를 공급했다. 이들 회사는 이 같은 조치가 임대·구매 주택 시스템 구축과 부동산 개발의 새로운 모델 구축을 가속하라는 중국공산당 제20기 3차 전체회의(3중전회)의 업무 전개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출 문턱 없애도 경기 부양 역부족

중국 정부가 직접 개입에 나선 건 부동산 시장의 위기가 새로운 위험 단계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1년 헝다그룹(에버그란데)의 채무불이행 사건으로 본격화한 시장 침체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지난해 기준 중국 부동산 시장에서 발생한 부실채권은 1,600억 달러(약 233조원)가량으로 세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치열하게 전개되던 주택 판매 경쟁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는 점도 위기 확대론에 무게를 싣는다. 일례로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자오상서커우는 지난해 자사의 신축 아파트를 분양하며 20만 위안(약 3,800만원) 상당의 항공 패키지를 제공한다고 광고했다. 해당 패키지에는 파일럿 면허증과 100시간의 비행 이용권, 개인용 비행기 소유권 5% 등이 포함됐다. 항공 패키지가 불필요한 경우에는 20만 위안을 주택 가격에서 공제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최신 자동차나 순금처럼 고가의 사은품을 증정하는 사례도 속속 포착됐다. 선전 남산구의 새 부동산 분양 프로젝트에서는 ‘주택 구매 시 황금 증정’ 행사를 진행하고, 다양한 주택 유형에 따라 최대 1,388g(약 370돈)의 순금을 지급했다. 현재 시세로 순금 1돈이 500만원을 웃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소 도시 집 한 채에 버금가는 가격의 사은품을 내건 셈이다.

그러나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당국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한선 철폐 등 특단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돈이 순환하지 않으면서 미분양 또는 미완공된 소위 ‘유령 아파트’가 속출한 것이다. 심지어 일부 개발업체는 대금 지급 대신 유령 아파트를 떠넘기는 식으로 유령 아파트 돌려막기 현상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중국 가스제공 회사인 신장동부가스는 지난해 8월 신장자치구 창지시의 부동산 개발업체 A사로부터 미완성 아파트 260채를 인수했다. A사는 2022년부터 신장동부가스에서 가스를 공급받았으나, 자금난을 이유로 비용 지불을 미뤘다. 통상 아파트 분양금으로 개발 단계에서 발생한 각종 비용을 치르는 게 관례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아파트가 미분양되면서 지급 여력이 부족하다는 게 A사의 설명이다.

신장동부가스 외에도 광둥성의 타일 제조기업 모나리자그룹, 상하이의 주택 디자인 회사 어반아키텍처디자인 등이 울며 겨자 먹기로 유령 아파트를 떠안았다. 특히 어반아키텍처디자인의 경우 국영 부동산 개발업체 그린랜드홀딩스로부터 115호의 미분양 아파트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전역에 방치된 유령 아파트가 9,000만 호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국가 성장 엔진에서 ‘애물단지’ 전락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중국 정부의 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그간 부동산 경기 부양에 총력을 기울이던 모습과 달리 ‘선택과 집중’의 무게 추를 인공지능(AI), 전기차, 핀테크 등 전략 산업으로 옮겨간 것이다.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중 두 번째로 연 민간기업 좌담회에 참석한 기업들의 면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이달 17일 열린 좌담회에는 알리바바, 텐센트, 메이퇀 등 플랫폼 업체들을 비롯해 화웨이, BYD, CATL, 샤오미 등 중국의 전략 산업을 이끄는 기업의 총수들이 대거 참석했다. 여기에 로봇 개발사 유니트리와 AI 개발사 딥시크 등 신생 기업의 대표들이 함께해 중국의 산업 발전을 논의했다. 반면 부동산 개발 기업은 단 한 곳도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2018년 열린 좌담회에는 헝다, 비구이위안, 완커 대표가 참석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중국에서는 공산당 지도부가 부동산 시장이 더는 민간 부문 성장의 핵심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해석했다. 부동산 시장의 위기가 경기 침체의 결정적 원인임이 명백한 상황에서도 적극적인 부양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성도일보는 “과거 부동산 시장의 역할이었던 국가의 성장 엔진을 첨단 제조업과 신에너지 사업이 대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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