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저가 드론이 흔든 미군 방공망, 중동 전장서 드러난 ‘비대칭 소모전’
[미국-이란 전쟁] 저가 드론이 흔든 미군 방공망, 중동 전장서 드러난 ‘비대칭 소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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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고가 방공체계 저비용 무기 대응에 동원
드론 공격 물리적 피해→금융 시장 충격 확산
저비용 요격 기술 중요도↑, 개발 경쟁 확산

중동에서 벌어진 전쟁이 2주째에 접어든 가운데, 이란이 값싼 드론과 미사일을 대량으로 투입하면서 미국과 동맹국의 고가 방공 체계를 빠르게 소모시키고 있다. 저비용 무기가 고가 요격망을 압박하는 새로운 전쟁 양상이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실제 걸프 지역 주요 도시에서는 드론 공격 여파로 관광과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며 인구 이동과 자본 이탈이 가속화했고, 전장에서는 기존 미사일 중심 방어 대신 드론을 이용한 저비용 요격 기술이 새로운 대응 수단으로 떠오르며 전쟁 방식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미군 방공전력 중동으로 재배치
11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주요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켈리 그리코 선임연구원을 인용해 “버몬트주의 국내총생산(GDP)보다 적은 국방 예산을 가진 이란이 수십 년간 축적한 저비용 무기 자산으로 미군의 고가 요격미사일 재고를 빠르게 고갈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그간 전장에서는 미국이 장거리 정밀 타격 혁명을 주도했는데, 적대국이 미국과 유사한 수준의 능력을 선보인 전쟁은 이번 중동에서 발생한 분쟁이 처음이라는 지적이다. 블룸버그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압박이 미국의 무기 체계에 가해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중동에서는 저가 드론과 미사일을 대량 투입하는 방식이 미국의 고가 방공 체계를 상대로 소모전을 유도하는 분쟁이 전개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란의 샤헤드 계열 자폭 드론 공격이다. 지난달 말 미국·이스라엘의 선제 타격 이후 이란은 걸프 지역을 향해 300발 이상의 탄도미사일과 대량의 샤헤드 드론을 발사했다. 정밀 타격 미사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사 인프라가 간단한 드론은 방어 측에 지속적인 부담을 안긴다. 제작부터 전장 투입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다는 점도 특징이다.
비용 구조의 격차는 방공 체계의 부담을 키운다. 샤헤드-136 드론의 단가는 3만 달러(약 4,400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이를 요격하는 PAC-3 요격미사일의 가격은 대당 400만 달러(약 59억원)에 이른다. 아랍에미리트(UAE)에는 전쟁 첫 6일 동안 1,000발 이상의 샤헤드 드론과 200발가량의 탄도미사일이 투입된 것으로 추산됐는데, 이 과정에서 미국과 걸프 동맹국이 소모한 PAC-3 미사일은 1,000발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 최대 방산 업체인 록히드마틴의 연간 생산량(약 650발) 두 배에 가까운 수치이자, 러시아의 침공 이후 약 4년간 미국과 동맹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총량을 넘어서는 규모다.
이 같은 상황은 전략 자산 손실로도 이어지는 형국이다. 요르단에서는 3억 달러 규모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포대 레이더가 손상되며 미군 역사상 처음으로 사드 전투 피해를 입었다. 미군이 전 세계에 운용하는 사드 포대는 총 8개에 불과해 글로벌 방공 역량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손실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방공 전력 재배치가 시급해지며 주한미군이 운용하는 사드 체계 역시 중동으로 이동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한 소식통은 “발사대와 요격미사일 등으로 구성된 패트리엇 포대는 물론이고 사드용 요격 미사일 일부 물량도 경기 오산 미 공군 기지로 이동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드론 공세에 경제적 충격 떠안은 두바이
이란 측 저비용 물량 공세의 파급력은 하루아침에 ‘유령 도시’로 전락한 두바이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UAE 최대 도시이자, 인구의 90% 이상이 외국인인 두바이는 관광·소비 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자본과 슈퍼리치들을 끌어들이곤 했다. 그러나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의하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이 발사한 반격 무기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UAE 지역에 집중됐는데, 두바이 역시 포화와 화염을 피하지 못했다. 그 결과 해변의 주점과 쇼핑몰, 호텔 등 주요 관광 시설이 일제히 문을 닫았고, 도시 전반에 긴장감이 내려앉았다.
UAE를 향한 이란 측 무기 약 1,700발 가운데 90% 이상은 방공망에 의해 요격됐으나, 일부는 군사기지와 산업단지에 떨어졌다. 특히 두바이의 대표적 랜드마크인 인공섬 ‘팜 주메이라’ 일대가 공격을 받으며 충격은 일파만파 커졌다. 초호화 저택과 호텔이 밀집한 이 지역에서 드론 공격으로 검은 연기가 치솟으면서 수만 명의 관광객과 외국인 체류자가 서둘러 두바이를 떠났다. 현지 학교 교장으로 일하는 영국인 존 트루딩어는 가디언에 “영국 출신 교사 100명 이상을 고용했는데, 대부분이 심각한 트라우마를 호소하며 자국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경제적 충격 역시 빠르게 확산됐다. 두바이는 막대한 석유 자원을 보유한 여타 걸프 국가들과 달리 관광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도시다. 이는 전쟁으로 인한 관광객 감소와 외국인 체류자 이탈이 곧 도시 경제 기반 약화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UAE 자이드대의 칼리드 알메자이니 교수는 “두바이는 이미 상당한 손실을 보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사태가 20일 이상 지속될 경우엔 경제와 항공, 주재원 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 요격 체계 비용 구조 한계 노출
전문가들은 향후 전쟁의 중심이 드론을 필두로 한 저비용 요격 기술로 이동할 것이라는 데 전망이 일치했다. 이란이 값싼 드론과 미사일을 대량 투입하면서 서방 국가와 방산업체들도 기존의 고가 방공 체계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현실을 직면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러한 상황이 더 저렴한 방공 무기 개발 경쟁을 촉발했다는 진단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값싼 드론이 예상보다 큰 파괴력을 보인 이후 중동 전쟁까지 겹치며 기존 방공 체계의 비용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도 본격화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대안으로 주목받는 기술이 요격 드론이다. 우크라이나가 개발한 요격 드론 ‘스팅’은 시속 300㎞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며 시속 약 180㎞ 수준의 샤헤드 드론을 추격해 충돌 방식으로 무력화한다. 요격 성공률은 최대 90%에 달한다. 가격 역시 샤헤드 드론의 약 10분의 1 수준으로 매우 저렴하며, 목표물 타격에 실패할 경우 회수 후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우크라이나는 드론 대응 전문 인력을 중동에 파견해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미국 측에 도움을 준다는 계획이다.
방공 체계의 핵심이었던 레이더 기술도 변화의 흐름에 놓였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기존 레이더로 저고도 비행하는 샤헤드 드론을 탐지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드러나면서 새로운 탐지 기술이 등장했다. 드론의 음향을 분석해 식별하는 음향 센서 시스템과 저가 탐지 장비를 활용한 방공 체계 구축이 대표적이다. 네덜란드 스타트업 로빈레이더시스템스는 조류 탐지용 레이더 기술을 드론 탐지 시스템으로 확장해 이 분야를 선도 중이다. 로빈의 레이더 가격은 100만 달러(약 14억9,000만원) 미만으로 최대 5,000만 달러(약 746억원)에 달하는 기존 방공 레이더 대비 50분의 1 수준이다.
레이저와 마이크로웨이브 기술 역시 차세대 방공 무기로 주목받고 있다. 이스라엘 라파엘은 아이언 빔 레이저 체계를 이스라엘군에 인도했다고 밝혔으며 영국은 2027년까지 해군 함정에 레이저 무기 ‘드래곤파이어’를 배치할 계획이다. 드래곤파이어의 요격 비용은 1발당 약 10파운드(약 2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미국 RTX와 유럽 MBDA, 영국 키네틱 등 주요 방산기업들이 일제히 레이저 무기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이러한 투자가 실전 배치 단계로 이어질 경우, 저가 드론의 위협에 대응하는 새로운 방공 체계가 구축될 수 있다는 게 방산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