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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재편하는 노동시장, 대체 넘어 ‘역량 전환’의 시대로

AI가 재편하는 노동시장, 대체 넘어 ‘역량 전환’의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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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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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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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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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노출 직무 고용 증가세 둔화
청년층 일자리 감소 직격탄
AI 활용 역량 중심 노동시장 재편

인공지능(AI) 확산이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 개발자와 금융·콘텐츠 직군 등 AI 노출도가 높은 분야에선 고용 증가세가 꺾이고, 청년층 일자리 감소도 뚜렷해지는 흐름이다. 다만 변화의 양상은 미국식 대규모 해고와는 차이가 있다. 기존 인력을 유지한 채 신규 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노동시장 구조가 재편되면서,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인력과 그렇지 못한 인력 간 격차가 새로운 고용 변수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IT 개발자 21개월간 7.8%↓, 금융권도 변화 바람

13일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용보험 통계'에 따르면, 생성형 AI가 확산하면서 국내 정보기술(IT) 개발자 추이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및 시스템 통합관리업 종사자는 지난해 12월 기준 6만322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024년 3월 6만5,441명과 비교하면 1년 9개월 사이에 5,119명 감소한 것이다. 해당 기간 종사자의 약 7.8%가 줄어든 셈이다.

고용보험 통계는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업장의 취업자를 집계한다. 이에 따른 전체 취업자는 약 1,555만 명이다. 이는 경제활동인구조사상 전체 취업자 2,800만 명과 차이가 있다. 다만 2024년 3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고용보험 가입 취업자가 22만 명가량 증가한 점을 고려할 때 개발 직군이 AI로 인한 고용 충격을 받은 것으로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기업 현장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감지된다. 카카오 직원 수는 2024년 말 4,028명에서 2025년 6월 말 3,986명으로 감소했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연구개발(R&D) 인력이 2024년 말 2,808명에서 2025년 6월 2,235명으로 573명 줄었다. 판교 IT 기업에 근무하는 A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신입 채용은 최대한 자제하고, 기존 개발자들에게 AI 도구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분위기다. 일부 업체에만 국한됐던 구조조정 이슈가 AI가 더 발전하면 미국 빅테크처럼 다른 업체에도 확산될 수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데이터 의존도가 높은 금융권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주요 은행들은 키오스크·STM(스마트텔러머신) 형태의 'AI 텔러'를 배치해 통장 개설, 비밀번호 변경, 제신고 업무 등 단순 창구 업무를 맡기고 있다. 남은 인력은 고액 자산가 상담이나 기업 금융, 자산관리 등 고숙련 대면 영업과 복합 금융 자문으로 재배치되고 있다는 언급도 나온다.

게임업계에서는 '창작의 효율화'가 인력 구조를 흔들고 있다. 주요 게임사들은 자체 AI 모델을 활용해 캐릭터 삽화, 배경 아트, 모션, 스크립트 초안 작성 등을 수행하면서, 과거 외주(아웃소싱)를 주거나 보조 작가들이 하던 밑그림 및 채색 작업을 일부 대체하고 있다. 웹툰업계에서도 배경 생성이나 채색을 AI에 맡기는 작가들이 늘고 있으며 플랫폼·툴 업체들은 'AI 어시스턴트' 기능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노출도 높은 직무, 청년 고용 감소

이러한 현상은 데이터로도 입증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AI 기술 확산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대표적 생성형 AI인 오픈AI의 챗GPT가 출시된 2022년 11월을 기점으로, AI를 도입한 기업들에서 청년층(15~29세) 취업자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2022년 11월 청년층 취업자 수를 100으로 환산했을 때, 2024년 말 AI 도입 기업의 청년 취업자 수는 92∼93 수준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AI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의 청년 취업자 수는 100에서 97~98 수준으로 줄었다. AI를 도입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청년 고용이 더 많이 감소한 것이다.

장지연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챗GPT 출시 전후 AI 도입 기업과 미도입 기업 간 중년층(30~54세), 고령층(55세 이상) 고용 추이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며 “청년층은 매우 뚜렷한 차별적 패턴을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기업일수록 청년층 채용에 신중해지고 있다”며 “생성형 AI가 신규 진입자인 청년층의 고용 기회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기업 단위 분석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다. AI 도입 기업의 청년 고용은 2021년부터 증가하다가 2023년을 기점으로 사실상 정체 상태에 접어든 반면, AI 미도입 기업의 청년 고용은 완만하지만 안정적인 증가세를 유지했다. 특히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업무가 많은 ‘자동화’(automation) 직종에서 청년 일자리 타격이 컸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나 회계·경리 사무원, 안내·고객상담 담당자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은행의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은의 'AI 확산과 청년고용 위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3년간 청년층 일자리는 21만1,000개 급감했다. 이 가운데 20만8,000개가 AI 노출도 상위 업종에서 줄어들었다. 챗GPT 출시 이후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 출판업, 전문 서비스업, 정보 서비스업의 청년 고용은 각각 11.2%, 20.4%, 8.8%, 23.8% 감소했다. 한은은 AI 확산 이후 청년고용이 감소한 이유로 업무의 성격을 꼽았다. 저연차일수록 AI 활용 업무시간 감소율이 높아 대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AI 활용 인력과 비활용 인력 간 격차 확대

AI 시대 한국 노동시장의 특징은 대규모 해고보다 채용 축소가 먼저 나타난다는 점이다. 미국과 달리 한국 노동시장은 기존 근로자의 고용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구조 때문에 기업들이 인력 감축 대신 신규 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 한은에 따르면 AI 도입은 국내 일자리 51%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가운데 27%는 대체되거나 소득이 감소하는 위험군이다.

다만 AI 확산이 인간 노동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AI가 효율과 속도를 담당한다면 인간은 복잡성과 맥락의 영역으로 이동한다. AI 에이전트 시대에 주목받는 역할은 AI가 만들어낸 결과를 해석·검증해 승인하거나 조정하는 ‘판단 담당자’다. 어떤 판단이 적절한지 결정하는 일을 수행하는 직군이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IDC가 한국을 포함한 22개국의 비즈니스 리더 5,500명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 기업 중 대학 학위를 필수로 요구하는 곳은 5%에 불과했고 AI 도구 자격증, 코딩 부트캠프 수료, 문제 해결 능력, 실무 경험 등을 더 중요한 역량으로 꼽았다. 전체 기업의 66%는 학위보다 AI 활용 기술 중심을 기준으로 인재를 채용한다고 답했다.

결국 미래 노동시장은 'AI가 할 수 없는 일'을 하거나 'AI를 도구로 부려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일'로 양분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이고 있다. 특히 AI 노출도가 높은 직업 안에서도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의 생산성과 소득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거듭 나온다. 국내 한 대기업의 고위 간부는 "AI와 경쟁하려 하기보다 AI를 부려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더 깊이 있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살아남는 구조가 고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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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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