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달러 편중 금융 질서 속 아시아의 선택, ‘보조 통화’ 구축을 통한 실리 전략
[딥파이낸셜] 달러 편중 금융 질서 속 아시아의 선택, ‘보조 통화’ 구축을 통한 실리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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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중심 금융 질서 속 아시아 대안 통화 논의 유로·위안 한계 속 역내 결제 인프라 구축 과제 실시간 결제·공동 채권 기반 지역 금융 안전장치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달러 의존도를 낮추려는 논의가 확산되고 있지만 위기 상황에서 아시아 금융시장을 지탱할 현실적인 대안은 여전히 뚜렷하지 않다. 2024년 말 기준 중앙은행들이 보고한 외환보유고 가운데 달러 비중은 57.8%에 달했다. 다른 통화의 비중이 점차 확대되는 흐름에도 글로벌 외환보유 체계에서 달러의 영향력은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문제는 이러한 달러 편중 구조가 위기 시 유동성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유로화는 외환보유고 비중이 20%에도 미치지 못하고 국채 시장 규모 역시 제한적이어서 달러의 공백을 대신하기에는 역량이 제한적이다. 위안화 또한 글로벌 결제망에서의 활용 범위가 좁아 실무적 대안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가 달러를 대체할 새로운 기축통화 창출에 집중하는 접근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오히려 실제 거래에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 보조 금융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 더 시급한 과제로 제기된다.
달러 충격 완화 위한 금융 방파제 필요
달러의 영향력은 외환보유고 규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은행 대출과 국경 간 결제, 시장의 기대 구조 등 금융 시스템 전반에 깊이 자리 잡은 통화기 때문이다. 무역 거래와 금융 계약 상당수는 달러를 기준으로 체결되는 구조다. 이러한 환경에서 미국의 긴축 정책이나 국채 시장의 변동은 곧바로 아시아 금융시장의 취약 요인으로 직결된다.
최근 통계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국제결제은행(BIS)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외환 거래의 약 90%에 달러가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유로화의 공식 외환보유고 비중은 20%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위안화는 일부 통계에서 3%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같은 격차는 통화별 시장 규모와 유동성의 차이를 보여주며, 달러를 대신할 즉각적인 대안이 부족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동안 아시아 금융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논의는 크게 두 방향에서 제기됐다. 하나는 국가 간 결제 시스템을 연결하는 역내 결제망 구축이다. 그러나 결제 인프라의 기술적 표준을 맞추는 것만으로 달러 의존 구조가 해소되지는 않는다. 결제 시스템을 정비하더라도 실제 거래 자금이 달러 중심으로 움직인다면 구조적 취약성은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접근은 위안화 등을 역내 기준 통화로 활용하려는 구상이다. 하지만 특정 국가 통화를 중심에 두는 방식 역시 자본시장 개방 수준과 정치적 신뢰 문제라는 현실적 제약에 직면한다. 결국 거창한 통합이나 통화 교체보다 중요한 과제는 실제 거래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금융 인프라 구축에 있다.

통화 바스켓의 현실적 한계
이 같은 상황에서 각국 정책당국이 자주 거론하는 대안이 ‘통화 바스켓’이다. 여러 통화를 일정 비율로 묶어 가치를 산출하는 방식으로 환율 변동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수단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기업 거래 현장에서는 활용이 쉽지 않다. 기업들이 이를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려면 바스켓 단위를 자국 통화로 즉시 환전할 수 있는 시장과 충분한 유동성이 필요한데, 바스켓 단위 환전 시장이나 관련 헤지 수단이 충분히 형성된 사례는 드물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SDR은 회원국 외환보유고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국제 준비자산이지만 실제 무역 결제나 금융 거래에서는 제한적으로만 활용되고 있다. 비(非)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 국가들이 추진해 온 다통화 구상 역시 정책 논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아시아에서 추진된 여러 금융 시스템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배경에도 비슷한 문제가 자리한다. 실무에서 활용하기 어렵고 국가 간 신뢰 기반도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술 인프라 중심의 금융 시스템 구축
아시아 보조 통화 체계의 성패는 기술 인프라 구축에 달려 있다. 초기 단계에서는 공동 결제 허브를 마련해 다통화 순액 결제와 즉시 결제 확정 기능을 구현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규제 당국 역시 결제 사업자가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역내 단기 금융 자산을 원활하게 운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 마련이 요구된다. 이 체계의 목표는 미국 국채와 경쟁하는 데 있지 않다. 여러 국가가 공동 보증하는 고품질 단기 채권을 발행해 역내 은행들이 활용할 수 있는 안정적인 담보 자산을 마련하는 데 목적을 둔다. 발행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위기 상황에서 해외 국채를 급히 매도해야 하는 압박을 완화하는 데는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다음 단계는 공공 부문이 먼저 활용 범위를 넓히는 일이다. 정부 조달 사업이나 국경 간 프로젝트에서 지역 금융 수단으로 송장을 발행하고 결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개발은행이나 수출신용기관이 지역 결제망을 이용하는 거래에 우대 금리를 적용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금융 시장은 제도와 인센티브에 따라 움직인다.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 민간 참여도 자연스럽게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 금융 회복력 강화 과제
물론 이 같은 체계를 도입할 경우 금융시장이 나뉘거나 특정 국가가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공동 운영 구조와 순환 감독 방식을 도입하면 이러한 위험은 상당 부분 관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구상은 달러를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금융 안정성과 회복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다.
외환보유고와 외환 거래 통계를 보면 달러의 영향력은 여전히 견고한 반면, 유로나 위안화는 대안 통화로 자리 잡기에는 규모와 활용 범위가 제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가 선택할 현실적 전략은 결제 인프라와 단기 금융 수단, 운영 기준을 함께 갖춘 보조 통화 체계 도입에 있다. 예컨대, 인도네시아 기업이 베트남 기업과의 거래에서 지역 금융 수단으로 결제하고, 해당 자산이 금융시장에서도 담보로 활용되는 구조다. 이 같은 거래 방식이 자리 잡으면 아시아 금융은 외부 충격에 덜 흔들리는 기반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Asian Secondary Currency System: Asia’s Strategy to Reduce Dependence on the US Dollar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