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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에 흔들리는 두바이, 자본 이탈 흐름 속 금융 허브 지위는 싱가포르·홍콩으로

중동 전쟁에 흔들리는 두바이, 자본 이탈 흐름 속 금융 허브 지위는 싱가포르·홍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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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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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휩쓴 중동 전쟁 충격, 랜드마크 등 공격당해
관광객·자본 줄줄이 이탈, 전세기 이용한 탈출까지
UAE에 대한 불신 확대, 투자자 자금 싱가포르·홍콩 향해 이동

오랜 기간 글로벌 자본의 블랙홀로 꼽히던 아랍에미리트(UAE) 최대 도시 두바이가 중동 전쟁 여파에 휩쓸렸다. 이란의 공격으로 두바이의 랜드마크인 인공섬 '팜 주메이라'를 비롯한 핵심 인프라가 타격을 입으며 내부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관광객들과 투자자 자본이 속속 두바이에서 이탈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향후 싱가포르·홍콩 등이 글로벌 투자자들의 대체 금융 허브로서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두바이, 이란 공격 속 '대혼란'

지난 11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은 중동 전쟁 확산으로 두바이에서 외국인과 관광객의 '대탈출'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주간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반격 차원에서 발사한 무기 중 3분의 2 이상이 UAE에 집중됐다. UAE로 향한 발사체는 1,700발에 달하며, 이 중 대부분이 UAE 방공망에 요격됐으나 일부는 군사 기지와 산업 단지에 떨어졌다.

이 같은 이란의 위협 속 국제 항공 허브인 두바이 공항은 한때 운영이 마비됐으며, 팜 주메이라도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소셜미디어(SNS) 등지에서는 팜 주메이라 내 페어몬트 호텔 인근이 드론 공격으로 화염에 휩싸이는 장면이 중계되기도 했다. 현재 해변 주점과 쇼핑몰 등 두바이 주요 관광 시설은 이용객을 찾아보기 힘든 상태다. 페어몬트 호텔 폭격 당시 현장에 있던 파키스탄 출신 택시 기사 자인 안와르는 가디언에 "운 좋게 살아남았지만 수입이 완전히 끊겼고 관광 산업 회복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며 "이제 모두가 '두바이는 끝났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적 타격도 가시화하고 있다. 두바이는 관광 산업을 통해 연간 300억 달러(약 44조원)에 달하는 수입을 올린다. 막대한 석유 자원을 보유한 다른 걸프 국가와 달리 관광 및 금융 의존도가 높은 만큼, 미사일 포화에 따른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여기에 그간 세제 혜택 등을 위해 두바이에 머물던 글로벌 투자자들이 본국으로 속속 돌아가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칼리드 알메자이니 UAE 자이드대 교수는 "이미 상당한 손실을 보고 있다"며 "사태가 10~20일 더 지속될 경우 항공, 부동산, 주재원 비즈니스 등 경제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탈출 행렬 속 해프닝 속출

두바이에 머물던 이들이 겪은 혼란은 탈출 과정에서 벌어진 해프닝을 살펴보면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하늘길은 일시적으로 마비됐고, 이로 인해 100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발이 묶였다. 특히 UAE에서는 항공편 취소에 따른 혼란이 극심했다. 두바이 당국은 자국 숙박업체에 고립된 여행객들의 숙박을 기존 조건대로 연장해 주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일부 호텔들이 추가 비용을 요구하면서 현장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수천 명의 승객을 태운 크루즈선도 걸프만 해상에서 멈춰 섰다. 걸프만 인근 항구에 정박한 채 대기한 크루즈선은 최소 6척이며, 대기가 이어지는 동안 승객들은 사실상 선내에 갇혀 버렸다.

이에 일부 부유층은 육로와 개인 전세기를 동원해 탈출에 나섰다. 공항이 정상 운영 중인 오만·사우디아라비아 등 인접국까지 육로로 이동한 뒤 해외로 빠져나가는 방식이다. 영국인 부동산 투자자로 알려진 새뮤얼 리즈(34)는 이달 초 자신의 SNS에 15만 파운드(약 3억원)를 들여 대절한 개인 전세기를 타고 영국 히스로 공항으로 향하는 영상을 게재하면서 “모두가 왜 이렇게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발언해 누리꾼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현지 교민·체류자 커뮤니티에서는 전세기나 육로 이동을 알선하겠다는 이른바 ‘탈출 브로커’도 등장했다. 항공편 차질과 불안 심리를 틈탄 비공식 탈출 중개가 전반적으로 확산한 것이다. 한국 언론들을 통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중심으로 한 한국인 대상 모집 정황이 확인됐으며, 외신 등에서도 UAE 체류 외국인들이 메신저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대피 중개 제안을 받았다는 보도가 다수 나왔다. 브로커들이 채팅방에서 제안하는 가격은 대체로 1인 기준 수천 달러대였다.

싱가포르·홍콩, 두바이 빈자리 꿰찰까

두바이에서 사람과 자금이 줄줄이 이탈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기존 고액 자산가들의 세금 회피처였던 싱가포르가 반사이익을 누리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지난 수년간 두바이는 싱가포르를 대체하는 금융 허브로 자리매김해 왔다. 특히 UAE가 2019년부터 전 세계 투자자와 인재들을 모으기 위해 운영해 온 골든 비자 제도가 부호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골든 비자는 일정 규모 이상의 투자 혹은 세금 납부 조건을 충족할 경우 지급되는 장기 거주 비자(최대 10년 거주 가능)로, 취득자는 현지 스폰서 없이 사업 활동을 영위할 수 있다.

하지만 전쟁으로 중동 지역의 정세가 위태로워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UAE의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품은 투자자들이 기존 머무르던 싱가포르로 자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두바이를 처음 타격한 직후, 현지에 거주하는 두 명의 인도 사업가는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각각 10만 달러(약 1억4,900만원)가 넘는 자금을 두바이 은행 계좌에서 싱가포르로 옮기려 했다. 이들 중 한 사업가는 로이터에 "공격 이후 발생한 기술적 장애로 송금이 한때 지연됐다"며 "이후 다른 UAE 소재 은행을 통해 자금을 싱가포르 계좌로 이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들 외에도 아시아 부유층 다수가 두바이에 보관해 온 자산을 싱가포르와 같은 지역 금융 중심지로 옮기는 방안을 문의하거나, 실제로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싱가포르 기반의 개인 자산 전문 변호사 라이언 린은 “두바이에 기반을 둔 고객 20명 가운데 6~7명이 이번 주 자산 이전 문제로 연락해 왔으며, 그중 3명은 싱가포르로 자산을 옮길 계획”이라며 “한 고객은 모든 자산을 얼마나 빨리 이전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역시 싱가포르와 함께 중동 전쟁의 수혜국으로 꼽힌다. 케니 탕 싱힝 홍콩 금융분석가협회 회장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두바이에 자금을 배분했던 국제 투자자들에게 홍콩은 자본의 자유로운 흐름과 강력한 규제 체계를 갖춘 자연스러운 선택지”라며 “전쟁의 영향권 밖에 있다는 점이 고액 자산가들에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경향은 특히 실물 자산인 금 거래에서 두드러진다. 브라이언 펑 웨이룽 홍콩금거래소(CGSE) CEO는 “두바이는 중동 투자의 관문이었으나, 이제는 물류 차단으로 인해 금과 자산이 도시에 묶일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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