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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 개발부터 영구자석 생산까지" 희토류 공급망 자립에 박차 가하는 유럽, 원주민·환경 갈등은 변수

"광산 개발부터 영구자석 생산까지" 희토류 공급망 자립에 박차 가하는 유럽, 원주민·환경 갈등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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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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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노르웨이·스웨덴 등 유럽 역내 국가서 희토류 광산 개발 본격화
에스토니아 영구자석 공장 가동으로 공급망 자립 기반 확대
원주민 갈등·환경 우려 비롯한 지역 사회 저항이 사업 지연 변수

유럽이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노르웨이, 스웨덴 등에서 희토류 매장지 개발을 추진하고, 캐나다 기업과 손을 잡고 에스토니아에 희토류 생산 거점을 구축하는 등 대중국 희토류 의존도를 점차 낮춰 나가는 양상이다. 다만 원주민들과의 갈등, 님비(Not in my back yard·지역 이기주의) 현상 등은 이 같은 유럽의 계획을 지연시키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존재감 드러내는 유럽 희토류 광산들

5일(현지시각) 북유럽 언론 스칸디아시아에 따르면, 최근 노르웨이 남부 펜스펠테트(Fensfeltet) 광산의 희토류 산화물 추정 매장량은 이전 계산보다 약 80% 증가한 1,590만 톤(t)으로 수정 발표됐다. 이는 유럽 내 기록된 희토류 자원 중 최대 규모이자, 전기차 배터리, 풍력 터빈, 스마트폰, 최첨단 방위 시스템 등에 필수적인 핵심 희토류 소재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양이다. 특히 해당 광산에는 네오디뮴, 프라세오디뮴 같은 영구자석 필수 원소뿐만 아니라 니오븀과 토륨 등 고가치 부산물도 다량 매장돼 있어 경제적 가치가 더욱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희토류 광산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유럽권 국가는 비단 노르웨이뿐만이 아니다. 스웨덴 국영 광산기업 LKAB는 스웨덴 최북단 키루나의 기존 철광석 광산과 연결해 '페르 가이예르 광상'으로 불리는 희토류 매장지 개발을 추진 중이다. 페르 가이예르 광상은 100년 전 스웨덴 지질학자의 이름을 딴 자철석-적철석-인산염 광상으로, 네오디뮴과 프라세오디뮴을 포함한 대량의 희토류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LKAB는 광상 인근 도시 룰레오에 8,000만 유로(약 1,370억원)를 투입해 분리 공정 시험 시설을 건립하고, 노르웨이 희토류 기술 기업 리텍(REEtec)의 지분을 확보하는 등 환경친화적인 추출 방법 개발에 힘을 쏟는 중이다. 페르 가이예르 광상은 희토류 함량이 기존 철 광산지보다 10배 높고 수질 오염을 유발할 수 있는 인산염 광물 매장량도 많은 만큼, 인, 희토류, 불소를 함께 추출하고 가공하는 순환형 산업단지를 구축해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3월 페르 가이예르 광상 채굴을 ‘전략 프로젝트’로 지정하고, 인허가 절차를 27개월 이내로 단축하는 패스트트랙(신속 절차)을 적용하겠다고 밝히며 제도적 지원을 공언한 상태다.

역내 영구자석 제조 거점도 마련

유럽이 공격적으로 공급망 자립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역내 국가들의 희토류 잠재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역외 업체가 EU와 손을 잡고 유럽권 국가에 공장을 설립할 정도다. 일례로 캐나다 네오퍼포먼스머티리얼스가 에스토니아 나르바에 구축한 유럽 최대 규모의 희토류 영구자석 공장은 지난해 12월 본격 가동에 착수했다. 네오퍼포먼스머티리얼스는 희토류 분리부터 가공·자석 제조까지 채굴을 제외한 가치사슬 전 과정을 아우르는 서방권 핵심 희토류 기업 중 하나다.

공장이 위치한 나르바는 러시아와 나르바강 하나를 사이에 둔 국경 도시로, 지정학적 긴장이 상당히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나르바를 “역사적으로 러시아 영토”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네오퍼포먼스머티리얼스는 이 같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7,500만 유로(약 1,280억원)를 투자해 500일 만에 공장을 완공했다. 이 가운데 1,450만 유로(약 248억원)는 EU 공정전환기금(JTF)에서 지원됐다.

라힘 술레만 네오퍼포먼스머티리얼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올해(2025년) 희토류 자석 2,000톤을 생산하고 향후 5,000톤 이상으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5,000톤은 유럽에서 발생하는 연간 희토류 수요의 약 10%를 충족할 수 있는 양이다. 영구자석의 90% 이상을 중국을 통해 조달해 왔던 유럽에 공급망 다변화 통로가 열린 셈이다. 네오퍼포먼스머티리얼스는 이미 독일 엔지니어링·기술 회사 보쉬 및 독일 자동차 부품 업체 셰플러와 초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연내 독일 완성차 기업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확대할 예정이다.

네오퍼포먼스머티리얼스 나르바 영구자석 공장 기공식 장면/사진=네오퍼포먼스머티리얼스

지역 사회 곳곳에서 잡음 발생

문제는 유럽의 희토류 공급망 재편에 속도가 붙으며 잡음이 발생하는 지역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페르 가이예르 광상 개발 사업은 토착민인 사미족(Sami)과의 갈등을 낳고 있다. 광상 개발로 인해 사미족의 전통적 순록 이주로가 막히고 분절된 탓이다. 이는 북극 기후 변화로 인해 순록들과 보다 넓은 공간에서 유연하게 이동해야 하는 사미족에 있어 치명적인 피해다. 사미족 공동체는 2,000~3,000마리에 달하는 순록 떼를 관리하며, 약 150명의 주민이 이 생업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스웨덴 정부는 2022년 제정된 사미 협의법에 따라 사미족 공동체와의 협의를 의무화했지만, 사미족 측은 급증하는 협의에 참여할 시간과 자원이 부족해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해당 법안은 정부와 행정기관, 지역·지방정부가 사미족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사안을 결정하기 전 사미족 대표와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더해 사미족의 권리 수준이 아직 국제 기준에 못 미친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스웨덴은 원주민 권리를 보호하는 가장 핵심적인 국제 협약인 국제노동기구(ILO) 169호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으며, 사미 의회도 권한이 제한적이다. 개발 사업을 이끄는 LKAB는 사미족 공동체와의 대화 및 해결책 모색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공언하지만, 지역 사회의 우려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추세다.

스웨덴 남부의 노라 카르 광산은 지역 주민과 시민·환경 단체의 반발로 인해 장기간 개발이 지연되기도 했다. 해당 광산의 개발 계획은 2009년 캐나다 광산 기업 리딩엣지머티리얼스(당시 타스만 메탈스)가 희토류 탐사를 시작하며 본격 수립됐고, 2013년 스웨덴 광산감독기관이 채굴권을 승인하면서 사업이 본격화했다. 그러나 인근 식수원인 베테른 호수 등의 훼손 가능성을 우려한 주민과 환경 단체가 강하게 반발하며 소송과 항의 운동이 이어졌고, 논란 끝에 2016년 스웨덴 최고행정법원은 환경 영향 검토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채굴권 승인을 취소했다. 이후 리딩엣지머티리얼스는 개발 계획을 수정하고 환경 평가를 준비하며 허가 절차를 재추진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실제 사업은 첫 삽을 뜨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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