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희토류 공급망의 미래, 자원 경쟁 아닌 기술 협력이 열쇠
[딥테크] 희토류 공급망의 미래, 자원 경쟁 아닌 기술 협력이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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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술 기반 희토류 패권 공급망 구조 좌우 공급 병목, 대체 기술·재활용 혁신 촉발 안정적 공급망 구축 위해 국제 협력 필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희토류 채굴 비중이 가공 단계 점유율보다 훨씬 낮다는 사실이다. 이는 핵심 광물 시장에서 자원 보유량보다 이를 정제하고 가공하는 기술이 공급망 지배력을 좌우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중국이 희토류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수십 년에 걸친 정제 기술 투자와 전문 인력 양성이 있다. 그러나 특정 국가의 기술 우위가 장기간 지속될수록 다른 국가들의 대응도 한층 거세진다. 대체 기술 개발과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투자가 확대되면서 글로벌 공급망 구조 역시 점진적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이 같은 흐름은 기술 혁신 확산과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둘러싼 국제 협력의 필요성을 한층 부각시키고 있다.
정치 경쟁 넘어선 핵심 광물
핵심 광물을 둘러싼 논의는 대개 국가 간 패권 경쟁 구도로 전개된다. 각국 정부는 희토류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거나 특정 국가가 수출을 제한할 때 나타날 안보 위험을 가장 크게 우려한다. 전기차와 풍력 터빈, 방위 체계 등 희토류가 사용되지 않는 첨단 산업을 찾기 어려운 만큼 이러한 우려는 현실적인 문제다. 디지털 전환과 청정에너지 산업이 확대될수록 희토류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희토류 산업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를 단순한 정치 논리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중국이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배경도 단순히 풍부한 매장량 때문만은 아니다. 호주와 미국, 브라질 등도 상당한 규모의 희토류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 주도권은 대규모 정제·분리 기술을 기반으로 축적한 중국의 가공 역량에서 나온다.
희토류 가공은 여러 원소가 섞인 광물에서 필요한 성분을 반복적인 화학 공정을 통해 분리해야 하는 까다로운 과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특수 장비와 숙련된 기술 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중국 기업들은 1980~90년대부터 이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광산과 정제소, 자석 공장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그 결과 원광은 여러 국가에서 채굴되더라도 가공 단계는 중국에 집중되는 공급망 구조가 형성됐다. 중국은 정제 시설을 가동하기 위해 호주와 미얀마 등에서 농축 광물을 수입하기도 한다. 이는 희토류 산업이 국제 분업에 기반한 복합적인 공급망 위에서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의 영향력은 이제 가공 기술을 넘어 산업 표준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광물의 측정과 시험 방식, 산업 적용을 위한 승인 절차 등 글로벌 시장의 기준을 주도하려는 움직임이다. 최근 중국 희토류 산업계가 시험 방법의 표준화를 추진하는 움직임도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품질 기준을 제도화해 산업의 일관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존 경쟁 우위를 강화하려는 전략적 행보다.

기술 리더십과 산업 권력의 한계
그러나 기술 리더십을 과도하게 독점하려는 시도는 때로 ‘혁신의 역설’을 낳기도 한다. 2010년대 초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자 세계 각국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연구개발(R&D)이 빠르게 확대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각국 기업과 연구 기관은 광물 분리 공정 개선과 폐기물 재활용 기술,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대체 소재 개발에 속도를 냈다.
공급망에 제약이 발생하면 기업들은 대응 전략으로 R&D 투자를 확대하고 새로운 기술 경로를 모색한다. 이러한 흐름은 시간이 지날수록 기존 공급망 강자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과 유럽, 일본이 정제 능력 확대와 광물 가공 기술 개발에 힘을 쏟는 것도 기술 역량을 확보해 공급망 구조를 재편하려는 전략적 대응이다.

미래 광물 경제의 핵심은 협력
경쟁이 격화될수록 시장 안정을 위한 국제 협력의 중요성도 커진다. 광물 가공 기술은 전 세계 대학과 연구 기관이 축적해 온 재료과학과 화학공학 연구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 이후 진행된 대체 자석 연구와 재활용 기술 개발 역시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문제는 최근의 지정학적 긴장이 이러한 협력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수출을 통제하고 기술 이전을 제한하는 정책은 단기적으로 기술 보호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혁신의 속도를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특히 광물 추출 효율을 높이거나 환경 영향을 줄이는 기술 개발은 막대한 자원과 다양한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해 한 국가의 역량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결국 미래 핵심 광물 시장의 경쟁력은 교육과 인재 양성에 의해 좌우된다. 따라서 정부는 실험실과 가공 시설 등 연구 인프라에 꾸준히 투자하고 이를 국제 공동 연구로 연결해 연구 효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연구 투자가 위축될 경우 핵심 광물 수요 증가에 대응할 공급 역량이 약화되고, 이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을 초래한다.
혁신이 만드는 새로운 질서
중국의 희토류 우위는 수십 년간 축적된 기술과 산업 기반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역사를 보면 공급 병목은 새로운 기술 개발을 촉발하는 계기로 작용해 왔다. 공급망 불안을 체감한 기업들이 대체 소재를 찾고 재활용 기술 개발에 투자해 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술 혁신이 쌓일수록 특정 국가에 의존하던 기존의 취약한 구조는 갈수록 설 자리를 잃게 될 공산이 크다.
공급망의 진짜 위험은 국가 간 경쟁 자체가 아니다. 혁신의 토대인 과학 협력이 정치적 긴장으로 위축되는 데 있다. 따라서 정책 결정자들은 기술 발전이 글로벌 공급 확대로 이어지도록 교육 투자와 국제 연구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 결국 핵심 광물 경제의 미래는 지하자원의 규모가 아니라 인류가 얼마나 협력해 혁신을 만들어내느냐에 달렸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echnology and the Future of Supply Chains: Why Critical Minerals Cooperation Matters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