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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실적에도 멈추지 않는 AI발 감원, 거시경제 연쇄 충격 커진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멈추지 않는 AI발 감원, 거시경제 연쇄 충격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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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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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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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효율 극대화’ 전략
AI 확산 속 화이트칼라 감원 확대
소비위축 초래해 금융불안 야기할 수도

월가 대형 은행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도 잇따라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거래 확대와 규제 완화로 수익이 급증한 상황에서도 금융사들은 인공지능(AI) 도입을 통한 비용 효율화에 속도를 내며 고용 구조 재편에 착수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소비와 금융시장 안정성까지 흔들 수 있는 새로운 거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월가 6대 은행, 최고 실적에도 핵심 부문 구조조정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모건스탠리가 투자은행(IB), 트레이딩, 자산관리, 투자운용 등 핵심 사업 부문 전반에서 인력 감축을 단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감원은 미국 본사에 국한되지 않고 해외 거점까지 포함하는 전사적 조정으로 파악된다. 주요 감원 절차는 4일부터 진행됐으며, 일부 인력 정리는 이미 지난주부터 단계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조정 대상에는 자산관리 부문의 프라이빗뱅커(PB)를 비롯해 고액 자산가 대상 모기지 담당 직원, 백오피스 등 지원 조직 인력도 다수 포함됐다. 사업 전략 재편과 지역별 우선순위 조정, 성과 평가 결과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이번 구조조정은 실적 부진 때문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직원 약 8만3,000명을 두고 있는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IB·트레이딩 부문과 자산관리 부문 모두에서 연간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자산관리 부문은 작년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하며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실적만 놓고 보면 감원을 단행할 이유가 없어 보이지만, 회사는 비용 구조 효율화와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인력 축소 흐름은 월가 전반에서 확산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등 미국 6대 은행의 직원 수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109만 명으로 202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1만600명가량 감소한 규모로, 감소 폭으로 보면 2016년 이후 최대치다. 감원 규모가 가장 컸던 곳은 웰스파고로, 지난해에만 1만2,000명 이상을 줄였고 추가적인 구조조정 가능성도 거론된다. 씨티그룹 역시 직원 수를 3,000명 이상 감축한 데 이어 향후 1,000명을 추가로 줄일 계획을 세운 상태다.

이들 은행은 모두 지난해 미국 증시의 강세 흐름과 기업 간 거래(딜) 확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 등 우호적인 환경 속에서 트레이딩 수익이 크게 늘며 막대한 실적을 거둬들였다. 6대 은행의 지난해 총매출은 5,930억 달러(약 875조원)로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순이익 역시 합산 1,570억 달러(약 231조원)에 달해, 회계 착시 효과로 이익이 크게 늘었던 2021년 기록에 근접했다. 같은 기간 6대 은행의 배당 및 자사주 매입 규모도 1,400억 달러(약 206조원)를 넘어 사상 최대 액수를 주주에게 환원했다.

올해 사업 전망도 낙관적 기류가 우세하다. 제레미 바넘(Jeremy Barnum) JP모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재의 건설적 역동성이 회사 파이프라인(Pipeline, 잠재적 딜 목록)에 반영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BOA의 알레스테어 보스윅(Alastair Borthwick) CFO도 “IB 수수료 부문에서 탄탄한 성장 동력이 확인된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David Solomon)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규제 완화 기조를 활용하려는 기업이 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의 딜백로그(Deal Backlog, 계약 수주 잔량)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AI 도입에 따른 비용 효율화, 금융업 고용 구조 변화 가속

실적 호황에도 인력을 감축하는 원인은 명확하다. 팬데믹 시기 급증했던 거래와 자산 운용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확대했던 인력은 현재의 업무 환경에서 과잉 상태가 됐고, 그 자리를 AI 기반 자동화 시스템이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 규모 자체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거래 처리 방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미 금융권에서는 트레이딩, 리스크 관리, 자산관리 분석, 고객 대응 등 여러 업무 영역에 AI가 적용되고 있으며 일부 반복적인 데이터 기반의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특히 이번 모건스탠리의 구조조정에 PB가 포함된 점은 상징적이 크다는 평가다. 전통적으로 PB는 고액 자산가와의 신뢰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대표적인 ‘관계 금융’ 직무로 여겨져 왔다. 대면 기반의 신뢰 형성이 핵심인 영역까지 감원 대상에 포함됐다는 점에서 월가에서도 ‘성역 없는 구조조정’이라는 평가가 팽배하다. AI 에이전트 모델이 백오피스뿐 아니라 자산관리와 투자 자문과 같은 프런트오피스 영역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신호란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매킨지(McKinsey & Company)는 최근 발표한 생성형 AI 관련 보고서에서 AI 에이전트 기술이 은행 산업에 연간 2,000억~3,400억 달러(약 295조~502조원) 규모의 추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데이터 분석과 리서치, 고객 관리 등 고숙련 업무의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면서 금융기관들이 더 적은 인력으로도 높은 효율을 유지하는 조직 구조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보고서를 통해 선진국 일자리의 약 60%가 AI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과거 자동화와 달리 AI는 고소득 전문직의 업무 방식까지 변화시킬 잠재력이 크다고 봤다.

대량 감원→소비 붕괴→금융 불안 악순환

그런데 화이트칼라 고용 축소가 확대될 경우 거시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 역시 작지 않다. 월가 헤지펀드와 기관투자가 사이에서 거시 리스크 분석으로 주목받아 온 시트리니 리서치(Citrini Research)는 지난달 발표한 ‘2028 글로벌 인텔리전스 위기(The 2028 Global Intelligence Crisis)’ 보고서를 통해, AI가 기업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고용과 임금 기반을 약화시켜 소비를 급격히 위축시킬 가능성을 제기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소비 위축이 사모 신용(프라이빗 크레딧), 보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시장으로 전이돼 금융 시스템 전반에 연쇄적인 충격을 확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2년 후인 2028년 6월자 거시경제 리포트 형식을 빌려 상황을 그려냈다. 가상 시나리오에 따르면 AI 에이전트가 코딩과 업무 자동화, 중개 기능, 의사결정 등을 대체하자 기업은 인력 규모를 줄이고, 소득 감소에 직면한 가계는 소비를 축소하는 흐름이 형성된다. 매출 압박에 직면한 기업들은 실적 방어를 위해 다시 AI 투자 확대에 나선다. 이 시나리오에서 실업률은 10.2%까지 상승하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고점 대비 38%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트리니 리서치는 해당 시나리오가 단순한 예측이 아닌, 시장이 충분히 점검하지 않은 ‘레프트 테일 리스크’(Left-tail Risk), 즉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충격이 큰 상황을 모델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아이러니하게도 AI 확산의 초기 국면은 경기 호황처럼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인력 감축을 통해 기업 마진이 개선되고, 증가한 이익이 다시 AI 컴퓨팅 인프라 투자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생산성과 명목 국내총생산(GDP)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주식시장 역시 AI 인프라 확대 기대 속에서 강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 같은 상황을 ‘유령 GDP(Ghost GDP)’라는 개념으로 규정했다. 생산 규모는 증가하지만 그 소득이 가계로 환류되지 않아 소비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라는 뜻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화이트칼라 고용 축소가 핵심 변수로 지목됐다. 미국 소비의 상당 부분이 상위 소득계층에 의해 지탱되고 있어서다.

고소득 전문직 인력이 실직하거나 더 낮은 임금 수준의 직군으로 이동할 경우 일자리 감소폭 이상으로 소비 위축이 발생할 수 있다. 이들이 서비스업이나 플랫폼 노동으로 집중되면 해당 부문 임금에도 하방 압력이 가해진다. 이는 단순한 경기 둔화가 아니라 소득 분포 상단이 흔들리는 형태의 구조적 충격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시트리니 리서치는 기업용 소프트웨어(SaaS)를 이러한 변화의 촉발 요인으로 지목했다. AI 기반 코딩 도구가 발전할 경우 기업들이 고가의 구독형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 시스템으로 대체하려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 기반 과금’ 구조를 가진 SaaS 모델은 고객 기업이 인력을 줄이는 순간 라이선스 매출도 동시에 축소되는 특성을 지닌다. 감원이 AI 도입을 촉진하고, AI 도입이 다시 감원을 부르는 악순환의 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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