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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MEMO] AI 반도체 경쟁과 공급망이 바꾸는 기술 질서

[AI MEMO] AI 반도체 경쟁과 공급망이 바꾸는 기술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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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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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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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AI 반도체 수출 통제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中 기술 자립 가속, 반도체 공급망 경쟁 심화
안보와 산업 사이 균형 요구되는 AI 반도체 전략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4년 기준 미국 엔비디아는 고성능 인공지능(AI) 연산 반도체 시장의 약 80%를 장악했다. 최첨단 AI 모델 학습에 필수적인 이 반도체를 특정 기업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는 점은 단순한 기업 경쟁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반도체 공급망을 장악한 기업이 AI 발전 속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첨단 연산용 반도체 확보 여부가 AI 개발·운용 능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면서 반도체는 국가 경쟁력과 안보를 동시에 좌우하는 전략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변화는 미국의 AI 반도체 수출 통제를 바라보는 시각 역시 재정립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정책 논의는 중국의 기술 발전 속도를 늦추거나 미국의 혁신을 보호하는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반도체 규제는 군사력과 공급망, 나아가 글로벌 기술 주도권과 직결된 전략적 정책 수단이다.

결국 정책 판단의 핵심은 중국으로의 수출 제한을 통해 어떤 전략적 결과를 도출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첨단 반도체 접근을 국제 정치적 행동과 연계하는 정책 설계가 없다면 수출 통제는 기술 경쟁을 관리하는 실질적 수단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반도체 수출 통제의 한계

미국은 2022년 10월 중국을 겨냥해 고성능 AI 연산 반도체와 관련 생산 장비에 대한 광범위한 수출 통제를 도입했다. 중국 기업이 첨단 AI 개발에 필요한 연산 능력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겠다는 취지였다. 거대언어모델(LLM) 학습에 막대한 컴퓨팅 자원이 요구된다는 점을 고려해 최고 성능 반도체의 공급을 차단함으로써 경쟁국의 기술 발전 속도를 늦추겠다는 전략이었다.

현대 AI 개발에서 연산 자원의 중요성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지난 10년 동안 최첨단 AI 시스템의 연산 수요는 급격히 증가했고, 수천 개의 고성능 반도체를 동시에 활용하는 방식이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구조에서 첨단 반도체 접근이 제한되면 연구개발(R&D) 속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적 제약이 발생한다.

하지만 기술 확산을 완전히 차단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규제는 기술의 흐름을 멈추기보다 이동 경로를 바꾸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중국 기업들은 수출 통제를 계기로 자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렸다. 정부 보조금과 국가 펀드를 앞세워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 자립 기반을 강화하는 움직임도 대거 확산했다. 일부 기업은 아마존 등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해 연산 능력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우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외교협회(CFR) 전문가들은 현행 수출 통제 체계의 집행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일부 기업들이 규정을 피해 성능을 소폭 낮춘 변형 제품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규정의 모호성은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구조적 요인으로 꼽힌다.

주: 최첨단 AI 학습용 반도체 시장은 높은 집중도를 보이며, 엔비디아가 최첨단 AI 모델 학습에 사용되는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중국 대응이 보여주는 안보적 의미

수출 통제의 성패는 결국 대상국의 대응 방식에 달려 있다. 현재 중국은 국가 이익을 앞세운 실용적 전략으로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2015년부터 시행한 제조업 고도화 전략인 ‘중국제조 2025’에서 드러나듯, 중국은 오래전부터 외국 기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장기 전략을 추진해 왔다. 반도체는 그 전략의 핵심 분야로, 중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생산과 R&D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수출 통제는 오히려 중국의 독자적인 기술 생태계 구축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중국이 미국 압박에 대응해 자국 중심의 기술 기반을 강화하자, 현행 수출 통제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서방의 기술 우위를 장기간 유지하기 어렵다면 차라리 규제를 완화해 미국 기업의 시장 지배력과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는 편이 현실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시각은 컴퓨팅 능력이 지닌 안보적 의미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첨단 AI 연산 반도체는 단순한 산업 부품을 넘어 현대 군사 기술의 기반으로 평가된다. 자율 무기 체계와 정보 분석, 사이버 작전 등 국방 전반에서 AI의 활용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첨단 연산 능력에 대한 접근이 확대될 경우 이는 곧 상대국의 군사 역량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통제 전략의 전환

결국 정책의 핵심은 규제 완화와 과도한 통제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이다. 조건 없는 규제 완화는 상대국의 기술 역량을 키울 수 있고, 반대로 지나친 통제는 글로벌 혁신 협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수출 통제가 실질적 효과를 거두려면 단순한 물량 제한에 머물기보다 첨단 컴퓨팅 인프라 접근을 일정한 국제 기준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설계가 요구된다. 예를 들어 연구 투명성 확보나 군사적 활용 제한 등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반도체 접근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다만 전략 광물 분야는 이번 기술 경쟁의 핵심 변수다.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갈륨, 게르마늄, 희토류 등은 중국이 전 세계 생산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술 선도국들에 잠재적인 공급망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첨단 반도체 수출 협상은 이러한 광물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거나 글로벌 생산망을 다변화하는 외교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주: 중국은 글로벌 희토류 생산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반도체 제조와 첨단 기술 산업에 필수적인 공급망에 영향력을 갖고 있다.

반도체가 만든 기술 권력

AI 경쟁은 흔히 알고리즘과 데이터의 싸움으로 묘사되지만, 그 기반에는 컴퓨팅 인프라가 자리한다. 첨단 반도체는 현대 AI 발전의 핵심 기반이자 국제 정치에서 전략적 영향력을 좌우하는 자산이다. 기술 기업들 역시 자사의 제품이 단순한 산업 부품을 넘어 전략적 의미를 지닌 자산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AI 반도체 수출 통제는 미국이 글로벌 기술 질서에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 수단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단순한 수출 제한에 머물 경우 반도체 공급망을 통해 국제적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외교적 기회를 활용하기 어렵다. 이제는 반도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글로벌 기술 경쟁의 질서를 좌우할 것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Silicon Leverage: Why AI Chip Export Controls Are Really About Strategic Power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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