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유럽 제친 中 ‘로봇 굴기’, 탄탄한 산업 인프라로 휴머노이드 시장 ‘독식’
日·유럽 제친 中 ‘로봇 굴기’, 탄탄한 산업 인프라로 휴머노이드 시장 ‘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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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점유율 급팽창 정책 지원·자본 유입 결합한 상업화 가속 데이터·칩·AI 운영체제 확보 등은 과제

저가형 가전과 전기차로 글로벌 시장을 뒤흔든 중국의 제조 굴기가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확장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기계공학이 결합한 ‘피지컬 AI’ 시대가 도래하자 기존 제조 생태계와 공급망을 로봇 산업으로 빠르게 전이시키며 산업 로봇 시장 패권을 공고히 하는 모습이다. 다만 고도의 판단과 정밀한 작업이 요구되는 영역으로까지 로봇의 활용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중국 로봇 기업, 글로벌 시장 점유율 석권
5일(이하 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에 출하된 약 1만3,000대의 휴머노이드 로봇 가운데 87%를 중국 기업들이 생산한 것으로 파악됐다. 애지봇(AGIBOT)이 5,100대를 출하하며 점유율 1위(39%)에 올랐고, 유니트리(Unitree)가 4,200대(32%)로 2위, 유비테크(UBTECH)가 1,000대로 3위를 차지했다. 레주(500대)와 푸리에(300대)도 각각 글로벌 4위,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테슬라, 피규어AI 등 미국 주요 기업들의 출하량은 각각 150대 수준에 그쳤다.
총량에서도 중국의 압도적인 규모를 확인할 수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의 ‘2025년 세계 로봇 보고서’를 보면 중국의 산업용 로봇 누적 보유량은 200만 대로, 전 세계 보유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연간 설치량 역시 29만5,000대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20년부터 중국 기업이 출원한 휴머노이드 관련 특허 수도 미국 기업보다 5배나 많다. 이러한 지식재산권(IP) 확보는 신모델 출시 속도를 높이고 제작 비용을 낮추는 핵심 동력이 됐다.
산업 규모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에 따르면 2024년 로봇 산업 매출은 2,400억 위안(약 51조원)에 달했다. 2025년 상반기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8% 늘었고, 산업용 로봇 생산량도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매출 증가 속도가 설치 증가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로봇 산업이 외형 성장을 넘어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방위 정책 지원으로 속도전, 독일도 눈독
중국의 로봇 산업은 미국의 제재로 반도체 확보에선 고전했지만, 하드웨어 분야에선 이미 '기술 자립'과 '공급망 완결성'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산업용 로봇의 국산화율은 '중국 제조 2025'의 목표였던 70%에 도달하지는 못했으나 감속기, 서보 시스템, 컨트롤러 등의 핵심 부품은 국산화율 50% 이상을 기록하며 목표치를 달성했다. 미국과의 패권 경쟁이 중국을 고립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기는커녕, 기술 자립을 가속하는 촉매로 작용한 셈이다.
중국 독주의 배경엔 상업화에 최적화된 국가 전략이 있다. 중국 정부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차세대 핵심 산업으로 지정하고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해 왔다. 현재 중국에는 약 160개의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가 있으며, 핵심 부품 공급 업체 600여 곳을 포함할 경우 로봇 관련 기업 규모만 1만 개에 이른다. 상당수가 설립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은 스타트업이지만, 이들 기업은 동시에 5,000~6,000대 규모의 생산을 수행할 수 있는 체계를 이미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생산 체계는 중국의 압도적인 공급망 경쟁력에서 비롯된다. 중국은 주요 혁신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부품·소프트웨어·완성 로봇 기업을 집적화하며 설계–시험–양산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고 있다. 검증과 상용화 사이 시간을 줄이고, 내수 시장으로 초기 수요를 만들며, 부품 국산화도 병행하는 중이다. 견고하게 구축된 공급망은 생산 속도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제조 비용을 크게 낮추는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규모 자금 유입 역시 산업 확장의 핵심 동력이다. 지난해 기준 중국 로봇 산업에 투입된 투자 규모는 300억 위안(약 6조3,800억원)에 달한다. 중국 로봇 생태계의 ‘오픈소스’와 ‘데이터 축적’ 전략도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요소로 작동하고 있다. 중국은 대표적인 AI 연구기관인 베이징 AI 아카데미(BAAI) 등을 통해 기술 원천을 개방 중이다.
이런 중국의 로봇 굴기는 전통적 제조 강국인 독일의 시선까지 사로잡았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지난달 취임 이후 첫 중국 방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경제사절단과 함께 유니트리를 찾았다. 방중 경제사절단에는 폭스바겐, BMW, 지멘스, 바이엘, 아디다스, 메르세데스-벤츠, DHL, 코메르츠방크 등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 약 30명이 포함됐다. 중국 관영 영문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제조업 강국인 독일의 총리가 촘촘한 일정 속에서 중국 기업의 부품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살펴보는 장면은 3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전했다.

'기술' 넘어 '현장 투입'으로
중국 정부는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 발전' 정책을 통해 2028년까지 1,000개 업종과 100개 세부 업종에 로봇을 전면 도입하겠다는 청사진을 세운 상태다. 그동안 중국 로봇은 춘제(음력 설) 공연 등에서 춤을 추거나 무술을 선보이는 ‘전시용’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은 철저하게 운영 효율에 맞춰져 있다. 갈봇(Galbot)의 자오위리(Yuli Zhao) 최고전략책임자(CSO)는 "고객들이 이제는 로봇이 실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사람의 일손을 덜어줄 수 있는지 실무적인 가치를 묻기 시작했다"며 현장의 관심이 실무적 효용성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산업 현장 투입도 빨라지고 있다. 애지봇과 유니트리는 최근 중국 국영 통신사 차이나모바일(China Mobile)과 총 1,800만 달러(약 260억원) 규모의 로봇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애지봇은 정밀 부품 업체 푸린 프레시전(Fulin Precision) 공장에 약 100대의 로봇을 배치하는 계약도 확보하며 실제 매출 창출 단계에 진입했다. 일부 로봇 선도 기업은 장기적으로 가정용 시장 진입도 준비하고 있다. 저우 빈 푸리에 공동 창업자 겸 부사장은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의 궁극적 성패는 가정으로의 확산 여부에 달려 있다”며 “과거 집집마다 자동차를 구매했듯, 머지않아 모든 가정과 기업 공간에 로봇이 보급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중국 로봇의 화려한 외형 뒤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먼저 로봇의 근육과 뼈대는 중국이 앞서가고 있으나, 두뇌에 해당하는 칩과 인공지능(AI) 운영체제는 미국 기술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현재 대다수 중국 로봇 기업은 엔비디아의 오린(Orin) 칩을 핵심 하드웨어로 채택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로봇이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월드 모델(World Model)’ 구축에 필요한 데이터 확보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다. 언어 모델과 달리 물리적 움직임 데이터는 수집이 어렵기 때문이다. 정밀한 물체 조작 능력, 비정형 환경에서의 오류 복구, 충돌이나 고장 상황에서의 안전성 확보 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특히 고성능 구동계·센서·배터리 조합에 기반한 완전한 자립 보행·조작 능력을 제공하려면 상당한 단가가 필요해, 인건비 대비 경제성이 확보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