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사망→헤즈볼라 지휘부 제거, 반복되는 지도자 타격에 중동 긴장 고조
하메네이 사망→헤즈볼라 지휘부 제거, 반복되는 지도자 타격에 중동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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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 위치·행동·생존 여부 실시간 파악
정보전-심리전 결합 정밀 작전 사례 누적
경계 강화 불구 미사일 공격 대응에 한계

이스라엘이 친(親)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정보 책임자를 제거했다고 밝히면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망 이후 이어지는 중동 지도부 타격 흐름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됐다. 중동 내부적으로도 특정 국가나 단체의 지도자를 직접 겨냥한 공격이 이어지며 반미 성향 세력 지도자 사이에서는 위기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여기에 통신망 교란과 사이버 공격이 결합된 새로운 전장 환경, 실제 공격 사례들이 더해지면서 중동 정치권의 긴장감은 갈수록 높아지는 형국이다.
테헤란 교통카메라 대부분 해킹
3일(이하 현지시각)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보도에 따르면 전날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성명을 통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정보 책임자 등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IDF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대한 공습으로 헤즈볼라 정보 책임자인 후세인 마클라드가 사망했다”며 “그는 이스라엘을 겨냥한 테러를 계획하고 진전시킨 헤즈볼라 고위 지휘관들과 긴밀히 협력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헤즈볼라는 이에 앞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공격으로 사망한 것에 반발해 이스라엘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바 있다.
이스라엘은 이후 공습 범위를 확대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IDF는 같은 날 오후 레바논 민간인에게 대피령을 내린 뒤 베이루트와 남부 지역을 상대로 보복 공습을 진행했고, 헤즈볼라 무기고와 미사일 발사 지점 약 70곳을 타격했다. 에얄 자미르 IDF 참모총장은 “헤즈볼라 무장 해제를 요구한다”며 “레바논으로부터 위협이 제거되기 전까지 작전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국방장관 역시 공습 직후 “헤즈볼라 수장인 나임 카셈 역시 제거 대상”이라면서 “하메네이를 따르는 자는 누구든 하메네이처럼 지옥의 깊은 곳에서 끝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번 작전의 충격은 정보전 차원에서 한층 크게 확산됐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하메네이 암살 계획의 내막’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스라엘의 대외 정보기관 모사드는 테헤란 대부분의 교통카메라를 해킹해 수년간 이란 지도부의 이동 경로와 생활 패턴을 감시해 왔다”고 보도했다. 모사드가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 고위 관료들의 거주지와 이동 경로, 주차 구역 등을 장기간 축적했고, 이를 통해 미 중앙정보국(CIA)이 공격 당일 오전 하메네이가 정확히 몇 시에 집무실로 이동할지, 누가 동행할지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작전 당일에는 통신 체계 교란이 동시에 진행됐다. 모사드는 이동통신 기지국 십여 곳을 교란해 모든 통화가 ‘연결 중’ 상태로 표시되도록 만들었고, 이로 인해 하메네이 경호팀은 경보 전화를 받지 못했다. 그 사이 이스라엘군은 하메네이의 집무실에 폭탄 30발을 투하했다. 하메네이는 피격 직후 숨진 것으로 파악됐으며, 이란 최고위 인사 7명과 가족 및 측근 10여 명도 함께 사망했다. 개별 표적을 추적하는 작업은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의 수작업 분석에 의존했지만, 모사드가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해 알고리즘 기반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표적 추적 속도와 정확도가 크게 높아졌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며 중동 반미 성향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자신 역시 언제든 동일한 방식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급속히 퍼졌다. 개인의 이동 경로와 생활 패턴이 수년간 감시됐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기존 경호 체계나 은신처가 더 이상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여기에 외국 지도자를 직접 제거하는 작전이 최근 들어 급증했다는 점도 우려의 요인이다. 전직 모사드 요원 시마 샤인은 “첩보전이 성공을 반복할수록 더한 것을 원하게 된다”며 “연이은 성공 사례가 강한 유혹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곧 중동 내 다수의 지도자가 정보전과 정밀 타격이 결합된 새로운 방식의 위협에 직면했음을 시사한다.

심리전으로 대응 능력 마비 시도
이처럼 최근 전장에서는 드론·미사일과 같은 물리적 타격 수단이 단독으로 사용되기보다 통신망 교란, 인터넷 차단, 사이버 공격, 심리전이 동시에 맞물린 형태가 일반화되는 추세다. 실제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지난달 28일 이란 전역에서는 수백만 대의 휴대전화로 정체불명의 메시지가 전송됐다. 기도 시간 알림 애플리케이션 ‘바데사바’가 해킹되면서 “도움이 도착했습니다”, “심판의 시간이 왔다”, “무기를 내려놓고 해방군에 합류하라” 등의 메시지가 약 30분 동안 연속 발송됐다. 이는 민간 모바일 플랫폼을 이용한 심리전의 새로운 전형으로 평가됐다.
같은 시각 이란 내부의 디지털 인프라 역시 광범위한 공격을 받았다. 정부 웹사이트와 국영 언론, 인터넷망이 동시에 장애를 일으켰고, 이란은 외부와 단절된 ‘디지털 블랙아웃’ 상태에 빠졌다. 글로벌 인터넷 모니터링 기관 넷블록스에 의하면 평소 100% 수준을 유지하던 이란 인터넷 트래픽은 공습 직후 급격히 하락해 약 1% 수준으로 떨어졌고, 차단 상태는 36시간 이상 이어졌다. 이를 두고 주요 언론들은 “전자전, 디도스(DDoS·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 에너지·항공 인프라 시스템 침투가 결합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조직적 디지털 공격”이라고 앞다퉈 보도했다.
이 같은 방식은 전통적인 군사 공격과는 다른 전술적 효과를 만든다. 통신망과 인터넷이 차단되면 지휘부의 상황 인식 능력은 크게 떨어지고, 방공망이나 반격 작전을 조정하는 명령 체계도 동시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탓이다. 미국 폭스뉴스는 해당 작전의 목적에 대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지휘통제 시스템을 교란하고 드론·탄도미사일 발사 등 반격 능력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라고 짚었다. 물리적 공격이 시작되기 이전 단계에서 이미 상대국의 대응 능력을 마비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는 설명이다.
전장에서 이러한 방식이 확산되는 배경에는 드론과 정밀 타격 무기의 기술적 발전이 자리한다. 드론은 제작 비용이 낮고 장시간 체공하며 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 표적 위치를 지속 추적하는 플랫폼으로 널리 활용된다. 이 과정에서 확보된 위치 정보는 미사일이나 정밀 유도무기와 연동돼 실제 타격으로 이어진다. 미국의 대표적인 장거리 정밀 타격 수단인 전략폭격기 B-2는 레이더에 거의 탐지되지 않는 스텔스 성능을 바탕으로 지중 깊숙이 위치한 시설을 파괴하는 ‘GBU-57 벙커버스터’ 투하 능력을 갖췄다. 이 능력을 바탕으로 B-2는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 당시 이란 방공망을 관통해 포르도 핵시설에 GBU-57 벙커버스터 14발을 투하한 바 있다.
정치 체제 생존 가능성 불투명
중동에서는 지도자 제거가 더 이상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전쟁 양상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최근 수년 동안 이스라엘과 이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사이 충돌 과정에서 지도자 개인을 직접 겨냥한 공격이 이어지며 정치 지도부의 생존 자체가 전장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비교적 최근까지 지도자 제거는 국제사회 전반에서 강한 금기로 간주됐지만, 전장에서는 전략적 표적 제거가 군사 작전의 일부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사망을 꼽을 수 있다.
하니예는 2024년 7월 이란 테헤란을 방문한 직후 피살됐다. 하마스 정치 지도부의 핵심 인사이자, 가자지구 휴전 협상에서도 중책을 맡은 하니예가 숨지면서 외교 협상 환경도 달라졌다. 이를 두고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는 “(휴전을 위한)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정치인 암살과 가자 지구 내 민간인을 향한 공격은 계속되는 상황”이라면서 “한쪽이 다른 쪽의 협상가를 암살하는 상황에서 평화로운 대화나 성공적인 중재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하마스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의 사망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중동 정치에 큰 파장을 남긴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스라엘군은 신와르가 2024년 10월 16일 가자지구 남부 텔 알술탄 지역에서 전투 중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공개된 영상에는 드론이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장면이 포함됐는데, 부상을 입은 신와르 추정 인물이 파괴된 건물 내부에서 의자에 앉아 드론을 향해 지팡이를 던지는 모습이 담겼다. 이후 해당 건물에 탱크 포탄이 발사되면서 영상 속 인물은 사망했다.
지도자를 직접 겨냥한 공격 사례가 이어지면서 중동 각국 지도부는 생존 자체를 중요한 안보 과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번 피살 직전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역시 자신을 포함한 최고 지도부가 암살될 가능성에 대비해 권력 승계 체계를 사전에 정비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군 지휘부와 정부 역할에 대해 4단계 승계 서열을 지정하고, 지도부 인사들에게 최대 4명의 후임자를 미리 지명하도록 지시했다. 이는 지도자 개인의 은신이나 경호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군사 환경 속에서 정치 체제 자체의 생존을 준비하는 단계로 대응 방식이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