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회생 시계 다시 돌았다, 익스프레스 매각에 쏠린 눈
홈플러스 회생 시계 다시 돌았다, 익스프레스 매각에 쏠린 눈
입력
수정
청산보다 회생, 관건은 SSM 분리 매각
복수 원매자 인수 의향, 사업성 평가 변수
규제 완화로 유통 시장 경쟁 환경 변화

법원이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연장하면서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1,000억원의 추가 자금 투입과 경영진 개인 자산 담보까지 내세우며 회생 의지를 분명히 한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핵심 변수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을 꼽았다. 복수의 유통기업이 인수 검토에 나섰던 만큼 매각 성사 여부가 향후 회생 절차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여기에 최근 급물살을 탄 대형마트 새벽배송 규제 완화 논의까지 더해지면서 오프라인 점포망의 활용 가능성도 크게 주목받는 분위기다.
현금 창출력 보유 사업 분리 매각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가결 기간을 오는 5월 4일까지 2개월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른 시일 내 채무자와 주주, 채권자협의회 등이 참여하는 경영정상화 태스크포스(TF) 구성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결정은 주요 자산 매각 등 홈플러스의 구조조정 진행 상황을 추가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법원은 기업형슈퍼마켓(SSM) 사업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 진행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MBK가 1,0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투입하기로 한 점도 고려됐지만, 회생 가능성을 가늠하는 핵심 변수는 익스프레스 매각 여부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법원이 SSM 매각 진행 상황을 주목하는 배경에는 홈플러스 전체 매각이 난항을 겪은 현실이 자리한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6월부터 통매각을 전제로 한 회생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했지만, 반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자금 조달 능력을 갖춘 원매자를 확보하지 못했다. 홈플러스 회생채권 규모가 2조7,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데다, 인수 대금만 1조원가량이 필요하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처럼 통매각이 무산될 조짐을 보이며 기업 청산 가능성까지 대두되는 상황에서 일부 사업을 분리 매각하는 방안은 매우 현실적인 대안이다.
SSM은 대형마트보다 상대적으로 사업 구조가 단순하고 근거리 소비 수요에 대응하는 점포망을 갖춘 사업이라는 점에서 매각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자산으로 평가된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에서 지난해 하반기 오프라인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지만, SSM 매출은 1.8% 증가했다. 실적 또한 견조하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회생 절차 이전인 2024년 3월~11월까지 7,563억원의 매출과 483억원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기록했다. 이는 공통 비용 배분 이전 기준임에도 불구하고 일정 수준의 현금 창출력을 입증하는 지표로 해석됐다.
이 같은 이유로 익스프레스 사업부 분리 매각은 홈플러스 회생 절차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평가된다. 홈플러스 측은 “지금까지 구조 혁신을 통해 인건비 1,600억원 절감과 영업이익 1,000억원 개선 등 일부 성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하며 법원의 회생 절차 연장 결정을 반겼다. 이어 “구조혁신을 완료하고 영업이 정상화될 경우, 2028년에는 영업이익 흑자 전환도 가능하다”면서 “향후 두 달 동안 SSM 사업부 매각 등 남은 과제를 마무리해 정상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일부 원매자 검토 후 철회 사례도
시장의 관심도 뒷받침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은 최소 6곳에 달한다. 복수의 원매자가 홈플러스 측과 비밀유지협약(NDA)을 체결했다는 전언이다.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전 단계에 체결하는 NDA는 이후 투자설명서(IM)를 검토하고 예비입찰 참여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로 이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수 의향을 밝힌 주체들은 운영 여력도 충분한 곳들”이라면서 “인수 검토 단계에서 실질적인 사업 운영 능력을 갖춘 후보들이 나타난 만큼 매각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는 이미 SSM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유통기업들이 거론된다. 매장 수 기준 1위인 GS더프레시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을 비롯해 롯데슈퍼를 보유한 롯데쇼핑, 이마트에브리데이를 운영하는 이마트 등이 잠재적 후보군으로 언급된다. 현재 SSM 점포 수는 GS더프레시 585개, 롯데슈퍼 342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295개, 이마트에브리데이 243개 순이다. 만약 GS리테일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인수할 경우엔 시장 지배력이 크게 강화될 수 있고, 롯데슈퍼가 인수하면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서는 구조가 된다.
다만 실제 인수로 이어질 가능성은 가격과 사업 구조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2024년 처음 매각 논의 당시 시장에서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매각가가 7,000억~8,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홈플러스의 재무 상황을 감안하면 매각 가격이 이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한때 1조원 안팎의 가격으로 뛸 것이란 기대도 있었지만, 지금은 절반 수준의 할인이 아니면 거래 자체가 힘든 상황”이라면서 “일부 원매자는 예비 검토 이후 인수 참여를 접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사업 구조 역시 인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지난해 말 기준 전체 295개 점포 중 직영점이 226개, 가맹점은 69개를 기록했다. 반면 GS더프레시는 직영점 109곳에 가맹점 476곳으로 가맹점 중심 운영 모델이 자리 잡았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운영 방식 차이가 인수 이후 점포 재배치와 인력 구조조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SSM은 시장 변화에 맞춰 점포와 인력을 빠르게 재배치해야 하는데, 직영점 중심의 구조에서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결국 매각 성사 여부는 가격과 사업 구조 조정 가능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과정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다.
합리적 가격 형성 시 인수 후보 확대 전망
이처럼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엇갈린 상황에서 홈플러스 측은 매각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MBK가 1,0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투입하기로 한 데 이어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이 자택까지 담보로 제공하며 회생 절차 연장을 추진한 점 역시 이러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읽힌다. 법원 역시 해당 자금이 연체된 직원 급여와 상거래 채무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MBK는 회생 절차가 폐지되더라도 해당 자금에 대한 상환청구권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회생 절차 유지에 만전을 기울였다.
유통 산업 환경 변화 역시 잠재적 인수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와 정치권이 13년 만에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금지’ 규제를 완화하는 입법을 추진하면서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경쟁 환경이 변화할 가능성 또한 확대됐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새벽 시간(자정~오전 10시) 영업 제한 규제는 밤사이 집품·분류를 전제로 한 배송 서비스의 운영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업계는 해당 규제가 완화될 경우, 대형마트와 SSM이 보유한 점포 기반 물류망이 새벽배송 인프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데 기대를 표했다.
이 같은 변화는 이커머스 기업의 전략에도 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 현재 온라인 유통 비중은 전체 유통업 매출의 54.1%를 차지하며 오프라인을 소폭 앞선 상황이다. 다만 대형마트와 SSM 점포를 합치면 전국 약 1,800여개 거점이 물류 기반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프라인 유통망의 전략적 가치 또한 재평가되는 국면이다. 특히 도심 생활권에 밀집된 근거리 점포망을 한 번에 확보할 수 있는 SSM 거래는 이커머스 기업들에 전략적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서 쿠팡이나 알리익스프레스와 같은 대형 이커머스 기업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인수 후보로 나설 가능성을 제기하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