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전동화로 기울어진 유럽 자동차 시장, 중국차 약진 속 테슬라 입지 위태

전동화로 기울어진 유럽 자동차 시장, 중국차 약진 속 테슬라 입지 위태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수정

인프라 제약에도 유럽 전기차 시장 확대
보조금 조건 강화로 현지 생산 유도 흐름
테슬라 부진 심화→전략 수정 압박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내연기관 의존도가 빠르게 낮아지면서 전동화 전환에도 속도가 붙었다. 변화의 흐름 속에서 중국 브랜드들은 가격 경쟁력과 차급 확장을 앞세워 존재감을 키웠고, 유럽 당국은 산업 보조금 체계를 재설계하며 역내 생산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초점을 이동시켰다. 이처럼 시장이 확대되는 동시에 규칙 또한 재정비되는 가운데, 과거 전기차 확산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테슬라의 영향력은 도리어 약화하는 양상을 보여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中 브랜드 100% 초과 성장률

3일(이하 현지시각)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1월 유럽연합(EU)·유럽자유무역연합(EFTA)·영국 시장에서 배터리 전기차(BEV) 등록 대수는 18만9,062대로 전년 동월(16만5,930대)과 비교해 13.9% 증가했다. 덴마크와 프랑스, 독일이 각각 52.7%와 52.1%, 23.8% 늘며 이 같은 성장세를 견인했다. 반면 휘발유 차량 등록은 전년 대비 28.2% 감소했다. 프랑스는 48.9%, 독일은 29.9% 각각 줄었다. 디젤 차량도 22.3% 감소했다. 그 결과 휘발유와 디젤 합산 점유율은 30.1%로 1년 전 39.5%에서 크게 낮아졌다.

전동화 전환은 단일 차종에 국한되지 않는다. ACEA가 지난해 1~9월 신차 등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하이브리드 전기차(HEV)는 345만 대가 판매돼 시장 점유율 34.8%로 1위를 기록했다. 이는 휘발유·디젤 차량 합계 35.2%에 매우 근접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BEV는 272만 대로 27.3%를 차지했다. 독일과 영국에서 각 38만2,202대, 34만9,414대의 BEV가 등록됐다. 북유럽에서도 노르웨이(96.8%), 덴마크(68.7%), 스웨덴(62.0%), 핀란드(56.6%) 등 대부분 국가에서 전기차 비중이 내연기관차를 앞질렀다. 

눈에 띄는 대목은 중국 브랜드의 약진이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포스의 조사에서 1월 EU·EFTA·영국 내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의 점유율은 7.4%로 집계됐다. 1년 전 4.0%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확대된 수준이다. 비야디(BYD)는 전년 동기 대비 173% 증가한 1만7,630대를 판매했고, 체리자동차는 354% 늘어난 1만7,106대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지리자동차(384%), 링크앤코(183.2%) 등 다수 브랜드가 세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다. 업계는 중국 브랜드의 저가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봤다. 일례로 영국에서는 체리 ‘티고 7’과 BYD ‘씨라이언 5’ 등 차량 가격이 3만 파운드(약 5,900만원) 안팎에 책정돼 동급 폴크스바겐 ‘티구안’ 하이브리드보다 1만 파운드(약 1,900만원)가량 저렴하게 판매 중이다. 

전동화 전환의 확산을 제약하는 요인으로는 충전 인프라가 지목된다. 현재 유럽 전역의 공공 충전 설비는 전기차 13대당 1대 수준에 그쳐 업계가 제시하는 적정 비율인 2~3대당 1대와 비교해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충전 대기시간이나 장거리 이동 시 접근성, 지역 간 인프라 편차가 소비자 선택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노르웨이나 스웨덴처럼 인프라 밀도가 높은 국가와 남유럽·동유럽 일부 지역 간 전기차 보급률 격차가 크게 나타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프라 확충 속도가 전기차 수요 확산의 상한선을 규정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유럽판 IRA’로 지원 체계 개편

일부 병목에도 불구하고 전동화 전환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 잡으면서 유럽은 현지 생산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손보고 나섰다. EU 집행위원회가 발표를 예고한 ‘산업가속화법(IAA·Industrial Accelerator Act)’ 초안에는 ‘메이드 인 유럽(Made in Europe)’ 원칙이 담겼다. 에너지 집약 산업, 탄소중립 기술, 전기차 등을 ‘전략 산업’으로 규정하고, 보조금이나 정부 조달에 참여하려면 일정 비율 이상의 유럽산 부품을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를 제외한 부품의 최소 70%를 역내에서 생산해야 보조금 수령이 가능하다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EU의 정책 전환에는 중국산 전기차의 시장 침투가 영향을 미쳤다. EU는 2024년 10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3%의 관세를 부과했지만, 점유율 상승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았다. 이에 유럽자동차부품공급협회(CLEPA)는 2030년까지 유럽 자동차 부품 산업에서 35만 개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놨다. 이 같은 비관적 전망은 이내 현실로 이어졌다. 유럽에서는 2024년과 2025년에만 10만4,000명 규모의 인력이 자동차 산업 현장을 떠났다. 독일 ZF그룹은 7,000개의 일자리를 줄였고, 보쉬는 모빌리티 부문에서 1만3,000개, 콘티넨탈은 1만 개 이상을 줄였다. 이러한 고용 압박은 역내 생산 요건을 강화하는 명분이 됐다. 

정책 변화는 유럽을 주요 시장으로 삼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에도 변수로 작용한다. 유럽에서 연간 약 110만 대를 판매하는 현대차와 기아는 체코, 슬로바키아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다만 현대차 ‘아이오닉’ 시리즈와 기아 ‘EV’ 시리즈 중 다수 모델은 한국 생산 후 수출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70% 역내 생산 요건이 현실화할 경우, 공급망 재편과 생산 계획 조정이 불가피하다. IAA는 당초 지난달 25일 발표 예정이었으나, EU 내부에서도 그 실현 가능성과 비용 상승 우려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탓에 일정이 연기된 상태다. 

테슬라 브랜드 효과 희석

한편, 과거 테슬라의 주도로 전개되던 전기차 경쟁 구도 또한 빠르게 재편되는 형국이다. 2024년 1월 독일에서 3,152대를 기록한 테슬라의 판매량은 올해 1월 1,301대로 59% 쪼그라들었고, 같은 기간 노르웨이에선 1,108대에서 83대로 93% 급감했다. 네덜란드(1,619대→303대)와 스위스(749대→68대), 스페인(749대→512대), 영국(1,591대→714대) 등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아일랜드나 오스트리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반등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절대 판매 규모가 큰 독일이나 영국, 네덜란드에서의 감소 폭이 워낙 커 일부 시장의 증가세로는 전체 하락을 상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업계는 테슬라의 판매 감소가 전략 적합성에서 비롯됐다는 진단을 내놨다. 유럽 시장은 BEV뿐 아니라 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가 병행 확대되는 구조인데, 테슬라는 순수 BEV 중심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면서 시장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지금과 같이 경쟁이 격화하는 국면에서 제품 라인업이 단순하면, 세부 사양 조정이나 구동 방식 다양화로 대응할 여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유럽 판매가 주춤한 구간에서 테슬라는 가격이나 현지 보조금 요건, 법인 조달 기준에 맞춰 물량을 방어할 ‘중간지대’ 모델을 찾지 못했고, 그 공백은 고스란히 판매량 급감으로 이어졌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브랜드 효과 약화와 현지 경쟁 구도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그간 유럽에서는 전통 완성차 업체들이 전동화 라인업을 빠르게 확장하며 모델·가격대·유통망을 늘려 왔다. 여기에 2020년대 들어서는 중국 브랜드들이 다양한 차급과 공격적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늘렸다. 이처럼 유럽 시장이 소수 브랜드가 주도하는 형태에서 다수 경쟁자가 점유율을 분할하는 다극 구도로 진화하면서 단일 브랜드의 선도 이미지가 판매를 자동으로 견인하던 구도 역시 사실상 해체됐다. 테슬라가 ‘전기차 부문의 선두주자’라는 상징성만으로 프리미엄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배경이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