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외형 축소된 CDS,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춘 해석 기준 필요
[딥파이낸셜] 외형 축소된 CDS,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춘 해석 기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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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S 스프레드, 유동성까지 반영하는 복합 신호 시장 축소·소수 참여 구조 속 가격 왜곡 가능성 상존 단일 지표 의존 벗어나 교차 검증과 해석 기준 정비해야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는 이른바 ‘공포 지수’로 불린다. 불과 몇 베이시스포인트(bp)만 변동돼도 시장이 평가하는 국가와 기업의 신용위험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신호가 형성되는 시장의 기반이 과거보다 크게 축소됐다는 점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CDS 시장의 명목잔액은 9조 달러(약 1경3,300조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60조 달러(약 8경8,700조원)를 웃돌던 규모와 비교하면 7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시장 외형 축소가 부른 가격 왜곡
시장 규모는 축소됐지만 CDS 스프레드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각국 중앙은행 보고서와 리스크 점검 자료에서 이 지표를 제외하고 신용위험을 논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시장이 외형상 안정적으로 작동한다고 해서 그 가격이 항상 실질적 위험을 정확히 반영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거래 제약, 유동성 여건, 참여자 집중 구조 등이 가격 형성에 개입하기 때문이다. 특히 스프레드에 채무 불이행 가능성뿐 아니라 유동성 프리미엄까지 함께 반영될 경우 정책 당국과 시장 참여자의 판단은 왜곡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표 자체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해석할 정밀한 기준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된다.
CDS의 구조는 비교적 단순하다. 투자자가 일정한 프리미엄(보험료)을 지급하고,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손실을 보전받는 체계로 설계돼 있다. 이 프리미엄이 곧 CDS 스프레드다. 이론적으로는 차입자의 재무 상태와 상환 능력에 대한 정보를 가진 다수의 투자자가 시장에 참여해 위험을 평가하고, 그 집합적 판단이 가격에 반영된다. 참여자가 충분하고 경쟁이 활발한 환경이라면 스프레드는 해당 차입자의 실제 신용위험 수준에 근접해 형성되는 것이 정상적인 시장의 모습이다.
하지만 현실의 CDS 시장은 이상적 구조와 거리가 있다. 거래는 여전히 소수의 대형 투자은행과 시장조성자에 편중된 양상을 보인다. 이들이 보유 물량을 조정하거나 위험 관리 전략을 변경할 경우 스프레드는 즉각 반응한다. 기초 자산의 신용도에 뚜렷한 변화가 없더라도 이들의 포지션 재편 과정에서 가격이 급등락할 수 있는 구조다.

CDS 시장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
이 같은 소수 참여자 중심의 시장 구조는 가격 왜곡을 낳고, 만성적인 유동성 문제로 이어진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CDS 스프레드에는 ‘유동성 프리미엄’이 포함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실질적인 채무 불이행 위험 확대에 따른 보상이라기보다 자산을 즉시 현금화하기 어려운 환경에 대한 대가에 가깝다. 그 결과 기초 자산의 신용등급에 변화가 없더라도 거래 여건이 악화되면 스프레드만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유럽시스템리스크위원회(ESRB)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금융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소수 참여자 중심의 CDS 시장은 유동성이 급격히 위축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가격 변동성은 내재 가치 대비 과도하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정책 당국으로서는 스프레드 급등이 실제 채무 불이행 위험의 상승을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 시장 마찰에 따른 현상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여기에 규제 강화로 시장 규모까지 축소되면서 구조적 한계는 더욱 두드러졌다. 금융회사들이 상호 파생상품 계약을 정리하며 잔존 규모를 줄인 결과, 시스템 리스크가 완화됐지만 거래가 줄어들면서 시장이 적정 가격을 형성하는 힘도 약해졌다. 거래 1건이 시세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자, 스프레드의 변동성은 확대됐고 신호의 선명도도 떨어졌다.

시장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
그렇다고 CDS의 기능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CDS는 여전히 신용위험을 헤지하고 시장의 위험 신호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결국 스프레드가 담고 있는 신호의 신뢰도를 어떻게 제고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따라서 시장의 투명성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거래 정보가 감독 당국에만 머물 경우 가격 형성의 배경을 시장이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 거래량과 참여자 구성 등 주요 집계 정보가 적시에 공개돼야 스프레드 변동의 맥락을 읽어낼 수 있다. 동시에 소수 대형 은행에 집중된 구조를 완화하고 기관투자가와 비은행 유동성 공급자의 참여를 확대해 가격에 반영되는 정보의 다양성을 높여야 한다.
중앙청산소(CCP)의 증거금 운용도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때 증거금을 일률적으로 인상하면 참여자는 포지션을 축소하거나 청산하게 되고, 이는 스프레드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변동성이 변동성을 키우는 구조가 형성된다. 따라서 유동성 여건을 고려한 탄력적 운용 체계가 마련되어야만, 가격이 일시적 수급 불안에 휘둘리지 않고 실질적 신용 여건을 투영하는 지표로 기능한다.
금융 현장과 정책에서도 시각의 재정비가 요구된다. CDS 스프레드를 교과서적 모형에만 기대 해석할 경우 시장의 실제 작동 방식을 간과할 우려가 크다. 시장조성자의 포지션 변화, 규제 환경의 변동 등 미시적 요인이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함께 점검해야 한다. 정책 당국 역시 CDS를 단일 지표로 활용하기보다 채권시장 흐름, 기업 재무 상태, 유동성 지표 등과 교차 검증해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일시적 시장 왜곡을 구조적 신용위험 변화로 오인하는 오류를 줄일 수 있다.
결국 CDS 스프레드는 순수한 신용위험 지표라기보다 시장의 수급 상황과 제도적 요인이 함께 반영된 결과물이다. 금융 당국은 이를 단독 지표로 신뢰하기보다 채권 금리, 기업 재무 건전성, 유동성 지표 등과 교차 점검해 신호의 성격을 가려내야 한다. 복잡한 금융 시스템에서 ‘신호’와 ‘소음’을 구분하는 힘은 숫자 자체에 있지 않다. 가격이 형성된 배경과 시장의 작동 방식을 함께 읽어내는 정교한 해석의 틀에서 나온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en the Signal Is Noisy: Rethinking CDS Market Efficiency in Modern Financial Markets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