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성장해도, 무너져도 문제" 이중 리스크에 휘청이는 사모신용 시장, 환매 급증·주가 추락
"AI 성장해도, 무너져도 문제" 이중 리스크에 휘청이는 사모신용 시장, 환매 급증·주가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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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신용 시장 불안 확산, 투자자 자금 이탈 본격화 AI 산업 급성장 속 사모대출 포트폴리오 리스크 부각 줄줄이 미끄러지는 사모펀드 운용사 주가, 업계 내부서도 '경고음'

사모신용 시장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눈에 띄게 가중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의 급성장으로 소프트웨어(SW) 업계 성장 둔화 및 AI 거품(버블) 붕괴 우려가 동시에 불거진 가운데, 개인 투자자 의존 등 사모대출 특유의 구조적 약점까지 재조명되며 주요 투자 회사들의 사모대출 펀드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양상이다.
쏟아지는 사모대출 펀드 환매 요청
3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블랙스톤은 최근 자사 대표 사모대출 펀드(BCRED) 지분의 7.9%에 달하는 환매 요청을 수용했다. 총 38억 달러(약 5조6,000억원) 규모의 환매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분기별 환매 한도를 펀드 전체 지분의 5%에서 7%로 확대하고, 블랙스톤 임직원 펀드가 추가로 지분을 매수해 지분 0.9%에 해당하는 환매 요청에 대응했다는 전언이다. 고위 리더 25명 이상이 BCRED에 1억5,000만 달러(약 2,200억5,000만원)를 투입했고, 2억5,000만 달러(약 3,667억5,000만원)의 회사 자본도 활용됐다.
블룸버그는 블랙스톤의 환매 사례가 “대규모 자금 이탈 사태에 직면한 (사모신용) 업계의 불안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실제 최근 사모신용 시장 내에서는 자금 이탈 흐름이 꾸준히 이어지는 추세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에서 발생한 환매 요청은 자그마치 29억 달러(약 4조2,540억원)로 직전 분기 대비 200% 급증했다. 지난달에는 블루아울이 운영 중인 사모대출 펀드 중 하나인 ‘블루아울 캐피털코프 II(OBDC II)'의 환매를 영구 중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1~9월 기준 OBDC II에 대한 환매 요구액은 1억5,100만 달러(약 2,215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사모신용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핵심 원인으로는 AI를 중심으로 한 기술 산업의 격변이 꼽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기술·AI 관련 채권 발행 규모는 9,900억 달러(약 1,430조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7,100억 달러(약 1,020조원)에서 28%가량 증가한 수치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자금 대부분이 AI 인프라 구축에 투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 역시 올해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자금 수요가 1조5,000억 달러(약 2,160조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 인프라를 선점하기 위한 자본 집약적 경쟁이 본격화한 셈이다.
AI 산업發 리스크 심화
문제는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이 같은 AI 산업의 매서운 성장세를 두려워한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 기업이 AI 기업과의 경쟁에서 패배하면 이들에 막대한 자금을 내어준 사모신용 펀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통상적으로 사모신용 포트폴리오에서 정보기술(IT) 및 소프트웨어 기업은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랙스톤 BCRED의 경우 포트폴리오의 25%가 소프트웨어 기업 대출이다. 글로벌 금융 기업 UBS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AI로 인해 기업 환경이 급변하면 사모신용 시장 부도율이 최대 15%까지 높아지며 통상적인 수준을 웃돌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반대로 AI를 둘러싼 과잉 투자 및 수익성 논란이 확산하며 AI 거품이 붕괴할 시에도 다수의 사모펀드가 손실을 떠안게 될 수 있다.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AI 인프라 사업에 사모대출 자금이 대거 투입됐기 때문이다. 메타의 경우 지난해 8월 미국 루이지애나주 하이페리온 AI 데이터센터 건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총 290억 달러(약 42조5,430억원, 대출 260억 달러·지분 30억 달러) 규모의 사모자본 패키지를 확보했다. 해당 거래에는 핌코, 블루아울, 모건스탠리가 참여했다. 코어위브 역시 2024년 5월 약 75억 달러(약 11조원) 규모의 사모대출을 조달해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라우드 인프라 확장에 나섰다. 해당 거래는 블랙스톤이 주도하고 마그네타르가 공동 투자자로 참여했으며, 칼라일, 블랙록, 디지털브리지 등도 대주단에 포함됐다.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AI 거품 붕괴가 더 이상 막연한 '가정'이 아니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재 AI 시장은 기술 발전 한계에 봉착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도 AI 모델의 성능을 대폭 개선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이처럼 투입 대비 성과가 줄어들면 수익 창출 구조는 자연히 휘청일 수밖에 없다. JP모건은 지난해 11월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예상된 AI 투자가 연 10% 수익률을 내려면 연간 추가 매출 6,500억 달러(약 957조원)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구글 1년 전체 매출의 두 배에 달하는 액수다. 지난해 8월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산하 연구조직 ‘난다(NANDA) 이니셔티브’는 AI에 투자한 기업 95%가 전혀 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구조적 불확실성도 재조명
사모대출의 구조적 리스크 역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연기금과 보험사의 자금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 막대한 현금 동원력을 갖춘 개인 자산가들로 눈을 돌린 상태다. 시장에서는 블루아울의 OBDC II와 같이 개인 투자자를 주 타깃으로 설정한 사모대출 상품들이 쏟아져 나왔고, 이는 운용자산(AUM)의 비약적인 성장을 견인했다.
문제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특성'에 있다. 사모대출은 투자자가 만기까지 높은 변동성과 리스크를 감내해 줄 것이라는 전제하에 성립되는데, 주식과 채권 거래에 익숙한 개인 투자자들은 시장 상황이 악화할 시 언제든 자산을 처분하고 발을 빼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들이 사모대출에 투자할 시 위기 상황 속 변동성을 감수하기보다는 즉각 환매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사모펀드가 빌려준 대출 채권은 단기간 내 현금화가 어려운 만큼, 대규모 환매 요구가 빗발칠 경우 운용사는 자산을 헐값에 매각하거나 환매하는 등 ‘유동성의 덫’에 빠질 수 있다.
이러한 복합적 리스크 속 사모펀드 운용사 주가는 줄줄이 하향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블루아울(-32.92%), 블랙스톤(-30.15%),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26.96%), 아레스매니지먼트(-32.27%) 등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30%가량 급락한 상황이다. 업계 내에서도 경고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는 중이다. 앞서 '월가의 황제'로 꼽히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사모대출 시장의 부실과 관련해 "바퀴벌레 한 마리가 보인다는 것은 더 많은 바퀴벌레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으며, '신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CEO 역시 사모대출이 '쓰레기 대출'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