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덮친 소멸 쇼크” 인구 5년 새 2.5% 증발, 지방 빈집 대란 속 금융권도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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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인구 5년 새 309만 명 뚝, 감소 더 빨라져 14세 이하 11.2%, 65세 이상 29.4% 고령화 지방 부동산 시장 냉각, 은행 수익 기반도 약화

일본의 총인구가 최근 5년 사이 310만 명 가까이 줄어드는 등 인구 감소 속도가 최악의 수준으로 가팔라졌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맞물린 인구 감소는 지방의 주거 수요 붕괴와 빈집 증가를 촉발했고, 이는 부동산 가치 하락과 지방 은행의 건전성 악화 우려로 연결되고 있다. 인구 감소가 사회 문제를 넘어 자본 시장과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전쟁 때보다 심각한 상황, 일본 덮친 '소멸 쇼크'
4일 일본 총무성의 ‘2025년 국세조사 인구 잠정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총인구는 1억2,304만9,524명으로 나타났다. 5년 전인 2020년 조사 때보다 309만6,575명(2.5%)이 감소한 수치로, 1920년 인구 센서스를 시작한 이후 최대 낙폭이다. 20세기 이후 일본에서 인구가 5년간 300만 명 이상 자연 감소한 것은 태평양전쟁(1941~1945년) 이후 처음으로, 당시 군인 약 200만 명과 민간인 100만 명 등 300만 명이 사망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태평양전쟁과 비슷하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당시 5년 만에 300만 명이 사망한 것은 전쟁이라는 사건으로 인한 일시적 충격이었지만, 현재 일본의 인구 감소는 구조적 악순환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태평양전쟁이 끝난 후 급속한 경제 회복과 함께 베이비붐을 맞아 총인구가 15.3% 증가하며 반등세로 돌아섰으나, 현재 일본은 저출산과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한 번 시작된 감소 추세가 스스로를 강화하는 형태로 굳어지고 있다.
실제로 일본 인구의 감소세는 점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일본 인구는 2010년 1억2,805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5년 조사(2010~2015년)에서 처음으로 감소로 돌아섰다. 당시 감소율은 0.7%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2.5%를 기록했다. 5년 만에 감소세가 약 3배가량 빨라진 셈이다.
악순환의 중심에는 급격한 고령화가 있다. 이번 조사에서 14세 이하 청소년 인구는 전체의 11.2%에 그쳤지만, 65세 이상 고령층은 29.4%에 달했다.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고령층인 셈이다.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이 5,977만8,826명, 여성이 6,327만698명이었으며, 여성 100명당 남성 수를 뜻하는 성비는 94.5를 기록했다. 출산 가능 연령대 인구 자체가 빠르게 줄면서 새로 태어나는 아이보다 세상을 떠나는 고령자가 많아지고, 그 결과 자연 감소가 더욱 가속화되는 구조가 자리 잡은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출산을 담당할 세대가 얇아지기 때문에, 특별한 반전 요인이 없는 한 감소 폭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빈집만 900만 채, 정원 딸린 목조주택이 100만 엔에 거래되기도
이 같은 인구 감소는 고스란히 자본시장 충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30년간 전체 인구가 감소하면서 일본 지방 도시에서는 고령화와 청년층 유출로 주거 수요가 붕괴됐다. 이 탓에 빈집은 빠른 속도로 늘어났고 생활 인프라도 약화됐다. 총무성의 ‘주택·토지 통계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의 빈집은 900만2,000채로 집계됐다. 전체 주택의 13.8%에 해당하는 규모로, 빈집 수와 비율 모두 역대 최고치다. 일본은 5년마다 빈집 실태를 조사하는데, 2018년 849만 가구(전체의 13.6%)에서 5년 새 약 50만 가구가 늘었다.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2033년에는 빈집 비율이 27.3%까지 확대할 전망이다.
일본에서는 특히 고령화가 높은 지역일수록 빈집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짙다. 고령의 주택 소유자 사망 이후 상속된 주택이 빈집으로 방치되면서 지방의 빈집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실제 2020년 일본 국토교통성의 빈집 소유자 실태조사를 보면, 빈집을 소유하게 된 사유로 ‘상속’(54.6%)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일본 정부는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해 2015년 ‘빈집 등 대책 추진에 관한 특별조치법(빈집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안전·위생 측면에서 위험하거나, 주변 경관을 현저하게 훼손하는 상태의 건물을 지방정부가 ‘특정 빈집’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특정 빈집’ 소유자에게 지도·권고·명령 등의 단계적 조치가 취해질 수 있게 했는데, 만약 소유자가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소유자는 철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없다면 토지가 공매로 넘어갈 수 있다. 따라서 건물 소유자는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건물을 매각하는 등 방안을 찾아야 한다. 최근 일본 지방에서 빈집 매물이 빠르게 늘어난 것도 이런 제도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일부 지방에서는 정원이 딸린 목조주택이 100만 엔(약 950만원) 이하에 거래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호주 시드니의 작은 원룸 한 채 가격이면 일본 시골집 여러 채를 사고도 남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담보가치 흔들리는 지방 경제, 은행권으로 번지는 인구 충격
우려되는 부분은 지방 부동산 가치 하락이 금융권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이다. 지방 주택이 거래 가능한 자산에서 관리 비용을 수반하는 부채성 자산으로 변질될수록, 그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취급해 온 지역 금융기관의 건전성에도 압력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일본의 인구 감소가 지방 공동화와 빈집 증가를 거쳐 금융권 리스크로 전이되는 경로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일본 지역은행들은 지방 경제와 밀착된 대출 구조를 갖고 있다. 지역 중소기업과 가계, 부동산 담보대출이 영업 기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지역 인구 감소는 곧 예금 기반 약화와 대출 수요 둔화, 담보가치 하락을 동시에 유발한다. 젊은 세대가 빠져나간 지방에서는 신규 주택 수요가 줄고, 고령층 사망 이후 상속 주택이 시장에 쏟아지며, 은행이 담보로 잡은 부동산의 회수 가능성도 낮아진다.
일본은행(BOJ)도 이를 금융안정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금융시스템 보고서에서 은행권의 부동산 관련 대출 증가세를 주요 점검 대상으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일본 금융시스템 전반이 충분한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부동산 가격 변동과 차주 부실 확대, 금리 환경 변화가 맞물릴 경우 은행권 수익성과 자산건전성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일본 금융시스템 평가에서 지역 금융기관의 수익 기반 약화를 취약 지점으로 짚었다. 일본 금융권은 대형은행과 보험사를 중심으로는 충격 흡수 여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방 금융기관은 인구 감소와 저성장, 제한적인 수익 다변화로 구조적 압박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역은행의 부담은 담보가치 하락에서 끝나지 않는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서는 기업의 매출 기반도 약해진다. 소비 인구 감소가 상권 침체를 부르고, 상권 침체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상환능력 저하로 이어지는 식이다. 부동산 담보의 가치가 낮아지는 동시에 차주의 현금흐름까지 약화되면, 은행은 대손충당금을 더 많이 쌓아야 하는데, 이는 대출 여력 위축과 지역 신용경색으로 연결된다. 이미 일본 은행권은 1990년대 부동산 버블 붕괴 당시 담보가치 하락과 부실채권 누적으로 장기 침체의 한 축을 형성했다. 현재 지방 빈집 문제는 당시의 투기적 버블 붕괴와 성격이 다르지만, 부동산 가치 하락이 은행 대차대조표에 부담을 준다는 금융 메커니즘은 유사하다.
다만 빈집이 증가하는 이유를 고령화만으로 설명하긴 어렵다. 일본 부동산 연구기관들은 현재의 빈집 급증 현상 배경에 수십 년간 누적된 주택 공급 확대가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일본은 고도성장기 이후 지속적으로 신규 주택 건설이 이뤄졌고, 신축 주택 선호 문화가 정착되면서 기존 주택의 자산가치가 빠르게 하락했다. 그 결과 인구 감소가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상당수 지방에서는 주택 재고가 수요를 웃도는 상황이 형성됐다. 실제 일본 총무성 통계를 보면 전체 주택 수는 가구 수를 크게 상회하는 상태가 장기간 이어져 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 지방 곳곳에서 나타나는 빈집 증가는 인구 감소의 결과인 동시에 과거 공급 확대 정책이 남긴 후유증이라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