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1천억 달러 오일 머니 ‘AI 인덱스 전략’ 가동, 기술 패권 판 흔드는 중동 자본

1천억 달러 오일 머니 ‘AI 인덱스 전략’ 가동, 기술 패권 판 흔드는 중동 자본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이시호
Position
선임기자
Bio
[email protected]

세상은 다면적입니다. 내공이 쌓인다는 것은 다면성을 두루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내공을 쌓고 있습니다. 쌓아놓은 내공을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

수정

글로벌 자본과 공동 움직임, 전략적 분산 투자
'AI 자금 허브' 위상 강화, 빅테크 발걸음 이끌어
美-中 기술 패권 경쟁 새로운 변수로 급부상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부 자본을 등에 업은 MGX가 오픈AI·앤스로픽·xAI 등 주요 인공지능(AI) 기업 지분을 쓸어 담으며 업계 투자 지형을 흔드는 모습이다. 운용자산 145조원 이상을 목표로 한 전방위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중동 자본은 재무적 투자자(FI)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 AI 생태계의 핵심 축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UAE·사우디아라비아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과 미·중 기술 경쟁까지 맞물리며 AI 패권 구도에도 새로운 변화가 감지된다. 

이례적인 다중 지분 투자 방식

19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MGX는 운용자산(AUM) 1,000억 달러(약 145조원) 이상을 목표로 다수의 AI 기업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부다비 국부펀드와 UAE 대형 기술 기업 G42가 손을 맞잡은 기술 전문 투자사 MGX는 오픈AI의 챗GPT 출시 이후 본격화한 AI 패권 경쟁에 대응한다는 취지에서 설립됐다. 수장은 아부다비 통치자의 동생이자 UAE 국가안보보좌관인 셰이크 타눈 빈 자예드 알 나흐얀으로, 아부다비 국부펀드 자금과 월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 중이다.

MGX의 투자는 오픈AI, 앤스로픽, xAI 등 상장 가능성이 거론되는 주요 생성형 AI 기업 다수의 지분을 두루 확보한다는 점에서 전통적 벤처캐피털(VC) 관행과는 차이를 보인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MGX는 특정 기업에 집중 투자하기보다 투자 경로를 다양하게 열어두는 전략을 택했다”면서 “이는 일종의 ‘지수형 전략’으로, 투자처 가운데 최소 한 곳은 승자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 기반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실리콘밸리에서도 경쟁 스타트업에 대한 중복 투자는 기피 대상으로 분류되는 만큼, MGX의 이 같은 행보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분류된다.

MGX는 이달 초 앤스로픽의 신규 투자 라운드에 JP모건체이스 등과 공동 리드 투자자로 참여했으며, 이에 앞선 작년에는 오픈AI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AI에도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자금 집행 규모도 공격적이다. 알리 오스만 MGX AI 투자 책임자는 “생성형 AI 시장은 향후 5년 내 7,000억 달러(약 1,015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관측하며 “오픈AI는 소비자 시장, 앤스로픽은 기업 시장, xAI는 로보틱스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 등 저마다의 매력 포인트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평가는 MGX 분산 투자에 일종의 명분을 부여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확장세는 비단 소프트웨어에 국한되지 않는다. MGX는 블랙록과 함께 400억 달러(약 58조원) 규모 데이터센터 기업 얼라인드 데이터센터스(Aligned Data Centers) 인수 거래에 참여했고, 300억 달러(약 43조원) 규모 AI 인프라 펀드 조성에도 관여했다. 또 실버레이크와는 칩 제조사 알테라(Altera) 거래에 공동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AI 모델과 반도체, 데이터센터로 이어지는 전방위 자금 배치는 글로벌 AI 공급망 전반에 대한 영향력 확보 전략으로 읽힌다. MGX 관계자는 “(우리는) 엄격한 리스크 관리 구조를 갖췄다”고 강조하며 “시장 내 입지와 장기 계약, 개발사 신뢰도 등 실체가 명확한 자산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거대 자본 접근 행렬

AI 산업의 패권 경쟁이 알고리즘 성능을 넘어 자본과 전력, 인프라 전반으로 확장되면서 글로벌 빅테크의 발걸음도 대규모 연산 자원과 현금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중동으로 집중되고 있다. 생성형 AI 모델 고도화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수급과 데이터센터 확장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력을 갖춘 국부 자본은 사실상 필수 조건으로 부상했다. 이는 단순한 재무 투자 유치 차원을 넘어 인프라 동맹을 동반한 자금 확보 경쟁이 본격화한 양상을 띤다.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오픈AI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하반기 UAE를 방문해 최소 500억 달러(약 72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 유치를 논의했다. 해당 라운드는 올해 1분기 중 마감될 예정이며, 성사될 경우 오픈AI의 기업가치는 최대 8,300억 달러(약 1,2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오픈AI는 이에 앞서 지난해 3월 소프트뱅크 주도로 400억 달러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에는 66억 달러(약 9조 5,000억원) 규모의 구주 매각을 진행한 바 있다. 

기술 윤리를 강조해 온 앤스로픽도 자본 확충 흐름에 합류했다. 앤스로픽은 올해 초 300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 G 라운드를 통해 기업가치를 3,800억 달러(약 550조원)로 끌어올렸다. 이는 지난해 3월 시리즈 E 당시 인정받았던 615억 달러(약 89조원) 대비 5배 이상 상승한 수치다. 이번 라운드에는 싱가포르 국부펀드(GIC)와 MGX가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내부 임직원에게 공유한 메모에서 “중동에는 1,000억 달러 이상의 거대한 자본이 존재한다”며 “우리가 기술 최전선에 머물고자 한다면, 이 자본에 접근하는 것은 매우 큰 이점이 된다”고 밝혔다. 

중동은 투자자를 넘어 인프라 거점으로도 부상했다. 사우디는 국제 IT 콘퍼런스 ‘LEAP 2025’에서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를 통해 AI 칩 스타트업 그록에 15억 달러(약 2조1,000억원)를 투자하고, 동부 해안 도시 담맘에 세계 최대 규모 AI 추론 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고 발표했다. UAE G42 역시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2029년까지 152억 달러(약 22조원)를 투입해 아부다비에 5기가와트(GW) 규모 AI 캠퍼스를 조성하는 계획을 구체화했다. 이처럼 적극적인 행보와 정책 지원에 기반한 집행 속도는 중동 자본을 글로벌 AI 기업의 인프라 확장 전략에서의 ‘핵심 재원’으로 부상시켰다.

데이터 처리 주권 이동 가능성

업계는 미국과 중국의 양강 구도로 압축된 AI 패권 경쟁에 중동 자본과 인프라가 본격적으로 가세하면서 글로벌 기술 질서 또한 재편되는 국면에 진입했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클라우드 중심 생태계와 중국이 내세운 저가 대량 생산 기반 전략 사이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며 다층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는 판단이다. 현재 중동은 자본과 전력을 결합한 제3의 축으로 부상하면서 중장기 시장 지형을 바꿀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중동과의 협력을 통해 주도권을 공고히 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5월 미국 정부는 중동에 대한 AI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는 ‘AI 확산 규칙’을 전면 폐지했고, 비슷한 시기 이뤄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는 일론 머스크(xAI), 젠슨 황(엔비디아), 리사 수(AMD) 등 주요 빅테크 수장들이 동행했다. 이 자리에서 엔비디아는 사우디 국부펀드 소유 AI 기업 휴메인 프로젝트에 AI 서버 ‘GB300’ 1만8,000장을 공급하고, 향후 5년간 수십만 장을 추가 제공해 500MW 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선 중국은 비용 효율성과 공급망 장악력을 앞세웠다. CNBC는 로리 그린 TS롬바드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를 인용해 “지금까지 미국이 누려 온 기술과 AI 분야의 독점권이 이미 중국에 의해 파괴됐다”고 짚으며 “앞으로 5년에서 10년 뒤에는 세계 인구의 상당수가 미국산 기술이 아닌 중국 기술 스택 위에서 생활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역시 별도 인터뷰에서 “중국의 AI 모델은 서방보다 불과 몇 개월 정도 뒤처져 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중동의 움직임은 이러한 경쟁 구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시장조사기관 TRG 연구에서 미국은 엔비디아 ‘H100’급 AI 칩 3,970만 개 수준 연산 능력으로 글로벌 AI 인프라 규모 1위를 차지했다. UAE는 2,310만 개, 사우디는 720만 개 수준으로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전력 용량 기준으로도 UAE는 6,400메가와트(MW), 사우디는 2,400M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며 중국(289MW)을 크게 상회했다. 이는 곧 데이터 처리 주권과 AI 모델 학습 거점의 재편 가능성을 내포한다. 중동 자본과 인프라가 미국의 확장 전략에 힘을 보탤지, 아니면 중국의 저가·대량 전략이 신흥국을 흡수하며 별도 생태계를 확대할지에 따라 향후 AI 표준의 향방이 갈릴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이시호
Position
선임기자
Bio
[email protected]

세상은 다면적입니다. 내공이 쌓인다는 것은 다면성을 두루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내공을 쌓고 있습니다. 쌓아놓은 내공을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