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지연 전술에 군사카드 꺼낸 미국” 美-이란 호르무즈서 또 교전, 종전 협상 다시 안갯속
“이란 지연 전술에 군사카드 꺼낸 미국” 美-이란 호르무즈서 또 교전, 종전 협상 다시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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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휴전에도 3일 만에 또 폭격 혁명수비대도 미군 추가 공습 반격 호르무즈·이란 제재·핵물질 입장 원점

이란 전쟁 종식을 위한 막판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휴전이 사실상 붕괴했다. 미군은 이란 남부 군사 기지를 두 차례에 걸쳐 공습했고,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역시 미국 공군 기지를 공격하는 등 반격에 나서면서 협의가 다시 난항에 빠진 모양새다. 국지적 충돌이 재현된 만큼 종전 협상도 다시 안갯속으로 들어가게 됐다.
美 이란 공격 재개 vs 이란도 보복
28일(이하 현지시간)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에 따르면 혁명수비대는 이날 인근의 미 공군 기지를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혁명수비대는 성명에서 "침략이 무응답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엄중한 경고를 적에게 보낸다"며 "모든 책임은 침략자가 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외무부도 미국의 공습이 휴전 위반이라며 "이란은 국제연합(UN) 헌장에 따라 영토와 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혁명수비대는 구체적인 공격 장소를 명시하지 않았으나, 쿠웨이트 소재 미군 기지를 목표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쿠웨이트군은 X에 "방공망이 현재 적의 미사일 및 드론 공격을 막아내고 있다"며 "적의 공격을 요격하는 과정에서 폭발음이 들리는 중"이라고 알렸다.
이란의 반격은 앞서 두 차례 미국이 이란 남부 지역을 공습한 데 따른 보복 조치다. 이란 반관영 메흐르통신은 28일 오전 1시 30분쯤 남부 항구도시 반다르아바스에서 세 차례 폭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는데,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군은 병력과 상업교통에 위협이 되는 드론 여러 대를 격추하고 관련 군사시설을 겨냥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 25일에도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이란 선박 등에 소규모 공습을 했으나 당시는 미군이 “자위권 행사 차원”이라며 의미를 축소했고, 이에 이란군도 즉각 대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관리하는 이란의 핵심 항구를 공격한 데 이어 이란군도 즉각 반격에 나서며 긴장감이 다시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양측의 무력 사용은 외교적 해결이 난관에 봉착한 가운데 이뤄졌다. 미국과 이란은 현재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놓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핵심 쟁점에서는 여전히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이 협상을 지연시키며 시간을 벌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란은 제재 완화와 안전보장 문제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협상 교착이 장기화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경고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백악관에서 주재한 내각회의에서 “지금까지는 우리가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며 “합의가 안 되면 그냥 일을 끝내야 할 것(finish the job)”이라고 밝혔다. 종전 협상을 이어가지 않을 수 있다고 암시한 것이다.
호르무즈 통제 둘러싸고 이견
종전 협상에 대한 양측 이견은 충돌 전부터 드러났다. 27일 이란 국영 IRIB방송이 보도한 미국·이란 간 합의 초안을 두고 백악관이 X를 통해 "완전히 날조(complete fabrication)된 것"이라고 반박하면서다. '이슬라마바드 MOU'로 명명된 초안에는 △미군 철수 △한 달 안의 상업 선박 통행 허용 △군함 제외 △이란과 오만의 통항 결정권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전후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놓지 않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IRIB방송은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부과된 '서비스 요금 부과'는 계속된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인접국 오만과의 협조 아래 해협을 오가는 항로를 지정·관리할 것이라는 부연설명과 함께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내각회의 중 언론과의 질의응답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수역이며 누구도 통제하지 못한다"고 일갈했다. 이란이 협력 대상으로 지목한 오만을 향해서는 "다른 국가들과 동일하게 행동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그들(오만)을 날려버릴 것이라는 걸 (오만 스스로) 알고 있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이란을 향한 경제 압박 수위도 끌어올렸다. 27일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료 수취를 위해 설립한 페르시아만해협청(PGSA)과 이에 협력하는 모든 인사·단체를 '특별지정국민 및 차단대상'(SDN)에 추가했다. SDN은 OFAC 관리하는 제재 명단으로, 국제 경제 제재 또는 관련 보안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개인 또는 단체를 대상으로 한다. 이 명단에 포함되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과의 거래가 전면 금지된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란이 페르시아만해협청 설립으로 글로벌 해상 무역을 갈취하려 한다며 "이란 군부의 이런 시도는 (미국의) '경제적 분노(Economic Fury)' 조치에 따른 이란의 자금난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을 경제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경제적 분노 작전을 통해 최근 이란산 원유의 대중국 수출을 지원한 개인과 기업(11일), 이란의 그림자 금융 관련 기업(19일)에 대한 제재를 부과한 바 있다. 페르시아만해협청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관리하겠다며 최근 설립한 기관으로, 지난 20일 '통제 해상 구역'을 발표한 상태다. 특히 해협청은 통항 승인 과정에서 선박당 최고 200만 달러(약 30억원)에 달하는 통행료를 부과하려 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레드라인’을 재확인하며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동결자산 해제·핵 논의 여부도 엇갈려
양국은 다른 주요 쟁점에서도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의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면 대(對)이란 금융 제재를 풀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내각회의 직전 P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HEU) 포기만으로는 금융 제재를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고, 내각회의 도중에는 "제재 완화나 자금 지원에 대해 대화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이란 협상단은 미국에 240억 달러(약 36조원) 규모의 동결 자산 해제는 물론, 절반인 120억 달러(약 18조원)는 미국과의 MOU가 체결되는 즉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타스님은 28일 "미국이 이러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협상단 측 관계자 발언도 전했다.
이란의 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견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각회의에서 취재진에게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며 장기화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그는 이란이 보유한 농축 농도 60%의 고농축 우라늄 440kg을 중국이나 러시아로 이전하는 방안에 관한 질문을 받자 “그건 내가 불편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우라늄 해체 과정의 중심에 미국이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종전을 대가로 제재 완화를 할 것이란 언론 보도에 대해선 “이번 협상에서 제재 완화도 없고, 돈(을 주는 것)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 협상단은 현재 검토 중인 종전 MOU에는 핵 관련 사항은 포함돼 있지 않고 제재 완화 역시 이후 협상 과정에서 논의될 예정이라고 일축했다.
이처럼 양측의 레드라인은 정면으로 맞물려 있다. 이란 강경파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과 핵 프로그램 양보 불가를 내세우고 있고, 미국 역시 같은 지점을 협상의 핵심 조건으로 보고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미국은 비교적 일원화된 의사결정 구조를 보이는 데 반해, 이란 내부에서는 강경파와 정치세력이 산발적으로 입장을 내놓는다는 점이다. 이 같은 협상 상대와 권한의 불명확성은 교착을 장기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이란이 일부 제재 완화 혜택만 챙긴 채 시간 끌기에 나설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으며, 양측 모두 국내 정치·경제적 부담이 커 협상 타결의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국내 피로감에 직면해 있고, 이란 역시 장기간 이어진 경제 제재와 해상 통제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결국 협상 교착이 길어질수록 미국의 선택지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휴전 상태임에도 미국이 3일만에 폭격에 나선 배경 역시 협상 장기화에 대한 불만과 압박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적 돌파구가 가시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제재와 군사 압박을 병행하며 이란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강경파를 만족시킬 만한 성과를 이란으로부터 얻어내기 힘들자 급히 강경책으로 돌아섰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