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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피해 韓 시장 파고드는 C커머스, 초저가 물량 공세에 국내 시장 잠식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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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직후 中 제품에 10% 추가 관세 부과
소액 물품까지 관세 부과하며 알리·테무 등 저격
미국 수출 대신 한국 등 다른 국가에 초저가 공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미·중 무역 갈등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한국 공세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대미 수출에 제동이 걸리자,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거대 플랫폼들이 한국을 비롯한 대체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초저가 전략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자 쿠팡·네이버 등 기존 강자들도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해외 직구 거래액 8조원, 이 중 中 점유율 60%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전년 대비 5.8% 증가한 242조897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해외 직접 구매(직구) 거래액은 전년보다 19.1% 늘어난 7조9,583억원으로 이 중 중국의 점유율이 60%에 달했다. 중국 직구 거래액도 알리·테무·쉬인 등 이른바 'C커머스'의 공세로 48% 증가한 4조7,772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직구 제품의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증가세는 다소 둔화했다. 중국 직구액의 분기별 추이를 보면, 지난해 1분기(65.4%)와 2분기(64.8%) 모두 전년 동기 대비 60%가 넘는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3분기와 4분기는 각각 45%, 28.5%에 그쳤다.

실제로 C커머스들은 한국 시장 진출 이후 빠르게 입지를 확장해 왔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와 테무의 국내 이용자 수는 각각 912만 명, 823만 명으로 쿠팡(3,303만 명)에 이어 각각 2위와 3위에 올랐다. 2018년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알리는 2021년 이용자 수가 168만 명에 불과했으나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4년 만에 1,000만 명 고지를 눈앞에 뒀다. 알리보다 5년 늦은 2023년 한국에 진출한 테무도 알리와의 격차를 90만 명으로 줄이며 맹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한국 전용 홈페이지를 론칭한 쉬인은 홈페이지 개설 전에 이미 80만 명 이상의 한국 이용자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이커머스 중에서는 쿠팡이 2,791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며 압도적인 1위를 지키고 있다. 쿠팡과 함께 사실상 국내 시장을 양분하는 네이버 쇼핑도 선전 중이다. 마켓 플레이스로 분류돼 이커머스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네이버 쇼핑·페이·스마트스토어 등 커머스 관련 서비스 이용자가 2023년 기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반면 11번가(781만 명), G마켓(543만 명), GS샵(346만 명) 등 다른 토종 업체들은 C커머스와의 격차를 쉽사리 좁히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업계 5위권인 신세계그룹의 G마켓이 알리와 합작법인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알리의 영향권에 들어갔다.

알리·테무, 주 7일 배송제 도입하며 쿠팡과 격차 줄여

문제는 미국의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 C커머스가 국내 시장에서 장악력을 더욱 확대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개인이 수입하는 800달러(약 115만원) 이하 소액 물품에도 빠짐없이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인 만큼 저가 상품을 주력으로 하는 알리·테무·쉬인이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0% 추가 관세를 시행한 지난 4일 "추가 관세 부과로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자국 내 수요 부진으로 쌓인 막대한 재고를 미국과 유럽에 판매해 이익을 거둔 중국 업체들이 이제 미국 수출 대신 한국 등 다른 시장에 '초저가 물량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미 감지되고 있다. 알리는 CJ제일제당,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애경, 삼양식품, 동서식품 등 국내 유통 대기업들의 본사 직영몰을 대거 입점시켜 가격 경쟁력을 끌어 올렸고, 테무는 새해 들어 '홀리데이 프로모션 90% 할인 쿠폰' 제공, 사은품 증정 행사 등을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최근에는 국내 1위 택배업체 CJ대한통운과의 협력을 통해 배송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테무의 국내 물량 80%를 담당하고 있으며, 알리·G마켓 합작법인도 이 배송망을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CJ대한통운이 올해부터 주 7일 배송을 도입하면서 쿠팡 등 기존 사업자와의 격차도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일부 플랫폼에서만 가능했던 휴일 배송 서비스가 제공됨에 따라 주말에도 직구 상품을 받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C커머스들은 국내 셀러가 해외에 직접 물건을 파는 '역직구'에도 힘을 싣고 있다. 알리는 최근 한국 상품의 미국·일본·프랑스·스페인 판매를 지원하고, 향후 판매 국가를 확대하는 '글로벌 셀링'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에는 5년간 수수료를 면제하고, 무료 번역 서비스도 제공한다. 2020년 이후 역성장을 이어온 국내 역직구 시장은 지난해 소폭(1.5%) 증가하며 성장세로 돌아섰다. 대중국 판매액(-7.4%)은 감소했지만, 미국(41.7%), 유럽연합·영국(18.8%) 등에서 크게 성장하는 등 전망이 밝다는 분석이다.

쿠팡, 인프라 확충·대만 진출 등으로 1위 굳히기 나서

C커머스의 공세 속에서 국내 유통 플랫폼 1위 쿠팡은 올해 한층 강화된 배송 역량을 앞세워 초격차 지위를 공고히 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지난해 3월 쿠팡은 ‘2027년 전 국민 쿠세권(쿠팡+역세권), 100% 무료 배송'이라는 목표를 공식화하고 같은 해 하반기부터 이를 위한 투자를 본격화했다. 쿠팡은 오는 2026년까지 3조원 이상을 신규 풀필먼트센터(FC) 확장, 첨단 자동화 기술 도입, 배송 네트워크 고도화 등 물류 인프라 확충에 투입하기로 했는데 올해는 해당 계획추진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쿠팡 역시 국내를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공략한다. 2022년부터 대만에 진출해 ‘로켓배송·로켓직구’ 서비스 제공하고 있는데 지난해까지 풀필먼트센터 구축 등 대만 현지에 투자한 금액만 5,000억원에 달한다. 현지에 풀필먼트센터 두 곳이 운영 중이며 세 번째 풀필먼트센터도 가동이 예정돼 있다. 궁극적으로 국내 셀러에게 대만 수출 기회를 제공해 동반성장 하겠다는 전략이다. 쿠팡을 통해 대만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2만1,000곳에 달하며, 지난해 이들의 수출 거래액은 2년 새 2,600% 증가했다.

네이버는 2025년을 '네이버쇼핑 역사상 가장 크고 새로운 변화'의 해로 선언, 새로운 비전과 로드맵을 발표하며 맞서고 있다. 네이버는 쿠팡과 함께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주도하는 선도기업이지만 지난해 내내 거래액 성장률 시장 평균에 미치지 못하면서 쿠팡과의 격차가 벌어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30일 '네이버 멤버십 플러스 스토어'을 출시한 데 이어 올해부터 주문 후 1시간 내 배송(지금 배송)부터 고객이 원하는 일자와 시간에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 배송'을 오픈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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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국부펀드’ 설립 행정명령에 서명, 사우디·노르웨이 능가 세계 1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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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역사상 첫 국부펀드 설립 추진
재무부, 12개월 내 신설 계획
재정적자 심화, 재원 조달 의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도널드 트럼프 공식 홈페이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역사상 처음으로 국부펀드 설립을 지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의 첫 국부펀드로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대로 추진되면 자산 2조 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현실적인 쟁점들을 둘러싼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통상 국부펀드가 대규모 외환보유액을 확보했거나 석유를 포함한 에너지 자원을 앞세워 부를 축적한 국가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눈덩이 재정적자와 부채를 깔고 앉은 미국은 첫 단추부터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첫 국부펀드 설립 행정명령

4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워싱턴DC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재무부와 상무부에 국부펀드를 만들라고 명령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서명식에서 “미국이 국부펀드가 생길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이 기금을 통해 많은 부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부펀드는 국가가 미래 세대를 위한 부를 쌓기 위해 투자용으로 별도 조성한 정부 자금이나 이를 운용하는 기관을 일컫는다. 주식, 채권, 부동산, 사모펀드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고 외환시장 개입이나 통화가치 안정화 등을 위해 활용한다. 국부펀드연구소(SWF Institute)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 90여 개, 약 12조7,000억 달러 규모의 국부펀드가 운용되고 있다. 미국이 연방정부 차원의 국부펀드 설립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선거운동 기간 정부 투자기금을 설립해 고속도로, 공항과 같은 인프라 프로젝트와 제조업, 의료 연구 같은 분야에 투자를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미국 내에서도 민주당을 포함해 초당적으로 국부펀드 설립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 안보 담당자들은 공급망과 에너지 인프라에 투자하는 데 초점을 맞춘 기금 조성 계획을 추진해 왔다. 민주당 소속 모건 맥가비 미 하원의원(켄터키주)도 지난해 미국 국부펀드 설립을 추진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글로벌 금융시장 '메기' 되나

AP통신은 국부펀드 설립으로 미국 국영 자원 수익금을 투자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신설하는 국부펀드가 규모 면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사우디 국부펀드를 따라잡고 싶다"며 "미국은 짧은 시간에 가장 규모가 큰 국부펀드 중 하나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부펀드를 통해 최첨단 제조 허브나 의료 연구, 방위 역량 증진 등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부국인 사우디가 국부펀드를 운영하면서 각종 프로젝트에 출자하는 것을 눈여겨본 셈이다. 국부펀드연구소(SWFI)에 따르면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의 자산 규모는 9,250억 달러(약 1,350조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정부가 국부펀드를 활용해 틱톡을 인수할 수도 있다는 뜻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아마도 틱톡과 무엇을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우리는 그것(틱톡)을 국부펀드에 넣을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부유한 사람들과 협력할 수도 있다. 많은 선택지가 있다”고 했다. 그는 취임 첫날인 지난달 20일 의회가 지난해 통과시킨 ‘틱톡 금지법’ 시행을 75일간 유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지분의 50%를 미국 측에 넘기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 주요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두고 국부펀드를 통해 틱톡 지분을 확보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의회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금융자산 확보보다 지정학적 자산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나마운하와 그린란드 매입 자금으로 국부펀드를 쓸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국부펀드 설립 과정에서 주요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 공화당 소속의 테드 요호 전 플로리다주 연방 하원의원은 “(펀드를 이용한) 파나마운하나 그린란드 매입이 정신 나간 소리 같겠지만 트럼프가 둘 중 하나, 어쩌면 둘 다 해낸다면 이는 알래스카나 루이지애나 매입만큼이나 미국에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치인 쌈짓돈 된다" 경고

다만 국부펀드를 신설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 미국 정부는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겪고 있어 국부펀드 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태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미국의 현재 재정 상태를 고려할 때 미래에 생길 것으로 기대하는 흑자에 의존한 국부펀드 설립 제안은 비현실적이라고 전했다. 실제 미 재무부는 36조 달러(약 5경2,100조원)에 달하는 부채에 디폴트를 내지 않으려고 비전통적인 수단까지 동원하는 실정이다.

의회 관문도 넘어야 한다. 의회는 스스로의 입지를 좁힐 수 있는 국부펀드를 승인할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 또한 글로벌개발센터(CGD)는 보고서를 내고 국부펀드의 실제 운영 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펀드가 정치인들의 쌈짓돈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아울러 "관세 수입을 펀드로 따로 배정하되 다른 지출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국부펀드가 까다로운 예산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틱톡 인수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번지고 있다. 앞서 그는 미국인 1억7,000만 명가량이 사용하는 틱톡 지분을 조인트벤처를 통해 미국이 50%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CNN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대로 12개월 이내에 국부펀드가 출범한다 하더라도 틱톡이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시한을 이미 크게 넘기게 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연장한 틱톡의 매각 시한은 불과 75일로, 모기업인 바이트댄스는 4월 말까지 인수자를 찾거나 미국 시장에서 발을 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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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원에서 4,000억원대" 기업가치 내려앉은 컬리, 美 상장 노리나

"4조원에서 4,000억원대" 기업가치 내려앉은 컬리, 美 상장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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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4조원 달하던 컬리, 장외시장 기업가치 4,100억원으로
국내 상장 포기하고 뉴욕 증시 우회상장 가능성
"나스닥, 무조건 기회의 땅 아냐" 시장선 비관적 전망도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컬리의 기업가치가 과거 대비 10분의 1 수준까지 미끄러진 것으로 확인됐다. 매출 성장세가 둔화하고 영업이익이 급감하면서 시장 기대가 꺾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컬리가 향후 비우호적 환경이 조성된 국내 증시를 과감히 포기,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SPAC)을 통해 미국 증시에서 우회상장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컬리, 기업가치 '폭삭'

5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현재 장외시장에서 컬리의 기업가치는 4,110억원가량으로 평가된다. 이는 지난 2021년 총 2,500억원 규모의 프리 IPO 투자를 유치했을 당시 인정받은 몸값(4조원)의 10분의 1 수준이다. 한때 주당 10만원 안팎으로 거래되던 주식은 최근 8,000~9,000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컬리 기업가치 하락의 배경에는 성장세 둔화가 있다. 지난해 상반기 컬리의 연결 기준 매출은 1조779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5.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컬리의 과거 성장세를 고려하면 상당히 부진한 성적이다. 컬리의 매출은 2019년 4,260억원에서 2020년 9,531억원, 2021년 1조5,614억원, 2022년 2조372억원 등 매년 급속도로 성장해 왔으나, 2023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성장세가 둔화된 이후 사실상 정체 상태다.

나스닥 문 두드릴까

증권가에서는 컬리가 가까운 시일 내 상장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기업가치가 폭락한 현 상황에 상장을 강행하면 투자자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차질이 생긴다"며 "특히 최대주주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투자 원금을 지키기 위한 컬리의 지분 가치 하한선은 2조8,000억원 수준으로, 최소한의 몸값은 맞춰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컬리가 국내 증시를 떠나 스팩을 통한 미국 우회상장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앞서 컬리는 2021년 IPO를 준비하면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JP모건 등 외국계 증권사를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며 나스닥 상장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경쟁사인 쿠팡이 뉴욕 증시에 상장하며 이목을 끌기도 했고, 경영권 방어에도 용이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후 컬리는 국내 상장으로 돌연 방향을 틀었고, 기업가치 하락 등 악재로 인해 2023년 1월 국내 상장 계획마저 철회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컬리가 뉴욕 증시에 재도전해도 '제값'을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제기된다. '미국의 컬리'로 불리는 식료품 구매 대행 업체 인스타카트가 나스닥 시장에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상장한 전례가 있어서다. 지난 2023년 IPO를 앞두고 있던 인스타카트는 기업가치 86억~93억 달러(약 11조5,000억~12조4,000억원)를 목표로 삼았다. 2021년 투자 유치 당시 390억 달러(약 52조원)에 달하던 기업가치가 4분의 1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당시 인스타카트는 사업 기틀인 배송 부문의 성장세가 둔화하며 점차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었다.

컬리, '토스'와 닮은꼴?

시장에서는 컬리의 사례에서 토스(비바리퍼블리카)의 상장 행보가 연상된다는 평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토스는 대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국내 상장 작업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원하는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미국행을 택한 것이다. 현재 토스는 최소 10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상장 중단을 결정했을 당시 토스의 장외 시가총액은 8조1,000억원 남짓이었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종목들이 국내 증시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점도 토스의 미국행을 부추겼다. 미국 시장의 경우 자금 동원 규모가 국내보다 크고, 핀테크 분야에 대한 투자 역시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케이뱅크의 상장 철회 소식도 국내 시장의 침체 분위기를 방증했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IPO를 연기하고 향후 재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뉴욕 증시 상장이 토스, 컬리 등 국내 대형 스타트업에 있어 '완벽한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쿠팡, 웹툰엔터테인먼트 등 토스에 앞서 미국 증시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줄줄이 좋지 못한 성적을 받아 들었다"며 "나스닥 시장이 무조건 '기회의 땅'인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컬리, 토스처럼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성장한 국내 스타트업들은 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맞춰주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 국내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미국행이 최선의 선택지일 수는 있지만, 나스닥 시장 진출 이후 전망이 장밋빛일 것이라 단언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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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서울 공매 시장 낙찰가율, 1년 새 22.8%p 급락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서울 공매 시장 낙찰가율, 1년 새 22.8%p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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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등 비주거용 공매 인기 급락 탓
“PF 시장 경색 탓 물건 많은데 수요 없어”
꽁꽁 언 상가 경매, 10곳 중 9곳 유찰

부동산 경기 한파로 서울 공매 시장의 낙찰가율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이 경색되면서 토지와 산업용 건물 등 비주거용 건물의 공매 인기가 하락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낙찰가율 1년 새 80%→57%

5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압류재산 공매낙찰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 지역의 낙찰가율은 57.4%로 2023년 4분기 80.17%와 비교해 22.77%포인트 떨어졌다. 2023년까지 80% 이상의 낙찰가율을 보이던 서울 지역 낙찰가율이 지난해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1년 4분기 서울의 낙찰가율은 85.09%로, 2023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런 흐름은 지난해 상승 전환한 서울의 주택 가격 동향과 상반된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의 주택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0.08%로 하락세가 2년째 지속됐던 2023년 12월(-0.07%)과 달리 상승 전환했다. 이전까지 공매와 주택 가격의 흐름은 비슷했다.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른 직후인 2021년 12월 서울의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0.26% 상승했고 다음 해인 2022년 하락장으로 전환하면서 서울의 주택 매매가격지수 역시 -1.96% 급락했다.

경기 침체 여파에 상가 공실 급증, 경매 시장도 외면

서울의 주택 가격이 상승 전환했음에도 공매 시장의 인기가 급락한 배경은 전국적인 부동산 시장 불황과 연관이 있다. 과거 서울 시장은 큰 틀에서 전국 추이와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전국 12월 주택 매매가격지수는 각각 △2021년 0.29% △2022년 -1.98% △2023년 -0.10%로 서울보다 등락폭이 컸지만 흐름은 같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전국 매매가격지수는 -0.07%로 전년과 비슷한 하락장이 지속됐다. 서울 주택과 그 외 지역 주택 가격의 양극화가 심해진 것이다.

지난해 서울의 공매 낙찰가율 급락은 토지와 산업용·용도복합용건물 등 비주거용 건물 때문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서울의 비주거용건물 평균 낙찰가율은 40.96%로 전년 동기(80.12%)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토지 역시 지난해 평균 낙찰가율 48.34%로 전년 같은 기간(84.19%) 대비 급락했다. 산업용·용도복합용건물도 지난해 평균 낙찰가율 60.08%로 전년 동기(75.05%) 대비 하락했다. 반면 주거용 건물은 지난해 76.27%로 전년 같은 기간(78.55%)과 비슷했다.

경매 시장 상황도 마찬가지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설 연휴 직전인 24일까지 경매가 진행된 서울 상가 258건 가운데 40건만 주인을 찾아 낙찰률이 15.5%에 그쳤다. 서울 상가 낙찰률은 지난해 9월(15.9%) 10%대로 떨어진 뒤 10월 15.6%, 11월 12.3%, 12월 12.2% 등으로 10%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를 뜻하는 낙찰가율 역시 지난달 전월 대비 3.0%포인트 하락한 68.1%를 기록했다. 평균 응찰자 수도 1.38명에 그쳤다. 평균 응찰자 수는 지난해 8월(1.68명) 이후 줄곧 1명 대에 머물고 있다.

수도권 지역 상가도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 1월 경기도 상가 낙찰률은 14.8%로 전월보다 0.2%포인트 떨어졌으며 낙찰가율은 48.1%로 2023년 3월 이후 처음으로 40%대로 내려앉았다. 낙찰가가 감정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의미다. 평균 응찰자 수도 지난해 6월(3.82명)을 마지막으로 2명대를 지속하고 있다. 인천도 1월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각각 16.5%, 65.6%를 기록했다.

공급 과잉에 상가 임대료 뚝

이처럼 경·공매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하락하는 것은 최근 경기 침체로 상가 수요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엔 오프라인 매출 감소로 상가 임대료가 약세를 보이는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상가 임대가격지수는 3분기 대비 0.14% 내렸다. 중대형 상가는 -0.16%, 소규모 상가는 -0.5%를 나타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낙찰가율도 안 좋지만 낙찰률이 10%대를 나타낸 건 아무도 상가 투자에 관심이 없다는 뜻”이라며 “내수 경기 침체로 임대시장 자체가 좋지 않기 때문에 싼값에 상가를 매수해도 수익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향후 대출 금리가 낮아지더라도 공실률이 높아 임차인을 못 구하면 투자 효용이 없다는 설명이다.

수도권 내 상가 공급 과잉도 문제로 꼽힌다. 대규모 택지지구에 상가 미분양과 공실이 많은데도 공급이 이어지고 있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비 패턴이 온라인 주문 방식으로 바뀌었는데 과거 기준에 맞춰 상가를 과잉 공급하고 있다”며 “수도권 외곽 신도시뿐 아니라 서울 한복판 대단지 아파트 상가도 공실이 넘쳐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찰된 상가가 경매시장에 계속 쌓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상가 시장은 찬바람이 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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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차 막 오른 美·中 무역 전쟁, 양국 대화 여지 열어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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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에 10% 추가 관세 부과한 美, 中은 '즉각 대응'
트럼프 "시 주석과 적절한 때 통화 예정"
中도 대화 촉구, 협상 여지 아직 남아있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본격화했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가운데, 중국이 보복 관세 부과와 미국 기업에 대한 반독점 조사 등을 단행하며 '맞불'을 놓는 양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양국이 대화 의지를 분명히 피력하고 있는 만큼, 향후 극적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中, 美 추가 관세에 '맞불'

4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12시 1분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중국 제품에 대해 10%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이에 대응해 2월 10일부터 50억 달러(약 7조2,500억원) 미만의 미국산 석탄과 천연액화가스(LNG) 수입에 15%, 미국산 석유 및 농업용 전기 트랙터 등 장비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전자·항공 및 방위 산업용으로 사용되는 텅스텐 등 희토류의 대미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중국은 미국 기업을 겨냥한 제재 조치도 시행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구글을 독점 금지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으며, 캘빈 클라인 소유주인 PVH와 미국의 유전자 시퀀싱 회사 일루미나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PVH는 신장 지역의 면화를 보이콧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9월부터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일루미나는 중국의 거대 바이오테크 기업인 BGI 제노믹스의 대표적인 경쟁사다.

양국 대화 여지 남아 있어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본격화하며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양국이 협의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의 대미 보복관세 발효 시점이 오는 10일인 만큼, 양국이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할 여유가 아직 남아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의 여지를 열어둔 상태다. 그는 4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와 관련해 “서두르지 않겠다”며 “(시 주석과의) 통화는 적절한 때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3일 시 주석과 24시간 이내에 통화를 하겠다고 했으나, 즉각적인 통화는 성사되지 않았다.

중국 역시 대화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3일 담화문을 통해 "미국의 잘못된 처사에 대해 중국은 WTO에 제소할 것이고, 상응한 반격(反制) 조치를 취해 권익을 굳게 수호할 것"이라면서도 "중국은 미국이 잘못된 처사를 바로잡고 중국과 마주 보며, 평등호혜·상호 존중의 기초 위에서 문제를 직면하고 솔직히 대화하며 협력을 강화하고 이견을 관리하기를 촉구한다"며 '대화'에 방점을 찍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미국이 대화를 통해 극적 합의에 성공할 경우, 무역 전쟁의 불씨가 기적적으로 사그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 3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클라우디아 세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대화를 통해 관세 강화 조치 유예를 결정한 바 있다"며 "중국이 즉각적인 보복에 나선 만큼 마냥 상황을 낙관하기는 어렵지만, 향후 진행될 양국 정상 간 대화의 결과를 눈여겨볼 필요성은 있다"고 짚었다.

中, 무역 전쟁 꺼리는 이유는

일각에서는 무역 전쟁에 대한 중국의 '태도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평도 제기된다. 앞서 2018년 3월 미·중 무역 전쟁 '개전' 당시, 중국 상무부는 "중국은 무역 전쟁을 바라지 않지만 절대 무역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고 어떤 도전도 대응할 자신이 있다"는 입장을 내며 전면전을 선포한 바 있다. 현재 중국이 '무역 전쟁에 승자는 없다'고 주장하며 미국과의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강경한 태도였다.

시장은 최근 중국 정부가 어조를 누그러뜨린 배경에 대미 보복 조치의 '실효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한 시장 관계자는 "중국이 미국의 추가 관세에 대한 보복을 위해 구글을 조준했는데, 시장에서는 '의미가 있느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구글은 이미 수년 전에 중국 시장에서 발을 뺀 만큼, 중국이 반독점 조사에 나선다고 해도 피해를 볼 것이 많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구글은 지난 2010년 3월 중국에서 검색 서비스를 중단했다. 중국 정부의 검열과 감시 활동으로 인터넷 언론 자유가 크게 훼손됐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22년에는 출시 5년 만에 중국 내 번역 서비스를 중단하며 사실상 사업 철수를 선언하기도 했다.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는 사실상 결정타가 될 수 없는 셈이다. 이에 중국은 엔비디아, 인텔 등 미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실시하며 추가적인 대응에 나섰지만, 이 같은 조사가 무역 협상의 도구로서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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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트럼프 관세'에 즉각 보복, 핵심 전략광물 수출통제 등 다중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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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2라운드 본격화
美, 대중 추가관세 10% 공식 발효
中, 희소금속 수출 통제로 맞불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관세 무기를 휘두르자, 중국도 대미 추가 수출 제한 품목을 발표하는 등 맞불 작전에 나섰다. 미국과 캐나다·멕시코의 관세 전쟁이 일단 보류된 것과 달리 미·중 갈등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中, 텅스텐·텔루륨 등 대미 수출 제한

4일(현지시간) 중국 정부는 텅스텐, 텔루륨, 비스무트, 몰리브덴 및 인듐 관련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광물의 수출을 제한해 이를 무기화하겠다는 것이다.

텅스텐은 다이아몬드에 이어 두 번째로 강도가 강한 금속으로 주로 포탄과 장갑판, 절삭 공구를 생산하는 데 쓰여 방위 산업에서 중요한 소재로 꼽힌다. 미국에서 소비되는 텅스텐의 60%는 텅스텐 카바이드 형태로 건설, 금속 가공, 석유 및 가스 시추에 널리 사용된다. 중국은 텅스텐 생산 및 수출을 주도하고 있으며 2023년에 전 세계 공급량의 80%를 생산했다. 영국 컨설팅회사 프로젝트블루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 수요의 30%를 공급하고 있다.

인듐은 인듐 주석 산화물이라는 정제된 제품을 통해 휴대전화 화면과 TV 디스플레이 생산에 사용된다. 광섬유 기술에 인듐 제품이 사용되기도 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인듐 공급량의 70%를 생산하고 있다. 2024년 9월 기준으로 미국의 인듐 수입량 4분의 1이 중국에서 왔다.

비스무트는 합금, 야금 첨가제, 땜납, 의약품 및 원자 연구에 사용된다. 미국은 1997년부터 1차 정제 비스무트 생산을 중단했으며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작년에 전 세계 약 13,000톤의 비스무트 중 80% 이상을 생산했다. 텔루륨은 일반적으로 구리 정련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로 야금, 태양광 패널, 메모리 칩 및 기타 제품에 사용된다. USGS에 따르면 중국은 2024년에 전 세계 정제 텔루륨의 약 4분의 3을 생산했다. 몰리브덴은 주로 강철 합금을 강화하고 단단하게 만들어 열과 부식에 더 잘 견디게 하는 데 사용된다. 또 윤활제, 안료, 석유 산업의 촉매로도 이용된다. USGS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했으며 미국은 12% 정도를 차지했다.

트럼프 2.0 출범 보름 만에 개시된 무역전쟁

중국의 대미 수출 통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10% 추가 보편 관세 부과에 대한 반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전면 관세'는 시행 하루 전인 3일, 한 달간 전격적으로 유예했다. 하지만 대중 10% 추가 관세는 예정대로 4일 0시를 기해 발효했다. 지난달 20일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 임기가 시작하고서 정확히 보름만이다.

지금까지 미국에 수출되는 중국산 제품에는 평균 약 20%의 관세율이 적용됐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라 이제부터는 '모든' 중국산 수입품들에 10% 더 높은 평균 30%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미국이 이미 관세를 올린 중국의 전략산업 분야 중 전기차의 관세율은 100%에서 110%로, 전기차 리튬배터리와 배터리 부품 관세율은 25%에서 35%로 올랐다. 태양광 웨이퍼 및 폴리실리콘 관세율은 50%에서 60%로, 텅스텐·알루미늄 등의 관세율도 25%에서 35%로 인상됐다.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선제공격을 중국이 맞받아치면서 트럼프 집권 1기 때 촉발된 미중 무역 전쟁이 재점화하는 모습이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의 대미 보복관세 발효 시점이 오는 10일이라는 점에서 양국 정상 간 전화 통화 등을 통한 막판 극적 타협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이 미국산 수입 비중이 크지 않은 원유와 LNG 등을 겨냥했다는 점도 대화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중국이 수입한 미국산 원유는 약 60억 달러(8조7,600억원)어치로 전체 원유 수입량의 1.7%에 해당한다. 중국의 LNG 수입량 가운데 미국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5∼6% 정도다.

중국의 대미 수출 통제, K-배터리도 영향 가능성

다만 중국의 대미 수출 통제에 우리나라 산업계는 비상등이 켜졌다. 제한 품목들 대부분 배터리 장비 및 제조 공정, 무기 등에 핵심적으로 사용되는 광물로, 원가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2월부터 중국 상무부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추가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갈륨, 게르마늄, 안티몬 등 이중용도 품목에 대한 미국 수출을 금지하자 해당 품목 가격이 급등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안티몬 가격은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로테르담 시장에서 미터톤(metric ton)당 약 4만 달러(약 5,800만원)에 거래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50%가 뛴 것이다.

중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흑연 이중용도 품목 수출에 대한 검토를 강화하기도 했다. 흑연은 이차전지 음극재 핵심 재료다. 중국은 천연·인조 흑연에 걸쳐 세계 음극재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수출을 불허하면 대체 도입선을 찾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대부분 중국 기업들에서 음극재를 조달하고, 부분적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음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퓨처엠에서 구매한다. 또한 탈중국 이차전지 소재 공급망 구축을 주도하는 포스코퓨처엠도 인조흑연과 달리 천연흑연 제품 원료는 아직 거의 전량 중국 협력사에 의존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중국 흑연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중국이 선택적으로 군사 전용 우려를 명분 삼아 흑연 제품 수출까지 금지할 경우 공급망 불안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이 특정 미국 기업을 찍어 흑연 수출은 금지할 경우 이 기업을 최종 고객사로 둔 한국 기업이 한국에서 제조한 이차전지를 수출하지 못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이차전지 생산 시설을 공격적으로 확충한 상황에서 같은 이유로 흑연을 원활히 조달하지 못하게 된다면 음극재 확보 문제로 생산 규모와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미중 첨단 기술 경쟁으로 인한 중국의 대미 보복이 한국 기업을 거쳐 미국에 영향을 주게 된다는 점에서 한국이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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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화재 에어부산, 탑승구서 수화물 확인 "선반 위 보조배터리 원천 차단"

항공기 화재 에어부산, 탑승구서 수화물 확인 "선반 위 보조배터리 원천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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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 탑재 전면 금지 못하는 현실 감안
예약·발권 단계에서 승객 동의절차 진행
배터리 이상현상 시 초기대응 위해 추진
에어부산 '노 배터리 인사이드(NO BATTERY INSIDE)' 스티커와 택 이미지/사진=에어부산

에어부산이 기내 화재 사고를 막기 위해 보조배터리 관리 규정을 강화한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김해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화재 사고 이후 마련된 것으로, 에어부산은 보조배터리 관리 강화를 통해 기내 화재 위험을 줄이고 승객 안전을 지키겠다는 방침이다.

수하물 내 보조배터리 유무 사전 확인

4일 에어부산은 기내 화재 위험 최소화 정책을 발표했다. 오는 7일부터 일부 노선에서 먼저 시행한 뒤 점차 모든 노선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에어부산은 이 같은 내용을 승객에게 충분히 알리기 위해 예약, 발권, 탑승 수속 과정에서 관련 규정 동의 절차를 추가했다. 또한 출발 하루 전에는 문자로 별도 안내를 보내고, 기내에서도 안내 방송 횟수를 기존 2회에서 3회로 늘린다.

아울러 기내 화재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대응을 위해 승무원 훈련도 강화한다. 에어부산은 교육용 화재진압 시범 동영상을 직접 제작해 전 승무원을 대상으로 즉시 교육을 실시하고, 화재 단계를 고려한 상황별 모의 훈련도 함께 진행한다. 사옥 내 화재진압 훈련시설도 개선할 계획으로, 연무기 설치 등 실제와 유사한 상황에서 승무원이 훈련하기 적합한 환경을 조성할 예정이다. 또 지역 소방본부 등 전문기관 교육 이수를 통해 전문성을 한층 더 강화할 방침이다.

화재 발생 시 열폭주 및 폭발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비(Lithium battery fire containment pouch)도 추가한다. 에어부산은 기내에 리튬배터리 화재 격리 장비를 비치하고, 승무원이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방화 장갑도 새롭게 구비할 예정이다. 정병섭 에어부산 대표는 "기내 화재에 대한 손님들의 우려와 불안을 해소하고 안전한 여행 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에어부산이 선제적으로 강화 정책을 수립했다"며 "사내 종사자들의 안전의식 고취와 역량 강화를 비롯해 항공 안전 문화 확산을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3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에어부산 화재 현장에서 합동조사팀이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사진=국토교통부

100Wh 초과 배터리는 항공사 승인 필요

에어부산은 지난달 김해국제공항에서 여객기 내 선반 속 정체불명의 물체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여객기 동체 상부 대부분이 소실되는 피해를 입었다. 발화 지점이 전소하면서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화재 당시 영상과 승무원 증언 등에 따라 리튬 보조배터리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에어부산의 ‘기내 화재 발생 경위’ 자료를 보면 지난달 28일 밤 부산 김해에서 홍콩으로 출발하려던 에어부산 BX391편에서 화재를 최초로 목격한 에어부산 승무원은 “항공기 후방 좌측 선반에서 발화를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좌석 위의 기내 수하물을 두는 보관함(오버헤드빈)에서 발화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항공보안365’에 따르면 위험물로 분류되는 리튬 배터리는 소량에 한해 여행객이 휴대 또는 부치는 짐(위탁수하물)으로 운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리튬 배터리를 장착한 카메라·휴대전화·노트북 등 전자장비는 리튬 메탈 배터리의 리튬 함량이 2그램(g) 이하이거나 리튬 이온 배터리가 100와트시(Wh) 이하인 경우 기내에 휴대하거나 위탁 수하물로 부칠 수 있다. 그러나 리튬 보조배터리는 위탁 수하물로도 부칠 수 없다. 기내 휴대만 가능하다. 다만 100Wh를 초과한 보조배터리는 항공사 승인을 받아야만 기내에 반입할 수 있다.

보조배터리 기내 반입, 금지도 확인도 못한다

그러나 승객들이 소지한 리튬 배터리가 기준을 충족한 것인지에 대한 탑승 전 검사는 따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 최근 인증 여부가 불투명한 저가형 보조배터리가 광범위하게 보급되면서 관련 사고도 늘고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2006년부터 지난 16일까지 리튬 배터리로 인해 발생한 항공편 사고 총 587건 중 230건이 충전식 배터리에서 발생했다는 조사 결과를 최근 내기도 했다.

정부도 규정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다른 나라들도 기내에 반입하는 리튬 배터리 인증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는 전례는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리튬 배터리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상황에서 항공사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심장박동기, 보청기 등 의료 목적의 배터리를 기내에 반드시 반입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전면 금지도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보조배터리 반입 자체를 금지하기보다는, 초기 화재 진압이 용이하도록 눈에 보이는 곳에 두도록 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기내 방송이나 체크인 카운터에서의 안내를 강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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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AI Books (Korea)는 GIAI 연구자들이 작성한 콘텐츠 중 일부를 묶어 e-Book으로 발행한 자료들입니다. AI 및 데이터 과학, IT 산업, 스위스 AI대학(SIAI) 교육 자료, 대형 언어 모델, 금융 투자 등, 데이터 과학이 적용되는 분야 전반에 걸친 주제들을 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인간 지능의 가장 큰 차이는 인과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느냐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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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양대 IT업체로 불리는 판교의 K모 회사가 후원하는 어느 학회의 행사 타이틀이

  • 인과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인공지능

인 것을 본 적이 있다. 홍보된 웹사이트 링크와 여러 정보를 봤을 때, 학회가 주인이 아니라 그 K모 회사가 인공지능 전문가로 시장 포지션을 잡는 홍보 행사에 어용 학회를 끌어들인 느낌이었다. 목적이 좀 불순해도 내용만 좋으면 흔쾌히 갔으련만.

SIAI 학생 중 한 명이 그 학회 행사 링크를 학생들 커뮤니티에 공유하면서 같이 갈 사람을 찾더라.

수업 시간에 이미 여러 차례

  1. 인공지능이라고 알려진 여러 계산법은 모두 상관 관계(Correlation)을 찾아내는 계산법의 다양한 변형에 불과하다
  2. 계산법으로 찾아낸 상관 관계가 인과 관계를 담보하지 않는다
  3. 인과 관계가 없다는 것을 100% 단정하도록 돕는 계산법들은 있어도, 인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100% 단정할 증명법은 없다
  4. 상관 관계라고 찾아내는 계산 자체도 이미 무수히 많은 종류의 오류에 노출되어 있어서 보정 계산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계산 결과가 크게 바뀐다
  5. 인과 관계는 결국 인간이 검증하는 것이다

같은 설명을 했었기 때문에, 그 링크를 공유한 학생이 도대체 제대로 배운게 맞나는 의구심이 강하게 들었다. 저런 이야기들을 학위 초반에 통계학을 가르치면서 수백번도 더 반복적으로 하고, 그 논리를 이해 못하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답안지까지 작성하는 기출 문제들이 몇 년간 쌓인만큼, 학위 중반부도 넘어 후반부로 넘어간 학생이 저런 학회 모임을 가자고 하니, 인생을 갈아넣어 대학교를 설립한 입장에서 얼마나 황당했을지 짐작이 될까?

역사학자들 커뮤니티에 설XX 강사 행사 참석 글을 올리면?

1~2주가 더 지나고 반응이 없던 중에 챗GPT 류의 LLM 모델들이 논리적인 답변이 아니라 자주 함께 등장한 문장들을 이어줄 뿐이라는 답을 달아주다가 상관 관계에서 인과 관계를 도출하는 영역으로 넘어가면 알고리즘의 영역이 아니라 인간 판단의 영역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함께 언급했었다.

그리곤 저 글을 올린 학생에게 위의 설명 링크를 포함한 개인 DM을 통해서 해줬던 말이,

  • 역사학자들 커뮤니티에 설XX 강사의 행사 글을 올린 수준의 행동이다

면서 조용히 글을 정리하라고 충고를 해 줬는데, '세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이라는 관점에서 답답하지 그지없다'는 답을 끝으로 더 이상 본 적이 없는 학생이 됐다.

저 학생의 논리 중 공감이 가는 부분은, '인공지능으로 인과 관계를 설명할 수 없다'는 (인기 없는) 학문적인 설명으로는 대중을 끌어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역사학계에서 진행하는 학회 행사에 일반인이 찾아가서 알아 듣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그거 알면 취직 되나요?' 같은 질문들을 할 사람이 찾아가기 어려운 자리다. 역사의 여러 시간대별 사건에 대해 고작 고교 교과서 수준의 지식과 아마추어적인 관심을 가진 나같은 사람들이 학회 참석해서 뭘 더 배울 수 있을까? 연구자들은 그쪽 학문 연구자들만의 세계가 있을텐데.

전문가가 없는 사회, 모두가 자칭 전문가인 사회

우리 SIAI가 설립하면서 통계학의 Asymptotic behavior를 바탕으로 한 응용통계, 계산통계학의 고급 수학 논리를 따라와야 살아남을 수 있는 MSc 과정과, 그런 수학은 수식 전개보다 논리적인 개념 이해에 더 초점을 맞춰서 응용통계, 계산통계를 현실에 적용하는 훈련을 더 담은 MBA 과정으로 시작됐다.

때문에 MSc 과정은 때때로 수학적인 증명을 해야하는 경우들이 있는 반면, MBA는 A가 B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류의 논리적인 설명을 답안지에 쓰도록 학위 과정이 구성되어 있다. 저 학생은 MSc를 끝까지 고집하던걸 MBA하고 졸업하고 난 다음에 MSc 해라고 그랬더니, 나중에 MSc 학생들 수업에서 푼 시험 문제들을 보고 충격을 먹었는지 더 말이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MBA 과정만 해도 살아남는 비율이 30%가 안 될만큼 어려운 학위 과정이다.

나중에 졸업 논문이라고 Kaggle 수준의 시도를 하던 걸 (암 걸릴 것 같아서) 발표를 중간에 막고 논리적인 빈약함을 지적했었는데, 위의 기업 후원 학회 행사 사건 이후로 더 보질 못했으니 어떻게 됐을려나 모르겠다. 참고로 컨설팅 회사 프로젝트 발표나 정출연 보고서 논문을 갖고 오는 학생들한테도 Kaggle 케이스 스터디랑 똑같이 중간에 잘라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건 논문이 아니라 궤변이거나 연습 문제 풀이 정도에 불과하니까. 국내 대학에서는 그 논문이라도 잘했다고 졸업시켜주고, 국내 B급 이하 학회들은 박수 쳐 줄테니 그쪽으로 가시면 된다. 학생들끼리 논문 수업 시간 전에 떠드는 중에 그런 발표 준비한 학생들에게 '교수님이 발표 다 안 듣고 자르실 것 같아요'라고 뀌뜸해주는 이야기도 가끔 들린다.

저 학회 행사로 다시 돌아가서, 아마도 후원을 나선 기업에서 원하고, 그 학회 구성원들이 합의한 주제가 뽑혔을 텐데, 저 사건 하나로 그 기업의 역량, 그 학회의 역량이 모두 다 드러나 버렸다. 그 학회 구성원들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제대로 된 수학, 통계학 훈련을 받지 않아도 손 쉽게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는 전공 출신들의 모임이었다. 그 기업이 그간 출시한 인공지능 상품은 모두 글로벌 기업들이 뿌린 'AI 라이브러리'를 활용한 것에 지나지 않았던만큼, 저런 타이틀로 행사를 진행하고 그런 학회를 끌어들였을 때 전문가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미리 가늠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혹시나 상세 설명 없이 전문가에게 혹평을 들을 것이라는 표현에 거부감이 든다면, 변수 간의 상관 관계와 인과 관계에 대한 논의로 노벨상을 받은 Granger causality - Wikipedia 를 확인해보시기 바란다. SIAI의 STA513 수업 6강 쯤에 VAR 가르치려고 짧게 다루는 주제 중 하나다. 참고로 STA513 수업 노트의 절반은 발트3국 어느 대학의 수학/통계학/경제학 연계 전공 학부 3학년 노트를 참고해서 만들었다. (옥스포드, 캠브리지 같은 유명 대학이 아니라) 유럽(의 평범한) 대학 학부 3학년 학생들에게조차 지적을 당할만한 학회 행사였다고 하면 비판의 수위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조금은 공감해주시리라 믿는다.

전문가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나라였다면?

만약 한국 사회가 매우 지적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활발하게 사회적인 활동을 하는 중에 저런 행사를 속칭 '빅테크' 급의 플랫폼 기업이 개최한다고 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

학자들이 페이스북, X(트위터), 레딧 같은 커뮤니티에서 그 기업을 노골적으로 조롱하는 글, 댓글을 달았을 것이고, 그 학회 관계자들의 논문들에서 수학적, 통계학적 논리 부족을 짚으면서 그런 조직을 데리고 회사 홍보하는 것만 봐도 회사의 인공지능 역량을 알만하다는 냉혹한 평가가 빠르게 확산됐을 것이다. 좀 똘똘한 학부생도 그런 비판에 참여할 수 있을만큼 지적 수준도 높지 않은 주제다.

'세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이라는 관점에서 답답하기 그지없다'는 그 학생의 표현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당신이 학생이라고 생각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 바란다. 나 같았으면 부끄러워서 고개를 못 들었을 것 같다.

예전엔 나도 적극성을 띠면서 저런 기업 홍보 성격이 다분한 유사 학회 모임의 학문적인 조잡함을 조목조목 지적했는데, 그게 돈도 안 되고, 저쪽 사람들의 선동에 욕만 먹고, 내 말을 알아 듣는 사람도 별로 없다 보니, 심지어 '자기 편 숫자'를 앞세워서 숫자가 많으니 자기들이 옳다며 날 조롱하는 사건까지 몇 번 겪다보니, 의욕을 잃었다. 그냥 당신들끼리 그렇게 홍보 행사나 열심히 하셔라. 속아 넘어가는 바보를 깨우쳐줘봐야 얻는 게 없는데, 알아듣는 경우도 드문데, 왜 내가 욕까지 먹어가며 가르쳐야 하나? 거꾸로 사기 안 당하고 싶으니 돈을 내면서 가르쳐 달라고 해야 될 내용 아닌가?

지난 20년 사이에 한국이 중국에 기술적으로 완전히 추월(대기업들, 이젠 중국에 안 따라잡힌 사업 없다?)당한 것도 나처럼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들이 모두 사라져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위의 설XX 강사 사례는 그나마 운이 좋아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걸 차단하는 기회라도 있었지, 물타기에 흐지부지 되는 사례, 거꾸로 선동에 매장 당하는 사례가 얼마나 많을까? 자기 회사 기술력의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날 위기에 처했으니 기업들도 사활을 걸고 '피의 쉴드'를 치기 위해 조작 여론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는 현실을 힘 없는 연구자들이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판단의 마지막 주체가 더 권위 있는 학자가 아니라, 지식은 없고, 그저 'XX 유명함?'이 판단의 잣대라 조직의 크기만 보고 부화뇌동하는 평범한 군중에 불과한데.

학문의 영역을 학문적 역량이 아니라 '자기 편 숫자'와 언론, 커뮤니티를 이용해 만든 '여론'이라는 이름의 권력으로 판단하는 대중 문화를 고치지 않는 이상 학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기업들의 부족함을 뜯어 고치고, 그래서 국가 전체의 기술 역량을 끌어올리는 선순환을 만들어내기는 불가능하다. 학자들도 생활인이니 먹고 사느라 바쁜데, 누가 그런 생산성 없는 논의, 조작된 여론에 마녀사냥이나 당하는 논의에 빨려들어갈려고 할까?

인공지능과 인간 지능의 차이? 인과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느냐의 여부

학위 과정 중에 상관 관계만 있고 인과 관계가 없는 계산을 놓고 Spurius relation (허위의 관계)라는 용어와 함께 관련 지식을 가르치는 부분이 있다. 그 때 인공지능으로 알려진 계산이 결국은 상관 관계(Correlation)만 찾는 계산이니, 인공지능으로 찾은 계산이 Spurius인 것을 찾아내는 것은 인간이다, 그래서 인공지능과 인간 지능 간의 차이는 인과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갈린다는 말을 덧붙인다.

가끔 귀찮은 단순 반복 작업이 산더미처럼 쌓인 상황에 하나하나 손으로 하다가 코드를 한번 돌려서 싹 해결을 하거나, 내가 원하는 명령어들을 다 묶은 라이브러리를 찾거나, 혹은 10달러 짜리 1회성 서비스를 만나면 너무 반갑다. 10시간이 걸릴 일을 5분도 안 되어서 다 해결해주니까. 그런데, 그렇게 한번에 싹 해결된 자료들을 다시 읽어보면 고쳐야 되는 일들이 많다. 결국 5분만에 된 작업 위에 다시 30분, 1시간의 추가 시간을 쓰거나, 혹은 5분 위에 다시 또다른 코드 작업을 더 하는 20~30분의 시간을 써야 한다.

위의 사례는 규칙 기반으로 작동하는 반복성 코드 작업이 갖는 한계를 지적함과 동시에, 인공지능으로 알려진 계산법들도 반복성 패턴을 찾아주는 작업에 불과한만큼 인공지능이 갖는 본질적인 한계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해 준다. 결국 인과 관계를 판단하는 것은 인간인 것처럼,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인간이라는 것이다.

그 완성도 100%를 위해 더 많은 코드가 추가 되는 것으로 끝난다면 자동화된 시스템을 상품화 할 수 있을 것이고, 매번 할 때마다 달라진다면 결국 고급 노동력이 투입되는 컨설팅 형태의 프로젝트가 된다.

박사 재학생 시절 연구실 동료들에게 Crash course 형태로 가르쳤던 Panel data analysis 강의를 우리 SIAI 학생들에게도 가르쳐주려고 강의를 준비하던 중, 노트 Tex 파일을 백업 하드에서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더라. Tex 원본 찾는 걸 포기하고, 갖고 있던 PDF를 Tex로 전환해주는 Library를 쓴 코드로 15페이지 노트의 Tex 파일을 1분만에 복원해냈다. 라이브러리 찾아서 설치하고, 코드 맞춰 돌리는 시간을 포함하면 합계 10분 정도 쓴 것 같다. 그런데 오타도 있고, 논의 내용도 SIAI 학생들 배경 지식에 맞춰 바꾸고 예제도 바꿔 넣어야하니 본의 아니게 하루 종일을 써서 그 노트를 뜯어 고쳤다. 아마 그 변환 프로그램이 없었으면 1주일을 썼겠지만, 그래도 하루 만에 완성을 했으니 만족한다. 그 노트가 PDF로도 없었으면 Panal data analysis 강의 노트 만들려고 교과서들을 여럿 뒤지면서 1-2달 짜리 프로젝트가 돌아갔을 것이다. 실제로도 그 과목 강의 노트 4개 중 2개를 그렇게 만들면서 2주를 더 썼었다.

인공지능이 진짜 지능이 되어서 인과 관계를 판단해주지 않는 한, 인간이 '화룡점정'을 하는 위의 구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단지 화룡점정의 범위와 난이도만 바뀔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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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

IPO 재도전 SGI서울보증, ‘공적 자금 회수’ 시급 예금보험공사는 완주에 사활

IPO 재도전 SGI서울보증, ‘공적 자금 회수’ 시급 예금보험공사는 완주에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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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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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공모가 상단 2만원 낮춰 잡아
순이익 감소, 배당 수익률 하락 가능성
100% 구주 매각 방식 그대로 유지

국내 최대 민영보증보험사 SGI서울보증(이하 서울보증)이 기업공개(IPO)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돌입한다. 2023년에 이은 두 번째 IPO도전이다. 서울보증은 이전 시도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만큼 올해는 분기배당 확대, 밸류 하향 등으로 IPO를 완주한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오버행 등 일부 우려는 해소되지 않고 있어 흥행을 확신할 수 없는 분위기다.

1년 5개월 만의 재도전, 욕심 버렸다

4일 서울보증의 최대 주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서울보증은 지난달 24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해 10월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지 약 3개월 만의 일이다. 예보의 보유 지분 93.85% 중 전체 발행주식의 10%에 해당하는 698만2,160주가 공모 대상이며, 1주당 희망 공모가 범위는 2만6,000~3만1,800원이다.

서울보증은 오는 2월 20부터 26일까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이후 3월 5일과 6일에는 공모주 일반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성공적인 상장을 위해 예보와 함께 국내·외 딜 로드쇼(DR)도 실시한다. DR은 상장 전 사실상 마지막으로 기관투자자를 만나 청약 실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자리로, 서울보증은 이번 DR에서 정부의 밸류업 정책과 맞물려 오랜 시간 유지해 온 배당주이자 가치주로서의 매력을 강조할 계획이다.

서울보증은 2023년 9월에도 동일한 규모의 IPO를 추진한 바 있다. 당시 서울보증이 제시한 희망 공모가는 1주당 3만9,500~5만1,800원이었다.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등 국내 손해보험사는 물론 프랑스 코페이스(Coface), 미국 트래블러스(Travelers) 등 해외 손보사까지 비교기업군(피어그룹)에 포함해 산정한 값이다.

이를 두고 당시 시장에서는 서울보증이 적정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과도하게 부풀렸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결국 부진한 수요예측 성적표를 받아 든 서울보증은 같은 해 10월 IPO 일정을 자진 철회했다. 서울보증 측에서는 철회 이유로 시장의 투자심리 악화를 꼽았으나, IB업계에서는 높은 수준으로 책정된 희망 공모가와 시장의 눈높이가 너무 큰 괴리를 보였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이번 도전에서 서울보증은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보 등 국내 손보사로만 피어그룹을 구성했다. 이를 토대로 희망 공모가를 2023년 당시보다 최대 2만원 낮춰 잡았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상장 보험사의 PBR이 낮게 평가받는 국내 증시 실정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실패 사례를 발판 삼아 이번에는 반드시 IPO에 성공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고 해석했다.

실물경기에 민감한 반응, 순수익 급감에 배당 매력 희석

국내 보증시장 규모는 2023년 말 잔액 기준 약 1,926조원이다. 서울보증은 최근 3년 동안 25% 내외의 시장점유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탄탄한 입지를 다져 왔다. 향후 보증보험 시장이 개방된다면 손해보험사들이 시장에 진입해 경쟁하게 될 가능성도 있지만, 2023년 말 기준 전체 손해보험 중 보증보험의 비중은 보험료 기준 약 2%가량으로 낮아 서울보증의 시장 내 경쟁력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보증보험 특성상 경기 상황에 따라 손해율 및 구상률의 변동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서울보증처럼 수익의 대부분이 보증보험료에서 발생하는 경우, 실물경기의 영향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경기 불확실성이 짙었던 지난해 큰 폭의 내림세를 그린 순이익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보증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순이익은 1,279억원으로 전년 동기(2,623억원) 대비 51%가량 감소했다.

서울보증은 순이익 감소의 원인으로 경기침체와 정부 금융지원 종료를 꼽았다. 2022년까지는 코로나19 관련 대출 연장 등 정책 지원에 따라 보험금 청구가 감소해 탄탄한 실적을 유지했지만, 2023년 초를 기점으로 보험금 지급이 늘면서 순이익이 크게 휘청였다는 설명이다. 보험금 지급이 늘면서 경과손해율 역시 2023년 67.6%에서 지난해 1분기 81.6% 큰 폭으로 뛰었다. 경과손해율이 100%에 가까워질수록 흑자가 줄어들고, 이를 넘어설 경우 적자 전환을 의미한다.

서울보증은 순이익 중 배당금으로 나가는 비율(배당성향)을 2년 연속 50% 이상으로 유지 중이다. 만약 서울보증이 현재 순이익을 기준으로 배당성향을 50% 이상 유지한다면, 배당 수익률은 4%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 누적 순이익 791억원을 토대로 연간 순이익이 1,600억원이라고 가정한다면, 이 가운데 절반을 주주에게 배당할 때 주당 배당금은 1,145원 수준이다. 서울보증의 이번 공모 희망가액 상단이 3만원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배당수익률은 3.6%에 그친다.

여타 보험사들과 금융지주 역시 주주환원율 50%를 강조하는 등 시장 내 대체재가 많다는 점도 서울보증에는 악재다. 키움증권이 전망한 올해 주요 보험사 배당수익률은 DB손보 6.5%, 삼성화재 5.28%, 삼성생명 4.50% 수준으로 대부분 4%를 상회한다. 이처럼 대체재가 많은 상황에서 타 보험사보다 낮은 배당수익률을 기록하면 ‘고배당’을 앞세운 서울보증의 매력 또한 퇴색될 수밖에 없다.

기업가치 제고는 차순위

서울보증의 IPO는 예보가 추진하는 공적자금 회수 작업의 일환이다. 예보는 지난 1998년 외환위기로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대한보증보험과 한국보증보험을 합병해 SGI서울보증을 출범했다. 이후 2001년까지 총 1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까지 예보가 서울보증으로부터 회수한 자금은 4조원 남짓에 불과하다.

예보의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 청산일은 2027년 12월 31일로, 예보는 그전까지 서울보증의 상장과 주가 부양을 통해 6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셈이다. 현재 예보는 서울보증 상장 이후 보유 지분을 여러 차례 분리 매각해 지분율을 33.85%까지 떨어뜨린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이는 일반주주 입장에서 오버행(잠재적 과잉매물) 부담으로 다가오는 대목이기도 하다.

신주 매각 없이 100% 구주 매각으로 진행된다는 점도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상장 기업은 신주 발행을 통해 자금을 모은다. 이렇게 모인 자금은 해당 기업의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활동에 사용된다. 투자자들은 ‘상장 후 기업가치가 얼마나 올라갈 것인가’를 고려해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서울보증의 경우처럼 구주 매각 방식은 상장사가 아닌, 기존 주주에게 투자금이 흘러 들어간다. 예보가 서울보증 IPO를 공적자금 회수 작업의 일환이라고 밝힐 수 있었던 배경이자, 이번 IPO의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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