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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 분전에 마음 급한 오픈AI, ‘딥리서치’ 공개 “고급 연구자 위한 전문 도구”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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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검색 넘어 심층 연구 기능 수행" 
디바이스 활용 방식 딥시크와 차별화
폐쇄형 AI 모델 고수 전략 변화 감지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선두 주자인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급부상에 맞서 새로운 AI 검색·연구 도구 딥리서치(Deep Research)를 선보였다. 딥시크가 기대 이상의 성능과 오픈소스 모델을 바탕으로 빠르게 점유율을 넓히는 가운데, 오픈AI는 실시간 웹 탐색 및 다단계 추론 기능을 강화해 시장 선도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HLE 정확도 26.6%, 딥시크 3배”

4일 IT업계에 따르면 오픈AI는 전날 일본 도쿄에서 성명을 내고 “사용자를 대신해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는 오픈AI의 차세대 에이전트”라며 딥리서치를 공개했다. 기존 챗GPT의 검색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딥리서치는 AI가 사용자의 질문을 바탕으로 웹을 탐색하고, 문서·이미지·PDF 등 데이터를 분석해 연구 분석가 수준의 종합 리포트를 생성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딥리서치는 단순 검색을 넘어 금융, 과학, 정책 등 고급 연구자들을 위한 전문 도구”라고 강조했다. 질문과 동시에 답변이 생성되는 기존 챗GPT 모델과 달리, 최장 30분간 심층 검색을 수행한 후 더욱 정밀한 답변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출처가 명확하게 표시된 보고서를 생성하는 만큼 검증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도 강점으로 내세웠다.

특히 이날 오픈AI는 딥시크와의 성능 비교 데이터를 직접 공개하는 등 기술적 우위를 강조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오픈AI에 의하면 딥리서치는 AI 성능 평가 도구인 HLE에서 정확도 26.6%를 기록하며 딥시크 R1 대비 3배가량 높은 정확도를 보였으며, 기존 자사 추론 모델인 o3보다도 2배 높은 정답률을 보였다.

일부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오픈AI는 “내부 평가에 따르면 기존 챗GPT 모델보다 현저히 낮은 비율이지만, 응답에서 사실을 착각하거나 잘못된 추론을 할 수 있다”며 “출시 초기에는 보고서와 인용에 사소한 서식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작업을 시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러면서도 “이러한 모든 문제는 사용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효율적 활용’ 딥시크 vs. 오픈AI ‘차별화된 경험’

업계는 딥시크의 급부상과 오픈AI의 새로운 추론 모델 출시가 시장을 어떤 형태로 재편할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먼저 딥시크는 고성능 AI 모델이면서도 효율적인 연산을 지원한다는 강점을 내세웠다. 이는 기존 클라우드 기반의 AI 서비스와 달리 데이터 처리 및 분석을 로컬 디바이스에서 직접 수행할 수 있다는 데서 차별점을 가진다. 보안 강화와 실시간 반응 속도 향상, 데이터 전송 비용 절감 등 또한 이점이며,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이처럼 온디바이스 AI가 확산함에 따라 전력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의 역할도 확대되는 추세다. 기존 AI 연산은 높은 전력을 요구하는 GPU 및 NPU(Neural Processing Unit) 기반의 프로세서에서 수행됐지만, MCU 기반 AI 연산 기술이 발전하면서 낮은 전력에서도 AI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반면 오픈AI는 새로운 형태의 AI 하드웨어를 통해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에 중점을 뒀다. 현재 오픈AI는 아이폰 시리즈를 디자인한 애플 전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와 함께 AI 전용 기기를 개발 중이다. AI는 컴퓨터와 접하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때문에 새로운 단말기가 필요하다는 게 올트먼 CEO의 설명이다. 이들은 기존 스마트폰과 차별화된 AI 중심 디바이스를 개발한다는 목표 아래 AI 기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전개 중이다. 디바이스 AI 시장에서 두 기업의 경쟁이 본격화한 만큼 관련 하드웨어 및 반도체 산업의 성장 또한 가속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자체 데이터 학습 한계, 오픈 소스 전환 서두를까

일각에선 오픈AI가 챗GPT를 오픈소스로 전환하는 등 기존 전략을 재검토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그간 오픈AI는 폐쇄형 AI 모델을 고수하는 동시에 자체 데이터로만 학습하는 방식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딥시크가 오픈소스 모델과 증류(distillation) 기술을 활용해 빠르게 발전하면서 기존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증류 기술은 대형 AI 모델이 학습한 지식을 더 작은 모델에 압축·전이해 적은 비용으로 높은 성능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올트먼 CEO 또한 이 같은 시장의 관측에 일부 동의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새로운 AI 모델 o3-미니 출시를 기념해 진행된 온라인 생방송 중 한 이용자가 남긴 ‘AI 모델 기술과 연구 내용을 공개할 생각이 있나’라는 질문 글에 “현재 (공개를)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대중에게 소스 코드를 공개하지 않고 독점 모델로 운영돼 온 챗GPT를 딥시크처럼 오픈 소스 방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날 올트먼 CEO는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는 듯한 발언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우리가 역사의 ‘잘못된 편’에 섰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오픈 소스 전략을 세울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오픈AI의 모든 구성원이 이 같은 시각을 공유하는 것은 아니며, 이것(챗GPT의 오픈 소스 전환)이 현재 우리의 최우선 순위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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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입은 없고 폐업만 쌓인다" 주택건설업 신규 등록 업체, 2009년 이래 최저치

"유입은 없고 폐업만 쌓인다" 주택건설업 신규 등록 업체, 2009년 이래 최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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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건설업 신규 진입 사업자, 15년 만에 최저 수준
폐업·도산 업체 급증, 올해도 업황 부진 이어질 전망
"우리도 안전하지 않다" 허리띠 졸라매는 대형 건설사들 

지난해 주택건설업 신규 등록 업체가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건설 경기 침체 상황이 장기화하며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사업자가 급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간판을 내린 건설사 수는 20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얼어붙는 주택건설업 시장

4일 대한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건설업 신규 등록 업체는 421곳으로 2009년(363곳)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택건설업 신규등록 업체는 주택 시장이 과열됐던 2021년 2,191곳까지 급증했으나, 2022년 1,086곳으로 급감한 뒤 2023년 429곳으로 반토막이 났다.

지난해 사업을 영위할 수 없어 주택건설업 등록을 자진 반납한 업체는 796곳으로 2023년(843곳) 대비 다소 줄었으나, 10년 장기 평균(606곳)보다는 200곳 가까이 많았다. 주택건설사업을 포기하는 업체가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요건에 부합하지 못해 주택건설업 등록이 말소된 업체는 192곳으로 전년(246곳)보다 54곳(22%) 줄었다. 이에 지난해 주택건설업 등록업체는 전년보다 567곳(6.0%) 감소한 총 8823곳으로 집계됐다.

종합건설사도 '줄폐업'

업황 침체로 신음하는 것은 주택건설업계 만이 아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지난해 간판을 내린 종합건설업체는 641곳에 달한다. 이는 2005년(629건) 이후 최대치이자, 2021년(305건)과 대비 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보유 업종 중 일부만 폐업하거나 업종을 전문건설업으로 바꾼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폐업 사유는 ‘사업 포기’, ‘회사 도산’이었다. 지난해 부도 처리된 건설사 역시 30곳으로 2019년(49곳) 이후 가장 많았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 통계상 지난 1월 폐업 신고한 종합건설사는 58곳에 달한다. 이는 1월 기준으로 2011년(60곳) 이후 최대치며, 전월(40곳)과 비교하면 45% 늘어난 수준이다. 새해 첫 달에 폐업한 종합건설사는 2021년 20곳에서 2022년 31곳, 2023년 31곳, 지난해 40곳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올해 폐업·부도 업체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제기한다. 건설업계가 경기 호전 모멘텀(동력) 확보에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물량 감소, 경쟁 심화, 이익률 저하 등으로 대다수 건설 기업이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올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에 회복 국면을 기대하지만 의미 있는 물량 증가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 건설사도 '생존'에 초점

위기를 맞닥뜨린 대형 건설사들은 '생존'을 위해 비용 절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DL이앤씨의 경우 지난해 8월 박상신 대표가 취임한 이후 기존에 수주했던 사업의 사업성을 전면 재검토 중이다. 부동산 경기가 어려워진 만큼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다시 꼼꼼히 따져보겠다는 취지다. 박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 사업 추진 시 현금 흐름을 의사 결정 지표로 삼고 위험 관리 역량과 매뉴얼 기반의 차별화한 경쟁력을 확보해 달라"고 임직원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임금 절감 및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활로를 찾는 기업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포스코이앤씨 임원들은 지난해 4월부터 임금의 10~15%를 자진 반납하고 있으며, 직원들도 경영 위기 극복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임금 조정을 회사에 위임한 상태다. 코오롱글로벌은 임원 수를 줄이고 건설 부문 직속으로 원가 기획팀을 신설하며 위기 극복 의지를 다졌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올해 대형 건설사들이 사업성이 확실한 사업지를 중심으로 '선별수주' 경향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이와 관련해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은 중소형 건설사뿐만 아니라 대형사도 생존 위기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 대형 건설사들은 무작정 신규 수주를 따내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확실히 돈이 되는 곳을 따지며 까다롭게 사업지를 선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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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정상화 시급 MG손해보험, ‘고용승계’ 외치는 노조 제동에 매각 무산 위기

경영 정상화 시급 MG손해보험, ‘고용승계’ 외치는 노조 제동에 매각 무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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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전 임점실사 노조 방해로 무산
노조 “영업비밀 침해 등 법적 문제” 항변
고통분담 없는 고용승계 주장, 공감 힘들어

MG손해보험 매각이 ‘노조 리스크’에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5번의 시도 끝에 메리츠화재를 우선협상대상자(우협)로 선정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노동조합이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이후 절차를 막아섰기 때문이다. 매각 주체인 예금보험공사는 노조를 향해 법적 조치를 시사하며 강경 대응에 돌입했다. 메리츠화재가 인수전에서 물러날 경우 새로운 원매자를 찾기까지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되는 만큼 업계는 이번 매각전의 향방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물리적 충돌 직전까지 간 임점 실사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MG손보를 둘러싼 갈등은 최고조를 향해 가고 있다. 지난 2022년 4월 MG손보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예보는 세 차례에 걸쳐 공개매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후 2024년 8월 수의계약으로 전환했고, 두 차례의 시도 끝에 메리츠화재가 우협으로 선정됐다.

문제는 실사 과정에서 터졌다. 예보는 지난달 9일 진행한 MG손보 임점 실사에서 노조가 현장에 난입해 집기와 비품, PC 등을 이동시키면서 작업을 방해했다고 밝혔다. 예보 관계자는 “대표관리인의 허락 후 실사단과 MG손보 임점 실사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노조가 이를 저지했다”며 “실사단은 물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철수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예보는 ‘MG손보 매각 관련 설명자료’를 배포하고 “만약 이번에 매각이 안 될 경우 청산‧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노조 측에 실사에 적극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실사 방해가 지속될 경우 노조에 대해 업무방해, 출입금지 방해 가처분 등 법적 조치까지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예보 관계자는 “약 3년 동안의 매각 과정에서 유효한 입찰자는 메리츠화재가 유일하다”고 짚으며 “또 다른 매수 희망자를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각이 어려울 경우 보험계약자에 예금보험금을 지급하고 청산 또는 파산 방식으로 정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이 경우 124만 명에 달하는 보험계약자가 직접적인 피해를 본다”고 강조했다.

예보 측의 지적대로 매각이 지연되는 동안 MG손보 경영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MG손보의 지급여력비율은 2023년 말 76.9%에서 지난해 9월 말 43.4%까지 떨어지면서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한참 밑돌았다. 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회사가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의 자본 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MG손보 경영 정상화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새로운 원매자를 찾는 게 매우 어렵다는 예보 측의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예보 관계자는 “매각 절차를 원활하게 진행하면 2~3개월 이내에 기본합의서를 체결하고 5월께 매각을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매각이 무산될 경우, 재매각 또는 예금보험금 지급 후 청산·파산 등 정리 방식에 대해 금융위원회 등 관계 당국과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MG손해보험 본사 전경/사진=MG손해보험

“고용 문제 별도 협의” 메리츠 vs. 노조 “믿을 수 없어”

MG손보 노조는 메리츠화재의 우협 선정 전부터 매각 반대 의사를 피력해 왔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메리츠화재 특혜 논란에 예보는 물론 금융당국 또한 납득할 만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은 메리츠화재를 대상으로 진행한 종합검사 결과 발표 지연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우협 지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검사결과 발표를 미루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음에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후 메리츠화재 우협 선정 후에는 서울 중구 예보 건물 앞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MG 노조 측은 “금융당국과 예보가 탄핵정국으로 혼란스러운 틈을 타 일방적으로 메리츠화재를 우협으로 지정했다”고 주장하며 “우협 지정 철회와 금감원, 예보에서 파견된 관리인 교체 및 징계가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저항하고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의 방해로 실사가 무산됐다는 예보의 주장에도 반박했다. 법적으로 요구할 수 없는 경영 관련 민감한 정보와 직원의 개인정보, 계약자 기초자료까지 원했기 때문에 이를 막았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노조 관계자는 “예보에 대해 어떠한 업무방해 행위도 없음을 자신할 수 있으니 법적 검토만 하지 말고 신속하게 법적으로 대응할 것을 요구한다”며 “사실 확인은 예보 안전경영실 직원의 보디캠 영상을 보면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주요 쟁점인 고용 불안정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간 MG손보 노조는 이번 매각이 인수합병(M&A)이 아닌 고용 승계 의무가 없는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진행되는 탓에 차후 MG손보 직원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를 보여 왔다. 메리츠화재는 MG손보 실사 종료 후 고용 문제를 별도 협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배영진 MG손보 노조 지부장은 “메리츠화재는 과거 노조를 없앤 전력이 있다”고 짚으며 “노조까지 떠안으면서 굳이 우리(MG손보) 직원들을 고용승계하진 않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노조는 강경 노선 유지, 설계사는 “보험계약자 보호”

결국 노조는 예보에 매각 실사가 영업비밀 침해 등 법적 문제가 없는지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예보는 법률 검토 후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 노조가 실사에 협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그러는 사이에도 서로를 향한 양측의 비난은 거세지며 해결점에서 멀어지고 있다. 현재 예보는 MG손보 노조가 농성을 위해 자사 앞에 설치한 컨테이너가 불법 임시건물이라며 가건물 철거이행소송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MG손보 구성원들이 업계 최고 수준의 복리후생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논란을 키웠다.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의하면 MG손보 직원들은 지난 2023년 미사용 연차수당으로 1인당 평균 500만원 이상을 받았다. 일부 직원은 1,000만 원 이상을 수령해 가기도 했다. 내부 규정상 직원들에게 부여하는 연차휴가 일수에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직원 평균 급여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매각 절차가 시작된 이후에도 꾸준히 늘었다. MG손보 사업보고서를 보면 임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2021년 7,240만원에서 2022년 7,430만원, 2023년 7,740만원으로 늘었다. 특히 복지 포인트의 경우 손보 업계 1위인 삼성화재(연간 100만원)의 3배에 달하는 3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MG손보 노조가 회사 재무건전성 악화에 고통을 분담해도 모자랄 판에 고용 승계만을 외치며 매각 작업을 방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는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가 인수를 포기하고 결국 MG손보가 청산으로 가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보험사가 청산되면 보험계약자는 예금자보호법상 5,000만원까지 해약환급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보험 상품의 특성상 해약환급금은 사업비 등이 공제되는 탓에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보험설계사와 대리점으로 구성된 MG손보 영업가족협의회는 “청산만은 막아달라”며 MG손보의 조속한 정상화, 즉 메리츠화재로의 인수를 지지하는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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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공약 현실화, 수십 년 쌓아 올린 자유무역 기조 ‘풍전등화’

트럼프 관세 공약 현실화, 수십 년 쌓아 올린 자유무역 기조 ‘풍전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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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반발 선제 차단, 고율 관세 강행
상대국, WTO 제소 및 보복 관세 시사
대미 무역흑자국 일제히 ‘비상 체제’

관세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가 글로벌 무역 질서의 붕괴를 불러올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을 겨냥한 고율 관세가 국가 간 무역 협정 체제를 무력화하고, 상황은 중국에 유리하게 흘러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자유무역 기조의 핵심인 세계무역기구(WTO) 또한 무용지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미국 ‘황금기’ 위해 고통 불사하겠단 트럼프

2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글로벌 무역 시스템과 세계 무역 질서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는 공개 투자와 자유 시장을 중시하는 미국 경제를 중심축으로 삼았던 시스템의 와해를 뜻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결국 국제 경제 질서는 중국에 유리하게 재편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1일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강행 방침을 밝혔다. 그는 “펜타닐 등 마약과 불법 이민자 유입을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처에서 미국의 3대 교역국을 그 첫 대상국으로 삼으면서 특정 품목이나 산업이 아닌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나아가 상대국이 이번 조처에 반발해 보복을 가할 경우, 해당 국가에 대한 관세율을 추가 인상하는 ‘보복 조항’ 또한 행정명령에 포함했다.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까지 동원했다. IEEPA는 미국의 안보나 외교, 경제 등에 위협이 되는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통령에게 외국과의 무역 등 경제 활동을 광범위하게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이다. 의회나 백악관 내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반발을 선제 차단하려는 의도다.

미국의 경제학자들과 비즈니스 그룹, 의회 내 일부 의원들은 즉각 “잘못된 처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조처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치솟고, 산업이 마비돼 중국이 더욱 강력한 글로벌 무역 허브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나라에 보편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위협함에 따라 다른 나라들이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강화하는 요인을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 또한 무역 전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로이터는 마크 마렉 시버트 파이낸셜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인용해 “시장은 이번 조치에 영향을 받을 것이며, 지금까지 시장은 그(트럼프 대통령)의 편이었지만,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세계적 무역전쟁 리스크는 미국 기업의 수익에 타격을 주고 금리 인하 기대 또한 무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각계의 비판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황금기’를 위해서는 일부 고통을 감내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미국은 캐나다, 멕시코, 중국(그리고 거의 모든 나라)과의 교역에서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으며, 그렇게 떠안은 부채는 36조 달러(약 5경2,500조원)에 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는 더 이상 ‘멍청한 나라(Stupid Country)’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면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미국이 쌓아 올린 자유무역 기조, 미국 손에 무너지나

중국과 캐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조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로 했다. 다만 WTO 제소의 경우 무역분쟁 해결에 워낙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WTO 탈퇴를 위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는 집권 1기 당시에도 WTO 체제 무역 질서 아래에서 미국이 적지 않은 손해를 보고 있다고 탈퇴를 위협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미국 내 보수 세력 또한 WTO의 최혜국대우(MFN) 조치로 미국이 수입 상품에 비대칭적인 낮은 세율을 부과하고 있으며, 이는 무역수지 적자의 주요 원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크 델로르 연구소 싱크탱크의 연구원 엘비어 파브리는 AFP통신에 “지금까지 행보를 보면 트럼프 당선인은 어떤 규칙도 따를 의사가 없어 보인다”며 “미국은 WTO에서 탈퇴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미국은 이미 WTO 규칙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있다”고 반색했다.

캐나다는 이번 조처에 25%의 보복관세를 예고했으며, 멕시코는 안보 및 공중보건 협상을 제시했다. WTO 제소부터 보복 관세 카드까지 나오면서 글로벌 무역시장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시계 제로’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아시아 사회정책연구소의 웬디 커틀러 전 미국 무역협상가는 “우리의 친구, 이웃, 자유무역협정(FTA) 협정 파트너들이 사선에 있다”고 진단하며 “거센 압박 속에서 일종의 타협안이 도출되기 전까지는 강대강 대립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NATO 동맹도 실리 앞에선 무용지물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그치지 않고 그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으로 느슨한 동맹을 유지해 온 유럽연합(EU)에도 관세의 칼날을 드러냈다. 그는 “EU에 대한 관세 부과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곧 시행할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EU가 농산물과 자동차를 충분히 수입하지 않아 미국의 무역적자를 확대한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다.

EU는 즉각 경계하는 태도를 보였다. EU 집행위원회는 2일 성명을 내고 “(미국의) 보편 관세 조치는 사업 비용을 늘리고 근로자와 소비자에게 해를 끼친다”고 짚으며 “또한 필요 이상의 관세는 경제적 혼란을 초래하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고 일갈했다. 이어 “만약 EU 제품에 불공정하고 자의적 방식의 관세가 부과되면, 집행위는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 내 주요국과 기관들도 우려를 표명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관세장벽 없는 자유로운 교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기독민주당 대표는 “EU가 단결해 미국과 협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클라스 노트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은 “새로운 관세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을 유발해 유로화 약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유럽은 4억 명의 소비자를 보유한 강력한 무역 블록”이라며 “미국이 주도하는 무역전쟁은 모두에 피해를 주는 자멸책이 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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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가난한 노인 늘어난 대한민국, 노인빈곤율 2년 연속 악화 "OECD 중 빈곤율 최악"

가난한 노인 늘어난 대한민국, 노인빈곤율 2년 연속 악화 "OECD 중 빈곤율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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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빈곤율 0.1%P↑ 38.2%
노인 10명 중 4명은 빈곤층, 2년째 악화
OECD 회원국 중 ‘최악 수준’

한동안 감소세를 보이던 한국 노인 빈곤율이 2년 연속 악화됐다. 연 소득이 중위소득의 절반 이하인 노인 비율이 2023년 38.2%로 2년 연속 올라간 것이다. 노인 중에서도 나이가 많거나 여성인 경우 빈곤율이 더 높았다. 전체 인구 평균 빈곤율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노인 빈곤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76세 이상, 2명 중 1명은 빈곤층

4일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의 e-나라지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처분가능소득(가처분소득)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노인빈곤율)은 38.2%로 집계됐다. 노인빈곤율은 전체 노인 중 소득수준이 중위소득의 50%(상대 빈곤선) 이하인 사람의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전체 상대적 빈곤율(14.9%)이나 근로연령인구(18∼65세)의 상대적 빈곤율 9.8%(남성 9.7%, 여성 10.0%)보다 월등히 높다. 특히 2023년 노인빈곤율을 성별로 나눠보면 남성 31.8%, 여성 43.2%로 여성이 훨씬 더 빈곤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낮아지는 추세였다. 2013년 46.3%, 2014년 44.5%, 2015년 43.2%, 2016년 43.6%, 2017년 42.3%, 2018년 42.0%, 2019년 41.4% 등으로 40%대 중반에서 초반으로 꾸준히 감소하다가 2020년 38.9%로 처음으로 30%대로 떨어졌고, 2021년에도 37.6%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2022년 들어 38.1%로 전년보다 0.5%포인트 높아지며 뒷걸음질 치더니 2023년 38.2%로 0.1%포인트 더 올라갔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OECD의 ‘한눈에 보는 연금 2023(Pension at a glance 2023)’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 인구의 소득 빈곤율은 40.4%로, OECD 회원국 평균(14.2%)보다 3배 가까이 높다. 이 같은 빈곤율은 고령층으로 갈수록 더 높아졌다. 66세 이상 노인 인구 중 66∼75세 노인 소득 빈곤율은 31.4%지만, 76세 이상은 52.0%로 2명 중 1명 이상이 빈곤층에 속했다.

고령층으로 갈수록 빈곤층 비율이 높아지는 이유는 연금 등 노후 대비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76세 이상 대다수는 국민연금에 장기간 가입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연금 수급액이 적거나 아예 없는 사람이 많다. 게다가 한국 노인 인구의 소득 불평등은 다른 계층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의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0.376으로 전체 인구(0.331)보다 높았다. OECD 회원국 평균 노인 인구의 가처분소득 지니계수(0.306)가 전체 인구(0.315)보다 낮은 점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지니계수는 소득 불평등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는 뜻이다.

가구분화가 빈곤율 견인

소득 감소 외에 '가구분화'도 노인빈곤율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 고령가구에서 자녀 분가 등 젊은 가구원이 분화하면 고령가구의 빈곤율이 증가해 노인 빈곤이 심화되는 것이다. 현재 빈곤율은 가구 단위로 산출되기 때문에 전체 소득이 변화가 없더라도 가구분화로 인해 빈곤 가구가 늘어날 수 있다. 비빈곤 가구에 속한 고령자는 자신의 소득 유무와 무관하게 빈곤 노인에서 제외돼 가구분화로 인해 소득이 없는 노인세대가 신규 가구로 될 경우 빈곤 가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한국연구재단(KCI) 등재지 보건사회연구 44호에 실린 ‘가구분화에 따른 노인가구의 빈곤 및 소득불평등 추정과 정책 방향’ 연구에서 노인가구 분화과정(2009~2020년)을 분석본 결과, 해당 기간 가구 수는 5.4% 증가한 반면, 가구원 수는 0.25명 줄었고 가구경상소득은 8.2% 감소했다.

특히 해당 기간 노인가구 지니계수는 0.022포인트 감소해 분배 구조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소득효과로 지니계수가 0.091포인트 감소한 데 반해, 가구분화 효과로 인해 0.069포인트가 증가했다. 노인가구 전체 분배구조가 개선될지라도 가구분화 자체가 노인가구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지점이다.

노인빈곤율 분석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분석기간 동안 노인가구 빈곤율의 총변화는 7.4%포인트로 감소했다. 세부적으로는 소득효과로 인해 빈곤율이 32.1%포인트 줄어든 반면, 분화 효과로 인해 빈곤율은 24.6%포인트 증가했다. 노인가구 전체 빈곤이 완화된 경우에도 가구분화가 노인가구 빈곤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초연금 인상, 국민연금 가입·근로의욕 약화 우려

전문가들은 노인들의 빈곤층 추락을 막기 위해선 '기초연금 강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노인가구의 기초연금 수령액 변화가 향후에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현행 사회보장정책에 복지급여의 주요 대상 가구의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는 청년 세대의 공감이 필요한 문제다. 기초연금은 노령이라는 생애주기적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근로세대가 은퇴세대를 부양하는 제도로, 세대 간 연대라는 사회계약을 원리로 삼는다. 그런데 가뜩이나 국민연금을 둘러싼 세대 간 인식이 극단적으로 차이 나는 상황에서 미래 세대의 부담이 커지는 방향으로의 일방적 개혁은 또 다른 갈등을 예고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기초연금 인상은 국민연금 가입 의욕을 저하시킬 우려도 크다. 그간 기초연금 인상을 놓고 각계각층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데 비해 노인 빈곤 완화 효과가 의심스럽고,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중하위 소득계층의 국민연금 가입 동기를 떨어뜨릴 수 있으며, 젊은 층의 근로 의욕을 낮출 수 있는 등 갖가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는 근거가 없는 게 아니다. 실제로 기초연금을 40만원 주면 국민연금 가입자 3명 중 1명은 "가입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조사 결과도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의 '기초연금 수준과 국민연금 가입 유인의 관계'란 연구보고서를 보면, 2020년 4월 1~16일 국민연금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기초연금 수준에 따른 국민연금 가입 의향을 설문 조사한 결과, 기초연금액이 오를수록 국민연금 가입 거부 의향도 더 강해졌다.

게다가 현행 기초연금 제도에는 국민연금 성실 가입자에게 불리한 조항이 있다. 바로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길면 기초연금을 감액해서 주는 이른바 '기초연금-국민연금 가입 기간 연계 감액 장치'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을 많이 받는 사람은 기초연금을 삭감당한다. 노인 단독 기초연금액(33만4,814원)의 1.5배 이상의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부터 기초연금이 줄어들 수 있는데, 최대 감액은 기초연금의 절반까지다. 대략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10년을 초과해 1년씩 증가할 때마다 1만원 정도 감액되는 수준으로, 국민연금 수령자 입장에서는 보험료를 충실하게 납부한 사람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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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압박' 직면한 대만 TSMC, 美 현지 투자 확대할까

'트럼프 압박' 직면한 대만 TSMC, 美 현지 투자 확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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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이사회 사상 최초로 美서 개최, 트럼프 의식했나
현지 생산 주문하는 美, 따라가는 대만 정부
시장에서는 TSMC 美 생산 시설 확충 전망 제기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대만 TSMC가 미국 현지 시설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우선주의' 기조를 앞세워 TSMC에 대한 압박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TSMC가 관세 부담 등을 피해 현지 생산 시설 확충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응' 나선 TSMC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오는 12일(이하 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미국에서 이사회 회의를 개최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에 발맞춰 TSMC의 애리조나 반도체 공장이 미국 반도체 제조 생태계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애리조나 반도체 공장은 TSMC가 해외에 처음 지은 첨단 공정 제조 공장으로, 올 1분기부터 4나노(㎚·1㎚=10억분의 1m) 공정 웨이퍼를 대량 양산할 예정이다.

TSMC가 이사회 회의 개최지를 조정하며 '트럼프 맞춤형' 대응에 착수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향후 TSMC가 미국 내 생산 역량 확대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최근 들어 TSMC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현지 생산' 압박이 눈에 띄게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열린 공화당 하원 정책회의 연설에서 “대만이 반도체 시장의 약 98%를 차지하고 있다”고 과장하며 “우리는 그들이 (미국으로) 돌아오길 바라는데, 이미 수십억 달러를 보유한 그들에게 바이든의 프로그램처럼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인센티브며, 그 인센티브는 25%, 50%, 심지어 100%의 세금을 피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대만 반도체 업체를 대상으로 관세를 강화해 현지 생산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을 드러낸 것이다.

등 밀어주는 대만 정부

대만 정부가 자국 기업의 미국 이전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는 점 역시 TSMC의 미국 투자 확대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중앙통신, 과기신보(科技新報), 연합보(聯合報) 등 대만 현지 언론에 따르면, 3일 대만 경제부는 성명을 내고 미국으로 이전을 희망하는 기업에 투자 가능한 주와 현지 법률, 제휴사 선정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공표했다. 대만 대외무역협회(TAITRA)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동남아의 주재 기관에 전담 서비스팀을 두고 본부와 협력해 기업에 자문과 즉석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장벽'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25%, 중국 제품에는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명령에 서명했다. 관세 부과 대상이 된 멕시코는 훙하이 정밀, 허숴, 웨이촹, 광다전뇌, 런바오 전뇌, 잉예다 등 300개 이상의 대만 기업이 진출해 있는 핵심 생산 기지다. 2025년 대만 기업의 멕시코 현지 총투자액은 40억 달러(약 5조8,690억원), 현지 고용은 7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첨단 공정은 자국에서"

대만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발을 맞추면서 TSMC는 미국 현지 생산 투자를 위한 '발판'을 확보하게 됐다. 다만 TSMC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3나노 미만 첨단 반도체 생산 시설이 미국에 들어설 가능성은 사실상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TSMC가 최첨단 공정은 대만에서만 운영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열린 컨퍼런스에서 “최신 반도체 공정 기술은 대만에서만 운영돼야 한다”고 직접 공언하기도 했다.

실제 TSMC가 최근 발표한 1나노 첨단 생산 시설 투자 계획의 거점 역시 대만 남부 지역이다. 3일 대만 연합보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TSMC는 대만 타이난 사룬에 12인치 웨이퍼(반도체 기판)를 생산하는 팹25(반도체 제조단지)를 세우기로 결정했다. 이 단지는 공장 6개가 들어설 수 있는 초대형 규모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TSMC가 남부과학단지 내 팹25 P1∼3공장에 1.4나노, P4∼6공장에 1나노 공정을 건설하는 계획을 제출했다”며 "중부과학단지에 1.4나노, 팹25 P1∼3공장에 1나노, P4∼6공장에 0.7나노 공정을 짓는 안으로 건설 계획을 수정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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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닫은 국민들, 소매판매 21년 만에 최대 폭 감소 “끝모를 내수 부진 터널”

지갑 닫은 국민들, 소매판매 21년 만에 최대 폭 감소 “끝모를 내수 부진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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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간 소매판매액 2.2% 하락
카드 대란' 이후 최악의 소비절벽
저성장 고착화 우려, 내수부진 심화 경고

가계 소비가 ‘카드 사태’로 씀씀이가 급감했던 2003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생산·투자는 이전보다 늘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내수 부진의 골은 오히려 깊어졌다. 우리 경제를 이끌었던 수출이 도널드 트럼프발 관세 여파에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수마저 반등 여부가 불분명해지면서 한국 경제의 부진 탈출은 더욱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소매판매 3년째 줄어, 역대 최장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산업 생산은 전년보다 1.7% 증가했다. 전 산업 생산 증가율은 2022년 4.6%에 이어 2023년 1%로 하락한 뒤 지난해에도 1%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제조업을 포함한 광공업 생산은 4.1% 늘었다. 전기 장비·1차 금속 등은 감소했지만 반도체·의약품 분야가 늘었다. 제조업 생산은 반도체 분야 호황으로 4.4% 늘며 전년(-2.6%)의 부진을 극복했다. 서비스 생산은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년 증가폭(3.2%)의 절반 이하다.

투자 분야도 부문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설비 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와 운송장비에서 모두 늘어 4.1% 증가했다. 반면 건설경기를 나타내는 건설기성은 4.9% 줄었다. 2021년(-6.7%)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생산과 투자는 선방했지만 소비는 2.2% 감소하며 3년 연속 뒷걸음질했다. 1995년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장기간 마이너스 행진이다. 고물가·고금리로 실질소득이 줄어든 데다 임금 역시 후퇴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상용근로자 1명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354만3,000원으로 1년 전보다 1만5,000원 감소했다.

장기간 불황이 이어지고 소비자들의 지갑마저 얇아지다 보니 유통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통신판매 업체(인터넷으로 가구·가전·식품·의류 등을 판매하는 업체)가 총 9만4,850곳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전년(7만8,580곳)보다 1만6,270곳(20.7%) 급증한 수치다.

대형 유통사도 예외는 아니다. 이마트의 지난해 매출은 29조1,658억원, 영업이익은 1,499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3분기 당시 3년 만에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때와 달리 매출·영업이익 전망이 각각 550억원, 400억원 감소했다. 롯데쇼핑 역시 지난해 3분기 전망치 대비 매출이 약 1,200억원 줄었다. 신세계는 지난해 연 매출이 6조4,942억원으로 약 2.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259억원으로 17.8%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1.3%까지 내린 해외IB의 韓성장률 눈높이

올해도 소비가 되살아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고용 시장이 악화하고 가계부채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어서다. 작년 12월 취업자는 2,804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5만2,000명 감소했다. 2021년 2월 이후 3년 10개월 만에 줄어들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취업자 증가폭이 작년(15만9,000명)을 밑도는 12만 명가량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9월 말 기준 한국 가계의 금융부채는 2,356조원으로 집계됐다.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90.8%에 달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넘으면 민간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불어난 이자비용에 가계가 지갑을 닫는다는 뜻이다.

이에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에 대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눈높이도 낮아졌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최근 주요 글로벌 IB들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재차 하향 조정하고 있다. JP모건은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종전 1.7%에서 1.3%로 크게 낮춰잡았고 ING는 1.4%로 제시했다. 씨티는 비상계엄 직후 1.6%에서 1.5%로 다시 하향조정했으며, 뉴욕증권거래소 리서치 전문 기업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1.5%를 전망했다. 정부가 전일 경제방향정책을 통해 발표한 성장률 전망치인 1.8%와 글로벌 IB의 전망치가 벌써 최대 0.5%포인트(p)의 괴리를 보이는 것이다.

글로벌 IB들은 지난달 발생한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 증대와 제주항공 참사로 인한 소비심리 악화, 내수 부진 장기화 등을 이유로 꼽았다. JP모건은 "수출이 견조한 반면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가 정치·정책 불확실성으로 급락하는 등 내수 부문이 취약한 상황"이라며 "당분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ING는 "국내외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가계와 기업의 심리지표도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저 수준"이라며 "연말 항공기 참사도 가세하여 부진한 경제 심리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봤다.

내수침체·고환율에 폐업 내몰려, 中企·자영업자들 금리 인하 요구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달 25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우리 경제의 저성장 고착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금리 인하 압박도 거세지고 있어서다. 특히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최근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에 대해 “고환율과 내수 경기 부진으로 폐업이 잇따르는 밑바닥 경기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지난해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시중은행들은 대출금리를 거의 내리지 않았다”며 “더 늦기 전에 정부와 중앙은행은 위축된 경기를 살릴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도 “내수 경기 침체 상황에 직면한 소상공인들은 그동안 내수 활성화를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해 달라고 꾸준히 촉구했다”며 “서민의 부담을 덜어줄 실효성 있는 금융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높은 중소기업들은 기준금리뿐 아니라 은행권 시장금리를 내릴 수 있는 정부 대책도 요청하고 있다. 컨벤션업계의 한 기업 대표는 “우리처럼 서비스를 판매하는 기업은 기술 보증 같은 담보대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금리 동결에 따른 타격이 더 크다”며 “정책자금으로 버티고 있지만 대출금리가 내려가지 않으면 대다수 중소기업이 사지로 내몰릴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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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장치 불구 6,600억 EB 중 1,720억 손절, 엘앤에프 '눈물의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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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캐즘에 발목 잡힌 이차전지
지난해 영업손실 5,100억, 부채비율 250%
기존 발행한 CB 소각하고 새로운 CB로 교체

시가총액 3조원이 넘는 이차전지 섹터 코스피 상장사 엘앤에프가 자기주식을 대상으로 발행했던 교환사채(EB) 일부를 큰 폭으로 할인해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엘앤에프의 원금 상환능력에 의심이 커진 투자자들이 급하게 원금을 손절까지 해가며 일부 자금이라도 회수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엘앤에프, EB 할인 매입

4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엘앤에프는 지난해 말 6,628억5,000만원 규모 EB 중 1,720억원어치를 만기 전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해당 EB는 싱가포르거래소에 상장돼 있었는데 엘앤에프가 공개매수 형태로 이를 재매입한 것이다. 67% 할인율이 적용됐고 엘앤에프는 1,719억8,000만원 EB를 1,157억9,000만원에 사들였다. 엘앤에프 입장에선 발행가보다 약 33% 싸게 EB를 매입한 셈이다.

해당 EB는 2023년 4월 26일 발행된 것으로, 만기는 2030년 4월 26일까지다. 교환 대상은 엘앤에프 주식이며 교환가액은 43만8,100원으로 설정됐고, 교환청구기간은 2023년 6월부터다. 공시에서 EB 투자자들의 면면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매도한 것으로 추측된다.

회사에 대한 투자자 우려 반영

이 공시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앞선 EB 투자자들이 투자원금의 상당 수준 손실을 감수하고 원금 일부를 급하게 회수했기 때문이다. 실제 만기까지는 5년이 남은 시점이었고 조기상환청구 시점(발행 5년 후)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추후 엘앤에프의 주가가 다시 회복될 경우 투자자들은 EB를 엘앤에프 주식으로 교환, 자본차익을 기대할 수도 있었다. 다만 주가가 지난달 23일 종가 기준 8만원 중반대라 당장 교환청구를 기대하긴 힘들었다.

그런데 교환청구를 택하지 않더라도 EB 투자자가 굳이 손실을 볼 이유는 없었다. 만기까지 기다리기만 하더라도 투자원금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약정된 이자율(2.5%)까지 받아 원금과 소액의 수익을 챙긴다면 만족스럽진 않더라도 적어도 손해를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은 안전장치를 뒤로 하고 일부 손절을 선택했다.

이를 두고 다수의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회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더군다나 채권 손절은 투자자 입장에선 발행사의 원금 상환능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할 때 택하는 중대 의사결정 중 하나다. 물론 6,600억원 EB 전체를 매도한 건 아니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원금 상환 능력에 의문이 생긴 결과로 풀이된다.

엘앤에프 사옥 전경/사진=엘앤에프

2,500억 영구채 발행 무산, CB 매입 소각

최근 이차전지 섹터는 극심한 업황 불황기를 겪고 있어 업계 안팎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엘앤에프 역시 불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엘앤에프는 최근 발표한 잠정실적에서도 부진을 거듭했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1조9,075억원, 영업손실 5,102억원을 기록했다.

엘앤에프는 2022년만 해도 글로벌 전기차 시장 확장에 힘입어 연간 2,663억원의 이익을 기록하며 소위 대박을 쳤다. 전년도 이익규모가 443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년 만에 이익 규모가 약 6배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캐즘 시작과 동시에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하며 2023년에는 2,223억원, 2024년에는 5,10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연속으로 냈다. 이에 130% 수준이었던 부채비율은 250%를 넘어섰고, 기업이 단기부채를 얼마나 쉽게 상환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유동비율은 1년 만에 135%에서 81%로 낮아졌다.

상황이 이렇자 엘앤에프는 자금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으나 결국 무위에 그쳤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2,5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시도했지만 협의 과정에서 이자율 등 이견이 발생하며 계획을 접었다. 영구채는 분명 부채지만 재무제표상 자본으로 인정돼 자금을 조달하면서도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보통 스텝업(금리인상) 조항 등이 붙어 시간이 지날수록 금리 압박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이에 엘앤에프는 영구채 발행 대신 기존 발행한 전환사채(CB)를 매입해 소각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지난해 12월 1,700억원 규모의 해외 CB를 만기 전 취득해 소각한 데 이어 1,000억원 규모의 CB를 추가 매입하고 소각했다. 다만 1,000억원의 CB를 재발행하기로 하면서 보통주 전환가액을 기존 대비 40% 넘게 낮췄다. 엘앤에프 주가가 지지부진하면서 주식전환권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기 때문이다. 엘앤에프가 경쟁업체에 비해 적자 규모가 큰 이유로는 열위한 협상력이 꼽힌다. 포스코퓨처엠, LG화학 등 대기업집단을 등에 업은 업체들과 비교해 매출처와의 영업 줄다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악화했을 때 매출처에 제품을 밀어 넣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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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상어' 울릉분지 추가 매장 가능성, 최대 51억 배럴 전망

'마귀상어' 울릉분지 추가 매장 가능성, 최대 51억 배럴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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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분지, 최대 51억7,000만 배럴 가스·석유 매장 가능성
'마귀상어' 유망구조에 최대 12억9,000만 배럴 매장 추정
매장량 등 구체적인 정보 확인하에 6개월 이상 소요 예정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대왕고래 프로젝트)이 진행 중인 울릉분지에 최대 51억7,000만 배럴의 가스·석유가 추가 매장돼 있다는 내용의 용역 보고서가 나왔다. 이에 정부는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을 통해 탐사 결과에 대한 검증 작업에 착수했다. 검증 절차가 마무리되면 탐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정한 동해 심해저의 석유·가스 매장량은 최대 190억 배럴로 확대될 전망이다. 한편 최대 140억 배럴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진행된 1차 시추가 마무리된 상태로, 이르면 올해 상반기 안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액트지오, 울릉분지 추가 유망 평가 보고서 제출

4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심해 기술평가 전문기업 액트지오(ACT-GEO)는 지난해 12월 '울릉분지 추가 유망성 평가' 용역 보고서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에 제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울릉분지 일대에서 가스·석유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큰 14개의 새로운 유망구조가 발견됐다. 이번 용역을 수행한 액트지오는 지난해 6월 정부가 동해 최대 140억 배럴 매장 가능성을 발표할 때도 물리 탐사 자료를 제공한 업체로 이번 분석은 2023년 대왕고래 프로젝트 이후 추가 유망성을 평가하는 후속 작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새롭게 발견된 14개 유망구조의 예상 매장량은 최소 6억8,000만 배럴에서 최대 51억7,000만 배럴로 추정된다. 이는 시추 없이 물리탐사와 지질 분석을 통해 측정한 탐사 자원량으로 가스는 최소 7,000만 톤(t)에서 최대 4억7,000만 톤, 원유는 최소 1억4,000만 배럴에서 최대 13억3,000만 배럴이 매장됐을 가능성이 있다. 가장 많은 자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유망구조는 '마귀상어(Goblin shark)'로 최대 12억9,000만 배럴의 가스·석유가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탐사 성공률은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비슷한 20% 수준으로 전망한다.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이번 탐사 결과를 국내외 전문가와 함께 신중하게 검증할 계획이다. 검증 절차는 앞서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유사한 방식이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경우 2023년 12월 탐사 결과 제출 후, 석유공사의 자체 평가와 국내외 자문단의 교차 검증에 약 6개월이 소요됐다. 2023년 5월에는 글로벌 석유회사 1곳과 비밀준수 계약을 체결해 탐사 데이터 일부를 제공하며 추가 검증을 진행했고, 같은 해 7월부터는 해외의 지질·지구물리 전문가 그룹으로 자문단을 구성해 대면회의와 서면 의견서를 통해 분석 자료를 검토했다.

전문가 검증을 마친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지난해 12월 20일 탐사시추 단계에 돌입했다. 포항 영일만으로부터 38~100km 떨어진 해역으로 동해 8광구와 6-1광구 북부에 걸쳐 동에서 서로 길게 형성됐다. 시추 작업은 4일 마무리돼 석유공사는 시추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분석한 후 올해 상반기 중 1차공 시추 결과를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는 1차 시추가 실패하더라도 향후 수년에 걸쳐 최소 5차례의 추가 시추를 계획하고 있으나 지난해 12월 이후 정국이 불안하고 예산 상황이 좋지 않아 1차 시추 결과가 운명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륙붕 광구 및 분지도/출처=한국석유공사

누적된 탐사 데이터로 동해 자원 존재 가능성 확인

그동안 일각에서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관련해 사업 선정 절차부터 타당성, 경제성 등을 놓고 의구심을 제기하는 의견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20%의 낮은 탐사 성공률을 두고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0%는 새로운 지역을 대상으로 탐사 시추를 진행할 때 유망한 후보지로 평가할 수 있는 전형적인 수치"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신규 유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시추 성공률을 해석하는 데 활용하는 '오티스-슈나이더만 척도'를 기준으로 보면 12.5%~25%는 '보통의 리스크'에 해당한다.

설사 시추에 성공하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와 분석 결과는 향후 탐사 전략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고, 추가 탐사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그간의 탐사 기록을 살펴보면 동해 지역에 대한 탐사는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976년 박정희 대통령이 영일만에서 석유가 발견됐다고 발표했지만 1년 만에 경제성을 이유로 개발이 중단됐다. 1998년 발견한 가스전의 매장량은 4,500만 배럴에 그쳤고, 2004년부터 가동한 가스전은 2021년 가동을 멈췄다.

이번 대왕고래 프로젝트도 이러한 오랜 탐사 노력의 연장선에 있다. 석유공사는 그동안 동해의 대륙붕과 천해 지역을 집중 조사해 왔다. 20년간 27개 시추공을 시도했고, 심해 탐사 비용도 3억7,000만 달러(약 5,100억원)에 달한다. 비록 시추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데이터는 계속 쌓였다. 2023년 2월 석유공사는 액트지오에 축적된 탐사 자료에 대한 분석을 의뢰했고 같은 해 12월 액트지오는 지진파 분석, 해저 지형 2D·3D 분석 등을 거쳐 동해 심해저에 대규모 가스·석유전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를 석유공사 측에 전달한 것이다.

국내 정유업계, 안정적 원유 공급원 확보 가능성

2023년과 2024년 액트지오가 분석한 두 번의 탐사는 오랜 기간 쌓아온 탐사와 시추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로 산업부 등에 따르면 동해에는 총 190억 배럴 이상의 자원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는 탐사 데이터만을 기반으로 한 예측으로 실제 시추 없이 분석된 자료로 추가 검증 및 시추 과정을 거치면서 매장량 추정치는 달라질 수 있다. 심해 탐사 시추의 높은 난도를 극복하고 성공률 20%의 벽을 넘어 석유나 가스가 발견되더라도 기술적인 평가와 경제성에 대한 검토가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만약 상업 생산에 성공한다면 해외 원유 도입 비용 절감, 무역수지 개선, 유류세 인하 여력 추가 확보 등을 통해 국내 기름값 안정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연 10억 배럴의 원유를 100% 수입하는데 이 중 일정량을 국산 원유로 대체할 수 있다. 중동에서 원유를 들여오면 3~4주가 걸리지만, 동해에서는 3일 내 운송할 수 있어 그만큼 해상 운송비와 보험료를 아낄 수 있고 원유 수입 관세(약 3%)도 면제된다.

가스공사와 도시가스 사업자, LNG를 활용하는 발전 사업자(SK E&S, 포스코인터내셔널, GS에너지 등)도 원료 수급이 안정될 것이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들 기업은 일부 발전용을 제외하고 모든 원료를 가스공사로부터 구매하고 있다. 모두 해외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통해 해상으로 들여오는 구조다. 동해 가스전은 국내 터미널과 가까워 해저 파이프로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천연가스(PNG) 사업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LNG 운반선으로 들여오는 것보다 비용이 절감돼 전력 및 도시가스 생산원가가 낮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탐사 시추 단계는 그야말로 시작에 불과한 만큼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추후 절차를 통해 구체적 정보가 확인될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더군다나 탐사 및 시추 이후 실제 대규모 상업 생산이 개시된다 하더라도 최소 10년 이상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당장은 국내 정유사들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전망이다. 또한 최근에는 탄소중립 이슈에 따라 석유 수요가 줄어들고 있어 현 상황에서 정유업계 영향을 거론하기에는 시장의 변화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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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수 '30조원대' 펑크, 경기 침체에 결손 규모 확대

지난해 세수 '30조원대' 펑크, 경기 침체에 결손 규모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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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수 결손 규모 30조원 상회 전망
부가가치세·법인세 등 세수 실적 전반적으로 악화
기금·지방재원 동원해 결손 충당하는 정부, 전문가 "악순환"

정부의 2024 회계연도 세입·세출 마감이 목전까지 다가온 가운데, 전년도 세수 결손액이 정부의 공식적 전망치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경기 침체로 인해 내수가 위축되고 법인세 수입이 감소하며 결손 규모가 확대된 결과다. 정부는 각종 기금과 지방 재원을 동원해 지난해 세수 부족분을 충당하겠다는 방침이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0일 ‘2024년 연간 국세수입 실적’을 발표하고 △2024 회계연도 세수 실적 △예산 집행액 △이월·불용 규모 등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정부는 현재 내부적으로 지난해 세수 결손 규모가 30조원을 웃돌 것이라 추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9월 세수 재추계를 통해 발표한 전망치(29조6,000억원)보다 1조원가량 많은 수준이다. 이 같은 내부 전망이 현실이 될 경우 기재부는 4년 연속 세수 예측에 실패하게 된다. 앞서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61조4,000억원, 51조9,000억원 규모의 세수 초과가 발생했으며, 2023년에는 56조원 규모의 세수 결손이 발생한 바 있다.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한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반도체 설비 투자 확대로 인해 부가가치세 환급액이 증가하며 세수가 일부분 감소했다. 지난해 1~11월 기준 부가세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7조3,000억원 증가하며 정부 전망치(7조6,000억원 증가)를 밑돌았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 관계자는 “반도체 기업의 설비 투자가 늘면서 올해 부가세 환급액이 6,000억~7,000억원 정도 늘었다”며 “남은 12월 실적이 얼마나 (부가세 수입을) 만회하느냐에 따라 그만큼을 재추계 전망치에 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정치적 혼란으로 인한 내수·수입 위축 상황 역시 세입 결손 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가계 및 기업이 경제·정치 불확실성을 고려해 지출을 줄일 경우 12월 세수 실적이 크게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p) 내렸다. 이는 2022년 11월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저치이자, 코로나19 대유행 당시인 2020년 3월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법인세 수입도 위축

법인세 역시 세수 결손을 초래한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2023년 상장사의 영업이익(46조9,000억원)이 전년(84조원) 대비 반토막 나면서 법인세 수입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 중 법인세를 가장 많이 내왔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2023년 11조원 이상의 영업 적자를 기록한 결과다. 삼성전자와 함께 '법인세 큰손'으로 꼽히는 SK하이닉스 역시 2023년 4조6,7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지난해 법인세를 0원으로 신고했다.

문제는 이 같은 법인세 수입 감소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최근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에 줄줄이 '먹구름'이 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전망치를 제시한 국내 상장사 227곳 중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곳은 50곳이다. 이 중 전년 동기와 비교해 영업이익이 줄어들거나 적자 전환하는 등 실적이 부진했던 기업은 25곳이며,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밑돈 기업은 36곳에 달했다.

장기화하는 경기 둔화 흐름 역시 역시 법인세 수입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난달 초 내수 부진 및 경기 침체 상황을 고려해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눈높이를 대폭 낮췄다. 올해 실질 GDP는 1.8%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고 경상 GDP 증가율 전망치는 3.8%로 하향 조정했다. 같은 달 한국은행 역시 우리나라의 연간 성장률이 지난해 11월 전망치(1.9%)보다 낮은 1.6~1.7%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을 제시했다. 

정부 "기금 등으로 결손 메꾸겠다"

막대한 세수 결손액은 향후 각종 기금 등으로 충당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발표한 세수 결손 대응책에 따르면, 정부는 세수 결손을 메꾸기 위해 공공자금관리기금, 외평기금 등에서 14조~16조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정부 비상금으로 불리는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는 4조원, 국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조성된 주택도시기금에서는 2조~3조원이 동원되며, 국유재산관리기금 등을 통해서는 3조원 내외의 재원이 충당된다.

지방정부 재원 역시 대폭 삭감된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이 지난해 국세 수입 재추계로 인한 시도별 지방교부세 감소 규모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나눠주는 지방교부세(보통교부세, 소방안전교부세)는 2조2,000억원, 지방교육청에 나눠주는 지방교부금은 4조3,000억원이 감액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세수 결손의 책임을 지방정부에 전가한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 전문가는 "교부세가 지방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상당히 높다"며 "교부세가 대규모 삭감될 경우 지방 재정 전반이 타격을 받으며 각종 지자체 사업에도 제동이 걸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자체 지원 공백이 본격화하면 지역 경제도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며 "당장의 세수 결손을 메우려다가 오히려 경기 침체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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