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부터 AI까지" 첨단 산업 자체 표준 확대에 속도 내는 中, 기존 선도국 美와 '격돌'
"전기차부터 AI까지" 첨단 산업 자체 표준 확대에 속도 내는 中, 기존 선도국 美와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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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자동차 표준화 계획 발표하며 생태계 주도 야심 드러내 경쟁력 강화 수단으로 부상한 표준화, 美 중심 기술 질서 흔들릴까 "최고급 기술력 vs 저비용·고효율" AI 분야서 美·中 전면전 벌어져

중국이 모빌리티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표준 정립 계획을 공개했다. 단순히 전기차를 찍어내는 것을 넘어 관련 분야의 기술 규칙을 선점하고, 이를 국제 표준으로 연결해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중국의 정부 주도 표준화 작업은 전기차 외에도 인공지능(AI) 등 다수의 첨단 산업 부문에서 공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존 글로벌 기술 표준을 선도하던 미국과의 경쟁에 불이 붙은 셈이다.
전기차 생태계 장악 나선 中
28일(이하 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지난 26일 ‘2026년 자동차 표준화 작업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해당 계획의 골자는 중국의 중장기 경제개발 청사진인 ‘제15차 5개년 계획’ 기간 내에 자동차 산업 전반의 표준 기준 체계를 완성하는 것이다. 핵심 과제로는 △차량 내 AI 사용 규칙 구체화 △자동화 운전 시스템 내 AI 모델의 정밀 테스트 및 보안 요건 정립 △대형 자동차 모델 및 종단 간(End-to-End) AI 시스템의 표준 가이드라인 개발 △전고체 배터리(Solid-state Battery) 가치사슬 표준화 작업 등이 꼽혔다.
이에 더해 공업정보화부는 국제연합(UN) 유럽경제위원회(UNECE) 산하 자동차 규제 포럼인 WP.29를 비롯한 국제 자동차 규정 제정 기관에서 중국의 발언권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자율주행, 전기차 안전, 배터리 등 차세대 자동차 산업의 핵심 분야에서 중국 전문가와 기업의 국제 규정 논의 참여를 늘리고, 중국이 제안하는 기술 표준이 국제사회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단순히 만들어진 규정을 수용하는 수준을 넘어 미래 자동차 산업의 규칙을 만드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중국이 이처럼 자체 표준 정립에 집중하는 것은 산업 생태계의 규칙과 질서를 장기적으로 주도하기 위해서다. 시장 경쟁에서 중요한 요소는 ‘무엇을 만드느냐’만이 아니라, 그 제품이 어떤 규격과 운영 체계를 중심으로 시장에 자리 잡느냐다. 제품의 설치 기반이 커지면 이를 둘러싼 기술 규격과 운영 방식도 함께 확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컨대 전기차의 경우, 특정 기업이나 국가의 제품이 시장을 장악하면 배터리 규격, 충전 방식,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체계, 정비 부품망이 사실상의 산업 표준처럼 굳어지게 된다. 이후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들은 그 체계에 맞춰 부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 제품 경쟁이 생태계 경쟁으로 전환되는 구조다.
中 정부의 표준 정립 작업
이 같은 중국 정부의 기술 표준 확보 노력은 수년 전부터 지속돼 왔다. 2021년 발표한 ‘국가표준화발전강요’가 대표적인 예다. 중국은 해당 문건을 통해 2035년까지 표준화를 국가 경쟁력 강화의 핵심 수단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AI, 전기차, 배터리, 산업용 인터넷, 반도체, 스마트 제조, 바이오, 탄소중립 분야 등 전략 산업에서 중국식 기술 표준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중국 내에서 먼저 대규모 시장과 설치 기반을 구축하고, 이후 이를 국제 표준으로 확장하겠다고 공언했다.
중국 국유기업들은 정부의 계획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중국 국가전력망은 초고압 송전(UHV) 기술 분야 국제 표준 제정에 적극 참여해 왔으며, 중국철도·중국중차(CRRC) 등도 고속철도 관련 기술 규격의 국제 표준화를 추진 중이다. 학계 역시 이 같은 구상에 힘을 보탰다. 현재 중국에서는 15개 이상의 대학이 참여하는 국제표준화 혁신팀 약 60개가 국제 기술 표준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2023년 발표한 '표준화 인재 육성 행동계획'에 따른 행보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기존 글로벌 기술 표준을 주도해 온 미국에 대한 도전으로도 비친다. 미국은 그동안 △운영체제(OS) △반도체 설계 구조 △인터넷 프로토콜 △통신 규격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 등을 앞세워 글로벌 기술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기능해 왔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운영체제, 인텔의 x86 아키텍처, 구글의 안드로이드, 애플의 모바일 생태계, 퀄컴의 이동통신 특허 체계 등이 대표적인 미국산 표준이다. 여기에 미국 기업들이 보유한 핵심 특허,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를 비롯한 국제 기술 표준 기구에서의 영향력도 미국 중심의 기술 질서를 떠받치는 요소로 꼽힌다.

美·中 AI 패권 경쟁 본격화
미국의 '표준 패권'은 AI 시대에도 지속되고 있다. 다수의 미국 빅테크가 첨단 AI 모델, 반도체, 클라우드 인프라 등으로 생태계를 이끌면서 전 세계적인 AI 기술 기준을 형성한 것이다. 미국 정부 역시 이를 전략적으로 지원 중이다. 백악관은 지난해 'AI 행동계획'(America’s AI Action Plan)을 발표하고 △AI 규제 완화 △데이터센터·반도체 인프라 확대 △동맹국 대상 미국 AI 기술 확산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미 상무부 산하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AI 안전성 및 평가 체계의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민간 AI 기업이 정부의 AI 모델 사전 평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민관 협력 체계도 강화되는 추세다.
미국이 최고급 AI 모델 개발 능력을 앞세워 기술 표준 경쟁을 주도하는 동안, 중국은 자국산 AI의 응용과 확산에 집중하고 있다. 딥시크를 비롯한 저비용 오픈소스 AI 모델을 앞세워 진입 장벽을 낮추고, 일반 소비자는 물론 기업·정부 시스템까지 자국 AI 생태계로 유인하는 전략이다. 딥시크 최신 모델인 V4 프로의 공식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단가는 입력 토큰 100만 개당 0.0036달러(약 5.4원), 출력 토큰 100만 개당 0.87달러(약 1,300원)에 그친다. 오픈AI의 최신 모델 GPT-5.5의 가격은 입력 토큰 100만 개당 5달러(약 7,500원), 출력 토큰 100만 개당 30달러(약 4만5,000원)다.
비교적 적은 개발 비용으로 준수한 성능을 구현했다는 사실 역시 중국산 AI의 장점으로 꼽힌다. 일례로 알리바바그룹의 최신 AI 모델 ‘큐웬(Qwen)3.7-Max’는 최근 권위 있는 AI 코딩 리더보드 ‘코드 아레나’에서 1,541점을 기록하며 4위를 차지했다. 상위 5위권 중 알리바바를 제외한 나머지 네 자리는 앤스로픽의 ‘클로드’(Claude) 모델들이 독식했다. AI 코딩은 뚜렷한 유료 구독 이익률(비용 규율)이 증명된 AI 업계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로,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표준화된 프로그래밍 언어(C++, Python 등)에 의존한다는 특징이 있다. 중국 AI 기업들이 서방의 규제·디커플링 장벽과 문화 격차를 우회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에 특히 용이한 분야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