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수출 호황에도 내수는 최장기 침체, 3분기도 '성장 부진' 예고

수출 호황에도 내수는 최장기 침체, 3분기도 '성장 부진' 예고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빨간불 켜진 '2.6% 성장' 목표
車·반도체 수출 온기 확산 안 돼
건설·설비투자 동반 침체 지속
소매 유통 체감 경기도 '찬바람'
GDP_BOK_PE_001_20241007

민간소비와 투자를 비롯한 내수 장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대 초반에 그쳤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제조업을 앞세운 수출 호황의 온기가 하반기 들어서도 좀처럼 내수 부문으로 확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2년 넘게 반도체 중심의 대기업 투자 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애초 기대한 낙수효과는 체감이 어렵다는 평가다. 결국 수출 증가가 고용, 소비 등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4분기 경기 회복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3분기 GDP 증가율, 0% 초반 예상

7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최근 기획재정부 안팎에서는 3분기 GDP가 직전 2분기 대비 0%대 초중반만 증가해도 선방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세부 지표를 좀 더 분석해 봐야 알겠지만 3분기 내수 지표도 양호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1분기에 GDP가 1.3% 깜짝 성장하면서 비교 기준 자체가 높아진 영향도 적지 않지만 수출 호황이 내수 부문으로 확산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기재부는 올 1분기 GDP가 1.3% 증가했을 당시 3분기 증가율이 전분기 대비 0.5%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2분기에 제로 성장을 하더라도 3분기와 4분기 GDP 증가율이 각각 0.5%만 나오면 올해 2.6%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기재부가 올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6%로 대폭 상향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예상은 2분기 때부터 빗나갔다. 2분기 GDP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0.2%였다. 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은 코로나19 영향이 있던 2022년 4분기(-0.5%) 후 처음이었다.

기재부는 한국은행이 2분기 GDP 속보치를 공개한 지난 7월 말에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2.6%)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반기에는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완화되면서 내수가 개선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는 한은이 다음 달인 8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내린 판단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8월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이 이례적으로 “내수 진작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논평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수출·내수 엇박자, ‘낙수효과’ 없었다

실제 국내 경제는 수출이 12개월 연속 증가라는 기록에도 내수 회복세는 미미한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9월 수출입 동향’을 살펴보면 9월 수출은 전년 대비 7.5% 증가한 587억7,000만 달러(약 79조4,000억원)로, 15대 주력 수출품목 중 반도체와 무선통신기기, 컴퓨터, 자동차, 선박, 바이오헬스 등 6개 품목의 수출이 증가했다. 일평균 수출 역시 사상 최대 실적인 29억4,000만 달러(12.9%)에 달했다. 특히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136억 달러(37.1%)로 11개월 연속 증가세다. 컴퓨터 수출은 132.0% 증가한 15억 달러(약 2조원)로 9개월 연속,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19억 달러(19.0%)로 7개월 연속 늘었다.

반면 내수의 핵심인 민간 소비와 건설·설비투자는 하반기 들어서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7월 2.0% 감소했다가 8월 1.7% 깜짝 증가했지만, 9월엔 전월 휴가철 특수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에 소매판매 지표가 다시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한 달간의 공사실적을 뜻하는 건설기성도 5월 4.6% 감소한 이후 4개월 연속 마이너스 흐름이다. 특히 작년 3월부터 9월까지 건설수주가 7개월 연속 전년 대비 두 자릿수로 일제히 급감했다는 사실은 향후 건설기성 지표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추를 더한다. 건설수주 급감은 1년~1년 6개월간의 시차를 거쳐 건설기성 지표에 반영된다.

기업들의 체감경기 역시 제자리걸음이다. 한은이 발표한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9월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 대비 1.3포인트 하락한 91.2로 집계됐다. 제조업 CBSI는 90.9로, 전월보다 1.9포인트 하락했고 비제조업 CBSI는 전달보다 0.8포인트 내린 91.4다. 지난 7월 다섯 달 만에 하락 전환된 이후 석 달째 내림세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가운데 제조업 5개, 비제조업 4개 등 주요 지수를 바탕으로 산출한 심리 지표로, 장기 평균 100을 넘으면 기업 심리가 낙관적,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4분기 경기 전망도 빨간불을 가리키는 모습이다. 대한상공회의소 경기조사에 따르면 4분기 경기전망지수는 전분기 대비 4포인트 하락한 85로 경기 침체를 예고하고 있다. 글로벌 S&P PMI 제조업지수도 5월 51.0을 정점으로 7월 49.7, 8월 49.7로 하락했고, 특히 미국의 제조업 PMI는 8월 47.9에서 9월 47.0으로 지난 15개월 내 최저 수준을 하락하며 강한 부진 신호를 보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우리나라 수출의 상승세 지속이 어려울 수 있음을 예고한다. 이 경우 수출의 낙수효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수출 상승세가 꺾이는 것은 물론, 내수도 회복세로 전환하지 못하고 장기 침체를 지속할 가능성이 증대한다.

GDP_BOK_PE_002_20241007

KDI "고금리가 내수부진 유발" vs 한은 "수출기업 고용 연계 하락 문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수출 호황에도 우리나라 경제가 후퇴한 이유가 고금리에 있다고 확신한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뒤로 미루면서 민간 소비가 살아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KDI에 따르면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내구재 등 금리에 민감한 품목을 중심으로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이 유지됐고, 내수 부진으로 개인사업자의 부채 상환 부담도 지속됐다. 아울러 세계 경제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완만한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긴 하나, 고금리 기조와 지정학적 위험, 주요국 제조업 경기 불안 등 하방 위험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하지만 한은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대기업들이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을 줄였고, 취업자도 늘리지 않으면서 수출과 내수의 연결고리가 끊겼다고 본 것이다. 한은 금통위의 한 위원은 “수출 증가로 유입된 자금이 설비투자, 민간소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갔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월평균 실질임금은 2019년 340만7,000원에서 2020년 352만7,000원, 2021년 359만9,000원으로 증가하다가 2022년 359만2,000원, 2023년 355만4,000원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소득에서 이자 비용, 세금, 소비지출을 모두 뺀 가구의 실질 흑자액이 8개 분기 연속 감소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윳돈이 없으니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은은 또 수출 업종이 반도체·IT 등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재편하면서 수출이 고용 및 가계소득에 미치는 영향이 약화했다고 지적했다. 업종별 고용유발계수를 보면 우리나라 수출 증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의 경우 100만 달러(약 13억5,000만원)당 2.6명 고용에 불과해 총수출 평균인 100만 달러당 7.6명 고용에도 못미쳤다. 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들은 2020년 이후 해외생산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렸지만, 국내 설비투자는 2022년 이후 큰 폭으로 줄였다. 건설사의 수주실적도 2023년 중반 이후 해외가 국내 실적을 크게 앞질렀다. 수출의 온기가 국내로 들어오기 힘든 구조라는 얘기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검찰 “티메프 미정산 사태, 경영진 진작 알았다”, 허위 보고로 시간끌기 시도

검찰 “티메프 미정산 사태, 경영진 진작 알았다”, 허위 보고로 시간끌기 시도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이동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수정

검찰 "티메프 경영진도 위기 징후 인식", 구속영장 적시
수차례 지급 불능에도 허위 해명하며 은폐 시도도
무리한 ‘역마진’ 마케팅 남발 후 잠적, 상생 없고 탐욕만
tmon wemaker qoo10 20240822
사진=티몬, 위메프

티몬‧위메프(티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구영배 큐텐 대표 등 주요 경영진이 작년 10월 이미 정산이 불가능하다는 상황을 알고 있었던 정황을 이들의 구속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정산 사태는 지난 7월 불거졌는데, 경영진들은 이보다 9달가량 앞서 정산 불능 상태를 인지했다는 것이다.

구영배, 작년 10월부터 티메프 정산 불능 인지

7일 법조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반부패1부장)은 구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지난 4일 청구하면서 이들 핵심 경연진이 정산 불능 사태를 인지한 정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 사람은 티메프 사태와 관련해 1조5,950억원 상당의 정산 대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또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티메프 법인에 692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미국 전자상거래 회사 위시 인수대금 명목 등으로 티메프 자금 671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시준 큐텐 재무본부장이 작년 10월 티몬‧위메프가 판매한 상품권의 대금 정산이 지연되는 것을 인식하고, 주변에 “티메프의 생사가 왔다 갔다 한다”는 취지로 말한 정황을 확보해 구속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류화현 대표 등 다른 주요 경영진들도 올해 초부터는 판매자들에게 정산 대금을 지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정황도 확보했다. 검찰은 이를 구 대표도 보고 받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주요 경영진을 조사하면서 구 대표가 티몬을 인수한 직후인 2022년 9월 “티몬은 날아갈 수 있으니 큐텐으로 뽑아갈 것 뽑자”는 취지로 경영진들에게 말했다는 사실도 파악해 구속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같은 해 12월 류광진 대표가 “길어야 6개월이 시한부인데 걱정이다. 이제 상품권도 거의 최대치”라고 말한 사실도 포함했다. 주요 경영진이 1년여 전부터 이미 미정산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미정산 금액 축소해 허위 보고

티메프가 금융감독원을 속인 정황도 드러났다. 티메프는 금감원에 2022년 말 기준으로 미정산 금액이 460억원이라고 보고 했으나, 검찰은 당시 실제 미정산 금액이 5,000억여원에 달한다고 봤다. 티메프 측은 신규 투자 유치를 골자로 한 경영개선 계획서도 금감원에 제출했지만, 검찰은 이 역시 허위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구 대표가 이런 위험 상황을 알고 있으면서도 티메프에 이른바 ‘역마진 상품’을 판매하도록 지시해 물류 배송을 담당한 큐익스프레스의 실적을 올리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티메프가 경영자문‧재무 업무 대행 등 명목으로 큐텐과 큐익스프레스에 용역비를 지급하는 등 일감을 몰아줘 티메프에 수백억원대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구 대표가 큐익스프레스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기 위해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적시했다.

RYUHWAHYEON_RYUGWANGJIN_20240904
(왼쪽부터) 류광진 티몬 대표이사, 류화현 위메프 대표이사/사진=티몬, 위메프

‘상생’은 무시하고 자회사 상장에만 급급

티메프 셀러 피해자들 사이에서도 이미 2분기부터 회사 측이 무리하게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조짐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피해 셀러 A씨는 "5월에서 7월 사이에 역마진 쿠폰을 뿌리면서 평균적으로 1년간 벌어들이는 매출이 두 달 만에 나왔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양곡판매업을 하는 B씨도 “피해 셀러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공통적으로 5‧6‧7월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음을 확인했다”며 “이 시기에 위메프와 티몬에서 공격적으로 매출을 유도한 것이 나스닥 상장을 미끼로 한 것이라고 생각됐다”고 밝혔다.

이어 B씨는 “저희는 위메프나 티몬에 판매를 하지 않던 셀러인데, 티몬과 위메프가 5‧6‧7월에 공격적으로 마이너스쿠폰을 붙이면서 입점하게 됐다”며 “티몬과 위메프는 플랫폼 비용이 높아 저희 같은 저마진 업체는 들어갈 수 없었지만, 중소기업유통센터의 지원과 플랫폼의 지원으로 입점했더니 티몬과 위메프가 자사 이익을 포기하고 엄청난 할인을 제공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MD에게 쿠폰을 왜 이렇게 많이 뿌리냐고 물었더니, 나스닥 상장을 위해서 매출 볼륨을 올려야 한다고 말해 그 말을 믿었지만 5월 대금이 들어와야 할 7월에 들어오지 않더니 갑자기 이 사태가 벌어졌다"고 토로했다.

식품 유통업을 하는 C씨는 "역마진 상품은 티메프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에서도 다수 내놓기 때문에 마케팅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정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진짜 문제"라며 "평상시 매출이면 돈 좀 뜯겨도 견딜 수 있지만 티메프가 공격적인 역마진 쿠폰 발행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매출을 발생시켜 놓고 잠적하니 도산하는 업체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이동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산업부 ‘공급과잉’ 중국산 후판 반덤핑 조사 착수, 저가공세 밀어내기 끝날까

산업부 ‘공급과잉’ 중국산 후판 반덤핑 조사 착수, 저가공세 밀어내기 끝날까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차수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하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신선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과잉 생산 中 철강업체들, '저가 수출 밀어내기' 양상
현대제철, 지난 7월 중국 후판업체 상대로 제소
산업부, 현대제철 '반덤핑 제소' 수용해 조사 개시
hyundai-steel_PE_20241004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후판 생산 모습/사진=현대제철

정부가 중국산 후판제품 덤핑으로 인한 국내 산업 피해 조사에 나섰다. 중국이 자국 내 과잉생산 제품을 저가수출로 대거 밀어내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그간 국내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저가 수출 탓에 국내 기업들이 정상적 영업을 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지속적으로 쌓여왔다. 국내에서 후판을 생산하는 기업은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3곳으로 이 중 현대제철의 경우 후판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15%에 달해 타격이 큰 상황이다.

정부, 中 후판 반덤핑 의혹 조사

4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현대제철의 요청을 수용해 중국의 샤강 등 주요 후판 생산업체들을 대상으로 덤핑 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공급자는 △샤강 △시노 코모더티 △호와 트레이딩 △Xisc △샤먼 ITG AI 클라우드솔루션 등 중국 업체 5개사다. 국내 산업 피해 조사는 국내 생산업자, 수입자, 수요자, 유통업자, 해외공급자 등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이번 반덤핑 조사는 최장 1년가량 실시될 전망이다. 이날부터 3개월 이내 예비조사를 하고, 본조사는 예비조사 결과 제출 후 3개월 동안 진행한다. 예비조사는 2개월, 본조사는 4개월 연장될 수 있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 7월 중국의 저가 후판 수출로 인해 국내 시장이 큰 피해를 입었다며 산업부에 반덤핑 제소를 제기했다. 중국 철강업체들이 자국 부동산 경기 침체로 내수 시장에서 철강 수요가 감소하자, 남는 물량을 저가 수출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피해가 막심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한국무역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철강 순수출액은 341억 달러(약 45조6,000억원)로, 2014년 최고 기록에 근접했다.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도 873만 톤으로, 전년 대비 29.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산 저가 수입 확대로 국내 시장 혼란

특히 후판의 경우 2022년만 해도 전체 수입량 169만2,000톤 중 중국산은 64만7,000톤 (38.2%)에 그쳤다. 일본산이 102만1,000톤으로 1위를 기록했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전체 수입량이 199만 톤으로 늘었는데, 이 가운데 중국산이 무려 112만 톤(56.2%)으로 급증하며 수입을 견인했다. 일본산은 86만4,000톤(43.4%)으로 되레 줄어들었다.

더욱이 국내 후판 유통가는 톤당 약 100만원대지만 중국에서 수입하는 물량은 80만원 후반대로 10%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와 관련해 한 철강기업 임원은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후려치면 국내 수요가 중국산에 몰릴 수밖에 없다"며 "국내 가격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산 수입 물량은 올해 들어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중국의 후판 수출은 950만 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월보다 21.3% 늘어난 것으로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이에 현대제철은 당분간 중국 철강재 수출은 열연, 후판 중심으로 지속해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중국 열연, 후판은 공급과잉 심화에도 불구하고 상당 규모로 신규 설비를 가동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열연은 오는 2028년까지 3,370만 톤, 후판은 향후 2~3년 내로 2,170만 톤가량을 생산할 것으로 내다봤다.

hyundai-steel_PE_002_20241004
현대제철·세아제강 탄소저감 후판 공동평가 모습/사진=현대제철

포스코·동국제강은 제소에 '신중', 中 보복 가능성 감안해야

한편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은 철강업체 입장에선 반덤핑 제소에 즉각 발 벗고 나설 법도 하지만, 국내 후판 생산 철강 3사(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가운데 현대제철만 반덤핑 제소에 나선 데는 복잡한 사정이 얽혀있다.

우선 중국산 후판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철강사들의 이익과 관련 고해객사의 반발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고객사는 조선사다. 조선용 후판은 철강사 후판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조선사 입장에서도 후판 값이 선박 건조 비용의 20~30%를 차지해 매년 2회씩 후판 가격 협상이 벌어질 만큼 민감한 품목이다. 그러나 애초에 조선용 후판은 관세 대상이 아니어서 반덤핑 관세가 부과돼도 실익이 크지 않다.

여기에 중국과 갈등을 빚었을 때 초래될 수 있는 무역 보복 등 대외적인 요건도 반덤핑 제소를 쉽사리 결정할 수 없는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로 중국 상무부는 미국·유럽연햡(EU)의 대중국 관세 조치에 대응해 반덤핑 조사를 실시하는 등 무역 보복 조치 강도를 강화하는 중이다. 이와 관련해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 모두가 중국산 저가 후판에 대한 제재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자칫 중국과 무역 갈등에 앞장서는 모양새를 만들 수 있어 반덤핑 제소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차수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하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신선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임금 62% 인상" 美 동부 항만 노동자 파업, 노사 합의하에 종료

"임금 62% 인상" 美 동부 항만 노동자 파업, 노사 합의하에 종료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서지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수정

47년 만에 파업 돌입한 ILA, 3일 만에 파업 종결
美 정부 압박 짓눌린 USMX, 62% 파격 임금 인상안 제시
지난해 마무리된 서부 항만 갈등, ILA 파업에 영향 미쳤나
ila_strike_20241004

글로벌 공급망 혼란의 뇌관으로 떠올랐던 미국 동부 항만 노조 파업이 일단락됐다. 파업이 불러올 경제적 파장을 우려한 미국 정부가 노조 측을 지지하며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사측인 미국해양협회(USMX)가 파격적인 임금 인상안을 제시하며 갈등이 봉합된 것이다.

ILA-USMX, 잠정 합의 도달

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동남부 항만 노동자 4만5,000명을 대표하는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와 사측인 미국해양협회는 공동 성명을 통해 "양측이 임금에 대한 잠정 합의에 도달했으며, 노조원들이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측이 향후 6년간 시간당 임금을 62% 인상하겠다고 제안하면서 노사 간 타협이 이뤄진 것이다.

이번 파업은 지난달 30일 끝난 단체협상 갱신 협상 과정에서 노사가 임금 관련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노조는 앞으로 6년 동안 임금 77% 인상을 원했지만 미국해양협회는 6년간 50% 인상을 제시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논의가 결렬되자, ILA는 1일 오전부터 미 동부와 멕시코만 일대 36개 항만에서 지난 1977년 이후 47년 만에 파업에 돌입했다.

백악관 개입으로 사태 일단락

당시 ILA의 파업 소식이 전해진 이후 시장 곳곳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혼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ILA 파업으로 인해 멈춰 섰던 미국 동해안·멕시코만 일대 36개 항만에서는 미국 수출입 물량의 절반 이상이 처리된다"며 "파업이 오래 지속될 경우 운송 비용 상승, 재고 부족 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충격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JP모건은 해당 파업으로 미국 경제가 하루에 38억~45억 달러(약 5조~6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치러야 할 수 있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 역시 ILA 파업이 불러올 경제적 파장에 주목했다. 파업이 시작된 지난 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글로벌 해운기업들은 코로나 이후 기록적인 이익을 냈고 어떤 경우에는 그 전에 비해 800% 이상 추가 이익을 냈다”며 “이런 이익에 따라 임원 보상도 증가했고, 이익은 기록적인 비율로 주주에게 반환됐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코로나 대유행 기간 동안 항구를 계속 개방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 노동자들이 의미 있는 임금 인상을 얻는 것은 공정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직접 항만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시장에서는 백악관의 이 같은 압박이 '결정타'였다는 평가가 흘러나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ILA에 대한 지지 의견을 담은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은 사측에 큰 부담이었을 것"이라며 "외신은 백악관의 압박이 사측의 62% 인상안을 이끌어냈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Port of Long Beach_20241004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항/사진=Pixabay

美 서부 항만의 노사 갈등 사례

일각에서는 지난해 마무리된 미국 서부 항만의 노사 갈등 사례가 이번 ILA 파업 사태에 일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동종업계에 임금 인상 논의에서 기인한 노사 갈등이 원만하게 봉합된 전례가 존재하는 만큼, ILA와 USMX도 유사한 방식으로 타협점을 모색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미국 서부 항만의 노사 갈등은 지난 2022년 5월 시작됐다. 당시 서부 해안 항만 노조로 구성된 국제항만창고노동조합(ILWU)과 부두 노동자 고용인을 대표하는 태평양해사협회(Pacific Maritime Association)의 계약 갱신을 위한 협상에 나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기록적인 해운 호황으로 수익성을 확보한 선사는 협상 개시 당시까지만 해도 노조의 요구 사항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노사는 임금 인상, 업무 자동화 확대 등의 문제에서 이견을 보이기 시작했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협상 당시 ILWU는 70% 이상의 임금 인상을, PMA는 약 30% 수준의 인상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장장 13개월 동안 계속됐던 양측의 갈등은 지난해 6월 새로운 계약에 대해 잠정 합의를 이뤄냈다는 양측의 공동 성명 발표를 통해 마무리됐다. 잠정 합의안은 같은 해 8월 각 단체 회원들의 투표 끝에 최종 승인됐다. 합의안 최종 승인과 관련해 ILWU는 “회원의 75%가 새로운 계약 승인에 찬성표를 던졌다”며 “새로운 계약은 29개 서부 해안 항구 지역의 고임금 일자리를 보호하고, 건강 혜택을 유지하며, 임금, 연금 및 안전 보호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서지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블랙웰 수요 엄청나, 생산도 계획대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자신감

"블랙웰 수요 엄청나, 생산도 계획대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자신감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서지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수정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블랙웰 '폭발적 수요' 강조
오라클·MS·구글·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 기업 수요 뚜렷해
시장 달궜던 블랙웰 설계 결함 의혹, 리스크 해소됐나
Jensen Huang_20241004
젠슨 황 엔비디아 CEO/사진=엔비디아 유튜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블랙웰의 시장 수요에 대해 언급했다. 많은 기업이 블랙웰의 물량을 원한다며 AI 칩 신제품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괴물 계산기' 블랙웰, 시장 수요 폭증?

3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황 CEO는 전날 CNBC 인기 프로그램 ‘클로징 벨’에 출연해 "블랙웰을 대량 생산 중이며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블랙웰에 대한 수요는 엄청나다(insane)"고 발언했다. 블랙웰은 엔비디아가 지난 3월 처음 소개한 AI 칩으로, 전력 소모량에 따라 B100, B200로 나뉜다. 2개의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중앙처리장치(CPU)를 결합하면 ‘GB200’이라는 AI 가속기가 된다. AI 가속기는 AI 학습·추론을 빠르게 구현하도록 설계된 전용 하드웨어를 뜻한다.

엔비디아는 GB200이 기존 주력 제품이었던 호퍼 시리즈(H100)에 비해 최대 30배의 대규모언어모델(LLM) 추론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블랙웰 칩이 ‘괴물 계산기’로 불리며 시장의 기대를 끌어모은 배경이다. GB200에는 H100보다 2배 더 많은 16개의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탑재되기 때문에 글로벌 HBM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SK하이닉스·삼성전자에도 큰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블랙웰 사겠다" 줄 선 빅테크 기업들

월가의 시장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의 블랙웰이 글로벌 AI 시장의 수요를 빨아들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 9월 모건스탠리는 메모를 통해 엔비디아가 블랙웰을 통해 약 100억 달러(약 13조2,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추산했다.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들이 블랙웰 수요 전반을 견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엔비디아의 핵심 고객사 중 하나인 미국 오라클은 최근 블랙웰 GPU로 구동되는 제타스케일 OCI AI 슈퍼 클러스터를 공개했다. 제타스케일 OCI AI 슈퍼 클러스터는 13만1,000개의 블랙웰을 활용해 클라우드에서 최대 2.4 제타플롭스(zettaFLOPS)의 AI 연산 성능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오라클은 해당 시스템 구축을 위해 최근 행사에서 엔비디아에 GPU 공급 확대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웹서비스 등 유수의 북미 빅테크 기업들 역시 엔비디아의 블랙웰을 선주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황 CEO의 발언대로 현재 시장에서는 블랙웰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며 "차후 요건은 이 같은 수요가 지속될 수 있을지"라고 말했다.

blackwell_20241004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블랙웰'/사진=엔비디아

블랙웰 '설계 결함' 논란

이런 가운데 시장은 엔비디아가 초기 생산 과정에서 겪었던 설계 결함과 생산 차질 문제를 완벽히 해소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8월 초 블룸버그, IT 전문 매체 디 인포메이션 등 외신은 엔비디아가 블랙웰 생산 과정에서 설계 결함을 발견했으며, 이로 인해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업체에 블랙웰 B200 칩 생산 지연 사실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외신은 블랙웰의 출시일이 내년 1분기까지 밀릴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후 8월 28일 콜렛 크레스 엔비디아 CFO(최고재무책임자)는 2분기(5-7월, 회계연도 기준 2025년 2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블랙웰 GPU 생산 수율 개선을 위해 마스크(Mask)를 변경했다"고 밝혔다. 마스크는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실리콘에 회로 패턴을 새기기 위해 쓰이는 유리판으로, 설계가 마무리된 후에는 수정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해당 발언을 통해 이미 설계를 마친 블랙웰 GPU에서 문제점을 발견했으며, 이를 개선해야 했음을 우회적으로 시인했다는 평이 쏟아졌다.

한편 같은 날 황 엔비디아 CEO는 컨퍼런스 콜에서 오는 4분기부터 블랙웰 출하를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곳곳에서 제기되던 '출하 지연설'을 공개적으로 일축한 셈이다. 그는 블랙웰 생산·출하에 따라 수십억 달러 규모의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 전망했지만, 구체적인 판매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서지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딥테크] EU 구조기금, 마피아 표적만 늘렸다

[딥테크] EU 구조기금, 마피아 표적만 늘렸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전웅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흥미로운 데이터 사이언스 이야기를 정확한 분석과 함께 전하겠습니다.

수정

연구진, EU 구조기금과 마피아 간의 관계 분석
구조기금 받은 지역, 마피아에 노출될 확률 높아
단순 금전 지원으로 낙후 지역 개선 기대하기 어려워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유럽연합(EU)의 구조기금이 마피아의 영향력을 확대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EU는 낙후 지역을 개선하고자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유럽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에 기금을 후원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도움받은 이탈리아의 6개 주(州)는 마피아의 표적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Italy_Mafia_TE_20241004
사진=CEPR

지방 정부 노리는 마피아

이탈리아는 마피아의 본거지로, 오랫동안 조직 범죄에 시달렸다. 마피아는 온갖 범죄를 저지르며 지역 사회를 흉흉하게 만드는가 하면 지방 정부에 은밀하게 흘러 들어가 공공 자원을 갈취하고 선거를 조작하기도 했다. 그 결과 지방 정부는 부패가 만연한 범죄의 온상이 됐다.

이에 이탈리아 정부는 마피아가 장악한 지방 정부를 해임하는 식으로 강하게 맞받아쳤다. 중앙 정부는 마피아의 싹을 자르고 새로운 지방 정부를 만들어 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응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지자체 자립을 위한 해결책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마르코 르 모글리(Marco Le Moglie) 사크로 쿠오레 가톨릭대(Università Cattolica del Sacro Cuore) 조교수를 비롯한 연구진은 해결책을 찾고자 마피아가 표적으로 삼은 지역을 조사했다. 그러던 중 재밌는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바로 해임된 지방 정부 중 이전에 EU 구조기금을 받은 지역이 다수 분포했다는 점이다.

EU 구조기금과 지방 정부 해임 횟수의 상관관계

연구진은 곧바로 인과 효과를 측정하는 데 나섰다. 연구진은 여기서 발견한 사실로 결론을 내고 싶지만, 이는 단순 상관관계만을 의미해 실제로 어떤 요인이 인과적으로 마피아와 관련됐는지는 판단할 수 없다. 이에 연구진이 택한 방식은 경제학 방법론을 빌려 효과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경제학 실증 연구의 핵심은 세테리스 파리부스(Ceteris Paribus)에 있다. 세테리스 파리부스란 분석 대상 이외의 다른 모든 것은 동일한 상태를 말한다. 이를테면 의약 실험에서 실험군과 대조군을 나눠 실험 효과를 입증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실험군과 대조군은 처치 여부 외에는 동일한 상태이므로, 정확한 처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실험실이 아닌 현실에서 세테리스 파리부스를 만족하는 사례를 찾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경제학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의도치 않게 일어난 사회 실험을 찾아 나섰다. 미국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한 지역과 인상하지 않은 지역을 두고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효과를 조사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연구진은 EU의 구조기금이 이탈리아의 일부 지역에만 후원된 점을 공략했다. EU는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유럽 평균의 75% 이하인 지역을 기준으로 기금을 지원했다. 이를 토대로 연구진은 구조기금을 받은 캄파니야(Campania), 풀리아(Puglia)를 처치 집단으로 삼고, 두 지역과 인접하지만 구조기금을 받지 않은 몰리세(Molise), 라치오(Lazio)를 통제 집단으로 분류했다. 각 지역은 밀접하게 붙어있어 기금 지원 여부 외에는 거의 비슷한 특징을 공유하고 있었다. 즉 연구진은 세테리스 파리부스를 만족하는 상황을 설계한 것이다.

연구진은 실험 상황을 설계한 뒤, EU 기금과 지방 정부 해임 횟수 사이의 관계를 살펴봤다. 데이터를 통해 확인한 결과 둘 간에는 높은 양의 상관관계가 포착됐다. 이는 마피아가 구조기금을 받은 지역을 표적으로 삼고 지방 정부에 은밀하게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기금을 받은 지역이 받지 않은 지역보다 실제로 마피아가 침투할 위험이 11~1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연구진은 2007년 당시 이탈리아 정부의 권력이 약해진 점에 주목했다. 마피아는 권력이 약해진 곳에서 번성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마피아는 중앙 정부의 권력이 분산됐던 시기를 놓치지 않고 지방 정부에 자연스럽게 침투할 수 있었다.

Italy_Mafia_figure_TE_20241004
EU 기금과 지방 정부 해임 횟수, 둘 사이의 피어슨 상관계수= 0.63(p-value=0.005)/출처=CEPR

금전 지원, 낙후 지역 살릴 진정한 해결책인가?

연구 결과는 단순한 돈 퍼주기식 재정 지원에 의문을 제기한다. EU 기금은 낙후 지역의 경제를 발전시키고 자립성을 키우고자 했으나,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다. 낙후된 지자체는 오히려 마피아의 표적이 될 위험이 커졌고 지역 주민들의 큰 혼란을 야기했다.

이는 지방 정부가 자립할 힘이 없는 상태에서 받는 돈은 일시적으로 경제 상황을 나아지게 할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 큰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조직범죄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원문의 저자는 마르코 르 모글리(Marco Le Moglie) 사크로 쿠오레 가톨릭대(Università Cattolica del Sacro Cuore) 조교수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은 How machine learning is aiding the fight against mafia infiltration in Italy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전웅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흥미로운 데이터 사이언스 이야기를 정확한 분석과 함께 전하겠습니다.

中 기술 굴기로 글로벌 공급망 장악, 美·EU 무역 장벽에도 대중국 의존 심화

中 기술 굴기로 글로벌 공급망 장악, 美·EU 무역 장벽에도 대중국 의존 심화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세화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수정

주요국 견제 속에 '기술 자립' 선언한 中, 첨단산업에서 약진
국제 특허출원 1위, 핵심 산업 지식재산권도 中 기업이 장악
中, 반도체·자동차·태양광·AI 등 글로벌 공급망 파워 확대
20241004_china

'기술 굴기'를 선언한 중국이 첨단산업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반도체, 자동차, 인공지능(AI) 등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중국 파워가 확대되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을 보유한 중국이 저가 공세 속에 품질 좋은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내놓음에 따라 폭스바겐 등 주요 기업들이 사업을 축소하거나 파산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지난 수년간 중국과 무역 분쟁을 벌이며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나섰음에도 오히려 대중(對中) 의존도가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최대 中 시장에서 밀린 폭스바겐, 독일 공장 폐쇄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 등 주요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자동차 굴기가 꺾이지 않고 있다. 전통적인 자동차 강국으로 군림해 온 독일의 자동차 기업들은 중국에서 BYD(비야디) 등 현지 브랜드에 밀리면서 최근 수익성이 악화했다. 이에 지난달 초 폭스바겐은 설립 87년 만에 처음으로 독일 공장 2곳을 폐쇄했다. CNN비즈니스는 세계 2위 자동차 업체인 폭스바겐의 독일 공장 폐쇄 소식을 전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중국에서 차량을 생산하면서 누렸던 황금기가 이제 끝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때 중국은 폭스바겐의 최대 판매 시장이었지만 상반기 판매량은 134만 대에 그쳤다. 3년 새 4분의 1 이상 줄어든 것이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올해 7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외국 제조업체의 판매 점유율은 33%로, 2022년 7월 53%에서 2년 만에 20%포인트나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은 현지 자동차 제조사의 저가 공세를 판매량 감소의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일례로 BYD의 전기차는 최저가가 9,700달러(약 1,300만원)에 불과하다. EU가 모든 중국산 전기차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지만, 아직도 유럽산 전기차와 비교하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다.

이러한 상황은 다른 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태양광 산업에서는 EU의 태양광 시장을 주도해 온 독일 기업 큐셀이 지난 2012년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에 밀려 파산했고 올해 8월에는 미국의 태양광 기업 선파워가 파산을 신청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가 서방의 제재를 덜 받는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시장을 잠식해 나가고 있다. 실제로 2분기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보면 삼성과 애플에 이어 3~5위는 샤오미(14%), 비보(8%), 오포(8%) 등 중국 기업이 차지했다.

기술 자립 실현하기 위해 '특허 강국'으로의 도약 박차

전문가들은 중국이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는 배경으로 기술 경쟁력 강화와 소비자 인식 변화를 꼽는다. 1990년대와 200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산 제품은 자국 시장에서조차 품질 신뢰도 측면에서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점차 기술력을 갖추면서 품질이 개선됐고, 이는 중국 청년 세대의 애국 소비를 이끌었다.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도 상황은 비슷하다. 중국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는 데 있어 부정적인 인식이 과거보다 옅어졌다. 테무와 쉬인이 아마존을 위협할 정도로 세를 확장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중국이 자체적으로도 세계 최대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자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내수 시장에서만 소화해도 기업이 충분한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나 태양광처럼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위상을 확보하고 나서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해외 기업이나 인재를 빨아들이고 수출 시장으로 범위를 넓히는 전략도 유효했다. 여기에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AI, 바이오, 디지털 경제 등 전략적인 기술 부문에 끊임없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서방 국가들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중국은 이제 '기술 자립'을 위해 특허 강국으로의 도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 국무원은 '특허 산업화 운용에 관한 특별행동 계획(2023~2025)'을 발표하고 특허 산업화 촉진, 특허 가치 발굴, 특허기술 발전 촉진 등을 전략적 과제로 강조했다. 지난달 29일에는 리창 국무원 총리가 "지식재산권 강국 건설을 위해 핵심기술에 대한 지식재산권 지원을 강화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국제 특허출원 건수는 6만9,610건으로 5만5,678건을 기록한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기업 순위에서는 중국 기업 4곳이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美·EU 무역전쟁 속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은 '차이나런'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 기업의 공급망 장악을 이끌어낸 국가 주도 경제와 사회 통제가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덩샤오핑 집권 당시 중국의 경제·기술 성장을 위해 기업 등 민간 분야에 부여했던 자율성과 해외 기업·자본에 대한 혜택이 대폭 사라진 데다 미국 등 주요국이 무역 장벽을 강화하면서 중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의 급감이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에 따르면 지난해 FDI는 전년 대비 80% 급감한 330억 달러(약 44조3,000억원)로 1993년 이후 30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1년 3,441억 달러(약 462조1,600억원)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올해는 중국의 FDI는 사상 처음으로 역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외환관리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FDI는 -148억 달러(약 -19조8,700억원)를 기록했다. 외국 기업이 중국에 투입한 자금보다 빼낸 자금이 더 많다는 뜻이다. 분기별 FDI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지난해 3분기 이후 이번이 역대 두 번째다. 금액도 국가외환관리국이 1998년 관련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다. 블룸버그 통신은 "주요국이 대중국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가운데 2분기까지 이어진 흐름이 연중 계속된다면 사상 처음으로 FDI가 순유출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등 외국 기업의 '차이나 런(China run)' 현상도 심각하다. 애플은 중국 시장이 전체 매출의 17%를 차지함에도 판매망을 계속 줄이고 있으며, 올해 인도 폭스콘 공장에 아이폰16 프로 라인업의 생산을 맡기는 등 탈중국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GM은 중국 내 R&D(연구개발) 부문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으며 미국의 반도체 기업 IBM은 중국 R&D센터를 인도로 옮기고 1,000여 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테슬라, 인텔 등도 잇따라 중국에서 사업을 철수하거나 직원 재배치에 나섰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중국에 대한 투자 제한과 수출 통제 등 견제 조치를 강화하자 중국에서 사업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20241007_tax_pe

디커플링에도 對中 의존도 확대, 무역 장벽 무색해져

문제는 미국과 EU가 수년간 중국과 무역 분쟁을 벌이며 디커플링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되려 대중국 의존도가 더 높아졌다는 점이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독일의 비영리 싱크탱크인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의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과 EU의 대중 수입 의존도가 기계·전자 장비에서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다양한 산업에서 일정 수준의 의존도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약 5,000개 품목 중 532개 품목에서 중국산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2000년과 비교해 4배 증가한 규모다. EU도 2004년에 비해 약 3배 늘어난 421개 품목을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국은 2000년과 비교해 미국과 EU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의 대미 수입 의존 제품 수는 116개에서 57개, 대EU 수입 의존 제품 수는 235개에서 120개로 감소했다. 프랑수아 치미츠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중국이 선진국의 핵심기술에 대한 자립이 실현하면서 수입 제품 의존도에서 국가 간 비대칭성이 조장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가 비효율적일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산 제품에 대한 EU의 의존도 위험 정도를 평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각에서는 중국과의 공급망 분리 효과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미국 상무부는 2022년 △18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급 이하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중국의 올해 1분기 반도체 생산량은 1년 전보다 40% 급증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의 최신 반도체 기술 개발을 억제하는 동안 중국이 범용 반도체 생산을 강화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삭 연구소의 자얀트 메논 선임연구원은 "대중 제재가 중국의 무역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며 "중국은 모든 주요 산업의 모든 공급망에 내재해 있다"고 지적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세화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오픈AI, 투자금 유치 이어 40억 달러 신용대출 확보 "남은 과제는 수익화"

오픈AI, 투자금 유치 이어 40억 달러 신용대출 확보 "남은 과제는 수익화"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오픈AI, 은행 대출로 5.3조원 추가 확보, 총 유동성 14조로 증가
AI 투자 늘리는 소프트뱅크, 퍼플렉시티AI 이어 오픈AI에도 투자
막대한 운영비에 올해 적자 규모만 50억 달러, 수익개선 해법 골몰
OPENAI_TE_GR_20241004

최근 글로벌 투자사 및 빅테크 기업들로부터 9조원에 다하는 투자금을 조달한 오픈AI가 5조원 규모의 신용대출을 추가로 확보했다. 기업 가치도 5배 이상 확대되며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스타트업 중 하나가 됐다. 글로벌 AI 패권을 잡기 위한 ‘쩐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역대급 규모의 투자를 받으며 실탄을 확보했지만, 오픈AI의 앞길에는 수익성이라는 큰 과제가 남아있다.

몸값 5배 점프 '오픈AI', 40억 달러 신용한도 획득

3일(이하 현지시간) 오픈AI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JP모건 △씨티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산탄데르 △웰스파고 △SMBC △UBS △HSBC로부터 총 40억 달러(약 5조3,000억원)의 신용대출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오픈AI가 확보한 대출은 '리볼빙 크레딧(revolving credit)' 형태로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상환 및 대출이 가능한 구조다.

이번 소식은 오픈AI가 역대 최대 규모의 벤처 라운드에서 투자자들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유치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발표됐다. 지난 2일 오픈AI는 66억 달러(약 8조7,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미국 벤처캐피털(VC) 스라이브캐피털이 주도한 해당 펀딩에는 기존에 130억 달러(약 17조3,500억원)를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엔비디아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투자사 MGX, VC 코슬라벤처스 등이 참여했다.

이를 통해 오픈AI의 기업가치는 1,570억 달러(약 208조원)까지 높아졌다. 지난해 초 평가된 기업가치(290억 달러, 약 38조7,200억원)의 5배 수준이자 골드만삭스, 우버, AT&T의 시가총액과 맞먹는 규모다. 오픈AI의 밸류에이션은 보고된 수익의 40배로 책정됐는데,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픈AI의 월 매출은 8월 기준 3억 달러(약 3,970억원)에 달한다. 미래 성장성도 높게 평가된다. 올해 연매출은 37억 달러(약 4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내년 매출은 AI 업계의 성장세와 함께 116억 달러(약 15조3,652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점쳐진다.

OPENAI_TE_20241004
사진=오픈AI

'위워크' 쓴맛 본 소프트뱅크도 투자 참여 "초인공지능 실현 목표"

오픈AI의 벤처 라운드에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도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소프트뱅크는 오픈AI에 5억 달러(약 6,6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투자금은 2019년 AI 분야에 집중 투자하기 위해 조성한 '비전펀드2'에서 조달할 예정이다. 비전펀드2는 조성 당시 애플, MS 등 빅테크가 출자에 참여해 주목받았으나 코로나19 여파로 부침을 겪으며 현재는 대부분 손 회장의 개인 자산으로 구성돼 있다.

소프트뱅크는 유망한 스타트업 설립 초기에 빠르게 투자를 집행해 대규모 이익을 얻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오픈AI에 대한 투자는 늦은 편이다. 세쿼이아캐피털 등 글로벌 주요 VC들이 오픈AI에 설립 초부터 투자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를 두고 업계는 최근 연이은 투자 실패에 따른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 투자가 대표적이다. 2016년 말 손 회장이 뉴욕 위워크 본사를 12분 둘러본 뒤 44억 달러(약 5조9,000억원)짜리 수표를 끊어 준 건 유명한 일화다. 기업공개(IPO) 직전인 2019년 1월 위워크의 기업가치가 470억 달러(약 62조8,000억원)에 달했던 것도 손 회장 덕분이었다.

하지만 명성은 오래 가지 못했다. 위워크는 2019년 IPO를 추진하면서 공개한 투자설명서로 사업구조의 취약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회사 창립 후 일정 수준에 오르면 이익이 늘어나는 테크 기업들과 달리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부동산 임대료 등 운영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위워크를 살리기 위해 2019년 10월 지분 80%를 100억 달러에 인수한 이후 2021년 10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바우X 와 합병을 통해 뉴욕 증시에 상장시켰지만 지난해 4월 18일 기준 30거래일 연속 주가가 1달러를 밑도는 굴욕을 맛봤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이후 기술주 하락 등 악재가 맞물리며 3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자 손 회장은 한동안 투자계에서 자취를 감추기도 했다.

이런 손 회장이 투자 활동에 다시 시동을 건 시기는 올해 6월로, 당시 손 회장은 주주들에게 “내가 태어난 이유는 ASI(Artificial Super Intelligence, 초인공지능)를 실현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성공과 실패를 따지지 않고 다음 큰 투자를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 이후 투자를 집행한 곳은 AI 검색엔진 업체 퍼플렉시티AI(Perplexity AI)로, 투자금은 2,000만 달러(약 260억원) 규모다.

오픈AI에 대한 투자 시기는 늦었지만, 손 회장은 AI 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의중은 손 회장의 최근 발언에서도 포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손 회장은 3일 도쿄에서 열린 행사 강연을 통해 "ASI가 10년 이내에 실현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ASI는 인간 지능을 크게 넘어설 뿐만 아니라 감정을 이해하고 인간과 조화를 이루는 단계로 나아갈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지난달 오픈AI가 지난달 공개한 최신형 챗GPT 모델에 대해서는 “사고하는 능력을 가졌다”며 압도적인 진화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OPENAI_TE_002_20241004
사진=오픈AI

'2년 내 영리법인 전환' 조건부 투자, 수익성 증명도 숙제로

손 회장이 그리는 AI 기술에 대한 청사진은 유수의 전문가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오픈AI의 막대한 자금 유치 조건에는 2년 이내에 영리기관으로 전환하고, 실패할 경우 원금과 이자를 투자사에게 돌려줘야 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오픈AI는 이제 기술력만이 아닌 지속가능성과 함께 확실한 수익성도 제시해야 하는 시점에 놓여 있다.

그러나 글로벌 빅테크 중 AI 기술력이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 오픈AI도 수익성에 있어선 의문이 따라붙는다. 실제 오픈AI의 매출은 매 분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나, 이는 운영비용도 충당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NYT에 따르면 챗GPT의 하루 운영비용은 최대 70만 달러(약 9억7,000만원)로, 연간 85억 달러(약 11조7,000억원)에 달하지만, 오픈AI는 올해 새로운 AI 모델 훈련에 70억 달러(약 9조7,000억원), 인건비에는 15억 달러(약 2조원)를 지출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경쟁 기업 앤트로픽의 연간 운영비용 20억 달러(약 2조7,000억원)의 4배를 상회하는 수치로, 올해 예상 손실만 50억 달러(약 6조6,000억원)에 달한다.

오픈AI가 보유한 현금이 1년 이내 고갈될 수 있다는 예측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오픈AI는 7차례 투자 유치를 통해 총 110억 달러(약 15조2,400억원)를 조달했으나 매출 대비 과도한 운영비용으로 곳간이 말라가는 실정이다. 이에 오픈AI는 영리기업 전환에 나서며 수익 개선 해법을 찾기 위해 골몰하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메타, 앤트로픽을 비롯한 글로벌 AI 기업들이 오픈AI와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메타가 출시한 AI 모델 '라마(Llama)3.1'는 GPT4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GPT와 달리 오픈소스로 제공돼 무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오픈AI가 이번 투자 라운드를 진행하며 경쟁사에 대한 투자를 지양해 달라고 당부한 배경이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하락세 지속했던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 2년 만에 상승 전환

하락세 지속했던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 2년 만에 상승 전환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차수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하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신선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서울 오피스텔, 거래량 반등하며 가격 '꿈틀'
오피스텔 월세가격도 8개월째 상승세
아파트 주담대 대출 규제의 풍선효과
officetel_PE_001_20241004

최근 2년간 가격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서울 오피스텔 시장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금융 당국의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이어지면서 소비자 수요가 오피스텔로 넘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신축 역세권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모습이다.

서대문‧영등포‧여의도 신축 실거래가 상승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준공 2년차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신촌리브하임2차 오피스텔 전용 25㎡는 올해 8~9월 두 차례 각 4억원에 손바뀜이 일어났다. 지난 5월 같은 면적이 3억6,000만원에 팔린 것에 비하면 11%가량 오른 금액이다. 신촌리브하임2차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이대역까지 도보 5분 거리인 역세권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준공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브라이튼 여의도 오피스텔 전용 29㎡도 지난해 11월 4억7,000만원에 거래된 뒤 같은 면적이 올해 7월 6억9,000만원에 매매됐다. 이 오피스텔 역시 서울 지하철 5‧9호선 여의도역과 5호선 여의나루역 사이에 위치한 역세권이다. 서울 신축 중대형 면적 오피스텔에서도 상승 거래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 마포구 마포동 나루 오피스텔 전용 63㎡ 실거래가는 2년 전 6억8,500만원에서 올해 8월 11억7,200만원으로 뛰었다. 나루 오피스텔은 준공 3년차로 서울 지하철 5호선 마포역과 가깝다.

서울 신축 역세권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도 1년 11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03% 올랐다. 2022년 9월 0.08% 하락한 뒤 1년 11개월 만에 오름세로 돌아선 것이다. 서울 권역별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로는 영등포·양천·동작·강서구 등이 있는 서남권(0.09%)과 마포·서대문·은평구 등 서북권(0.06%)의 매매가격지수가 지난 7월보다 상승했다. 오피스텔 월세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8월 서울 오피스텔 월세가격지수는 전달 대비 0.15% 오르며 8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직장인 수요가 많은 시내중심부 역세권 신축오피스텔이 상승을 주도하며 월세 오름폭이 확대됐다.

2월 오피스텔 매매 가격지수, 6년래 최저치

올해 초만 해도 전국 오피스텔의 월세 가격은 고공행진한 반면 매매 가격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월세 가격이 치솟는 이유로는 전세 기피 현상이 꼽힌다. 지난해 전국적인 전세 사기 사태 이후 오피스텔에 거주하려는 사람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더 선호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2월 오피스텔 전월세전환율도 6.07%로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전월세전환율은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로, 보증금을 월세로 바꾸면서 세값이 올라간다는 뜻이다.

하지만 오피스텔 매매 시장은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다. 지난 1월 거래시장에서 아파트 거래량은 전월 대비 22.63%로 크게 늘어난 데 반해 오피스텔은 전월대비 0.99% 증가하는 데 그쳤다. 매매가격도 하락을 지속했다. 2월 전국 오피스텔 매매 가격지수는 0.15% 하락한 99.71로 집계됐다. 이는 월세가격과 반대로 2018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가산금리 상승, 주택시장 위축과 오피스텔 경매 증가 등 시장 불안정성이 늘어나면서 투자 수요가 위축된 것이다. 이에 더해 세금 부담이 큰 점도 오피스텔 매매의 걸림돌이었다.

Officetel_PE_20241004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파트 주담대 막히자 오피스텔로 수요 몰려

이처럼 냉기만 돌던 오피스텔 매매 시장의 상승세에는 정부 정책 영향이 컸다. 대출 규제가 대표적이다. 지난 7월 금융당국은 고공행진하는 서울 아파트값과 폭증하는 가계대출을 잡기 위해 시중은행에 대출 문턱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이에 5대 시중은행(KB국민·하나·신한·우리·NH농협은행)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최근까지 20여 차례에 걸쳐 주담대 금리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금리를 끌어올리다보니 오피스텔 주담대 금리가 아파트 금리보다 낮아지는 등 시장 가격 기능이 교란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통상 오피스텔 주담대 금리는 아파트 대비 높지만, 은행들이 아파트 주담대를 대상으로 금리를 상향 조정하면서 역전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더욱이 아파트와 달리 주택 담보주택규제 대상이 아닌 오피스텔은 대출방식이 일시상환식이며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도 적용되지 않는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비아파트 활성화 정책도 매력을 더하는 요소다. 정부는 지난 8월 비아파트를 구입할 때 세금을 감면해 주는 당근책을 내놨다. 전용 60㎡ 이하 오피스텔, 빌라 등 신축 소형 주택을 구입하면 2027년 12월까지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세금 산정 때 주택 수에서 제외해 준다는 내용이 골자다. 기존 소형 주택도 2027년 12월까지 구입해 등록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세금 산정 때 주택 수에서 빼준다. 수도권 6억원·지방 3억원 이하 주택이 대상이다.

생애 최초로 전용 60㎡ 이하 소형 주택을 구매한 사람에 한해 취득세 감면 한도를 현행 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아울러 청약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무주택으로 인정하는 비아파트 범위도 전용 60㎡ 이하에서 85㎡ 이하로 넓혔다. 무주택 공시가격 기준은 수도권은 1억6,000만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지방은 1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높였다. 비아파트를 공급하는 소규모 건설사업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 배제 요건도 완화했다. 이에 따라 주택신축판매업자가 주택 건설을 위해 주택을 취득할 때는 최대 12%의 중과세율이 아닌 1~3%의 일반세율이 적용된다. 대신 취득일로부터 1년 내 주택을 멸실한 뒤 취득일로부터 3년 이내에 주택을 신축하고 판매를 완료해야 취득세가 중과되지 않는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차수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하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신선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해외DS] MS, AI 전력 공급 위해 사고 원전 '스리마일섬 재가동', 안전 괜찮을까?

[해외DS] MS, AI 전력 공급 위해 사고 원전 '스리마일섬 재가동', 안전 괜찮을까?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광재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인공지능 소식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마이크로소프트, 스리마일섬 원전과 독점 계약 체결
AI 전력 수요 대응 및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
재가동에 따른 복잡한 안전 점검과 핵연료 공급망 문제 산적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달 20일 스리마일섬(Three Mile Island)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20년 동안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스리마일섬 발전소는 1979년 '멜트다운'(노심융해, 원자로의 연료봉이 녹아내리는 현상) 사고가 발생한 곳이다. 이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원자력 사고로 기록돼 있다.

Power_Thirsty_AI_ScientificAmerican_20241004
사진=Scientific American

AI 발전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 원전 재가동에 박차

MS의 이번 결정은 AI(인공지능) 운영을 위해 테크 기업들이 점점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폐쇄된 원자력 발전소들이 어떻게 안전하게 재가동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스리마일섬 발전소뿐만 아니라 퇴역한 다른 원전들도 다시 가동될 계획이 있기 때문이다.

미시간주 코버트에 위치한 팰리세이즈(Palisades) 원자력 발전소는 2022년 5월에 가동을 중단했지만, 소유주인 홀텍 인터내셔널(Holtec International)이 최근 재가동을 계획하고 있다. 미 에너지부(United States Department of Energy, DOE)로부터 15억 달러(약 2조원) 규모의 조건부 대출 약정을 받으면서 팰리세이즈 발전소 재가동 계획은 한층 탄력을 받았다. 에너지부는 저탄소 전력을 제공하는 원자력 발전을 통해 기후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팰리세이즈 발전소는 2025년 말에 재가동될 예정이다.

경제적 요인으로 폐쇄된 원전, AI와 기후 목표로 재가동 추진

앞서 미국에서는 경제적 요인으로 인해 2010년대 들어서만 12개 이상의 원자력 발전소가 폐쇄됐다. 특히 단일 원자로만 가동되는 비용 효율성이 낮은 발전소들은 전력 시장이 자유화된 주에서 가격 변동성을 감당하지 못해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있는 전력회사 콘스텔레이션(Constellation) 에너지가 소유한 스리마일섬 발전소가 대표적인 예다. 현재 미국에는 94기의 원자로를 가동 중인 54개의 원전이 남아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미국 원자력 발전소의 미래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AI 시스템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기 위한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려는 테크 기업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러한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동시에 기후 목표 달성에도 집중하고 있는데, MS는 203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운영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보다 더 많은 탄소를 제거하는 것)를 실현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자코포 본조르노(Jacopo Buongiorno) 미국 MIT 교수(원자력과학·공학) 겸 고급원자력시스템센터(CANES) 소장은 "이번 계약은 원자력의 가치를 재확인할 뿐만 아니라, 가격만 적절하다면 사업적으로도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폐쇄된 원자로를 재가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5년 테네시 밸리 당국(Tennessee Valley Authority, TVA)은 연방 소유 전력 회사로, 앨라배마주 애선스에 위치한 브라운스 페리(Browns Ferry)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들을 중단시켰다. 이후 수년간의 개보수 작업 끝에, 마지막 원자로가 2007년에 재가동됐다.

복잡한 안전 점검·면허 갱신 절차 거쳐야

그러나 팰리세이즈와 스리마일섬은 브라운스 페리 원자력 발전소와는 다른 점이 있다. 이들 발전소는 폐쇄 당시 운영 면허가 유효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유주들이 법적 성명을 통해 폐쇄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다. 영구 폐쇄 계획으로 인해 안전 점검이 중단됐기 때문에, 이제는 복잡한 면허 갱신, 감독, 그리고 환경 평가 절차를 거쳐야만 해체 결정을 번복할 수 있다.

특히 우라늄 연료봉을 교체한 후에도 발전소가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철저한 안전 점검이 필요하다. 팰리세이즈 발전소의 경우, 재가동을 추진할 때 해체된 발전소들은 이미 방사성 연료를 제거하고 안전하게 보관했기 때문에 엄격한 기술적 규정을 따를 필요가 없었고, 이에 따라 재가동 절차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

다만 스리마일섬의 경우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 더욱이 이러한 안전 규정을 다시 도입하는 과정은 절대 간단하지 않다. 표준을 충족하려면 기반 시설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본조르노 교수에 따르면 폐쇄 후 부식된 금속 부품뿐만 아니라 계기와 제어에 사용되는 전선과 케이블도 모두 교체해야 할 수도 있다.

발전소의 증기 발전기, 즉 연료봉이 물을 가열해 발생하는 증기로 전기를 만드는 터빈 발전기도 면밀히 점검될 계획이다. 몇 년간 방치된 터빈은 축 결함이 생기거나 날개에 부식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규제위원회(Nuclear Regulatory Commission, NRC)가 지난달 18일 팰리세이즈 발전소의 증기 발전기에 추가 테스트와 수리가 필요하다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스리마일섬 발전소 역시 유사한 조치가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핵연료 공급망 확보와 인식 개선 과제도 여전

핵연료 공급 확보도 큰 과제다. 특히 이 문제는 정상적으로 가동 중인 발전소들도 직면한 도전 과제다. 미국의 원자력 발전 회사들은 오랫동안 국제 시장에 의존해 왔으며, 핵연료봉에 사용되는 동위 원소 우라늄-235를 분리하고 농축하는 데 필요한 원자재인 '옐로케이크'(우라늄정광)를 수입해 왔다. 주요 공급 국가는 러시아로,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미국과 유럽의 제재는 핵연료 공급에 대해선 적용되지 않았다. 다만 최근 미국은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국 내 공급망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미 에너지부는 미국산 농축 우라늄 구매를 지원하기 위해 34억 달러(약 4조6,000억원)를 투입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저탄소 전력 수요가 증가하더라도, 미국에서 폐쇄된 원자력 발전소가 대거 재가동될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폐쇄된 발전소는 복구하기에는 상태가 양호하지 않을 수 있는 데다, 재개장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반대도 상당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본조르노 교수는 2021년에 폐쇄된 뉴욕의 인디언 포인트 에너지 센터를 예로 들며, 이 발전소가 뉴욕시에 인접해 있어 오랫동안 핵 안전 옹호자들의 비판을 받아온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모든 발전소 부지가 그대로 방치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 가지 대안은 기존 전송선과 기반 시설을 활용해, 과거 원전 부지에 향상된 안전 기능을 갖춘 대형 원자로나 혁신적인 설계를 적용한 소형 모듈 원자로를 건설하는 방법이다. 본조르노 교수는 "데이터 센터나 다른 응용 프로그램을 위해 이러한 대형 원자로를 더 많이 건설하려는 관심이 미국에서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전력 회사와 주요 고객들이 이를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문의 저자는 마이클 그레시코(Michael Greshko) 과학 분야 전문 저널리스트입니다. 영어 원문은 Power-Thirsty AI Turns to Mothballed Nuclear Plants. Is That Safe? | Scientific American에 게재돼 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광재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인공지능 소식을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