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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화폐는 바보들의 게임이다. 거품은 머잖아 터질 것이다' - 대중(大衆)이란?

'가상 화폐는 바보들의 게임이다. 거품은 머잖아 터질 것이다' - 대중(大衆)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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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인터넷 커뮤니티 여론을 확인해봐주던 직원에게 전달 받은 내용 중엔

SIAI에서 가르친다는 AI 그거 별 거 없다. 비트코인 사기라고 그랬는데 지금 가격 봐라. 비트코인도 못 맞추는데 무슨 AI 가르칠 자격이 있나

라는 내용의 댓글도 있었다.

주변에 MBA에 강의들어가는 교수들을 만나보면 학생들이 수업 중에

이런 거 모르겠고, 그냥 내일 비트코인 가격 오르는지만 가르쳐 주세요

라는 학생들도 있어서 자기도 그럴 때 수업 분위기 맞춰줄 생각에 100만원 남짓을 넣어놨다는 우스개를 들은 적도 있다.

가상화폐는 바보들의 게임이다. 거품은 머잖아 터질 것이다

실제로 가상화폐 커뮤니티에 하루 종일 붙어있는 분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거의 대부분의 상식 있는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위시한 가상화폐가 실체 없는 거품, '데이터 쪼가리'에 불과한 환상을 거래하는 플랫폼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최소한 위의 우스개를 나눈 교수들 모임에서는 그런 냉소의 시선이 공유되리라고 생각한다. CBDC라는 이름의 정부 발행 디지털 화폐는 살아남을지 몰라도, 실체 없는 가상화폐가 법정 화폐를 대체하려면 각 국 정부와 싸워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려면 계엄령 정도가 아니라 정부 전복이 일어나야 한다. 심지어 스테이블 코인도 직원 월급 주려면 하다못해 이자라도 벌어와야 할텐데, 수십억 달러의 자본을 가진 기관이 법정 화폐를 대체할 목적으로 뒤에서 버티고 있지 않는 이상, 신규 유입되는 투자자들에 의지해서 먹고사는 전형적인 폰지 사기에 지나지 않을 수밖에 없다(역대급 코인 붕괴 왜 발생했나…루나 사태 A to Z | 한국경제). 참고로 법정 화폐를 유지하기 위해 각 국 정부는 막대한 비용을 쓴다. 실패한 나라들은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겪기도 하고, 달러화 같은 기축 통화에 연동하면서 통화 정책의 독립성(화폐 발행 권력)을 포기해야 한다.

가상화폐에 투자하신 분들은 더 비싼 가격에 자기 상품을 팔아야 하니 코인 비관론자들에게 온갖 음해 공격을 뒤집어 씌울 것이다. 나 역시도 SIAI 설립 초기에 코인 투자자들이 모인 몇몇 커뮤니티들에서 온갖 사기 왜곡으로 엄청난 마녀 사냥을 당하다가 '너네 덕분에 SIAI가 홍보됐다, 고맙다'고 맞받아 치니까 그제서야 홍보해 줄 필요 없다, 아예 언급도 하지 마라는 식의 댓글들이 달렸다는 보고를 받기도 했었다. 최근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와 막후 실세인 일론 머스크가 코인 옹호론자라는 이유로 또 가격이 뛰던데, 그 분들이 미국 정부의 법정 화폐인 달러 패권을 약화시키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진 않을 것이다. 그랬다가는 정부 부처들 뿐만 아니라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 사이에서도 말들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 미국이 150년을 투자해서 쌓아올린 달러 패권에 생채기 내는 중국도 저렇게 두들기는데, 자국 대통령이 모험을 하는 것을 그대로 내버려 둘까? 트럼프 대통령도 당선될 때까지는 코인 세력의 지지가 필요했을지 몰라도, 백악관에 들어가서까지 자기의 정치적 입지를 갉아먹는 선택을 해야할 이유가 없다.

오늘 본 기사에서 아래의 문구를 봤다. (출처: “트럼프發 인플레 피할 수 없어… 美 금리 상승할 것”)

가상 화폐는 바보들의 게임이다. 거품은 머잖아 터질 것이다

UC버클리 경제학과의 아이첸그린 교수님의 인터뷰 답변 중 한 구절인데, 내가 석사 시절에 계량경제학에서 시뮬레이션으로 넘어가지만 않았어도, 박사 가면서 경제학에서 금융수학으로 갈아타지만 않았어도, 아마 저 분 스타일의 경제학자가 됐지 않을까 싶은, 마음 속 깊은 곳의 지향점 같은 분이라 가끔 홈페이지에 요즘은 뭐하시는지 찾아보기도 하는 그런 분이다.

앞으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민간' 가상화폐가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르겠지만, 심지어 지금보다 가격이 더 올라서 날 조롱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가격 문제를 넘어서, 수백조에 달하는 코인 사기로 전세계적인 이슈가 됐던 테라·루나 코인 발행 초기에 한국의 코인 투자자들이 간만 보다가 투자하기 시작했던 이유가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협찬(“권도형 구금됐는데?”…MLB 경기장에 ‘테라’ 전면 광고 버젓이 게시) 들어가고 난 후 부터였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 분들이 믿는 '외부의 권위'라는 것이 고작 MLB같은 자기들이 들어본 '유명한 플랫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 경제 전문가들이 아니라 야구 협회가 코인 투자하는 기준이 된다니?

비트코인도 못 맞추는데 무슨 AI 가르칠 자격이 있나

한국 사회에서 인터넷 여론이라는 것이 저런 분들 수준의 사고력을 가진 분들로 형성된다면 나 같은 콘텐츠를 가진 사람들이 굳이 한국어로 대중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배포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런 분들 커뮤니티에서 우연히 봤던 댓글 하나를 보고 한국어로 이런 콘텐츠 만드는 걸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었던 사건이 있다.

어느 모바일 야구 게임 관련 글이었는데, 간단히 소개된 글만 봐도 참 잘 만들었구나 싶었다. 게임 그래픽과 기능, 완성도 등을 보면서 기획서가 그려지고 얼마나 많은 인력이 붙었을까 머리 한 쪽이 계산을 하던 중에

X발, 게임 잘 만들면 뭐함? 영어라서 X 같아서 1분 만에 지웠음

라는 댓글을 보고, 원효대사 해골물 같은 깨달음을 얻었다.

이것이 대중이다.

MLB가 코인 투자를 믿고 할 수 있는 '외부의 권위'가 되고, 모바일 게임을 잘 만들어도 영어라서 욕하고 1분만에 지우고, 비논리적으로 움직이는 비트코인 가격 움직임을 맞출 수 있어야 AI 가르칠 자격이 되고... 그간 이런 사고 방식의 사람들에게 수학, 통계학 도구를 바탕으로 한 데이터 과학을 설명하고 있었으니...

어차피 한국 교육 수준과 우리 SIAI 교육간의 격차가 너무 커서 따라올 수 있는 한국인도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해할 수 있는 인력이라면 영어로 써 놨어도 언어적인 장벽을 스스로 넘겠지라는 생각도 들어서 SIAI Korea 운영을 접는데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었다. 예전에 '뭘 가르치는지 모르겠다, 코딩은 배우냐, 코딩 알아야 되냐' 혹은 '코딩 잘 하면 AI도 코딩이니까 다 잘하는거 아니냐'는 깝깝한 인식으로 질문 하는 사례를 봐도 그렇고, 단순히 개발자용 코딩 수준을 넘어 AI/Data Science 학습에 언어가 장벽이 되는 사람들이 딱 저 게임 앱 지운 사람과 동질한 그룹의 인력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영어권에서 받는 문의 메일들은

  • 자기가 수학 박사 학위자인데 2년 학위 과정 중 수학 수업들 면제 받고 1년 만에 빨리 졸업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겠냐
  • 석사 학위를 STEM으로 하기는 했는데 수학을 많이 까먹은 상태여서 자신이 없다, 그래도 MBA 대신 MSc 도전해보고 싶은데 혹시 수학 공부를 더 시켜주는 학위 전 과정이 있거나, 추천해줄만한 과정이 있나
  • 기출 문제를 보니 응용력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커리큘럼인 것 같아서 상대적으로 수학 실력은 덜 중요할 것 같은데, 필요한 수학, 통계학 지식이 어느 정도인가

같은 질문들이다.

한국어로 받은 메일과 영어로 받은 메일에 담긴 질문자들의 이해도가 어느 정도 차이나는지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가상화폐는 바보들의 게임이다? 한국에서 비트코인이 제일 흥행하는 이유

지난 2023년 12월, 블룸버그에서 아래의 기사가 났다. (한국어 사용자를 위해 번역된 뉴스1 기사 링크로 대체)

한국 원화 기반 코인 거래가 달러 기반 코인 거래보다 많단다.

지난 몇 년간 윤석열 정부가 '밸류업'이라고 대기업들에게 각종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강요했는데, 취지에는 백번 공감하고 나 역시도 실탄이 넉넉히 쌓이고 사회적 영향력이 더 생기면 행동주의 사모펀드를 직접 운영하면서 대기업 총수들의 전횡을 '금융치료'해주고 싶은 마음은 같지만, 한국 정부가 어떤 종류의 '밸류업' 정책을 내놔도 코인으로 넘어간 한국인 투자자들을 다시 한국 주식 시장으로 돌려 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2006년 여름에 모 외국계 금융기관의 ELW 데스크에서 1달 남짓 인턴을 한 적이 있다. 콜/풋 옵션과 유사한 상품이지만 시장 진입 조건인 기초 자금1,500만원이 면제된 시장이었는데, 하루는 담당자가 자리를 비워서 대신 전화를 받았다가 입에 담기도 힘든 험한 욕을 하면서 재직하던 회사가 팔았던 ELW 상품의 가격을 올려라고 소리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어지간한 상장사 IR부서는 그런 '욕받이' 담당 직원이 1~2명씩 있던데, 아마 그런 이유로 그 회사 ELW 팀에도 그런 담당자를 1명 고용했었나보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우연히 ELW 시장 자료를 찾던 중에 거래가 싹 사라졌길래 뭔 일이 있나 봤더니, 문제가 생기는 일이 많아서 콜/풋 옵션처럼 1,500만원 기초 자금 요건을 적용했더라. 시장 자체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기초 자금 1,500만원 미만인 투자자, 가격이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욕받이' 전화를 하는 투자자들만의 시장이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분들이 '동전주', 혹은 멸칭으로 '짤짤이'라고 불리는 코스닥 소형주에 투자하다가 세력들 놀음에 줄줄이 돈을 잃던 중에 코인 시장이 딱 그 분들이 가진 아래의 선호를 맞춰줬다.

  •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다
  • 기업이 아니라 커뮤니티가 가격을 결정한다
  • 가격 변동폭이 매우 심해서 도박 심리를 잘 반영해준다

코인 시장이 실체 없는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 그 분들의 힘은 '지식', '기술'이 아니라 '물량'으로 표현되는 '커뮤니티'다. 전세계 어디를 가나 인터넷 기반의 대중 문화가 고급 지식을 소비하기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겠지만, 한국이 비트코인 시장에서 인구 대비 저렇게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에서 한국의 '물량', '커뮤니티'가 가진 성향과 규모를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한국인은 들쥐 같다" 미군 발언 - 이 발언으로 국내에 반미 감정이 확산됐어야 '들쥐'가 아닐까, 대중이 자기 반성에 들어가야 '들쥐'가 아날까?)

'물량'이 중요한 정치권, 방송·연예계, 소비재 상품 영역(과 가상화폐 업계)에 계신 분들은 저런 성향에 맞춘 발언을 통해 지지를 구하는 것이 생존의 문제일 것이다. 그 분들은 누가 무슨 말을 하면 그 내용보다 그 사람이 '우리 편인가'가 중요하고, 그 내용이 '우리 편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인가', 그래서 그 사람이 '우리 편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자료로 쓴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쪽 업계에 계신 분들은 자기가 '끌어들이고 싶은' 지지 세력에게 맞춰 '발언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식 가격을 끌어올리고 싶은 분들은 자사 주식, 자기가 투자한 주식이 특정 테마에서 '대장주'가 되도록 언론에 뿌리는 보도자료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주식 투자 커뮤니티에서 선동을 이끈다. 그런 선동으로 세력을 모을 수록 그 회사의 주식 시장 '체급'이 올라간다. 그런 선동, 세력 놀음은 도저히 못하겠고, 옳고 그름이 중요하다면 어쩔 수 없이 '물량'과 유리(遊離)된 영역에서 살아야 한다. 그러니 어용 학자를 제외한 연구직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대중을 기피하게 되는 것이다.

SIAI는 그런 옳고 그름이 중요한 분들, 지식을 찾는 분들을 위한 곳이다. 설립 모토인 'Rerum cognoscere causas'는 '사물의 가장 근본 원인을 갈구하는 사람'을 뜻한다. '뭘 가르치는지 모르겠다, 코딩 알아야 되냐'는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아니라 'AI/Data Science 배우고 싶은데 대충 가르치는 곳 말고, 어려워도 제대로 가르치는 학교, 그래서 공부하고 나면 (학위증 1장이 아니라 실제로) 내 체급을 지식인으로 올려주는 학교, 그래서 하버드 같은 곳을 가고 싶지만 거긴 합격하기도 어렵고, 하버드는 아니어도 온라인으로라도 제대로 가르치는 학교'를 찾는 분들을 위한 곳이다.

마녀사냥을 당하던 시절에는 어떻게 대응해야할까는 고민도 많았는데, 몇 년간 사업하며 '들쥐'의 성향과 사고방식, 생각의 범위, 지식에 대한 접근 방식 등등을 뒤늦게나마 알게 됐고, 그들의 인식이 고작 MLB 협찬 수준의 '유명한 외부의 권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들의 판단 잣대는 '유명함?'이고 그 표현에는 '물량 있음?' 이 내재되어 있다. 대중은 그렇게 '물량'에 이끌려서 선동되고, 자기 힘으로 판단할 능력이 없는 2,3류 인재들이 모인 조직도 '초등학생도 알아듣는' 보고서를 써야 하는 조직은 망한다 에 정리된 기업 의사 결정 구도를 따른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런 걸 모르고 사업했었다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SIAIGIAI 조직 밑으로 넣고 SIAI Korea 사업부를 접는 것에 더해서 한국 회사마저도 GIAI 산하로 넣은 것도, 마녀 사냥 공격을 피하기 위한 방어 수단이다. 난 '물량'이 목적인 사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물량'을 빌려오고 고급 '콘텐츠'를 팔아 그들과 유리(遊離)되는 방법을 선택했다. 예전에 박사 연구실에 있던 브라질 동료가 자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보면서 도저히 자국민들의 선택을 이해 못 하겠다던데 그 친구더러

You will never be able to understand them. Because you've never been that stupid

라고 말해준 적이 있다. 요즘 마녀사냥하던 분들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Am I getting stupid? 라고 질문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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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와 손잡는 카카오, '소버린 AI' 네이버와 경쟁 본격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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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방한 계기로 카카오와 AI 협력 본격화 전망
'대형 호재'에 치솟는 카카오 주가, 증권가 반응도 낙관적
'AI 주권' 중시하는 네이버와 상반된 전략, 승기는 누구 손에

카카오가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인공지능(AI) 분야 협력에 나선다. AI 시장 후발 주자로 꼽히는 카카오가 외부 협력을 등에 업고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양사 협력 소식을 접한 시장은 ‘소버린(sovereign, 주권이 있는) AI’를 앞세우는 네이버와 정반대 전략을 채택한 카카오가 국내 AI 시장 주도권을 거머쥘 수 있을지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 오픈AI와 MOU 체결 예정

4일 테크업계에 따르면 오픈AI는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국내 기업 및 스타트업 개발자 100명을 대상으로 비공개 워크숍 '빌더 랩'을 개최한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이 행사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를 비롯해 회사 고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트먼 CEO는 행사 자리에서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양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맺을 예정이며, 카카오는 별도 장소에서 오픈AI와의 AI 사업 전략을 공개한다.

이번 제휴는 AI 분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카카오의 승부수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지난해 자체 AI 서비스인 '카나나'를 최초 공개하고 올해 본격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와 관련해 한 AI 업계 관계자는 “시장 후발 주자인 카카오에는 AI 기술력을 보완하고 카나나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결정타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의 협력은 부족한 기술 역량을 보충하고, 카카오의 AI 사업에 대한 주목도를 단기간 내에 높일 수 있는 매력적인 방안”이라고 진단했다.

시장 반응은 '긍정적'

오픈AI와의 협력 소식은 카카오 주가에 강력한 호재로 작용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일 카카오 주가는 3,450원(9%) 오른 4만1,800원에 마감했다. 카카오가 4만원대에 거래를 마친 것은 지난해 12월 20일 이후 약 6주 만이다. 같은 날 카카오 주식 거래량은 1,472만792주로, 설 연휴 전인 지난달 24일(107만6,274주) 대비 10배 이상 불어났다.

증권가에서도 속속 카카오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네이버에 비해 카카오는 독자적인 대규모언어모델(LLM)이 없어 기술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있었다"며 "오픈AI와 밀접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 이런 우려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카카오톡에 챗GPT의 기능을 일부 탑재하는 등 카카오는 기존 AI 모델을 최적화해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서비스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짚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산업에서 후발주자인 카카오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 투자와 데이터 학습을 위해 거대 자본이 필수적이었던 AI 개발 패러다임이 라마(Llama)와 딥시크 등 오픈소스 진영의 부상으로 비용 효율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업적으로도 경량화된 고성능 모델 개발이 더욱 용이해지면서 AI의 상용화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며 카카오의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8.9% 상향한 4만9,000원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네이버의 자제 LLM 하이퍼클로바 소개 이미지/사진=네이버

네이버와 '정반대 노선' 택한 카카오

한편 시장은 카카오의 AI 사업 육성 전략이 토종 플랫폼 경쟁사인 네이버와 상반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네이버는 일명 ‘소버린 AI’를 앞세워 자사 LLM ‘하이퍼클로바X’ 등을 고도화하고 있다. 국가대표 AI가 없으면 미·중 AI 빅테크에 국내 시장을 잠식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소버린 AI는 특정 국가나 기업이 빅테크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인프라와 데이터를 활용해 AI 역량을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어디에도 종속되지 않은 자국만의 '독립적 AI'인 셈이다.

업계는 카카오가 네이버보다 현실적인 전략을 채택했다고 분석한다. 한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자체 기술력만으로는 미국, 중국 기업과 경쟁하기 버거운 경우가 대다수”라며 "KT, SK텔레콤 등도 한국형 특화 AI 모델을 개발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아마존 등과 기술 협의를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 협력이 보편화하는 국내 AI 시장 흐름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는 카카오가 경쟁에서 우위에 설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네이버와 달리 외부 기술 의존도를 높인 카카오의 판단이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외부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카카오에는 AI 사업을 견인할 자체적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당장은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묘수가 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글로벌 시장에 한국의 AI 역량 부진 문제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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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딥시크 쇼크에 바빠진 오픈AI, 韓·日 돌며 동맹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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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AI 반도체 협력 가시화
올트먼, 삼성·SK에 투자 요청할 듯
소프트뱅크와는 ‘SB오픈AI 재팬’ 설립
사진=최태원 SK그룹 회장 인스타그램

중국 AI(인공지능) 스타트업 딥시크가 불붙힌 반도체 가성비 논란 속, 오픈AI 창업자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을 만난다. 일본 소프트뱅크그룹과 AI 동맹을 구축하기로 한 가운데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도 손잡을지 업계 이목이 쏠린다.

올트먼, 삼성 이재용·SK 최태원과 회동

4일 IT업계에 따르면 오픈AI는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국내 대기업·스타트업 개발자 100명을 대상으로 비공개 워크숍 ‘빌더 랩’을 연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이 행사에는 올트먼 CEO를 비롯해 회사 고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올트먼 CEO는 이번 방한 기간 중에도 ‘AI 리더십 확보’를 강조해 온 최태원 회장과의 회동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AI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진다. 올트먼 CEO는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 "AI는 컴퓨터와 접하는 방법이 근본적으로 다르므로 새 단말기가 필요하다"며 "AI 전용 단말기와 반도체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올트먼 CEO는 지난해 1월 한국에서 최태원 회장을 만난 데 이어 같은 해 6월 최 회장의 미국 출장 당시 샌프란시스코 오픈AI 본사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AI 산업에 대한 의견을 나눴는데 반도체 협업을 위한 포석 아니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올트먼 CEO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경영진과의 회동도 예정돼 있다. 특히 이 자리에는 이재용 회장도 함께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트먼 CEO와의 회동이 이뤄질 경우 이 회장으로서는 항소심 무죄 선고 이후 첫 공식 행보가 된다. 올트먼 CEO는 앞서 지난해 1월 방한 시에는 삼성전자 평택 공장을 찾아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본 뒤 경계현 당시 DS 부문장(사장)을 비롯한 사업부장들과 만났고 이후 삼성 서초사옥을 방문, 경영진과 만찬을 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사진=소프트뱅크벤처스

방한 목적은 '투자 유치'

올트먼 CEO의 방한은 시기적으로 중국 딥시크의 충격파가 전 세계를 휩쓴 가운데 이뤄져 눈길을 더욱 끈다. 딥시크가 최근 선보인 딥시크-R 시리즈는 오픈AI의 챗GPT에 버금갈 만한 성능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를 개발하기 위해 딥시크가 들인 비용은 558만 달러(약 78억1,200만원)으로, 오픈AI의 챗GPT 개발비인 1억 달러(약 1,400억원) 대비 5.6%에 불과했다. 특히 엔비디아가 2022년에 개발해 상대적으로 구형이며 저사양 반도체인 ‘H800’만으로 이 성과를 냈다고 밝혀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왔다. 이에 오픈AI는 삼성, SK 등 국내 기업들과의 전방위적 협력을 통해 딥시크의 맹추격에 맞선다는 전략이다.

이번 방한의 또 다른 목적은 투자 유치다. 현재 오픈AI는 최대 400억 달러(약 58조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나선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픈AI는 새로운 투자 유치를 위해 협상 중으로 기업 가치를 3,400억 달러(약 498조원)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지난해 평가된 1,750억 달러(약 256조원)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303조원이니, 국내 1위 기업보다 약 64% 덩치가 더 커지는 셈이다. 지난번 라운드에서도 몇몇 한국 기업이 오픈AI에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日 소프트뱅크, 오픈AI에 최대 36조 투자 협상

방한에 앞서 일본을 찾은 올트먼 CEO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와 손잡고 기업용 생성형 AI를 개발·판매하는 합작사 'SB OpenAI Japan'을 일본에서 만들기도 했다. 또한 손정의(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이번 투자를 주도하면서 150억~250억 달러(약 21조6,900억~36조1,500억원) 규모 투자도 논의 중이다. 나머지 금액은 다른 투자자로부터 유치할 계획으로, 소프트뱅크가 투자자를 모으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에 유치한 자금은 오픈AI가 소프트뱅크 등과 공동 투자하는 AI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 쓰일 예정이다. 오픈AI는 스타게이트에 약 180억 달러(약 26조280억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나머지 금액은 적자인 사업 운영에 쓰인다. 오픈AI는 지난해 37억 달러의 매출을 창출했지만, 적자 규모는 5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소트프뱅크는 손 회장이 AI산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기로 한 후 공격적으로 오픈AI에 투자하고 있다. 앞서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10월 라운드에서도 오픈AI에 5억 달러를 투자했고, 그다음 달 오픈AI 직원들로부터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15억 달러의 인수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번 투자가 진행될 경우 소트프뱅크의 오픈AI에 대한 총 투자금이 기존 최대 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MS·130억 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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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관광객 급증으로 항공 연료 부족, 국내 정유사들엔 호재

日 관광객 급증으로 항공 연료 부족, 국내 정유사들엔 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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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모토 등 日 지방 공항
항공유 부족 직격탄, 국제선 증편 차질
슈퍼엔저→해외관광객 급증→항공유 수요 폭발
나리타 공항/사진=고 도쿄(Go Tokyo)

일본 공항들이 제트유 부족 사태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슈퍼 엔저'에 해외 관광객이 몰리면서 항공유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자국내 공급은 한계상황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불거진 연료난은 기존 유통구조와 안전검사 관행으로 인해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日 일부 공항, 연료 확보 난항

4일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신치토세공항과 구마모토공항 등 일본 일부 공항은 향후 항공편 증가에 대응할 충분한 연료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본 공항에 착륙해도 다시 돌아갈 항공유가 없으니 증편이나 신규 취항은 아예 엄두도 못낸다. 실제 연료 부족으로 지난해 7월에는 주당 140편의 신규 항공편 취항이 무산된 바 있다.

구마모토공항의 경우 27년 만에 취항한 대한항공 국제선이 현지 급유가 어려워 왕복 연료를 가득 채우고 운항해야 하는 실정이다. 한 공항 관계자는 "왕복 연료 탑재는 경제성과 효율성을 크게 저하시킨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일본은 한국 정유사에 SOS를 쳤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나리타국제공항은 연료 직수입을 통한 문제 해결을 시도했으나, 기존 유통업계의 반발에 부딪힌 상태다. 다무라 아키히코 나리타 공항 운영위원장은 한국 GS칼텍스로부터 직수입을 추진했으나, 도매업체들이 '안전 우선'을 이유로 반대했다"고 말했다.

쟁점은 연료 안전검사 절차다. 국제 표준인 JIG(Joint Inspection Group) 기준은 수출 시 전체 검사가 이뤄진 경우 수입 지점의 간소화된 검사를 허용하지만, 일본 도매업체들은 더 엄격한 자체 검사를 고수하고 있다. 결국 나리타공항은 한국산 연료 직수입에는 성공했으나, 여전히 엄격한 검사 절차는 유지되고 있다.

간사이공항 제2터미널/사진=제주항공

日, 지난해 외국 관광객·지출액 모두 사상 최고

일본 공항들이 항공유 수급에 난항을 겪는 배경에는 해외 관광객 급증이 자리한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방문객은 약 3,687만 명으로 2023년보다 47.1% 증가하며 새로운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들이 일본에서 지출한 돈 역시 2023년(5조3,100억 엔) 대비 53.4% 급증한 8조1,400억 엔(약 76조4,300억원)으로 역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 수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국토교통부 항공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일본 출발·도착 여객 수는 1,832만 557명으로 나타났다. 기존 최고치였던 2019년(1,560만 6,187명)보다 17.4%가량 늘어난 수치다. 9월 국제선 여객이 가장 많이 찾았던 ‘톱3’ 여행지도 모두 일본으로 나리타(39만4,600명), 간사이(33만8,640명), 후쿠오카(26만4,600명) 순이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항공사들이 좋은 성적표를 받을 수 있었던 ‘황금알’이 일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본 여행의 열기가 폭발적으로 번지는 데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엔저 현상이 주효했다. 일본 여행이 상대적으로 값싼 가격에 가능해지면서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으로 늘고 있던 여행 수요를 끌어모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항공사들도 일본행 항공을 증편하는 등 수요 대응에 빠르게 나서면서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항공유 시장 잡아라, 韓 정유 4社 통합공장 건립

항공연료 부족 현상의 또 다른 원인은 일본 정유사의 정유소 통폐합이다. 이 때문에 공항까지의 수송거리가 늘어난 데다 일본 내에서 운항하는 수송용 유조선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인력난이다. 일본은 국내 연료 운송 선박의 승무원을 자국민으로 제한하고 있어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 공항으로의 연료 운송 트럭 기사와 급유 인력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한국 정유업계가 항공유 시장에서 주력 국가로 부상할 수 있는 기회로 꼽힌다. 한국은 세계에서 항공유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다. 2023년 한 해에만 97억6,000만 달러(약 12조7,000억원)어치를 수출했다. 초대형 정제시설을 갖춘 한국 정유사들이 원유를 대량으로 들여와 저렴한 가격에 항공유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유업계의 미래 먹거리인 지속가능항공유(SAF)로 따지면 한국은 형편없다. 전용 생산시설 하나 없는 데다 SAF의 원재료인 폐식용유 등을 구하기 어려워서다. 미국(107개)과 캐나다(27개), 프랑스(19개), 영국(15개) 등이 SAF 전용 시설을 앞다퉈 세울 때도 지켜만 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업계에선 SAF 시장이 이제 막 열린 만큼 합작공장을 시작으로 국내 정유 4사가 SAF 전용 공장 건립을 본격화하면 ‘미래 항공유’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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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 서비스 강화 배달의민족, ‘전속력 추격’ 쿠팡이츠 따돌리기 가능할까

구독 서비스 강화 배달의민족, ‘전속력 추격’ 쿠팡이츠 따돌리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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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체감 혜택 늘려 재주문율 높인다”
배민 이용자 제자리, 쿠팡이츠는 72%↑
독점적 지위 ‘위태’, 재구매율은 이미 역전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구독 전쟁이 전국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오랜 시간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 온 배달의민족은 일부 지역에만 제공하던 구독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나섰으며, 2위 쿠팡이츠는 무료 배달 등 구독 모델의 혜택을 늘려 점유율을 추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가장 먼저 구독 서비스를 선보인 요기요도 2위 탈환을 위해 고삐를 조이고 있다.

‘수도권·5대 광역시→전국’ 서비스 확대

3일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배민은 오는 4일부터 유료 구독 서비스 ‘배민클럽’ 적용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한다. 지난해 6월 출시 배민클럽은 그동안 서울·수도권과 5대 광역시에서만 시행됐는데, 앞으로는 제주를 포함한 전국으로 그 범위가 넓어진다. 배민클럽 구독에 따른 혜택은 △알뜰배달(다건 배달) 배달비 무료 △한집배달 배달비 할인 △추가 거리에 따른 배달비 무료 등이다.

배민은 구독 서비스 지역 확대로 소비자와 입점업체가 누리는 혜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민클럽 적용 지역을 확대하면서 배달팁 무료 등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혜택이 늘고, 그에 따라 입점업체들은 재주문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가 편리하고 직관적으로 가게와 음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개편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업계 1위 자리를 노리는 쿠팡이츠는 지난해 5월부터 전국 구독 서비스 가입자를 대상으로 무제한 무료 배달을 시행 중이다. 쿠팡의 멤버십 서비스 ‘로켓와우’를 배달앱에도 적용해 해당 서비스 회원이라면 쿠팡이츠의 무제한 무료 배달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주문 횟수나 금액, 장거리 배달 등 일체의 제한이 없고, 별도의 쿠폰 할인도 지급된다.

배달앱 가운데 가장 먼저 구독 서비스를 선보인 곳은 요기요다. 요기요는 2023년 5월 월 구독료 9,900원에 ‘요기패스X’를 출시했다. 이후 가맹점 매출 증대를 위해 구독료를 단계적으로 인하했고, 현재 구독료는 월 2,900원으로 낮아졌다. 네이버플러스멤버십, 토스(토스페이) 등 다양한 회사와 제휴해 구독료 면제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배민(월 3,990원), 쿠팡이츠(월 7,890원)보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덕에 요기패스X 구독자 수는 지난해 11월 100만 명을 돌파했다.

부랴부랴 1위 지키기 나선 배민

업계는 배민이 무료배달 혜택 적용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배경에 2위 쿠팡이츠의 약진이 자리하고 있다고 풀이한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의하면 지난해 1월과 12월 배민의 월간 사용자는 각각 2,240만 명대로 큰 변화가 없었다. 반면 2위인 쿠팡이츠 이용자는 72% 급증하며 960만 명을 넘겼다. 제자리걸음 중인 배민으로서는 전속력으로 달리는 쿠팡이츠의 추격이 위협적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와 같은 성장세에도 쿠팡이츠는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배민이 최근 2간 유례없는 호실적을 거둔 만큼 본격적인 서비스 경쟁에 투입할 자금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지난해 배민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5% 성장한 7,000억원을 달성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배민은 코로나19 엔데믹 이후로도 꾸준히 성장세를 그리면서 영업이익을 크게 늘렸다”며 “경쟁 장기화에도 투자할 여력이 충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쿠팡이츠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재구매율로 배민 앞선 쿠팡이츠

시장에서는 재구매율과 객단가 측면에서 더 유리한 성적표를 받은 쿠팡이츠가 조만간 배민의 독점적 지위를 흔들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지난해 12월 쿠팡이츠의 재구매율이 5.1건에 달했던 반면, 배민은 4.33건에 그친 탓이다. 월별 카드 결제액에서도 쿠팡이츠는 지난해 1월 2,700억원에서 12월 5,878억원으로 무려 118% 급증했다.

쿠팡이츠의 상승세는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과의 연계성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쿠팡은 지난해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불러일으킨 티몬·위메프의 퇴장을 기점으로 이커머스 시장의 절대 강자로 올라섰다. 기존 쿠팡 멤버십 회원의 경우 추가 요금 지불이나 별도의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이용이 가능한 만큼 쿠팡이츠의 약진도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게 업계 전반의 평가다.

한때 쿠팡이츠와 업계 2위를 놓고 경쟁하던 요기요의 부진도 쿠팡이츠에는 기회로 작용했다. 요기요는 지난해 누적 적자가 1,000억원에 달하는 등 경영난이 지속되면서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마케팅과 퀵커머스, 고객 응대 조직 등이 축소됐고,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소비자가 이탈했다. 기존 쿠팡의 멤버십을 이용하던 소비자들이 대거 쿠팡이츠로 이동했음은 물론이다.

시장 점유율을 둘러싼 1·2위 업체의 경쟁은 한층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달앱 시장이 꾸준한 성장세를 그리고 있어서다. 한국소비자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 음식 배달 시장 규모는 2021년 2,940억 달러(약 421조원)에서 2026년 4,660억 달러(약 668조)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 온라인 음식서비스 거래액 역시 지난 2017년 2조7,326억원 규모에서 2021년 25조6,783억원으로 9배 이상 급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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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빌리고 빨리 갚자” 신용대출 누르자, 감소세 접어든 가계대출

“덜 빌리고 빨리 갚자” 신용대출 누르자, 감소세 접어든 가계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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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1달 만에 3조원 이상 감소
이자 수익 보전 위한 은행 고심 깊어져
부실 위험 높은 신용대출 ‘빗장 꽁꽁’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10개월 만에 감소세 전환을 앞두고 있다. 일각에선 은행들이 이자 수익 보전을 위해 대출 요건을 일부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도입이 가시화한 만큼 여전히 주요 대출 상품의 문턱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주담대 증가세 둔화, 신용대출 크게 꺾여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32조3,656억원으로 전월 말(734조1,350억원) 대비 1조7,694억원 감소했다. 지난달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남은 영업일이 31일 하루에 불과한 만큼 1월 이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총량 또한 큰 변동이 없을 전망이다. 만약 이 같은 추세가 확정된다면, 지난해 3월 2조2,238억원이 줄어든 이후 10개월 만의 가계대출 감소세를 기록하게 된다.

대출 유형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의 잔액이 578조4,635억원에서 580조1,227억원으로 1조6,592억원 늘었다. 다만 부동산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증가 폭은 일정 수준을 넘지 않고 있다. 주담대 증가액은 지난해 10월 1조923억원, 11월 1조3,250억원, 12월 1조4,698억원으로 4개월 연속 1조원대에 머무는 중이다.

신용대출은 103조6,032억원에서 100조5,978억원으로 3조54억원 줄어들면서 전체 가계대출 감소세를 주도했다.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3조원 이상 감소 폭을 그린 것은 2023년 1월 이후 2년 만이다. 많은 차주가 연말과 연초 받은 상여금 등을 상대적으로 금액이 적고 금리가 더 높은 신용대출 상환에 사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인되면서 일각에선 은행의 가계대출 문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대출 자산은 은행 이자 수익의 원천인 만큼 일부 요건을 완화하는 식으로 대출 고객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 또한 “금융당국 기조에 발맞춰 가계대출이 폭등하지 않게끔 관리해야 하지만, 계속 감소하는 것을 방관하긴 어렵기에 일부 규제 완화책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보탰다.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 목전

다만 주택 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 통로는 넓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이 한층 강화된 스트레스 DSR 3단계 도입을 7월로 예고한 탓이다. 스트레스 DSR은 차주의 대출 한도를 정하는 기준인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한도를 줄이는 제도로, 금융당국은 모든 가계 대출에 가산금리를 더 높게 적용해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1단계 스트레스 DSR은 지난해 2월 주담대에 한해 시행됐다. 당시 스트레스 금리는 과거 5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월별 가계대출 가중평균 금리(한국은행 발표)와 현시점 금리를 비교해 0.38%p로 결정됐다. 이후 9월에는 스트레스 금리가 0.75%p로 한층 높아진 2단계가 시행됐다. 은행권 주담대에 그쳤던 적용 대상 또한 은행권 신용대출 및 제2금융권 주담대로 확대됐다.

오는 7월 도입되는 3단계는 적용 대상이 기존 주담대 및 신용대출은 물론 다른 대출까지 확대될 전망이며, 시중은행과 2금융권 모두 동일하게 적용된다. 스트레스 금리 또한 100%로 높아진다. 예컨대 연 소득이 5,000만원인 차주는 스트레스 DSR 도입 전 3억3,000만원(30년 만기·변동금리) 수준이던 대출 한도가 3단계 도입 후에는 2억8,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향후 주택 구입 등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차주의 경우, 사전에 대출 계획을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올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되면 DSR 산정 시 적용되는 금리가 대출에 상당히 제약적인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며 “금리 인하 기조 속 은행의 신규 취급 변동금리 주담대와 총대출 금리가 연 4%에서 3%로 1%p씩 하락한다고 가정해도 스트레스 DSR 3단계에서는 실제 적용되는 금리가 연 5%에 육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용대출 연체율 0.82% 달해, 부실 ‘경고등’

담보대출보다 부실 위험이 높은 신용대출 또한 높은 문턱이 유지되는 추세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31일까지만 적용하기로 한 12개 신용대출 상품의 비대면 신청 차단 조치를 무기한 연장했다. 비슷한 시기 중단한 주담대와 전세대출의 비대면 신청을 예정보다 앞당겨 해제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11월 중단한 주담대·전세대출·신용대출의 비대면 신청 가운데 주담대와 전세대출의 비대면 신청만 재개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신용대출 빗장을 푸는 데 인색한 것은 신용대출의 급격한 증가가 은행의 건전성 유지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국내은행의 원화 신용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1월 기준 0.82%를 기록하며 주담대 연체율(0.27%)과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0.52%)을 크게 웃돌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담보대출에 비해 부실 위험이 큰 신용대출 비중이 갑자기 높아지면, 배당 등 주주환원 여력도 줄어들 수 있어 은행들로선 꺼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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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5만원, 인구 유인 효과 미미” 경기 연천 농촌기본소득 실험 기대 이하 성적표

“월 15만원, 인구 유인 효과 미미” 경기 연천 농촌기본소득 실험 기대 이하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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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면 주민 인당 월 15만원 지원금
역내 소비 늘며 일부 긍정적 효과
인규 유인 효과는 ‘반짝’ 첫해 그쳐

경기도가 농촌 인구 감소에 대응해 추진한 농촌기본소득 사업이 실험 4년째를 맞이한 가운데, 시범 지역으로 선정된 연천군 청산면 인구가 2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본소득실험의 핵심 목표인 인구 유인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유치와 양질의 거주 시설 등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기 전에는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인구 322명 유입, 2년 만에 149명 유출

3일 경기도에 따르면 2022년 4월부터 내년 12월까지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연천군 청산면 인구는 사업 첫해인 2022년 12월 4,217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3,895명)보다 322명 늘었다. 그러나 2년 차인 2023년 12월에는 4,176명, 3년 차인 지난해 12월엔 4,068명으로 2년 사이 149명 줄었다. 첫해 연천군에 유입된 인구 322명 가운데 절반 가까이(46%)가 다시 외지로 빠져나간 셈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추진한 농촌기본소득 사업은 농촌인구 유입과 주민 삶의 질 향상, 농촌경제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해당 지역 주민 모두에게 1인당 월 1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제도다. 경기도는 2021년 12월 공모를 거쳐 연천군 청산면을 시범사업지로 선정했으며, 주민 3,696명 가운데 실거주 등 요건을 갖춘 3,452명을 초기 지급 대상자로 확정했다.

시범 사업 초창기 청산면에는 미용실과 식당 등 소매점이 새로 생기는 등 긍정적 변화가 포착됐다. 청산면 궁평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주민은 “지역화폐를 청산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보니 매출이 30% 정도 늘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40대 청산면 주민 역시 “우리 부부와 자녀 2명, 어머니까지 함께 살고 있어 한 달에 75만원의 지원금을 받는다”며 “매달 고깃집 등 동네 식당에서 외식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연천군은 이처럼 일부 긍정적 효과에도 인구 감소를 피하지 못한 배경으로 정주 여건 부족과 제한적인 농촌기본소득 사용처 등을 꼽았다. 연천군 관계자는 “(초기에는) 가족이나 지인 집에 편입하는 사람들로 인구가 늘었는데, 추후 주거지를 따로 마련해야 하는 등 여건이 좋지 않아 감소세로 돌아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청산면 관계자 또한 “주민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일자리가 중요한데 이 부분이 부족한 것 같고, 지원금 사용 지역도 청산면에만 한정돼 불편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12월 지역네트워크서울경기협동조합에 의뢰해 ‘농촌기본소득 효과분석 중간조사 용역’에 착수했으며, 오는 6월에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개선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후 내년 하반기에는 효과분석 최종용역을 진행한 뒤 사업 지속 및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경기도는 시범사업 3년 차인 2024년 중간평가를 통해 정책효과가 입증되면 도내에서 인구소멸 위험도가 높은 면(인구소멸지수 0.5 이하)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주거 공간으로서 기능 쇠퇴’ 지적도

전문가들은 농촌기본소득의 중장기적 효과를 위해선 주민 삶의 질과 직결되는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농업 생산이 생산성의 향상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생산 확대를 넘어 교육, 의료,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주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의하면 2023년 기준 소멸위험지역은 전국 228곳 지자체 가운데 절반 이상인 118곳으로 대부분 농촌지역이다. 2000년대 400만 명에 달하던 농가인구도 2023년 209만 명으로 반 토막이 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조사한 ‘농어촌 삶의 질 실태와 주민 정주 만족도 조사’에서는 도시와 농어촌의 만족도 간극이 가장 큰 항목으로 1.7점을 기록한 의료·복지 서비스가 꼽혔다. 특히 분만, 산후조리, 여성 출산 지원 등 부문에서는 더 큰 격차가 나타났다. 2023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서울(0.55명)을 비롯한 대다수 대도시는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합계출산율이 1명을 넘는 지자체는 대부분 농촌이지만, 이곳에서는 출산과 관련된 의료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촌 소멸을 단순한 인구 감소 현상이 아닌 농촌의 주거·일·쉼 공간으로서의 기능 쇠퇴로 해석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수도권, 대도시, 비수도권 등 입지에 따른 농촌 인구 불균형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국내 대도시 인근 읍(邑) 지역 인구는 2020년 511만 명에서 2022년 510만 명으로 0.3% 감소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비수도권 1,172개 면 지역 인구는 14만 명(3.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농촌 안에서도 더 나은 정주 여건을 위한 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농촌 특수성 고려한 지원책 절실

과거의 농촌 정책은 관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하향적·획일적 방식이 주를 이뤘다. 이 과정에서 정책 효과를 농촌 주민이 제대로 체감하지 못했음은 물론이다. 또 여러 부처에서 중복된 사업을 추진하는 등 비효율적 운영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농촌 주민과 공동체가 중심이 돼 지역특성과 수요를 반영한 상향식 사업과 정부 및 지자체의 지속 가능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은 배경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디지털 기술 도입 등 도시와의 인프라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북 완주, 전남 무안 등이 2019년부터 진행해 온 ‘양방향 소통 어르신 돌봄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해당 서비스는 농촌의 고령 1인 가구에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용된 스피커를 설치하고, 긴급 상황 발생 시 주민센터에 있는 복지사가 즉각적으로 대처하는 식으로 작동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2021년부터 스마트 경로당 사업을 추진 중이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경로당의 편의성을 개선하고, 고령층의 정서적·인지적 기능을 높이는 여가 활동을 장려한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는 스마트 건강측정기로 체온·혈압·혈당 등을 확인해 건강 상담을 진행하고, 화상회의 기능이 포함된 TV를 설치해 어르신들이 원격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도입 첫해 2개 지자체 110곳 경로당에서 시작한 해당 사업은 지난해 13개 지자체 889곳 경로당으로 확대되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같은 사례들은 고령 친화형 서비스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농촌의 특수성을 고려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동현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고령화·양극화라는 농촌의 어두운 현실 이면에는 공간적 가치를 확인하는 새로운 기회도 분명히 존재한다”며 “농촌이 ‘국민 누구나 살고 싶은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 농촌 공간 전환 등 공간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부족한 기초생활서비스의 양과 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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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생산 기지 어쩌나" 산업계, 트럼프 캐나다·멕시코 관세에 '비상'

"현지 생산 기지 어쩌나" 산업계, 트럼프 캐나다·멕시코 관세에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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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장벽에 글로벌 시장 '긴장'
"당장 미국으로 이전하긴 어렵다" 대다수 기업 관망
3국 '무역 전쟁' 벌어질 시 시장 혼란 가중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가운데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유력 기업을 비롯한 다수의 글로벌 브랜드들에 일제히 '비상'이 걸렸다. 대미 수출을 위해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현지 투자를 확대해 온 기업들이 줄줄이 미국 시장 내 가격 경쟁력을 잃을 위기에 놓인 것이다.

美, 멕시코·캐나다에 25% 관세

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산 수입품에 25%(캐나다 에너지는 10%)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추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취임 이전부터 이들 국가를 대상으로 관세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관세 전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이 행정명령은 오는 4일부터 시행된다.

미국의 관세 장벽이 강화되면서 멕시코, 캐나다에 생산 거점을 둔 국내 기업들은 실질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지금까지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과 맺은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에 따라 대미 수출 시 대부분 제품에 관세를 부과받지 않았다. 이에 다수의 기업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산비가 저렴한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대미 수출용 생산 거점 기지를 운영해 왔다.

멕시코에는 국내 주요 가전 기업의 공장이 대거 포진해 있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에서 TV를, 케레타로 공장에서 냉장고와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생산한다. LG전자는 레이노사(TV), 몬테레이(냉장고, 오븐 등 가전), 라모스(전장) 등 세 곳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다. 캐나다는 북미 최대 핵심 광물 생산국으로,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등 국내 전기차·배터리 기업의 생산 시설이 다수 위치해 있다.

글로벌 기업도 '줄줄이 타격'

이들 국가의 관세 전쟁은 국내 기업을 넘어 글로벌 산업계 전반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수년간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은 대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규모 생산 시설 투자를 단행해 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전후로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하자,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과 가까운 USMCA 당사국에서 생산 기지를 구축하기 시작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멕시코에는 아디다스, 혼다, 폭스바겐, 볼보, 레고 등 글로벌 브랜드들의 산업단지가 위치해 있으며, 캐나다에는 도요타, 볼보 등 자동차 및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생산 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 기업들도 미국 시장을 겨냥해 멕시코에서 현지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수출 제재 및 관세 폭탄을 피해 멕시코를 '우회 수출로'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전자 제품 생산업체 레노보, 자동차 제조업체 체리 등이 멕시코에 공장을 보유 중이며,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도 멕시코에서 공장 터를 물색하는 중이다.

관세 전쟁의 영향권에 든 글로벌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가 장기적으로 유지될지, 아니면 단기적인 협상 카드일지 면밀히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들의 자국 내 생산을 독려하고 있지만, 투입 비용이나 미국의 노동력 부족 문제 등을 고려하면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며 "기업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변화가 확실해질 때까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만약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기업들은 미국에 공장을 짓거나, 대미국 수출 비중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무역 전쟁' 본격화 가능성도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세 국가의 갈등이 '무역 전쟁'으로 번질 경우 글로벌 시장의 혼란이 한층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의 관세 부과 발표 이후 즉각 미국산 제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매기겠다고 천명한 상태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1일 기자회견을 통해 1,550억 캐나다달러(약 155조6,000억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300억 캐나다달러(약 30조원) 상당의 제품에 대해서는 4일부터 즉각 관세를 부과하며, 나머지 1,250억 캐나다 달러 상당 제품에 대한 관세는 기업들의 적응 시간을 고려해 3주 내에 부과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어 트뤼도 총리는 미국인들을 향해 “캐나다에 대한 관세는 여러분의 일자리를 위험에 빠뜨리고 잠재적으로 미국의 자동차 조립 공장과 기타 제조 시설들을 문 닫게 할 것”이라며 “식료품비와 주유비가 오르고 미국 안보에 필수적인 저렴한 제품에 대한 접근권이 제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멕시코 역시 반격에 나섰다. 같은 날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X(구 트위터)를 통해 “경제부 장관에게 멕시코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관세 및 비관세 조치를 포함, '플랜 B'를 시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하며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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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으로 넘어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SMC의 영풍 지분 취득 두고 공방

법정으로 넘어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SMC의 영풍 지분 취득 두고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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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SMC' 법적 형태 놓고 대립
순환출자구조 적법성 '쟁점'
경영권 분쟁 2차전 '법정'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주주총회에서 법정으로 옮겨갔다. 사법부가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경영권 분쟁 판도가 완전히 달라질 전망이다. 법원이 지난달 23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 결과를 인정한다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승기를 굳히게 되지만, 반대의 경우 MBK파트너스와 영풍 영합은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다시 표 대결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MBK·영풍 "SMC, 영풍 주식 차입금으로 취득"

3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는 MBK·영풍과 고려아연 측이 영풍 지분 매입에 사용된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의 자금 출처를 놓고 공방을 주고받고 있다. MBK는 전날 "SMC가 고려아연의 지급보증을 통해 차입한 자본지출(CAPEX) 자금을 최 회장의 지시로 본업과 연관성이 없는 영풍 주식 매입에 활용했다"며 "SMC의 영풍 주식 취득이 고려아연에 적용되는 상호출자 금지를 회피하기 위해 고려아연의 계산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SMC가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아무런 인수 유인이 없는 영풍의 주식을 취득했다는 지적이다.

MBK는 SMC의 재무제표와 고려아연 연결·별도 감사보고서 등을 분석한 자료를 인용해 2023년 말 SMC의 단기차입금은 1,160억원 수준이며 이는 고려아연이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호주 현지 ANZ은행 등에서 차입한 금액이라고 짚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SMC는 1,160억원 차입금 중 300억원가량을 상환하고 나머지 850억원의 차입금을 부담하고 있던 상태였다는 설명이다. MBK는 "2024년 말 기준 SMC의 현금 보유액 대부분은 영업으로 인한 이익이 아니라 고려아연이 지급보증을 했기 때문에 존재한 셈"이라며 고려아연 임원을 겸하고 있는 박기덕 SMC 이사와 이성채 SMC 대표가 최 회장 지시로 영풍 주식을 매수했다고 주장했다.

SMC는 영풍 주식을 취득하는 데 575억원을 썼다고 공시했는데 이를 두고 MBK는 "575억원은 SMC의 2023년까지 직전 5개년간 평균 연간 CAPEX 투자액인 1,068억원의 약 54%에 해당하는 대규모 금액"이라며 "도저히 SMC가 스스로의 경영 판단에 의해 영풍 주식을 취득했다고는 보기 어려운 지점"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MBK에 따르면 SMC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할 경우 모회사로부터 유상증자를 통해 추가 출자를 받아왔고, 2020년 고려아연으로부터 1억4,000만 달러(약 2,000억원)를 추가 출자받기도 했다. MBK 관계자는 "SMC 재무구조상 고려아연이 지급보증한 차입금을 활용했을 개연성이 농후해 SMC의 영풍 주식 취득이 고려아연의 계산으로 이뤄졌다는 점이 더더욱 명백해지고 있다"며 이는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금지를 회피하는 탈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SMC "영풍 주식 취득은 적법하며 정당한 조치"

이에 고려아연과 SMC는 영풍 주식 매입이 MBK·영풍 연합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고 사업의 지속성과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 조치였다고 반박했다. 영풍에 대한 주식매입은 주식회사로서 이사회의 의결을 거친 합리적인 재무적, 사업적 판단이라는 것이다. 해외 제련 사업 경험이 부족한 MBK·영풍에 고려아연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SMC의 사업 규모가 축소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SMC에 필수전력을 공급하는 고려아연의 호주 내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에 차질이 생길 경우 현지 제련소 경쟁력에는 막대한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SMC는 영풍 지분 매입이 투자 측면에서도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최씨 일가로부터 종가 대비 약 30% 할인된 가격에 주식을 매입해 가격적 이득을 얻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영풍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1~0.2배 수준인 저평가, 저PBR종목으로 최근 소액주주연대와 행동주의펀드 등의 지배구조개선 및 주주친화정책 요구에 따라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 영풍의 평균 배당 등을 감안할 때 매년 약 19억원의 배당 수입도 전망된다.

이어 SMC는 상호주 형성이 탈법행위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상호주 형성은 대법원 판례가 인정하는 적법하고 정당한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 수단이라는 까닭에서다. 또 상호주 성립에 따른 영풍의 의결권 제한 역시 법의 테두리 내에서 이뤄진 합법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SMC는 자사가 유한회사가 아닌 주식회사라는 입장도 명확히 했다. MBK·영풍은 SMC가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유한회사라고 주장했으나 SMC는 자사의 회사 유형은 호주 회사법상 ‘Pty Ltd’로 50인 이하의 주주로 구성되는 ‘비공개 주식회사’라는 설명이다.

MBK·영풍, 공정위 고발 이어 검찰 고발

현재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공은 법정으로 넘어간 상태다. MBK·영풍은 3일 서울 남부지검에 최 회장과 박기덕 대표, 이성채 대표와 최주원 SMC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MBK·영풍 측은 최 회장 개인의 자리보전을 위해 해외 계열사 SMC의 공금이 이용됐다는 점에서 배임이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MBK·영풍 측은 지난달 31일 최 회장과 박 사장 등 피고발인 4인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하기도 했다. 고려아연이 SMC를 활용해 만든 ‘고려아연→SMH→SMC→영풍’의 순환출자 고리는 기업집단이 해외 계열사를 이용해 의도적으로 상호출자 제한 규제를 회피하려고 한 최초의 사례이자, 공정거래법의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한 탈법행위라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MBK·영풍은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에 고려아연 임시주총 결의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가처분도 신청했다. 양측은 오는 3월 정기주총에서 다시 표 대결을 벌일 예정인데, 가처분 결정에 따라 판세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법원이 영풍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 최 회장의 경영권 수성이 가시권에 들어온다. 최 회장이 세팅한 룰대로라면 MBK·영풍 측이 경영권을 장악할 여지가 사실상 사라지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이미 정관을 고쳐 이사회 정원을 19인으로 제한했다.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을 제외한 17인이 최 회장 측으로, 이 중 5인(박기덕·최내현·김보영·권순범·서대원)의 임기가 오는 3월 종료된다. 설령 3월 정기주총에서 MBK·영풍 측 이사 후보들이 모두 진입하더라도 이사회 구도는 13대 6으로 경영권 장악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특히 다음 주총부터는 집중투표제를 통해 이사를 선임하는 만큼 최 회장 측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반면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하면 상황은 정반대가 된다. MBK·영풍은 의결권이 온전히 부활하고, 표 대결도 원점에서 다시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통상적인 경우라면 의결권이 과반에 육박하는 MBK·영풍 연합의 승리가 불을 보듯 뻔하다. 법원 결정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향배를 가르는 핵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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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구조 고도화에 실패했다? 고급 인력을 기르는 곳이 있어야 희망이라도 갖지

산업구조 고도화에 실패했다? 고급 인력을 기르는 곳이 있어야 희망이라도 갖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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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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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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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중국에 모든 산업에서 본격적으로 추월당하기 시작했다는 표현도 나오고, 아예 완전히 역전됐다는 인식도 곳곳에서 보인다. 이미 오래 전부터 예언됐던 사건이 좀 늦게 왔을 뿐인데, 재역전 하기 위해 인력을 키우고 자본을 모으는 이야기는 보이질 않고, 영업이익이 줄어든 기업들을 약올리는 것 같은 기사들만 보인다. 정치권이 국가 발전, 민생 안정 같은 주제들을 생각이나 하나는 이야기를 하던 중에 모 정당의 사무직 관계자에게 들은 표현이다.

  • 난 당 대표실에도 들어가봤잖아, 그 사람들 그런 (나라의 미래, 민생 안정...) 생각 안 해, 다음 총선에 공천 받는지, 당선될 수 있는지, 대통령 후보로 누가 뜨고 어떻게 줄서야 되는지... 그런 생각만 하는거 너도 알거 아냐

위의 두 가지를 종합하면, 나라가 위기에 빠지는데 정치권이나 경제인이나 거기다 언론인까지 문제 해결에 관심도 없고, 그저 당장 자기에게 이득이 되는지 아닌지 여부만 따지고, 깊은 고민 없이 남들이 하는 이야기를 앵무새처럼 받아쓰기만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018년부터 한국 대학과 IT업계의 AI/Data Science 교육 현실을 보고, 그 덕분에 국내 공대의 교육 수준을 알게 되면서, 중국에 추월 당하는 일이 곧 터질 것이라는 예언 아닌 예언을 이미 몇 년째 해 온 사람 입장에서 그 예상이 현실이 됐다고 모두가 떠드는 시대가 되니 'I told you so'라고 이야기 하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움이 뒤섞여 마음이 복잡하다.

산업구조 고도화에 실패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아쉽지만 이제는 피를 흘리고 뼈를 깨는 개혁을 몇 년간, 심하면 몇 십년간 하지 않으면 재역전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아래는 힘들더라도 반드시 해야하는 개혁인데,

  • 대학: 영미권 대학들처럼 수준 미달 학생들을 사정없이 쫓아내도록 학제를 강화해야 한다
  • 정부: 언론과 국민 눈치 볼 것 없이 초A급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만 딱 골라서 제대로 된 교수 배정, 전폭적인 금전적인 지원을 해줘라. (아니면 아예 발을 빼거나) 반면 학생 안 들어오는 대학은 문을 닫을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
  • 언론: 모르면서 기업들이 내는 보도자료 받아쓰기는 이제 좀 그만하자. 정치는 몰라도 경제와 기술은 선동에 동원되면 사기 협조범이 된다
  • 기업: 당장 2류 인력들을 'AI인재'로 포장하는 집단 카르텔을 벗어던지고 초A급 인재에게만 돈을 써야 한다. 그래야 해외 나간 한국 인재들이 귀국을 진지하게 고민한다

아마 현실에서 위의 제안들은 전혀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권력 카르텔이 느끼기에 현실성이 없는 제안들이기 때문이다. 연암 박지원의 허생전에서 허생과 이완의 대화가 적절한 비유가 될 것 같다.

30년 쯤 전에 IMF 구제금융이라는 경제 위기를 겪은 직후, 문재인 정권에서 중기부 장관은 지낸 바 있는 홍종학 교수님이 '한국은 망한다'라는 책을 내신 적이 있다. 그 때 언급하신 한국 기업, 정부, 대학, 언론의 문제점은 30년이 지났는데 하나도 고쳐진 게 없다. 위의 4대 개혁 내용도 홍 교수님이 말씀하신 내용의 2020년대 버전에 불과하다. 홍 교수님이 중기부가 아니라 재경부 장관, 아니 심지어 대통령을 했어도 바꾸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본다.

개혁은 어렵다, 다들 자기 살기 바쁘니까

왜 안 될까?

당장 대학들은 등록금으로 대학이 운영되는데 학생들을 쭉쭉 자르면 재정 파탄이 일어날 것이다. 한국 대학과 전공 교수들이 어떻게든 정원을 늘리려고 노력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영미권 주요 대학들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겠지만, 정부가 지원을 해 줄거라면 학생 숫자가 아니라 교수들의 논문 숫자, 특히 글로벌 최상위권 저널에 등재된 논문 숫자, 졸업생들의 수준 등을 놓고 지원금을 줬으면 사정이 조금은 달랐지 않을까?

정부라고 쓰고 정치인공무원으로 나눠 읽은 상태에서, 정치인은 언론과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서 당선이 안 된다. 여당은 야당이 되고, 지원금이 줄어서 몹시 춥다. 국민이 사실상 자신의 밥줄인 정치인 입장에서 기자들이 비난하는 기사를 낼까봐 조마조마한데, 지역구 찾아갔더니 주민들이 돌을 던질 정책을 강행하자고 할 수 있을까? 위의 개혁은 당신네 자식은 SKY, SKP 같은 명문대를 갈 자격이 없습니다, 대학 갈 자격도 없습니다, 어떻게 운 좋게 들어갔지만 공부를 못하니 퇴학처리 됩니다 같은 정책인데, 학부모들 표가 우르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나? 우리나라가 다시 한번 IMF구제금융을 맞지 않는 이상 정치인들이 총대를 멜 일이 없는 정책이다. 결국 모양만 그럴듯하게 갖추고 내실은 없는 대학 교육 과정을 정부가 승인해준 현재 상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공무원들은 고위직이나 현장직이나 전문성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막대한 국민 세금을 쓰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눈치를 봐야 한다. 당장 급여는 적어도 퇴직 후에 연금 받는 것만 믿고 하루하루 시간을 때우는 인력들이 압도적인 다수인데, 그런 공무원들에게 모르는 일, 어려운 일, 욕을 먹어야 하는 일은 휴직계를 내고 피해가야 하는 일, 타 부서 전직을 신청해야 하는 일이다. 눈치 안 보고 일을 진행하다 연금 떨어지면 어쩌지?

언론은 수신료에 기댈 수 있는 방송사를 제외하고는 종이 신문 구독이 검색포털이라는 이름의 무료 유통 채널로 대체되면서 기성 언론 카르텔이 기업들의 광고비 받아내는 것 이외에 달리 수익을 창출할 방법이 없는 집단이 됐다. 인터넷의 발달이 낳은 반대급부로 지난 10년간 전문지라고 부를 만한 곳들이 많이 생겨났지만, 한국 독자들은 유료 구독으로 그런 언론을 응원하지 않는다. 더 전문성을 띤 증권사 애널리스트 보고서도 유료라고 하면 안 읽고, 거꾸로 전문성이라고는 없는 사기꾼 조직인 '주식 리딩방'에는 큰 돈을 내는 후진국형 소비 성향을 띤 국민들이 독자인데 언론인들 어쩌겠는가? 광고비 내는 기업들의 목적에 맞는 기사를 내면서 수익성을 확보하고, 정치권에 편들기를 하면서 집단주의에 매몰된 독자를 확보하는 것이 전 세계 언론들의 공통된 생존 코스라는 것이 최근 미국 대선 보도에 편들기와 편들기 포기를 선택했던 폭스 뉴스, CNN, WP 같은 글로벌 최상위권 언론사들의 재무제표에서 잘 드러난다.

그나마 개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경제 주체가 기업이다. 다만 이런 개혁은 현장 직원들은 커녕 임원 급에서도 불가능하고, 기업 오너들이 욕을 먹을 각오를 하고 직접 나서야 한다. 'AI인재'라고 뽑아놓은 '실제로는 IT개발자'들에 불과한 인력들을 내보내려고 하면 아마 판교 일대의 IT기업들처럼 노조를 만들고, 상여금을 더 달라, 휴가를 더 달라며 떼를 쓰고, 심지어 길거리에서 데모를 할 것이다. 돈 뜯어낼 것 없는가 싶은 언론사들이 노조의 이야기를 충실히 담아 기사로 내줄텐데, 그럴 때면 한국에서 계속 기업 운영해야 하나는 현타가 진하게 올 것 같다.

기업들은 언제나 인재를 뽑아서 성장하고 싶다, 인재가 없을 뿐

기업 오너 분들 입장에서도, 고급 인재를 뽑고 싶지만 정작 고급 인재를 선별할 수 있는 인사팀도 못 만드는 것이 현실인데, 고급 인재를 제대로 알아내서 뽑는 건 더더욱 언감생심이라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니다. SIAI라고 스위스까지 가서 대학을 설립해보고, 한국에서 명문대 석박 출신들까지 받아서 교육해봤지만, 정작 영미권 최상위권 대학의 학부 2-3학년 교육 수준도 못 따라오는 인력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기업에서 어떤 인력들을 데리고 연구팀을 운영하고 있을지 충분히 헤아리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렇게 국내 인재 양성 시스템이 후진국형으로 돌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찾아왔던 학생들 중 일부는 기업들이 바로 즉시 전력으로, 아니 초S급 대우를 해 줘야 하는 인력으로 1-2년 만에 탈바꿈이 됐다. 당장 SIAI 학생들이 쓴 졸업 논문을 국내 최상위권 대학의 글로벌 저널에 논문 등재가 가능한 초A급 교수들에게 갖고 가 보시라. 한국 같은 교육 불모지에서, 직장까지 다니면서 1년, 2년 만에 저런 논문을 써 냈다고 그러면 눈이 휘둥그래 질 것이다. 이미 '도대체 어떻게 가르쳤냐?'는 질문을, 심지어 '사실은 네가 써 준 거 아니냐?' 질문을 수도 없이 들었다. 그 교수들이 데리고 있는 대학원 생 중에 이만큼 수준 높은 학문적 도구를 이용해 기업 문제를 풀어낸 경우가, 아니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만한 경우도 없기 때문이다.

기업 관계자들 대부분이 학문적 도구를 이용해서 기업 문제를 풀어낸다는 것 자체를 이해도 못하고, 학문은 상아탑의 도구라고만 생각하는 것이 한국 기업에 팽배한 인식이다. 0/1로 구분되는 학문적 훈련도에서 1로 성장한 인재들이 기업 문제를 풀어내는 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0인 인재들로 해 놓은 결과물들을 보다보니 그런 편견이 고착화 된 것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한국 교육 자체가 그런 사고력을 길러주질 않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훈련받고 살아남은 소수들이 시장을 '계몽'하는데 오랜 세월이 걸릴 것이다.

F 학점 받고, 논문 못 쓰면서 다 도망가버리고 고작 졸업생 10명 남짓, 졸업하고 싶은데 논문 못 써서 괴로운 10명 남짓만 남았지만, 혼자서 대학 만들고, 교육 프로그램 구성하고, 시기·질투 하는 분들에게 온갖 음해에 시달려가며 만들어 낸 성과라고 생각하면 실패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시기·질투와 황당한 음해만 없었고, 학생들 기본기만 좀 더 탄탄했었어도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많았는데, 자본 지원을 비롯해 여러 조건이 더 갖춰졌었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뛰어난 성과를 냈을 것이다. 최소한 당신네 회사에서 잠재력만 A급인 채 썩어가고 있는 인재의 잠재력을 현실화 시켜주고, 그걸로 회사가 몇 년, 몇 십년간 이득을 볼 수도 있었다. 그렇게 초S급으로 성장한 인재들을 못 쓰면 대학 교수로 떠나고, 해외 기업들에 스카웃 되어 버릴 것이다. 난 살아남은 인력들이 스카웃 되도록 꾸준히 도와줄 생각인데, 놓치지 않게 잘들 관리하시기 바란다.

중국은 그걸 정부와 대학과 기업이 뭉쳐서 해 냈으니 저렇게 앞에서 달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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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