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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강한 달러, 흔들리는 준비자산의 기준

[딥파이낸셜] 강한 달러, 흔들리는 준비자산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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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months 1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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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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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과학의 언어로 읽고, 사실 위에 통찰을 더하는 글을 전합니다. 복잡한 현상 속에서 본질을 찾아 독자와 함께 사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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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달러와 약해진 신뢰 분리
정치 안정성이 바꾼 기축통화 평가 공식
분산·보험으로 재편되는 준비자산 전략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글로벌 통화 질서는 구조적 재편 국면에 들어섰다. 이는 달러 체제의 붕괴나 특정 통화로의 급격한 대체를 의미하지 않는다. 변화의 핵심은 제도와 정책에 대한 신뢰가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최근 나타난 달러 강세 역시 전통적인 안전자산 선호의 복원이기보다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자금 조달 압박이 커지며 달러 수요가 집중된 결과로 해석된다. 달러는 여전히 결제와 조달의 핵심 통화로 기능하고 있지만, 그 강세가 담고 있는 의미는 과거와 다르게 작동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주요 보유국들은 준비자산의 구성을 재검토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국채 중심의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정치적·제도적 변수에 대한 노출을 완화할 수 있는 자산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흐름이다. 통상과 금융이 긴밀히 맞물린 환경에서 통화의 위상은 단순한 시장 규모보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제도적 신뢰에 의해 평가되고 있다. 글로벌 통화 질서의 변화는 특정 통화를 대체하는 사건이라기보다, 신뢰가 작동하는 기준이 이동하는 과정으로 읽힌다.

달러 강세의 배경 변화

달러 강세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환율 움직임은 미국 경기 신뢰의 회복이라기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유동성이 빠듯해진 데 따른 결과로 나타났다. 금융 스트레스가 확대될수록 달러 자금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위기 국면마다 이러한 패턴은 반복됐다. 이는 달러가 여전히 가장 즉각적으로 조달 가능한 통화라는 점을 보여주지만, 강세의 출발점이 신뢰가 아닌 수급에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현상은 글로벌 금융 구조와 맞닿아 있다. 달러는 국제 결제와 단기 차입, 파생상품 증거금 등 핵심 기능에 깊이 연결돼 있다. 시장 불안이 커질수록 다른 통화와 자산의 유동성은 빠르게 위축되는 반면, 달러는 마지막까지 접근 가능한 조달 수단으로 남는다. 그 결과 정책 신뢰와 무관하게 달러 수요가 확대되는 구조가 고착됐다.

이로 인해 달러의 위상은 이중적으로 평가되기 시작했다. 결제와 차입, 국제 금융 거래에서의 중심성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준비자산으로서 장기 보유할 가치에 대한 판단은 별도의 기준으로 이뤄지고 있다. 기능은 남아 있지만, 그 기능을 지탱하던 신뢰의 의미는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주: 2007년 이후 달러 강세는 전통적인 안전자산 선호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자금 조달 스트레스와 더 밀접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금융 위기나 시장 불안 국면에서 달러 강세가 신뢰의 신호라기보다 유동성 압박의 결과로 나타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정치 안정성과 기축통화 평가

기축통화를 판단하는 기준에서 정치 안정성은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시장 접근성이나 거래 규모, 사용 범위와 같은 전통적 조건은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최근에는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제도의 일관성이 준비자산 평가에 직접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화의 사용 빈도보다, 그 통화를 둘러싼 규칙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가 더 중요해진 셈이다.

이 과정에서 정책 불확실성은 하나의 비용으로 인식된다. 관세 인상이나 제재 확대, 비상 규칙의 적용이 사전 예고 없이 이뤄질 경우 외국 보유자들은 이를 단순한 정책 변화가 아닌 추가적인 위험으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위험은 금리 수준이나 유동성 지표만으로는 설명되기 어렵다. 제도 운영 방식 자체가 자산의 신뢰도를 좌우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정치적 판단은 점차 금융 변수로 전환되고 있다. 정책 결정이 반복적으로 뒤집히거나 제도의 일관성이 약화될 경우, 준비자산의 안정성은 빠르게 훼손된다. 이는 단기 환율 변동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준비자산을 장기적으로 보유하는 주체일수록 정치적 리스크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준비자산의 분산은 선택이 아니라 합리적인 대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통상과 금융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단일 통화에 대한 의존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정치 안정성이 기축통화 평가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준비자산 운용의 기준 역시 시장 중심에서 제도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 포트폴리오 조정

중국의 선택은 준비자산 재편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2013년 11월 1조3,170억 달러(약 1,777조원)에서 2025년 10월 6,890억 달러(약 930조원)로 약 48% 감소했다. 이는 단기적 변동이 아닌 10년 이상 지속된 흐름으로, 달러 자산 비중을 의도적으로 낮추는 방향이 분명해졌음을 시사한다.

동시에 준비자산의 다른 축에서는 보완적 변화가 나타났다. 중국인민은행은 금 보유를 꾸준히 확대해 2025년 말 기준 2,306톤에 이르렀다. 금은 특정 국가의 법이나 정책에 의해 동결되거나 재표시될 가능성이 낮아, 장기 보유 자산으로서의 법적 안정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 조정은 달러를 배제하려는 움직임과는 성격이 다르다. 미국 국채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유동성이 높은 자산이며, 중국 역시 결제와 금융시장 접근을 위해 달러 자산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준비자산 전체에서 달러 비중을 낮추고, 정치적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자산을 병행하는 구조로 옮겨간 것이다. 위험 노출을 관리하는 방식이 재조정되고 있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이는 급격한 전환이 아니라 단계적 재구성에 가깝다. 달러의 기능은 유지되지만, 정치적 변수에 대한 의존은 줄어들고 있다. 중국의 포트폴리오는 준비자산 운용이 신뢰와 접근성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조정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주: 자금 조달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달러는 단기 반응에 그치지 않고 수일에 걸쳐 추가로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나타난다. 반면 엔화와 스위스프랑은 반응의 일관성이 약하거나 통계적 유의성이 제한적이다.

데이터로 확인되는 점진적 이동

공식 통계 역시 준비자산 이동이 일시적 대응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임을 뒷받침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글로벌 외환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57.79%에서 2025년 56.32%로 낮아졌다. 하락 폭은 크지 않지만, 주요 보유 주체들이 달러 비중을 점진적으로 조정하고 있다는 방향성은 분명하다.

같은 시기 다른 지표에서도 보완적인 흐름이 확인된다.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확대되면서 2025년 글로벌 금 수요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단기 가격 변동에 따른 투기적 수요라기보다, 공식 준비자산 차원의 매입이 누적된 결과로 해석된다. 금이 다시 준비자산 포트폴리오의 핵심 축으로 복귀하고 있다는 신호다.

이 같은 변화는 여러 자료에서 일관되게 나타난다. 미국 재무부의 국채 보유 통계, IMF의 외환보유 구성 자료, 세계금위원회(World Gold Council)의 보고서는 공통된 방향을 가리킨다. 달러 비중은 완만하게 낮아지고, 달러 외 자산에 대한 편입은 확대되고 있다. 이는 특정 국가의 선택을 넘어, 글로벌 준비자산 운용 전반에서 나타나는 흐름이다.

준비자산 운용의 방향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달러 시장에 대한 접근성은 유지되는 반면, 정치적 결정과 제도 변화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자산의 비중은 확대되고 있다. 급격한 탈피가 아닌 위험을 분산하는 방식의 이동이다. 데이터는 글로벌 준비자산 질서가 조용히, 그러나 지속적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도 신뢰가 좌우하는 달러 향방

달러의 향방은 단기 환율 움직임보다 제도에 대한 신뢰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는 정치적 충격이 경기 변동이나 통화 정책 변화보다 준비자산 판단에 더 빠르게 반영되는 흐름이 관측됐다. 2025년 관세 조정과 정책 발언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했고, 일부 국면에서는 달러 가치가 3년 만의 저점까지 하락했다. 수급 변화보다 정책 신호가 먼저 가격에 반영된 장면이었다.

이러한 움직임이 곧바로 달러 지위의 급변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달러는 여전히 국제 결제와 자금 조달의 핵심 통화로 기능하고 있다. 다만 통상과 금융이 밀접하게 얽힌 환경에서 시장은 전통적인 경제 지표뿐 아니라 정책의 방향성과 지속 가능성까지 함께 평가하기 시작했다. 정책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흔들릴 경우, 그 영향이 즉각적인 가격 변동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점차 굳어지고 있다.

이제 관건은 정책 신호가 어떤 방식으로 가격에 반영되느냐다. 관세, 제재, 통상 규칙과 관련된 발언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향후 현금흐름과 시장 접근성에 대한 정보로 해석된다. 시장은 이를 통해 제도의 안정성을 가늠하고, 그 판단을 환율과 자산 가격에 선제적으로 반영한다. 정책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는 메커니즘이다.

결국 달러의 중심성은 제도적 선택의 결과로 유지되거나 약화된다. 예측 가능한 통상 정책과 명확한 규칙,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유지될 때 달러에 대한 신뢰도 이어진다. 반대로 정책 신호의 일관성이 흔들릴 경우, 달러의 기능은 남더라도 준비자산으로서의 위상은 점진적으로 재평가될 수밖에 없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Quiet Coup: Why Dethroning the Dollar Is No Longer Theoretical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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