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패권 대신 자원 패권" 美 국채 팔고 금 사들이는 中, 달러화 약세·위안화 강세 두드러져
"달러 패권 대신 자원 패권" 美 국채 팔고 금 사들이는 中, 달러화 약세·위안화 강세 두드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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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美 국채 팔고 금 비축 늘리며 포트폴리오 '대전환' 위안화는 달러 대비 강세 흐름 유지, 심리적 지지선 깨져 달러 약세 반기는 트럼프, 시장은 '셀 아메리카' 리스크 경계

중국이 자산 포트폴리오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부채 부담 증가·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우려 등으로 리스크가 확대된 미국 국채를 대거 처분하는 한편, 금 비축량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자원 패권 확보에 힘을 싣는 양상이다. 이 같은 흐름 속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꾸준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中의 美 국채 매도 행보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은 미 국채 보유량을 꾸준히 줄여 나가고 있다. 미 재무부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11월 기준 중국의 미 국채 보유 규모는 6,826억 달러(약 988조원)였다. 이는 2008년 9월(6,182억 달러)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했던 지난해 1월 말 당시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7,608억 달러) 대비 10.2%가량 감소한 수치다. 이에 따라 중국의 미 국채 보유 비중은 전체의 2% 수준으로 급감했다.
중국이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인 핵심 원인으로는 미국의 부채 문제가 꼽힌다. 이달 초 기준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는 약 38조5,678억 달러(약 5경5,050조원)다. 매해 세입보다 세출이 커지면서 재정 적자가 쌓이는 가운데, 이를 감당하기 위해 국채를 대거 발행하며 부채 규모가 불어난 것이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가 국채 발행에 따라 감당해야 하는 순이자 비용은 현재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2% 수준이며, 향후 30년 동안 5.4%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중앙은행을 둘러싼 독립성 우려도 중국의 포트폴리오 개편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5월 퇴임을 앞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며 연준의 독립성을 뒤흔드는 중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 11일 공개한 영상에서 "Fed 청사 개보수에 대한 지난해 6월 나의 의회 증언과 관련해 법무부로부터 지난 9일 대배심 소환장과 형사 기소 위협을 받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리사 쿡 연준 이사의 해임 필요성을 주장하며 법정 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美 국채 대신 금 대량 비축
미국 국채의 포트폴리오 비중을 줄인 중국은 금을 대거 매입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공식적인 금 보유량은 7,415만 트로이온스(약 2,306톤(t))다. 중국 인민은행(PBOC)은 이달까지 14개월 연속 금을 매입했으며, 전체 외환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9%를 돌파했다. 다만 호주뉴질랜드은행그룹(ANZ)은 최근 중국의 금 보유량이 공식 통계의 약 2배인 5,500t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 같은 추산대로라면 중국의 금 보유량은 미국(약 8,000t)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 된다.
중국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금 보유량 확대에 지속적으로 힘을 쏟아 왔다. 지난해 6월에는 ‘황금산업 고품질 발전 추진계획(2025~2027)’을 통해 오는 2027년까지 금·은 생산을 5% 확대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이후 중국 각지에서는 금광이 새롭게 발견됐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중국 자연자원부는 지난해 11월 랴오닝성 랴오둥 지역에서 중국 내에서 처음으로 1,000t 이상의 금이 매장된 금광을 찾아냈다고 밝혔으며, 산둥성 옌타이시 정부는 지난해 말 라이저우시 싼산다오 북부 해역에서 약 3,900t의 금이 매장된 아시아 최대 해저 금광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광산회사 CMOC은 비슷한 시기 브라질 광산 3곳을 10억 달러(약 1조4,2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지난 22일 상하이시 당국은 비철금속의 선물, 현물, 파생상품 시장 간의 연계를 강화하고 시장 활동을 심화하기 위한 '18개 항목 행동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이는 상하이를 글로벌 원자재 가격 결정의 중심지로 삼겠다는 중국 정부의 야심이 반영된 조치다. 이에 따라 중국은 금, 구리, 희토류 등 전략 자원을 대량으로 비축하며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가격 결정권을 확보해 나갈 예정이다. 결국 중국의 지속적인 금 비축량 확대 행보는 달러 패권에서 벗어나 자원 패권을 확보하기 위한 장기적 전략인 셈이다.

달러-위안 환율 '하향곡선'
이 같은 흐름 속 달러화와 위안화의 가치는 전반적 재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중국 위안화 환율은 지난해 말 ‘심리적 지지선’으로 불리는 달러당 7위안 선 밑으로 미끄러졌다. 이에 발맞춰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위안화 고시환율을 6위안대로 설정하기 시작했다. 29일 기준 고시환율은 6.9771위안이다. 이는 인민은행이 위안화 강세를 사실상 용인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고시환율은 인민은행이 매일 아침 정하는 일종의 공식적 환율 기준값으로, 위안화 환율 변동 폭은 해당 수치를 기준으로 일정 수준에서 제한된다.
이 같은 위안화 강세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중국의 자산 운용사인 둥팡 진청(東方金誠)은 "지난해 5월부터 중국의 은행들이 대리 외환 결제 흑자를 기록 중이며, 이는 중국인들이 해외에서 보유하고 있는 달러 자산을 중국 내 은행으로 송금해 위안화로 환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미국의 고금리 상황에 국외로 이전됐던 자산들이 미국 금리 인하로 인해 중국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경제에 대한 시장 신뢰가 회복되며 위안화 가치가 상승했다는 해석도 있다. 중국이 내놓은 통화 완화 정책과 경기 부양책이 외국인 투자 자금의 유입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타나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이 위안화 매수세를 불렀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도 “위안화는 현재 시장의 예상보다 저평가돼 있으며, 중국의 견고한 경제 펀더멘털과 경상수지 흑자를 고려할 때 추가적인 가치 상승이 유력한 통화 중 하나”라고 짚었다.
반면 달러 가치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지난 27일 95.76까지 내렸다. 이는 2022년 초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 약세와 관련해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며 “달러는 아주 잘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어 “중국과 일본은 위안화와 엔화를 계속해서 낮추려 했고, 이는 공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현재의 위안화 강세-달러 약세 흐름은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던바였던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약달러 상황을 반기는 것은 달러 가치가 하락할수록 미국의 제조업과 수출 경쟁력이 제고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관세 전쟁'을 치를 때도 “강한 달러를 좋아하지만, 약한 달러는 훨씬 더 많은 돈을 벌게 해준다”는 입장을 견지한 바 있다. 다만 시장은 달러 약세가 미국의 수출과 재정 적자에 도움이 될 수는 있으나, 동시에 금융 시장의 ‘셀 아메리카’(미국 자산 매도) 흐름을 야기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다. 한 시장 전문가는 "약달러 상황이 지속되면 미국의 상품 시장 경쟁력은 강화될지 몰라도 금융 시장 경쟁력은 빠르게 약화할 것"이라며 "결국 미국의 주요 경쟁력은 금융 상품과 고급 제조업에서 기인하는데, 굳이 금융 시장 경쟁력을 훼손하면서 약달러를 고집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