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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위에 성장한 개발도상국, 50년來 최대 자본 유출, 세계 경제 뇌관 되나

부채 위에 성장한 개발도상국, 50년來 최대 자본 유출, 세계 경제 뇌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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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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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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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국 상환 원리금이 신규 투입 자금보다 많아
'자본 역이전' 속 원리금 상환 부담 사상 최고
무역 비율 44%,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여파 상당

저소득 국가와 중진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공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세계 경제의 기초 체력을 잠식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성장과 소비의 상당 부분이 이들 국가에 의존해 온 만큼, 이들 국가의 부채 상환 부담이 확대될 경우 글로벌 경기 전반으로 충격이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글로벌 금융시스템 역시 개발도상국들과 촘촘히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채무불이행(디폴트) 등의 재정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부채 문제가 국경을 넘어 금융시장과 실물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도국 외채 질 악화, 실물 경제 붕괴

29일 세계은행(WB)의 '세계 부채 보고서 2025'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동안 개도국이 해외 채권자에게 상환한 원리금은 그들이 신규로 빌린 자금보다 7,410억 달러(약 1,075조원) 많았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0년대 이후 50년 만에 최대 규모의 '자본 순유출'이다. 개도국은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해 도로·전력·교육·산업 등에 투자하는데, 성장에 투입돼야 할 자금이 뉴욕 자산운용사, 런던 헤지펀드, 베이징 국책은행 등 선진국 금융권으로 빠져나가면서 자본의 낙수 효과가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그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자본은 수익률이 낮은 선진국에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개도국으로 이동하며, 선진국은 이자 수익을 얻고 개도국은 투자를 통해 성장하는 상호 보완적 구조를 형성해 왔다. 그러나 글로벌 고금리 기조와 달러 강세로 이 같은 메커니즘이 붕괴됐고, 가난한 국가에서 부유한 국가로 자본이 역류하는 ‘부의 역이전’이 고착화됐다. 실제로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저소득·중소득 국가(LIC·LMIC)의 총대외부채는 9조 달러(약 1경3,000조원) 수준으로, 부채 절대 규모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원리금 상환 부담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확대됐다.

더욱이 외채가 누적된 상황에서 최근 실질 금리가 10%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고비용 차입에 따른 부담은 더 커졌다. 이와 관련해 세계은행은 "외채의 질이 악화되면서 개도국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가까스로 디폴트를 면했지만, 부채 위기의 충격은 곧바로 실물과 생계로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외채가 수출의 200%를 넘는 고위험 국가 22곳에서는 국민의 56%가 최소한의 일일 식사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으며, 이 중 18개국은 국제개발협회(IDA)의 지원을 받는 최빈국으로 국민의 3분의 2가 기본적인 식량 확보에 실패했다.

공공부채 의존한 개도국 성장 모델 한계

전문가들은 개도국의 부채 확대가 글로벌 경제에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이들이 세계 경제의 핵심 축으로 편입됐기 때문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1964년 이후 글로벌 상품 무역에서 개도국을 거래 당사국으로 하는 무역의 비중은 22%에서 44%로 2배 확대됐다. 글로벌 경제를 견인했던 선진국들이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면서 소비와 생산의 무게 중심이 개도국으로 이동한 결과다.

더 큰 문제는 개도국의 성장이 자생적인 소득 확대보다는 공공부채에 의존해 왔다는 점이다. 전 세계 공공부채 총액 중 개도국 비중은 2010년 10%에서 2023년 30%로 확대됐다. 증가 속도는 선진국보다 2배 빠르다. 개도국이 세계 경제의 수요를 떠받쳐 온 만큼 이들의 부채 위기는 국경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에서의 파급 효과도 변수다. 일부 국가에서 외채 상환 부담이 커질 경우, 개도국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 위축으로 자본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UNCTAD 등 국제기구들은 개도국 부채 문제를 글로벌 경제의 리스크로 분류해 주시하고 있다.

중국을 매개로 형성된 신흥국의 성장과 부채 구조 역시 뇌관이다. 지난 10년간 개도국 무역은 중국의 고성장과 맞물려 전개됐다.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생산기지이자 최대 교역국 중 하나인 중국을 중심으로 신흥국 전반에서 인프라 투자와 수출이 확대되면서 외채에 의존한 성장 모델이 확산됐다. 특히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등을 통해 개도국 인프라 투자에 깊숙이 관여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중국계 금융기관이 자금을 공급하고 자국 기업이 사업에 참여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일례로 라오스, 파키스탄 등은 자국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에 대규모 중국 자본이 유입되면서 대중국 채무가 급증했다.

파키스탄·잠비아 등도 부채 리스크 심화

지난 2022년 발생한 스리랑카 국가부도 사태는 장기간 누적된 외채 의존 구조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스리랑카는 2010년대 중반부터 인프라 확충과 성장률 제고를 목표로 대규모 차입에 나섰다. 항만, 공항, 도로, 발전소 등 주요 프로젝트가 잇따라 추진됐고, 상당 부분이 외화 표시 차관으로 조달됐다. 중국 자본이 참여한 사업 비중도 빠르게 확대됐다. 일대일로 구상에 따라 중국 국책은행과 기업이 자금을 제공하고, 동시에 자국 기업이 시공과 운영에 관여하는 구조가 정착됐다.

그러나 일부 인프라 사업의 수익성이 기대에 못 미치자, 외채 상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국가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됐다. 이 같은 위기는 글로벌 긴축 전환과 함께 가속화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금리 인상 기조가 본격화되면서 외화 조달 여건이 급격히 악화됐다. 외화보유액은 빠르게 소진됐고, 연료, 식량 등 필수 수입품 결제조차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다.

이에 결국 스리랑카 정부는 2022년에 외채 디폴트를 선언했다. 이후 통화 가치 급락과 물가 폭등이 이어졌고 생필품 부족과 정전 사태가 겹치면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대통령 관저가 시위대에 점거되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지며, 재정 위기는 정치·사회적 불안으로 전이됐다.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협상이 시작됐지만, 채권국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채무 조정은 장기간 표류했다.

스리랑카 사태 이후에도 유사한 위험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가나는 외화보유액 급감과 재정 악화로 2023년 IMF 구제금융에 돌입했고, 잠비아는 2020년 디폴트 이후 채무 재조정이 장기간 지연되고 있다. 파키스탄과 이집트 역시 외화 부족 속에 IMF 지원에 의존해 연명하고 있으며, 튀니지는 재정 불안과 정치적 불확실성이 겹치며 금융시장 접근이 제한된 상태다. 라오스는 외화보유액이 수입 결제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으로 떨어지며 통화 가치 급락과 고물가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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