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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 전면 중단 않는다" 해명 나선 백악관, 이차전지 업계 한숨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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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IRA 전면 폐지 가능성 일축
"AMPC 혜택 유지되나" 이차전지 업계 우려 덜었다
단기간 내 IRA 폐지될 가능성 사실상 낮아

백악관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전면 폐지 가능성을 일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反)전기차 행보를 본격화하며 IRA 폐지에 대한 시장 우려가 가중된 가운데, 백악관이 직접 여론 진화에 착수한 것이다. IRA 폐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충격을 우려하던 관련 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백악관 "IRA 지급 유예, 일부분 적용"

22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 따른 정부 보조금 지급 유예 조처가 화석연료 개발을 제한하거나 전기차 생산을 장려하는 일부 프로그램에만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전기차 전환 관련 행정명령을 폐기하며 IRA 폐지에 대한 시장 우려가 심화하자, 정부 차원에서 직접 해명에 나선 것이다.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 이후 '미국 에너지의 해방'이라는 이름의 행정명령에 서명,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관련 행정명령을 철회했다. 앞서 2021년 8월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은 2030년까지 미국 내 신차 판매의 50%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전기차 구매를 사실상 강제하는 불공정한 보조금과 시장 왜곡을 없애겠다"며 IRA에 따라 지급되던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IRA를 통해 할당된 50억 달러(약 7조원) 규모의 충전소 구축 기금 중 미집행된 예산 집행도 중단될 예정이다.

이차전지 업계 '안도'

이에 관련 업계는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그간 업계에서는 IRA가 폐지될 경우 시장에 막대한 충격이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IRA는 △구매자 대상 전기차 세액공제 △투자 세액공제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등을 통해 완성차와 배터리 업계에 혜택을 부여하는 법안이다. 이 중 AMPC는 자동차나 배터리, 태양광 기업 등이 미국 현지에서 친환경 제품을 생산할 경우 해당 기업에 세액공제 혜택을 지급하는 제도로, 특히 이차전지 업계 업황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평가된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AMPC를 통해 분기마다 최대 수천억원 규모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아 왔다. IRA가 폐지되면 단기간 내에 막대한 실적 공백이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김승태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정책지원실장이 지난 23일 개최된 '국회 첨단전략산업·에너지 포럼' 제2차 간담회에서 발언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배터리 3사가 받은 AMPC 혜택 규모는 자그마치 약 1조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일각에서는 AMPC 혜택이 폐지되면 배터리 3사의 미래 실적에도 먹구름이 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2020년 이후 결정된 배터리 3사의 대규모 북미 투자가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스텔란스티스와 혼다와의 JV(합작사) 등을 추가로 가동할 예정인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AMPC 가이던스로 2조3,000억~2조5,000억원을 제시했다. 포드와의 JV인 블루오벌SK의 상업 생산을 앞둔 SK온 역시 올해 1조원에 가까운 AMPC 혜택을 거머쥘 것으로 전망되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북미에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나서는 삼성SDI는 5,000억원 규모의 혜택을 보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IRA, 당장 폐지는 어렵다?

다만 전문가들은 IRA가 단기간 내 폐지될 가능성은 사실상 낮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IRA가 의회를 거쳐 입법된 법안인 만큼, 행정명령으로 손쉽게 시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안회수 DB금융증권 연구원은 "행정명령으로 이미 입법된 법안을 폐지시키거나 그에 모순되는 내용을 말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기존에 계속 업데이트되던 것처럼 보조금 세부 요건과 해외우려기업(FEOC) 정의 등이 더 까다로워질 수는 있겠지만, 법안의 전면 폐지와 무효화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로펌인 커빙턴앤벌링의 구자민 조세 변호사 역시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율촌에서 열린 '트럼프 2.0 배터리 정책 대응 세미나'에서 "IRA 폐지 법안 통과는 쉽지 않다"고 발언했다. 공화당 지역구가 IRA로 인해 이미 상당한 경제적 혜택을 누리고 있는 만큼, 공화당 내부에서도 IRA 폐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IRA로 투자를 가장 많이 받은 상위 10개 지역구 중 8개가 공화당 우위 지역이다. 이들 지역에 이뤄진 친환경 에너지 투자는 1,000억 달러(약14조3,900억원)에 달하며, IRA를 통해 창출된 일자리는 10만 개 이상이다.

구 변호사는 트럼프의 협상가적 성향을 강조하며, 국내 기업들이 미국 정부와 끊임없이 접촉해 유리한 정책 방향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IRA 수혜를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서는 산업계의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특히 기업들이 미국 지역 의원들과의 로비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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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차등수수료 내달 26일부터 적용 "이중가격제 사라질까"

배달의민족, 차등수수료 내달 26일부터 적용 "이중가격제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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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플랫폼 상생방안 이행 현황 및 향후 추진계획
배민 오는 2월부터 중개수수료 인하, 쿠팡 3월부터
어긋난 배달앱-입점업체, 부담은 소비자에게

국내 배달 플랫폼 1·2위인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각각 2월 말과 3월 말부터 중개수수료를 현행 9.8%에서 2.0~7.8%으로 차등 인하한다. 지난해 11월 반쪽 합의 비판 속 가까스로 상생안을 마련한 지 넉 달 만에 본격 시행하는 것이다. 다만 실효성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커지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반발에 이어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이중가격제’ 도입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배달앱의 자율수수료 구조가 소상공인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며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풍선효과’를 유발하는 형국이다.

배민, 다음 달부터 수수료 9.8% → 2~7.8% 인하

23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경제관계차관회의 겸 물가관계차관회의 겸 경제·금융상황점검 TF(태스크포스)'를 열고 '배달플랫폼 상생방안 이행 현황 및 향후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는 지난해 11월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를 통해 배달앱 중개수수료 상생 방안을 도출했다. 상생협의체는 정부 측과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플랫폼 업체들, 소상공인연합회·전국상인연합회 등과 함께 공익위원들이 참여해 중개수수료 부담 등을 줄이고 상생을 위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출범했다.

상생협의체는 12차례에 걸친 회의 끝에 상생안을 냈다. 상생안은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기존 중개수수료율 9.8%에서 2.0~7.8%로 차등 적용하고, 소비자가 받아 보는 영수증에는 중개수수료와 결제수수료, 배달비 등 내역을 표기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멤버십 혜택 제공조건 운영 방침을 변경하고, 배달기사 위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도 추진한다.

상생안 타결에 따라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오는 2월 26일부터 앞으로 3년간 중개수수료를 2.0~7.8%로 낮춘다. 입점 업체들의 매출 규모에 따라 4개 구간으로 나눠 차등 적용해 영세 업주들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쿠팡이츠 역시 오는 3월부터 수수료를 인하할 계획이다.

사진=우아한형제들

업주들 "배달앱은 손해 보는 거 없다"

하지만 업주들 사이에서는 배달 플랫폼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배민이 수수료를 기습 인상하기 직전과 비교하면 매출액 상위 업체들 입장에선 오히려 수수료율이 올라갔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 합의안의 최고수수료율(7.8%)은 배민이 상생협의체 발족 직전인 지난해 7월 기습적으로 수수료를 인상하기 전 수수료율(6.8%)보다 높다. 당시 배민은 배달비를 300원 낮추겠다고 했는데 오히려 배달비를 500원 올렸다. 입점 업체 입장에서는 지난해 7월 전보다 수수료와 배달비 부담 모두 늘어난 셈이다. 쿠팡이츠 역시 수수료율 자체는 2% 낮아졌지만 배달비를 최대 500원 더 받을 수 있게 됐다.

한 입점업체 점주는 “배민과 쿠팡이츠 입장에서는 사실상 양보한 게 없다. 배달앱 평균 주문금액이 2만원에서 2만5,000원인 걸 감안하면 점주 부담이 늘어난 셈”이라며 “민주당을 통해 정부에 상한제 입법을 압박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배달앱 상생안의 함정, '이중가격제' 확산에 소비자 부담 확대

소비자 부담도 늘어나긴 마찬가지다. 7.8%의 최고 수수료를 적용받는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이에 반발, 이중가격제 적용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최근 이중가격제를 공식화한 배스킨라빈스의 '엄마는 외계인 블라스트'를 예로 들면, 한 고객이 이 제품을 4개 주문한다고 가정했을 때 배달 가격은 2만5,200원, 매장에서 먹을 때는 2만3,200원이다. 이중가격제 도입의 원인으로 주장하는 중개수수료 인상으로 인한 부담 증가는 1,601원에서 2,274원으로 670원 늘어났지만 소비자들에게는 2,000원을 더 받는 셈이다. 배달 수수료 인상분뿐만 아니라 배달을 기회로 더 높은 가격을 받는 형국이다.

배달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이중가격제는 프랜차이즈를 넘어 자영업자들에게도 확산되고 있다. 자영업자들 역시 배달 플랫폼 사용으로 발생하는 중개수수료와 기타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이중가격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상생협의체가 수수료 인하 방안을 모색하던 지난해 7월 배달의민족이 수수료를 기습 인상한 데 근본 원인이 있다. 차등 수수료 상단이 7.8%로 9.8%에서 2%포인트 내려갔지만 실제로는 1%포인트 인상된 셈이기 때문이다. 어정쩡한 상생안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반쪽 상생안으로 인해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메뉴 가격 인상 폭이 1,000~2,000원으로 예상된다"며 "결국 소비자들만 골탕을 먹게 생겼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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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미국 정치권의 US스틸 인수 반대는 “그야말로 정치 논리”

[동아시아포럼] 미국 정치권의 US스틸 인수 반대는 “그야말로 정치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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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치권, ‘국가 안보’와 ‘일자리’ 내세워 철강업체 해외 인수 반대
보호주의 정책 통해 산업 경쟁력 지킨 사례 없어
해외 투자 수용하고 ‘장기 산업 정책’ 고민해야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일본 신일본제철(Nippon Steel)의 150억 달러(약 21조6천억원) 규모 US스틸(US Steel) 인수 시도가 미국 정치권의 논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퇴임을 앞둔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당선인은 국가 안보와 미국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이미 경제적 가치를 상실하고 있는 철강업체 인수를 막아서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두 리더의 우려가 정치적으로는 공감을 살지 모르겠으나 역사적으로 보호주의 정책을 통해 일자리와 산업 경쟁력을 지킨 사례는 거의 없다. 차라리 해외 투자를 수용하면서 장기적 관점의 포괄적 산업 정책을 강구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사진=동아시아포럼

신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반대는 ‘정치 논리’

해당 인수 건에 대한 바이든과 트럼프의 반대는 미국의 저물어가는 산업 부문을 둘러싼 정치적 민감성을 대변한다. 사실 신일본제철의 제안은 기술 이전, 설비 개선, 생산량 감축에 대한 미국 정부의 거부권 등 중요한 내용을 모두 확약하고 있어 정치권이 주장하는 일자리 보호와 국가 안보 문제를 해결해 주는 셈이다.

여기에 신일본제철이 중국의 바오산철강(Baoshan Steel)과의 협력 관계를 청산하겠다고 결정한 것도 일차적으로는 사업적 결정이겠지만 지정학적 우방으로서 대미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일본의 의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이점에도 정치권이 반대를 내세우는 숨은 이유는 이것이다. 미국 산업 정체성의 상징이 바로 철강산업이고 그 중심지가 펜실베이니아 같은 ‘경합주’(swing state)들이기 때문이다.

US스틸, 미국 ‘산업 패권 흥망성쇠’ 상징

한때 글로벌 철강산업의 중심지였던 피츠버그는 미국 산업 패권의 성쇠를 상징한다. 1901년 피츠버그에 설립된 US스틸 역시 한때 미국 철강 시장의 60%를 점유했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 들어 미국의 탈산업화가 본격화하며 쇠락의 길로 접어든다. 1978~88년 기간 미국은 4천6백만 미터톤(metric tons, 1,000kg)에 달하는 제철 설비를 단계적으로 철거했는데 그 중 1/3이 피츠버그에 있었다.

이제 제철이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확연히 줄어들었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의 중요성은 유지한다 쳐도 첨단 산업, 거대 정보통신, 생명공학, 전기차, 이커머스, 반도체, 로켓 및 인공위성 등이 경제 성장을 이끄는 주요 산업이다. 한때 세계 최대 철강업체였던 US스틸은 연간 1,600만 미터톤을 생산해 세계 23위에 머무는 반면 신일본제철은 연간 4,400만 미터톤의 생산량을 가진 세계 4위 업체다.

철강산업 보호 정책, ‘실패’와 ‘부작용’으로 점철

여기서 미국 철강산업 관련 보호주의 정책의 역사가 귀중한 교훈을 줄 수 있다. 1968년 도입된 ‘자발적 제한 협정’(Voluntary Restraint Agreement, 철강 수출국의 자발적 수출 제한을 규정)과 카터(Carter) 행정부의 ‘트리거 가격 메커니즘’(Trigger Price Mechanism, 저가 철강 수입품에 자동으로 관세나 한도를 부여) 등이 불공정하다고 여겨지는 철강 무역 관행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수입량을 줄이고 하한가를 설정하려는 노력에도 제철소 폐쇄와 노동자들의 실직은 이어졌다. 1980년 이후 미국 철강업계는 구조조정으로 30만 명의 실직자를 배출했다.

보호주의 정책은 의도치 않은 부작용도 낳았다. 업체들이 비싼 미국산 철강 대신 외국산 제품을 찾아 나서는 가운데, 물량 부족으로 자동차 업계가 타격을 받는 일까지 발생했다. 해외 업체들은 전략적으로 고품질 철강을 미국에 수출함으로써 미국 경쟁업체들을 더욱 곤란에 빠뜨렸다.

‘단기 정치 이익’ 위해 ‘장기 경제 이익’ 희생하는 꼴

자국 핵심 산업체를 해외 업체가 소유하는 것이 종종 생산 물량 합리화에 따른 고용 상실 우려를 자아내기는 한다. 하지만 신일본제철은 이미 미국 내 자동차업체 납품 등을 통해 산업 간 연계를 강화하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150억 달러(약 21조6천억원)의 제안 금액은 US스틸 시가총액을 넘어서는 규모로 피인수 회사를 회생시키려는 신일본제철의 의지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 정부는 다국적 회사에 심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국가 안보 위기에 관련됐다면 정부는 US스틸의 경영권을 되찾아 오는 수용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일본제철의 인수 시도를 정치권이 막는다면 자유 시장과 세계화 옹호자로서 미국의 위상에 가해지는 악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이번 인수 시도에 대한 정치권의 반대는 단기적인 정치적 이익을 위해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경제적 이득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일본은 신뢰할 수 있는 우방국이고 역사적으로도 미국은 일본의 투자와 혁신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아 왔다. 해당 인수 건을 잘 활용해 더 포괄적인 협력을 도모하는 것이 미국 산업의 미래에도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미국의 철강산업을 지키는 것은 단순히 해외 투자를 막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고민을 요구한다. 먼 미래를 바라보는 산업 전략이라면 설비 현대화에 대한 투자와 근로자에 대한 전문적인 훈련, 연구개발을 포괄해야 한다. 한물간 보호주의에 매달리지 않고 자유 시장 원칙과 전략적 해외 투자를 수용하는 것이 산업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키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원문의 저자는 앤서니 P. 디코스타(Anthony P D’Costa) 멜버른 대학교(University of Melbourne) 명예 교수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Domestic politics not security or economics sabotage US Steel’s Japan deal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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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중소형 광고대행사들, 업계 불황에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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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대행사 파산 위기에 불안감 감도는 광고업계
이루다의 갑작스런 폐업에 직원, 협력사 피해 확대
"버틸 힘 없는 중소형 광고대행사, 위기 가속화" 우려

광고대행사 이루다크리에이티브가 최근 전 직원에게 일방적으로 퇴사 통보를 한 뒤 파산을 신청했다. 180억원의 매출(2023년 기준)에 30여 명이 근무하던 중소 규모 광고대행사가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이다. 계속되는 불황에 버틸 힘이 충분치 않은 중소규모 대행사들이 속속 무너지면서 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물량 책임지던 게임·스타트업 지갑 닫자 위기 가속화

23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외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중소형 광고대행사가 줄줄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제일기획이나 이노션 같은 대기업 계열 광고대행사를 제외하고 전체 95%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 규모 대행사들의 경영난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영난이 있더라도 광고 계약이나 신뢰도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쉬쉬하는 경향이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소리 소문 없이 파산하거나 폐업하는 대행사들이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가장 큰 원인은 광고주인 기업들이 마케팅비를 줄여서다. 한국디지털광고협회 관계자는 “고금리에 강달러까지 대외 환경이 좋지 않은 데다 최근 탄핵 정국까지 들어가면서 광고주들이 광고 집행을 보류하고 있다”며 “특히 게임이나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광고 물량이 대거 빠지면서 이에 상당 부분 의존하던 중소 대행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고 있다”고 했다.

게임 쪽 매출 비중이 컸던 그랑몬스터라는 디지털 광고대행사가 매물로 나오기도 했으나 이렇다 할 인수 주체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로 추정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공개한 ‘2024 광고산업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광고산업 규모는 19조4,196억원으로 전년(19조6,661억원) 대비 1.3% 줄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엔 광고 업황이 더 안 좋았던 만큼 하락 폭이 더 컸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디디비코리아, 대규모 미지급 사태 일으켜

이처럼 광고 물량이 쪼그라들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 대행사들은 인건비·운영비 등의 고정비를 감당하기 버거울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이를 감당하기 위해 광고주로부터 받은 대금을 먼저 끌어다 쓰고, 광고 집행에 실제 참여한 협력업체에는 지급하지 못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전 세계 2위 광고 대기업 옴니콤 그룹 계열사인 디디비월드와이드의 한국 지사 '디디비코리아'가 대규모 미지급 사태를 일으킨 것이 대표적이다.

디디비코리아 지급 불능 사태가 불거진 건 지난해 3월쯤이다. 디디비코리아로부터 대금을 못 받았다는 여러 광고 업체가 저마다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디디비코리아를 비롯한 광고사는 광고주인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고 여타 광고 업체에 외주를 주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한다. 일단 광고주로부터 돈을 다 받고, 자기 수수료를 뗀 나머지를 외주 업체에 정산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디디비코리아로부터 돈을 받지 못한 광고 업체는 100여 개, 피해 액수는 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당시 ‘디디비코리아 피해자 모임’도 구성됐다. 한국디지털광고협회 주축으로 피해사 20여 개가 모였다. 이들이 파악한 피해 기업 사례만 40여 개로, 최대 60억원에 달하는 돈이 물려 있는 제작사도 있었다.

디디비코리아는 국내 업력 30년이 넘는 중견 광고사였다. 국내 1년 광고 취급액이 2,000억원에 달하는 기업으로, 연결 기준 연간 매출은 700억원이 넘었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할 수 있지만 광고 쪽에 종사한다면 모르는 이가 없다. 글로벌 본사 디디비와 모기업 옴니콤그룹 명성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옴니콤그룹은 시가총액이 200억 달러(약 28조8,000억원)에 육박하는 세계적인 광고·마케팅 기업이자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광고사다. 디디비코리아 측은 채무 변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아직도 이를 지급받지 못한 곳이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이루다크리에이티브

이루다, 전직원 퇴사 통보 후 파산 신청

파산을 택하는 광고대행사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2일 김태호 대표는 전사 메일을 통해 "11월 30일자로 전직원 퇴사 처리하며, 회사는 파산 신청에 들어간다"고 알리고 회사를 폐업했다. 이에 대해 이루다의 한 직원은 "회사 상황이 어려운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얼마 전까지 광고주 미팅도 진행했던 만큼, 이렇게 일방적으로 퇴사 통보를 받게 될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퇴사 통보를 받은 뒤 지금까지 회사 대표와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루다에는 약 30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이들 대부분은 월급과 퇴직금 등을 제대로 정산받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일부 직원들은 고용노동부에 회사를 신고했으며 소송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직원들은 "소송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했을 때, 소송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고 허탈해하기도 했다. 

이루다의 갑작스러운 폐업은 직원뿐만 아니라 협력사에도 금전적 피해를 미쳤다. 이루다와 공동 작업을 진행했던 한 대행사 측은 "지금 광고 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갑자기 파산 신청을 할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PT 비용과 제작 비용 등 이루다로부터 정산받지 못한 피해 금액이 있다. 당장 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기다리는 것밖에 없어서 답답하다"고 전했다.

다만 업계는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디지털 광고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인공지능(AI)과 같은 신기술이 광고 산업 깊숙이 침투하면서 체질 개선이나 신규 투자, 인수·합병(M&A) 등에 여력이 없는 중소규모의 광고대행사들이 점점 더 버티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광고대행사 임원은 "국내 광고 업계에 찬 바람이 계속 불고 있다. 특히 소규모 대행사들은 대부분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대기업 계열 인하우스 에이전시들은 공격적인 M&A와 기술 투자 등을 단행하며 시대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지만, 이들조차도 줄어드는 광고 물량 탓에 최근에는 단가가 낮은 경쟁 PT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해 중소규모 대행사들과 경쟁한다는 얘기가 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중소 대행사들의 씁쓸한 말로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도 "도미노 현상처럼 대행사의 위기가 가속화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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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트럼프에 금융시장 ‘꿈틀’, M&A 시장도 훈풍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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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야성적 영혼’ 깨우는 친기업 행보
FTC 리더 교체도 기업·시장엔 호재
넘치는 자금, 주변 금융시장 잠식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미국 금융 시장의 규제가 대폭 완화되고, 이에 따라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거래도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이미 글로벌 해외 투자 프로젝트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일각에선 미국 내부에서 소화되지 못한 자금이 주변 금융시장을 잠식할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규제 완화가 경제의 건전한 순환 불러와”

22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메리 에르도스 JP모건 체이스 자산관리 책임자는 전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2025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에 참석해 “트럼프 취임으로 미국의 금융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 은행의 야성적 영혼이 살아날 것”이라며 미국 은행권이 본격적인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 강화를 비교 근거로 제시했다. 에르도스 책임자는 “바이든 행정부의 신규 규제는 이전 트럼프 행정부의 8배 수준”이라며 “이는 많은 기업이 과도한 규제 때문에 주식시장 상장을 꺼리거나 아예 상장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간 금융 시스템을 막고 있던 과도한 서류작업이 없어지고, 경제의 건전한 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벤 카펜터 JP모건 글로벌 헬스케어 투자은행 공동대표 역시 1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43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해 “지정학적 리스크 새 행정부 출범으로 인한 시장 변동성은 분명 존재한다”면서도 “하지만 탄탄한 재무 상태와 친기업적인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고려하면 시장 전반이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카펜터 공동대표는 그간 M&A 시장을 억누르는 주범으로 지목됐던 반독점 규제 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 리더 교체가 시장 활성화를 주도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빅테크 등 기업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전쟁을 벌여 온 FTC의 기조가 바뀌면서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해석이다. 앞서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FTC 위원장으로 앤드류 퍼거슨 현 FTC 위원을 지명한 바 있다.

글로벌 투자 프로젝트 일제히 미국행

다만 이 같은 장밋빛 전망에도 시장 활성화에 의한 자금 순환은 주로 미국 내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의 활발한 소비자 수요에 대규모 보조금을 기반으로 한 정부 인센티브까지 겹치면서 전 세계의 자금을 빨아들일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이미 글로벌 해외 투자 프로젝트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사상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다.

FT 산하의 데이터 제공업체 fDi마켓에 따르면 미국을 향한 신규 외국인직접투자(FDI) 프로젝트 비중은 지난해 11월 기준 14.3%로 전년 말(11.6%) 대비 2.7%p 늘었다. 특히 해외 기업이 외국에 새로운 인프라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그린필드 투자에 대해 미국은 지난해 11월까지 1년간 무려 2,100건 이상의 프로젝트를 유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fDi마켓은 미국의 신규 그린필드 FDI 프로젝트의 추정 가치가 270억 달러(약 327조원)에 달했다고 추산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00억 달러(약 145조원)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이네스 맥피 옥스포드이코노믹스 분석가는 “미국은 점점 더 많은 글로벌 투자 프로젝트를 유치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이는 다른 곳보다 더 강력한 수요 전망과 훨씬 더 강한 생산성 향상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정책’이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보호주의 정책 등은 ‘미국에 투자해야 할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며 “미국 예외주의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경제 성장 또한 투자 활성화에 힘입어 중국·유럽 등을 계속 앞지를 것이란 예측이다.

실제 IMF는 최근 미국의 2025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로 2.7%를 제시했다. 이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지대) 성장률로 제시한 1.0%를 한참 웃도는 수치다. 일각에서 제기된 고율 관세에 따른 투자 위축도 단기간 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작다는 평이 우세하다. 리처드 볼빈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투자 연구 책임자는 “트럼프 정책이 투자 인센티브나 경제 상황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런 관점에서 미국 투자에 대한 매력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서도 존재감 뚜렷 美 자산운용사들

이런 가운데 금융시장에서는 미국 내에서 소화되지 못한 자금이 외부로 유입되면서 주변 금융시장을 식민지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유럽의 경우 미국의 거대 자산운용사들이 유럽 금융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것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ISS마켓인텔리전스에 의하면 영국과 유럽에서 미국 운용사들의 운용자산은 2014년 21억 달러에서 2024년 9월 말 45억 달러(약 6조4,500억원)로 급증했다.

특히 미국에 기반을 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경우, 지난해 3분기 글로벌 순유입액이 2,210억 달러(약 316조5,800억원)를 기록하며 유럽 전체 투자펀드 업계의 자금 유입액을 상회했다. 단일 미국 기업의 자금 유치 규모가 유럽 전체 업계를 능가한다는 사실은 미국 자산운용사들의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보여준다.

이 같은 미국 운용사들의 성장은 유럽 금융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BCG 보고서는 2023년 북미 운용자산이 전년 대비 16% 증가한 반면, 유럽은 8%, 영국은 2% 증가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저금리 환경에서 수익률 추구 현상이 강화되고, 브렉시트 이후 영국 금융사들의 경쟁력이 약화한 것 또한 주요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유럽 금융기관들은 대규모 통합을 추진하면서 미국 자본의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 AXA는 BNP파리바와 자산운용 사업을 통합했으며, UBS는 크레디트스위스를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뿐만 아니라 일각에선 미국의 규제 완화에 동참할 움직임도 포착된다. FT는 한 은행 고위 임원을 인용해 “영국 정부가 규제 완화를 선도할 것”이라며 “이미 바젤III 시행을 미루고 미국의 정책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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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대통령’ 자처한 트럼프, 알고 보니 ‘밈 코인 대통령’? 실망감 뒤덮인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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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만 달러 목전에서 미끄러진 비트코인
비트코인 전략준비자산 비축안 불투명
밈 코인 발행, 트럼프그룹 자산 61조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귀환으로 활기를 기대했던 가상화폐 시장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이달 20일(이하 현지시각) 취임과 동시에 관련 정책을 제시할 거란 예상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일체의 언급을 미루자 실망감이 시장을 장악한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그룹(Trump Organization)이 발행한 밈 코인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며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정책 발표 미뤄지며 시장은 부진 늪에

23일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BTC/USD) 가격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직전 10만9,000달러(약 1억5,600억원)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암호화폐 관련 정책 발표 지연으로 줄곧 하락세를 거듭하며 현재 10만4,000달러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다. 제프 켄드릭 스탠다드차타드 디지털 자산 분석가는 “(가상화폐의 부진은) 정책 부재로 인한 실망감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하며 “정책 모멘텀이 없다면 가격이 10~20%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대선 기간 트럼프 대통령은 ‘비트코인 대통령’을 자처하며 비트코인을 전략준비자산으로 비축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전략준비자산이란 통화 당국이 무역 불균형이나 환율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하는 통화, 원자재 등 현금화 가능한 자산을 의미한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전략준비자산은 금, 외화, 특별인출권(SDR) 등으로 구성돼 있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미국 내 비트코인 채굴 산업을 지원하고 규제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는 다른 산업과의 전력 용량 경쟁, AI 데이터 센터와의 경쟁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채굴 업계에 호재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승리 직후 비트코인 채굴 ETF인 ‘발키리WAGMI’는 17.79% 상승하며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취임 이후 이렇다 할 행정명령이 나오지 않으며 해당 ETF의 가격도 평소 수준을 되찾았다.

사진=도널드 트럼프 트루스소셜

밈 코인 공급량 80% 트럼프그룹 계열사가 보유

이에 시장에서는 향후 미국 정부가 가상자산 관련 정책을 내놓는다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발행한 자체 밈 코인과 이해 충돌을 빚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전인 이달 18일 자신의 이름을 딴 자체 밈 코인 ‘오피셜 트럼프($TRUMP)’를 발행했다. 밈 코인은 특별한 목표나 기술력 없이 재미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가상화폐를 말한다.

오피셜 트럼프는 탈중앙화거래소(DEX) 및 일부 글로벌 거래소에서 거래를 시작한 지 하루도 안 돼 1만8,000% 넘게 뛰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글로벌 시가총액 순위에서는 한때 18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세를 몰아 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이름을 딴 밈 코인도 뒤이어 출시했다.

이들 밈 코인의 홈페이지를 보면 코인 공급량의 80%는 차남 에릭이 수석 부회장을 맡고 있는 트럼프그룹의 계열사 2곳(파이트파이트파이트·CIC디지털)이 보유하고 있다. 해당 코인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이 상당 부분 트럼프 그룹에 귀속되는 만큼 정부의 가상자산 정책이 정당성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문제의 코인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면서도, “53.65달러의 시세를 기준으로 트럼프그룹 보유분 평가 가치는 429억 달러(약 61조7,000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만약 그룹을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자산으로 간주하면, 그의 자산 규모는 501억 달러(약 72조원) 수준에 이른다는 게 텔레그래프의 주장이다.

사업적 실체 없는 밈 코인 국내 상장에 우려

한편 오피셜 트럼프는 국내 대형 거래소에서도 속속 거래를 개시하며 이목을 끌었다. 23일 오후 빗썸에서 오피셜 트럼프는 4만9,000원 안팎을 오가며 고점(21일 7만1,650원) 대비 30%가량 떨어진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빗썸은 해당 코인의 거래 화면에 “글로벌 시세 차이에 주의하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표시했다.

시장에서는 오피셜 트럼프의 국내 거래소 개시를 두고 비판적 평가가 주를 이룬다. 금융당국이 올해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 밈 코인에 대한 심사 기준을 보완한다고 한 만큼 거래소들도 투자자 보호 기조에 따라 상장을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밈 코인이 상대적으로 변동 폭이 커 투자자 손실을 초래할 위험이 더욱 높기 때문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오피셜 트럼프의 코인 백서를 보면 사업적인 실체가 존재하지 않고, 투자자들도 팬덤으로 투자하는 것 같다”며 “사실 투자보다는 투기에 가깝다”고 일갈했다. 미국 거래소에 상장된 뒤 단 사흘 만에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것과 관련해서는 “절차상에 소요되는 최소한의 시간이 있는데, 너무 짧은 시간에 이뤄져 투자 위험에 대한 검토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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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머니무브 본격화, 울고 웃는 은행·증권사 앞 ‘공공의 적’ 등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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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사 이동해도 복리효과 그대로
‘마케팅 올인’ 은행 vs. 증권사 ‘고수익’
퇴직연금 기금화 논의 재점화에 긴장 고조

시행 3개월 차에 접어든 퇴직연금 실물이전을 둘러싸고 금융권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은행들은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초반 기세를 잡았지만, 수익률 등 가시화한 지표를 앞세운 증권사들의 반격 또한 만만치 않은 모습이다. 다만 한동안 중단됐던 퇴직연금 기금화 논의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민간사업자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에도 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아직까진 증권사→은행 구도

23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퇴직연금 잔액은 1,883억원 감소했다. 특히 개인형 퇴직연금(IRP)에서 1,207억원이 빠져나갔다. 기업 단위로 이동이 이뤄지는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 또한 각각 657억원, 19억원가량 줄어들었다. DB형은 퇴직금과 마찬가지로 퇴직 후 받는 금액이 정해진 상품이며, DC형은 개인이 직접 자금을 운용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감소세는 지난해 10월 31일 시행된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의 결과다. 해당 제도의 시행으로 퇴직연금 가입자는 기존 운용 상품을 매도(해지)하지 않고도 퇴직연금 사업자를 바꿀 수 있게 됐다. 이전까지 복리 효과가 사라질 것을 우려해 중도 해지를 꺼렸던 소비자들은 제도 시행과 동시에 앞다퉈 새로운 금융사를 찾아 나섰다.

은행들은 제도 시행 전후로 공격적인 광고 집행 등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며 집객에 나섰다. 일례로 연금 시장의 강자로 꼽히는 하나은행은 DB형 상품 금리를 공격적으로 제시하며 소비자를 이끌었다. 우리은행도 퇴직연금 이전 고객에게 상품권을 증정하고, IRP 신규 가입자의 수수료를 면제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했다.

은행들의 적극적 마케팅은 단기간 내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4분기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퇴직연금 적립 규모는 총 178조7,913억원으로 전년 동기(155조3,394억원) 대비 23조4,519억원 증가했다. 특히 하나은행의 2024년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전년 대비 6조6,000억원가량 늘며 DB형, DC형, 개인형 IRP를 합쳐 가장 큰 순증액을 자랑했다.

증권사 ‘빠른 시장 대응’ 강조하고 나서

그러나 올해 들어 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마케팅 특수가 사라지고, 보다 거시적인 지표를 기준으로 개인연금을 이동하는 ‘머니무브’도 본격화한 것이다. 증권사는 은행보다 높은 수익률을 앞세워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자료를 바탕으로 적립규모 상위 10개사(개인형IRP 기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미래에셋증권(3.21%), 한국투자증권(3.11%), 삼성증권(3.03%)은 나란히 상위권을 차지하며 안정적인 자금 운용 능력을 과시했다.

반면 5대 시중은행은 2.06~2.48% 수익률을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낮은 순위에 머물렀다. 증시 변동성이 매우 컸던 2023년 수익률 격차는 더욱 두드러졌다. 미래에셋증권(8.99%), 한국투자증권(8.97%), 삼성증권(8.23%)이 8% 이상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은행권의 수익률은 4~6%대 초반에 머물렀다.

이처럼 업권별로 수익률 격차가 큰 원인으로는 금융사별로 다르게 적용되는 투자 제약사항을 꼽을 수 있다. 예컨대 은행이나 보험사 퇴직연금 계좌로는 실시간 상장지수펀드(ETF) 매매가 불가능하다. 증시 변동성이 갈수록 심해지는 추세 속에 실시간 거래가 불가능하다는 점은 시장 대응이 한발 늦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수수료율도 차이를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총비용부담률은 은행이 0.412%로 가장 높고 생명보험사(0.333%), 증권사(0.325%) 등 순을 보였다.

이에 증권업계는 높은 수익률과 낮은 수수료 등 강점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최종진 미래에셋증권 연금본부장은 “퇴직연금 납입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적립 액수가 크지 않아 수익률에 큰 관심이 없던 고객들도 납입금이 늘어나면서 고수익 상품을 적극적으로 찾는 경우가 많다”며 “전문가 도움을 받아 고위험·고수익 상품을 찾는 수요를 노려 관련 서비스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대형 메기 국민연금 등판 가능성

다만 이런 증권업계의 적극적 행보는 최근 퇴직연금 기금화 논의가 재점화함에 따라 제동이 걸릴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8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급부상한 퇴직연금 기금화는 100인 초과 사업장에 대해 국민연금이 기금형 퇴직연금 사업자로 참여할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논의는 지난달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소강상태를 보이는 듯했으나, 이달 초 정부가 발표한 ‘2025년도 경제정책방향’에 다시 등장하며 불이 붙었다. 당시 정부는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한 종합적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공적·민간기관 등이 참여하는 기금형 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증권업계는 정부의 공식 발언에 퇴직연금 기금화가 등장한 것만으로도 경계하는 분위기다. 그간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 등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퇴직연금 개선대책을 논의한 적은 있지만, 공식 입장으로 기금화 논의를 기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관계 부처에 기금화 논의 여부를 확인했을 때도 “현재 내부 논의 중”이라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에서는 사업 확장이 한창인 중에 퇴직연금 기금화를 논의하는 건 모순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한 증권사 퇴직연금 관계자는 “퇴직연금 민간사업자가 수익률 제고 등을 고민하며 사활을 걸고 있는 와중에 국민연금이 시장에 진입하면 사실상 민간사업자의 경쟁력을 공적 개입으로 위축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연금체계는 3층으로 이뤄져 안정적인 것인데, 1층(국민연금)이 2층(퇴직연금)까지 가져가는 건 위험 관리 차원에서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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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상호주 의결권 제한' 변수에 MBK 역사적인 대패, 법적 절차로 반전 노릴 듯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상호주 의결권 제한' 변수에 MBK 역사적인 대패, 법적 절차로 반전 노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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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 호주 자회사 통해 영풍 지분 10% 매입
'상호주 의결권 제한'에 파행 가능성 대두
MBK "고려아연의 탈법적 순환출자, 위법 소지"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영풍 의결권 무력화'를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고려아연의 해외 손자회사가 최씨 일가 및 영풍정밀이 가지고 있던 영풍 지분을 사들이면서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 제도'가 적용될 여지를 만들어낸 것이다. 다만 이번 임시주총이 고려아연 측에 유리하게 일단락된다 하더라도 영풍 지분 인수와 관련된 법적 요건에 대한 해석에 논란에 여지가 있는 만큼, 향후 소송전으로 번지는 등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고려아연 임시 주총 5시간 늦게 시작

23일 고려아연은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임시 주총을 열고 이사 수(19명) 상한 설정, 신규 이사 선임, 집중투표제 도입 등 안건에 대한 심의·표결을 진행했다. 그러나 양측이 주주명부 확인을 두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면서 오후 2시께가 돼서야 개회했다가, 다시 주주명부가 중간에 변경된다는 지적에 따라 한 차례 휴장 후 3시께에 다시 개회됐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많은 위임장이 중복 위임장"이라며 "주주들에게 일일이 연락드려 확인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통상적인 주총과 달리 경영권 분쟁 주총은 심사를 위해 입장에만 2~3시간 걸리기도 하지만, 이번 주총은 특히 더 개회가 지연됐다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임시주총장은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 측 관계자들로 붐볐다. 이날 고려아연 노동조합원들이 '소수주주 무시하는 MBK·영풍 규탄', '투기자본 MBK'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등장해 전운까지 감돌았다. 이어 이번 임시주총에서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린 김광일 MBK 부회장과 강성두 영풍 사장은 주총 개회 예정 시간인 오전 9시 전에 참석한 반면, 최 회장은 이날 임시주총 현장에 나타나지 않아 정관상 대표이사인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특히 지난 밤 늦게 최 회장 일가가 손자회사를 통해 영풍 주식을 인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MBK·영풍 측에서는 시간 지연을 통한 주총 일정 연기를 염두에 두고 ‘의장 교체’ 카드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MBK 김 부회장은 임시주총 시작 전 기자들과 만나 의장의 편파 진행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내비친 바 있다. 또한 오후 3시 들어 주총이 시작되자 영풍 측 대리인은 주총 시작 2시간 전에 기습 발표된 해외 손자회사의 지분 인수 부분에 대해 사실 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는 요청과 함께 주총 연기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후 연기 표결에 들어갔으나 박 의장은 영풍에 의결권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고, 결국 주총 연기 안건은 표결 중 취소됐다.

영풍 의결권 28.98% 유효성 놓고 대립 전망

당초 이번 임시주총에서는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 수 상한 설정, 이사 선임 등의 대한 표결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사 선임 안건은 MBK·영풍이 추천한 이사 후보 14명이 모두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유효 의결권 문제를 놓고 MBK·영풍 측의 강한 문제제기가 예상돼 정상적으로 주총이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으로 이번 임시주총에서는 일반투표로 이사 선임 절차를 진행하지만, 최 회장이 막판 승부수를 띄우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은 상태기 때문이다.

전날 최 회장은 자신이 지배하는 영풍정밀 및 친인척이 보유한 영풍 지분을 해외 계열사에 매각해 영풍의 고려아연 의결권(28.98%, 고려아연 자사주 제외)을 무력화시키는 카드를 꺼냈다. 고려아연 측은 상법 제369조 3항을 근거로 고려아연의 호주 자회사(지분관계상 손자회사지만 상법 제342조의2 규정으로 자회사 분류)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영풍 지분 10.33%를 취득했고, 이로 인해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상호주'에 해당해 의결권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SMC가 영풍 지분 10% 이상을 확보하면서 '고려아연(100%)→선메탈홀딩스(100%)→ SMC(10.33%)→ 영풍(25.42%)→ 고려아연'의 순환출자 고리가 생겨난 만큼 고려아연에 대한 영풍의 의결권도 효력을 잃는다는 설명이다. 이 주장대로라면 MBK·영풍의 고려아연 경영권 장악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현 지분율 구도라면 MBK·영풍의 표 대결 승리 가능성이 높지만, 영풍의 의결권이 묶여버리면 MBK·영풍의 실질적 지분율은 15.55%로 급감해 사실상 주총 주도권이 최 회장에게 넘어가기 때문이다.

이에 MBK는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SMC가 영풍 주식을 취득한 것은 탈법적 순환출자라고 지적했다. MBK는 “SMC의 영풍 주식 취득으로 인해 영풍 그룹 내 신규 순환출자가 형성되는 등 공정거래법을 잠탈하는 탈법적 행위가 이뤄졌다”고 비판하며 "외국환거래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각종 위법 행위 소지도 있는 주식 취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 측에서는 SMC가 유한책임회사(Pty Ltd.)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국내회사로 인정되고 상호주 제한 해당된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거짓 해명을 하고 있다”며 “SMC는 주식회사가 아니므로 상법 적용 대상 즉, 상호주 제한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SMC는 외국 기업이고 유한회사임이 명확해 상호주 의결권 제한은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영풍도 최 회장 측의 영풍 지분 매각이 불법적이고, 시장 교란 행위라는 점을 강조하며 향후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아울러 최 회장 일가가 SMC의 영풍 주식 매입 직전에 SMC 이사진에서 사임해 이사 충실 의무를 회피하려 했다는 사실도 향후 법적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풍 지분의 의결권 제한 여부가 또 하나의 갈등 씨앗으로 확전하는 형세다.

상호주 의결권 제한, 'JB금융-얼라인' 경영권 분쟁서도 화두로

이번 고려아연 사태에서의 상호주 의결권 제한과 유사한 실례로 JB금융지주와 2대 주주인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 자산운용의 경영권 분쟁을 들 수 있다. 앞서 JB금융은 지난 2023년 핀다와 전략적 제휴과정에서 상호 지분을 취득하기로 하고 투자 금액의 일부를 100% 자회사인 JB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신기술사업투자조합(신기사조합)을 통해 투자했다. 당시 자회사인 전북은행도 유상증자에 참여해 핀다 지분 10%(297억원 규모)를 취득했다. 핀다는 2023년 말 기준 JB금융 지분 0.75%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를 두고 얼라인은 상법상 상호주 규제를 회피하며 상호주를 형성했다고 주장했다.

얼라인은 신기사조합이 가진 핀다 지분 5%도 JB금융의 자회사가 소유한 만큼 의결권 제한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신기사조합이 보유한 핀다 지분 5%는 JB금융의 완전자회사인 전북은행과 JB인베스트먼트가 투자조합의 조합원으로서 이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얼라인 측은 “JB금융과 전북은행, JB인베스트먼트가 각각 핀다의 지분 5%씩 총 15%를 가지고 있는 것에 해당하기에, 핀다가 가지고 있는 JB금융 주식은 의결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JB금융은 전북은행이 핀다의 지분 10% 중 5%만 직접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5%의 경우 출자자인 전북은행과 위탁운영사인 JB인베스트먼트가 결성한 신기사조합을 통해 보유하고 있어 핀다가 보유한 JB금융 주식은 상호주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상법상 조합은 자회사에 해당하지 않아, 보유한 핀다 주식이 10분의 1을 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얼라인은 JB금융과 핀다를 상대로 상호주 의결권 행사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제기했고, 법원이 얼라인의 손을 들어주면서 분쟁이 일단락됐다. 당시 법원은 신기사조합을 통한 투자는 전북은행과 JB인베스트먼트가 핀다에 대한 주식을 '합유의 형태'로 소유한 것으로 보고, 모회사 JB금융과 완전자회사가 핀다의 발행주식 총수의 10분의 1을 넘는 주식을 가진 경우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런 만큼 채무자 핀다가 가지고 있는 JB금융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해외계열회사의 순환출자는 공정거래법의 규제 대상 아니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해외계열회사의 순환출자가 공정거래법의 규제 대상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법적 분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서울고등법원은 롯데그룹의 일본 계열사를 놓고 공정거래법이 적용되는 계열회사인지 여부(2016누70279 경고처분 취소청구의 소)에 대한 롯데그룹 측의 주장을 기각했다. 롯데그룹은 직전 2015년까지 일본 계열사들이 보유한 국내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주식 세부 사항을 밝히지 않고 '기타'로 분류했다. 공정거래법상 계열사의 지분을 모두 공개해야 하지만, 해외계열사들은 공정거래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시 롯데그룹은 계열회사의 범위에 해외법인까지 포함시키면 대규모기업집단 규제의 대상 및 범위를 해외법인까지 확장해 역외 적용하는 부당한 결론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구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20조의 '계열회사'의 범위에 해외계열회사를 제외하는 것으로 제한해 해석하는 것은 부당하므로 위 '계열회사'에는 해외 주주사가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롯데그룹의 일본 계열사들의 상세 지분 보유 내역을 '기타'로 묶은 것은 허위신고라는 것이다.

같은 논리는 지난 2004년 스위스계 기업의 해외 행위가 국내 공정거래법의 대상인지 여부에 대한 판결에서도 등장한 바 있다. 당시 서울고법 특별6부(재판장 이동흡 부장판사)는 스위스계 비타민 제조회사인 에프 호프만 라 로슈㈜가 “외국기업이 해외에서 한 행위에 대해 국내의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등무효확인 소송(2003누9000)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정거래법은 적용사업자를 내국사업자로 한정하고 있지 않고, 대상시장도 국내로 한정하지 않고 있다"며 "다국적 기업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점을 감안할 때 외국기업이 해외에서 한 부당공동행위가 한국시장에 악영향을 줬다면 영향을 미친 한도 내에서 공정거래법에 의한 규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당시 에프 호프만 라 로슈사는 비타민 판매량 및 가격 담합을 이유로 미국, EU, 캐나다 등지에서 이미 벌금을 부과받았고, 같은 논리에 따라 국내 비타민제 가격 급등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 당시 재판부 판결의 요지다.

법조계에서 해외 손자회사는 공정거래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최 회장 측 주장이 법적으로 논란이 될 여지가 크다고 지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외 기업의 활동이 국내 기업의 계열사인 경우 △국내 기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경우 각각에 대해 이미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이라는 판례가 있는 만큼, 이번 고려아연 사례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MBK·영풍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SMC의 영풍 지분 10.33% 인수는 무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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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1조2,000억원대 적자 기록, 건설업계에 드리운 '어닝 쇼크'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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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업황 침체 등 악재 쌓이며 실적 '휘청'
주요 건설사 연간 실적 줄줄이 악화 전망
"시장 불확실성 커" 건설업 불황, 앞으로도 이어질 것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이 지난해 1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업황 침체 및 일부 해외 프로젝트 비용 증가로 인해 실적이 급격하게 악화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연간 실적 발표를 앞둔 건설사들도 줄줄이 '어닝 쇼크'를 기록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대건설, 지난해 영업손실 1조원대

22일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32조6,944억원(잠정치) 수준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2023년보다 10.3% 증가한 수치자, 지난해 연간 매출 목표인 29조7,000억원의 110.1% 수준이다. 현대건설은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샤힌 프로젝트 등 대형 현장의 공정이 순항 중인 가운데 올림픽파크 포레온 등 주택 부문의 실적이 반영되며 연간 누적 매출이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신규 수주 누계는 30조5,281억원으로 연간 수주 목표인 29조원의 105.3% 수준에 머물렀다. 현대건설은 국내 주요 주택 프로젝트인 대전 도안 2-2지구 공동주택 신축공사, 부산 괴정 5구역 재개발과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대형원전 설계, 사우디 자푸라 프로젝트 패키지2 등 고부가가치 해외 프로젝트를 통해 수주 잔고 89조9,316억원을 확보한 상태다.

다만 현대건설은 외형 성장에는 성공했으나 수익성은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해 현대건설은 1조2,209억원의 영업손실과 7,36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1조2,209억원 규모 영업손실은 대내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고환율·원자재가 상승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일부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일시적 비용 때문”이라며 “프로세스를 재점검하고 공정 관리를 강화해 수익 정상화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어닝 쇼크 릴레이' 전망

업계에서는 현대건설 외에도 '어닝 쇼크' 수준의 연간 실적을 발표하는 건설사가 속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업황 악화로 인해 건설사들 실적이 줄줄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상위 20대 건설사의 영업이익 총액은 3조2,821억원에 그쳤다. 이는 1년 전(4조4,677억원) 대비 26.5% 감소한 수준이다.

실적 악화의 주된 원인으로는 원가율 상승이 지목된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20대 건설사의 평균 매출 원가율은 92.4%로 2023년 말(91.6%) 대비 0.8%p 상승했다. 1,000만원의 매출이 발생했을 때 건설사 수중에 남는 돈은 사실상 75만원에 그친다는 의미다. 업계에서 보는 적정 원가율은 80%대다.

매출 원가율이 상승하자 건설사들의 재무 상황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건설업계의 이자보상비율은 2017년 707%에서 △2020년 577.99% △2023년 346% △2024년 3분기 205.35%로 급락했다. 이자보상비율은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이자 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해당 비율이 150% 이하일 때 기업의 재무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이하로 떨어지면 기업은 대출금이나 기발행 회사채에 대한 이자 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올해 업황 전망도 비관적

건설업계 실적 전반에 먹구름이 낀 가운데, 시장에서는 건설사들이 단기간 내 실적을 회복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건설 경기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우선 치솟는 환율이 시장 회복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수입을 통해 원자재를 조달하는 건설업계에 있어 고환율은 사실상 '비용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22일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1,437.6원에 달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인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급제동이 걸렸다는 점도 악재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2025년 만료되는 '감세와 일자리법(TCJA)'을 연장하고, 법인세율을 15%까지 낮추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와 의회가 통과시킨 TCJA는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소득세 최고세율을 39.6%에서 37%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세금 감면 시에는 세수 감소 및 재정 적자 확대로 국채 발행이 늘어나게 되며, 인플레이션 우려 역시 확대된다. 사실상 금리 인상이 필요한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향후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질 경우, 한국은행이 미국과의 금리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금리 조정 시기를 늦출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통상 건설업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만큼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며 "금리 인하 없이는 비용 절감도 어렵고, 얼어붙은 주택 시장 매수 수요도 살아나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자 비용 부담과 주택 시장 침체 등 악재가 지속되며 업계 불황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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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 부담만 늘리는 대출 규제, 은행권 가산금리 인하 압박

금융소비자 부담만 늘리는 대출 규제, 은행권 가산금리 인하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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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 경제 활력에 작은 보탬이 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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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가계대출 규제에 주담대 금리 인상한 은행권
기준금리 인하 속 수신금리 인하로 예대금리차는 확대
취약차주 중심 인터넷은행 예대 차는 시중은행 웃돌아

은행권의 예대금리차가 급증하면서 금융소비자의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한때 '금리 맛집'으로 불렸던 인터넷전문은행의 예대금리차가 시중은행을 앞지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맞물려 예대금리차가 확대됐고 결국 금융소비자의 부담만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뱅 예대금리차 1.97%P, 시중은행보다 빠르게 늘어

23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의 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 평균은 1.97%포인트(P)로 전년 동월(1.39%P) 대비 0.58%P 확대됐다. 이 기간 가계 예대금리차 추이를 은행별로 보면 △케이뱅크 0.58%P→1.40%P △카카오뱅크 0.67%P→2.04%P △토스뱅크 2.91%P→2.48%P로 각각 집계돼 케이뱅크를 제외한 2곳 모두 예대금리차가 2%대에 기록했다.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인터넷은행의 예대금리차 상승세는 더욱 눈에 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가계 예대금리차 평균은 지난해 1월 0.82%P에서 11월 1.15%P로 0.32%P 올랐다. 지난해 11월을 기준으로 보면 인터넷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가 시중은행보다 0.82%P 높고, 연초 대비 상승폭은 거의 2배에 가깝다. 각사별로는 국민 1.27%P, 농협 1.27%P, 하나 1.19%P, 우리 1.02%P, 신한 0.98%P이며 인터넷은행과 달리 2%대인 곳은 없었다.

시중은행 대비 규모가 작아 두드러지지는 않았지만, 인터넷은행은 출범 이후 꾸준히 예대금리차를 늘려왔다. 특히 지난해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1월 1.31%P에서 같은 해 11월 1.40%P로 1년 새 6.8% 늘어났다. 같은 기간 인터넷은행의 평균 예대금리차는 1.51%P에서 2.06%P로 36.4% 확대됐다. 은행별로는 케이뱅크가 0.72%P에서 1.48%로, 카카오뱅크는 0.74%P에서 2.17%P로 2~3배 가까이 늘었다. 토스뱅크는 3.09%P에서 2.53%P로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3사 중 가장 높은 예대금리차를 보였다.

인위적인 대출 관리로 은행만 수익, '정책 실패' 논란

일반적으로 인터넷은행의 핵심 고객층은 중·저신용자로 구성돼 있어 대출금리가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대신 주택담보대출 등에 대해서는 시중은행 대비 낮은 금리를 제시하며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전개한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케이·카카오뱅크의 주담대 금리는 평균 3.7%로 5대 시중은행(4.1%)보다 0.4%P 낮았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터넷은행이 가계부채 관리 강화 정책을 강조해 온 금융당국의 사정권에 들어오면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낮춰놓은 가계대출 금리를 사실상 원복해 놓은 상태다. 

은행권 전체의 대출금리도 상승세를 유지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가계대출 가중평균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전월 대비 0.15%P 상승한 4.23%를 기록했다. 주담대(3.74%)와 전세자금대출(4.05%) 금리 한 달 새 0.23%P 상승했다. 특히 금융당국이 관리하는 주담대의 경우, 2022년 9월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김민수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5년 만기 은행채 금리가 보합세를 보였지만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높이면서 대출금리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대출금리 반등에도 정기예금 등 수신금리는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들이 지난해 10월과 11월 잇따라 이뤄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발 빠르게 반영한 결과다. 한은은 지난달 11일 기준금리를 3년 2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단행하며 연 3.50%에서 3.25%로 낮췄다. 이에 NH농협·우리은행과 BNK경남·부산은행 등은 지난달 일찌감치 수신 상품 금리를 인하했다. 아직 금리를 낮추지 않은 KB국민·신한은행 등도 조만간 비슷한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소비자 원성에 주요 시중은행들 금리 인하 검토

다만 이 같은 금리 인하 국면에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로 대출금리가 인위적으로 높게 유지되면서 오히려 은행의 이익만 늘어나고 금융소비자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여기에 은행 가계대출이 8개월 만에 감소하고 있어 높은 대출금리를 유지할 명분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논란이 확산되자 주요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가산금리 인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3일 신한은행은 가계대출 상품의 가산금리를 0.05~0.3%P 인하했다. 주담대는 주택구입자금과 생활안정자금 대출(금융채 5년물 상품 한정)의 가산금리를 각각 0.10%P, 0.05%P 인하했다. 전세자금대출 가산금리는 보증기관에 따라 주택금융공사 0.20%P, 서울보증보험 0.30%P 낮췄다. 금융채 2년물을 준거금리로 하는 전세대출 상품이 대상이다. 이와 함께 경기 불황을 고려해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 제한(2억원)을 없애고 대출 취급일 당일 기존 보유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의 전세대출도 허용하기로 했다.

투기과열지구에서 매매가 3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 역시 해당 아파트를 처분하는 조건으로 대출 취급이 가능해졌다. 2주택자는 1주택 처분을 조건으로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대출 기간 만기 30년 제한 △다주택자 구입자금 제한 △임대인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제한은 유지한다. 고정형 부동산담보대출 중도상환해약률은 가계대출 기준 1.4%에서 0.61%로, 기업대출 기준 1.4%에서 0.4%로 변경됐다.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도 가산금리 하락을 위한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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