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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말레이시아 FTA 최종 타결, 한국은 자원 안정·말레이는 외교 지렛대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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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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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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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석유화학 등 韓 주력 수출품에 대한 추가 시장 개방
청정에너지·바이오 등 미래지향적 분야서 협력 강화 토대 마련
말레이, 무역 다변화 넘어 협상력 재구축으로 "통상의 질적 전환"
이재명 대통령과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가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서 양자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한국과 말레이시아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최종 타결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철강 분야에서 추가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아울러 말레이시아는 팜유, 주석, 천연가스 등 풍부한 자원 보유국이어서 향후 공급망·자원 등 분야에서도 협력 잠재력이 크다. 그간 유럽연합(EU)과의 FTA 협상에서 팜유 규제와 노동권 문제로 교착 상태에 놓여 있었던 말레이시아로서도, 한국과의 시장 개방이 대체 수요처 확보를 통해 압박을 완화하고 주요 교역 상대국과의 관계를 재조정할 수 있는 전략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방산·에너지 공급망 등 협력 확대

2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한-말레이시아 FTA 체결에 합의했다. 말레이시아와 FTA를 타결하면서 한국은 27번째 FTA 협정국을 추가하게 됐다.

먼저 산업통상부는 말레이시아와의 FTA 체결을 통해 완성차 조립용 부품세트(CKD) 전기차 세단 및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관세(10%)를 철폐하고, 완성 전기차 SUV의 관세(30%)는 50% 감축하기로 했다. 전기차 외에 가솔린, 하이브리드, 디젤 CKD 자동차 관세도 전반적으로 인하됐다. 이미 철폐되고 있는 가솔린 CKD 자동차에 대해서도 기존 관세(8~28%)를 연도별로 1~3%포인트씩 추가 인하하고, 하이브리드와 디젤 CKD 자동차는 아직 관세 인하가 예정되지 않은 품목들의 관세를 8%에서 4%로 감축하기로 했다.

한국 주력 수출품인 철강은 말레이시아의 높은 민감성에도 9개 품목(냉연·도금강판) 관세를 5%에서 철폐하기로 했다. 12개 품목(열연·도금강판 등)의 관세는 15%에서 10%로 감축하는 등 기존 FTA 대비 추가 인하하기로 했다. 아울러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생산되지 않는 우리나라 철강을 수입할 때는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협정문에 명문화하고, 무관세 혜택과 관련된 말레이시아 법령이 변경되면 여타국 철강과 차별하지 않도록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했다.

한국이 말레이시아에 많이 수출하고 있는 폴리에틸렌·폴리프로필렌 등 각종 화학제품의 관세도 철폐했다. 이와 함께 팜산유 등 바이오 원료의 잔여 관세를 철폐해 원가 절감 및 수급 안정도 기대된다. 한국이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요소수 등의 관세 철폐 기간을 단축해 공급망 안정성도 강화할 예정이다.

한-말레이, 작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이번 양국 FTA 협정은 지난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당시 합의한 내용의 연장선이다. 작년 11월 윤석열 전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안와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한국과 말레이시아는 1960년 수교 이래 다방면에서 우호·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왔고, 특히 한국은 말레이시아 ‘동방 정책’의 핵심 파트너로서 긴밀히 협력해 왔다”며 “이런 관계 발전을 반영해 오늘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안와르 총리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을 통해 포괄적으로, 다양한 방면에서 (양국이)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안와르 총리는 그러면서 “한국은 말레이시아에 잘 알려진 국가”라며 “한국 기업이 페낭 대교를 세웠고,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도 건축했고, 메르데타 118 건물에도 기여했다”고 전했다.

당시 공동 성명에서 양국은 한·말레이시아 FTA 협상을 2025년에 타결하는 것을 목표로 가속하기로 합의했다. 한·말레이시아 FTA 협상은 2019년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됐으나 말레이시아 내부 사정으로 중단됐고, 지난해 3월이 돼서야 재개됐다. 당시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은 국제사회에 제안한 무탄소 에너지(Carbon Free Energy·CFE) 구상에 대한 말레이시아의 지지도 확보했다. CFE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만 써야 한다는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과는 달리, 원전·수소·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등 다양한 무탄소 에너지원을 활용하자는 운동이다.

양국은 또 “방산 협력이 굳건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기반을 둔 상호 신뢰의 상징”이라며, 군사 기술과 방산 분야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말레이시아가 지난해 한국의 FA-50 경공격기 18대를 도입하기로 계약했으며, 예정된 말레이시아의 경공격기 교체 2차 사업 등 차기 방산 사업에 대한 한국 기업의 참여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말레이시아 측에 요청하기도 했다.

말레이, 지정학적 레버리지 구축

말레이시아에 있어 한국과의 FTA 협정은 단순한 시장 개방 이상의 함의를 지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핵심은 지정학적 지렛대 구축이다. 현재 말레이시아는 2026년 체결을 목표로 올해 1월부터 EU와 협상을 재개한 상태다. 양측 간 연간 무역 규모는 470억 달러(약 67조원)로, EU는 말레이시아 전체 무역의 7.6%를 차지하며, 싱가포르·미국·중국에 이어 4위 수출 대상이다. 특히 페낭주가 양측 무역 관계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최근 5년간 EU로부터 220억 달러(약 31조원)의 제조업 투자를 유치했으며, 이는 말레이시아 총수출의 31%에 달한다.

다만 양국 합의에는 EU의 삼림벌채 규정(EUDR)이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다. 2022년 도입된 EUDR은 삼림벌채와 관련된 팜유 등의 수입을 제한하는데, 말레이시아는 이를 차별적 조치라고 비판하고 있다. 노동권도 민감한 사안이다. FTA에는 국제 노동기준 준수 조항이 포함될 전망으로, 이는 팜유·제조업 분야의 강제 노동 혐의로 지적받고 있는 말레이시아에 부담이다. 시장 접근성도 과제로 남아 있다. 유럽 기업들은 말레이시아의 자동차 수입허가, 식품 위생기준, 정부조달 제한 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말레이시아는 이번 한국과의 FTA 체결을 통해 EU와의 통상 협상에서도 전략적 지지대를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다. 한 통상외교 전문가는 "그동안 EU와의 FTA 협상에서 팜유 규제와 노동권 문제로 교착 상태에 놓여 있었던 말레이시아로서는 한국과의 시장 개방이 대체 수요처를 확보함으로써 협상 압박을 완화하는 효과를 가질 것"이라며 "이는 단순한 무역 다변화가 아닌 주요 교역 상대국과의 관계를 재조정할 수 있는 협상력의 재구축에 가깝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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