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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타트업에 몰리는 해외 투자자금, 관건은 유럽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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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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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뢰르 펠르랭 코렐리아캐피탈 대표(왼쪽)와 윤수영 트레바리 대표/사진=트레바리

지난 15일 독서모임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트레바리가 주최한 특별 강연에 플뢰르 펠르랭 코렐리아캐피탈 대표가 강사로 나섰다. 펠르랭 대표는 2016년 유럽의 기술 스타트업 양성과 아시아 진출을 돕는 것을 목표로 벤처캐피탈(VC) '코렐리아캐피탈'을 설립했다. 지난 4월에는 한국 혁신기술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기 위해 코렐리아캐피탈 코리아를 설립한 바 있다. 펠르랭 대표는 한국계 입양 프랑스인으로 아시아계 최초로 프랑스 정부의 장관에 임명돼 주목받은 인물로, 중소기업 디지털경제장관, 통상관광 국무장관, 문화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번 강연에는 코렐리아캐피탈의 지원을 희망하는 젊은 기업인들이 다수 참석했다. 이들에게 펠르랭 대표는 “청년들은 사회와 타인에 대한 신뢰를 갖고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에 도전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격려했다. 또한 펠르랭 대표는 “장관으로 일하는 것이나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일하는 것이나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장관으로서 사회의 취약한 부분을 개선했던 것처럼 가능성이 있는 창업자를 돕고 그 사업을 확장시키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계 프랑스인 펠르랭 대표는 누구인가

펠르랭 대표는 올해 1월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의 훈장 레지옹 도뇌르를 받았다. 펠르랭 대표는 그중에서도 경제 부문 슈발리에(Chevalier)장을 받았다. 레지옹 도뇌르는 전직 장관에게 수여되는 일종의 전통과도 같다고 알려졌지만, 모든 장관에게 수여되는 것은 아니다. 팰르랭 대표는 레지옹 도뇌르를 수상한 데 대해 한 인터뷰에서 "대표로 있던 코렐리아캐피탈이 하는 일이 프랑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 역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렐리아캐피탈은 그간 한국 기업 네이버가 주로 투자한 펀드이기도 하다.

펠르랭 대표는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나 생후 6개월 만에 프랑스로 입양돼 16세에 대학 입학 시험 바칼로레아를 통과하고, 17세에 상경계 그랑제콜인 에섹(ESSEC)에 진학했다. 이후 파리정치대학, 국립행정학교 등 최고 명문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회계감사원에서 공직을 시작해 2002년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선거캠프의 미디어 특보를 지내며 사회당과 인연을 시작했고, 2014년 8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문화부 장관을 지냈다.

펠르랭 대표는 한국계 프랑스인이지만, 자신이 한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한국에 특별한 감정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밝힌 바 있다. 2017년 한 국내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나의 아버지, 어머니는 내 나라 프랑스 파리에 있는, 나를 키워주신 두 분뿐"이라고 분명히 선을 긋기도 했다. 다만 한류에 대해 매력적이며 질투가 날 정도라는 입장을 밝혔으며 어느 정도 한국 문화에 관심이 있다고 말해왔다.

경쟁력과 성장 가능성 높다는 평 듣는 한국 스타트업, 해외 투자자금 몰려

글로벌 투자자들의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모태펀드가 출자하고 해외 벤처캐피탈이 운용하는 글로벌 펀드가 2조원 넘게 조성됐다. 스타트업 데이터 전문업체인 더브이씨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까지 외국계 벤처캐피탈(VC)들이 국내 147개 스타트업에 모두 4조9,561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2020년 투자액 8,718억원보다 5.7배 증가한 액수다. 투자업계는 지난해 글로벌 펀드 신청이 몰린 이유로 한국 스타트업이 ICT 분야에서 기술·사업모델 경쟁력이 높아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과,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에 비해 한국 스타트업들이 저평가돼 있어 투자효용이 크다는 점을 꼽았다.

온라인 숙박 플랫폼 '야놀자'는 일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II로부터 2조원 규모의 투자를, 인공지능(AI) 외국어 교육 플랫폼 '뤼이드'는 소프트뱅크로부터 1,97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도 해외 VC의 글로벌 펀드 등으로부터 1,789억원 규모의 시리즈 D 투자를 유치했으며 '우아한형제들', '비바리퍼블리카', '직방' 등도 글로벌 펀드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에 등극했다. 특히 최근 글로벌 투자자들은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과거 글로벌 투자자들이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의 중후기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했다면 최근에는 기업 규모를 가리지 않는 모습이다. 반값 중개료 부동산 중개플랫폼 '다윈중개'는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30억원, 실버테크 스타트업 '한국시니어연구소'는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싱가포르 소재 가디언펀드 등에서 11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나아가 글로벌 투자자들의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은 해당 벤처캐피탈의 한국 지사 설립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 지사를 설립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려는 목적이다. 플뢰르 펠르랭 대표의 코렐리아캐피탈이 올해 4월 한국에 지사를 설립한 것처럼, 지난해에는 싱가포르 소재 VC인 '앤틀러'가 전문가 매칭 플랫폼 '숨고' 창업자 강지호 전 대표를 한국 대표파트너로 선임하고, 4년간 100개 스타트업에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액셀러레이터 겸 VC인 '플러그앤플레이', '스톰벤처스'도 작년에 한국 지사를 설립했으며 '콜라보레이티브 펀드'는 올해 7월 서울에 총괄 지사를 설치해 아시아 지역 전체 스타트업 투자를 시작했다. 앞서 2010년에는 모태펀드 운영기관인 한국벤처투자가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탈 VVC와 1억5천만 달러 규모의 공동펀드를 결성하기 위해 양 기관 간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 펀드는 한국과 이스라엘의 유망 중소벤처기업 간 첨단 기술을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확보하기 위한 투자와 M&A 및 합작법인 설립을 목적으로 조성됐다.

국내 스타트업의 유럽 진출, 글로벌 투자자 등장이 관건

사진=우아한형제들, 딜리버리히어로

배달의민족을 만든 '우아한형제들'이 지난해 3월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에 약 5조원으로 인수 합병된 일처럼, 플뢰르 펠르랭의 코렐리아캐피탈 같은 유럽이나 이스라엘 등지의 글로벌 투자자들이 나타나 유럽 시장 진출의 문이 열리는 것도 관건이다.

스타트업 강국으로 불리는 이스라엘도, ICQ라는 인터넷 메신저를 만든 이스라엘 스타트업 '미라빌리스'가 미국 AOL에 약 4천억 원에 매각된 것에서 시작됐다. 이 거래가 이스라엘 스타트업 생태계에 자극이 되어 미라빌리스를 벤치마킹한 많은 테크 스타트업의 창업이 이어졌다. 또 미라빌리스의 엔젤투자자였던 요시 바르디가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활발히 이어간 것이 이스라엘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을 이룬 촉매제가 되었다.

이스라엘이 스타트업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미라빌리스의 매각이었다. 작지만 작은 일이 결코 아니었다. 우아한형제들이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 합병된 것도 작은 것으로 볼 일이 아니다. 이번 사례가 국내 스타트업의 유럽 진출의 선순환을 불러오는 작지만 결정적인 시작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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