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톱 턴키 경쟁력 본궤도” 삼성전자, 브로드컴과 ‘2,000억 달러 AI 동맹’, TSMC 추격에 힘 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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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앤트로픽·브로드컴 연이어 품은 삼성 메모리부터 파운드리까지 전 과정 연계 글로벌 신규 고객 확보로 파운드리 반등 신호탄

대만 TSMC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가격 인상과 선단 공정 포화가 맞물리면서 삼성전자의 2㎚(나노미터·10억 분의 1m) 파운드리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글로벌 맞춤형 반도체(ASIC) 1위 기업인 브로드컴을 비롯해 주요 빅테크들이 잇따라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을 채택함에 따라, 그간 적자 수렁에 빠져 있던 파운드리 사업부의 흑자 전환 타임라인도 한층 앞당겨질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 브로드컴과 '턴키' 기반 AI 인프라 협력
28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I 서밋' 행사 업무협약(MOU)에 따라 삼성전자는 브로드컴과 향후 5년간 2,000억 달러(약 289조2,600억원) 규모 이상의 협력을 추진한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장기공급계약(LTA) 등을 포함해 최소 300조원 안팎의 반도체를 브로드컴에 납품한다는 의미다.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수급난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세계 최대 첨단 생산 역량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밀착하는 차원이다. 현재 삼성은 다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도 유사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메모리 협력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협력 범위는 HBM을 비롯한 첨단 메모리와 2나노 공정 이하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아우른다. AI 인프라 투자가 급격히 확대되면서 기존 반도체 기업뿐만 아니라 구글, 테슬라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너도나도 자체 ASIC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커스텀(맞춤형) 반도체 설계 분야의 강자 브로드컴과 반도체 제조 전 분야의 기술을 갖춘 삼성전자가 역량을 결합하기로 뜻을 모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양산을 시작한 6세대 HBM인 'HBM4'와 지난 5월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한 7세대 'HBM4E' 등 차세대 메모리를 브로드컴의 AI 가속기에 공급할 계획이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브로드컴의 차세대 고속 데이터 통신용 반도체 등 주요 제품에 2나노 이하 첨단 공정을 적용한다. 첨단 패키징 기술도 함께 제공해 AI 반도체의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일 방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력은 단순한 HBM 공급을 넘어 메모리부터 2나노 이하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까지 반도체 전 영역을 아우르는 전략적 협력"이라며 "삼성의 경쟁력이 본격적으로 활용되는 사례"라고 짚었다.
TSMC 2027년 단가 10% 인상
그간 선단 공정을 TSMC에 전담시켰던 브로드컴이 삼성으로 눈을 돌린 배경에는 삼성전자의 일괄 생산 능력이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 등 역량을 모두 갖추고 있어 이를 고객사에 일괄 제공하는 원스톱 턴키 솔루션이 가능한 유일한 기업이다. 반도체 설계·개발부터 패키징과 양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연계하는 만큼 반도체 개발 기간을 줄이고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또한 AI 반도체 수요가 몰리는 상황에서 공급 지연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TSMC의 단가 인상 움직임도 삼성에 반사이익을 가져다줬다. TSMC는 최근 2027년부터 파운드리 단가를 최대 10% 인상하겠다고 주요 고객사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현재 웨이퍼 한 장당 3만 달러(약 4,340만원) 수준인 TSMC의 2나노 가격은 2027년 3만3,000달러(약 4,760만원)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삼성전자의 2나노 웨이퍼 단가는 2만 달러(약 2,890만원)로 TSMC의 3분의 2 수준으로 알려졌다.
표1. 삼성전자 파운드리 첨단공정·AI 반도체 수주 이력
| 시기 | 핵심 내용 | 적용 공정·제품 | 성과 및 한계 |
|---|---|---|---|
| 2022년 6월 | 업계 최초 GAA 기반 3나노 공정 초기 양산 | 3나노 GAA | 같은 해 2분기 파운드리 최대 매출·이익 기록, 첫 고객사와 계약 규모는 비공개 |
| 2023년 | 그록(Groq)·텐스토렌트 AI 반도체 수주 | 고성능 4나노 SF4X | 외부 AI 고객 확보, 3분기 신규 설계 수주 잔액 최대 기록에도 가동률·손익 부진 |
| 2024년 7월 | 일본 프리퍼드네트웍스 AI 가속기 턴키 수주 | 2나노 GAA·2.5차원 패키징 | 고객사가 공개된 첫 2나노 AI 가속기 수주, AI·고성능컴퓨팅 고객 수 전년 대비 2배 증가 |
| 2024년 4분기 | 낮은 수율과 가동률로 수익성 악화 | 3나노 중심 선단 공정 | 매출 32억6,000만 달러로 전 분기 대비 1.4% 감소, 점유율 8.1%로 TSMC(67%)와 격차 지속 |
| 2025년 2분기 | 닌텐도 스위치2용 엔비디아 프로세서 양산 | 엔비디아 프로세서 | 파운드리 매출 31억6,000만 달러로 전 분기 대비 9.2% 증가 |
| 2025년 7월 | 테슬라와 165억 달러 규모 장기 공급계약 체결 | 차세대 AI6 칩 | 2033년까지 공급, 테일러 공장의 핵심 가동 물량 확보 |
| 2025년 8월 | 애플의 미국 생산 칩 공급사로 선정 | 오스틴 공장 생산 | 제품 종류와 공정·물량·계약액은 비공개, 미국 내 고객 기반 확대 |
| 2025년 4분기 | 1세대 2나노 제품 양산과 HBM4 베이스다이 출하 | 2나노·4나노 HBM 베이스다이 | 파운드리 흑자 전환, 점유율 6.8%에서 7.1%로 상승, HBM 베이스다이 본격 물량 |
| 2026년 | 2나노 수율 60% 이상 확보, 그록 LP30 생산 | 2나노·4나노 LP30 | 선단 공정 안정성 개선, 미국 팹리스의 공급망 다변화 후보로 부상, LP30은 하반기 출하 예정 |
단가 우위에 수율 60% 입증
여기에 최근 삼성전자가 2나노 공정 수율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기술적 안정성까지 입증하자, 원가 부담이 커진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들의 공급망 다변화 대상이 됐다. 삼성전자는 2022년 6월 업계 최초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구조를 적용한 3나노 공정 초기 양산을 시작했다. 같은 해 2분기 파운드리는 역대 2분기 기준 최대 매출과 이익을 달성했지만 첫 3나노 고객과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고객사명이 공개된 외부 AI 반도체 수주는 2023년을 기점으로 연이어 확인됐다. 미국 반도체 기업 그록(Groq)은 차세대 언어처리장치(LPU), 텐스토렌트는 AI 칩렛 생산업체로 삼성전자를 택했다. 두 제품 모두 고성능 4나노 공정 SF4X를 적용하기로 했다. 계약 금액과 생산 물량 등은 공개되지 않았는데, 같은 해 3분기 신규 설계 수주 잔액은 분기 기준 최대였지만 모바일 수요 회복이 늦어지면서 가동률·손익은 부진했다.
2024년 7월엔 일본 프리퍼드네트웍스(PFN)의 AI 가속기를 2나노 GAA로 생산하고 2.5차원 패키징을 제공하는 턴키 수주를 따냈다. 삼성전자가 고객명을 공개한 2나노 AI 가속기 첫 수주 사례다. 2분기 AI·고성능컴퓨팅 고객 수도 1년 전에 비해 2배 늘었다. 당시 삼성 측은 "이번 수주는 삼성의 2나노 GAA 공정 기술과 첨단 패키지 기술이 차세대 AI 가속기에 이상적인 솔루션임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수율이 발목을 잡았다. 로이터통신은 같은 해 10월 삼성전자가 국내 생산라인에서 3나노 칩의 낮은 수율 문제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4분기에는 낮은 가동률, 첨단공정 연구개발(R&D) 비용 부담으로 수익성도 악화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삼성 파운드리 매출은 직전 분기보다 1.4% 감소한 32억6,000만 달러(약 4조7,100억원), 점유율은 8.1%로 TSMC(67%)와 큰 격차를 보였다.
테슬라·그록 이어 2나노 고객 확보
흐름이 달라진 건 지난해부터다. 삼성전자는 닌텐도 스위치2용 엔비디아 프로세서 양산에 힘입어 작년 2분기 파운드리 매출을 직전 분기보다 9.2% 늘린 31억6,000만 달러(약 4조5,70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결정적 수주 성과는 테슬라에서 나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부터 2033년 말까지 165억 달러(약 22조원) 규모 반도체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에서 차세대 AI6 칩을 생산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대형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테일러 공장이 테슬라 수주를 통해 가동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했다.
애플도 지난해 8월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에서 아이폰을 포함한 자사 제품용 칩을 공급받는다고 발표했다. 다만 칩 종류와 공정, 물량, 계약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같은 해 3분기엔 첨단공정 중심으로 역대 최대 고객 수주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4분기엔 1세대 2나노 제품 양산과 4나노 HBM 베이스다이 출하를 시작했다. 트렌드포스는 이 기간 삼성 파운드리가 흑자 전환하고 점유율도 6.8%에서 7.1%로 상승한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의 가시적인 성과는 엔비디아가 공개한 그록 기술 기반 AI 추론 칩 '그록 LP30'이라 할 수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삼성전자가 그록 기술을 기반으로 한 AI 추론용 LP30을 4나노 공정으로 생산 중이라면서 올 하반기 출하한다고 설명했다. 황 CEO는 "우리를 위해 그록 LP30 칩을 생산하는 삼성에 감사하고 싶다. 삼성은 생산량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부활 징후’ 속 양산·수익성 시험대
전문가들은 아직 삼성 파운드리의 부활로 단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트렌드포스는 삼성 파운드리의 올 1분기 매출이 직전 분기보다 5.8%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고 점유율은 6.5%로 떨어졌다고 봤지만 TSMC의 점유율은 72%에 달했다.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손익이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부활의 징후'는 보인다. 삼성 파운드리는 대형 고객 부재와 수율 문제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고객 기반을 점차 넓히고 있다. 물론 테슬라 양산은 내년 하반기 예정된 데다 브로드컴 역시 아직 양해각서(MOU) 체결 단계다. 아직은 부활을 선언할 단계로 보기엔 이르나, 수주를 안정적인 양산·이익으로 연결해 부활을 증명할 시험대에 오른 것만큼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