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채권에 드리운 시장 경계심” 현금 말라가는 메타, 블랙록 손잡고 데이터센터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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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적 AI 설비투자로 메타의 현금 부담 가중 블랙록과 140억 달러 합작법인 세워 외부 자본 조달 AI 데이터센터 부채 전반으로 번지는 위험 프리미엄

메타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합작 법인을 설립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했다. AI 인프라 투자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자, 투자 부담을 모두 떠안기보다 외부 자본으로 데이터센터를 지어 빌려 쓰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다만 막대한 외부 자본으로 확보한 데이터센터가 신규 현금흐름으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장기 임대료와 차환비용, 잔존가치 하락이 빅테크와 금융투자자의 부담을 동시에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메타·블랙록 140억 달러 합작
30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메타는 블랙록과 합작 법인을 세우고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에 140억 달러(약 20조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한다. 합작 법인 지분은 블랙록이 운용하는 펀드가 80%, 메타가 20%를 보유하게 된다. 메타는 이에 따라 23억 달러(약 3조3,500억원) 상당의 토지와 건설 중인 자산을 합작 법인에 현물 출자하고, 블랙록은 부채 조달 등을 통해 현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데이터센터 개발과 기반 시설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도 원칙적으로 양사가 지분율에 따라 부담한다. 대규모 투자의 상당 부분을 블랙록 측이 맡는 구조다.
데이터센터가 완공되면 메타는 시설 전체를 합작 법인에서 임차해 쓸 예정이다. 데이터센터를 직접 소유하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장기간 전용 시설처럼 사용하는 ‘매각 후 재임대(세일앤리스백)’와 유사한 구조다. 엘패소 데이터센터의 연산 용량은 1기가와트(GW)로, 대형 원전 1기 발전량에 맞먹는 규모다. 2028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해 메타의 초거대 AI 모델 학습과 추론, AI 서비스 운영을 지원할 예정이다.
메타, 작년 사업보다 이자만 10억 달러 늘어
메타가 합작 법인 방식을 택한 것은 AI 투자가 현금 흐름과 재무 구조에 미치는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메타가 엘패소에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를 임차하면서 발행한 125억5,000만 달러(약 18조원) 규모 회사채 금리는 투기 등급(하이일드채권) 수준인 연 7.5%까지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채권 금리는 미 국채 금리보다 약 2.875%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메타 같은 우량 기업의 채권 금리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보다 약간 높게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사실상 위험 채권 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높은 이자율이 적용된 것이다.
이에 따라 메타의 데이터센터 비용도 치솟게 됐다. 메타는 지난해 10월 하이페리온 데이터센터 사업 당시 270억 달러(약 38조5,000억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채권을 발행했다. 이번에 발행하는 채권 금리는 당시보다 약 0.4%포인트가량 높다. 메타가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연간 이자 비용만 매년 5,000만 달러(약 700억원) 이상 늘어나게 된다. 이번에 발행한 채권은 만기가 2048년으로 장기 채권으로, 프로젝트 전체 기간 동안 총 10억 달러(약 1조4,500억원)를 더 내야 한다.
이는 AI 데이터센터를 하나 짓는 데 들어가는 금융 비용이 과거보다 훨씬 비싸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 현재 금융 시장에는 AI 인프라 투자 자금을 마련하려 동시다발적으로 발행된 대규모 채권이 넘쳐나고 있다. 메타 외에도 주요 빅테크들은 AI 인프라, 전력망 확보에 필요한 천문학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뿐 아니라 사모펀드·보험사·인프라 투자자의 자금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계속되는 막대한 투자에 AI 수요가 설비 증설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피크아웃’ 우려가 나오지만, 기업들은 향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컴퓨팅 파워 용량 확보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표1. 메타·블랙록 엘패소 AI 데이터센터 투자 구조
| 구분 | 핵심 내용 |
|---|---|
| 사업 규모 | 메타·블랙록, 텍사스 엘패소에 140억 달러 규모 AI 데이터센터 건설 |
| 지분 구조 | 블랙록 운용 펀드 80%, 메타 20% 보유 |
| 메타 출자 | 토지·건설 중 자산 23억 달러 현물 출자 |
| 블랙록 역할 | 현금 투자와 프로젝트 부채 조달 주도 |
| 운영 방식 | 메타가 완공 후 캠퍼스 전체를 장기 임차하는 세일앤리스백 유사 구조 |
| 시설 용량 | 1GW급 연산 용량, 2028년 가동 예정 |
| 사용 목적 | 초거대 AI 모델 학습·추론 및 AI 서비스 운영 |
| 부채 조달 | 엘패소 프로젝트 관련 125억5,000만 달러 규모 채권 조달 |
| 조달 금리 | 연 7.5% 수준, 미 국채 대비 약 2.875%포인트 높은 가산금리 |
| 금융비용 | 하이페리온 프로젝트 당시보다 금리 약 0.4%포인트 상승 |
| 추가 이자 부담 | 연간 5,000만 달러 이상, 만기까지 누적 10억 달러 추정 |
AI 데이터센터 돈줄 된 블랙록
이 과정에서 블랙록은 돈줄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2024년 인프라 전문 운용사 글로벌인프라스트럭처파트너스(GIP)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사모신용 운용사 HPS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까지 편입했다. HPS를 포함한 블랙록의 통합 사모금융 플랫폼은 인수 당시 1,900억 달러(약 271조3,200억원)의 고객 자산을 보유했고, GIP의 운용자산도 현재 2,000억 달러(약 285조6,000억원)를 웃돈다. 데이터센터를 개발·소유하는 인프라 투자 역량과 장기 부채를 조달하는 사모금융 기능이 한 조직 안에서 결합된 것이다.
블랙록은 지난해 메타의 루이지애나 하이페리온 데이터센터 사업에도 30억 달러(약 4조2,800억원) 이상의 채권자금을 공급했다. 당시 총 270억 달러 규모로 발행된 채권 가운데 글로벌 자산운용사 핌코가 180억 달러(약 25조7,000억원)를 인수했고, 블랙록도 핵심 투자자로 참여했다. 엘패소 사업에서는 역할이 더욱 커졌다. 채권 투자에 참여하던 단계에서 합작 법인의 최대 주주이자 인프라 운용사, 부채 조달 주체로 올라선 것이다.
투자 범위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블랙록의 GIP와 아부다비 투자회사 MGX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은 지난 21일 기업가치 400억 달러(약 57조1,400억원)로 얼라인드데이터센터스 인수를 완료하고 50억 달러(약 7조1,500억원)의 추가 성장자금도 약정했다. 얼라인드가 보유하거나 개발 중인 데이터센터는 51개 캠퍼스, 총 6.4GW 규모에 달한다. 블랙록이 주도하는 AI 인프라 파트너십은 300억 달러(약 42조8,500억원)의 지분자금을 모집한 뒤 부채를 결합해 최대 1,000억 달러(약 143조원)의 투자 여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사모신용의 그늘
블랙록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모신용은 은행권 밖의 기관자금을 기업대출과 프로젝트 채권에 연결하는 시장이다. 사모신용에는 부실 위험이 큰 기업대출부터 우량 기업이 장기 임대차 계약으로 상환을 보증하는 투자등급 인프라 채권까지 다양한 상품이 포함돼 있다. 엘패소 채권 역시 블랙록 산하 HPS가 조달 과정에 참여했지만 메타의 임대료와 잔존가치 보증을 기반으로 설계된 투자등급 프로젝트 채권이다.
그럼에도 사모신용 시장 전반에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블랙록 산하 HPS의 260억 달러 규모 기업대출펀드는 올해 1분기 순자산의 9.3%에 해당하는 12억 달러(약 1조7,100억원)의 환매 요청을 받았다. HPS는 약관상 분기 환매 한도인 5%에 도달한 6억2,000만 달러(약 8,860억원)만 지급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추적하는 비상장 기업개발회사 16곳의 2분기 평균 환매 요청도 발행주식의 10.3%까지 상승했다.
환매 압력은 사모자산의 평가 신뢰도에도 균열을 내고 있다. 일부 2차 거래에서는 HPS·아폴로·아레스 등이 운용하는 사모신용 펀드 지분이 순자산가치보다 15~30% 낮은 가격에 매물로 나왔다. 펀드가 장부에 기록한 자산가치와 투자자가 현금화 과정에서 받아들이는 가격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형성된 것이다. 대출 만기가 길고 거래 빈도가 낮은 사모자산의 특성상 환매 요청이 한꺼번에 몰리면 운용사는 자산을 헐값에 처분하거나 인출을 제한해야 한다.
엘패소 채권의 높은 금리에도 이 같은 경계심이 반영됐다. 125억 달러(약 17조8,800억원)가 넘는 채권에 최대 200억 달러(약 28조6,1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지만 수요예측 과정에서 가산금리가 낮아지지 않았다. 통상 투자등급 채권은 주문이 발행액을 웃돌면 금리가 최초 제시 수준보다 내려갔으나, 이번 거래에서는 초기 조건이 그대로 유지됐다. 빅테크의 대규모 채권 발행이 이어지면서 기관투자자들이 AI 관련 부채를 추가로 떠안을 수 있는 여력이 줄었고, 투자 회수에 대한 불확실성도 확대됐기 때문이다.
AI 수익화가 가를 투자 성패
AI 데이터센터 시장에는 앞으로도 막대한 외부 자금이 필요하다. 시장조사업체 맥킨지는 정보기술 장비를 제외한 세계 데이터센터 누적 투자액이 2030년까지 1조7,000억 달러(약 2,430조원)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전력수요 기준 데이터센터 설비 규모도 2025년 82GW에서 2030년 220GW로 증가하고, 이 가운데 AI 관련 시설이 약 7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빅테크의 자체 현금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만큼 사모신용과 인프라 펀드, 보험자금의 참여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투자 속도와 수익 창출 사이의 격차다. 메타는 올해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18억6,000만 달러(약 45조5,500억원)에 달했으나 자본적지출이 310억8,000만 달러(약 44조4,300억원)까지 불어나면서 잉여현금흐름은 7억8,400만 달러(약 1조1,200억원)로 급감했다. 올해 연간 자본적지출 전망치도 1,300억~1,450억 달러(약 185조7,500억~207조1,900억원)에 이른다. 메타의 현금 창출력은 여전히 견조하지만 AI 설비투자가 가용 현금을 빠르게 소진하고 있다.
AI 투자 확대가 산업의 성장통에 그치려면 광고 효율과 이용자 체류시간 개선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용 AI 서비스와 유료 에이전트, 클라우드 연산 판매가 실질적인 현금 유입으로 연결되고 데이터센터도 높은 가동률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때 조달금리를 시장 선점에 수반되는 비용으로 감당할 여지가 생긴다. 반대로 수익화 시계가 늦춰질 경우 장기 임대료와 차환비용이 현금흐름을 짓누르고, 시설의 잔존가치 하락까지 겹치면서 빅테크와 금융 투자자의 손실 위험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