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성과급은 챙기고 고통분담은 거부”, SK하이닉스 선례에 불붙는 성과급 하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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使 "산업 사이클 대응" 제안에 勞 "사실상 임금 삭감" 반발 불황기 인건비 조정 장치 둘러싼 노사 간 평행선 자동차·조선·IT업계까지 밀어 올린 성과급 협상 기준

SK하이닉스 노사가 성과급의 자사주 지급과 적자 시 임금 조정 방안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인공지능(AI) 메모리 호황으로 1인당 수억원대 성과급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노조는 기존 현금 보상 원칙을 고수하고, 회사는 업황 침체기에 대비한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갈등이 SK하이닉스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성과급 기준이 주요 기업 노사협상의 선례로 굳어지면, 해외 투자자는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 가능성을 다시 따져볼 수밖에 없다.
SK하닉 노조 "적자 때 임금 조정 수용 못해"
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열린 4차 본교섭에서도 노사는 핵심 쟁점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가 공개한 회의록에 따르면 회사는 성과급의 절반 이상을 자사주로 지급하고 일정 기간 처분을 제한하는 방안을 유지했다. 특히 업황 악화로 적자가 발생하면 임금을 한시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방향의 임금 체계 개편안도 함께 제시했다.
회사는 메모리 산업 특성상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임금 체계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노조는 적자 시 임금 조정은 사실상 임금 삭감과 다를 바 없고 성과급의 주식 지급 역시 지난해 어렵게 마련한 노사 합의를 뒤집는 것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양측은 지난해 임단협에서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 상한을 폐지하고 해당 제도를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지급 방식도 80%는 당해 연도에 현금으로,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분할 지급하기로 정했다. 하지만 올해 회사가 성과급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새롭게 제시하면서 성과급 체계가 다시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올해는 AI 메모리 호황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노조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SK하이닉스 연간 영업이익이 250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업이익의 10%를 전체 임직원 수(약 3만5,000명)로 나눠 계산하면 1인당 평균 약 7억원(세전) 수준이다. 앞서 노조는 지난 3차 본교섭에서 “사측이 내놓은 성과급 안은 지난해 어렵게 마련한 합의의 취지와 기본 방향을 훼손하는 수준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익 공유의 전제는 책임 공유
성과급은 기업이 창출한 초과이익을 구성원과 나누는 제도다. 경영진의 전략, 연구개발(R&D) 인력의 기술력, 생산 현장의 수율 관리, 영업 조직의 고객 확보가 결합돼야 비로소 성과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노동의 기여를 부정할 수 없다.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확보하고 고부가 메모리 비중을 키운 과정에서도 현장 인력의 숙련과 개발 인력의 기술 축적은 핵심 기반이었다.
다만 성과 분배 제도는 위험 분담 장치와 함께 설계될 때 제도적 설득력을 얻는다. 주주와 채권자는 호황기 수익을 기대하는 대신 주가 하락, 배당 축소, 원금 손실, 파산 위험을 감수한다. 경영진 역시 투자 실패와 실적 악화에 따라 지위와 평판, 장기 경력 전반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반면 고용계약에 기반한 임금은 노동 제공의 대가로 지급되며, 성과급은 통상 그 위에 더해지는 보상이다.
고통분담은 하기 싫다
이 때문에 적자 국면의 고통 분담을 논의 자체에서 배제하는 태도는 설득력을 잃기 쉽다. 반도체 산업은 대표적인 경기 순환 업종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60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불과 3년 전인 2023년 7조7,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노조는 이때도 기본급 6.5% 인상에 연간 영업이익 15% 인센티브 지급을 요구하고 나섰다. 당시 노조는 4.5%를 더 올려달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2022년 노사가 합의한 인상률 5.5%+월 기준급 10만원 정액 인상보다 높은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2022년 평균 연봉은 1억3,400만원이다.
당시 노조는 인센티브와 관련해선 전년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삼아 지급하는 PS 범위를 영업이익 15%까지 확대해 줄 것을 요구했다. 목표 생산량을 달성하고 영업이익이 흑자로 집계되면 지급하는 상·하반기 생산성 격려금(PI) 기준도 생산량 달성으로만 축소하자는 내용도 담았다. 이 외에 △임금피크제 폐지 △PS 1,000% 지급 상한 폐지 △정년퇴직자 PS 지급 △고정시간 외 수당 기본급 산입 등을 안건으로 제시했다.
사측은 당시 인력 구조조정 대신 임금 인상분 지급을 유예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넘겼다.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이 반복되는 산업이라면 보상 체계도 장기적 관점에서 설계하는 게 합리적이다. 지난해 노사가 합의한 PS 제도는 영업이익과 보상이 직접 연동되는 구조다. 실적이 좋을 때 성과를 더 나누고, 어려울 때는 위험 부담도 함께 감수하는 게 미래 경쟁력을 좌우한다.
SK하이닉스의 제안 가운데 주식 지급 방안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금 보상 일부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구성원과 회사의 장기 가치가 연결되고, 단기 실적에 따라 급격히 팽창하는 현금 유출을 줄일 수 있다. 물론 처분 제한이 지나치게 길거나 주가 하락 위험을 보완할 장치가 없다면 구성원에게 불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주식 보상 자체를 위험 전가로만 규정하면 글로벌 기술기업에서 널리 활용되는 장기 인센티브의 취지를 놓치게 된다.
표1. 주요 기업별 성과급 요구 및 합의 현황
| 기업 | 요구 내용 | 교섭·쟁의 |
|---|---|---|
| 삼성전자 | DS부문 사업성과의 10.5%를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책정. 지급 상한 폐지, 세후 전액 자사주 지급 | 5월 임단협안 조합원 투표에서 73.7% 찬성으로 가결 |
| 현대차 | 전년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 요구 | 7월 13~15일, 20~22일, 29~31일 세 차례 부분 파업 |
| 기아차 | 전년도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 요구 | 2026년 임단협 요구안에 반영 |
| HD현대중공업 | 영업이익의 30%를 성과 배분 재원으로 활용할 것을 요구 | 노사 임단협 교섭 진행 |
| 카카오 | 전년도 영업이익의 13~14%에 해당하는 1인당 약 1,000만원 지급 요구. RSU는 성과급 산정에서 제외 주장 | 6월 10일 본사 창사 이후 첫 부분파업 |
| LG유플러스 |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 요구 | 임금 총액 8% 인상 등과 함께 임단협 요구안으로 제시 |
| 신세계 | 성과급 지급 규모를 기존 10%에서 15%로 확대 요구 | 산정 기준 공개와 노사 공동 TF 구성을 사측에 요구 |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 성과급 상한 폐지와 임단협 타결 시 성과급 50% 선지급 요구 | 기본급 11.14% 인상안 등과 함께 교섭 진행 |
| HD현대일렉트릭 | 성과급 지급률 1,000% 상한 폐지 요구 | 노조가 상한 적용에 항의하는 공문을 사측에 발송 |
다른 기업으로 번지는 ‘N% 성과급’ 요구
더 큰 우려는 SK하이닉스의 노사 갈등이 한 기업의 내부 분배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국내 주요 기업 노조가 업종별 수익성과 투자 부담에 대한 검토 없이 선도 기업의 보상안을 새로운 협상 기준으로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확정하자 다른 기업들에서도 이익의 일정 비율을 배분하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월 노사 합의를 도출한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의 10.5%를 반도체(DS) 부문 직원 특별경영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하면서, 이를 전액 자사주로 지급하기로 한 상황이지만 혼란은 계속되는 추세다.
반도체에서 시작된 N% 성과급 요구는 현재 자동차·조선·정보기술(IT)·유통 등 사실상 전 산업군으로 확산하고 있다. 국내 대표 완성차 기업인 현대차 노조는 순이익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지난달 13∼15일 하루 4시간 부분 파업을 완료한 데 이어 같은 달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간 2차 부분 파업(하루 8시간)을 강행했다. 기아 노조는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국내 최대 조선사인 HD현대중공업 노조도 영업이익 30%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파업을 가시화했다. IT 업계에선 카카오 노조가 영업이익의 약 13∼14% 수준인 1,000만원 상당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지난달 창사 이래 첫 파업을 단행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 노조도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신세계 노조는 영업이익의 15%의 성과급 지급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HD현대일렉트릭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韓 투자 리스크 확대
블룸버그통신은 이 같은 움직임이 강성 노조의 영향력이 큰 한국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직면하는 리스크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고 평가했다. 손범기 바클레이스 이코노미스트는 “경직된 노동시장과 강한 고용 보호로 기업이 직원을 해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최근 성과급 합의는 노동자 입장에서 불황기에는 고용을 보호받고 호황기에는 추가 보상까지 받는 일종의 ‘무상 옵션’과 같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 자본이 가장 경계하는 요소는 예측 불가능성이다. 높은 임금과 성과 보상은 생산성과 수익성이 뒷받침되면 투자 모형에 반영할 수 있다. 그러나 호황기마다 이익 배분 비율이 상승하고, 적자기의 조정 장치는 봉쇄되며, 협상 결렬 때마다 생산 차질 가능성이 반복되면 미래 현금흐름을 산정하기 어려워진다. 투자자는 그 불확실성을 할인율과 위험 프리미엄에 반영한다. 자본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한국 사업장에 대한 신규 투자 판단도 보수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SK하이닉스는 나스닥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으로 265억 달러(약 37조,8,900억원)를 조달하며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직접적인 평가를 받기 시작한 상황이다. 글로벌 자본시장은 사상 최대 이익과 함께 현금 사용의 효율성, 설비투자의 지속 가능성, 노사관계의 안정성까지 기업가치에 반영한다. SK하이닉스 노조가 상한 없는 성과 공유를 권리로 확보한 채 불황기의 조정 논의를 거부한다면 그 부담은 주주와 협력업체, 신규 채용, 차세대 투자로 이전될 수 있다는 얘기다.